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단평] 먼로, 엄마

<먼로, 엄마>

작: 임진선
연출: 문삼화
공연일시: 2015/01/22 ~ 2015/02/08
공연장소: 쁘띠첼 씨어터

 

<먼로, 엄마>는 마릴린 먼로의 환생이라고 믿는 50대 수원에 사는 미혼모 노미진과 딸의 이야기이다. 스스로를 마릴린 먼로의 환생이라고 착각하는 이유는 먼로가 죽던 날 그녀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먼로의 진짜 이름이 노마진인 것을 감안하면 노미진은 더욱더 운명의 힘을 느꼈을지 모른다. 밤무대 일마저 끊긴 채 퇴물로 늙어가는 노미진은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먹거나 몸을 팔아 출세의 기회를 노리는 저급한 여성의 전형이다. 희곡에서의 아쉬움은 노미진을 헌신적으로 받쳐주는 주변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노미진은 무절제, 무원칙, 무책임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를 수십 년 동안 따라다니는 주현미 짝퉁 가수와 과거 애인 넘진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하다. 고등학생 딸 역시 엄마에 대한 배려심이 깊다. 이 작품의 결정적 한 장면은 딸 학교 급식비 내야 할 돈으로 사 들인 사이즈 안 맞는 구두를 딸이 손수 엄마에게 신겨주면서 맞지 않은 것을 샀으면 책임지라고, 신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맞지 않은 구두로 상징되는 것은 다의적이다. 먼로의 환생으로 살기로 한 것일 수도 있고, 엄마로서 실격인 사람이 딸을 낳아 엄마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딸 입장에서는 먼로라고 착각하는 사람의 딸로서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맞지 않은 신발이라도 책임지라고 말하는 딸은 자신의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엄마를 끌어 안아준다. 이 작품은 자아 정체성에 대해 좀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고, 대신 배우의 연기와 딸과 보조교사의 흥미로운 연애 이야기로 메운 아쉬움이 있다.

– 연극평론가 박연숙

3
젊은 작가의 동화같은 이야기, 귀여운 극이었다. 육감적 배우, 평범하지 못한 삶… 마리린몬로라는 이름만으로 누구나 연상하는 이미지를 구현하지만 그녀는 50세가 넘은 노미진, 고교생 딸을 둔 싱글맘이다. 길해연 배우의 역량이 돋보이는 부분은 양쪽 이미지가 자연스레 풍겨나면서 시종 매우 자연스런 무대를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이미테이션 가수 친한 동생(여), 썸타는 사이인 동생(남)과의 3인의 관계가 노미진의 사회생활이고, 딸 연희, 연희와 썸 탈까 말까 고민 중인 교생 선생님과의 또 다른 3인의 관계가 그녀의 가정생활이다. 첫 삼각형 관계에서 다른 2인은 노미진을 생업으로서의 이미테이션 가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기를 바라며, 후 삼각형 관계에서 다른 2인은 그녀를 정상 엄마로 만들려고 열심이다. 중심점에 있는 노미진의 입장은 끝까지 모호하다. 생업도, 엄마역할도 안하겠다는 것은 아닌데 잘하겠다는 의지도, 자신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그래도 모두들 그녀를 외면하지 않고 그녀 주위에 모여든다는 점이다. 못나도 부족해도 사랑스런 존재- 연희의 허그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랑이 많은 젊은 작가의 세상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회전을 통한 무대 전환은 대단한 무대가 아니었던 만큼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때마다 뭔가 바뀔 거라는 기대감을 관객들에게 주어 극에 활기를 불어 넣는 효과가 있었다.

– 연극평론가 정희수

7
어느 날 엄마가 여자가 되었다. 철부지 엄마와 속 깊은 딸의 이야기.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압력 앞에게 집요하게 환상을 고수하는 고집에 대한 이야기. 사실, 우리의 현실은 대중문화의 아이콘들로 구성되지 않는가? ‘~처럼 산다’도 삶의 방식 아닐까? 다만 공연 자체가 TV 드라마의 이미테이션처럼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었다. 한계일까? 적극적인 끌어안기일까?

– 극작가 김나정

 

 

*사진 출처: CJ AZ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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