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 한국 예술대학 · 학회 총연합

한국 예술대학 · 학회 총연합

성 명 서

 “예술교육, 우리 사회를 숨쉬게 하라!”

 인문, 예술교육의 위기이다. 최근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의 당사자가 스스로 교육지표의 개선을 위하여 취업률이 낮은 인문, 예술계의 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재주를 피우는 손과 발만을 남겨놓고 막상 손과 발이 움직여야 할 심장과 허파를 없애려는 블랙코미디이다. 최근 이러한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감지된 후 대학의 평가 및 지원사업의 기준이 되어온 평가지표 중 인문, 예술분야의 취업률을 통계에서 제외하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표는 억지스런 교육 및 문화정책들의 부정적 측면을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취업률의 통계 제외라는 미시정책만으로 현재 인문, 예술교육의 위기에 대처할 수는 없다. 한 나라의 문화와 예술은 일회성 소비재를 생산하는 것과는 달리 공동체의 집합적인 의지로 형성되고 발전되어 왔다. 대학교육에 대한 평가가 취업률과 같은 일률적인 잣대로 계량화되어 평가될 수 없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생명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인문, 예술의 기본적인 사회적 전승을 대학교육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산업화 및 취업률 등의 단순지표로 평가되어왔던 대학교육을 교육과 문화예술의 순환과 조화라는 관점에서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루어질 예술교육 및 이와 연관된 문화정책의 제도화, 법제화의 과정이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 예술계를 망라하는 대학과 학회의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신명 나게 만드는 춤과 노래가 없는 사회, 우리의 말과 역사와 철학에 대한 탐구가 없는 사회를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 우리의 제자들이 취업률이 낮은 인문, 예술분야를 전공한다는 것을 부끄럽게 만들 수 없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에서 우리 삶의 심장과 허파를 만들어 숨쉴 수 있게 만드는 전공에 종사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고 흥겹게 여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종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만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인문과 예술 교육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취업률과 같은 숫자놀음으로 일반산업과 경쟁구도를 갖게 할 것이 아니라 예술교육은 그 기관의 설립 목표에 맞게 보호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적극적인 부양책이 절실함을 다시 깨닫는다.

 한국 예술대학 · 학회 총연합은 예술교육이 우리 사회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근본이라는 공동의 인식 아래 예술교육계 전체를 망라하는 공동의 목소리로 행동할 것임을 밝힌다. 예술교육에 있어서 경쟁주의, 취업우선의 양적 개선이 아닌 예술과 삶이 조화되어 우리 사회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질의 개선을 위한 교육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밝힌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행동화할 것이라는 점도 엄숙히 밝힌다.

1. 교육부장관의 발표에 담긴 진정성을 예의 주시하고, 단순한 통계의 제외만이 아닌 대학교육의 인문, 예술분야 진흥에 대한 대안과 지원이 정책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2. 문화와 예술의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존재하는 비영리적 예술행위와 교육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과 제도를 준비하고 예술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에 대한 별도의 평가기준과 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3. 예술인력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국가적 단위의 통계조사 및 예술교육 적정인원이 산정되어야 하고 취업률 조사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났듯이 예술분야 졸업생들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정규직으로 대우받는 현실에 대한 대책과 4대 보험, 연금 등의 사회적 안전망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4. 교육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공동정책으로 예술종사자들이 떳떳하게 취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의 이러한 인식과 원칙에 근거한 예술 교육의 지향점을 정리하여 교육, 문화, 노동정책의 담당자에게탄원하고이를바탕으로책임있는당국자들과의면담등구체적인실천방안을갖고대응해나갈것임을밝힌다.

2013년 7월 13일

 예술대학 · 학회 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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