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4월 공연총평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4월 공연총평

 

박정기(朴精機)

 

4월에는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듯 우수한 연극작품이 한꺼번에 공연되었다. 우선 4월 공연총평을 게재하고, 2017년 신춘문예단막극전 총평,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예선 공연총평, 그리고 국공립극단의 공연작 총평을 별도로 게재한다.

 

1, 극단 인어의 데이비드 앨런 매밋 작, 신성우 재창작, 오승욱 연출의 <극장 속의 인생>

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인어의 데이비드 마멧 작, 신성우 번안·각색, 오승욱 연출의 <극장 속의 인생(A Life in the theatre)>을 관람했다.

데이비드 앨런 마멧(David Alan Mamet, 1947년 11월 30일 ~ )은 미국의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영화 감독이다. 현대 미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한명이다. 영화 심판(The Verdict)을 감독하고, 영화 <글렌게리 글렌 로스(GLENGARRY GLEN ROSS), 스파르탄(Spartan) 하이스트(Heist), 스테이트 앤 메인(State And Main), 윈슬로 소년(The Winslow Boy)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2006년 제10회 판타지아 영화제 각본상,1992년 제12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작가상, 1989년 제9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1989년 제9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재창작과 번역을 한 신성우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 출신이다.

2008년 [씸퍼씨]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마켓 3/4분기 마켓 최우수작 선정, 2011년 [죽은 듯이 고요한]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마켓 2/4분기 심사위원 추천작 선정,

시나리오 연출작품 <내 파란세이버> <귀먹은 베개> <사돈> <나의 더티 댄싱> <씸퍼씨스나크 사냥> <극장속의 인생> <오페라 연극 멕베스>

연출가 오승욱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와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대학원 출신이다.
연출작품으로는 <환생구역> 극<장속의 인생> <뮤지컬 찍힌놈들> <뮤지컬 큰길가에서> <아르트로 우이의 저지가능한 상승> 등이 있다.

무대는 두 선후배 배우가 함께 사용하는 분장실이다. 무대 양쪽에 의상을 걸어놓은 긴 옷걸이가 있고, 분장 대는 의상걸이와 마찬가지로 출연자가 이동해 들여오고 내갔다 한다. 후반부의 병원의 수술 장면 역시 출연자가 이동 배치한다. 도입이나 후반부에 배경 쪽 조명을 역광으로 비춰, 객석으로 설정을 한다.

연극은 도입에 공연을 마친 두 배우가 박수소리와 함께 배경 쪽을 향해 절을 한다. 40대 중반의 중견배우와 20대의 젊은 배우다. 곧바로 무대 앞쪽으로 돌아서서 분장 대를 무대 좌우에서 들여오고, 분장을 지우기 시작한다. 후배 배우가 선배에게 자신의 연기가 어떠했는가를 조심스레 묻는다. 선배는 괜찮았노라고 대답을 해준다. 선배는 머리에 스프레이를 하며, 익숙한 모습으로 분장을 지운다. 헤어지면서 선배가 술 한 잔을 하자고 후배에게 권하지만, 후배는 사양을 하고,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공연을 마친 후 분장을 지우며 선후배가 대화 하는 장면이 반복이 되고, 선후배 사이의 위계질서 같은 것이 강조되는 듯싶은 느낌으로 극이 전개된다. 그러나 공연이 거듭되면서, 후배는 가끔 대 극단 오디션에 지원을 하고, 선배에게 떳떳하게 밝히지를 못하지만 그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후배는 차츰 젊은 주인공을 맡는 일이 생기고, 차츰 선배보다 좋은 배역으로 출연하게 되니, 초자 시절의 위계질서를 등한히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게다가 선배에게 무엇을 가져다 달라고 심부름 비슷한 일을 시키기까지 한다. 선배는 마음이 상해도, 자신도 초자시절부터 겪어왔던 일이라 참아내지만, 언짢은 심정이 어찌 아니 들겠는가?

선배인 중견배우의 모습은 배우들만의 모습은 아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한 채, 정지 상태에 들어갈 때가 있다. 물론 안간힘을 쓰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해도, 거의 대부분의 인생은 성큼 성공적인 길로 발을 옮기지 못한다. 흔히들 운명과 관계가 있다고들 표현한다. 극의 내용도 연극 속 인생인지, 인생 속의 연극인지… 여하튼 그러한 삶 속에서<극장 속의 인생 (A Life in the theatre)>이 펼쳐진다.

후배가 뮤지컬 <라만차의 사나이(Man of La Mancha)> 오디션에 합격을 하고, 주인공 돈키호테 역을 맡게 되니, 선배의 표정이 질투로 일그러진다. 선배가 귀가한 후 후배는 뮤지컬 주제가인 “나는 나, 돈키호테” “잊을 수 없는 꿈” 등을 분장실에 남아 연습을 한다. 그 때 인기척에 놀란 후배가 분장실 휘장을 들치니, 귀가하지 않고 분장실 밖에서 후배를 몰래 지켜보던 선배가 이 노래들을 따라 부르는 것에서 선배 역시 오디션에 응모를 했으나 낙방한 것으로 객 석에 감지된다. 향후 선배의 질투로 인한 후배 연기 방해공작이 펼쳐지면서 대사를 까먹은 체 하여, 후배의 연기를 의도적으로 실패로 이끌어 가는 등 훼방공작이 펼쳐진다. 물론 두 사람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끌어 가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두 사람의 연기는 환자 수술 장면 도중 선배의 결정적 실수로 연극은 실패로 끝이 난다. 그로 인해 선배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손목의 핏줄을 절단한다. 후배가 놀래 선배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한다. 그러나 선배는 별 것 아니라며 후배를 돌려보낸다. 그리고……

한규남이 선배로 김정규가 후배로 출연해 제대로 된 성격설정과 호연으로 관객을 도입부터 극 속에 몰입을 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기획 박성우, 음향디자인 황동근, 조연출 김보경 주관 플레이유니온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어우러져, 극단 인어(대표 최원석)의 데이비드 마멧(David Alan Mamet) 작, 신성우 재창작, 오승욱 연출의 <극장 속의 인생(A Life in the theatre)>을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4월 1일

 

 

2, 무죽 페스티벌 극단 파수꾼의 알베르 까뮈 작, 이은준 연출의 <정의의 사람들>

혜화동 동국소극장에서 극단 파수꾼의 알베르 까뮈 작, 이은준 연출의 <정의의 사람들>을 관람했다.

알베르 까뮈(Albert Camus, 1913~1960)는 알제리 동부 몽도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고 알제 대학 철학과에 진학하지만 궁핍한 환경에서 얻은 결핵이 재발해 학업을 중단했다. 1938년 좌파 성향의 일간지 <알제 레퓌블리캥>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레지스탕스 기관지 <콩바>의 편집국장,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논설위원을 지냈다. 『페스트』 『전락』 『적지와 왕국』 등 소설과 산문, 희곡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1957년에는 43세의 젊은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3년이 안 된 1960년 1월 4일, 친구 미셸 갈리마르가 모는 차를 타고 루르마랭에서 파리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처녀작인 수필집, <표리(表裏)> 희곡 <칼리굴라> <오해>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소설 <이방인(異邦人)>과 <행복한 죽음> 등 다수 작품이 있다.

이은준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립극단 연출연수과정을 수료하고, 극단 골목길(대표 박근형)의 조연출과 연출을 담당한 후 2004년 국립극단의 <질마재 신화> <페드라 사랑>을 연출하고, 향후 <괴벨스 극장> <곰> <년> <코뿔소> <레지스탕스> <프랑스 정원> <소설처럼> <불씨> <속살> 등을 쓰거나 연출했다. 현재 극단 파수꾼의 상임연출인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정의의 사람들>은 1905년 2월 모스크바에서 일단의 사회주의 혁명당 소속 테러리스트들이 러시아 황제의 숙부인 세르게이 대공에게 폭탄을 더진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 칼리아예프는 실존 인물로서 카뮈는 희곡에서 그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했을 정도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임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제정 러시아기에 실제로 있었던 사회주의자들의 테러를 바탕으로 한 희곡. 정치적 테러는 장래의 추상적인 인간을 위해 현재의 구체적 인간을 희생하는 행위이다. 테러가 윤리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해 카뮈는 나름의 답변을 제시하고자 한다. 카뮈의 희곡 “정의의 사람들”은 1949년 12월 초연되었다. 이 연극은 독재자 세르게이 대공을 폭탄 테러하려는 러시아의 젊은 사회주의 혁명당원들의 이야기다. ‘야네크’라 불리는 주인공 이반 칼리아예프는 몇 달의 준비 끝에 마침내 대공이 탄 마차에 폭탄을 던질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그만 테러에 실패한다. 마차에 대공의 어린 조카와 조카딸이 함께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사랑한 동료 도라는 ‘만약 폭탄에 어린애들이 산산조각 났다면 우리의 혁명은 인류 전체에 증오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며 칼리아예프의 행위를 옹호한다. 그러나 또 다른 동료인 스테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리석은 감상 때문에 러시아의 다른 수많은 어린이들의 고통을 연장시켰다는 스테판의 비난과 미래 세대를 운운하는 동료들의 논쟁이 이어진다.

장면전환이 되면 다시 기회를 얻은 칼리아예프가 마침내 대공의 마차에 폭탄을 던져 그를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 그 결과 칼리아예프는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사형이 선고된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날, 죽은 대공의 부인이 그를 면회한다. 신실한 종교인이었던 그녀는 칼리아예프에게 황제에게 그의 사면을 부탁할 것이라 말한다. 칼리아예프는 그것을 완강히 거부한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타인이 생명을 빼앗은, 명백한 살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은 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그는 떠나기 전 도라에게 이야기 한 것을 상기한다. “이념을 위해 죽는 것. 그것만이 이념의 눈높이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야. 그것만이 나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어.”

아름다운 부분은 칼리아예프와 사랑하는 여인 도라와의 대화 장면이다. 칼리아예프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사랑하기 때문에 혁명과 테러에 참여했지만, 그는 도라가 가진 의문, “과연 인민은 우리들을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라는 의문에 답하지 못하고 사랑은 단지 주는 것이라고만 말한다. 이 정신적 자위.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칼리아예프는 도라 앞에서 이를 끝내 억누른다.

칼리아예프는 자신이 빼앗은 생명에 대해 스스로의 생명으로 대가를 치름으로써만,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대공비의 자비어린 청원을 단박에 거부하고 교수대로 나아간다.

마지막 장면은 사형을 당한 칼리아예프의 모습이 배경 막 앞 조명이 비추어진 공간에 등장하고, 도라는 칼리아예프가 나아간 길을 자신도 따르기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원재가 칼리아예프, 권 혁이 동료들의 지도자, 이동혁이 스테판, 배보람이 칼리아예프의 사랑하는 여성동료, 이기현이 알렉세이, 황재희가 대공부인, 그리고 남선우, 이현직 등이 출연해 각자 개성 넘치는 성격설정과 호연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감독 나영범, 무대디자인 김동원, 조명디자인 성노진, 홍보디자인 권영선, 음악 박민수, 오퍼레이터 홍수민 박희민, 기획 안소영, 진행 이상숙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파수꾼의 알베르 까뮈 작, 이은준 연출의 <정의의 사람들>을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4월 15일

 

 

3, 전영록의 소극장 콘서트 <추억더하기>

대학로 SH아트홀(대표 권순명)에서 전영록의 소극장 콘서트 <추억더하기>를 관람했다.

전영록(全永祿, 1954~)은 서울출생의 가수 겸 영화배우다. 그는 영원한 젊은 오빠라는 닉네임처럼 동안(童顏)의 소유자로 노래와 작곡 그리고 연주를 겸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

부친은 배우 황해 , 모친은 <봄날은 간다>로 유명한 원로가수 백설희다.

1971년 기독교방송 영 페스티벌로 첫 방송을 타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1973년 MBC 드라마 ‘제3교실’에 출연하면서 부터이다. 그리고 저 드라마에서 삽입곡 ‘편지’를 부른 것을 계기로 1975년 가수로 본격 데뷔한다. 이후 임예진, 김보연 등과 짝을 이뤄 청춘 영화의 주인공으로 단골 출연한다.

1980년대엔 남자 가수 중 조용필의 뒤를 이어 이용, 김수철 김범룡 등과 함께 2인자 그룹으로 인기를 누렸다. 이 시기 전영록은 <종이학>,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등을 히트시키며 청소년들, 특히 여중고생들에게 우상으로 군림했다. 여러 모로 한국 가요계에 아이돌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80년대 중반 중에서도 앞 쪽의 히트곡이며, 86~88년에는 ‘그대 우나봐’, ‘내 사랑 울보’, ‘하얀 밤에’, ‘저녁놀’로 가수로서는 최 절정기를 맞는다. 특히 86년과 87년 2년 연속으로 ‘KBS 가요 대상’ 대상을 차지했다.

특히,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 노래, 작곡, 라디오 DJ 등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활약한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다. 중년 이상이 아니면 그의 80년대 위상이 잘 와 닿지 못할 수 있는데, 2000년대를 기준으로 비교하자면 댄스 솔로 아이돌이자 연기자로도 유명세를 탔던 비와 상당히 유사한 행보를 구축했기에,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80년대 인기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MBC 황금어장 – 라디오 스타의 2008년 ‘박상민, 민경훈’ 출연 에피소드에서는 1980년대와 2000년대 가요계를 비교하며 두 사람을 직접 벤치마킹하는 시간도 가졌을 정도. 이와 더불어 전영록이 2000년대 스타였다면 비처럼 주식부자로 떼돈을 벌었을 거라고 하는 드립도 나온다.

특종 TV연예에 등장한 신인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을 평가했던 4명 중 한 명. 나머지 세 명은 작곡가 하광훈, 작사가 양인자, 연예평론가 이상벽으로 전영록은 해당 방송에서 ‘평가는 팬들 몫’이라고 했는데, 그날 이후 한국 가요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통에 뉴 키즈 온 더 블록에 비유하며 두루 뭉실 호의적으로 평가한데다가 애초에 팬 심으로 먹고 살지 않는 이상벽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방송 상에서 보여준 깐깐한 평가에 대한 후유증을 겪었다.

군대에서 보직은 통신병이었다. 연예계 대마초 파동이 일기 시작하자 부친인 황해가 군대, 그것도 빽 써서 전방으로 보내버렸다.

한편 당랑 권 유단자로서의 능력을 살려 액션연화 돌아이 시리즈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영록 본인의 너스레에 의하면 자기처럼 키 작은 스턴트 배우가 없어서 본인이 모든 액션 장면을 연기했다고 한다. 다만, 이두용 감독이 이 영화는 막 싸움이야. 라고 해서, 실제 액션장면에서 당랑 권은 흔적도 없으니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한국판 람보를 만들겠다며 나온 전쟁 액션물 독불장군은 지워진 역사가 되어버렸다.

한편 전영록은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일면도 있었으며 자신의 노래만이 아니라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작사, 작곡해 히트곡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지애의 <얄미운 사람>,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 양수경의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등이 작곡한 히트곡 중 일부. 인기 탤런트이면서 당시 라디오 DJ였던 김희애가 불렀던 <나를 잊지 말아요>도 전영록이 만든 곡이다. 전영록의 자녀들도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미디언 이홍렬과 동갑이자 중학교 동창으로 친한 사이이다. 근데 전영록이 워낙 동안이라서 친구인 이홍렬에게 “야~ 야~” 거리는 거 보고 주위에서 기겁하며 “윗사람을 왜 그렇게 함부로 부르냐?” 놀라면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TV에 나와서 말한 적 있다. 이번 전영록의 소극장 콘서트 <추억더하기>에도 등장을 한다.

2016년 연말에는 절친 혜은이와 함께 콘서트를 했고, 혜은이는 2017년 3월에 SH아트홀에서 혜은이 소극장 콘서트 <열정>에서 21곡을 불렀고,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타악기 연주석이 있어 여성 연주자가 자리를 잡았다. 그 좌우로 앰프기타와 통기타를 연주하는 3인의 남성연주자가 있고, 건너편에 전자건반악기 두 대를 배치해 2인의 여성연주자가 연주를 한다. 적절한 음 높이의 연주로 관객이 감상의 경지로 들어가 연주에 몰입하게 되고 공감대까지 형성된 공연이다.

객석은 아래 위층으로 마련되고, 400여석 정도라 소극장 콘서트를 개최하기에는 이상적인 조건이다. 전영록의 연령 때문인지 반백의 남녀관객이 객석을 가득 채운 공연이었다.

전영록 소극장 콘서트 <추억더하기>에서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저녁놀> <내 사랑 울보> <종이학> <애심> <불티> <그대 뺨에 흐르는 눈물>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 <이제 자야 하나봐>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그대 우나봐> <그대가 미워요>
<하얀 밤에> 등을 차례로 불렀고, 특히 페리코모(Perry Como, 1912~2001)의 노래 는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는다. 기타 맨과 개그맨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대화를 펼치기도 해 관객의 공감대와 갈채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공연 중반부터 후반에는 관객의 합창이 펼쳐지고 대단원에서 전영록의 앵콜 송으로 대학로 SH아트홀에서의 공연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 마무리가 되었다.

전영록의 천부적인 재능과 동안(童顏)으로 보아 그가 100세까지 공연활동을 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4월 19일

 

 

4, 애플씨어터와 안똔체홉학회의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 김정근 연출의 <강택구>

명륜동 성대입구 아트씨어터문에서 애플씨어터와 안똔체홉학회의 전훈사실주의 희곡전 전훈 작, 김정근 연출의 <강택구>를 관람했다.

전훈 작, 김정근 연출의 <강택구>는 시베리아 탈출 로드씨어터이다.

전 훈은 서울生으로, 보성고와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96년 러시아 모스크바 쉬옙낀 연극대 M.F.A.(연기실기석사)출신 연출가다. 1996년 희곡 [강택구]로 동서희곡문학 신인작가상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극단 애플씨어터 대표 겸 연출이고, 서울예대 연극과 출강중이다.

집필하거나 연출을 한 작품으로는 97 [결혼전야] (전훈/작) 아룽구지 소극장 외 다수, 97 [NANTA](Original version) 환 퍼포먼스, 호암아트홀, 98 [갈매기](체홉/작) 극단 떼아뜨르 노리-체홉 페스티발 참가작, ’98 [좋은?녀석들](이만희/작) 극단 연극세상, 아룽구지 소극장, 98 경주세계문화EXPO 메인이벤트 총연출 “인류화합음악축제” ”99 [벚꽃동산](체홉/작) 서울시립극단, 세종문화회관소극장 ’99-2000 [樂햄릿](조광화/작) 서울뮤지컬컴퍼니, 호암아트홀, 장충체육관 2001[유리가면]-episode1″기적의?사람”(전훈/각본)-열린극장, 인켈아트홀, 2001서울공연예술제”참가-바탕골소극장- 2002 [죽음의 토크쇼] (전훈/작) – 인켈아트홀, 2002 [월미도 살인사건] (스가 고헤이/원작, 전훈/번안) – 인켈아트홀, 2004 안똔 체홉 4대 장막전 [벚꽃동산]동국대극장,[바냐아저씨]국립극단,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수상) [갈매기] 정동극장, [세자매] 정미소, 2006 [유리가면]-episode5 “또 하나의 영혼” (전훈/각본) -인켈아트홀, 2008 [말괄량이 길들이기](셰익스피어/작) 서울시극단 – 세종M씨어터, 2010 [내일은 챔피온]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서울연극제 출품작, 무대미술상) 2010 [숲귀신] (안똔 체홉) 연출 게릴라 소극장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국내우수작 선정), 2011 <아마데우스>(피터 쉐퍼/작> – 국립명동예술극장

2014년 전훈은 안톤 체홉의 작품전체를 공연하기 시작했다. <숲귀신> <바냐 삼촌> <파더레스> <챠이카> <검은옷의 수도사> <벚꽃동산>을 비롯해 자작희곡인 <내일은 참피온> 그리고 피터 쉐퍼의 <아마데우스>를 연출하고 2016년 6월 12일부터 2017년 7월 6일까지 아트씨어터문에서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을 공연하고 있다.

김정근(1981~)은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전공,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출신의 연출가로 공연예술제작소 비상 대표다.

한국연극협회 대한민국청년연극인상 연출가부문 수상, 고마나루향토연극제 연출상 수상 <이랑>, 거창국제연극제 금상 수상 <환장지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인큐베이션사업 연출가부문 선정, 대학로문화재단 차세대연극예술가육성지원사업 선정되었다.

<오 마이 수퍼맨> <투어리스트 콘서트> <돈 크라이 이야기 콘서트> <이랑> <알파치노 카푸치노> 그 외의 다수작품을 연출한 기대되는 연출가다.

<강택구>는 1995년 전훈 연출가가 러시아 유학 시절 처음 무대에 올렸던 연극이다. 원작은 6.25 사변으로 인해 이별한 이산가족, 남과 북의 형제 이야기다. 실향민인 아우가 배다른 형제를 시베리아에서 만난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실향민의 아들인 전훈 대표의 작 연출로, 러시아에서의 초연 후 20여년이 지나, 후배 연출가에 의해 새로운 시각으로 공연된다.

무대는 직사면체의 철제조형물, 합판과 그 조각, 스티로폼, 탁자와 의자가 흩어져 있는 지하창고처럼 보이는 장소로 정면 오른편에 출입구가 보인다.

연극이 시작되면 기침소리와 코고는 소리가 암전상태에서 한동안 계속된다. 조그만 회중전등의 불빛이 실내 여기저기를 비추고 벽에 있는 스위치를 찾아 누르면 비로소 실내조명이 들어온다. 청년 한명과 기자 한명이 등장해 있고, 두 사람의 대화로 납치되어 이곳으로 끌려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청년은 강두만이라는 모스코바 유학생이고 기자는 최용갑이라는 이름이고 잡지사에 근무한다. 두 사람은 객석 가까이에 있는 모서리에서 또 한사람의 인물을 발견하고, 끌어낸다. 시체처럼 꼼짝 않던 인물이 움직이니, 두 사람은 놀란다. 일어난 인물은 이북말씨를 쓴다. 두 사람이 이북사람이냐고 묻는 질문에 자신은 조선족이라고 소개를 하며 시베리아 벌목공이고, 어머니에게 색깔 TV를 사다드리려 한다는 설명을 한다.

사실 최용갑은 러시아 유학생인 강두만의 이복 형 강택구가 시베리아에 벌목공으로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형제를 만나게 해 특종을 터뜨리려 하다 괴한에 의해 납치되어 이곳 지하실에 갇히게 된 것이다. 강두만이 벌목공 중에 <강택구>라는 인물을 아느냐고 물으니, 조선족은 <강택구>를 알지만 죽은 사람이라고 대답을 한다. 당연히 청년과 기자는 실망을 한다. 그러다 조선족이 모친께 ‘색깔 텔레비죤’을 사드리려고 벌목공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간 작은 어머니 때문에 자신의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정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비로소 자신이 <강택구>임을 털어놓는다. 청년과 기자는 놀라며 반가워한다. 그러나 청년은 배다른 형에게 맘을 열지를 못한다. 그러나 한 핏줄인 것으로 해서 형제는 자연히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최용갑 기자에 의해 마침내 출구를 찾게 되고 세 사람을 모두 탈출시키려 하니, <강택구>는 출구를 막아선다. 자신은 죽어도 더 이상 이산가족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고인이 된 양쪽 어머니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이산가족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눈물을 쏟으며 부르짖는다. 비로소 형제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형제는 서로 긍휼히 여기며 신뢰와 사랑을 회복한다. 이념이나 사상보다 우위에 있는 한 민족, 한 형제, 똑같은 인간이라는 주제가 객석에 전달이 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고훈목이 잡지사 기자, 한덕호가 강택구, 양한솔이 강두만으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설정과 사투리구사, 그리고 연기력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 전훈 작, 김정근 연출의 <강택구>는 한운사 선생의 명작 <남과 북>에 비견된다. 남과 북은 이산가족 중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다뤘고, <강택구>는 비록 배다른 형제지만, 형제간의 우애를 다룬 작품이다. 실향민 이산가족의 자제분인 전훈 애플씨어터 대표의 직접 자신의 체험작이라 할 수 있에, 언젠가 통일이 이루어지면 <남과 북> <강택구> 두 작품 다 남북에서 공연되어 관객 모두의 사랑을 받을 작품이라 평하겠다.
4월 21일

 

 

5, 예술의전당 기획 제작 후안 마요르가 원작, 김재선 번역, 김동현 연출, 손원정 리메이크 연출의 <맨 끝줄 소년>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 자유소극장에서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 작, 김재선 번역, 김동현 연출, 손원정 리메이크 연출의 <맨 끝줄 소년>을 관람했다.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 1965~)는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현재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1997년에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 1892∼1940)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드리드와 근교의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마드리드 왕립 드라마 예술학교에서 교수로 지내다 현재 카를로스 3세 대학에서 무대예술 강좌를 총괄하고 있다. 2011년에는 ‘라 로카 데 라 카사(La Loca de la Casa)’라는 극단을 창립해 1년에 한 번 직접 연출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연극은 즐거움과 감동 외에도, 관객들이 자신의 삶과 자신이 사는 세상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뭔가를 던져 주어야 한다고 마요르가는 생각한다. 관객의 상상력이나 감각에 도전하면서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비판하며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공간이 연극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수학과 철학을 전공한 자신의 이력을 증명하듯, 극 언어가 수학처럼 정확하기를 추구하고, “연극은 철학처럼 갈등에서 출발하며 철학자들이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질 수 있다. 위대한 연극, 가장 좋은 연극은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라며 철학하는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진정한 연극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거나 회피하는 것에 시선을 고정시키도록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Cartas de amor a Stalin)>(1999), <천국으로 가는 길(Himmelweg)>(2003), <눈송이의 유언(Últimas palabras de Copito de Nieve)>(2004), <하멜린(Hamelin)>(2005), <다윈의 거북이(La tortuga de Darwin)>(2008), <영원한 평화(La paz perpetua)>(2008), <비평가(El crítico)>(2013), <갈라진 혀(La lengua en pedazos)>(2013, 작가의 첫 연출작) 등이 있다. 이외에도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 고전 작품을 각색해 무대에 올리며, 2014년에는 작가의 대표작 20편을 모은 희곡집을 출판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는 물론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아랍어, 그리스어 등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다양한 나라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한편 후안 마요르가는 2009년 <다윈의 거북이>(서울시립극단, 김동현 연출) 서울 공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연극론에 대해 강연한 바 있으며, 2012년에는 <영원한 평화>(코끼리만보 극단, 김동현 연출), <하멜린>(코끼리만보 극단, 황재헌 연출), 2013년에는 <천국으로 가는 길>(코끼리만보 극단, 김동현 연출)이 서울에서 공연되었다.

번역을 한 김재선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스페인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한국외대, 이화여대에 출강하고 있다. 후안 마요르가의 ≪다윈의 거북이(La tortuga de Darwin)≫(2009), ≪영원한 평화(La paz perpetua)≫(2011), ≪하멜린(Hamelin)≫(2012), ≪천국으로 가는 길(Himmelweg)≫(2013)을 번역했다.

연출가 김동현(1965~2016)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예종 연출과(예술전문사)에서 공부했다. 2007년부터 극단 코끼리만보 대표를 맡았으며, 2010년 12월부터 1년간 국립극단 상임연출도 했다. 한예종, 국민대, 상명대 등에서 강의했다.

2009년 연극 <다윈의 거북이>로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와 인연을 맺은 이후 이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영원한 평화(2012)>, <천국으로 가는 길(2014)>에 이어 지난해 11월 예술의전당에서 올린 <맨 끝줄 소년>이 마지막 작품이 됐다.

고인은 수년에 걸쳐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가운데서도 매년 꾸준히 작품을 올렸으며, 2011년 수술로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2016년 재발해 12월께부터 상태가 악화하면서 숨을 거뒀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김상열 연극상,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한국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베스트 5 작품상, 신인 연출상 등을 수상했다.

손원정은 <썬샤인의 전사들> <그 샘에 고인 말> <템페스트> <천국으로 가는 길> <말들의 무덤> <영원한 평화> <맨 끝줄 소년> 그 외의 다수 작품에서 드라마투르크로 활약했다. 고 김동현과 짝을 이루어 극단 코끼리 만보에서 활동하다가 첫 연출을 맡게 되었다.

<맨 끝줄 소년>은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가 저술한 동명의 극본을 모티브로 국내 대표 중견 연출가 김동현이 해석하여 연출한 연극으로, 2015년에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선보였다. 김동현 연출가는 이전에 후안 마요르가의 다른 작품 <다윈의 거북이>를 연출하여 2009년 평론가 협회에서 뽑은 베스트 작품으로 선정된 적이 있다. <맨 끝줄 소년>은 후안 마요르가 작가가 실제 수학을 가르칠 때, 어떤 학생이 시험지에 답을 적는 대신에 시험공부를 하지 못한 이유를 적어서 제출했던 경험에 기인하여 만든 작품이다. 연극은 시간의 흐름, 장소의 일관성, 그리고 의식의 경계를 상식적인 것에서 벗어나 무대에 배치된 테이블과 조명, 그리고 라이브 음악으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의 시공간에 정착해있지 않은 텍스트들이 남긴 여백을 배우의 연기와 무대 연출로 채우고, 마지막으로는 관객들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작품이다. 후안 마요르가는 ‘연극은 철학처럼 갈등에서 출발하고, 철학자들이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질 수 있다.’는 연극철학을 가진 극작가다. 그의 철학에 맞게 연출된 <맨 끝줄 소년>은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가지도록 만든다.

무대에는 네 개의 탁자와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다. 정면에 여러 개의 문이 달려있고, 문을 열면 복도로 연결된다. 무대 좌우에 유리백면으로 차단된 공간이 있어, 상수 쪽 공간 안에는 연주석이 마련되고 전자건반악기를 연주하고 구음을 발한다. 하수 쪽은 통로로 사용이 된다.

연극은 도입에 고등학교 교실의 수업시간이 펼쳐진다. 고등학교 문학 교사 헤르만은 학생들이 제출한 작문 과제들을 채점하며 실망한다. 그러다 교실 맨 끝줄에 앉는 클라우디오의 작문을 보고 흥미를 느낀다. 같은 반 친구 라파의 가족을 관찰하는 내용을 담은 클라우디오의 작문은 라파네 가족에 관한 내용으로 소설 같으면서도 현실 같다, 교사 헤르만의 아내 후아나는 클라우디오의 글이 라파의 가족을 관찰하는 것과는 달리 라파의 어머니를 향한 도덕성을 일탈한 어떤 욕정의 기미를 발견하고 남편인 헤르만에게 제지하도록 당부한다. 하지만 헤르만은 문학적 재능을 가진 클라우디오가 계속 내용을 발전시켜가길 바라고 오히려 격려를 한다. 클라우디오는 더 매력적인 소설을 쓰기 위하여 도덕성을 일탈하는 위험한 생각을 현실화 하려 한다. 헤르만은 뒤 늦게야 클라우디오에게 글쓰기를 멈추라한다. 하지만 헤르만의 문학 지도만 멈출 뿐 클라우디오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연극은 헤르만과 클라우디오를 중심으로 6명의 등장인물들 각각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헤르만은 문학 선생이지만 자신의 문학에 대한 재능은 도스토예프스키, 괴테 등을 읽으며 쌓아온 후천적인 것이다. 그는 문학 수업에서 타고난 문학적 재능을 가진 클라우디오의 글을 보고 자신이 과거에 이루지 못한 문학가로써의 꿈을 클라우디오를 통해 이루고 싶어 한다. 클라우디오는 관찰을 좋아하는 소년이다. 그는 반 아이들 모두를 관찰할 수 있는 교실 맨 끝 줄에 앉아있다. 그러던 중 같은 반 라파의 평범한 가정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다.

수학을 잘하는 클라우디오는 라파에게 수학을 가르쳐준다며 접근하여 작문을 매개로 관심 있던 라파 가족을 관찰하려는 욕망을 계속 채워간다. 그리고 글을 계속 써가며 처음의 욕망보다 더 크고 위험한 욕망으로 그의 작문은 현실과 소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더 이상 지도하지 않을 것이니 작문을 멈추라는 헤르만의 말에도 자신은 끝까지 글을 쓸 거고 그들을 지켜볼 거라며 말한다. 라파는 여느 고등학생 남자애들처럼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다. 수학을 잘 못하는 라파는 철학을 못하는 클라우디오와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며 친구로 생각한다. 하지만 클라우디오가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그것이 자기 가족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

라파의 어머니 에스테르는 중산층 가정의 아내로 집을 꾸미고 가정을 지키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아들 라파의 친구인 클라우디오를 통해 가정에 묶여 이루지 못한 자신의 꿈과 자기 자신에 대해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특히 클라우디오가 비조차도 저렇게 맨발로 춤추지 않는다는 시구로 인해 그동안 참아 오고 자신도 깨닫지 못한 춤에 대한 욕망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라파와 함께 공부한다며 집으로 가지 않는 클라우디오와 라파의 어머니 에트테르는 깊은 밤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대단원은 작문의 완성과 함께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는 것에서 연극은 결말을 맺는다.

박윤희가 작문교사 헤르만, 백익남이 라파의 아버지, 우미화가 클라우디오의 어머니, 김현영이 라파의 어머니 에트테르, 전박찬이 클라우디오, 유승락이 라파로 출연해 호연과 성격창출로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나경호와 유옥주가 연주와 구음으로 극적 분위기를 100% 상승시킨다.

무대 박상봉, 조명 김성구, 의상 이명아, 분장 이동민, 음악감독 김태근, 소품 송미영, 조연출 장현주, 조명보 지소연, 의상보 김진아 한예진, 분장보 이유미, 조명오퍼 이은송, 조명크루 최우찬 정호진 최연수 류모아 이건혁 한병수 김재경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예술의전당(대표 고학찬) 기획 제작,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 작, 김재선 번역, 김동현 연출, 손원정 리메이크 연출의 <맨 끝줄 소년>을 청소년들이 관람하기 좋은 공연물로 창출시켰다.

4월 22일

 

 

6, 극단 두레의 김용을 작, 이효윤 연출의 <오! 마이 러브>

대학로 두레홀 4관에서 극단 글로브의 김용을 작, 이효윤 연출의 <오! 마이 러브>를 관람했다.

김용을은 극작가 겸 연출가로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사)한국여성문화예술인총연합(KoWACA) 법인 사무국장, 사)한국연극협회 정책개발위원회 정책위원, 극단 글로브극장(110-91-80162) 代表, 도서출판 글로브(제307-2011-51호) 代表다.

주요 작품으로는 희곡 <퍼펙트 라이프> <환생> <누이야> <첫사랑> <동치미> <쾌도난마 정도령> <손님> 등과 뮤 지 컬 <누이야> <연가> <위기탈출 넘버원>을 발표하고, 시나리오로는 <동치미> <누이야> <그 여자 엘림, 수선화> 등이 있다.

연극 <동치미>로 2015년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을 수상하고, 2014년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에서 특별상, 인기상, 공로상, 남녀신인상 등을 수상 한 바 있고, 지난 2013년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에서는 영예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연출을 한 이효윤은 서경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극단 코스모스의 대표이자, 2015년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연기상’에 빛나는 미녀배우이기도 하다. <첫사랑> <동치미> <손님> <퍼펙트 라이프> <오! 마이 러브> 2001 친구 (단편영화) 부천국제영화제, 2002 빨간 구두 (단편영화) 부천국제영화제 등에 출연했다.

“밤새 연애편지를 써가며 설렘으로 긴 밤을 지새웠던 아날로그 시대의 사랑이 점점 더 그리웠다”며, “때로는 알콩 달콩하게 때로는 가슴 절절하게 사랑하는 두 사람의 연애 과정을 통해 ‘띠동갑 케미’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연출의지를 밝혔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방으로 설정된 공간이 있고 그 좌우로 골목길이 있다. 그 앞쪽은 연극연습장소나 연극 포스터를 붙이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나무벤치를 이동 배치해 장소변화에 대처한다. 무대 앞부분 좌우에는 푸른 잎이 보이는 나무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부분조명으로 장소변화나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키고, 음악효과로 관객의 가슴을 두드리고 깊은 상념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연극은 삼십대 중반인 무명의 연극배우와 띠 동갑인 이십대 초반의 재미교포 출신의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여기자 겸 대학원생의 러브스토리다. 여기자는 취재차 노총각 연극인과 상면하고, 그의 순진무구한 성격과 열정하나로 연극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살포시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결혼할 형편은커녕 자신의 앞가림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라, 연극배우는 다가서는 여인에게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여인은 배우가 길거리에서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고, 여인이 반갑다고 끌어안아도 배우는 무반응을 나타내려 애쓰고 떼어놓기까지 한다. 연습실에서 종적을 감추니, 여인은 수소문을 해 그의 하숙방까지 찾아간다. 그러나 사는 모습은 좁디좁은 방 한 칸에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정도다. 게다가 집주인 여인으로부터 핀잔만 받는 처지다. 배우는 자신의 어려운 모습을 더 이상 보이고 싶지 않아 방을 뛰쳐나가 사라져 버린다. 암전 속에 감성적인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면서 세월이 흐른 것으로 설정이 되고, 조명이 들어오면 말끔한 정장차람의 배우가 극단 대표가 되어 콧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그 때 성장한 모습의 대학원생인 여인이 등장해 두 사람은 정면으로 마주친다. 여인이 손을 내민다. 배우는 서서히 그 손을 맞잡는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음악이 상승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장면에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휘연이 무명배우, 오정민이 대학원생, 강신혜가 오필리어, 욕쟁이 할머니, 고향마을 아주머니, 신입단원 등 멀티 역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3인의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은 1시간 30분의 공연시간 동안 감상에 젖어 자신의 연애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김대경, 박혜선, 주승민, 최은경, 초호원 등이 더블 또는 트리플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예술감독 김계선, 무대 유관호, 조명 이광재, 드라마트루기 김은균, 음악 민영희, 조최 주관 극단 두레, 홍보 마케팅 컬쳐마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두레의 김용을 작, 이효윤 연출의 <오! 마이 러브>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극해도 좋을 한 편의 아름다운 서정시 같은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4월 25일

 

 

7, 서울 창작 공간 연극 축제 운영위원회 좋은 희곡읽기모임의 오태영 작, 장용철 연출의 <목로주점>

명륜동 창작 공간 우리에서 서울 창작 공간 연극 축제 운영위원회와 좋은 희곡읽기모임의 오태영 작, 장용철 연출의 <목로주점>을 관람했다.

오태영(1948~)은 1948년 서울 출생으로 경동고등학교, 동국대 생물학과, 서울 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으로 등단하고, 우화나 풍자극의 형식이나 사회 정치상황을 비틀어 풍자한 극들을 발표해왔다. 기존 질서나 제도적 권력, 사회적 모순들을 풍자해온 그의 작품들은 사회적 논쟁거리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그의 연극은 만화적 인물들과 성적 모티브, 그리고 전복적 상상력이 유희를 벌이는 공간이다. 그의 극에 충만한 것은 부정의 대상들이 쓰고 있는 가면의 외피를 찢어내고 본 얼굴을 드러내려는 전복의 에너지이다. 리얼리즘과는 달리 세상을 일그러진 거울에 비쳐 보이는 부정성의 세계는 풍자와 야유의 유희를 위한 토대인 동시에 관객이 비판적 거리를 갖고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우리 근대사에 이르는 역사의 매몰된 진실, 이데올로기의 정체에 대해서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작가의 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발표 공연된 작품으로는 <빵> <통일익스프레스> <돼지비계> <불타는 소파> <콩가루> <수레바퀴>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 <이웃집 발명가> <이름 없는 여자> <끝나지 않는 연극> <천안 함 랩소디> <엄마 젖 하얀 밥> <반구대> <할배 동화> 등이 있고,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상, 한국희곡문학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수상하고,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장용철(1966~)은 극단 작은신화(since 1986) 배우, 좋은 희곡읽기모임 반장, 대학로 예술인의 밤 주막 ‘서커스싸구려관람석’의 쥔장이고 절대배우라고 명명된다.

거미여인의 키스, 관객모독, 유령소나타, 소원, 연두식사망사건, 서스펜스 햄릿, 인간교제, 욕조, 햄릿, 달과 6펜스, 마라 사드, 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 꿈속의 꿈, 기묘여행, 스페이스 치킨 오페라, 파이의 시간, 만선, 백야, 콜라소녀, 귀뚜라미가 온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블루하츠, 봄이 사라진 계절, 품바, 해변의 카프카, 변태, 킹 클로디어스, 진흙, 탱고 오나 다, 변두리 멜로, 보도지침, 벚나무 동산, 까사 발렌티나, 집을 떠나며, 구두닦이와 어니, 툇마루가 있는 집 등에 출연해 탁월한 연기를 보였다.

모든 악기를 다루는 음악적 재능이 풍부한 연기자이자 성격배우로 서울연극제 연기상,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연기상을 수상했다.

<목로주점>은 오태영 작가의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무대는 제목 그대로 <목로주점>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주방과 식탁 그리고 의자가 여기저기 배치되고, 하수 쪽이 입구, 상수 쪽에 특실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귀에 익은 가수 이은하의 노래와 함께 연극이 시작되고 뒤이어 파도소리가 들려옴으로 해서 바로 해변에 자리한 주막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부부가 운영하는 주막이고 오태영 작가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하는 남편 역의 배우와 곱디고운 아내 역의 여배우가 출연해 도마에 놓인 커다란 무를 식칼로 썰며 안주를 장만하는 장면과 주막의 여기저기 쓰러진 의자를 바로 놓는 남편과 의자를 걸레로 깨끗이 닦는 아내의 모습이 흡사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그림 속 인물에 비견된다. 남편은 예쁜 아내가 손님의 술시중을 하며 접대를 할 때 손님이 아내의 몸을 건드리는 장면을 늘 상상하는 듯, 언짢은 모습에 질투심을 드러내고, 아내에게 다가가 투정을 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남편의 이런 모습이 일상인 듯 개의치 않고 오히려 담담한 모습을 보인다. 남편은 아내를 끌어안으며 날씨가 스산해 손님이 없을 듯싶으니, 오늘은 장사를 그만 하자는 소리를 한다. 이때 모자를 푹 눌러쓰고 허름한 옷차림과 낡은 구두를 신고 발을 절룩이며 손님이 등장한다. 오늘은 장사가 끝났다는 말을 들은 체 만 체 손님은 의자에 털썩 앉는다. 할 수 없이 술 주전자와 잘게 썬 안주를 쟁반에 받쳐 가져다주는 남편, 남편은 손님에게 술을 따라주기도 한다. 손님은 이 주점에 자주 들르는 인물이라는 느낌이고, 뒤 이어 등장하는 손님은 피범벅이 된 것처럼 보이는 얼굴에 반벙어리 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밀치며 내실로 들어가 기성으로 술을 청한다. 내실로 들어간 손님에게 남편이 술을 가져다주니 손님은 더욱 큰 기성을 발한다. 아마 내실로 들어간 손님은 아내가 접대를 하는 모양이다. 아내가 단정한 모습과 참한 발걸음으로 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한 폭의 미녀도 같다. 아내를 손님방에 들어 보낸 남편의 질투심과 의처증으로 일그러진 모습이 드러나지만 남편은 애써 자신의 아내는 요조숙녀이고 정절 여라는 믿음으로 버티는 모습과 함께 아내의 교성이 들려나온다. 얼굴을 찡그리며 못 들은척하는 남편, 잠시 뒤 아내가 방에서 나와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들고 다시 내실로 들어간다. 피범벅이던 손님의 얼굴이 말끔해져 퇴장을 하고 절룩이던 손님도 주점을 떠난다.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힘껏 아내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1974년에 쓴 작품이지만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연극성은 물론 대중성에 공감대까지 형성된 연극이라 관객이 극 속에 몰입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남편으로 이재준, 아내로 양은주와 김영경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발을 절룩이는 손님으로 곽유평, 핏빛 얼굴 손님으로 한덕균이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오퍼레이터 박민선과 김서정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서울 창작공간연극축제 운영위원회 좋은 희곡읽기모임의 오태영 작, 장용철 연출의 <목로주점>을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월 27일

 

 

8, 극단 이방인의 헨리크 입센 작, 소두영 번역, 김태수 연출의 <유령>

대학로 소나무길 피카소 소극장에서 극단 이방인의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작, 소두영(蘇斗永) 번역, 김태수 연출의 <유령(Gengangere)>을 관람했다.

헨릭 입센(Henrik Ibsen 1828~1908)근현대극의 시발점에 자리한 근대 사상과 여성 해방 운동에 깊은 영향을 끼친 20세기 북구의 위대한 극작가다.

노르웨이 시엔에서 출생한 입센은 집안의 파산으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15세 되던 해 그림스타드로 떠나 약방의 도제로 일했다. 독학으로 진학을 준비하며 신문에 풍자만화와 시를 기고하고, 파리의 2월 혁명에 감명을 받아 국왕에게 시를 헌정하는 등 정치와 사회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입센은, 1850년에 발표한 단막극 <전사의 무덤>이 공연되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희곡 집필에 몰두하는 한편, 친구들과 함께 사회주의적 성향의 주간 신문 <사람>을 창간하여 활동한다.

1851년 노르웨이 극장의 전속 작가 겸 무대 감독으로 취임하여 극작을 위한 밑거름을 쌓던 입센은, 1864년 유럽 전역을 떠돌며 주요 작품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1906년 뇌졸중으로 사망할 때까지 꾸준히 집필한 희곡 30여 편은, 한 작품 한 작품 극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며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입센의 대표작이자 근대극의 대표작이라고 일컫는 <인형의 집>과 <유령>은 초연과 동시에 그 파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뜨거운 호평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남편의 이중성을 느끼고 집을 떠나는 <인형의 집> 속 노라와, 마치 〈가출하지 않은 노라〉를 가정한 듯한 <유령> 속 알빙 부인의 모습을 통해, 입센은 여성성의 허구와 진실을 그려내고 나아가 종교와 사회의 부패 그리고 인습과 고정관념을 비판적 시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근대 사상과 여성 해방 운동의 단초를 제공했다. 입센의 다른 작품으로는 운문극 <브란>과 극시 <페르 귄트>를 비롯해 <들오리>, <바다에서 온 여인> 등이 있다.

번역을 한 소두영(蘇斗永) 교수는 경북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졸업. 조선일보 논설위원. 숙명여자대학교 불문과 교수·문과대학장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구조주의> <언어학원론> <구조주의 이해>, 옮긴 책으로는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유령> 알렉상드르 뒤마의 <암굴 왕>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인의 편지> <프랑스 수필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성찰> <철학의 원리> <세계론> <정념론>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 등이 있다.

연출을 한 김태수는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서 연출전공을 한 젊고 미남인 연출가다.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 작 <천사여 고향을 보라>에서 조연출을 맡았고, 헨리크 입센의 <유령>에서 첫 연출을 맡은 신진 연출가다.

무대는 알빙 부인의 저택의 거실이다. 의자와 탁자가 여기 저기 배치되고 탁자위에는 아름다운 꽃이 꽂힌 병도 있다. 배경 좌우에 통로가 있고, 저택의 현관과 지하 창고로 내려가 와인을 꺼내 온다는 설정이다. 벽에는 액자처럼 생긴 조형물 여러 개를 붙여놓았다. 조명효과로 벽 뒤에서 몸을 밀착시키는 남녀 출연진의 모습이 유령처럼 보인다는 설정이다.

<유령(Gengangere)>의 여주인공 알빙 부인은 애정이 없는 결혼에 못 견디어 집을 나간다. 알빙 부인의 첫사랑의 남성이었고 현재는 성직자인 만데르스 목사의 설득으로 알빙 부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사회적 명성은 있었으나 방탕한 생활로 몸을 버려 폐인이 된 남편의 시중을 들고, 남편의 사후에는 그 유산으로 남편을 기념하는 고아원을 세우려 한다. 마침 그때 프랑스에 유학을 보낸 실력 있는 미술계의 유망주인 알빙 부인의 외아들 오스왈드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림그리기를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스왈드는 과도한 주벽을 드러내고, 자신의 집 하녀에게 욕정을 폭발시키지만, 하녀인 레지이네가 바로 아버지와 자신의 집 하녀와의 불륜으로부터 태어난 자신의 누이동생이라는 것을 극의 후반부에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레지이네를 어렸을 때 데려다 기르며 이집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엥스트란드는 레지이네의 아버지 노릇을 하는 대신 알빙 집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 비열한 인간성의 소유자인 엥스트란드는 성매매 전문 숙박업소를 건립할 목적으로 간특한 흉계를 꾸며, 고아원에 불을 지른 뒤에 그 혐의를 만데르스 목사에게 뒤집어씌운다. 만데르스 목사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결국에는 혐의를 벗기 위해 엥스트란드가 원하는 대로 러브호텔이나 다름이 없는 숙박업소를 짓는데 성직자답지 않게 조력하기로 약속한다. 화재 사건의 발발과 함께 오스왈드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성병이 골수에까지 퍼져 죽음에 도달하게 되고, 자식의 죽음 앞에서 알빙 부인은 오스왈드가 늘 품에 지니고 다니던 몰핀을 꺼내 들고는, 몰핀을 먹여 안락사를 시키느냐 마느냐 하며 주저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보배가 알빙 부인, 노 경이 만데르스 목사, 장준혁과 문규민이 오스왈드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차현지가 레지이네, 조민국이 엥스트란드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열정과 패기가 똘똘 뭉쳐 등장인물의 성격설정에서부터 연기력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열정을 다해 극적 분위기를 100% 상승시키며 연극을 성공작으로 이끌어 간다.

무대 정소윤, 조명 김지우, 의상 백현철, 음향 이명선, 분장 박남희, 종연출 엄예솔, 에술감독 최종혁, 프로듀서 신재철, 프로덕션디자인 배현아, 기획행정 박민수, 홍보영상 노경민, 북디자인 김지희, 의상팀 이소윤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이방인의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작, 소두영 번역, 김태수 연출의 <유령(Gengangere)>을 관객의 기억에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4월 28일

 

 

9, 연희단거리패의 장일홍 작, 이윤택 재구성 연출의 <초혼>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장일홍 작, 이윤택 재구성 연출의 <초혼(招魂)>을 관람했다.

장일홍 1950년 제주시 출생이다. 오현고를 거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를 다녔다. 1971년 공직에 입문한 후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막 <강신무(降神舞)>로 당선, 등단했다. 1991년 대한민국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희곡집 <붉은 섬>을 비롯, <이어도로 간 비바리>, <내 생에 단 한 번의 사랑>을 집필했다. 2000년 「자기 땅에 유배된 사람들」로 한국희곡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제2회 월간문학 동리상(희곡부문)도 수상했다. 제43회 한국문학심포지엄과 함께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 장일홍은 희곡집 <이어도로 간 비바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도로 간 비바리>는 2003년 전통연희 창작희곡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작가는 그의 4번째 희곡집인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 제주교육박물관장이기도 한 장일홍은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산 기부,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의 제주 첫 유산기부자다. 장 작가는 제주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를 방문, 그가 평생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인 시가 3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2채와 건물을 포함한 132.2㎡의 토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산기부 서약서’를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 전달했다.

장일홍 작가는 1971년 제주도교육청 행정직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2010년 제주교육박물관장으로 퇴임하기까지 옷 한 벌을 제대로 사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근검절약을 실천해 왔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40대에 자신과 7가지 약속을 했다. 그것은 육신 기증, 유산 기부, 꾸준한 집필활동, 독실한 신앙생활, 어려운 이웃돕기, 보육원 봉사활동, 교회 봉사활동 등이다. 그는 이번 유산 기부와 관련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윤택(1952~)의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7월 부산 가마골소극장 개관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민간 소극장 연극 정신과 방법론을 탐구하는 실험극단으로 출발했다. 이후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을 중심으로 지역과 경계를 넘나들었다. ‘오구’, ‘바보각시’, ‘느낌극락같은’, ‘시골선비 조남명’, ‘아름다운 남자’ 등 전통과 동시대를 만나게 하는 작품은 물론 ‘햄릿’, ‘허재비놀이’,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코마치후덴’, ‘피의 결혼’ 등 해외극을 한국의 독자적인 현대연극 양식으로 수용하는 작품들로 호평 받았다.

1990대 이윤택은 일본의 도야마 현 도가예술촌으로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다. 도가무라는 1973년 원래 다섯 채의 갓쇼즈쿠리(짚으로 지붕을 엮는 방식의 전통 가옥 형태)를 모모세강 유역에 모아 「도가 갓쇼문화마을」이라 이름지었다.

1976년에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領木忠志, 1939~)가 이끄는 와세다 소극장(현 극단 SCOT : Suzuki Company of Toga)이 이곳으로 거점을 옮기고 갓쇼즈쿠리의 민가를 개조하여 「도가산보」라 이름짓고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로부터 수많은 관객이 찾아올 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지혜가 서려 있는 산촌에서의 예술 활동으로서 각 계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1982년에는 그리스 식의 야외극장(이소자키 아라타 설계)을 신설, 스즈키 다다시는 그 동안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살려 일본 내 최초의 세계 연극제 「도가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또 1983년에는 스즈키가 창출한 배우 훈련법인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를 가르치는 「국제 연극 하계대학」을 열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시설이 도야마 현으로 이관되어, 갓쇼 문화마을은 도야마 현립 도가 예술공원이 되었다. 그 후로 도야마현 난토시 (도가마을은 2004년 행정구역 합병으로 난토시가 되었다.)에 의해 극장, 연습실, 숙소 등이 차례로 정비되어, 현재 주변의 「도가다이산보」,「리프트 씨어터」를 포함한 7개의 극장, 연습실, 200명 이상 숙박 가능한 숙소에 이르기까지 무대예술의 일대 거점이 되었다.

매년 여름에 이루어지는 「SCOT 썸머 시즌」, 다국적 배우에 의해 올려지는 무대공연, 전세계의 배우를 위한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 교실, 아시아 각국의 연출가들에 의한 「아시아 연출가 페스티벌」, 일본의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인 콩쿨」, 「고교생 하계 연극교실」등의 인재 육성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윤택은 일본 도야마현 도가예술촌을 방문한 후 1999년 1월 고향 밀양의 한 페교에 연극촌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창고극장, 숲의 극장, 우리동네극장, 가마골소극장, 스튜디오극장, 성벽극장이 차례로 건립되고, 자료관, 사무실, 편의점, 식당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윤대성 문학관이 들어서고, 해마다 7월과 8월이면 밀양연극제를 개최해 금년 2016년에는 제16회 밀영여름공연예술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로 인해 밀양시에는 2016년에 국립극장에 버금가는 밀양아리랑 아트센터를 개관하고, 12일간의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작품으로 전석매진이라는 대성황을 거두었다.

이윤택은 경남 김해시 생림면 낙동강 끝자락 마을 도요리 도요마을 중심에 있는 폐교에도 각종 발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마을 주변 빈집을 사들여 예술인 숙소, 연기 훈련장, 출판사, 카페, 방문객 숙소 등으로 수리해 도요 예술공동체를 형성했다. 거기에 도요출판사까지 차렸다. 2016년에는 20년 만에 시집과 시극<숲으로 간다>를 집필하고 출판했다.

이윤택은 대도시 중심과 국공립공연장 위주의 공연예술 활동이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한 친자연적, 친환경적 공연예술 장을 건립, 공연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공연예술의 발전과 창달을 선도하고 우리 연극을 세계정상급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문화대통령 감이라 할 수 있다.

연희단거리패의 <초혼>은 장일홍의 희곡 <이어도로 간 비바리>를 재구성한 연극이다.

장일홍은 그의 가족사 속에 이른바 ‘제주 4. 3 사태’와 관련된 어떤 상처나 비극이 하나의 한(恨)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연극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작품 창작의 모티브로 줄곧 4. 3사태를 인용하면서, 때로는 그 사건을 이데올로기의 갈등에 희생당한 우리 민족적 비극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혹은 순수한 삶의 의지를 위협하는 이데올로기의 망령(亡靈)으로 확대시켜 보여 주기도 한다. 4 3사태의 원혼과 제주바다에 빠져죽은 원혼들을 위한 요왕맞이 굿이 극의 복선을 이룬다. 요왕은 용왕(龍王)의 제주식 방언이다.

무대는 해변 가의 초가집이다. 대나무가 울타리처럼 둘러져 있다. 무대 하수 쪽이 주인동 여인의 초가집이고 상수 쪽은 바닷가 바위언덕이다.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바다 한가운데에는 조그만 정자기 있는 섬이 보인다. 4 3사건으로 죽어간 3만 명의 원혼과 그 터를 지키려는 주인공 여인의 어머니인 할망이 무당복장을 하고 부녀자들과 굿을 할 차비를 한다. 초가 앞쪽 집 울타리에는 용왕을 비롯한 해신들의 그림을 붙여놓고, 그 앞에 제사상을 차려놓았다. 굿을 할 때 사용할 북과 피리 제구, 그리고 종이를 잘게 썰어 만든 총채, 대나무를 꽂은 바구니 등을 준비를 해 놓았다.

요왕 굿이 시작되면 지붕 위, 울타리, 무대천정, 좌우 골목에서 원혼들의 등장한다. 원혼들은 장단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함께 몰려다니며 무언(無言)이지만 감정표시도 한다.

굿이 시작되면 이웃의 여인들이 등장해, 이곳 양식장의 폐수로 인해 이웃의 전복 소라가 몰사했다며 싸움이 벌어진다. 원혼들도 몰려다니며 옆에서 응원을 한다. 그러나 극의 후반부에 골프장에서 뿌린 농약 폐수가 몰살의 원인임을 알게 된다. 뒤 이어 등장한 이장과 주인공 여인의 갈등도 독립투사의 후손과 친일파의 후손의 다툼인 것으로 연출되고, 4 3사태의 원혼의 터전인 넓은 부지에 관광호텔을 지으려는 이장에게 반대의사를 표하는 주인공 여인의 의지가 추상열화(秋霜熱火)처럼 드러난다. 여주인공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들은 골프장 건설반대시위를 하다가 경찰의 추적을 당한다. 그런데 그 아들은 이장의 딸과 사랑하는 사이다. 여주인공의 딸은 여공노릇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려 귀가한다. 그런 딸을 이장의 아들은 열렬히 사랑을 한다. 두 쌍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보다 절실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원수 집안 같은 두 집안의 아들과 딸의 애틋하고 진정한 사랑이 관객의 가슴을 적신다. 잠시 후 대나무 뒤로 불길이 오르기 시작하고 불은 확대가 된다. 주인공 여인의 아들이 골프장 건설사무실에 방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몰려오고 주인공 여인의 아들은피신을 하지만 방화범으로 결국 경찰에게 체포되어 간다. 굿판이 펼쳐지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이나 참석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억울하게 죽은 3만 여명의 원혼이 한을 풀고, 왕생극락을 기원한다. 이장이 등장해 굿을 참관한다. 그러자 사람들이 이장이 관광호텔건립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것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이장의 딸이 등장해 아버지의 부끄러운 모습에 접하게 된다. 바로 그 때 주인공의 아들이 특사로 석방되어 등장한다. 이장의 딸은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른다. 이장이 딸을 데리고 떠나려 하자, 무녀노릇을 하는 할망이 손자와 이장의 딸의 손을 끌어다 합쳐준다. 곧이어 이장의 아들이 힘없이 등장을 한다. 손에 운동화를 들었다. 주인공 여인의 딸의 운동화다. 이장 아들은 바닷가 바위위에 남겨놓은 운동화를 들고 와 주인공여인에게 주며 눈물을 흘린다. 주인공 여인의 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할망의 요왕굿이 시작된다. 등장인물들과 원혼들이 가까이 다가선다. 운동화를 벗어놓고 자살을 했던 주인공 여인의 딸의 원혼도 등장을 한다. 본격 굿이 시작되면 관객은 손을 합장하고 굿에 직접 참석한 듯 공연에 몰입을 한다. 출연자들이나 관객이 일심동체가 되어 굿 연극의 마무리를 함께하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보내면서 공연은 끝이 난다.

김소희, 김미숙, 윤정섭, 홍민수, 정연진, 서민우, 박정우, 현슬기, 김현정, 최민혁, 신다영, 문성룡, 양유철, 홍한별, 현대영, 이상철, 김현동, 박소정, 김형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연기 그리고 굿거리장단과 소리는 실제 무속인과 다름이 없어 연극과 굿을 함께 관람하는 듯싶은 느낌의 공연이다. 혹시 한반도에 전쟁이라도 터져 연극인들의 설 무대가 없게 되면,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은 무속인으로 직업을 바꾸면 되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무대감독 김한솔, 무대제작 월산프로젝트, 기획홍보 오동식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연희단거리패의 장일홍 작, 이윤택 재구성 연출의 <초혼(招魂)>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4월 29일

 

 

10, Korean Suzuki Company of Toga의 스즈키 다다시 예술고문, 오세혁 작, 이수연 연출의 <세상친구>

소극장 혜화당에서 Korean Suzuki Company of Toga의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 예술고문, 오세혁 작, 이수연 연출의 <세상친구>를 관람했다.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 1939~)는 1966년 극단 와세다 소극장을 설립해서 여러 실험극 활동을 펼친 후 셰익스피어극의 독자적인 해석으로 비단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유명한 현대 연극연출가 중 한사람이다. 일본의 독특한 문화와 신체적 움직임을 갖고, 그 나름대로의 ‘스즈키 배우 훈련법’을 창안, 동시대의 실험극 주도자인 그로토우스키, 조셉 차이킨, 피터 브룩 등과 더불어 세계 실험극 운동을 주도하는 한 연극인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1982년에는 국제무대미술연구소를 설립, 독특한 「토 가 연극제」를 주최하면서 인본의 한 변두리 촌락을 가장 모혐적인 연극활동이 일어나는 예술촌으로 만들기도 했다.

토가 페스티벌이 여느 문화 축제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번잡스런 속세와 담을 쌓은 듯한 공간에서 예술가와 비평가와 관객이 매우 깊이 있게 만난다는 점이다. 개최 장소는 일본 중서부 산악 지대인 도야마(富山) 현의 토가예술공원. 주최는 재단법인 도야마 현 토가예술공원재단이 맡는다.

이 페스티벌은 1982년 일본 공연예술계의 거물 연출자인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가 연극의 국제적 교류를 통해 일본 연극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겠다는 취지로 창설했다. 일본에서 창설한 최초의 세계 연극제로 꼽히는 이 페스티벌은 8월 여름 휴가철에 맞춰 공연축제 행사를 열지만, 1995년부터는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에 ‘토가 신록 페스티벌’이라는 별도의 봄 행사를 열고 있다. 일본의 실험적인 젊은 연출가·극작가들이 신작을 최초로 발표하는 경연장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연극인들이 참여해 공연활동을 펼쳤고, 그중에는 스지키 다다시의 지도를 받기도 하면서 한일연극교류의 산실이 된 것이 어언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번 오세혁 작 <세상친구>도 스즈키 다다시 메소드를 익힌 이수연 연출로 Korean Suzuki Company of Toga라는 이름으로 막을 올렸다.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지상최후의 농담> <보도지침>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연출을 한 이수연은 임형택 연출이 이끄는 극단 서울 공장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미녀 배우다.

이수연은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의 극단 SCOT(Suzuki Company of Toga)에서 배우 겸 연출부에서 10년 동안 협력 작업을 하고, 국내외에서 수년간 스즈키 메소드 트레이너로 꾸준하게 활약했다. 이수연은 스즈키 메소드 훈련기법을 바탕으로 <세상 친구>를 연출했다.

<세상친구>는 일제치하에서의 해방,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남북 분할 통치, 적화통일을 목표로 북이 기습 남침하여 일으킨 6 25사변이 시대적 배경이다. 장소는 전라도의 드넓은 평야가 있는 농촌의 한 부락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통일 국가를 이루며,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 내고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이어 왔다. 그러나 1910년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고난과 시련을 겪게 되었다. 그 후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하면서 1945년에 광복을 맞이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의 일본군 무장 해제를 명분 삼아 38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을 나누어 점령하면서 남북 분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냉전 체제가 전개되면서 분단이 심화되었다. 한반도는 국제 정치의 권력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이 세력 확장을 위해 경쟁하게 되면서 우리 민족은 분단의 비극을 겪게 된 것이다.

남북이 분단된 원인은 국제 정세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내부의 결속과 역량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었다.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련을 이기고 광복을 이루었지만, 해방 후 어지러운 사회를 독자적으로 이끌어 갈 역량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미국과 소련의 신탁 통치 결정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민족 내부에 극심한 분열과 대립이 발생했다. 한편, 김구와 김규식 선생을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은 남북 협상을 제의하는 등, 통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1948년 남북에 각각의 정부가 수립되면서 남북한은 분단국가가 되었으며,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6·25 사변이 시작되면서 분단은 더욱 심화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

일본이 패망을 했어도 해방 직후 친일파였거나 그 자손들은 제재를 받거나 당함이 없이 버젓이 행세를 하며 살았다. 친일파였던 대지주와 부농도 마찬가지로 떵떵거리며 살았다. 일본순사 노릇을 하던 인물들은 해방된 조국에서 역시 순사노릇을 하던 세상이다. 반면에 해방이 되었어도 상해임정요원이나 광복군은 초대 대통령의 외면으로 자비를 들여 귀국을 해야만 했다. 광복군 출신들이 오죽하면 초대 대통령과 같은 묘역인 동작 현충원에 묻히기를 거부하고, 수유리 국립묘지를 택했을까?

<세상친구>는 친일파와 그 자손, 대지주와 소작농의 자손들 이야기다. 물론 전라도의 한 마을에서 함께 자랐으니, 부랄 친구이고 소꿉친구다. 6 25 사변이 터지자, 이념과 사상이 대두가 되고, 친구들은 좌우로 갈려 북과 남의 병사가 되어 대결을 한다. 비록 이념은 다를지라도 대지주의 아들이 소작농의 딸을 사랑하고, 대지주의 딸은 소작농의 아들을 사랑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념문제와 사상문제가 대두가 되지만, 그들 남 녀 간의 사랑은 그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초월한 사랑으로 묘사가 된다. 서로 잡고 잡히고 억류가 되었어도, 목숨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듯 적지로 사랑을 찾아간다. 권총으로 위협을 당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남녀는 위협으로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연극은 시종일관 희극적으로 그려지고 연출되기에 절박한 순간에도 관객의 폭소가 끊이지를 않는다. 물론 눈물겨운 장면도 포함된다. 대단원에서 서로 적대적인 상대로 대결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어릴 적부터의 절 친 이기에, 말로는 벼르지만 차마 극악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성원, 임준식, 윤국중, 최귀웅, 김홍근, 배수진, 정지은 등 출연자 전원의 희극적 연기는 개그 코미디에 비견되어 관객을 시종일관 폭소로 이끌어 가고 갈채를 받는다.

움직임 이상철, 무대 임민, 조명 김지아, 사운드제작 장태준 조민수 김자연, 음향 변유정, 의상 박현주, 촬영 홍도연, 기타 조민수, 아코디언 김자연, 조연출 이민지, 기획 홍보 정승연, 조명오퍼 김지아, 음향오퍼 이민지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Korean Suzuki Company of Toga의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 예술고문, 오세혁 작, 이수연 연출의 <세상친구>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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