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년 1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년 1월 공연총평

 

새해를 여는 각극단의 열정적인 연극공연과 함께 뮤지컬 공연이 있었다. 그 중 우수작을 소개하고, 뮤지컬 공연작은 별도로 평한다.

1, 연극열전5 크리스토퍼 듀랑 작, 이인수 역, 오경택 연출의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주) 연극열전5 크리스토퍼 듀랑(Christopher Durang) 작, 이인수 역, 오경택 연출의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를 관람했다.

크리스토퍼 듀랑(Christopher Durang 1949~)은 예일대학 부설 연극학교출신의 배우이자 작가다. <정체성 위기><메리 이그네시어스 수녀가 모든 걸 설명한다> <연기자의 악몽> <베티와 부의 결혼> <거칠게 웃으며> <위더스푼 아가씨> <왜 고문이 나빠, 사람들은 좋아해> 그 외 다수 작을 발표했다.

뉴욕 실험연극상, 공로상, 펜 로라 펠즈 국제재단연극상, 토니상최고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11개의 벚나무가 바라보이는 호수가 주변의 저택이다. 왼쪽의 테라스를 통해 커다란 창이 설치되어 있고, 거실과 정면의 벽 사이로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고 오른쪽은 현관으로 통한다. 무대 왼쪽에도 등퇴장 로가 있어 그 안에 주방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정면의 벽, 좌우에는 작은 그림과 사진 액자가 여러 개 걸려있고, 오른쪽 벽 앞에는 낮은 탁자에 장식물과 전화기가 놓여있다. 그 오른쪽으로 책이 잔뜩 꽂힌 책장이 있고, 그 앞에 대나무로 만든 안락의자 두 개가 원형의 탁자 좌우에 놓여있다. 중앙 왼쪽에도 긴 안락의자와 탁자가 있고, 무대중앙천정에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안톤체홉의 작품들 중에서 인물과 소재를 따왔기에, <갈매기>의 명 여배우 마샤가 연하의 연인이자 배우인 스파이크와 전원주택을 팔기위해 귀향을 하고, 마샤의 오라버니러 <바냐 아저씨>의 바냐와 입양한 누이인 소냐가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전원주택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물론<갈매기>에서 여배우 지망생인 동네처녀 니나와 <숲귀신> 숲 관리인의 딸을 이 극에서는 무속을 신봉하는 카산드라라고 하는 이웃 처녀로 변신시켜 출연시킨다.

벚꽃나무 여러 그루가 보이는 전원주택을 팔려는 마샤의 의사에 바냐나 소냐는 반대를 하고, 마샤의 연하 애인 스파이크는 마샤가 있으나 없으나 젊은 마을 처녀에게 눈길을 돌린다. 이름난 배우가 온 걸 알고 이웃처녀 니나는 마샤 일행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카산드라는 자신의 주술의 위력을 드러내 보이려는 결심을 한다. 마침 이웃저택의 백설 공주 관련 가장놀이에 이집 식구들이 모두 참석을 하면서, 마샤는 공을 들여 백설 공주 옷차림에 분장을 하고, 소냐는 나쁜 심보의 왕비차림을 하고, 바냐는 일곱 난쟁이 중 한명으로, 니나는 백색옷차린의 시녀로 참석을 하지만, 보라색 의상과 정감 있는 모습, 그리고 부드러운 억양의 소냐가 단연 마을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정작 백설 공주 역의 마샤는 외면을 당한다. 행사하는 동안 마샤의 연하 애인 스파이크는 동네처녀에게 눈을 돌리고 따라다니니, 마샤는 분노와 실망감으로 귀가한다. 마샤는 머리가 아프다며 일찍 자리에 들고, 전원주택을 처분할 마음을 다져먹는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이웃처녀 카산드라가 주문을 외워 인형에 비녀 같은 바늘을 꽂으니, 인형을 찌르는 순간마다. 마샤의 비명이 이층에서 들린다. 카산드라는 자신의 주술에 자신감을 갖는다. 날이 밝자, 바냐가 오래 써온 희곡을 배우지망생인 나나, 그리고 누이 소냐가 거실에서 공연한다. 물론 마샤와 스파이크가 관객이다. 카산드라는 음악을 담당한다. 내용은 지구 멸망 후 모든 생물이 조그만 원소 입자가 되어 지구주위를 날아다니게 되는 작품이라, 니나는 그 원소 입자 역을 열연하고, 소냐는 해설자 역에 힘을 다한다. 마샤는 열중해 관람을 하는데, 스파이크는 전화를 계속 받고, 대화까지 나누느라, 극적 분위기가 깨져, 공연이 중단된다. 마샤는 스파이크를 질책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니, 스파이크가 젊은 여자와 여행을 함께 가기로 하는 내용이라, 연하남의 바람기에 실망하고, 마샤은 드디어 스파이크에게 절연을 선언한다. 결국 스파이크는 전원주택에서 떠나간다. 마샤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바냐와 소냐에게 전원주택을 팔지 않겠노라 선언을 하고, 카산드라는 자신의 주문을 풀어버리고, 바냐와 소냐가 안도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바냐 김태훈 서현철, 마샤 서이숙, 소냐 황정민, 카산드라 임문희, 스파이크 김찬호, 니나 김조정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프로듀서 석재원, 무대 정승호, 조명 이인연, 의상 오수현, 분장 백지영, 수품 노주연, 음악 김태근, 무대보조 이은석, 의상보조 고현지, 분장보조 김은지, 무대감독 도성종, 조연출 조민정, 음향보조 허선영, 조명보조 관현주, 조명진행 신지선, 조명가동 이재균 임수연 송미선 석보미, 무대가동 정지훈 강희수 등 스텝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주)연극열전(대표 허지혜)5 크리스토퍼 듀랑(Christopher Durang) 작, 이인수 역, 오경택 연출의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를 새해를 여는 친 대중적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2, 극단 연우무대의 마에다 시로 작, 고주영 역, 김지호 연출의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극단 연우무대의 마에다 시로 작, 고주영 역, 김지호 연출의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를 관람했다.

마에다 시로((まえだしろう 1977~)는 1977년 도쿄 출생. 극작가, 연출가, 배우, 소설가. 와코 대학 인문학부 재학 중 극단 ‘고탄다단’을 창단한다. 2005년 『사랑도 아닌 청춘도 아닌 여행하지 않는』(고단샤)으로 데뷔, 같은 작품으로 노마문예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2006년 『연애의 해체와 북구(北歐)의 멸망』(고단샤)이 노마문예신인상, 미시마 유키오 상 후보에 올랐고, 2007년 『그레이트 생활 어드벤쳐』(신초사)가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른다. 2008년 희곡 「살아 있는 것은 없는 것인가」로 기시다구니오 상 수상하고, 같은 해 『누군가가 손을 잡고 있는 기분이 들어 참을 수 없어』(고단샤)로 미시마 유키오 상 후보에 또다시 이름을 올린다. 2009년에 『여름 물의 인어』로 미시마 유키오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각본을 쓴 NHK 드라마 <장 보러 가기>로 갸라크시 상과 방송문화기금상, 서울국제드라마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좁디좁은 방 한 칸에서 젊디젊은 동거 남녀가 벌이는 극이다. 4면 벽은 확 티어 있고, 객석 출입구는 등퇴장 로가 되고, 대각선 쪽의 출입구는 화장실로 설정된다. 두 자 높이의 방 주변에는 여러 가지 색상의 플라스틱 볼 수 천 개가 연기자들의 통로를 제외하고는 무대 여기저기에 깔려있다. 별다른 세간은 눈에 뜨지 않고, 방바닥에는 이불과 요를 깔아두었다. 객석 가까이에는 게임기가 한 대 화면은 객석을 등지고 있고, 남자출연자가 이어폰 달린 둥근 플라스틱 모자를 뒤집어쓰고 게임을 한다. 그러다가 목이 마르다고 소리를 지르면, 화장실 쪽에서 잠옷 바람의 동거녀가 물병을 들고 등장해 물을 건네준다.

동거 남녀 중 여자는 알바를 해 돈을 벌지만, 남자는 하는 일 없이 매일 게임만 하며 세월을 보낸다. 게임이라는 게, 막대기 하나로 마왕을 잡는 <위대한 인생 모험> <그레이트 라이프 어드벤처>라는 제목이 붙은 게임놀이다. 그러니 노상 여자한테 구박을 당하고, 발길로 걷어차이기까지 한다. 복도 건너 쪽 방에서는 이쪽 방 남자보다 나이가 한두 살 어린 남성이 살고 있고, 가끔 이쪽 방 여자가 출근을 한 뒤거나, 그쪽 방에 바퀴벌레 약을 뿌린 후에, 잠시 이쪽 방으로 건너와 이쪽 방 남자와 잡담을 하거나, 함께 게임을 한다.

이쪽 방 남녀는 게나 가재의 이야기를 자주 하고, 남녀는 게를 좋아하고 게의 속살이나, 게맛살을 1등 음식으로 친다. 게살 깡통이 별미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가격이 비싸 못 사다먹는다. 남자는 하는 일 없지만 사진학과 출신이기에 카메라를 무척 아끼고 사진관을 여는 게 희망사항이지만, 돈벌이가 없으니 백수건달이나 다름이 없다. 동거녀가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방에 틀어박혀있는 남자를 벌레 바라 보 듯하고, 집에서 나가라는 말까지 내 뱉는다. 그러나 남자는 그저 목석처럼 듣기만 할 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동거녀는 피곤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우면, 남성은 얌전히 등을 돌리고 누워 만화책에 손을 내밀 뿐이다.

남자는 가끔 죽은 누이동생 생각을 한다. 죽은 누이는 소반에 청주 됫병을 받쳐 들고 등장해 오라비와 대작을 한다. 누이가 사라지면 남자는 방바닥에 벌렁 나둥그러져 잠을 청한다.

동거녀가 일을 마치고 되돌아온다. 남자가 보기 싫어서인지 한동안 남자를 구박하다가, 샤워도 않고 벌렁 이불을 쓰고 누워버린다. 남성은 여자 몸에서 풍기는 반찬냄새가 심하다고 말을 하다가도 여자가 싫은 내색을 하면 불을 끄고, 등을 돌리고 조용히 잠을 청하는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데 여자가 휴대전화를 받고 늦은 밤인데도 외출을 한다. 남성은 다 늦게 어디를 가느냐고 묻지만, 나갈 일이 있다고만 할 뿐 옷을 다시입고 나가버린다. 남성은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한다. 여자는 사흘 동안 귀가하지 않는다.

사흘 되는 날, 남성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외출을 한다. 얼마 아니 되어 귀가를 하는데 가방대신 검은 포장꾸러미를 소중하게 들고 귀가한다.

잠시 후 건넌방 남성이 이쪽 방으로 들어오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이쪽 방 남자는 검은 포장꾸러미를 화장실에 가져다 놓고는 돌아와서, 들어오라고 대답한다. 건넌방 남성은 바퀴벌레 약을 뿌려서 냄새가 가실동안 만 이쪽 방에 있다가 가겠다며, 함께 온 여성을 남자에게 소개한다. 여자 레슬러라고 소개를 하지만 곱고 예쁜 모습이다.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며 결혼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걱정을 한다. 건넌방 남성은 이 쪽 방의 남자와는 반대로 여성을 엄하게 다루고, 언성까지 높인다. 그러나 여성 쪽은 고분고분하기가 봄날의 고개 숙인 할미꽃 송이 같다. 그러다가 상대남성의 핀잔이 거듭되거나 심해지면 여자는 갑자기 레슬링 시합을 하듯 상대남성의 팔을 등 뒤로 꺾고 젖혀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어 기압을 주기도 한다. 여성 쪽은 무료하게 보내기가 언짢은 듯, 두 남자가 마왕 잡이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 게임하는 것을 들여다보다가 용변을 하러 화장실로 간다. 그런데 나오며 검은 포장꾸러미를 들고 나오며 이게 뭐냐고 묻는다. 남자가 게라고 대답하니, 여성은 배가 고프니 먹어버리자고 한다. 남자는 안 된다며 빼앗아 방구석에 놓는다. 그 때 외출했던 여자가 귀가를 한다. 여자의 쌀쌀맞은 표정과 태도에 이웃 방 남녀는 퇴장을 한다.

남자는 어디 가서 사흘이나 있다가 왔느냐고 묻는다. 여자는 잘 아는 남성 집에 가서 함께 지내다가 왔노라고 대답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는다. 그 모습을 보고 멍 하고 있던 남자는 여자를 건드려 일어나게 하고는, 포장꾸러미에서 깡통을 꺼내, 뚜껑을 열어 게살을 여자의 입에 넣어준다. 여자는 맛있다는 소리를 하며, 이 게살을 무슨 돈으로 샀느냐고 묻는다. 남자는 아끼던 카메라를 팔아서 사왔노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여자가 좋아하는 게살을 사다가 주고, 여자에게 청혼을 하려고 했다는 속내를 전한다. 여자는 울음을 터뜨린다. 한참 울며 게살을 먹다가 이번에는 웃음을 터뜨린다, 이런 여자의 모습을 멍 하고 들여다보는 남자의 모습과 여자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정윤민이 남자, 길하라가 여자, 정상훈이 건넌 방 남자, 박혜진이 여자 레슬러 , 고은이가 누이동생으로 나와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상엽, 김화영, 유현선, 이채원이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총괄 프로듀서 유인수·한현기, 제작 프로듀서 방 산, 작곡 서윤지, 무대감독 윤금정, 무대제작 이기석·김지은, 조명디자인 장서정, 조명크루 김지원·김지형, 조명오퍼 김소진, 소품디자인 이새봄, 의상디자인 전요나, 음향감독 김경민, 조연출·음향오퍼 김민영, 컴퍼니매니저 박소영, 진행 김채은, 프도덕션디자인 전민형, 사진 김윤희 등 스텝 진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연우무대·스페셜 원 제작, 마에다 시로(前田司郎) 작, 고주영 역, 김지호 연출의 <Great 人生 Adventure>를 연말연시에 누구나 봐도 좋을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 극단 관악극회의 김동식 작, 정한룡 연출의 <유민가>

서강대 메리홀에서 극단 관악극회의 김동식 작, 정한룡 연출의 <유민가>를 관람했다.

김동식(金東植)은 일제시대 작품 활동을 벌인 희곡작가다.

일본은 1941년 태평양 전쟁을 도발하면서 식민지 한국에 대해 무자비한 희생을 강요한다. 한국인들의 성씨를 모두 일본식으로 개칭하게 하고, 한국어와 한글을 일체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힘을 전쟁에 투입한다.

이 시기 한국문학은 일본어로 만든 친일적인 〈국민문학〉의 창간(1941), 친일 문학 단체인 조선 문인 보국회의 결성(1943) 등으로 이어지는 강제된 친일문학운동에 빠져들면서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암흑기 속에서도 근대극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운 연극운동도 일어난다. 도쿄[東京] 유학생을 중심으로 토월회(1923)와 같은 극단이 조직되었으며, 조명희의 희곡 〈파사〉(1923), 김우진의 희곡 〈산돼지〉(1926) 등이 발표되어 극문학의 발전도 가능하게 된다. 계급연극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이동소극장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 공연이 이루어졌으며, 특히 신건설사와 같은 전문적인 계급연극 극단이 결성되어 계급연극의 대중화를 촉진하게 된다. 이와 함께 송영의 희곡 〈일체 면회 거절하라〉·〈황금산〉 등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1930년대에는 극예술연구회(1931)의 창립과 함께 수준 높은 번역극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창작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극문학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유치진의 경우에는 〈토막〉 등의 문제작을 내놓으면서 사실주의적 연극의 새로운 성과를 거두어들이고 있다.

희곡은 일제 강점기 이래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일부 희곡작가들은 일제 강점기의 삶과 항일 투쟁을 작품으로 구성하는데 주력했다. 유치진의 ‘조국’, ‘원술랑’, 오영진의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김동식의 ‘유민가’, 김영수의 ‘혈맥’, 함세덕의 ‘고목’, 이광래의 ‘독립군’, 시나리오로 윤봉춘의 ‘유관순’ 등이 있다.

<유민가(流民街)>는 1949년에 희곡문학에 실린 김동식(金東植)의 희곡이다. 일제치하에서 좀 더 낳은 삶을 살기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동쪽 빈민가한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막 노동을 마다 않고 사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다. 대부분 허름하고 낡은 집에 세를 들어 사니, 생활이 구차한 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월세를 받으러 온 사람에게 사정을 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홀로 된 아버지와 아들 셋이 한집에 살고, 큰 아들은 장가를 갔지만, 연극의 도입에 형사에게 끌려가 감옥살이 신세가 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큰아들의 처가 살림을 도맡아 한다. 둘째는 형 대신 집안 기둥노릇을 하고, 셋째도 공장에 나가 궂은일을 마다않고 하지만, 셋째는 견디다 못해 극의 후반부에 일본인의 양자로 들어간다. 이웃에 사는 노인들이 이 집에 모여들어 아버지와 말로나마 한풀이를 하고, 노인 중에는 아편으로 어려움을 잊으려는 인물도 있어, 아버지는 이 노인의 권에 이끌려 아편을 가까이하게 되고, 종당에는 아편중독에 이르게 된다. 연극에서 빠질 수 없는 동포 청춘남녀의 사랑이 전개가 되고,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사랑을 버리고, 경제력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니, 젊은 처녀의 애통 절통해 하는 모습이 한때 그려지기도 하지만, 경제적 시름을 덜은 후,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그 여인의 모습에서,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편 중독자가 된 아버지는 아편을 끊어보려 하지만 몸이 이미 말을 안 듣기에 결국 며느리에게 아편 값을 얻어 아편굴로 향한다. 둘째 아들은 이웃 처녀와 사랑을 하지만, 결혼을 생각할 엄두도 못 낼 현실, 그리고 아버지의 아편중독으로 절망감에 빠져, 평소 안하던 술을 친구들과 마시고 크게 취해 나둥그러진다. 아버지는 자신의 의지로 아편중독에서 벗어나려고, 엄동설한에 전봇대를 끓어 안고 버티다 기절을 한 것을 동리사람이 데려온다. 아버지는 깨어나, 며느리에게 얻어간 돈을 꺼내 보이며, 돈을 쓰지 않았노라고 며느리에게 되돌려주는 모습에서 객석은 눈물과 감동의 공간이 된다. 한편 아버지에게 아편을 권하던 노인은 유서를 남기고 호수에 빠져 자살을 한다. 유서는 이 집 둘째 아들에게 딸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대단원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죽으나 사나 고국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살자는 의지를 내 보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기둥과 널판조각으로 된 허름한 집 한 채와 조그만 쪽마루 그리고 주변의 역시 널판으로 된 구름다리 형의 등퇴장 로, 의자와 화분대 등이 전부다. 그러나 무대전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인다. 방 입구에 전등이 있어, 출연자가 직접 켜고 끈다.

이순재, 이수찬, 허광영, 박재민, 김동영, 홍승오, 김은혜, 정창옥, 황현주, 김인수, 전준범, 서은영, 나호숙, 김일호, 윤정금, 강규현, 류근욱, 고근섭, 이인석, 이석문, 설경수, 손준혁, 박정민, 김하은, 김정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도입부터 공연에 몰입을 시키고, 대단원에서 메가톤급 감동을 선사한다.

제작총괄 윤완석, 제작책임 나호숙 김일호 김인수 설경수 천승욱 김동범, 제작기획 김은자 이현숙 박경일, 기획보 백영호 황윤아, 조연출 최선영 차주영, 무대감독 문원섭, 무대디자인 남경식, 무대자문 윤정섭, 무대제작 에스 스테이지 이윤중, 조명디자인 조철민, 조명팀 이승희 오정훈 김두리 김지형, 저명오퍼 윤아르나, 음악 이태원, 음향오퍼 김예슬, 분장디자인 지병국, 분장 헤어 관가은 채영주, 의상 강기정, 의상보 백현철 곽정화, 프로덕션 기록사진 윤준섭, 사진 그래픽 디자인 김 솔, 홍보마케팅 오진화, 진행 전영희 이조행 방혜란, 기획 케이 아트 플래닛 등 제작진과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극단 관악극회의 김동식 작, 정한룡 연출의 <유민가>를, 뛰어난 연 출력이 감지되고,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역사극이자, 한 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 극단 민중극장과 극단 향의 피에르 바릴 장 피에르 그레디 공동창작, 제이 프레슨 알렌 각색, 정진수 번역 연출의 <40캐럿 연상의 여인>

예그린 씨어터에서 극단 민중극장·극단 향 합작, 피에르 바릴(Pierre Barillet)·장 피에르 그레디Jean-Pierre Grédy) 공동창작, 제이 프레슨 알렌(Jay Presson Allen) 각색, 정진수 번역·연출의 <40캐럿Forty carats 연상의 여인>을 관람했다.

<40캐럿 연상의 여인>은 여인이 40대에 이르면, 다이아몬드의 캐럿 수 같이 40캐럿으로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연극이다.

피에르 바릴(Pierre Barillet 1923~)·장 피에르 그레디(Jean-Pierre Grédy 1920~)는 프랑스 출신으로 두 작가의 공동창작 시나리오로는 <현모양처> <마이 프리텐드 와이프> <40캐럿> 등이 있고, 모두가 영화로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각색을 한 제이 프레슨 알렌(Jay Presson Allen)은 1922년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태어난 여류 시나리오다. TV대본으로 자신의 글 솜씨를 발휘하다가 1963년 <아내와 애인: Wives and Lovers>로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다.그녀는 이듬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마니: Marnie>(1964)를 히트시키면서 영화계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간다. 하지만 미스터리 장르보다는 코미디나 로맨스에 더 많은 재능을 안고 있는 작가였고, 69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진 브라이드의 전성기: The Prime of Miss Jean Brodie>는 큰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그녀의 대표작으로 기록되기도 한다.제이 프레스 알렌은 라이자 미넬 리가 주연한 뮤지컬 코미디 영화 <캬바레: Cabaret>(1972)를 히트 시키면서 미국에서의 성공을 이뤄냈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뉴욕 비평가협회에서 각본상을 수상한다.연이어 <우스운 여성: Funny Lady>(1975), 자신의 창작소설을 시나리오 화 한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 Tell Me What You Want>(1980)와 같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코미디와 로맨스를 넘나들며 탁월한 글 솜씨를 보여주게 된다.

이후 제작자로 변신한 제이 프레슨 알렌은 프로듀서와 시나리오 작가를 동시에 해내며 시드니 루멧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도시의 왕자: Prince of the City>(1981)로 다시금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된다.

80년대 초반까지 스크린에서 자신의 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던 제이 프레슨 알렌은 이후 몇 편의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지만 전성기 때의 인기를 얻어내지는 못했고 다시금 TV로 돌아와 가족용 TV시리즈의 대본을 썼다.제이 프레슨 알렌은 1995년 <카피켓: Copycat>의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집필한 후 작업을 쉬고 있다.

작품으로는 뮤지컬 <캬바레 Cabaret(1955)> <마니 Marnie (1964)-> <40캐럿 Forty carats (1968)> <도시의 왕자: Prince of the City(1981)><죽음의 게임 Deathtrap(1982) 외 다수다.

내용은 두 번의 이혼경력이 있는 39세의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여인이 피서 철에 바닷가에서 만난 25세의 청년과 잠시 열정을 나눈다. 귀가해 다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여인에게 그 청년이 찾아온다. 곧바로 그녀를 찾아온 게 아니라, 그녀의 17세 된 딸의 친구로 그녀의 집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의 놀라움이야 말해 무엇 하랴? 그녀에게는 60줄에 이른 모친이 함께 살고 있고, 영화배우노릇을 하는 전남편도 자주 들락거린다. 부동산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동년배의 여인도 사업수단이 만만치 않아, 45세의 노총각 사업가에게 잘 나가지 않던 건물을 경쟁자가 많은 것처럼 이야기를 해, 150만 달러나 되는 건물의 계약을 성사시킨다. 그 노총각도 주인공 여인의 집을 방문한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방문자들을 품위 있고 상냥하게 대해 좋은 인상을 받는다. 여인은 자신과 정을 나눈 청년이 자신의 딸과 가까워지는 것에 당연히 반대한다. 그리고 딸 역시 청년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여인은 청년에게 자신의 집을 더 이상 찾아오지 말아달라고 타이른다. 그런데 청년은 여인의 딸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며, 자신은 평소 여인으로부터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여성을 사랑의 대상으로 꿈꾸어 왔고, 40대에 이른 바로 이 여인에게서 그러한 것을 느껴 사랑의 고백은 물론 장래 자신과 결혼할 여인으로 확정하고, 청혼을 하로 왔노라고 털어놓는다.

한편 45세의 노총각 사업가는 주인공 여인과 여행을 하기로 한 약속도 깨뜨리고, 여인의 17세 딸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에게만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딸과 어울려 유흥장에를 가 밤을 새우고 와서는, 주인공 여인과 모친 앞에서 28세 연하의 이 집 딸과 결혼을 하겠노라 선언을 한다. 딸 역시 자신의 생부 연세의 남성에게 빠지는 모습도 여느 처녀와는 별다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딸의 아버지인 여주인공의 전남편의 초연한 듯한, 태도와 긍정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비록 직업배우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성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의 전처와 결혼하는 청년의 소개로 큰 상품광고회사의 홍보책임자로 가게 될 예정이라는 게 알려진다.

드디어 청년의 결혼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청년의 어머니가 이 집을 방문해 주인공 여인과 마주한다. 처음에 이 집으로 발을 들여놓으며 풍기던 쌀쌀맞은 표정과는 달리, 청년의 어머니와 여주인공과의 대화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분위기가 오고가더니, 급기야 두 여인은 서로 트고 상대의 이름을 부르자는 약속까지로 진전한다.

한편 여주인공의 딸이 임신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45세의 노총각을 소원대로 17세 처녀와의 결혼이 성사가 되는 형국이다. 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고 찬성하는 노모는, 손녀딸과 나이 많은 손녀사위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가방을 꾸린다. 그리고 딸의 전남편에게 꽃의 물을 주라며 열쇠를 맡긴다. 여주인공도 청년과 결혼할 장소로 여행할 계획을 세운다.

집에 홀로 남은 여주인공은 피서지에서 청년과 만났을 때 맛본 술을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취해 내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전남편이 위층 아파트에서 잠옷 바람으로 내려와 이집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여주인공이 마신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이 때 여주인공이 잠옷 바람으로 내실에서 나와 전남편과 마주해 놀란다. 남편은 장모가 꽃에 물을 주라며 열쇠를 주고 갔다고 이야기 한다. 바로 그 때 청년이 들어와 두 사람이 잠옷 바람으로 서있는 광경을 보고는 밖으로 뛰어 나간다. 전남편이 청년의 뒤를 쫓아 밖으로 뛰어 나간다.

대단원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낙심한 표정으로 부동산 업소의 동료와 함께 사업이야기를 하던 여주인공 앞에, 청년이 어서 떠나자며 여주인공의 여행 가방이 어디 있느냐며 등장한다. 뒤따라 전남편이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다. 전남편이 청년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 오해를 풀도록 한 것이 분명하다. 여주인공은 밝은 표정이 되어 청년과 결혼할 장소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전남편과 여주인공의 부동산 동료가 남아 잔을 들어 건배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하수 쪽에 부동산 사무실이 있고, 오른쪽이 주인공 여인의 아파트 거실이다. 부동산 소개소에는 탁자와 의자 그리고 컴퓨터가 보이고, 벽에는 벽보판이 달려있다. 창밖으로 고층아파트가 보인다. 여주인공의 아파트에는 책장과 장식품, 전화기, 벽난로 등이 보이고, 역시 창밖으로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무대 중앙에 원탁이 있어 그 위에 술병과 술잔이 잔뜩 놓여있다. 긴 소파와 탁자, 그리고 객석 가까이에 원탁이 있고, 부동산 사무실과 아파트 사이에 방향표지기둥이 서있어, 브로드웨이, 파크 애비뉴, 일방통행, 52번가 길 등의 방향 판이 눈길을 끈다.

장설하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해 일생일대의 명연기로 금강석 40캐럿의 진수 같은 연기를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김승원과 성용원이 출연해 젊은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장두이가 45세의 노총각으로 출연해, 절묘한 연기로 관객의 웃음폭탄을 투척한다. 김용선이 노모로 출연해 품격과 자애, 그리고 지혜로운 모습과 호연으로 연극의 대들보 역할을 한다. 조현건이 여주인공의 전남편 역을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연극의 주춧돌이 된다. 조문경이 청년의 어머니로 등장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중견다운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박인서….이토록 예쁘고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가 있었다니…. 그녀는 연극의 분위기 상승은 물론 극의 마무리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김가연과 이민영이 여주인공의 딸로 출연해 봄날의 꽃망울 같은 모습과 호연으로 젊은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기획 박미향, 무대장치 민병구, 조명 이종일, 음악 박경빈, 분장 윤정윤, 사진 윤찬희, 디자인 최남식, 홍보 박윤이, 기획보 이은혜, 진행 박선영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민중극장과 극단 향 합작, 피에르 바릴(Pierre Barillet)·장 피에르 그레디Jean-Pierre Grédy) 공동창작, 제이 프레슨 알렌(Jay Presson Allen) 각색, 정진수 번역·연출의 <40캐럿Forty carats 연상의 여인>을 탁월한 연출력이 감지되고, 2015년 새해를 밝히는 명품 폭소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양구 작, 최윤희 황이선 공동연출의 <비잔틴 레스토랑>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양구 작, 최윤희 황이선 공동연출의 <비잔틴 레스토랑>을 관람했다.

이양구는 영월출생으로 법대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어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혜화동1번지 5기 동인, 극단 해인의 대표 및 연출가로서 연극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대 연극학과, 신흥대 미디어 문예창작 과에서 강의도 맡고 있다. <일곱집매> <핼리혜성> <매화리 극장>그 외 작품으로 창의력을 인정받고,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비잔틴 레스토랑>은 이름과는 달리 조그만 한식당이다. 여주인이 비잔틴이라는 단어에서 무언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그만 식당이지만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이야기 한다.

정면에 조리대와 카운터 그리고 냉장고와 반찬과 양념, 그리고 술까지 진열된 장이 있고, 진열장에는 가수 싸이의 주류광고를 붙여놓았다. 벽에는 그림액자가 있고, 오른편으로 내실로 들어가는 방 앞에 작은 툇마루 같은 온돌이 있고, 방문입구에는 커튼을 쳐 놓았다. 무대 중앙에는 작은 식탁이 두 개 나란히 놓이고,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 조리대 왼쪽에도 그릇장이 객석과 등을 돌려 서있고, 그릇 장을 돌아 식탁이 있는 곳으로 음식을 가져오기도 한다. 물론 조리대에서 중앙으로 직접 음식을 내오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 툇마루 같은 온돌 옆에는 술병을 쌓아 놓은 플라스틱 케이스가 있다.

식당 여주인이 늦은 저녁 식당 문을 닫고, 남은 소주잔을 들이키려는데, 여인 한 명이 식당으로 들어선다. 여주인은 식당이 끝나, 제공할 식사가 없다며, 돌아가 달라고 한다. 그러나 여인은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는 자신이 여주인의 딸의 담임선생임을 밝힌다. 여주인이 그 말에 예의를 차리는 성싶지만, 귀찮아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자 여선생은 따님이 일주일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그 까닭을 묻는다. 여주인이 자못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여선생을 쳐다본다.

결석을 하게 된 내용은 여학생이 임신을 했고, 낙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수업을 듣지 않고 알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마침 여선생이 식당 골목 앞에 세워둔 승용차가 불법으로 주차된 것으로 되어 여주인의 동생인 교통경찰이 불법주정차 딱지를 붙이고, 마침 출출해 하던 참에 식당으로 들어와 승용차 주인인 여선생과 대면하게 된다. 그러면서 여선생의 과거 이야기로, 여주인과 경찰인 남동생 집에, 20년 전 여선생이 여고시절 그 집에 세를 들어 함께 살았던 사실을 이야기하고, 언니 오빠 하며 무관하게 지내던 옛일을 회상시킨다. 그러나 두 가족이 함께 살았던 그 일로 해서 여주인의 부모가 여선생의 부모에게 빚보증을 선 것으로 해서 재산을 날리게 된 사실까지 알려진다. 바로 그 때 이집 딸이자 문제의 여고생인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고 들어온다. 그러다가 여선생을 보고 기겁을 하고 놀란다.

장면이 바뀌면 임신 중이라 학교를 아니 가고 집안일을 거드는 여고생과 딸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한 여주인의 일상이 전개되고, 식당에를 드나들지 말아달라고 한 여주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선생은 언니언니 하며 계속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주인도 20대에 현재의 자신의 딸처럼 임신중절을 한 경험이 있어, 딸의 처지를 이해하고 관용하려 애쓰지만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하랴? 오지 말라는 여선생과는 과거 친동생처럼 지냈으나, 부모들 간의 금전적인 문제로 원수지간처럼 되고 여주인의 어머니는 자살까지 했으니, 자식끼리 화해를 할 까닭이 없지만, 여주인을 대하는 여선생의 마음씨가 여느 사람과 달라 차츰 여주인도 옛정을 생각하게 되고, 교통경찰은 여선생을 자신의 색시 감으로 까지 생각하게 되니, 꽁꽁 얼어붙은 강물이 따뜻한 봄바람에 서서히 녹듯, 여주인과 여선생의 정감이 언 강물 녹듯이 풀리면서, 가수 심수봉의 노래가 극에 도입에서부터 마무리까지 흘러나오고, 두 여인이 함께 음주를 하며 잔을 들어 보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지원, 한철훈, 이석현, 노준영, 신지현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성격창출이 관객을 심취시키고, 극의 후반에 감동을 만끽하기에 이른다.

예술감독 문삼화, 무대 김혜지, 조명 박성희, 드로잉 이상홍, 그래픽디자인 황가림, 사진 이정훈, 기획 나희경, 진행오퍼 뚱딴지 등 제작진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양구 작, 최윤희 황이선 공동연출의 <비잔틴 레스토랑>을 2015년을 여는 걸작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6, 극단 웃어의 김진욱 작 연출 <가족입니다>

혜화동 꿈꾸는 공작소 소극장에서 극단 웃어의 김진욱 작·연출의 <가족입니다>를 관람했다.

김진욱(1980~)은 <슬픔 혹은> <춘천 거기> <사건발생 일구팔공> <총각네 야채가게> <임대아파트> <스피치 콘서트 바람> 등에 출연하고, 2013년 혜화동1번지 연극 <아가>로 작가 겸 연출을 시작한 앞날이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이다. 2단과 3단 장이 정면과 왼쪽 벽에 부착되어 있고, 정면 왼쪽이 이 집 출입구로 설정이 된다. 정면 오른쪽에는 어린이 도서가 꽂힌 책장이 있다. 정면 벽 중앙 위쪽에 이집 선친의 사진이 결려있고, 정면 오른쪽은 주방과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이고, 오른쪽 벽면에는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오른쪽 벽면 객석 가까이에 빨래널이 철제 조형물이 눈에 띈다. 그 옆에 이불이 펼쳐져 있다.

연극은 도입에 이불 속에 어린 남매가 잠들어 있고, 엄마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려다가 멈춰 서서 남매를 들여다보고는 부엌에서 밥상을 가져다 남매를 깨워 밥을 먹인다. 그리고 열흘만 있다가 돌아온다고 이야기하고 집을 떠난다. 엄마가 나간 후에 아이들은 엄마와의 이별을 예감한 듯 소리 높여 울음을 터뜨린다.

장면이 바뀌면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성년의 남매와 그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오라비는 제대로 직장에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가끔 일을 맡아 하는 실업자나 다름없는 형국이고, 누이동생만 꾸준히 직장에를 나가, 머지않아 결혼을 할 것으로 소개가 된다. 빈둥대는 오라비지만 여자 복은 있는지, 착하고 참한 여자가 결혼을 바라고 집까지 찾아온다. 누이동생도 상대가 있지만 어떤 남자인지는 오라비에게 한마디도 이야기를 안 한다. 게다가 빈둥대는 오라비가 미워서인지, 오라비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게다가 오라비를 쥐어박기까지 하지만, 오라비는 묵묵히 참는다. 누이동생이 출근을 하면서 용돈을 주고 나가면, 오라비는 그것을 쓰지 않고 책장에 꽂힌 플라스틱 곽 속에 넣어둔다.

결혼날짜가 다가오자, 누이동생은 이십 년 전에 집을 나간 어머니를 가까스로 찾아내고는, 결혼식에 참석하도록 연락을 하고 찾아뵙겠다고 전한다. 어머니는 남매와 절연을 한 듯한, 세월을 보냈지만,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자식의 결혼이니 빚을 내서 5백 만 원을 마련한다.

결혼 전에 누이동생의 결혼상대가 이 집을 방문한다. 남자의 원만한 성격과 착한 성품이 오라비와의 만남에서 제대로 드러나고, 남성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에서 누이동생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것이 감지된다. 게다가 벽에 걸린 선친의 사진에 큰절을 올리는 것에서 예절까지 몸에 배어있음도 전해진다. 그리고 오라비에게도 깎듯이 경어를 쓴다. 이 자리에 오라비의 결혼상대여인도 참석을 한다. 네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가까운 사이가 된다.

드디어 20여 년 만에 어머니와 딸이 만나고, 어머니는 결혼비용으로 쓰라며 돈 봉투를 내놓는다. 딸은 정중히 사양을 하며, 어머니가 어머니로써 혼례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만족하다며, 모녀는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결혼당일 어머니는 20년 만에 집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들은 웬 아주머니냐고 몇 차례 묻는다. 어머니가 오열하며 무릎을 꿇고 아들에게 용서를 빌자, 아들은 그제서야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고, 함께 울음을 터뜨리며 마주 무릎을 꿇고 어머니를 끌어안는다.

대단원에서 오라비는 누이동생에게 그 동안 받았던 용돈을 담은 곽을 결혼에 보태쓰라고 내민다. 그리고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한다. 누이는 오빠하며 오라비를 끌어안는다. 잠시 후 남매와 각기결혼상대가 어머니를 모시고 예식장으로 향하면, 종장은 20여 년 전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어머니가 밥상을 어린 남매에게 가져다주고 어머니가 떠나면, 어린자녀가 집을 나간 어머니를 부르며 큰소리로 우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애화 최주원이 어머니, 김찬형이 아들, 안혜경 이혜영이 딸, 김희창 윤여진 사위, 정선희 김은아 며느리, 주성은 김재훈 어린 아들, 정한비 김현비 어린 딸 등 출연자 모두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웃음과 눈물의 세계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기획 김민경(아트컴퍼니 연애) 홍민진, 조연출 정희진, 조명 이보람, 음악감독 한지영, 사진 정재연 등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웃어의 김진욱 작·연출의 <가족입니다>를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친 대중적이자 감동만점의 아름다운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 샘컴퍼니의 콜린 히긴스 원작, 양정웅 연출의 <해롤드와 모드>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주) 샘 컴퍼니의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 원작, 양정웅 연출의 <해롤드와 모드>를 관람했다.

<해롤드와 모드 (Harold And Maude, 1971)>의 원제는 <19 그리고 80>이다.

작가 겸 감독인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1941~1988)는 <나인 투 파이브 (Nine to Five, 1980)> <반칙 (Foul Play, 1978)> <텍사스의 연인들 (1982)> <실버 스트릭 (1976)> <해롤드와 모드 (Harold And Maude, (1971)>등을 발표했다.

<해롤드와 모드 (Harold And Maude, 1971)>의 내용은 유년을 지나 곧장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뛰어든 십대 소년과 썩지 않을 영혼의 젊음으로 그저 육신만을 노화시켜온 80대 여인의 만남으로 펼쳐진다. 할 애쉬비 감독의 71년 작 영화 <해롤드와 모드>는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극단적 상황설정과 60년 차이라는 인물대비를 통해, 늦가을에 철모르고 꽃망울을 터뜨린 한 송이의 꽃처럼, 철없이 피어난 사랑이라는 꽃이 주제가 된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도 죽음을 동경하고 쫓던 19세의 한 소년이 존재조차도 전혀 모를 사자의 장례식을 전전하던 중, 자신과 거의 비슷하게 장례식장을 헤매는 80세의 여인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자 온갖 젊고 어여쁜 결혼 상대 여인들을 거부하고 놀래게 만들던 모습과는 달리, 그가 그녀의 세계 속으로 들어서면서 19세 소년은 청년 같은 생각과 행동으로 바뀌고, 80세 여인의 권유에 따라 악기연주를 배우고, 나중에는 노래까지 제대로 부르게 되면서,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 80세 여인의 생일날 그는 그녀에게 결혼반지를 선물하며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80세 생일날에 자살을 하겠노라 결심했기에, 그가 청혼하기 두 시간 전에 이미 극약을 삼키고, 청혼을 받으며 행복한 미소를 띠고 죽어간다. 죽은 그녀 옆에서 오열하는 그의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물론 극의 중간부분에 19세 소년에게 청혼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폭소를 유발하고, 절도죄를 놀이처럼 저지르는 80세 여인이나, 경찰관의 추격이 역시 웃음폭탄을 터뜨리지만, 60년이라는 연령을 뛰어넘도록 만드는 사랑의 이야기는 관객을 눈물과 감동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무대는 왼쪽이 해롤드의 집이고, 오른쪽이 모드의 거처다. 해롤드의 집에는 안락의자가 놓이고, 모드의 거소에는 각종 가구와 기계류, 그리고 골동품이 벽면에 가득차 있다. 거기에 모드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린 커다란 그림이 한 점 있다.

두 집 사이의 공간은 통로로 사용이 되고, 왼쪽 벽에 부착된 모니터에는 날씨나 별무리, 그리고 파도의 밀려옴 같은 영상이 투사되고, 배경 막에도 별무리와 파도의 영상이 투사된다. 대단원에는 수백 개의 작은 전구로 80세 생일을 축하하며, 배경전체를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전구를 켜 놓은 듯 환상적인 분위기로 바꾼다. 모드의 집 이층은 커다란 나무 꼭대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박정자가 모드, 강하늘이 해롤드, 홍원기가 신부, 우현주가 해롤드의 엄마, 김대진이 의사, 경관, 물개 등 여러 역을 해내고, 이화정이 해롤드의 청혼녀 3인의 역을 제대로 연기한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2시간이 넘는 공연을 흥미와 감동으로 이끌어 간다.

프로듀서 김미혜, 무대 임일진, 조명 여국군, 영상 김장연, 의상 도 연, 소품 이은규, 음향 이효섭, 분장 백지영, 음악감독 최인양, 무대감독 김상훈, 안무 강미선, 조연출 강보라 박미영, 컴퍼니 매니저 한소정 영상 김장연 등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주)샘컴퍼니의 콜린 히긴스(Colin Higgin)작 양정웅 연출의 <해롤드와 모드 (Harold And Maude)>를 연출력이 감지되고, 흥미롭고 감동적인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 연희단거리패의 안톤 체홉 작, 전 훈 역, 이윤택 연출의 <바냐삼촌>

게릴라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안톤 체홉 작, 전 훈 번역, 이윤택 연출의 <바냐삼촌>을 관람했다.

번역을 한 전 훈은, 러시아 쉐프킨연극대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극단 애플시어터 대표이자 연출가이다. 2005년 제41회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을 수상하고, 현재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연기예술학부 학부장이다.

<바냐삼촌(Дядя Ваня>)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1860~1904)이 1899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 수많은 극단들이 다양한 형태로 발표 공연하고 있다. 1897년에 출간되었고, 1899년 러시아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바냐삼촌(Дядя Ваня)>의 내용은, 주인공 보이니쯔키 이반 페뜨로비치(Войницкий Иван Петрович, “바냐는 이반의 애칭”)는 누이동생의 딸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Софья Александровна), 그리고 어머니 보이니쯔카야 마리야 바실리예브나(Войницкая Мария Васильевна), 작은 땅 주인 찔레긴 일리야 일리이치(Телегин Илья Ильич), 그리고 나이든 유모 마리나 띠모페예브나(Марина Тимофеевна)와 함께 시골에서 영지를 지키며 살고 있다.그런데 죽은 누이동생의 남편인 세레브랴꼬프 알렉산드르 블라디미로비치(Серебряков Александр Владимирович) 교수가 대학을 퇴직하고 젊은 나이에 아름답기까지 한 옐레나 안드레예브나(Елена Андреевна)를 데리고 이 마을에 나타난다. 주인공 <바냐삼촌(Дядя Ваня)>은 매부가 자신들과는 달리 학문적 지식만 내 세울 뿐 실생활과는 동떨어지고, 집안일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실망한다. 게다가 운동도 하지 않으니, 온몸이 구석구석 병들어 있으면서도, 젊은 여자를 후처로 데려다 여보란 듯 거드름만 피우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매부의 후처인 엘레나에게 동정심과 함께 관심을 가지면서 사랑하는 마음까지 품게 된다. 한편, 주인공의 친구인 아스뜨로프 미하일 르보비치(Астров Михаил Львович)는 의사로서 바쁘게 병원에서 일을 하지만 숲을 가꾸는 데에도 정열을 기울이는 약간 이상주의적인 인물이다. 아무도 모르게 의사 아스뜨로프를 연모하는 바냐삼촌의 조카 소냐에게, 의사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미모의 엘레나의 관능미에만 정신을 집중시킨다. 의사와 엘레나는 바냐삼촌이 지켜보는지도 모르고 몸과 마음을 열정적으로 밀착시킨다. 바냐삼촌의 낙담이 배가된다. 그러자 돌연 바냐삼촌의 매부 세레브랴코프가 등장해, 자신이 이 마을로 내려온 목적인, 자신의 땅과 저택을 팔고 도시로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 말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평생을 희생하다 시피 하며, 힘들게 이 땅을 지켜온 바냐삼촌은, 분노와 절망감으로 매부인 세레브랴코프에게 총을 발사한다. 총알은 빗나가고 큰 소동이 벌어지지만, 가까스로 무마가 된다. 매부 세레브랴꼬프는 마음을 고쳐먹고 아내 엘레나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엘레나의 떠나는 모습에, 닭 쫓던 강아지 모양이 된 의사 아스뜨로프는, 비로서 성숙한 여인이 된 바냐의 조카 소냐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바냐와 소냐는 다시 일에 몰두하게 되고, 가족들이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왼쪽에 바냐삼촌과 소냐가 장부정리를 하는 탁자와 의자가 있다. 그 뒤쪽 배경 가까이에 작은 피아노가 한 대 놓여있어 남녀 출연자가 피아노 연주를 하기도 한다. 오른쪽은 책이 잔뜩 꽂힌 책장과 책상이 있고, 그 앞으로 원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긴 식탁을 장면변화에 맞춰 연기자들이 이동을 시켜 무대 중앙으로 들여오고, 무대 오른쪽에 돌출된 나뭇가지와 잎의 색깔 변화로 계절을 나타내기도 한다. 나무 밑에 의자가 있어, 출연자 중 한명이 거기에 앉아 기타를 연주한다. 배경 가까이에 등퇴장 로가 있고, 객석 출입문도 등퇴장 로로 사용된다.

조영진, 이승헌, 홍민수, 이원희, 황혜림, 박인화, 김아라나, 이세인, 노심동, 서민우, 조승희 등 출연자 모두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연주와 열창은 게릴라 극장이 협소하다고 느끼게 만들 정도이다. 수많은 극단이 <바냐삼촌>, <바냐 아저씨>, <순우 삼촌> 등 각가지 제목으로 공연을 했지만, 이토록 몰입해 관람하기는 처음이라는 생각이다.

무대디자인 김경수, 조명디자인 조인곤, 음악 옴브레, 홍보디자인 손청강·황유진 등 제작진의 열의와 기량이 드러나,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안톤 체홉 원작, 전 훈 번역, 이윤택 연출의 <바냐삼촌>을 오래 생각나도록 만드는 독특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9, 극단 플레이박스시어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애자 각색 연출의 <겨울 맥베스>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극단 플레이박스시어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애자 각색 연출의 <겨울 맥베스>를 관람했다.

<겨울 맥베스>는 “살인의 추억”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레이디 맥베스가 던컨 왕 살해 후, 광야에서 <살인의 추억>에 잠기고, 첫사랑 시절에 맥베스와 펜싱을 겨루며 즐거워했던 모습, 그리고 맥베스가 전쟁터로 나갔다가 승리하고 돌아온 후, 자신들의 저택을 방문한 던컨 왕을 살해하고 왕좌에 오르고, 마녀들의 예언을 맥베스와 함께 들은 뱅코 까지 살해한 일 등을 회상한다. 그녀는 살인할 때 손에 묻은 피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정신적 고뇌에 쌓이게 되면서 황량한 벌판을 배회하게 된다. 그 때 그녀의 주위에서 뛰어 놀던 3명의 소년과의 대면이 그녀를 결국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극적구성이 된다.

무대는 황량한 벌판에 여기저기 널려있는 넓적한 대리석 조각이 마치 조형미술전시장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하나하나 대리석에 돌출된 나무뿌리 형상의 날카로운 선은 사람의 뇌리에 비집고 들어선 고뇌의 선으로 연상된다.

배경 중앙에 늘어진 나무뿌리 형태의 선 역시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대 왼쪽 대리석 형태의 사각의 조형물에 출입구가 만들어져 있고, 객석 출입구가 등퇴장 로가 되기도 한다.

연극은 음울한 분위기에서 검은색 의상을 착용한 레이디 맥베스의 등장이 원작의 마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녀의 의상이 붉고 화려한 의상으로 바뀔 때에는 극적 분위기도 밝을 빛으로 변하는 듯싶지만, 제목의 <겨울 맥베스>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떨쳐버리지는 못 한다. 맥베스는 훤칠한 미남에다가, 착해 보이는 인상에서 출발해, 마녀의 예언을 믿고 실천에 옮겨 왕을 시해하는 암살자로 변하지만, 마녀의 예언을 믿기에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난 청년이라는 말 한마디에 칼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패해 죽음을 당한다.

대단원은 레이디 맥베스가 3인의 소년들의 놀이대상처럼 되어 맥베스와 함께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현희가 여자 맥베스, 문성복이 맥베스, 김현정이 여자 맥베스, 김형준이 소년 1역과 뱅코, 김우겸이 소년 2와 덩컨, 방주환이 소년 3과 맥더프 역으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제작 김현희, 예술감독 윤용아, 총 기획 최종혁, 기획 유성호 양회현, 무대디자인 김지애, 조명디자인 신성환, 의상디자인 양재영 백현철, 음악감독 이지용, 음향디자인 김성호, 조명오퍼 양회현, 음향오퍼 윤주희, 무대감독 박동수 조연출 문정현 전동민, 움직임 연출 김선권 그 외 스텝 모두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플레이박스시어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애자 각색 연출의 <겨울 맥베스>를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같은 분위기의 셰익스피어 변형 극으로 만들어냈다.

10, 명동예술극장 우수공연 초청 시리즈, 극단 이와삼의 장우재 작 연출의 <여기가 집이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극단 이와삼의 장우재 작 연출의 <여기가 집이다>를 관람했다.

장우재는 문예진흥원 연극부문 신진예술가 지원 선정,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시나리오공모전 최우수상 ‘과녁’당선,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 희곡작가부문에 선정되고, <자스민 광주> <악당의 조건> <마당극-병신난장> <흰색극> <머리통상해사건> <열애기> <목포의 눈물> <지상으로부터 20미터> <여기가 집이다> <미국 아버지> <환도열차> 그 외 다수 작을 발표공연하고, <이형사님 수사법> <7인의 기적> <그때각각> <차력사와 아코디언> <악당의 조건> 등을 집필 연출하고, <덫> <영종도 36km> / 각색 <시집가는 날> / 각색/연출 <모퉁이 가게> <굿닥터> 등을 연출한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무대는 고시(考試)촌의 한 슬라브 지붕으로 된 집이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협소한 쪽방이 차례로 연결되어 있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와 통로 건너에도 쪽방이 있고 구석방까지 연결된다. 쪽방 앞은 긴 마루로 연결되어 있다. 집 왼쪽으로 통로가 있다. 슬라브 위는 연장자인 장 씨의 사색공간과 휴대전화를 받을 때 사용이 된다. 왼쪽 구석방 문 위에 고(苦)라고 쓴 조그만 액자가 걸려있다.

연극은 도입에 한 인물이 이 집을 떠나는 광경이 벌어지고, 방에서 나온 사람들이 배웅을 한다. 집을 떠나는 신 씨라는 인물이 봉투에 넣은 방세를 장 씨라는 연장자에게 주면서 집주인 할아버지를 못 보고 떠나 서운하다는 말과 새로 옮겨갈 집이 이곳보다 조금 넓다는 이야기를 하니, 모두 부러워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덕담을 건네며 신 씨를 배웅한다.

이 고시원의 왼쪽 첫 번째 방에 기식자는 최 씨라는 인물로, 눈을 뜨면 술을 마시기 시작해 잠이 들 때까지 계속 음주를 하는 폐인에 가까운 인물이고, 두 번째 방은 양씨인데 막노동을 하는 인부인 듯 하고, 세 번째 방은 신씨가 나갔기에 비어 있고, 끝 방은 영 민이라는 고시공부를 하는 청년이 책에 둘러싸여 있다. 영민의 방 작은 책상 위에는 컴퓨터 노트북이 펼쳐져 있다.

고시원에 한 고등학생이 등장한다. 연장자인 장 씨가 누구냐고 묻자 학생은 봉투에 든 등기부를 꺼내 펼쳐 보인다. 등기부에는 집 주인 할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전된 소유주 명과 손자 한동규에게 마지막으로 이전된 내력이 게재된 것으로 소개가 된다. 학생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살고, 어머니는 파리에서 살기에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이리로 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자신은 20세가 넘었다고 강조를 한다.

동규는 쪽방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제각기 방에서 식사를 따로 하는 것을 보고, 대청에 나와 함께 하라고 권하면서 앞으로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소리를 한다. 세입자들은 충격을 받은 듯 놀라는 모습을 보이고, 장 씨 소개로 한 명 한 명 동규와 인사를 한다. 동규는 담배를 꺼내 피워 문다. 세입자들이 놀라는 표정으로 여기는 금연구역이라면서 깡통을 들어다 재떨이 대신 동규 앞에 놓는다. 그 때 휴대전화 벨이 울리고 동규가 통화를 하면서 또 한 명의 고교생이 등장을 한다. 종택이라는 이름으로 말썽꾼 학생처럼 보인다. 종택도 갈 곳이 없어 이리로 왔다며, 구석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아니나 다를까 종택은 학교도 안 가고 빈둥거리다가 이를 지적하는 세입자와 충돌을 일으킨다.

장면이 바뀌면 텅 빈 금고통과 플라스틱 통 위에 대변을 싼 대변을 마루에 가져다 놓고 세입자들이 모여 있다. 누가 금고에 든 신 씨의 월세 돈을 꺼내가면서 플라스틱 통에 용변을 하고 간 것이다. 장 씨의 설명으로는 그 돈으로 상하수도 세와 전기료 등을 지불하고, 그 외에 이집에 필요한 경비로 지출할 돈이라고 이야기한다.

동규는 통장을 꺼내며 이 돈으로 필요한 곳에 쓰라고 내놓는다. 양씨와 장 씨가 통장금액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해 진다. 동규는 알바를 하니, 걱정 말라며,이 돈을 쓰고, 월급까지 줄 터이니 청소를 비롯한 이 집 관련 일을 하도록 부탁한다.

이 고시원에 한 여인이 짐을 싸들고 들이닥친다. 최 씨의 처다. 최 씨는 방안에 있는 빈 플라스틱 통을 요란한 소리로 짓밟고 자신의 처가 찾아온 것에 거부하는 듯싶은 반응을 표한다. 최 씨의 처는 되돌아 나가려 한다. 그 때 동규가 말린다. 최 씨의 처는 막무가내다. 동규가 무릎을 꿇고 청한다. 여기서 함께 살자고, 최 씨 처가 발길을 돌리니, 최 씨의 플라스틱 통 밟는 소리가 더 요란스러워진다.

장면이 바뀌면 또 한사람의 여인이 짐과 함께 등장한다. 그 여인은 양 씨를 발견하고 “여보”하고 부른다. 양씨가 놀라는 장면에서 암전된다.

동규는 여인들에게 여기서 청소나 허드렛일 같은 집안일을 보살펴주면 보수를 주겠노라 약속을 한다.

가운데 방에서 최 씨의 처와 양씨의 처가 일어나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장 씨는 자신의 일을 빼앗기기라도 한 듯 마포걸레를 여인들에게 내어주며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최 씨 방에서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최 씨의 비명이 울린다.

장면이 바뀌면 폐인이 되다시피 한 최 씨가 갱생의 의지와 함께 일을 하러 나간다. 양씨도 같은 의사를 내비춘다. 동규는 남자들도 집안일을 맡아주면 똑같이 보수를 주겠노라 이야기를 한다. 양씨는 화답을 한다. 반대를 하는 인물은 장 씨 혼자뿐이다.

양씨의 처는 밤마다 몰래 양 씨의 방으로 들어가 부부애를 벌인다.

최 씨도 처가 나타나 이 고시원 일을 거드는 동안 음주를 자제한다. 그리고 양씨 내외의 밤 장난 소리에 자극을 받았는지 슬그머니 최 씨의 방으로 가서 손을 잡아당긴다. 최 씨의 처는 완강하게 거부하다가 마지못해 최 씨의 방으로 따라 들어간다. 향후 최 씨와 최 씨의 처는 앙금을 털고 원만한 관계가 된다.

고시생 영민에게 애인이 찾아온다. 영민은 고시보다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등단의 꿈을 갖고 있기에, 방에 영화관련 잡동사니로 그득하다. 영민 애인은 고시를 포기한 듯한, 영민에게 항의를 표한다. 영민에게 결별을 고하고 떠나려는 영민 애인에게 역시 동규가 만류를 하고, 차가 끊겼으니 이곳에 머무르라고 권한다. 영민 애인은 어쩔 수 없이 이 집에 하루 머무르게 된다.

밤 장면으로 바뀌면 최 씨 방, 양씨 방에서 교성이 들려나오기 시작한다. 영민과 애인도 소리에 전염이 된 듯 몸을 밀착시킨다. 쪽방마다 남녀관계가 펼쳐지는 소리가 자못 관객의 귀를 자극한다. 동규도 그 소리에 깨어 마루로 나와 하늘을 쳐다본다. 그 때 장 씨가 휘발유 통을 들고 등장한다. 그리고 집 전체에 휘발유를 뿌리고, 이를 말리는 동규를 칼로 찔러 죽인 후, 라이터 불을 붙여 화재를 일으킨다.

대단원에서 화재는 장 씨의 꿈이었던 것으로 소개가 되고, 장 씨는 꿈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찾아 이 집과 세입자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난다. 그가 떠난 후, 첫 장면에서 이 집을 떠났던 신 씨가 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윤상화, 박무영, 김충근, 한동규, 김선혜, 류제승, 김동규, 공상아, 강병구, 고광준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도입에서부터 연극에 몰입시키고 흥미를 배가시킨다.

무대디자인 남경식, 조명디자인 김성구, 음악 조선형, 음향디자인 윤민철, 소품 이은정, 조연출 최윤희 그 외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명동예술극장과 극단 이와삼 공동제작 장우재 작 연출의 <여기가 집이다>를 친 대중적이자 독특하고 흥미로운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월 31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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