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젊은연극제 리뷰단] 국제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글_전채희(안양대학교)

 

객석등이 꺼지고, 하얀 의상을 입은 두 명의 배우가 관객 앞에 선다,

배우가 직접 안내 멘트를 하며 풍물놀이를 시작한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흥겨운 풍물놀이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이강백 作의 <동지섣달 꽃 본 듯이>는 어머니를 찾으러 떠난 세 아들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 이중구조로 된 희곡이다.

국제대학교에서는 극장의 무대 위에 원형으로 된 무대 하나를 더 세웠다. 그곳이 주로 연기가 진행되는 공간이다. 원형 무대를 둘러싸게 의자를 배치한 후 주 무대 위에서 연기가 끝나면 각자의 자리로 가 앉는다. 특별한 경우 외 퇴장 없이 진행되는 이 형태는 마치 소외효과를 일으키는 듯하다. 원작의 이중구조를 이행하기 적절하다고 느꼈다.

 

배우의 운명?

“배우는 의상으로 연기합니다.”

무대 위 배우들은 배우로서, 해설자로서, 역할로서 존재하며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그 역할은 ‘의상과 가면’으로 부여한다. 배우는 의상으로 연기한다는 대사와 일치하는 형식이다.

극 중 세 명의 아들들이 연기를 하다 멈추고 의상을 벗으며 배우 자신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장면들이 있다. 그러나, 배우 본인으로 존재할 때와 역할로서 존재할 때의 차이는 크지 않다. (화술, 움직임, 소리 등)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멀티캐스트로 등장했던 다른 배우들이다.

대각국사 외 다수 역할을 맡은 이은혜 배우와 광대 우두머리 외 다수 역할을 맡은 임애선 배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역할’을 강조하고 의상과 가면으로 역할을 씌우는 형식이라면, 의상을 입은 후 무대 위의 주 무대에서 연기를 마쳤을 때 약 2초가량 객석을 응시하고 연기가 끝났다는 것을 알린 후 자리로 돌아갔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소외효과도 더 두드러졌을 듯하다.

풍물놀이 후 배우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역할을 선언하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더 컸더라면 하는 조금의 아쉬움도 있다. 풍물놀이로 인해 한껏 기대감이 오른 상태에서 마치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말하기’를 행하는 배우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배우의 운명 !

그럼에도,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던 이유는 딱 세 가지.

무대에서 즐거워 보이는 배우, 앙상블, 잔뜩 묻어난 열정이다.

조금 아쉬운 부분, 성글게 보이는 부분은 오히려 풋풋하게 느껴졌고,

배우가 무대에서 즐거워 보이니 관객은 객석에서 함께 즐겁다.

창작 과정이 얼마나 즐거웠을까-!

“꿈속에서 꿈을 꾸는 꿈 – 동지섣달 꽃 본 듯이”를 무대에서 함께 외치며 극이 시작할 때, 객석에서는 관객이 함께 꿈을 꿀 준비를 한다.

필자 역시 연기를 전공하기에, 그간 공부하며 놓치고 있던 중요한 한 가지를 국제대학교의 동지섣달 꽃 본 듯이를 통해 배웠다.

잘하려고 애쓰고, 무언가를 흉내내려고 하지 않아 예쁘다!

‘학생 공연 같아 보이지 않아야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예뻤다.

반짝거리는 눈이 예뻤다.

무대에서 진정으로 즐거워 보여 뭉클했다.

아직 우리는 학생이기에, 젊기에

조금은 성글고 더 풋풋해도 된다.

다만 열정으로, 무대에서 다시 숨 쉬어가도록.

함께 꿈꾸도록, 동지섣달에도 꽃을 보도록.

배우의 운명이란 물론, 배우 자신을 지우고 관객들을 위한 광대가 되는 것이겠지만

즐거운 광대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본 원고는 제31회 젊은연극제 리뷰단의 우수 리뷰 선정작(3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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