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여성연출가전 총평/ 박정기

제 10회 여성연출가전 총평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놀땅의 최진아, 극단 노마드의 김민경, 프로젝트 옆집누나의 오승수, 극단 씨어터 백의 백순원, 케이뮤지컬컴퍼니의 서미영 등여성연출가의 공연작 평이다.

 

1, 극단 놀땅의 최진아 작·연출의 <그녀를 축복하다>

 

최진아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 현재 극단 놀땅 대표다. 작·연출로는 <연애 얘기 아님><사랑, 지고지순하다> <그녀를 축복하다> <금녀와 정희> <본·다> <1동28번지, 차숙이네> <예기치 않은> 그 외에 다수 작을 발표공연하고, 연출로는 <칼리굴라> <홍준씨는 파라오다> <다녀왔습니다.><매직 룸><담 담 담>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윤대녕의 천지간> <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그 외 다수다.

 

무대는 배경 왼쪽 모서리에 긴 등받이 의자와 원형탁자가 있고, 무대 오른쪽 벽 중간 기둥 옆에 낮은 의자가 놓여있다. 자전거와 긴 줄에 매단 빨래가 소품이다.

 

비오는 날 여주인공이 등장해 긴 등받이 의자에서 낮은 의자로, 춤을 추듯 무대를 가로지르며 감성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반백의 지성적인 모습의 남편이 등장하고, 약동감이 넘치는 모습의 젊은 무용선생이 여주인공에게 춤을 가르친다. 여주인공은 30대로 어린 남매의 어머니라는 설정이고, 춤을 배우며 무용선생과 몸과 마음이 밀착되는 과정이 극 속에 전개가 된다. 가깝게 되는 동기가 무용선생의 자전거 뒤에 올라타 함께 달리는 장면과 넘어져 서로 몸이 얽히는 장면이 그려지고, 그 후 입술을 마주하게 되고, 무용 교습 장이나 그녀의 집을 방문한 무용선생과 점차 몸까지 가까워진다. 그녀는 생의 황홀경에 빠진 듯 행동거지가 봄바람에 흔들리는 버들개지 같다. 그러다가 그녀는 남편에게 문득 이러한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의 말을 농담처럼 듣고 흘려버린다. 그러자 그녀는 남편과 무용선생의 대면자리를 마련한다. 세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아내가 무용가를 대하는 마음과 행동에서 남편은 그제야 아내에게 연인이 생겼음을 알아차린다. 당연히 남편의 분노가 표출되고, 아내를 잡아끌어 무용가로부터 떼어놓으려는 동작이 시작되고, 아내의 갈팡질팡하는 모습과 무용가가 아내를 잡아 단기는 모습이 펼쳐진다. 남편과 무용가가 치고받고 하는 모습과 아내가 말리는 모습이 실제가 아닌 슬로우 모션으로 연출된다.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고 세 사람이 지쳐 바닥에 나둥그러지는 장면에서 연극은 결말을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는 듯 끝이 난다.

 

이지현이 아내, 김용준이 남편, 이준용이 무용교사로 나와 성격창출과 연기에서 한 단계 상승된 표현으로 관객을 감성과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최진아 연출가 또한 극적 완만함과 긴장감을 서정적으로 표현해 극의 품격을 상승시켜 <그녀를 축복하다>를 성공작으로 만들어냈다.

 

2, 극단 노마드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원작, 김민경 연출의 <백묵원 유전유죄 무전무죄>

 

이 작품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구약의 솔로몬처럼 현명한 판관의 이야기를 담은 원나라의 <석필이야기>의 번역본을 1944년에 <코카서스의 백묵원>으로 번안한 연극이다.

 

극단 노마드는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백묵원 유전유죄 무전무죄>라는 제목의 음악극으로 재구성했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브레히트의 가장 시적이며 서사적 요소가 많은 작품으로 6막으로 재구성해, 세 가지 이야기, 즉 구성의 이야기, 그루셰의 이야기, 재판관 아츠다크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계곡에서 양을 치고 살다가 독일군의 침입으로 이주한 갈린스크 농장 주민들과 그사이 계곡에 이주하여 개발 계획을 세운 로자 룩셈부르크 농장 주민들이 독일군이 패퇴한 뒤 계곡의 소유권 다툼을 벌인다. 소유권은 사회적 관점에서 계곡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쪽으로 넘어가는데, 이것은 백묵 원의 재판에서 누가 아이에게 옳은 어머니인가를 사회적 관점에서 판결이 내려지는 것과 상통한다. 하녀 그루셰 이야기와 몰락한 지성인인 재판관 아츠다크의 이야기는 동시에 일어나는데 작품의 해설자이며 연출가인 가수에 의해 전개된다.

 

내란이 일어나 총독 아바시빌리가 반도들에 의해 참수당한다. 총독 부인은 끝까지 비싼 물건들을 챙기다가 갓난 아들을 버리고 도주한다.

 

아이를 떠맡은 그루셰는 험난한 피난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도중에 아이를 농가에 놓아두고 발길을 돌리기도 하나 결국 아이를 양자로 맞이하고 아이에게 호적상의 아버지를 만들어주려고 임종 직전의 병자와 형식적으로 결혼까지 한다. 어느 날 참전했던 약혼자 지몬이 그루셰를 찾아온다. 글러난 아이를 안고 있는 그루셰를 보고 오해하며 돌아간다. 그때 병사들이 법원의 영장을 가져와서 총독 부인의 요구라며 아이를 데려간다. 5막에서 다시 반란의 시점으로 되돌아가고, 주정뱅이 아츠다크는 재판관으로 선임되어 부자에게 뇌물을 받지만 민중의 편에서 판결을 내린다.

 

6막에서 아츠다크는 그루셰와 아이의 상속재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 총독 부인을 놓고, 하얀 동그라미 백묵의 재판을 벌인다. 그는 아이를 동그라미 안에 세워 두 여인에게 잡아당기도록 명하는데 그루셰는 아이의 고 통을 생각하여 손을 놓는다. 아츠다크는 그루셰를 진정한 어머니로 판결을 내린다.

 

이 음악극은 모든 출연자들이 해설자 겸 가수 역할을 한다. 전쟁터 분위기 창출을 위해 무대바닥에는 수많은 가늘게 찢어진 종이가 더미를 이루어 수북이 쌓이고, 출연자들이 거기에서 움직이고 뛰고 노래하며 뒹군다. 사각의 입체 조형물을 의자로 사용하고, 종이더미를 치워 백묵원을 만들기도 한다.

 

<백묵원 유전유죄 무전무죄>라는 제목처럼 최종판결을 유전유죄 무전무죄로 돌아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구자환, 김수민, 정성진 이정모, 강해진, 박영기 등 출연자들의 열연과 열창은 극단 노마드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키에 충분해, 베르톨트 브레이트 원작 김민경 재구성 연출의 음악극 <백묵원 유전유죄 무전무죄>를 성공작으로 만들어냈다.

 

3, 연출집단 Go 프로젝트 옆집누나의 오승수 작·연출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두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프로젝트 옆집누나의 오승수 작·연출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관람했다.

 

오승수는 프로젝트 옆집누나의 작가 겸 연출가다. <옆집누나> <비타민> <죽었다, 그녀가> <오래된 아이> <혼자가 아니다> <버려진 인형> <영화처럼> <오셀로·붉은 피… 튀다> <두데기 시인의 봄이 오면> <원더풀 데이> <투인 맥베스> <사무라이 혹은 감각의 드라마> <10분> <붉은 달> 뮤지컬 <블랙아웃> <좋은 친구> <화금석> <우상> <혼자하는 합주> 등을 쓰고 연출했다.

 

거창연극제 희곡상 수상, 밀양연극제 수상, 2인극 페스티발 수상,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 2인극 페스티발 희곡상 수상작가이고 차세대 예술인력 1기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무대는 어머니와 딸이 살고 있는 주택의 거실이다. 긴 소파가 놓이고 그 뒤로 낮은 장과 전화기 올려놓은 게 보인다. 선반에 꽃다발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객석에 TV 모니터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무대 왼쪽에 주방이 있고, 오른 쪽에 내실이 있고, 배경 왼쪽에 통로와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집 오른편 복도는 회상장면의 인물의 등장 로가 된다.

 

중년이지만 젊은 모습의 홀로 된 어머니, 그리고 30세가 지난 과년한 딸이 함께 살고, 가족을 잃은 남아를 데려다 양아들로 키워 그 역시 30세가 넘은 것으로 설정이 된다. 동료들의 결혼식 때마다 받은 부페 꽃다발이 선반에 수북히 쌓인 것이라는 것이 객석에 폭소를 유발시킨다. 딸은 직장에를 다니고 혼기가 지났으나 마땅한 결혼상대가 없고, 가끔 중매여인이 드나들지만, 띠 동갑이라며 12년 연상의 대머리 남자를 소개를 하니, 어머니가 화를 내는 장면이 전개가 된다. 딸은 결혼을 포기한 것 같은 의사를 내보이니, 어머니의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객석에 전달된다. 이집의 양아들은 남성 동성애자로, 상대남성이 돌연 여성과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분노와 슬픔을 폭발시키고, 누이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고 통곡을 한다. 그를 진정시키는 누이의 모습과 따뜻한 마음씨가 객석에 폭소와 더불어 다가든다. 어머니는 고독할 때면 죽은 남편을 떠올린다. 훤칠한 키에 미남인 남편은 부인에게 탱고 음과 함께 춤을 청하고, 부부가 함께 멋들어진 춤을 추던 추억에 잠긴다. 딸은 생활력과 자립심이 강하지만 아직 집 청소나 반찬꺼리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니, 어머니는 여자처럼 집안일을 잘 보살피고 반찬 만드는 솜씨가 있는 사위 감을 원한다. 어머니도 결혼을 할 생각을 갖지만, 과년한 딸 때문에 미루는 듯싶은 모습이고, 그래서인지 매일 보약을 챙겨 먹는다. 딸은 선을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상대가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를 않아 선 볼 때 마다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선보기는 계속되고, 최근에 선을 본 한 남자는 약혼반지까지 미리 준비하고 선을 보러 다니는 결혼 구걸 형이라 딸은 실망하고 되돌아온다. 어머니는 양아들이 여성스럽고 반찬솜씨도 있는데다가 누이를 친동기처럼 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두 사람을 맺어주려고 계획을 세운다. 귀가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결혼을 하기로 했다며, 헤어져 살 준비를 하라고 딸에게 이른다. 딸은 청천벽력처럼 어머니의 결혼소식을 듣는다. 어머니의 결혼으로 해서 딸은 따로 살, 짐을 꾸리게 되고 의지할 상대를 찾게 된다. 결국 결혼상대로 딸은, 여성 같은 양아들과 결혼을 할 결심을 하기에 이르고, 어머니와 딸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혼례를 치르기로 결정한다.

 

당일 날 어머니는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등장한다. 딸도 같은 차림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은 어머니에게는 상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결혼식 시간이 임박하자 어머니는 혼수상태가 되어 쓰러진다. 실은 어머니는 말기 암을 앓고 있는 환자이고, 평소에 먹던 약은 보약이 아니라 항암제였던 것으로 드러난다. 어머니는 혼례복을 벗고 평상복차림의 모습으로 일어나, 먼저 간 남편과 마지막 탱고를 춘다. 부부의 탱고 춤의 명장면을 남기고 어머니는 저세상으로 떠난다. 신부실로 어머니를 모시러 온 딸이 어머니의 죽음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구급차의 경적 음과 함께 암전이 되고, 잠시 후 조명이 들어오면, 새로 가정을 꾸민 딸과 양아들의 모습이 마냥 정겹게 관객에게 다가온다. 두 사람은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멋진 탱고 음과 두 사람의 춤이 절정에 이르고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서 연극은 감동의 마무리를 한다.

 

이성경이 어머니, 이지혜가 딸, 유 용이 양아들과 아버지의 옛 모습, 그리고 박초서가 중매쟁이나 양아들을 좋아하는 처녀로 등장한다. 4인의 출연자의 열연과 호연이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감동을 맛보도록 이끈다.

 

무대디자인·무대감독 장익렬, 조명디자인 이주용, 의상·분장 배은수, 조연출 고승연 등 스태프 진의 노력과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프로젝트 옆집누나의 오승수 작·연출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친 대중적이자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4, 극단 씨어터 백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진희·백순원 각색, 백순원 연출의 <햄릿>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극단 씨어터 백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진희·백순원 각색, 백순원 연출의 <햄릿>을 관람했다.

 

백순원은 극단 씨어터 백의 대표이자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인형의 집> <어멈> <개놈 프로젝트>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서바이벌 파라다이스> <소리 공감> <오션 블루> <난파> <고우 허 스토리 스톱 히 스토리> <대통령과 춤을> <소리로 나를 보다> <진흙> <고도 기다리기> <묘지클럽 세 여자> <하녀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12년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 수상, 2013년 2인극 페스티벌 연출 상 수상, 2014년 부산국제연극제 초우수작품상수상 등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무대는 유럽풍의 카페다. 번쩍이는 거울 같은 휘장이 벽면에 여지저기 드리워져 있고, 주류와 잔이 잔뜩 진열된 선반, 그리고 그 앞의 카운터와 카운터 바깥쪽의 의자, 꼭 닫힌 출입문, 벽면에 움푹 들어간 공간, 중앙의 원형의 돌출된 무대, 왼쪽 벽 가까이에 놓인 탁자와 의자, 오른편 벽 가까이에 배치된 전자건반악기 등이 원래 햄릿의 무대인 덴마크 궁정 풍경과는 전혀 다르다. 무희들이 등장해 폴카와 탭댄스를 추는가 하면, 오필리어는 의상에서부터 발레리나차림이다. 등장인물이 현대식 정장을 착용하고, 폴로니어스는 늘 상 미소를 띤 자상한 모습의 카페사장으로, 레어티즈는 핸섬한 젊은 지배인인 듯싶다. 클로디어스는 중년의 근엄한 표정의 미남 왕이고, 왕비 거투르드는 출중한 미모와 늘씬한 체격, 그리고 관능미가 넘치는 미모의 여인이다. 햄릿은 발작증이 있어 그 때마다 호레이쇼의 도움으로 약을 복용하고, 연극의 귀결은 검술대결이 아닌 권총으로 펼쳐지고, 대단원에서 햄릿이 복용할 약을 먹지 못해 실신을 하면, 햄릿의 영원한 벗 호레이쇼의 총연출로 포틴브라스 시절 햄릿부왕에게 빼앗긴 제국영토를 되찾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햄릿은 원래 정신질환과 간질발작 같은 질병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발작시마다 호레이쇼가 약을 복용시켜 발작을 진정시킨다. 햄릿이 부왕의 죽음을 규명해 보려는 연극을 공연하고, 숙부의 태도를 주시하지만, 숙부는 의연한 대토를 유지한다. 숙부의 동태를 추적해가며 주시하던 햄릿이 드디어 숙부가 혼자 있는 자리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니, 부친사망의 확증을 잡기는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어머니인 왕비 거투르드는 남자 없이는 못 사는 한창 나이이기에 주저 않고 시동생의 건강한 품으로 뛰어 들고, 어머니를 향한 햄릿의 충고와 주장은 그저 당나귀 귀에 코란 읊기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숙부에게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어머니의 행동거지에 분노하고, 숙부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해서 햄릿의 지병은 나날이 악화되어 간다. 모습은 물론 마음씨까지 아름다운 오필리어가 멋진 발레솜씨를 드러내지만, 증오로 눈이 뒤집힌 햄릿에게는 그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오필리어 만이 유일하고 만만한 상대라는 생각에서, 그녀에게 온갖 못된 행태는 다 드러내 보이고 핍박을 가한다. 그로인해 오필리어는 견디다 못해 미쳐버리고 만다. 햄릿의 나라인 덴마크에서는 모든 국민이 숙부왕의 국권찬탈집권을 차츰 당연시하는 태세이고, 햄릿의 투쟁은 고독하고, 소외되고, 도외시되는 지경에 이른다. 햄릿이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혁명적 거사를 일으키려 한다. 그러나 숙부왕은 미리 알아차렸는지 수행원 전원이 권총을 뽑아들고 햄릿에게 총구를 겨눈다. 숙부왕의 지시에 따라 엄청난 발사총성이 들린다. 그러나 쓰러진 인물은 숙부 왕으로 설정된다. 햄릿은 이 장면을 보고 충격을 일으켜 발작증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호레이쇼가 햄릿에게 다가가 약병을 꺼내 탁자위에 놓는다. 그러나 빈 약병이기에 햄릿은 발작 끝에 운명한다. 대단원에서 호레이쇼는 무대중앙으로 와 서서, 과거 덴마크에게 빼앗겼던 영토를 포틴브라스에게 되돌려 준다는 선포와 함께 공연은 끝이 난다.

 

유준원이 숙부왕 클로디어스, 이정국이 폴로니어스, 이혜진이 왕비 거투르드, 심하윤이 왕자 햄릿, 이수정이 오필리어, 박범규가 레어티즈, 강정민이 호레이쇼, 그리고 김지영, 고은영, 이윤주, 아창훈, 윤상웅 등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조만호, 음향디자인 박민수, 조명디자인 김희선, 무대디자인 김혜진, 움직임 이정국, 조연출 이미라, 조연출보 정수빈 등 스태프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하나가 되어, 극단 씨어터 백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진희·백순원 각색, 백순원 연출의 <햄릿>을 본고장인 영국 에딘버러에 가서 공연을 해도 좋을 독특하고 우수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 케이뮤지컬컴퍼니의 백윤승 작 서미영 연출의 자수궁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케이뮤지컬컴퍼니의 백윤승 작 서미영 연출의 자수궁(慈壽宮)을 관람했다.

 

서미영(1971~)은 서울출생으로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다. 극단 로얄씨어터 소속 연기자로 출발해, 셰익스피어 <소네트 검은 여인의 노래> 연출, 여성연출가전 <자수궁> 연출, <투르게네프 첫사랑> <8인의 여인들> <낯선여인의 함정> <안내놔 못내놔> <뮤지컬 투트레스> 연출, 뮤지컬 <펀펀마마 아줌마가 간다> 작, <아빠와 크레파스> 작 연출, <어린왕자와 바이올린 켜는 장미> 작 연출, 그리고 극발전소 301의 연기자로도 참가하고, 현재는 케이 뮤지컬컴퍼니의 대표 겸 상임연출이다.

 

자수궁(慈壽宮)은 세조의 계비인 근빈 박 씨의 궁으로 설정이 된다. 뮤지컬 자수궁(慈壽宮)은 단종을 폐위시키고 수양대군이 임금의 자리를 앉으니, 성삼문과 박팽년을 비롯한 집현전 학사들 중 단종을 복위시키려다 실패해 처형된 사육신, 그리고 박팽년의 누이인 세조의 계비인 근빈 박씨가 12지 신들과 펼치는 음악극이다.

 

12지 신은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으로, 제각기 자신들을 상징하는 백색가면을 쓰고 등장을 한다. 그중에는 세조를 끝까지 보필한 신숙주, 한명회도 등장을 한다.

 

박팽년(朴彭年, 1417~ 1456)은 성삼문(成三問)과 함께 집현전(集賢殿) 학사로서 여러 가지 편찬사업에 종사하여 세종의 총애를 받았다. 1438년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했고, 1447년 문과중시에 을과로 급제하고, 1453년(단종 1) 우승지를 거쳐 1454년 형조참판이 되었다. 1455년(세조1) 세조가 즉위하자 충청도관찰사로 나갔으나 조정에 보내는 공문에 신(臣)이라고 칭한 일이 없었다. 이듬해 형조참판으로 있으면서 성삼문 ·하위지(河緯地) ·이개(李塏) ·유성원(柳誠源) ·유응부(兪應孚) ·김질(金綢) 등과 함께 단종복위를 도모하다가 김질(金綢)의 밀고로 탄로되어 체포되었다. 박팽년(朴彭年)의 재능을 아끼는 세조의 회유도 끝내 거절하고, 심한 고문으로 옥중에서 죽었으며 아버지, 동생 대년(大年), 아들 3형제도 사형 당하였다.

 

이 음악극에서는 세조와 박팽년의 죽마고우지간이 소개되고, 박팽년이 역모로 처형을 당하게 되자, 근비 박 씨가 오라버니의 시신만이라도 온전하게 보존되게 해 달라는 간청, 그를 수락하는 세조, 그러나 한명회를 비롯한 신하들의 맹렬한 반대로 박팽년의 시신까지 능지처참을 당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문주희가 세조, 박진욱이 박팽년, 허지나가 근빈 박씨, 구대영, 지수호, 김태희, 이정수, 손종기, 김진희, 윤자애, 김소라, 윤효원, 이지연 등이 십이지 신으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과 무용으로 갈채를 받는다.

 

가야금 신민아, 바이올린 권찬미, 그리고 전자건반악기 연주자가 객석 가까이 자리해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무대 장익렬, 조명 이석원, 음악 김사랑, 움직임·무술지도 김태희, 가면제작 박성찬, 조연출 구대영 등 스태프 전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케이뮤지컬컴퍼니의 백윤승 작, 서미영 연출의 <자수궁(慈壽宮)>을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9월 28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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