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연극 <대신 목자>
글_박정기(연극평론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예술 창작산실 극단 물리의 한태숙 작 연출의 <대신 목자>를 관극했다.
한태숙은 <하나코> <단테의 신곡> <레이디 맥베스> <안티고네> <장화홍련> <아워 타운> <오이디푸스> <있었다> <유리동물원> <서안화차> <꼽추 리차드 3세> <배장화 배홍련>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고양이 늪> <광해유감> <네바다로 간다> <짐> <도살장의 시간> <맹목>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동아연극상, 김상열 연극상, 영희 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물리의 대표이자 2020년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이다.
<대신 목자>의 목자는 신약성서에서는 목자의 은유가 하느님께는 드물게만 적용된다. 아마도 이 은유가 예수님과 관련하여 집중적으로 쓰인 데에는 ‘되찾은 양의 비유’에서만 하느님을 목자에 비유한다(마태 18,12-14와 루가 15,4-7). 길 잃은 양 한 마리 곧 잃어버린 한 사람을 되찾게 되면 하느님은 인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기뻐하신다는 것이다. 이 연극에서의 목자는 동물원의 사육사에 비유된다. 한 사나운 늑대를 관리하며 돌보던 사육사가 어느 날 늑대가 어린이의 팔을 물어뜯는가 하면 늑대우리를 탈출해 인근 산속에 은둔한다. 어린이의 아버지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육사는 경찰서로 불려와 늑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추궁을 당하고, 관리사의 가족문제까지 등장하게 된다. 취조를 하는 형사는 여성으로 건강한 미녀다. 관리사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어머니는 평소 집에서 기르다 버린 애완동물이나 들짐승을 돌보며 사는 동물 애호가다. 사육사 자신도 자신이 돌보던 늑대와 껴안고 딩굴기도 하는 동물애호가다. 그러나 어린이의 팔을 물어뜯었기에 사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일반인의 감정이 악화되니, 바로 이때 늑대가 동물 우리를 뛰어 넘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니 사육사가 고의로 늑대를 탈출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게 된다. 수사관은 취조중 사육사에게 폭력까지 휘두른다. 그러나 사육사가 늑대를 탈출시킨 증거가 있을 리 없다. 사육사는 귀가를 하게 되고, 모친을 부르며 집으로 오니, 모친이 기르는 개집에 바로 늑대가…..
사육사는 본래 버려진 아이였고, 모친이 친자식처럼 기른 것으로 알려지고, 그래서 그런지 사육사도 어머니의 본을 받아 비록 야생동물이나 맹수일지라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게 되고, 동물원에 갇힌 맹수 중 늑대를 돌보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기에 연극에서 <대신 목자>는 가축을 기르는 목자뿐이 아니라, 인류를 사랑해 대신 죽음을 택한 예수님 같은 목자에 비유한 사려 깊은 연극이라 하겠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사육사들의 집합소가 있고, 그 앞으로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취조실로 사용한다. 상수 쪽은 모친의 집 마당이고 뒤쪽에 개집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전박찬이 사육사, 서이숙이 수사관, 성여진이 모친, 김은석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 남자, 손진환이 동물사육사 팀장, 박수진이 팀원, 유승락이 대리, 김도완이 늑대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연출 근종천 이지숙, 무대 이지형, 조명 김창기, 음향 지미세르, 의상 김우성, 분장 백지영, 영상 김장연, 사진 일러스트 장제훈, 움직임 김도완, 프로듀서 김보람, 기획 배수영 이현주 그 외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공연예술 창작산실 극단 물리의 한태숙 작 연출의 <대신 목자>를 창의력과 연출력 그리고 연기진의 기량이 일체가 되어 한편의 고수준의 창아기발(創雅奇拔)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