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좋은 날/ 하형주

         <사랑하기 좋은날> : 꿈꾸지 못하는 이들의 초상

 

 

                                                                  하 형주(평론가)

 

작 : 김도경(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
연출 : 반무섭
드라마터그 :양기찬

 

극은 명은의 아파트에 들어와 동거생활을 하는 동욱은 자신의 불확실한 직장과 미래로 인해 명은과의 결혼을 계속해서 미뤄온 상황이다. 그래서 명은의 결혼하지 않은 유일한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어 커플 동반해 만나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명은은 동욱의 상황으로 인해 아직 결혼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속상해 동욱에게 화를 내기 시작한다. 동욱은 명은에게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말하며 그녀를 달래는데, 이 과정에서 연출은 명은을 달래는 동욱의 다양한 몸개그를 통해 명은 역시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사실상 여기까지는 이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극의 도입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실제적인 극적 전개는 명은의 부모가 갑자기 집에 찾아오면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샤워를 하던 동욱이 부모를 피할 시간이 없어지자 맨몸에 급하게 윗옷만을 걸쳐입고 텔레비전 수리기사로 가장하면서 극은 부자연스러운 관계의 희극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알지도 못하는 텔레비전을 수리하는 척 하는 동욱은 자연스럽게 명은과 명은 부모의 대화를 들을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되면서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지도 못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명은의 사촌인 은진이가 의사 남자친구를 데려온 이야기며, 명은의 엄마가 명은에게 제안하는 외적 조건이 좋은 많은 선볼 남자들은 하나같이 동욱을 더욱 주눅들게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극은 무겁게 그려지기보다는, 명은의 엄마가 명은에게 선보라고 강요하자 갑작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끼여들어 명은이는 선보고 시집갈 사람같지 않다고 말을 하면서 동욱의  불안함을 드러내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에게 웃음을 제공한다. 그래서 불편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텔레비전을 들고 나가려는 동욱을 명은의 엄마가 기어코 드라마를 보겠다며 그를 다시 주저앉히는 웃지못할 상황이 전개되는데, 이 불편한 상황을 지속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즉 극을 이끌어가기 위한 조금은 작위적인 설정이라 좀더 독창적인 다른 아이디어가 아쉽게 느껴지는 점이다.

또한 동욱의 거짓 감전비명에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명은의 모습은 이를 의아해하는 부모와는 달리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이들 사랑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극은 아버지가 주는 술잔을 받기 위해 아버지 앞에 앉다가 아버지에 의해 윗옷이 벗겨지며, 갑작스럽게 동욱이 원룸살인범으로 몰리게 되고, 그러자 명은은 어쩔 수 없이 동욱의 정체를 밝히며 부모들에게 인사를 시키며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부모는 모든 사실을 알고서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라진다. 그렇게 중요한 부모의 출현은 실질적으로 극에서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시간이 흐른 후, 침대 위에 혼자 앉아 동욱과 전화 통화를 하는 명은은 동욱에게 미역을 사오라고 하면서 의사가 미역국을 꼭 끓여먹으라고 했다는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가 낙태를 한 사실을 관객에게 제시해준다. 연출은 이 상황을 흐릿한 조명으로 그 의미를 드러낸다. 사실, 너무나 많이 말해진 어쩌면 조금은 진부한 주제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버겨운 삶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놓았다는 점은 이 극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명은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더 이상 해결되지 않는 채 여전히 지속되는 그들의 힘듦에 가슴 찡함을 느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그들 스스로 이 경제적 현실에 맞부딪혀 조금은 적게라도 시작해 살아가지 못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가슴답답함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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