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VE] 전명출 평전/ 김창화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 : “전명출 평전”

   

김창화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연극전공 교수)

 

 

2015년 울산에서 시행된 제 33회 전국연극제에서, 영예의 대통령상과 연출상, 연기상을 수상한 백하룡작, 변유정 연출의, “전명출 평전”이 (사)한국연극협회 속초지부 극단 파·람·불과 대학로예술극장 공동기획으로 지난 8월 4일부터 13일 까지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했다. 2년 전에 함께 출연했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이번 무대에도 함께했으며, 2015년에 연기상을 받은 전은주도 당시 배역 ‘순님’역을 계속 맡아서 열연했다. 2016년 ‘춘천연극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이 작품이 서울에서 다시 공연되어진다는 것은, 서울과 지역의 격차를 줄이고, 서울연극과 지역연극의 교류와 상호이해 및 협력이라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전명출 평전”은 영농후계자를 꿈꾸는 서른 살의 전명출(김강석 역)이 1979년 10월 26일부터 ‘사대강’ 사업이 벌어졌던 그 어느 시간까지의 그늘진 삶을 주제로 삼아,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드러낸 공연이다.

마늘 50접을 훔치려다가 마을 친구인 이장(최문복 역)에게 ‘멍석말이’를 당해 곤장 50대를 맞고, 마을에서 야반도주한 전명출은 자신의 운명이 뒤 바뀐 1979년 10월 26일부터 고향을 떠나 고달픈 삶을 이어가게 된다. 전두환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 공사장에서 일하던 전명출을 유심히 눈여겨 본 소장 (석경환역)은 전두환과 비슷한 지역 출신이고, 같은 ‘전씨’ 성을 지닌 전명출을 공사장 ‘십장’으로 승진시키고, 여러 가지 비리에 써먹는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전명출이 반항하자, 소장은 전명출을 ‘삼청교육대’로 보내 버린다. 반병신이 되어 ‘삼청교육대’에서 나오게 된 전명출은, 다시 소장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고, 기독교에 푹 빠지게 된다. 이후 전명출은 공사장 자재를 빼먹으면서 돈 벌고, 임금을 착취해서 돈 벌고, 땅 투기를 해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 이른바 대한민국의 고속성장과 함께 전명출은 비리와 ‘눈속임’으로 부를 형성한 ‘일그러진 한국인’의 대열에 속했던 것이다. 아파트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그 ‘사고 공화국’의 배후에는 바로 전명철과 같은 ‘건설비리 주동자’가 언제나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번 공연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부정과 부패로 돈을 번 전명출은 고향으로 되돌아 와 처제(김영주 역)와 불륜의 관계에 빠져들게 되며, 불륜이 ‘유행’이고 새로운 시대의 ‘트랜드’라고 주장하다가 IMF의 여파로 다시 빈 털털이가 되어 고향에서 달아난다. 노무현시대, 전명철이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연극 “전명철 평전”은 침묵하고 있다. 다만 강원도의 카지노에서 그를 봤다는 사람들의 증언만 전해준다. 결국 다시 이명박 시대에 고향으로 되돌아온 그는, ‘사대강’ 사업을 빌미로 고향친구들 땅을 사고파는 사기 행각을 벌인다. 교묘하게도 기독교 신자들의 집단으로 구성된 그의 사기행각은 ‘사대강’과 관련된 국민들의 ‘의혹’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무튼 다시 또 큰돈을 만들어 고향을 떠나는 그의 일그러진 삶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의 ‘조강지처’ 순님이다. 결혼 초, 전명철이 더운 여름에, ‘아이스케이크’ 하나를, 그 것도 다 녹아버린, 아이스케이크 하나를 건넸던 그 다정스러움과 그 기억에 사로잡혀, 사기꾼 전명철과 한 평생을 같이 했던 ‘순님’은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전명출의 유골을 강에 뿌리면서, 남편에 대한 기억만이 그의 삶을 지금까지 붙들어 두었던 ‘끈’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작가인 백하룡이 고향에서 흔히 보았던, 그 수많은 경상도 어머니들의 모습일 수도 있는, ‘순님’의 ‘태도’는,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고쳐보려는 의지가 없는, 그냥 어느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되돌아보면, 연극 “전명출 평전”은 우리 사회가 어느 한 시기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미친 짓을 했는지 되돌아 보게 만든다.  도덕적 책임감이 없는 경제발전, 개인의 욕심을 충족하기 위한 부정부패, 그리고 역사와 민족을 외면한 ‘권력’ 때문에 대한민국은 불행한 ‘자화상’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배우인 변유정이 연출한 “전명출 평전”은 배우의 기능과 능력을 최대화했고, 배우의 노력이 연극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던 아주 좋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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