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함께 일하는 프로듀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울문화재단에서 ‘2021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의 선정 프로젝트 중 내가 참여하는 것으로 약속된 작품이 무사히 포함되었고, 이로써 나는 한 해 더 연극기획자로서의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연재에서는 연극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극장의 ‘처음’을 ‘로비’로 두고 이 공간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연재에서는 기획자가 한편의 연극을 만드는 과정 중 극장으로 들어가는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의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론 연극의 시작은 무엇보다 희곡이고 한 예술가의 머릿속에서부터 이겠지만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 기획자라면 연극을 만드는 단계에서 체감하는 ‘처음’은 다르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창작하는 다수의 기획자가 본격적인 프로덕션의 일정을 계획하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지원금’을 받게 되었을 때일 것이다. 물론 지원 신청서를 쓰는 과정도 무척 중요하지만, 신청서를 쓰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이 연극의 실재를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한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내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선정되었을 때이다.
물론 다년간 지원되는 사업도 있고, 상주단체의 경우 보다 긴 호흡으로 작품의 개발과 제작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지난 시간 동안 나와 작업을 함께한 단체들은 내부에 전문 기획자가 부재한 경우가 많아 단체 차원에서 지원신청서를 쓰거나 혹은 우리 팀과 함께 쓰고 이후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왔다. 때문에 매년 3월은 기획자와 단체의 매칭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사실 ‘재원 조성’에 대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원 조성’이라는 표현 대신 ‘지원금’에 대한 내용으로 글을 시작한 것은 대학로를 기반으로 연극을 창작하는 대부분의 단체와 예술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지원금을 기반으로 하여 연극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원금 없이도 연극을 만드는 단체도 많고 나 역시도 지원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재원을 조성하여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의 종류와 폭은 무척 다양하고 넓다. 개별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활동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극장에 대한 지원(서울시의 연극창작환경 개선 지원사업 운영과 공연예술 창작 활성화 사업대관료 지원사업 등), 예술인에 대한 지원(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지원사업 등)으로 대략 나누어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해 본다면 서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서건 우리는 공적자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연극을 만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한 달이 지난 후 결과가 공지된 글의 조회수가 11,700회이니 이 사업에 대한 예술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은 연극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무용, 음악, 다원, 시각. 문학, 전통 등 장르별로 나누어 단체와 개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문화재단 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도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과 더불어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의 기반에 대한 지원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문화재단에서도 전문예술창작에 대한 지원이 역시 다양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고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공연예술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예술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예술인들을 위한 직‧간접적으로 진행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원금들이 예술인들 혹은 공연예술산업의 자립성, 독립성을 해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극적인 재난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연극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연극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더욱 사람을 통해 사람을 덮치는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에 연극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또 한편 다행인 것은 이렇듯 제한적인 상황에 맞춰 수많은 연극인들은 다시 한 번 재난 상황에서의 연극적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객석을 비운 연극, 관객과 인터넷 네트워크로 소통하는 연극, 연극을 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기록하는 방법에 대한 연극인들의 실험은 분명 이후에 유의미한 경험으로 다시 연극에 남을 것이다.
예술 활동에 대한 공적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접근하기에 따라 다양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나 이번 연재에서는 올해 다시 연극을 하게 된 기획자로서 받아들이는 만큼의 무게정도로 정리해보았다. 내가 참여하는 작품은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 지원 C트랙으로 지원, 선정되었고 상반기 중에 공연될 예정이다. 2월 26일 지원 선정 발표 이후에 극장 대관을 확정하고, 배우들의 캐스팅이 마무리되어 세부적인 제작 일정을 정리하는 단계이다. 부디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를 여름에는 극장에 관객들이 들어서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본문에 삽입된 표는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의 ‘사업소개’에서 참고하여 내용을 수정하여 정리하였다. 관심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된 것 외에도 다양한 예술관련지원사업이 있으니 참고하여 보길 바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시에서 사업이나 공모, 지원 항목들을 찾아보면 장르와 상황에 맞는 지원사업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을 근거로 하여 예술활동을 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다. 그 때문인지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에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예술 활동을 근거로 하여 지원하는 경우가 많고(덕분에 예술가의 주소지는 크게 상관없다) 지역의 문화예술재단에서도 다양한 규모의 창작지원이나 예술단체와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빡에도 문화원이나 지역의 예술인연합회등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술가의 복지에 대해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서도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모지역문화재단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전문 에술단체, 예술가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의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연극단체들이 많아지는 것같아 놀랍다. 더욱이 몇몇 단체는 지역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자양분 삼아 대학로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들지만 이렇듯 어려운 때 생활인으로서도 연극인으로서도 꾸준한 모습에 무언가 흐뭇한 마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