‘모두, 어울림’
2023 D.FESTA 거리공연축제
글‧사진_김혜정 기자
약 2년간 모두를 고립시켰던 코로나19가 종식 선언되면서 전국의 축제가 하나둘 다시 개최되는 추세다. 공연예술의 달이라 불리던 5월을 맞아 수원연극제, 춘천연극제가 개최되었고, 4월에 개최된 서울연극제는 6월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그 가운데 2023 D.FESTA 거리공연축제 또한 개최 취소(2021년)와 비대면 개최(2022년)를 거쳐 작년 대면 개최에 이어 올해는 드디어 마스크 없이 대면으로 개최되었다. 덕분에 시민들은 보다 편한 마음으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모였다.
2023 D.FESTA는 지난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이번 축제는 ‘모두, 어울림’이라는 주제 아래 3편의 공동제작공연과 6편의 기획초청공연, 5편의 초청공연이 라인업 되었다. 축제 측은 “성별, 나이, 문화, 국가를 초월하여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축제라는 방향성”을 담아 ‘모두, 어울림’이라는 주제를 정했다고 밝히며, “국내외로 인명, 재난,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위태로운 현 시대에 잠시나마 즐거움과 휴식, 마음의 평온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축제 첫날인 26일에는 초청공연 2편과 공동제작공연 3편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개막 선포후 <Guk-Pop Concert with Granada! 그라나다와 함께하는 국팝 콘서트!>가 축제의 문을 열었다. 보컬과 가야금, 대금, 해금 연주자 총 5인으로 구성된 그라나다는 국악과 팝을 크로스오버하여 선보이는 퓨전국악밴드이다. 이들은 본인들의 곡뿐 아니라 박진영의 ‘Swing Baby’나 Fitz and the Tantrums의 ‘HandClap’ 등 관객에게 익숙한 곡을 적절히 배치해 함께 박수치고 따라 부르는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어 공동제작공연 중 첫 순서로 집단의 <시선, 선과 악>이 무대에 올랐다. <시선, 선과 악>은 약자의 시선에서 선과 악을 바라보며, 결국 그것은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처럼 편견을 버린다면 모두 어우러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단순한 내용을 장르를 넘나드는 춤과 음악으로 소화시켜 작품의 주제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모두, 어울림’의 의미를 담았다.
작품이 시작되면 흰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고 얼굴 탈을 쓴 ‘꼽추’가 등장한다. 검은 옷을 입은 무리가 다가와 꼽추를 둘러싸고 위협하듯 춤을 추다가 퇴장하면, 꼽추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사자를 소환한다. 사자의 등에 올라 춤을 추며 즐거워하던 꼽추는 사자가 사라지자 다시 혼자 남게 된다. 그러자 살풀이춤을 추는 여인이 등장해 꼽추를 위로하고, 둘은 서로를 안아준다. 곧이어 검은 옷 무리와 사자들이 다시 등장하지만 모두 같이 춤을 추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전통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연희계의 크로스오버를 지향’한다는 단체의 소개처럼, 북청사자놀음을 중심으로 살풀이춤과 힙합 춤, 전통음악과 팝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연이었다.
극단 마중물의 <P.R.N.D(Parking, Reverse, Neutral, Drive)>는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혼자인 한 가장이 우연히 만난 악기 연주자를 통해 가족과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적인 대사로 서사를 구성하고 타악기를 연주와 대중가요를 통해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다음은 극단 신인류의 <Together>였다. 모두의 행복을 꿈꾸며 행복센터를 만든 서별에게 세대 갈등을 겪는 할아버지,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출신 등 다양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토로하고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두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자칫 빤할 수 있는 주제를 직접 창작한 음악과 안무를 적절히 활용해 세미 음악극 형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연극인 토크 콘서트 <노래가 있는 공원>이었다. 배우 이황의가 사회를 맡았으며, 총 일곱 팀의 연극인(오태근/서경오, 양은주, 허영택, 박리디아, 오스토리, 박성진, 최승열)이 간단한 토크와 함께 한두 곡의 노래를 선보였다. 각자의 노래 후에는 모두 무대에 올라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는 것으로 첫 날의 모든 순서를 마쳤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행사였음에도 관객들은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우천으로 인해 아쉽게도 몇몇 공연이 취소되었으나 관객들은 우산을 쓴 채 축제를 즐겼다. 궂은 날씨에도 관객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며, 이처럼 모두 어울려 공연을 즐기는 일상은 예술인뿐 아니라 관객도 고대하던 순간이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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