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의 진단과 활성화 방안 연구/ 이신영

대학로 연극의 진단과 활성화 방안 연구

이신영

 

Ⅰ. 서론

 

서울 동숭동 대학로는 연극을 주업(主業)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 또한 흔히 ‘연극의 거리’, ‘공연 예술의 거리’라 부른다. 이는 서울의 인사동을 ‘전통의 거리’, 홍대 주변을 ‘인디와 다양성의 거리’ 등으로 각기 명명하고 권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을 활성화시키듯, 대학로는 연극을 기반으로 하여 발전된 지역임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대학로는 과연 연극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이 창발적(創發的)으로 드러나는가? 연극으로 특화된 문화지구다운 도시 환경적 조성과 공연예술 지원체계가 원활하게 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지금의 대학로는 대규모 상권이 형성되고 지대가 오름에 따라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까지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연극인들이 밖으로 쫓겨나게 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의 대표적인 공간이 되어 버렸다.

일반적으로 동숭동 대학로라 하면 혜화동 로터리에서부터 이화동사거리까지의 길게 뻗은 직선도로에 위치한 좌우 거리를 일컫는다. 대학로의 탄생 배경은 1979년에 대학로 소극장의 효시가 된 샘터 파랑새 극장에 이어 1981년에 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하고 1985년도에 차 없는 거리를 선포하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당시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의 대학생 등의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연극인들은 명동과 세종로 그리고 신촌 시절을 거쳐 본격적으로 동숭동에 둥지를 틀게 된다. 이후 대학로는 무대와 객석이 매우 가까운 소극장만의 매력이 관객들의 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서서히 공연예술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상권이 발달함에 따라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 임대료는 그 이전 서식지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연극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생존을 위협하는 근본 원인이 되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2004년 5월, 대학로는 온 연극인들의 염원에 힘입어 서울시와 종로구청으로부터 문화지구로 지정받게 된다. 하지만, 인사동 문화지구의 실패사례와 마찬가지로 대학로 문화지구 제도는 현장 예술인이 처해있는 정확한 상황과 수요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부족했다. 단지, 건물주의 조세 감면과 비 문화업종의 신규진입 규제 그리고 극소수 연극인에 대한 저리융자 등에 국한되었다. 결국 대학로 문화지구 제도는 연극인들이 그토록 바라는 실질적인 연극창작 환경 개선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오히려 치솟는 임대료는 대관료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져서 연극인들의 창작의지를 저하시켜 버렸고, 급기야 대학로 터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연극인의 존재 가치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지하다시피 대학로는 공연 관련 단일밀집 지역으로는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인사동, 경복궁 등 인근 지역의 문화 자원, 즉 전통, 미술, 역사 등과 연계하여 도시 활성화 및 경제에도 기여하는 문화관광자원벨트로 육성이 가능한 매우 큰 국가적 자산이다. 그러나 현재 지니고 있는 이점과 앞으로의 융합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학로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연극인, 민간극단, 소극장의 위치는 매우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태이다. 심각한 것은 이를 인식하여 전문적·지속적인 개념을 가진 연구를 통한 중장기적인 발전계획 수립과 실천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미 상당수의 연습실은 대학로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되었고, 오래된 전통으로 인지도가 높은 소극장들도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명동, 광화문, 신촌 시절을 거쳐 대학로로 서식지를 옮겼듯이 연극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탈 대학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이에 현재 대학로 연극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정책 연구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선행연구는 그 중요성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며, 그것도 주로 대학로 소극장 실태조사와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대학로 환경 변화 양상에 집중되었다. 정희섭 등(2010)이 연구한 ‘대학로 공연장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는 대학로지역 민간 공연장의 운영실태 및 환경 분석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통해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안성아 등(2013)이 연구한 보고서는 대학로 연극 생태계를 주요 구성주체인 ‘작품’, ‘공연장’, ‘연극종사자’, ‘관람객’으로 분류하고 이에 관한 실태를 추정 분석해낸 점이 타 연구와 비교하여 일정부분 성과를 보인다. 김규원(2014)의 논문은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대학로에서 예술가들이 지가 상승 및 상업화로 인해 퇴출되는 상황을 바이러스와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연구를 전개한 것이 타 논문과 차별화를 갖는다. 이원현(2005)의 글은 대형화 상업화에 밀려나는 한국의 소극장 문화를 유럽의 소극장 문화의 설립과 취지와 연계하여 다층적으로 분석해 낸 것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대학로는 문화지구 지정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서 급속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과 관련한 문제점을 분석한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우선 문화지구로 지정되기 이전 대학로포럼은 당시 서울시장 정책 특보들을 한자리에 모아 연극인들과 함께 “대학로, 왜 문화지구이어야 하는가?”라는 심도 깊은 토론회를 벌여 문화지구 지정에 대한 필요성을 공론화시켰다.(정재진 외, 2002) 이희정(2012)과 이상혁(2012)은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에서 개최한 학술보고서에서 각각 대학로 문화지구 관리계획의 발전적 개선방향과 해외의 문화지구 사례를 발표하였다. 이희정은 문화지구 내 권장시설 입지여건 개선, 문화지구 권장시설 유형 재분류, 문화지구 내 권장시설 각종지원 개선, 문화지구 내 업종 및 용도제한 개선, 문화지구 기금조성, 문화지구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상혁은 세계의 문화지구로 유명한 뉴욕의 첼시, 스페인 빌바오의 아반도이바라, 홍콩의 웨스트 구룡 등 3개의 문화지구의 성립 배경과 현재의 상태를 조망함으로써 대학로 문화지구의 발전방향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황금연(2014)은 대학로 문화지구에 대한 방문객과 주민, 상가 그리고 운영주체들의 대학로 문화지구의 현 상태에 대한 만족수준과 전반적인 피드백사이의 인과관계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진단하였다.

한편 탈 대학로에 대한 논의는 연구논문보다는 현장 연극인들의 활발한 토론회를 통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진척되어 왔으며, 최근 잇따른 소극장 폐쇄에 따라 재 점화되는 양상이다. 이현우(1999)는 ‘탈 대학로와 한국연극의 새로운 방향성 모색’이란 글을 통해 ‘탈 대학로’의 움직임이 해체가 아닌 다양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즉 새로운 연극 조건 형성과 새로운 연극의 창조를 가능케 할 새로운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서울연극협회에서 발간하는 TIS(2005)에서는 ‘연극계 이슈, 탈 대학로’란 제목으로 좌담이 열려 ‘탈 대학로’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과 문제의 핵심, 앞으로의 대응 방향 등이 논의되었으며, ‘탈 대학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극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하였다. 김규원(2014)의 연구에서는 예술 혹은 예술가란 존재가 단순하게 중립적으로 혹은 무색무취하게 도시의 개발 및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순수한 생각의 옅음, 그리고 예술이 도시개발에 있어서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고려되는 현실에서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가장 최근에는 임인자(2015)가 28년 역사의 대학로극장 폐관을 시발로 대학로 문화지구에 대한 문제점 및 탈 대학로의 논의가 재 점화되었음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2015년 5월 성북아트홀에서 공유성북원탁회의, 성북연극협회, 성북구청, 성북문화재단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길을 잃다, 길을 묻다>포럼에서 성북을 비롯한 타 지역이 탈 대학로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김소연, 2015)

대학로는 중심을 해체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과 임대료 상승 및 삐끼 등의 불법 상행위 등의 대안으로 제시된 ‘탈 대학로’라는 거센 논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극인들이 엄연히 활동하고 있는 연극의 메카이고 전 세계 공연예술의 허브로서 대대손손 물려줄 가치가 인정되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학로의 주체인 연극인의 창작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획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재의 대학로 연극의 문제점을 극단, 소극장, 탈 대학로라는 관점으로 진단한 이후에 이를 바탕으로 대학로 연극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부디 본 연구를 통해 대학로가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큰 공연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현 대학로 연극의 진단

본 논의에서는 대학로 연극이 대형화, 상업화 되어감에 따라 극단 체제가 붕괴될 수밖에 없는 요인을 추출해보고자 하는 데, 그 이전에 프로덕션 시스템에 비해 우월한 극단 체제의 장점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어서 소극장의 몰락 현황과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서 대학로 연극 장르의 획일화 문제를 거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연유로 인해 급기야 탈 대학로를 모색하게 된 작금의 상황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1. 극단 체제의 붕괴

극단에 입단하는 것은 연극 관련 학과에서 전공을 했든, 대학 극회 또는 특정 단체에서 연극을 배웠든, 연극인이라면 전문적인 연극 활동을 위하여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과거의 1960년대 공동 출자, 공동 운영 방식의 동인(同人)제 극단 형태는 아니어도, 극단 체제의 단원들은 결실이 있으면 나누고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감당하는 운명공동체적인 결속력이 있었다. 또한 이들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체로 비 상업성을 표방하며 최고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경주해나갔다. 지금의 대학로 연극은 바로 이러한 극단들의 수고와 희생정신이 큰 자양분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극단의 헌신적인 노력이 연극은 물론 뮤지컬, TV, 영화 장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출가 및 연기자들을 배출해낸 원동력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극단 체제는 단원들 모두가 극단이 표방하는 예술적인 성취 방향에 공감하고 미학적 목적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오랜 시간 함께한 세월의 깊이가 더해져서 각 극단마다의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게 된다. 다시 말해 극단체제의 장점은 연출가의 철학 및 연출 방향을 토대로 연극성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연기자와 스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연기자들끼리 눈빛만 봐도 맞아 떨어지는 기가 막힌 호흡이 극적 완성도를 더한다. 이는 곧 동일한 문법으로 단원들이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앙상블이라는 열매를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극단 체제는 오랜 기간 숙성된 단원들 간의 믿음과 호흡으로 인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특장점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영상매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연극만의 깊이 있고 살아있는 관극체험을 줄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며, 척박한 우리 연극계의 지평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프로덕션 시스템은 극단 운영에 따른 경제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연출 또는 연기 호흡을 맞추려다 보니 앙상블이 잘 되지 않아 일정한 예술적 성과를 내기가 수월치 않다. 또한 정해져 있는 시간적 제약과 상대적으로 낮은 참여자들의 소속감 때문에 극단에서 표방하는 연극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가 어렵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예술성을 지향하는 민간 극단들이 경제적, 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극단 체제를 고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극단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사실상 많은 수의 극단들이 예전처럼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워크샵 발표회를 갖거나 공연하는 통상적인 극단 운영 형태가 아닌, 이를테면 각종 문화예술 지원금이 결정이 되면 공연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 되었다. 극단의 이름은 존재하지만 사실상 활동하는 단원이 없는 유령극단이 많아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극단 체제가 와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극단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자 2014년도 현재를 기준하여 대학로에서 최근 년 2회 이상 공연 경력이 있는 단체의 대표(연출가)를 대상으로 한 1대 1 인터뷰 설문조사(60~50대 10명, 40대 10명, 30대 10명 이상 총 30명)를 2014년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카페 장에서 실시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단체 대표들은 극단 체제 운영이 연극작품의 질적인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있으며(설문지 문항 Ⅲ-1. 극단 체제 운영이 연극작품의 수준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하십니까? ①전혀 기여 못함 ②거의 기여 못함 ③보통이다 2명, 6% ④어느 정도 기여함 3명, 10% ⑤ 매우 기여함 25명, 84%), 연극계 발전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설문지 문항Ⅲ- 4. 극단 체제 운영이 연극계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하십니까? ①전혀 기여 못함 ②거의 기여 못함 1명 3% ③보통이다 ④어느 정도 기여함 5명, 17% ⑤ 매우 기여함 24명, 80%) 이렇듯 단체 대표들은 극단체제 운영의 순기능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지만, 정작 단체 운영 형태의 현실은 이와 일치하지 않았다.(설문지 문항 Ⅰ-3. 귀 단체는 현재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➀ 극단 체제- 9명, 33% ➁ 프로덕션 시스템 – 7명, 23% ➂ 극단 체제와 프로덕션 시스템의 절충 14명, 46%) 한편, 위 설문지 문항 Ⅰ-3에서 ➁와 ➂을 답한 연극인 중 과거 극단 체제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대표가 거의 대부분이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설문지 문항 Ⅰ-4. 위 3번 문항에서 ②와 ➂을 선택한 극단의 경우, 과거 극단 체제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①있다 19명 90% ②없다 2명 10%)

극단 체제가 점차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변화되거나 또는 이 둘의 절충으로 운영되는 것은 대학로의 연극이 상업화되고 대형화되었다는 데서 그 근본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개의 상업 연극은 장기로 임대해서 극을 올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대관료를 충당하기 위하여 젊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가벼운 웃음 위주나 멜로드라마 장르의 연극을 선호한다. 이들 작품은 주로 전문 공연기획사에 의해 선정, 제작, 홍보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친 상품으로서, 가능성이 보인다하면 전용 극장을 개관하여 안 그래도 부족한 연극 관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대학로의 상업화되는 연극에 관객이 집중되는 현상은 그나마 입장수익으로 어느 정도 제작비를 충당하는 극단에 큰 재정적 타격을 입혔다. 이에 맞서 민간 극단들은 저예산과 예술성 높은 작품을 기치로 내걸고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작비로 인해 매 작품마다 질적인 수준을 담보하기가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 등장한 이른바 제작극장 시스템은 상당히 높은 제작비와 우월한 공연제작여건으로 민간 극단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중시켰다. 이에 따라 민간 극단의 공연 주기는 길어졌으나 공연기간은 매우 짧아졌다. 뿐만 아니라 예전의 동인제 극단과 달리 현재는 대표가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조달하고 있고(설문지 문항 Ⅱ-3 귀 단체의 제작비 조달방법은 어떠합니까? ➀ 각종 지원금 40% ➁ 티켓 수익 20% ➂ 후원금 10% ➃ 대표 부담 30%), 적자 발생 시 거의 모든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설문지 문항 Ⅱ-5 적자가 발생했을 경우 비용처리 방법은 무엇입니까? ① 특정인이 모두 부담한다.(ex>대표 or 연출) 80% ② 참여자 모두의 비용으로 처리한다. 15% ③ 극단 부담으로 산정하여 추후 비용이 산입되었을 경우 우선 공제한다. 5%) 이렇게 특정인에게 부담이 집중되고 열악한 제작 여건이 지속되다보니 외부의 지원 없이 극단체제를 유지해나가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됨에 따라 결국 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허락되지 않고 단원들의 불만이 쌓여가자 어쩔 수 없이 민간 극단 대표들은 단원들에게 외부 공연과 영상 매체의 오디션을 권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극단 체제가 붕괴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는 민간 극단의 문제점을 타개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존재하는가?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보다는 의문 부호만 늘어가 종국에는 자포자기와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이 현재 민간 극단이 처한 현실이다. 각종 기관에서 발표하는 공연예술지원 정책을 보면 현장에서 고전 분투하는 민간 극단의 정확한 상황과 수요를 반영하고 있지 않아 그 실효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 소극장의 연쇄 몰락

요즘 대학로에서는 오락성이 짙은 연극이나 뮤지컬, 스타 마케팅을 앞세운 연극이 아니면 수지를 맞추기가 힘든 상황이다. 주로 CJ E&M과 롯데그룹이 지은 300석 이상 규모의 극장들에 뮤지컬이나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이 올라가며 30여개의 소극장에서는 저가 오락 연극이 하루에 3~4회씩 공연되고 있다.(장지영, 2015) 이렇듯 관객들이 영상매체와 사이버공간으로 이탈하는 어려움 속에서 투자자본이 뮤지컬과 같은 대형공연물에 집중됨으로써 주 관객층들의 발걸음은 대형공연장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연극인들의 당혹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이원현, 2005)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지난 2015년 3월에 28년 전통의 대학로극장(1987년 개관)이 폐관위기에 처해 약 150여명의 연극인들이 “대학로 소극장은 죽었다”는 목 메인 외침과 함께 상여 퍼포먼스를 하며 철거 반대 행진을 벌였다. 연극인들의 절박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대학로극장은 실제 폐관 사태에 이르렀고 그 자리에는 곧 이어 대형 식당이 자리 잡았다. 이것은 소위 상업 논리에 대학로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는 대표적 사건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특히 대학로극장은 초창기부터 대학로 연극을 상징하는 공간이라 연극인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매우 컸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었다. 무엇보다 대학로극장의 폐관 사태는 2011년을 기점으로 소극장들의 잇따른 폐관으로 재 점화된 ‘탈 대학로’ 논쟁 이후 각종 대책이 나왔지만 헛돌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1>최근 서울지역 폐업 소극장 현황

연번 극장명 폐업년도 폐업사유
1 배우세상 소극장 2011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2 대학로 우리극장 2012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3 바다씨어터 2012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4 미라클씨어터 1관 2013년 업종변경
5 학전그린 2013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6 이영란의 감성놀이터 2013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7 극단적인 사람들 2013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8 소극장 가변무대 2013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9 창작극장 2013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10 배고파씨어터 2014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11 문화공간 아리 2014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12 상상아트홀 블루 2014년 재건축으로 인한 철거
13 상상아트홀 화이트 2014년 재건축으로 인한 철거
14 김동수플레이하우스 2015년 건물주 업종변경 예정
15 서울문화예술대학 대학로극장 2015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16 익스트림씨어터2관 2015년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
17 서울호서아트홀 2015년 건물주 업종변경 예정
18 대학로극장 2015년 건물주 업종변경 예정
19 아리랑 소극장 2015년 공연환경보장되지 않음

<자료>한국소극장협회(www.smalltheater.or.kr) 재구성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5년간 지명도 있는 민간 소극장들이 잇따른 폐관 사태를 맞게 되었으며 폐관된 대학로 소극장 수도 20여개에 달한다. 이렇게 소극장들이 폐관사태를 맞게 되는 근본 원인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공연장 운영 재정의 어려움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재건축으로 인한 철거, 건물주 업종변경 등 소극장을 운영하는 연극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외부적인 변화 요인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폐관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대학로를 대학로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수많은 민간 소극장들의 존재이다. 대학로가 ‘문화지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해 온 민간 소극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정희섭 외, 2010) 이렇듯 민간 소극장을 지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상업화에 물들어가는 대학로 경향에 편승하지 않고 대체로 비 상업성을 추구하며 연극정신을 지켜나간 순수 연극인의 노력 덕분이다. 분명히 대학로는 이 척박한 땅에 연극이란 씨를 뿌리고 땅을 일궈 소극장 문화를 탄생시킨 연극인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실의 소산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연극인은 그 주인의 자리를 상업성을 앞세운 외부 세력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건물주의 조세 감면의 지원책이 소극장을 운영하는 연극인에게 임대료 인하라는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현실은 이에 반하여 임대료는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동덕여대, 상명대, 홍익대, 서경대 등의 대형 공연장 시설을 갖춘 대학로 캠퍼스는 높은 임대료 상승의 또 다른 주요 요인이 되었다. 이러다보니, 소극장을 운영하는 연극인들은 어쩔 수 없이 대관료를 올릴 수밖에 없고, 대관료 상승은 점차 연극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버렸다. 급기야 영세한 소극장은 공실률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 이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학로 주변부로 점점 쫓겨나는 신세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소극장 문화를 기반으로 고즈넉하고 낭만이 흘렀던 대학로 거리는 점차 소비와 향락의 거리로 변질되었다. 대학로 문화지구 제도는 소극장을 건립하는 건물주에게 용적률 인상과 세금감면이라는 엄청난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정작 소극장을 운영하는 단체에게는 별다른 지원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폐단이다. 더군다나 소극장을 운영하는 주체가 대기업 또는 기획사 등의 비 연극인인 경우가 많아 대학로 소극장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는 무색해졌다. 이렇게 연극인에게 돌아갈 혜택이 엉뚱한 데 쓰이고 있다 보니 많은 연극인들은 역설적으로 문화지구 제도의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요즘 관객들이 예술성을 지향하는 연극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으면서 소극장에서 올리는 민간 극단의 작품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공연되는 작품의 경향이 가벼운 웃음을 소재로 한 개그 프로그램이나 스타마케팅을 앞세운 뮤지컬로 획일화되어버렸다. 즉, 요즘 젊은 세대의 문화욕구와 영합하는 작품만 생산해내기에 급급하지, 실험적이거나 예술성을 강조하는 작품은 그 발자취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공연예술 주요 예매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띄워져있는 주요 배너나 예매 순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즉,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작품들은 거의가 단기 회수가 빠른 뮤지컬이나 스타마케팅을 앞세운 대중적이면서 상업적인 극들이고, 민간극단들이 제작한 예술 지향적인 작품들은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지금의 대학로는 상업적 논리와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일관성 없는 지원정책으로 인해 공연의 장르마저 획일화되어 점차 소극장문화가 퇴색되어 버렸다.

 

3. 탈 대학로의 모색

앞서도 말했듯이 대학로 소극장 문화는 척박한 공연예술 환경에도 불구하고 연극인의 피와 땀이 자양분이 되어 일궈낸 성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로는 이들의 노력과 기대와는 무관하게 거대한 상업지구가 되었다. 식당과 카페 등 상업시설의 증가에 따라 치솟은 땅값은 극장의 임차료와 대관료 상승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연극 제작비 상승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연극인들은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되었고, 급기야 주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난 것이다. 힘없는 연극인들은 결국 생존권 차원에서 새로운 활동 공간을 찾고자 탈 대학로를 모색하게 되었다.

TIS(2005)에서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하면 대학로는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이대로 상업적 연극의 거점으로 만들고, 다른 지역에 비상업적 연극을 하는 제2의 대학로를 만들거나, 다거점화를 통해 여러 개의 연극촌을 만들자는 대안이 대두되기도 하였다. 사실 탈 대학로에 대한 논의는 위와 같이 오래전부터 연극계 안팎으로 있어 왔으며, 최근 지명도 있는 소극장들의 잇따른 폐관으로 점차 확산 일로에 있다.

대학로 연극에서 주요하게 족적을 남기었던 연출가와 극단들이 새로운 도전과 실험정신을 가지고 실제 탈 대학로 흐름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우선 극단 미추는 1996년 서울에서 경기도 양주로 이주하여 ‘미추산방’을 설립한 후 마당놀이 등 민족적 정서를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극단 무천은 1997년 안성시 죽산면에 야외극장을 설립한 이후 실내 극장에서의 인위적인 기교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야외무대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흙, 바람, 물, 불 등 원초적인 물질을 사용함으로써 현대공연예술이 잃어버렸던 연극의 핵심적 교류의 주체인 연기자와 관객의 관계를 복원시키고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공연이 끝난 후 참여 아티스트들과 관객과의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허물고자 하는 시도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연희단 거리패는 1999년 밀양 연극촌을 개관한 후 곧이어 실내스튜디오극장과 야외무대로 이루어진 숲의 극장을 개관하여 밀양시민과의 만남을 시도하였다. 무엇보다 밀양 연극촌을 통해 주목해 볼 것은 이곳이 작품제작소이자 삶의 공동체로서 극 단원들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극단 뛰다는 2010년부터 강원도 화천에서 거주하며 자연과 예술, 지역문화가 담겨있는 순수공연예술 창작과 상업화에 물들지 않은 천천히 숙성되는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극단 노뜰은 1993년 연극의 사회적 가치를 통해 공동체적 작품을 만들고자 강원도 문막의 옛 초등학교를 거점으로 스튜디오와 터전을 꾸려 단원들이 함께 생활하며 창작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주요 극단들의 탈 대학로에 이은 각 지역에서의 정착화는 연극적 상상력을 보다 더 확장하고 또 능동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의 확보(이현우, 1999)와 더불어 1960년대 ‘동인제 극단’ 또는 1970년대 ‘소극장운동’의 기틀이 되었던 ‘연극정신’을 회복하자는 노력의 일환이란 차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전자는 명동, 신촌, 대학로를 거쳐 오면서 계속 반복되어 온 대형화·상업화에 따른 규격화 된 생산과 소비의 패턴을 과감히 벗어버리자는 데 초점이 있다. 즉, 좀 더 주체적인 생산자의 입장에서 연극의 소재를 다양화하고 형식을 다변화시켜, 새로운 극적 체험 또는 완성도 높은 연극에 목말라하는 관객과 만나고자 하는 시도인 것이다. 한 걸음 나아가 생존터 확장이란 차원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극단원은 물론 지역 주민 그리고 관광객과 함께 나누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던 것이 큰 호응을 얻어 결실을 맺게 된 경우다. 후자는 만연한 호객행위, 유흥화 되어 변질된 대학로 환경 속에서 퇴색되어가는 연극정신을 되찾자는 발로로 이해할 수 있겠다. 즉, 예술적으로 비 상업성인 작품을 지향하고 단원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는 동시에 공동체 의식을 되찾아 연극의 순기능을 회복하자는 시도인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극단들의 예는 대학로연극이 이미 지역의 새로운 생태계와 만나 다 거점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탈 대학로를 과감히 시행한 극단들은 각기 처해있는 환경과 목적은 다르지만, 정형화 된 틀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기반으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작품, 새로운 공간, 새로운 관객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탈 대학로’가 대학로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대학로는 여전히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의 중요한 심장 역할을 하고 있고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더욱 더 발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한 피상적 접근보다는 지금의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오래전 이현우(1999)는 대학로가 연극의 거리에서 상업적 거리, 유흥의 거리, 혼돈과 무질서의 거리로 변질된 이유도 있지만, 탈 대학로 움직임의 보다 근본적인 당위성은 대학로의 문화적 혼동 상태로부터의 도피라기보다는 대학로라는 연극생산체제가 제시하고 있는 규격화의 틀로부터 해방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김소연(2015) 역시 지금의 현안이 대학로 민간소극장의 임대료 상승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 ‘대학로’라는 장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도리어 연극을 창작하고 관객을 만나는 연극 활동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문제, 현재의 연극생산 방식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와 같은 논지들은 대학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공간이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당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신촌, 광화문, 명동 시절을 마감한 주요 원인이 상권 활성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이었다. 대학로를 떠나 다른 곳에서 둥지를 튼다 한들 소위 상업논리에 따라 규격화된 틀에 갇히게 된다면 또 다시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대학로 연극의 활성화 방안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학로는 극단 체제의 붕괴, 소극장의 연쇄 몰락 등의 이유로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고 급기야 탈 대학로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다양한 문화정책들이 도입되었지만, 현장 연극인들의 피부에 와 닿을 정도의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추진되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대학로 공연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논지를 종합하여 대학로 연극의 활성화 방안으로서 대학로 문화특구 지정, 대학로 연극창작 지원센터 설립, 대학로 구성원간의 연계협력 강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1. 대학로 문화특구 지정

논의한 바와 같이 대학로의 창작과 문화 환경은 문화지구 지정 그 이전보다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이렇게 된 직접적인 요인은 현장의 상황과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제도들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에 기인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자체가 지정하는 문화지구로는 대학로의 복잡하고도 산적한 현안을 풀기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면도 지적되고 있다. 앞서 본 연구자는 대학로가 도시 활성화 및 경제에도 기여 하는 큰 국가적 자산임을 언급한 바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대학로를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문화특구로 지정하여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범정부적인 지원은 국제지원, 국고 보조금 지급,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기금 등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행정지원의 뒷받침 외에 시설, 인력, 기술, 정보,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이 요구된다.(이희정, 2012) 이러한 범정부적인 차원에서의 적극적이고 다각화된 지원제도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상호 협력적 시스템이 대학로를 진정한 문화도시로 일신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해 문화특구 지정을 통해 가장 중점적으로 접근해서 해결해야 하는 사항을 보다 면밀히 세분화하여 추진해야 한다. 그런즉 대학로 연극의 실질적인 창작환경 개선을 위해서 대학로문화특구 지정을 통한 실효성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을 체계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바로 단기적 관점에서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육성 및 규제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하는 것과 장기적 관점에서 대학로의 창작과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공공사업 추진이다.

대학로 문화특구 지정 시에 담겨질 조례 중 가장 시급한 육성 정책은 연극단체가 운영하는 소극장과 민간 극단의 실질적인 지원 확대이다. 대학로는 분명히 소극장이라는 고유의 문화자원을 중심으로 그 곳을 토대로 활동하는 연극인들의 예술 활동을 보호하고 육성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지원 제도가 소극장을 활성화시킨 다는 명목 하에 건물주나 대형 기획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폐단이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대학로 문화특구 지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현장 연극인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에 민간 극단이 직접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창작기능을 수행하는 지, 작품의 경향과 수준이 어떠한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여 판별한 다음, 임차료 지원을 포함한 총체적인 지원 실행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더불어 민간 극단들이 연습실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소극장을 대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특구로 지정될 대학로에 다양한 용도의 공연장을 다수 건립하는 동시에 소극장 임대료 지원책을 마련하여 민간 극단이 1년에 최소 1~2차례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분명 연극인들이 창작 활동을 함에 있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극장 대관료이다. 따라서 저렴한 대관료로 민간 극단의 발표의 장을 열어줄 수 있는 공간이 대학로에 상시 운영되어야 한다.

대학로 문화특구에 담길 규제 관련 반드시 필요한 조례는 이른바 삐기를 위시한 공연 호객행위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legally enforceable) 법안 마련이다. 공연 삐끼들은 처음에는 혜화역사 출입구 주변에서 전단을 뿌리며 불법 호객행위를 하던 것에서 이제는 점차 조직화되고 기업화됨에 따라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로 골목 곳곳마다 자리를 선점하여 대학로 공연 관람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에 많은 연극인들과 연극관련 협회들이 종로구청이나 관할 경찰서에 진정서도 내보고 고소도 해보았지만,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더 그들의 기세를 확장하였다. 대학로에서 삐끼 또는 공연 호객행위가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요인은 연극이 영화와 달리 다양한 계층의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한 번의 잘못된 선택에 의한 공연 관람이 연극 전체의 부정적 이미지로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삐끼들이 호객 행위를 통해서 관람을 유도하는 대부분의 공연은 연극이라 하기 에는 민망할 정도의 저질 벗기기와 방송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질 낮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이 자신들을 연극인이라 칭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 또한 전단지를 배포하며 불법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연극인 중 하나라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료 관객 한명 당 얼마의 수익이 발생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어 한명의 관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팔을 잡아끌고,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관극을 유도하기 때문에 대학로를 찾은 일반 시민들은 이때의 불쾌감이 강하게 남아 공연관람은 물론 대학로 방문 자체를 꺼리게 되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즉 대학로의 암적인 존재인 공연 호객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 문화특구 지정에 따른 조례에 반드시 담겨져야 한다.

대학로의 창작과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공공사업 중 첫 번째는 ‘연극의 거리’란 대학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도시 환경적 설계이다. 지금의 대학로는 가족단위의 시민들이나 연인들이 연극을 보고 식사하며 거닐면서 공연예술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소극장과 더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서점과 레코드가게 등이 있었던 자리는 어느 새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각종 옷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저 상업적인 여느 도시처럼 소비와 향락의 대표적인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즉 대학로는 교통수단은 물론 발이 닿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연극의 거리’라는 도시의 특색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체험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방편으로 혜화역을 ‘대학로 연극의 거리 역’으로 개명하여 대학로의 고유 자산인 연극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 입출입구를 연극 관련 이미지나 조형물로 상징화시키고 중간 통로에 대학로 연극의 거리 역을 나타낼 수 있는 공연 관련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더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마로니에 공원, 낙산공원 주변에는 연극의 거리임을 드러낼 수 있는 ‘연극관련’ 박물관이 운영되고, ‘거리 극’, ‘마임’ 등이 상시 공연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로의 창작과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공공사업 중 두 번째는 대학로를 공연예술의 허브로 육성 발전시킬 정책 마련이다. 이를 위해 대학로 터의 개념을 성북동과 광화문 일대까지 확대시키되, 대학로는 ‘연극의 거리’라는 권역에 맞는 특성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로를 관광과 연계시키고 지역 및 외국에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동시대 주요 연극이 하나로 모이는 전 세계 연극예술의 허브로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중단 없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대학로가 세계적인 문화특구로 성장했을 때 그것을 통해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산출이 불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연극인 스스로도 기존의 관념과 틀을 과감히 깰 필요가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시간대에 공연하는 개념을 벗어나서 낮 시간대를 활용하여 다양한 공연 유치 및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로 주변에 아이디어를 내어 장소 특정적 공연(Site-specific Theater)을 할 만한 공간이 있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에딘버러 페스티발(Edinburgh Festival)같은 경우는 기존의 실내 극장 공간뿐만 아니라 성당, 지하철 역, 폐공장 등이 새로운 창작 발표공간으로 탈바꿈되기도 하는데, 이런 사례들이 대학로의 새로운 공연 공간을 찾는 데 있어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유연한 열린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2. 대학로 연극창작 지원센터 설립

현 대학로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연극인을 위한 직접 지원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로 연극창작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연극인의 창작지원만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육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의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의 수에 비해 이를 지원하는 기관과 시스템은 매우 미비하다. 현재 대학로에는 연극 관련한 기관으로 ‘서울연극센터’, ‘예술인복지재단’, ‘연극인복지재단’ 등이 운영되고 있는데, ‘서울연극센터’는 대학로를 방문하는 일반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다양한 공연 정보나 공연 관련 서적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의 성격이 짙다. 또한 ‘예술인복지재단’과 ‘연극인복지재단’은 재단 명에서 알 수 있듯이 창작 지원보다는 복지에 우선하여 지원하는 기관이다. 물론 최근 예술인복지재단을 중심으로 창작지원금 지원 제도가 실행되고 있으나, 예술인 개인 지원에 국한되고 있어 민간 극단의 활력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 강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로 연극창작 지원센터는 민간 극단과 연극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지만, 시간적·경제적·환경적 요인들로 할 수 없었던 다음과 같은 현안 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주어야 한다.

대학로 연극 창작 지원센터는 첫째, 디자인과 기획홍보마케팅을 컨설팅 하는 거점 기관이 되어야 한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민간 극단이 창작 활동과 더불어 작품을 판매하거나 알리기 위한 일련의 일들을 전문적인 수준으로 병행하기란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영세한 제작비에서 디자인과 기획홍보마케팅으로 쓸 수 있는 비용은 매우 제한적이며, 이를 전담할 인력이나 시간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학로에서 민간 극단들이 제작하는 대다수의 작품들은 관객들의 관람욕구를 자극하거나 제대로 된 공연정보를 제공하는 디자인적인 기본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 예전과 달리 감각적인 이미지나 영상을 선호하고 매우 빠르고 단편적인 정보를 주고받는 매체에 익숙한 동시대 관객들에게 이러한 디자인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고 통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 연극 작품을 나타내는 참신하고 독특하며 세련된 디자인적인 측면이 공연 창작만큼이나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메인포스터부터 배너, 리플렛, 티켓 등에 이르는 각종 오프라인 인쇄물 그리고 온라인 광고 배너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디자인 컨셉과 각 홍보물에 적합한 기능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민간 극단에서 제작하는 이러한 디자인적인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및 수준 제고가 연극창작 지원센터를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또한 연극창작 지원센터는 민간 극단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획홍보마케팅 전략을 컨설팅 해주어야 한다. 즉, 극단과 관객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업과 극단 간의 1:1 문화예술 연계협력을 강화시키며, 극단에 특화된 관객을 개발시키는 데 있어 도움을 주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를 DB화하여 극단의 주요 관극후원회원으로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대학로 창작 지원센터는 둘째, 연극 관련 인력과 컨텐츠가 모이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예산 지원만으로는 지금의 대학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이에 가내수공업적인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연극의 단점을 연극계 전체 차원의 문제로 확장시켜 공동 해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즉, 지금까지의 동인제 정신이 극단 개별적인 수준에서 머물렀다면, 이제는 모든 극단이 문을 열어 상생의 정신을 가지고 현안 문제들을 함께 극복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일종의 공연예술 인력 은행을 만들어 극단 간의 서로에게 필요한 연기자와 스텝 분야를 이어준다면 작품의 수준은 높아지고, 작품에 적합한 사람을 찾기 위한 소모적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기발한 공연 컨셉 또는 아이디어가 있는 개인이 있다면, 이에 공감하는 연기자와 스텝을 조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 공연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 또한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한번 쓰고 대부분 버려지는 무대, 소품, 의상 등의 물품을 재활용하기 위한 공유 사이트 운영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공연예술 관련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들이 함께 결합할 수 있는 on/off의 장이 대학로 연극창작 지원센터를 통해 실현되어 작품의 질적인 제고는 물론 민간 극단의 재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대학로 구성원간의 연계협력 강화

대학로는 하드웨어(도시와 건축적 인프라)와 소프트웨어(공연, 문화컨텐츠, 교육연계 등)의 결합이 있어야 하며, 기업, 공공기관, 지역주민,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된 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명확한 목표설정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역과 문화가 공생하며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이상혁, 2012) 따라서 대학로 창작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획기적 관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대학로 터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구성원간의 연계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극인, 주민, 상인 그리고 대학 캠퍼스 등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연계 콘텐츠 확충이 필요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 연극이란 대학로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대학로 구성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이른바 윈윈 전략의 하나로, 대학로에 소재하는 업소 중 ‘연극을 사랑하는 착한 가게’를 지정하여 파격적으로 시민들에게는 당일 공연티켓을 제시할 경우 30% 이상, 연극인들에게는 연극인증을 제시할 경우 보다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도록 유도하여 대학로 일대를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는 참여 업소에 세재 혜택을 주는 등의 정책을 수립하여 연극인과 지역상인 그리고 시민들이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지금과 같이 고사상태에 빠진 대학로 연극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지역 축제에서처럼 공연 관람 시 대학로 업소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대학로에 이미 진출해 있는 대학도 연계협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 대학은 대형공연장, 첨단 강의실이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 그리고 교수진으로 구성된 연극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풍부한 자산들을 지닌 대학들이 단지 고유 목적 사업이나 학과 커리큘럼만을 위해 대학로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학이 대학로의 책임 있는 한 구성원으로서 인적, 물적 자원을 연극인들을 위해 과감히 내어 놓을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보유하고 있는 극장을 일정 기간 무상 또는 저렴하게 대관하거나 강의실을 활용한 연습실 제공도 연극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수진들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연극인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당면한 지역의 현안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로는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연극인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연극인만의 전용 공간은 아니다. 대학로가 활성화 되려면 연극인, 주민, 상인 그리고 진출해 있는 대학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앞서 거론한 탈 대학로를 실행하여 지역에 뿌리내린 극단들은 무엇보다 주위의 버려진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어 의미를 부여한 후 지역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극 모색하였다. 이에 연극인들부터 팔을 걷어 부치고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연극 관련 공연과 교육프로그램들을 만들고, 또 그것들이 대학로 지역사회와 어우러져 상호 이득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하여 대학로가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의 숨쉬기가 가능한 그런 공간으로 탈바꿈될 수 있을 것이다.

 

. 결론

 

지금까지 현재의 대학로 연극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학로 연극의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대학로는 대형화, 상업화 되어가는 공연의 추세에 따라 극단체제가 붕괴되고, 소극장이 연쇄 몰락하고 있으며, 급기야 연극인 사이에 ‘탈 대학로’를 모색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본 연구자는 대학로 활성화방안을 다음과 같이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첫째, 대학로문화특구를 지정하여 단기적 관점에서 육성과 규제에 관한 시급한 조례 마련과 장기적 관점에서 대학로 창작과 문화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 구체적으로 문화특구에 담겨질 조례안 중 시급한 육성 정책은 연극단체가 운영하는 소극장과 민간 극단의 지원 확대를, 규제 정책은 호객행위를 법적으로 금지시키는 법안 마련을 제안하였다. 대학로의 창작과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공공사업 추진은 ‘연극의 거리’란 대학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도시 환경적 설계와 대학로를 공연예술의 허브로 육성 발전시킬 정책 수립을 제안하였다. 둘째, 대학로 연극창작 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하였다. 이 센터는 민간극단이 만든 작품의 디자인과 기획홍보마케팅을 컨설팅 하는 거점 기관이 되어야 하며, 연극관련 인력과 컨텐츠가 모이는 허브가 되어야 함을 제시하였다. 셋째, 대학로 구성원간의 연계협력 강화를 제안하였다. 이를 위해 대학로의 주요 구성원인 연극인과 상인 그리고 시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연계콘텐츠 확충과 대학로에 진출해있는 대학 캠퍼스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2004년 대학로문화지구가 선포되어 10여년이 흘렀지만, 소극장과 민간 극단 그리고 연극인을 위한 창작환경은 오히려 더 후퇴한 느낌이며, 연극의 거리라는 도시 환경적 조성은 체감되지 않는다. 더욱 더 암담한 것은 이를 개선하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루트나 구실점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정부적인 대학로 지원정책과 더불어 대학로 구성원 모두가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고사상태에 처한 대학로 연극 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극인 스스로의 자기 점검이 필요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금 대학로의 대형화, 상업화되어가는 공연에 맞서 이 땅에 동인제 정신과 소극장운동을 꽃피웠던 연극정신을 다시 회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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