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로 창단한 극단 공연총평/ 박정기

2016년 새로 창단한 극단 공연총평

 

1, 극단 퍼스트일육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역, 김국희 연출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대학로 JH 아트홀에서 극단 퍼스트일육의 창단공연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역, 김국희 연출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를 관람했다.

 

신정옥(申定玉) 교수는 1932년 함남 정평 출생으로 명지대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경북대를 거쳐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신 교수는 수많은 번역 작품을 남기고 있는데 영미문학 작품, 그 가운데서도 영미희곡 작품을 끊임없이 우리말로 번역한 공로로 1976년 실험극장 에쿠우스 장기공연 공로상, 1980년 한국일보 제16회 한국 연극 영화 텔레비전 예술 특별상, 1985년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100호 기념 최다 집필 상, 1985년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공로상, 1994년 명지대학교 제1회 학술상, 1996년 한국예술연구원 동랑 유치진 연극상, 1998년 한국연극예술 본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또한, 그는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신정옥 교수는 과거 영미희곡이나 구주대륙의 희곡을 일본어판을 참고해 번역한 1세대 번역가들과는 달리, 원작을 직접 번역한 영문학자이다. 최근까지 영미희곡과 셰익스피어 전 작품을 번역 완간하는 등 한국연극계의 이바지한 공로가 지대하다. 현재 국공립극단이나 경향의 각 극단에서 신정옥 교수 번역의 영미희곡작품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김국희는 숙명여대 산업공예학과와 동국대 대학원 연극학과 석사출신의 연출가로 <물의 노래>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 <상대방의 자리> <적빈> <파리떼> <흐르지 않는 시간> <고도를 기다리며> <로빈훗의 모험> <걸리버 여행기<<옛시절>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등을 연출한 미모의 연출가이자 극단 “퍼스트 일육”의 대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극작가인 토마스 미들톤(Thomas Middleton)이 1602년에서 1605년 사이에 공동집필한 희곡이다.

 

BBC방송 보도로 옥스퍼드 대 연구진은 “이 희곡작품의 어휘, 스타일, 문법, 운율 등에 대해 분석한 결과 공동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를 지도한 로리 매과이어(Rory, Maguire) 교수는 BBC 방송에 출연해 “공동 저자는 토마스 미들톤(Thomas Middleton)”이라며 “당시 희극, 비극, 서사시 분야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수준을 따르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의 데카메론(Decameron)에 나오는 3일째 날 9번째 이야기 <질레타와 나르보 이야기(Gilleta and nareubo story)>나, 윌리엄 페인터(William Painter)의 <쾌락의 궁전(The Palace of Pleasure)>이 원전이라는 설도 있다.

 

영화로는 1981년에 제작된 엘리야 모신스키(Elijah Moshinsky, 1946~)가 감독하고, 이안 찰슨(Ian chalseun), 안젤라 다운(Angela Down), 셀리아 존슨(Celia Johnson), 마이클 호던(Michael hodeon)이 출연한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가 기억에 남는다.

 

연극으로는 2007년에 북촌창우극장에서 공연한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신정옥 역, 남육현 연출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가 기억에 남는다. 조정민, 정주빈, 노윤정, 김장호, 오동규, 손수용, 이재선, 김상태, 이강철, 김미나, 김한준, 조윤정이 출연하고, 기획 오원심, 의상에는 서현숙, 음악 정상훈 등 출연자와 연출자, 그리고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드러난 공연이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는 국가공신인 부친이 죽자 아들은 국왕의 부름을 받아 궁성으로 향한다. 대도시로 떠나는 아들에게 모친은 “침묵으로 비난을 받을지언정 말로써 책망을 받지 말거라.”라는 당부를 한다. 그와 갓 결혼한 아내는 남편과의 첫날밤에 몸을 밀착시키지 못 했다는 설정이고, 아내의 부친은 동의보감의 명의 허 준과 다름없는 명의였다는 인물설정인데, 부친의 의술을 전수한 딸을 청송(靑松) 심(沈) 씨 가문에 맡기고 숨졌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랬는지 자기 집 하녀나 다름없는 여인과 혼례를 치른 주인공이 첫날밤부터 거들떠 보지를 않는 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보(家寶)인 반지를 아내에게 주면서, “언젠가 내가 마음이 동해 합방을 하게 되면, 그 때 정식 아내로 인정을 하겠다.”라는 언약을 하고 궁성으로 떠난다. 그를 따라 같은 또래이자 심보가 나쁜 하인도 동행을 한다.

 

궁성에서 주인공은 임금과 신하들의 환대를 받는다. 조선왕조 말엽 일제치하의 개화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게, 독립군 이야기가 내용에 첨부된다. 주인공은 훤칠한 모습에 멋진 노래와 춤으로 당대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리고 그 무렵 최고미녀의 사랑도 얻게 되고 그녀와 동침약속까지 하게 된다.

 

한편 주인공의 아내는 임금이 불치의 병을 앓고 있음을 소문으로 접하고, 시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은 후 상경해 궁성으로 들어가 임금의 지병을 치료해 완쾌시킨다. 임금은 만날 이마에 띠를 두르고 늘어져 있다가, 치료 후 황제제복을 입고 청년처럼 활보하며, 주인공의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주인공의 아내는 남편의 상대인 경성최고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의 환심을 사고 가까워 진 후 자신의 내력과 사연을 소개하고, 그 미녀와 남편과의 동침을 약속한 날 밤 침상에 불을 끄고 대신 들어가 남편과 한 몸이 된다. 거기에 가보(家寶)인 반지가 동침이후 주요 항목으로 부각되어 한몫을 한다.

 

대단원에서 결국 남편과의 별리를 아내의 인내와 지혜로 끝내고, 남편과의 합방은 물론 애정을 영원으로 이끌어 간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무대는 은박지로 배경전체와 무대 좌우의 등퇴장 로의 벽면을 장식했다. 용상을 상징하는 나무로 만든 의자형태의 조형물이 배경 가까운 중앙에 자리를 잡고, 연주는 녹음으로 처리되고 노래는 출연자들이 직접 부른다. 음악극이 아닌 준 음악극으로 연출되고, 고대의상과 현대복장이 병행된다.

 

하경화, 윤미영, 장은철, 편준의, 노현주, 김강희, 김정현, 양종윤, 백효성, 이수진, 유혜준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노래와 춤은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음악 우지현, 무대 표종현, 무대제작 TAF, 조명 송훈상, 영상 엠큐데이, 사진 민환기, 의상 김정향, 안무 리키아, 드라마트루크 임재열, 캘리그라피디자인 채영미, 분장 이소은 원예림 임아라 심슬기 이예림, 음향 조명작업 방선영, 조연출 이현, 기획진 한나라 이다솜, 홍보진 유현영 홍지현, 제작PD 김경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퍼스트일육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종옥 번역, 김국희 연출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1월 14일

 

2, 한국배우연합의 창단공연 오은희 작, 이주아 연출, 박웅의 <수상한 수업>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에서 한국배우연합의 창단공연 오은희 작, 이주아 연출의 <박 웅의 수상한 수업>을 관람했다.

 

오은희(1966~)는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출신이다.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희곡부문에 당선하고, 1991 부산연극제 신인연출부문 특별상 1997 국립극장 창작극공모 희곡부문 당선 1999 제8회 뮤지컬대상 극본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사랑은 비를 타고> <겨울연가> <달고나> <하루> <대장금> 외 수십 편의 뮤지컬극본과 <학생부군신위> 외 시나리오 다수, 창극 <배비장전> 등 친 대중적 작품을 쓰고, 흥행을 성공시키는 미모의 여류작가다.

 

이주아 연출가는 상명대 연극학부 연극학과를 졸업한 후 본격적인 연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현재는 크리에이티브 필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다.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오페라연극-시가 살아있는 공연'(수원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필), ‘박웅의 수상한 수업’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크리에이티브필), ‘대한제국외국공사 접견례'(덕수궁 정관헌,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크리에이티브필), ‘오페라연극 맥베스'(의정부음악극축제 음악극어워드 본선, 크리에이티브필) 등이 있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성균관 대학교 새천년 홀) ‘오페라 연극 겨울 나그네’ 등을 연출한 미모의 여성 연출가다.

 

박웅(朴雄, 본명 박광웅(朴光雄)은 1940년 9월 경북 문경출신으로 1963년 DBS 동아방송 공채 1기(현재는 KBS 한국방송공사 공채 6기로 간주) 성우로 데뷔하였다. 부인은 성우 겸 연기자 장미자(張美子)이다. 경상남도 부산 건국상업고등학교졸업하고, 경상남도 부산 연세실업전문학교영어학과 졸업했다.

 

1991년 4월부터1996년 7월까지 한국연극배우협회 처음 회장을 역임하였고, 1998년 2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제19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2010년부터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별명은 영국신사다.

 

출연한 작품으로는 1987년 영화 <아다다> 주연, 2001년 방영한 SBS 드라마 <여인천하>(윤원형 삼부자에서 아버지 역), 2003년 연극 <영웅시대>에도 출연하였으며 2008년 KBS 드라마 <전설의 고향>. 2011년JTBC 드라마 <인수대비> 그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하고 현재도 출연중이다. 1977년 동아연극상을 수상하고, 연극은 <레미제라블> <엄마를 부탁해> <인생은 꿈>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 <세빌리아의 이발사> 외 수백 편에 출연했다.

 

무대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무인도에 세워진 등대로 설정이 되고, 무대 상수 쪽에 계단과 난간을 통해 등대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면 등대 내부로 들어오는 통로인 직사각의 구멍이 마치 창문처럼 뚫려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등대 내부의 공간으로 설정이 되고, 2인의 등장인물의 거처 겸 연극연습장소가 된다. 거처에는 침상이 있고, 나무상자를 의자로 사용한다. 소품으로 왕관, 맥주깡통, 공책, 단검, 옷가방 돈 가방 등이 적절하게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바다낚시를 하는 나이 지긋한 남자와 젊은 남자의 한가로운 장면에서 시작된다. 파도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장면이라 관객은 도입부터 극에 몰입하게 된다.

 

나이 지긋한 남자는 판사출신이고, 젊은 남자는 희곡을 쓰고, 연출도 한다. 두 사람이 이 무인도의 등대로 오게 된 까닭이 자못 극적이다.

 

​판사는 말년에 “리어왕” 역을 해보기가 소원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젊은 연극연출가에게 일당, 백만 원씩을 지불하고, 청년에게 49일간 수업을 받는다는 설정이다.

 

수업장소가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섬의 오래된 등대다. 두 사람의 49일 간의 “리어왕” 수업이 극의 내용이기에, 발성연습에서부터 명확한 대사발음까지 연극연습장면처럼 시작이 되고. 청년의 희곡집필과정도 소개가 된다.

​청년은 “유령”이라는 희곡을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지와의 전달은 휴대전화로 하고, 가끔 가족과 친지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청년은 왜 하필이면 수업장소를 무인도로 잡았는가 하고, 불평과 불만을 자주 늘어놓지만, 5000만원이라는 금액 때문에 항의를 하다가도 금세 수그러든다.

 

연극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에게는 미묘하게 얽혀있는 사연이 있음이 객석에 감지된다. 판사 딸의 죽음이 리어왕에서의 호녀 코딜리어를 잃은 아버지의 심정으로 펼쳐지고, 자신의 딸의 죽음에 관련된 죄수에게 내린 판사의 선고로 인해 죄수는 바로 처형이 되었고, 판사는 딸에 대한 한을 몇 십년간 마음 속에 간직해 왔고, 그 때 처형된 그 죄수의 아들은 고아로 성장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청년의 희곡인 유령은 어려서 사형당한 아버지가 유령으로 등장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얽힌 내용과 성장해 연극인이 된, 바로 그 사형수의 아들인 고아에게, 담당판사로서, 또 딸을 잃은 아버지로써, 리어왕의 심정으로 죄수의 아들에게 한풀이를 하려한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제 법률 조항은,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사건은, 당사자인 법관은 재판을 맡아 할 수 없게 되어있고, 재판의 제척과 기피의 사유가 된다.

어쨌건 약속한 수업 날자가 거의 다 되자, 판사출신 사나이는 그러한 과거의 사실을 밝히고, 청년에게 아비대신 청년에게 그 복수의 한풀이를 하려한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청년은 판사소유의 단검으로 판사를 찌르고, 5000만원이 든 가방을 들고 도망하려 한다. 그러나 무인도에서 어디로 어떻게 도망을 하랴?

 

폭우가 쏟아지고, 혼자 두려움에 차 안절부절 하고 있는 청년 앞에 판사의 유령이 등장한다. 청년의 놀라움과 공포는 천둥벼락과 함께 배가된다. 그러자 판사의 유령이 단검으로 자신의 배를 찌른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한다.

 

청년이 괴이하게 여기며 바라보자, 판사는 날이 찌르면 도로 자루로 들어가는 연극용 소품임을 밝힌다. 그리고 청년의 희곡 “유령”의 집필의 마무리를 자신의 한풀이의 중단처럼 맺도록 권한다.

 

49일이 지나고 운항선의 기적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이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배를 타려고 선착장으로 향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박 웅이 <수상한 수업>에서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친다. 김재만의 호연과 열연도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젊은 작가 겸 연출가 역으로 박 준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박 준은 박 웅 선생의 차남으로 부자가 같은 작품에 함께 출연하게 되니 관객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필자도 박 준 군이 출연할 때 다시 한 번 관람할 생각이다.

 

무대 이윤수, 조명 장영섭, 의상 손진숙, 음악 최인양, 소품 박영애, 제작감독 최병규, 기획 홍근숙, 노주현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한국배우연합의 오은희 작, 이주아 연출 <박 웅의 수상한 수업>을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월 19일

 

3, 극단 두의 창단공연 동이향 작 연출의 <떠도는 땅>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두의 창단공연 동이향 작 연출의 <떠도는 땅>을 관람했다.

 

동이향은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한겨레신문 기자로 활약하다가 2007년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입선했고, 2008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 연극부문에 선정된 작가 겸 연출가다.

 

<떠도는 땅, 2016> <엘렉트라 파티, 2014년> <어느날 문득, 네 개의 문, 2009년> <당신의 잠, 2010년> <내가 장롱메롱 문을 열었을 때, 2011년>을 쓰고 연출하고, <버그는 존재하지 않는 주스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숲을 이룬다> <기차길옆 오막살> <해님지고 달님안고> 등을 집필 공연했고, 2009년에는 최명희 작 <오해>를 연출한 앞날이 기대되는 미모의 여류 작가 겸 연출가다.

 

<떠도는 땅>은 2014년 창작산실 연극부문 대본공모 당선작으로 2015년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이 되어 2016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초연작이다.

 

무대는 흔히 볼 수 있는 농촌마을이다.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시멘트 전봇대가 무대 하수 쪽과 객석에 세워지고, 객석 앞 무대 좌우 좌석에 백발의 남녀노인 인체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무대 상수 쪽 한가운데에 내다버린 것 같은 냉장고가 보인다. 냉장고에는 비닐이 덮여 있다가 출연자들에 의해 벗겨진다. 보트형태의 조형물에 평상을 싣고 출연자가 들여오고 내 가기도 한다. 비닐하우스는 양계장 역할을 하는지, 마을 노인들이 통에 담아내온 닭을 칼로 절단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소품으로 이동 형 트렁크가 등장하고, 무대 맨 앞좌석 가까이에 깊이 파인 직사각의 공간이 보인다.

 

내용은 아버지 장례를 치르러 온 아들과 부인의 이야기다. 아들은 2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으로 설정된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후 아들은 아버지 소유의 땅을 팔아 빚을 청산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장례 날 아버지의 시신이 없어지고, 시신이 없어지건 말건 아들의 부인은 문상을 온 같은 회사의 젊은 직원과 몰래 정분을 나눈다. 그런데 남편은 부인을 믿고 부인의 동태에 무신경이다. 그리고 빚을 갚아주겠다는 이 고장 후배의 말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 고장에 웬 낯선 인물이 찾아온다. 아버지를 찾는다는데 그 아버지 성함이 죽은 주인공 부부의 아버지와 같은 이름인 것으로 소개가 된다. 낯선 방문객은 트렁크를 끌고 다니는데 트렁크의 무게가 몹시 무거운 것으로 보아 트렁크 안의 내용물이 심상치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원래 이 땅에서는 양계를 했으나, 주인공 부친의 죽음으로 양계장이 부도가 난 것으로 설정이 되고, 여기서 일을 하던 촌로들은 임금을 받기 위해 닭을 도살해 팔기로 한다. 장례 날인데도 주인공부부의 여식은 친구를 만나러 나가 행방이 묘연하다. 주인공 부인은 같은 회사 직원과 야외 은밀한 장소에서 적나라하게 성행위를 펼친다. 시신이 없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주인공은 시신 없는 장례를 치르기로 한다. 그런데 낯선 방문객의 트렁크 안의 물건이 시신으로 추측되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처와 불륜행각을 벌이던 회사직원이 주인공에게 귀신의 전언이라며 한마디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자신의 무능과 죄책감에서 아버지가 남긴 마약을 몽땅 입에 털어 넣는다. 닭을 도살하던 촌로들이 죽은 사람의 시신이 없어진 것과 이 마을에 연쇄살인범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이야기한다. 마약으로 의식이 몽롱한 주인공에게 낯선 방문객이 트렁크를 넘겨주고 사라진다. 그리고 난 후 그 주변을 주인공의 딸과 친구들이 놀이를 하듯 배회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작가는 현대연극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세계명작희곡을 외면한 느낌이다.

 

창작산실 심사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을 해도 감동을 주는 작품을 선정하기보다는 희곡 작법만 보고 선정한 듯싶다.

 

선종남, 장성익, 김용준, 선노진, 이허원, 오대석, 정선철, 김현영, 박윤정, 전박찬, 이소희, 김석기, 임윤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관객을 몰입시키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드라마터지 김슬기, 무대디자인 손호성, 조명디자인 최보윤, 소품디자인 박현이, 의상디자인 김우성, 사운드디자인 윤민철, 움직임 이소영, 분장디자인 장경숙, 사진 장우제 그 외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합하여 극단 두의 동이향 작 연출의 <떠도는 땅>을 좋게 해석하자면 현대 표현주의 연극의 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하겠다.

2월 13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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