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연극 <고기잡이 배>

글_박정기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임선빈 작 연출 고기잡이 배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임선빈 작 연출의 <고기잡이 배>를 관람했다.

 

 

 임선빈은 <나비야 청산가자> <디 아더 싸이드> <부엉이는 어떻게 우는가> <하녀들><하꼬대 마을 사람들> <여보 고마워> <자라의 호흡법>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2017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대상, 희곡상, 연출상 배우연기상을 수상한 중견여성 작가 겸 연출가다. 서울연극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연극 <고기잡이 배>는 본래 <페스카마>호의 사건에서 소재를 따왔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래 가장 처참한 사건이 《페스카마》호 선상살인사건이다. 《페스카마》호란 한국해양수산 소속 원양어선 《페스카마》호 15호를 말한다. 《페스카마》호는 괌, 사이판 등지에서 어로작업을 하는 이른바 원양어선이다. 중국조선족 7명, 도합 24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1996년 6월 7일 부산을 출발한 《페스카마》호는 1주일후 괌부근의 티니안섬에 도착했다. 중국조선족 7명은 6월 14일 북경을 떠나 서울을 경유해 5시간 만에 사이판에 도착해 티니안섬에서 《페스카마》호에 승선했다.

6월 16일, 《페스카마》호는 출항했고 중국조선족들은 배 멀미를 하면서 선상에서 작업준비를 학습했다. 알아듣기 힘든 용어를 이해하려 노력했는데 심술궂은 갑판장은 선원들의 궁둥이를 치고 욕하기가 일쑤였다.

6월 16일, 선상에서 갑판장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국선원 리춘성을 희롱하고 때리는 것이 마치 노리개와 같이 취급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인도네시아인 노만이 보도 줄을 단단히 잇지 못했다고 얼굴을 구타당했고 중국조선족 백충범은 틀린 보도 줄을 가져왔다고 구타를 당했다. 호출에 좀 늦게 나왔다고 갑판장에게 구타당하고 검사에 불합격했다고 화가 난 선장이 단체로 구타를 하고 욕을 하는 등 중국조선족선원들은 선장과 갑판장의 가혹한 처벌과 욕설에 견디기가 어려웠다.

큰 사건이 하나 6월 27일에 발생한다. 조업구역에서 참치 떼를 발견하고 작업을 시작했으나 조업이 제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난 선장은 쇠파이프로 리춘성의 머리를 쳤다. 이것을 피하다 어깨를 맞은 그는 선장에게 대들었다. 화가 난 선장은 일등 항해사에게 도끼를 가져오라 했다. 겁에 질린 중국조선족선원들은 전원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닫고 방어를 했고 하선을 희망했다. 선장은 당일 항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토의과정에서 어느 정도 노여움을 가라앉혔다. 선장은 다시는 조선족들에게 손대지 않기로 하고 조선족들은 다시 열심히 일을 배우기로 했다.

6월 28일, 조선족 선원이 모두 아파 작업을 할 수 없어 작업을 거부했다. 6월 30일 저녁 선장은 중국조선족을 모아놓고 하선희망자를 파악하고 하선경제보증서 서명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사모아까지의 경비 50만원과 사모아 구치소에서의 3개월간 구류 생활하는 비용 200만원을 내게 되어있었다. 이에 더해 조업 손실금까지 부담시키겠다고 위협을 가했다. 이에 조선족 전원이 선장에게 사과하고 계속 복무하기를 애원했으며 다음날인 31일에는 고급 약을 갖고 선장실을 찾아가 애원했다. 그러나 선장은 냉랭했다. 이에 8월 1일 중국조선족 선원들은 최일규 방에 모여 자살을 논했으나 백충범, 최금호 등의 의견으로 선장과 갑판장을 죽이고 죽자는 결의를 했다.

 

 

 

 반란음모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던 날 시작되었다. 중국조선족들은 배를 탈취한 다음 선원을 죽이고 배를 침몰시킨 후 뗏목을 만들어 일본이나 한국으로 표류하려 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인 3명과 중국인 1명을 냉동 창고에 가두었으나 냉동 창고가 작동하지 않아 이들이 살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들을 냉 동 창고에서 꺼내 몽둥이로 때려 실신시킨 후 바다에 수장했다. 이를 목격한 19세의 최동호는 맹장염으로 다른 배에서 옮겨온 청년인데 범행 장면을 목격한 최동호를 산채로 수장해버렸다. 중국조선족이 인도네시아인 6명을 살해하려 하자 이들이 일등 항해사 이인석과 같이 무인도에 가서 살겠다고 하소연해 이들을 방치했다. 8월 2일 2시, 전재천(全在千)이 주동이 되여 선장면회를 요구했다. 선실 문을 열자 3명이 달려들어 선장을 밧줄로 묶어 선수 창고에 넣었다가 살해하고 갑판장 등 7명도 살해했다.

 

 

 

선장을 잃은 《페스카마》호는 공해상에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8월 6일 생존자 전원을 살해한다는 소문이 돌자 인도네시아 인들이 단합해 흉기를 들고 반란선원과 대치하다 양쪽이 화해하고 흉기를 모두 바다에 던져버렸다. 배가 8월 24일 오전 10시경 일본 도리시마 섬 부근에 이르자 조타실에서 어창으로 내려가는 전재천을 보고 인도네시아 인들이 반란선원들을 밀치고 밖으로 나와 전재천과 격투 끝에 그를 밧줄로 묶고 일본 어업 지도선을 보고 물에 뛰어들어 구제를 요구했다. 일본 경비정에 인도된 반란선원은 8월 31일 부산 해양경찰에 인계 되었다. 선상반란사건 재판에서 모두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문재인 인권변호사의 변론으로 감형되었다.

 

 

 

 무대는 페스카마호의 선실 내부의 조형물이다. 상갑판 아래의 선실과 하갑판 아래의 조타실 기관실 선실 등이 만들어지고 무대 상 하수에 철제 난간이 달린 계단이 있어 선실을 오르 내린다. 무대 배경 쪽과 객석 가까이에 통로가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연극은 실화를 각색해 동남아나 중국인이 아닌 조선족이 여러 명이 취업을 위해 원양어선에 승선한 것으로 구성, 전개되고, 출연자들은 경상도 방언과 조선족 말씨를 사용한다. 조명으로 장면변화가 이루어지고, 음악과 신디사이저 연주 그리고 마이크를 사용해 노래를 부르고 합창도 하면서 음향효과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시종일관 아래 위 여러 개의 선실에서 연극이 시작되고 선실에서 끝이 난다. 한국선원들이 조선족선원들을 사사건건 멸시 박대 구타하는 장면이 벌어지고, 조선족 선원이 이에 거부반응을 보이자, 조선족 선원들을 집단 감금하고 도착지에서 이들을 집단 해고할 방침을 세운다. 폭풍이 일기 시작하고 조선족 선원들의 선상 반란이 시작된다. 이들은 한국선원들을 제압해 구속한다. 양측의 화해가 이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결국 조선족 선원들은 한국인 선원들을 살해하고 원양어선을 탈취한다. 그러나 폭풍 속에 원양어선은 행방을 감춘다. 후에 원양어선은 침몰했다는 설, 참치잡이 배로 바뀌어 운행을 하고 있다는 설이 난무한 가운데, 대단원은 탐승한 21일의 한국선원과 조선족 선원들이 꽃송이를 나누어 들고 연주와 합창을 하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정이재, 이민재, 김동림, 송현섭, 김재현, 김준희, 정진혁, 유승일, 이성원, 이지혁, 한동훈, 오일룡, 원완규, 김효배, 서성영, 윤상현, 김성태, 박태성, 서진혁, 강 두, 임병석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방언구사 그리고 호연과 열연 열창은 관객을 시종일관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받는다.

기획 제작 드림시어터 컴퍼니, 예술감독 정형석, 제작 이금구, 프로덕션매니저 림지언, 드라마터그 김재혁, 조연출 정영훈 손연주, 무대의상 음향구성 임선빈, 무대디자인 제작 이상수, 조명디자인 조명감독 한희수, 음향감독 장두희, 프로덕션디자인 사진 고강희, 그림 채 은 고강희, 스테이지 매니저 안 현, 티켓매니저 강은화, 홍보물 제작 우민경, 음향오퍼 이다겸, 조명오퍼 최상아, 스크립터 신영인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임선빈 작 연출의 <고기잡이 배>를 창의력과 연출력 그리고 출연자들의 연기력은 국공립극단을 능가하는 탁월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2 thoughts on “

    1. ‘과객’님, 저희 TTIS에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신 데 대하여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과객’님의 댓글과 관련하여, 이 리뷰를 게시한 편집장으로서 한말씀만 올리고자 글을 씁니다.
      TTIS(띠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리뷰를 쓸 수 있는 대중적 웹진입니다. (전문성보다는 대중성을 중시합니다).
      그래도 아무 글이나 마구 실을 수는 없기에 투고가 들어오면 1)전문성, 2)적합성, 3)가치를 따집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켜 게재된 겁니다.
      1)전문성: 박정기선생님은 수십년간 한국연극계에 몸담아오신 분으로서, 현재에도 공연을 많이 보기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분입니다. 이 분의 전문성과 경력, 성실성을 의심하는 분은 없다고 믿습니다.
      2)적합성: 이 범주는 연극(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을 대상으로 리뷰라는 글쓰기 형식을 갖추고 있는지 따지는 것입니다. 이 글은 리뷰의 필요 내용을 모두 갖추고 있는 적합성 높은 글입니다.
      3)가치: 이 범주는 띠스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입니다. 띠스의 저널리즘 중 하나는 공연의 기록적 가치입니다. 띠스의 전신은 ‘연극기록실’로서, 많은 공연이 기록되지 못하고 세월에 묻혀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습니다. 박정기선생님의 글에는 공연의 배경, 내용, 참여자, 연혁 등 기록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년 전 공연도그 기록을 찾으려면 인터넷을 한참 뒤적거려야 하는 이 기록 후진적 상황을 생각하면 고맙고도 절실한 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띠스는 날카로운 비판정신으로 공연의 결함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리뷰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점점 더 리뷰 쓰는 평론가가 줄어드는 암담한 현실 때문에 많은 글을 싣지는 못하지만 연극 사랑으로 충만한 글이라면 최대한 실어주는 게 띠스의 방향입니다.

      ‘과객’님의 귀한 댓글에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희들을 지켜봐주시고 언제든지 채찍질을 가해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장 백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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