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9월 공연총평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9월 공연총평

 

9월에는 가을의 곡식처럼 풍성한 결실을 맺은 공연이 많았다. 9월 공연총평과 지역유명축제인 2017 천안 흥타령 춤 축제와 서초 서리풀 축제, 그리고 2017 서울 시민연극제와 젊은 연출가전 중 몇 작품을 별도로 평한다.

1, 극단 해반드르의 최일화 예술감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원작, 백승철 작, 유경민 연출의 <백년동안의 고독>

대학로 스타시티 후암 스테이지 2관에서 극단 해반드르의 최일화 예술감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원작, 백승철 작, 유경민 연출의 <백년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을 관람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1927년~2014)는 콜롬비아의 소설가, 저널리스트이자 정치 운동가이다. 마르케스는 초현실주의적인 문체로 20세기 남미의 역사를 다룬 것으로 유명하다. 1967년 출간한 대표작 <백년동안의 고독>으로는 1982년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년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에는 콜롬비아 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 시대적 배경이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에피소드에서 보이는 자유파와 보수파의 싸움은 1900년대 초, 콜롬비아에서 실제로 일어난 천일전쟁을 모델로 한 것이고, 미국인의 도래 후 등장하는 바나나 플랜테이션은 중미의 가난한 소국들을 착취했던 악명 높은 미국의 유나이티드 푸르트사(United Fruit Co.)가 바로 그 대상이고, 13장에 언급되어 있는 노동자의 학살사건은 1906년 멕시코에서 일어난 동광(銅鑛) 노동자 파업을 모델로 한 것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포르피리아노 디아스는 군대를 동원해 노동자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었고, 그 시체들을 화물차에 실어 바다에 던져버렸다. <백년 동안의 고독>에는 이 소설이 번역되어 나온 70, 80년대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이런 장면 묘사나 사건들은 3, 40전 전의 우리의 정치, 사회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고, 물론 문화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백승철(1973~)은 1991년, 극단 미래가 명동의 엘칸토 소극장 무대에 올린 연극 ‘사랑청문회’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그 이후 연극 <대권무림>, <황사영 묵시록>, <레드>, <아리랑>,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삼류배우>, <주인공>, <화장>, <미운남자>,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밥>, <최고의 사랑>등에 출연했다. 연극배우 경력만 26년이다.

2000년 이후에는 영화로도 활동 반경을 넓혔다. 영화 <종려나무숲>, <예의 없는 것들>,<황해>, <기화> <곡성> <군함도> 등에 출연했다. 2016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연기상을 수상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교내 백일장에서도 상을 받고, 친구들 연애편지 대필을 해주던 백승철은 현재 배우 겸 작가, 연출가이다. 오랜 시간 묵혀둔 희곡이자, 가슴에 답답한 사연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고민상담소-행복서비스센터>가 2009년 무대화 됐고, 두 번째 작품인 <덕배(‘백년동안의 고독’ 초연시 제목)>는 2014년 극단 혜화 최일화 스튜디오 무대에 올랐다. 현 배우 최일화가 꾸린 극단 혜화의 대표이자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가다. 스스로를 ‘논두렁 정서’를 지닌 놈이라고 표현한 백씨의 작품에는 따뜻한 정서가 담겨있다.

유경민(1974~)은 동아방송예술대학 연극영화과,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출신의 연출가다. 연극 <몽키>, <기막힌 춘향전>, <심봉사 눈을 감다>, <그 남자의 프로포즈>, <사랑이 오다> <빨간 피터의 고백> 등을 연출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에 영사막이 있어 거기에 미술작품 같은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상승시키고, 상수 쪽에 건반악기 연주석이 있어 극 전개에 따른 연주로 역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하수 쪽에는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중앙에는 낮은 탁자를 배치했다.

연극은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1인극으로 무대에 올리려는 작가 겸 연출과 그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의 이야기다. 여성 건반악기 연주자가 시종일관 소팽, 베토벤, 드뷔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을 장면변화에 따라 연주한다. 연출과 배우의 작품에 대한 인식의 차이, 경제적인 여건, 극장 선택, 기획사와 극단 선택, 배우의 인지도 등으로 인한 기획사의 지원거부 등의 난제가 하나하나 소개가 되고, 배우의 타 작품 출연, 오디션 참가, 1인극에 대한 열망, 배우의 꿈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백년동안의 고독>의 막이 오르는가 할 즈음 공연은 무산되고, 작가 겸 연출과 배우의 절망과 좌절이 피아노 연주음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강덕중과 강성철이 연출 역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장비희와 오두원이 배우 역으로 역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이 기억에 남고, 신연지의 피아노 연주와 해설로 마치 피아노연주회에 온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연극이 시종일관 펼쳐지고, 관객은 감상에 젖어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드라마트루크 김상교, 영상연출 전도민, 음악감독 김현정, 조명감독 정태민, 조연출 유승민, 기획 김명식, 기획 디자인 김민정, 조명오퍼 김근희, 영상오퍼 김현경 등 스텝진이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해반드르의 최일화 예술감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Cien años de soledad) 원작, 백승철 작, 유경민 연출의 <백년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9월 1일

2, 극단 캔버스의 마흥식 예술감독, 헨리크 요한 입센 원작, 류근혜 연출의 <인형의 집>

은평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극단 캔버스(대표 마흥식)의 세계명작시리즈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원작, 류근혜 연출의 <인형의 집(A Doll House)>을 관람했다.

헨리크 입센 (Henrik Ibsen 1828 – 1906)은 노르웨이 최초의 극작가로 1828년 노르웨이 스키엔에서 태어났다. 입센은 15세때 약국의 도제를 노릇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났지만 1852년 그는 24세의 나이로 베르겐에 있는 극장의 제작자 된다. 1857년 그는 크리스티아니아로 가서 그 곳에 있는 예술 극장의 예술 감독이 된다. 극장이 도산하자 그는 1864년 노르웨이를 떠나 그 후27년 동안 로마, 드레스덴, 뮌헨등지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다. 1891년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와 작업을 하다가 1900년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1906년 사망하게 된다.

입센은 1850년경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한다. 그의 초기 작품은 자신의 나라 전설에 기초하고 있으며 낭만주의 연극과 연결된다. 그러나 1877년 입센은 <사회의 기둥>을 시작으로 문제극으로 방향을 돌리고 그 이후<인형의 집 Et Dukkehjem》(1879), <유령 Gengangere>(1881), <민중의 적 En Folkefiende>(1882)등의 작품으로 이어나간다. <들오리 Vildanden>(1884)를 시작으로 사회문제에 관한 희곡에서 벗어나 <로스메르 저택 Rosmersholm>(1886), <바다에서 온 부인 Fruen fra Havet>(1888), <헤다 가블레르 Hedda Gabler>(1890)등의 작품 등에서는 개인적인 관계들에 관심을 가진다. 한 작품마다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여 세상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해외에서 체재한 후 귀국한 그는, <건축사 솔네스 Bygmester Solnes>(1892) <작은 아이욜프 Lille Eyolf> <보르크만 John Gabriel Borkman> 《우리들 죽은 사람이 눈뜰 때》(1898) 등의 작품을 발표한다.

류근혜는 현재 한국여성연극인회 회장으로 상명대 미술학과 출신이다. 대학시절 연극을 시작으로 1980년 극단 광장 연출부에 들어가, 연출을 시작해 100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혜화동 1번지 연극실험실 1기 동인으로 출발, 공연예술진흥회 청소년 축제 지도위원, 전국청소년연극제 심사위원, 전국대학연극제 심사위원, 전국연극제 심사위원, 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부회장, (사)우리음악연구소 부이사장, 현 상명대 연극학과 겸임교수, 현 극단 로얄 씨어터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이고 연극계의 선도자인 미녀연출가다.

<인형의 집>은 입센이 1879년에 쓴 희곡이다. 19세기 후반,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 경제활동을 전부 남성이 담당하고, 가정 내에만 머무는 여성의 역할은 줄어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인공 노라는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귀여운 딸로, 결혼 후에는 남편(토르발 헬머)의 사랑스러운 아내로 살고자 노력한다. 노라는 그것만이 여자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종달새’ ‘귀여운 다람쥐’ ‘놀기 좋아하는 방울새’라고 불리며,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간다. 이런 노라의 모습은 당시 유럽 여성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결혼 전에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다가, 결혼하고 나서는 오로지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지키는 것만 생각하며 예쁜 인형처럼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노라가 <인형의 집>을 박차고 나오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진다. 과거 노라는 병에 걸린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남편 몰래 아버지 서명을 위조해 남편회사의 변호사 크로그 스타에게 돈을 빌린 적이 있다. 노라는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이기에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고, 당연히 남편이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 믿지만, 회사문제로 남편이 크로그 스타를 해고하니, 크로그 스타는 노라를 찾아와 그녀를 도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해고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과거 서명을 위조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노라에게 린데부인이 찾아와 노라를 돕는다. 과거 크로그 스타가 자신을 사랑했지만 등을 돌린 적이 있는 린데 부인은 크로그 스타에게 다가가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면서 노라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그러나 남편 헬머는 노라의 옛 일을 알아내고, 8년이나 함께 한 부인을 몰아 부친다.

헬머: 지난 8년 동안 나의 기쁨이자 자랑이었던 사람이 위선자에 거짓말쟁이라니! 그보다 더 끔찍한 건 범죄자란 사실이야! 당신이 내 행복을 몽땅 망쳐 놓았어. 내 미래도 다 파괴해 버렸고.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경박한 여자 때문에 내가 이렇게 형편없이 허물어지고, 이렇게 비참하게 파멸하다니!

노라: 토르발, 난 지금껏 이곳에서 8년이란 세월을 낯선 남자와 함께 살았고, 그 남자와 함께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 난 그런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없어요! 난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어요.

헬머에게 진정 중요했던 것은 사회적 지위와 명예뿐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노라는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자신은 아버지나 남편에게 한 사람의 인격체가 아니라 그저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을 나간다.

노라: “행복하지 않았어요. 한 번도 행복한 적 없어요.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요, 단지 즐거웠을 뿐이에요. 당신은 늘 내게 친절했지요. 하지만 우리 집은 놀이를 하는 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이곳에서 난 당신의 인형 같은 아내였지요. 아빠 집에서 인형 같은 아이였듯이.”

희곡 <인형의 집>이 1879년 코펜하겐 왕립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이런 노라의 행동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후 사람들은 누구의 아내가 아닌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가고자 했던 노라의 선택을 점차 인정하고 지지하기 시작한다. ‘노라’는 여성의 권익 보호와 페미니즘(feminism)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고, 유럽 각지에서 여성 해방 운동이 일어난다. 남녀가 불평등한 사회 인습에 대항하여 여성의 지위를 확립하고자 하는 사상을 뜻하는 ‘노라이즘(Noraism)’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하게 된다.

그러나 류근혜 연출의 <인형의 집>에서는 이러한 19세기식의 여성상과 상투적인 극적 결말에 대해 작별을 고하고, 21세기의 여성상과 여성들의 생각과 이념을 현실에 맞도록 변혁을 가해 충격적인 귀결을 맺는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이 저택의 정문이 있고, 상수 쪽에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고 하수 쪽은 헬머의 서재다. 중앙은 현관 안의 응접실 겸 거실이고, 탁자와 의자 옷걸이 등이 배치되어 있다.

연극은 도입에 크리스머스 캐롤이 들려나오면서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의 원작에 따라 연극이 연출된다. 다만 크리스머스 트리를 가져오는 인물이나 어린이들은 생략되고, 노라, 헬머(헬메르), 랑크 의사, 크로그스타(크로그 스타트), 린데부인 그리고 하녀 헬레네가 등장한다. 노라 역의 김서현은 우아하고 유연한 모습에 맑은 물결의 흐름 같은 대사와 동작 그리고 무용을 곁들여 남성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며 탁월한 연기력으로 시종일관 연극을 이끌어 간다. 헬머 역의 마흥식은 훤칠한 미남에 귀족적인 풍모와 품격을 지닌 연기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랑크 의사 역의 김성남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비록 불치병을 몸에 지닌 인물로 설정이 되지만 밝고 낙천적인 표정과 활발하고 명랑한 대사로 무대를 따뜻하고 환한 분위기로 이끌어 간다. 크로그스타 역의 윤여성은 우울해 뵈는 중년의 신사로 흠잡을 데 없는 미남이지만 우울함과 괴로움 그리고 직업에 대한 집착과 욕망으로 해서 마치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한 느낌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린데 부인 역의 김미경…. 이런 미모에 연기력을 갖춘 연기파 여배우가 있었다니…어두운 색조의 의상과 애써 들어내지 않으려는 듯싶은 매력적인 모습, 그리고 절제된 동작과 대사로 무대 위에 그윽한 꽃향기를 흩날린다. 하녀 헬레네 역의 강유리는 예쁘고 따뜻하고 환한 모습에 발랄한 동작으로 청년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원작의 내용대로 연극이 연출되지만, 대단원에서 노라의 가출, 즉 인형의 집에서의 탈출이 아닌, 상상불허의 귀결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트루크 손현석, 조연출 강유리, 조명디자인 김정호, 공연PD 박경희 이상우, 분장 강대영, 무대감독 유준기, 기획 한해성, 소품 유재희 이 진, 진행 백지연, 음향 박인환, 기획 이정선, 음향 안준현, 영상 김명현, 의상 김태희, 무대지자인 엄진선, 홍보 이지완 손정희 등 스텝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캔버스(대표 마흥식)의 세계명작시리즈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원작, 류근혜 연출의 <인형의 집(A Doll House)>을 장기공연을 해도 좋을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2일

3, 극단 풍경의 브라이언 프리엘 작, 박정희 재구성 연출의 <간혹 기적을 일으킨 사람>

나온씨어터에서 극단 풍경의 브라이언 프리엘(Brian Friel) 작, 박정희 재구성 연출의 <간혹 기적을 일으킨 사람>을 관람했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브라이언 프리엘(Brian Friel, 1929~2015)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아일랜드 극작가로 평가된다. 그는 조국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인의 문제에 천착하 여 극을 쓴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필라델피아여, 내가 왔노라!(Philadelphia, Here I Come!)>(1964)에서는 아일랜드 이민의 문제를 다루며, <도시의 자유 (Freedom of the City)>(1973)에서는 북아일랜드의 공민권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1972년 <피의 일요일 사건’(Bloody Sunday)>을 다루고 있다. <번역(Translations)> (1980)에서는 영국인에 의한 아일랜드 지도 제작과정에서 빚어지는 아일랜드의 언어 문제와 문화적 침식을 다룬다. 이처럼 프리엘은 아일랜드를 소재로 극을 쓰는 철저히 아일랜드적인 극작가이다.

연출가 박정희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뒤, 독일 Frankfurt a/M Goethe 대학에서 영화연극미디어학과 수학(1988-1994)했다. 연출과 배우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올린 박정희는 1996부터 2000까지 극단 사다리의 상임 연출을 지냈다. 그녀가 국내 귀국 후, 아동극을 선택한 것은 서정성과 이미지, 신체적 상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무대가 아동극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2001년 극단 풍경을 창단하고 <하녀들>과 <평심>을 선보이며 보다 독자적인 행로를 선택하였다. 극단 풍경 대표, 동숭아트센터 연출부, 옥랑문화재단 연기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연출작은 <타오르는 추억> <피터와 늑대>, <공주님의 달> <브레멘 음악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거울 속의 내가> <하녀들> <평심> <발코니>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은하궁전의 축제> <달의소리> <하녀들> <새벽 4시 48분> <기타맨> <응시> <예술하는 습관> <햄릿 업데이트> <철로> <죽음의 집 2> <러브 앤 머니>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이영녀> <시련> <아버지>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간혹 기적을 일으킨 사람>의 원제는 <신앙치료사(Faith Healer)>다.

1979년에 뉴욕에서 첫 공연된 <신앙치료사(Faith Healer)>는 주문을 통해 기적을 일으켜서 병자를 치료하는 신앙치료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신앙치료 는 주술로 병자를 치료하는 민간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신앙치료사는 주술사와 같은 존재다. 시골 지역을 유랑하며 병자를 치료하는 신앙치료사는 아일랜드 인에게는 익숙한 존재이며, 이 점에서 이 극은 매우 아일랜드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극은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극 구성으로 인해 이 극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대화나 극적인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무대에 혼자 나와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독백한다. 극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서로 단절되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말을 하며, 서로 대화 하거나 의사소통하는 일이 결코 없이 자신들의 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과거 회상 장면을 독백 형식으로 전달한다.

작품은 이러한 비연극적인 특성 때문에 상업적인 브로드웨이 관객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던 탓인지 뉴욕에서의 첫 공연 당시에는 별반 호응을 얻지 못 하였다. 그러나 1982년 더블린 공연에서야 비로소 이 극은 브라이언 프리엘의 또 다른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이 극은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극 구성으로 인해 공연에 불리한 면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 명의 등장인 물, 즉 신앙치료사인 프랭크(Frank), 그의 부인 그레이스(Grace), 그리고 프랭크의 매니저인 테디(Teddy) 등 3인이 오랜 세월 동안 신앙치료를 위해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를 떠돌며 셋이서 겪었던 경험에 관련된 과거 일을 회상한다.

이 연극은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기억 극’(Memory Play)이다. 세 명의 인물이 말하는 내용은 각기 다르다. 그 이유는 각 인물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과거 사건을 재구성하여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지나간 과거의 경험에 대한 회상이기 때문에 기억하는 사람의 내면의 요구에 의해 변형되어질 가능성 이 있다. 따라서 동일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라 하더라도 기억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기억될 수 있다.

<간혹 기적을 일으킨 사람>에서는 신앙치료사(Faith Healer)와 부인 그리고 매니저 그리고 그 3인의 코러스가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무대는 무대 중간에 차일커튼처럼 촘촘하게 나무로 된 벽을 세우고, 벽 뒤로 통행을 한다. 탁자와 의자 여러 개를 배치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출연자들이 의자를 이동시키고, 상대와의 대화가 없이 독백으로만 연출된다.

<간혹 기적을 일으칸 사람>에서 세 인물의 기억은 사실 동일한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다. 세 사람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공통적인 사건은 분명 동일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억하는 사람에 따라 세 인물의 기억이 모두 다르다. 어느 특정한 장소로 가게 된 정황과 장소적인 특징으로 보아 동일한 장소와 동일한 시점에서의 기억임에 분명하지만 세 사람의 기억 내용은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 3인의 코러스 역시 다르기는 마찬가지다. 3인의 코러스는 1인의 남성과 여성 2인이 등장하고, 그 중 여성 1인은 소형 기타를 연주한다.

세 사람의 기억을 종합하여 재구성한 독백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지만 사실 이러한 진실 추적 과정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 이유는 동일한 사건이 동일한 장소와 동일한 시간에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인물들은 각기 자신의 내 면적 욕구에 의해 전혀 다른 기억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신앙치료사는 자신의 치료에만 몰두한 나머지 심지어는 부인에 관련된 일까지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부인은 남편의 이 점에 대해서 그가 단지 자기를 상처주기 위 한 목적뿐만 아니라 그가 지니고 있는 재능 즉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재창조하려는 목적의식과 강박관념(compulsion)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니저도 다른 의사표현을 한다.

신앙치료사(Faith Healer)에게 기적의 순간이 결코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열 번 중에 아 홉 번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지만, 열 번 중에 한번, 아니 그보다 더 드물게 치료의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그 적은 확률 속에 성공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예술가 또한 예술 작품을 창조하지만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걸작을 창작해 내는 기회는 신앙치료사의 성공의 기적만큼이나 드물다.

신앙치료사(Faith Healer)는 오랜 유랑 끝에 아일랜드의 벨리벡으로 돌아와 술집에서 결혼식 하객의 나머지 일당에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가 죽기 전날 밤에 그는 하객들과 완전히 술에 취하여 밤을 보낸다. 이 밤은 하나의 의식으로 제공되는 밤이며, 추수와 풍요, 결혼과 다산, 디오니소스와 박카스 주신의 생명력에 대한 이미지가 명백하게 나타나 있다.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밤의 의식은 신앙치료사가 고통으로부터 행방됨을 의미하는 그의 죽음에 대한 예비 의식으로 볼 수 있다. 이 의식에는 디오니소스와 박카스 신이 암시하는 생명력이 존재하며, 생의 고통을 초극하는 풍요와 축제의 분위기가 감돈다.

아일랜드 인에 게 이극은 민족과 국가적 차원의 메시지, 즉 탈 식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일랜드 인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극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탈 식민시대의 아일랜드에서 브라이언 프리엘은 “이 극을 통해 종교의 가치를 상실한 가톨릭교와 개신교를 대신하는 토착신앙”을 제시하여,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차이의 수용을 통한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이극은 현대 아일랜드 인들에게 작가가 의도한 개인적 차원의 관심을 넘어서서 민족적․국가적 차원에 대한 비전의 가능성까지도 제시해 주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신앙치유사(Faith Healer)로 김정호, 부인으로 주인영, 매니저로 이기현, 그리고 코러스로 김록원, 정혜선, 장은주가 등장하고,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독백의 연속과 간간이 부르는 노래로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번역 드라마트루크 이예은, 무대 신승렬, 조명 김창기, 음악 장영규 김선, 분장 백지영, 의상 이윤정, 조연출 변혜훈, 기획 Hee-T, 무대제작감독 조환준, 홍보물디자인 노 윤, 촬영 이강물, 연습진행 엄옥란, 조명오퍼 최정환, 음향오퍼 임희수, 티켓 최다혜, 인쇄 미림아트, 광고 쇼닥터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풍경의 브라이언 프리엘(Brian Friel) 작, 박정희 재구성 연출의 <간혹 기적을 일으킨 사람>을 독특한 구성과 색다른 표현방법, 작가와 연출가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한편의 새로운 형식의 독백연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5일

4,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작, 연출의 <인간을 보라>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작 연출의 <인간을 보라>를 관람했다.

정범철(1976~)은 경기대학교 무역학과와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극 발전소 301 대표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다.

2006 옥랑희곡상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로 등단, 2006 옥랑희곡상, 2007 제4회 파크 희곡상, 2009 AYAF 차세대 예술인력 집중육성지원 1기 선정, 2011 차세대 희곡작가 인큐베이팅 선정, 2014 제34회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 희곡상, 연출상, 대상 <만리향>, 2015 제35회 서울연극제 연출상 <돌아온다> 등을 수상했다.

<서울테러> <논두렁연가>를 발표했고, 연출작은 <점> <도로시의 귀환> <총각네 야채가게>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만리향> <돌아온다> <인간을 보라> <그날이 올텐데> <아일랜드 행 소포> <액션스타 이성용> <주먹쥐고 치삼> <너 때문에 발그레>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인간을 보라>는 신의 시각과 바퀴벌레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 그리고 외계인이 바라본 인간이 극의 주제다. 우주복장과 모자를 쓴 여성 해설자가 등장해, 신이 보는 인간, 바퀴벌레가 보는 시각, 외계인의 등장으로 인한 인간의 멸종 등이 주제가 된다.

신(神)은 신성하거나 성스러움으로 간주되는 자연적 혹은 초자연적 존재(a natural or supernatural being considered divine or sacred)다. 신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절대적 존재로 설명되고 주로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다. 또한 신은 인간의 탄생이나 사후의 운명 등을 결정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신은 여러 종교와 민간 신앙에서 숭배되며, 많은 경우 인간과 유사한 인격, 의식, 지성, 감정 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기독교에서는 ‘아버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신을 남성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인식의 불균형이 있고, 이런 경향성에 반기를 들어 여성신학이 등장했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들은 산, 강, 마을 터, 나무 등에도 주관하는 신(神)이 있다고 여겼으며, 이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동양철학에서는 신은 중요한 철학 주제가 아니었다. 동양철학에서는 윤리학과 정치철학 및 형이상학이 주류를 이루었던 반면, 서양에서는 윤리학, 형이상학 등에 못지않게 신에 관한 문제가 매우 중요했다. 특히 중세시대에는 신, 그 중에서도 기독교의 신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고, 특히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힘을 쓰며, 근대사회에까지 존재론적 증명, 우주론적 증명 등 다양한 증명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대철학에서도 신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수 천 년 동안 인간이 각종 신을 무수히 만들고 또 인간의 모습을 닮은 신까지 창조해 낸 것이기에,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신은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은 불멸의 진리다.

무대는 백색의 긴 띠 같은 천 수백 개를 3면 벽 앞에 천정에서부터 늘어뜨려 놓았다. 그 앞으로 긴 봉을 수평으로 매달아, 장면변화에 따라 넓은 폭의 글씨 쓴 천을 늘어뜨리기도 한다. 무대바닥에는 검은 색의 입체로 된 정사각의 조형물 여러 개를 놓아두고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시킨다. 백색 의상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두 명의 남녀 신이 등장을 하고, 바퀴벌레 탈과 의상을 입고 등장을 하는가 하면, 검은색 우주복을 입은 외계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이 깔리고, 안개로 무대를 감싸는가 하면, 절단한 종이 입자를 무대 위에 뿌리면서 축제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첫 번째로 남녀 신이 등장해 인간이 서로 따뜻하게 감싸기보다는 격렬하게 싸우고 대립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종말이 도래하고 있음을 서글픈 눈초리로 바라본다.

두 번째는 바퀴벌레 두 마리의 등장이다. 바퀴벌레는 곤충강(Insecta) 바퀴목(Dictyoptera) 바퀴아목(Blattodea)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 ‘바퀴’ 또는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두 단어 모두 표준어다. 사투리로 ‘강구’라고도 한다.

핵전쟁 이후에는 바퀴벌레만 살아남는다는 설이 있다. 인간은 피폭을 당할 경우 죽지만 반면에 바퀴벌레의 반수치사량은 인간의 10배가 넘기에 반드시 살아남는다. 바퀴벌레 말고도 다양한 곤충, 무척추동물, 포유류, 파충류, 조류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커다란 생물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동식물들이 별 타격을 받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다

영화 공포의 촉수(The Nest , 1988) 에서는 바퀴벌레가 식인곤충이 되어서 짐승이나 사람을 잡아먹는다. 공포의 촉수 외에 바퀴벌레를 소재로 한 영화로는 아라크네의 비밀이 있다.

원래 인간보다 바퀴벌레가 먼저 존재했고, 핵전쟁 이후에도 바퀴벌레는 반드시 살아남기에 이 연극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바퀴벌레는 세계를 지배하기로 약속한다.

세 번째는 외계인의 도래다. 지구보다 환경이 월등한 별은 무수히 많다. 당연히 외계인은 존재한다. 콜럼버스가 미주대륙을 발견했듯이 외계인이 지구를 발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한 때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이 원주민을 노예로 삼았듯이 외계인이 인간을 노예로 삼거나 바퀴벌레를 박멸하듯 인간의 씨를 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 연극의 내용이다. 물론 요즘 개봉되는 외국영화가 대부분 SF영화이기에 이 내용에 신뢰가 가기도 한다.

연극 <인간을 보라>는 외국에서 공연을 해도 좋으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도창선, 박복안, 박다미, 이새날, 장은총, 이소라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명디자인 배대두, 의상디자인 양재영, 조연출 권용원, 조명오퍼 이성민, 음향오퍼 유시우, 무대감독 김재형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작 연출의 <인간을 보라>를 세계시장에 내보일만한 창의력이 감지되는 한편의 SF연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8일

5, 극단 진 선 미의 이영택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최영환 번안 각색 연출의 <바보 리어>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극단 진 선 미의 이영택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최영환 번안 각색 연출의 <바보 리어>를 관람했다.

이영택 극단 진선미 대표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를 역임한 연극계의 선도자다.

서울연극앙상블 <오이디푸스> 제작, 극단 창파 <첼로와 케찹> 제작, 극단 창파 <사물의 왕국> 제작, 극단 진선미 <갈매기> 제작, <율리아나> 제작, <초혼> 예술감독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제작하고 예술감독을 했다.

연출가 최영환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대학원, 미국 Western Illinois University 연극과 대학원 출신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부 교수(뮤지컬 전공)를 역임하고 있다.

연출작으로는 갈매기, 벚꽃동산, 메시아(발레), 시편교향곡(발레), 신은경 발레 앙상블 영혼의 송가 등이 있고, 예술감독으로는 뮤지컬 파우스트, 뮤지컬 죽은 시인의 사회, 열정, 헨젤과 그레텔이 있고, 연기감독으로는 뮤지컬 이순신, 뮤지컬 천년의 정원 등이 있다.

<리어왕>은 연극은 물론, 수많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앤드루 맥컬로우(Andrew McCullough)가 연출하고 오손 웰스(Orson Wells)가 주연한 1953년 영화 <리어왕>, 코진체프(Grigory Kozintsev)가 연출하고 유리 야벳(Yuri Jarvet)이 주연을 맡은 1970년 러시아판 <리어왕>,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연출, 일본풍으로 각색된 1985년 란Ran), 장 뤽 고다르(Jan-Luc Gordard)가 연출 버지스 메레디스(Burges Meredith)가 주연을 맡은 1987년 <리어왕>등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역작들이다.

그 외에도 <리어왕>은 텔레비전 방송용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가 연출하고 마이클 호던(Michael Hordern)이 주연한 1982년 BBC TV <리어왕>, 마이클 엘리엇(Michael Elliot) 연출로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가 주연을 맡은 TV <리어왕>이 대표작이다.

그 중 특히 주목할 영상 텍스트는 피터 브룩이 연출한 1971년도 영화 <리어왕>이다. 여타 영화는 대체로 원작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에 입각하여 시각적 가능성들을 실험했으나, 피터 브룩의1971년 <리어왕>은 전통적 해석을 넘어선 새로운 창작의 시도로, 원작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 단계 뛰어넘는 연출을 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실험극장 허규 연출의 리어왕, 동랑레퍼토리의 안민수 연출의 리어왕, 극단 사조의 이해랑 연출의 리어왕, 극단 76 기국서 연출의 리어왕, 고대극예술동우회 고금석 연출의 리어왕, 국립창극단 김동업 연출의 우루왕,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의 리어왕, 극단 집현 조일도 연출의 리어왕, 인천시립극단 김철리 연출의 리어왕, 극단 미추의 이병훈 연출의 리어왕, 극단 숲의 임경식 연출의 리어왕, 국립극단의 윤광진 연출의 리어왕, 그리고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남육현 연출의 리어왕 등의 공연에서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며 이낙훈, 이호재, 박근형, 기주봉, 주진모, 김성기, 왕기석, 전성환, 최종원, 서국현, 정태화, 이문수, 장두이, 양형호, 강희영 등이 리어를 맡아 탁월한 기량으로 열연을 펼쳤다.

<리어왕(king Lear>)에 나타난 가치관의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1550년대에서 1600년대 초까지의 영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1601년 에섹스(Essex)백작은 반역죄로 사형에 처해지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직 후계자를 두지 못한 상황에서 전통귀족과 신흥귀족 그리고 중산계급은 1610년대에 이르러 상호간의 대립을 드러냈다. 특히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Spanish Invincible Armada)를 격퇴하는데 중산계급의 주도적 역할과 세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의회에서의 중산계급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타협과 균형이 깨지게 되었고, 이는 엘리자베스 사후 제임스 I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더욱 심해졌다.

<리어왕>이 집필된 시기로 추정되는 1604-5년경은 이런 정치적 갈등이 가치관의 분열과 결부됨으로써 영국과 전 세계에 대 혼란이 닥쳐올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작품 속엔 정치적 질서체계는 물론 인간과 세계를 연관시켜주는 종교적, 철학적 혼란까지 나타나고 있다.

역사란 끊임없이 경직된 기존질서체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고통과 회생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면 ,<리어왕>은 그런 역사적 전환기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혼돈과 그것의 극복과정을 냉철하게 탐색하는 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 진선미의 리어왕의 무대는 배경가까이 네 개의 계단으로 오르는 단을 깔아 무대좌우로 연결시키고, 상수와 하수 쪽에도 세로로 계단을 깔아 놓고, 무대 전체 바닥에는 백색의 분말(소금)을 깔아놓았다. 천정에는 가운데 원형무늬가 들어간 고풍스런 커다란 사각의 조형물을 매달아 장면변화마다 내리거나 올려 궁중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조형물을 양분해 무대 좌우로 이동시켜 장식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천정에서 늘어뜨린 망사 천으로 조선왕조 분위기를 창출시키는가 하면, 무대 좌우에 단청문양이 들어간 천을 길게 늘어뜨려 궁중의 기둥으로 느끼도록 장치구성에 만전을 기했다.

무대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연주석이 있어 타악기와 현악기를 연주하고 연주자가 소리를 부르는 등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의상과 소품 또한 조선왕조의 복식을 착용하고, 소반에 올려놓은 도자기 술병 또한 당시와 어울려 관객으로 하여금 시대적 배경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도록 연출되었다. 다만 장검과 칼 걸이가 이 일본식인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연극은 시대적 배경이 조선왕조로 윤색되었으나 원작대로 전개된다. 도입에 리어왕과 가화공주, 교화공주, 선화공주의 세 딸이 등장하고. 연로한 리어는 딸의 자신의 대한 효성 심에 따라 국토를 나누어주려 한다. 맡 딸 가화공주와 둘째 교화공주가 마음에도 없는 말로 환심을 사는 것을 보고 진실한 막내딸 선화공주는 거짓 없이 평소에 아버지에게 대하던 태도로 응답함으로 해서 리어왕의 분노를 사게 되어 추방당한다. 국토는 첫째와 둘째 딸에게 모두 분배된다. 막내를 변호하던 충신 지건 공도 마찬가지로 추방된다. 그러나 지건 공은 승려로 변신을 해 두 딸에게서 버림 받는 리어를 끝까지 따르며 충성을 다한다. 충신 고지식 또한 왕의 처사에 놀라고 이를 제지하려 들지만 역부족임을 절감하고 더구나 서자인 고복검의 간교에 말려들어 해 장자인 고지필을 악인으로 오해한다. 둘째 공주인 교화가 고지식의 눈까지 멀게 해 추방시키니, 장남 고지필은 역경에 처한 부친을 끝까지 따라다니며 효성을 다하고 부친의 목숨도 구한다. 그간 리어는 호위 병사들을 대동하고 두 딸에게 교대로 다니며 머물기로 했으나, 딸들에게 냉대를 받게 되자 궁정의 광대를 데리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광야에서 두 딸을 저주하며 광란한다. 첫째 딸 가화공주와 둘째 교화공주는 고지식의 서자 고복검을 두고 욕정다툼과 질투로 인한 살육이 연출되면서 극은 절정을 이룬다. 막내 선화공주는 부왕의 참상을 듣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다. 부녀가 다시 만나. 리어는 막내 선화공주의 진심을 깨닫게 되고, 충신 지건과 고지식의 충정에 대한 오해도 풀리지만, 리어와 선화 부녀는 두 딸의 병사들에게 붙잡혀 옥에 갇히게 된다. 대단원에서 막내 선화공주의 죽음과 그 시신을 안고 나온 리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절명한다. 그리고 두 딸의 살육전의 연장선에 선 모든 인물들, 고지필과 고복겸의 대결을 비롯해 충신 기전은 물론, 모든 등장인물들이 바보광대가 지켜보는 앞에서 공동으로 죽음을 당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마치 융합과 화합을 외면하고 대결양상에만 열을 올리는 현 시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보이는 연극이다.

고인배가 리어, 신황철이 충신 고지식, 류창우가 광대, 강양은이 가화공주, 김세영이 교화공주, 정은진이 선화공주, 이원희가 충신 지건, 이명노와 김 찬이 장자 고지필, 홍준삼과 윤준호가 서자 고복검, 진창주가 집사, 고은지가 궁중악사로 등장해 성격설정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고인배의 중후한 연기, 신황철과 류창우의 열연, 강양은과 김세영, 그리고 정연진의 연기력, 이원희의 중량감, 이명노 홍준상의 호연, 진장추의 호연, 고은지의 명연주 등 출연자들의 혼신의 열정이 무대 위에 피어난 공연이다.

드라마투르크 김현호, 조연출 박현주, 기술감독 조준희, 총괄기획 정달영, 기획 고유현, 무대디자인 김동훈, 움직임지도 도재형, 영상감독 윤지웅, 사운드디자인 이원덕, 작곡 안은정 이선이, 조명감독 황은지, 소품(코디) 김주나, 의상디자인 김봄희, 분장 정숙희, 촹영감독 정시영, 음악감독 김휴한, 무대감독 최규선, 제작감독 이한재, 연기감독 김강수 박상석, 캐스팅디렉터 노경준, 마케팅 심재형 함재범, 프로젝트매니저 유재오, 그래픽디자인 황은서, 무대제작 서울무대, 음향오퍼 정도은, 영상오퍼 양수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진 선 미의 이영택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최영환 번안 각색 연출의 <바보 리어>를 현 시국을 진단하는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9월 9일

6, (재)국립극단과 극단 이와삼의 김윤철 예술감독, 장우재 작 연출의 <미국 아버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장우재 작 연출의 <미국 아버지>를 관람했다.

장우재(1971~)는 배우, 극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이와삼 대표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대진대학교·수원여자대학·용인송담대학 강사다. 2003 문예진흥원 연극부문 신진예술가 지원에 선정되고 2009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시나리오공모전에 <과녁>으로 최우수상을 받고, 2011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 희곡작가부문 선정되었다. 희곡으로는 <자스민 광주> <악당의 조건> <마당극-병신난장> <흰색극> <머리통상해사건> <열애기> <목포의 눈물> <지상으로부터 20미터> <여기가 집이다> <미국 아버지> <환도열차> 그 외 다수이고, 작·연출로는 <이 형사님 수사법> <7인의 기적> <그때각각> <차력사와 아코디언> <악당의 조건> <여기가 집이다> <미국 아버지> <햇빛샤워> 등 다수다. 연출작으로는 <덫> <영종도 36km> 각색 <시집가는 날> 각색·연출 <모퉁이 가게> <굿닥터> 그 외 다수 작을 연출했다.

2001년 9월 11일 07시 59분 92명의 승객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 소속 AA11편이 보스턴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날아올랐다. 이어 08시 1분 45명을 태운 유나이티드 항공의 UA93편이 뉴저지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08시 14분 65명을 태운 유나이티드 항공의 UA175편이 보스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09시 64명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의 AA77편이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각각 향했다.

08시 45분 AA11편이 항로를 바꾸어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과 충돌한 직후인 09시 3분 UA175편이 남쪽 건물과 충돌하였다. 09시 40분 AA77편이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과 충돌하고, 이어 약 9시 59분 경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이 붕괴된 뒤, 10시 3분 UA93편이 피츠버그 동남쪽에 추락하였다. 10시 30분 경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고, 이 여파로 인해 17시 20분 47층짜리 세계무역센터 부속건물인 7호 빌딩이 힘없이 주저앉았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고, 세계 경제의 중심부이자 미국 경제의 상징인 뉴욕은 하루아침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고 말았다. 미국의 자존심이 일거에 무너진 것은 차치하고, 이 세기의 대폭발 테러로 인해 90여 개국 2,800∼3,500여 명의 무고한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CNN 방송망을 타고 시시각각으로 사건 실황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세계 역시 경악하였다.

세계경제도 이 동시 다발 테러 앞에서는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국제금리가 단숨에 하락하고, 세계 증권시장이 흔들렸다. 미국은 사건 직후 일주일간 증권시장을 열지도 못하였으며, 미국을 오가는 모든 국제 항공선도 차단되었다. 미국인들은 이 사건을 일컬어 ‘제2의 진주만 공격’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미국 건국 이래 본토의 중심부가 외부의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4대의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266명 전원 사망, 워싱턴 국방부 청사 사망 또는 실종 125명, 세계무역센터 사망 또는 실종 2,500~3,000명 등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명 피해만도 2,800~3,500명에 달한다. 경제적인 피해는 세계무역센터 건물 가치 11억 달러(1조 4300억 원), 테러 응징을 위한 긴급지출안 400억 달러(약 52조 원), 재난극복 연방 원조액 111억 달러(약 52조 원) 외에 각종 경제활동이나 재산상 피해를 더하면 화폐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납치당한 4대의 항공기에는 3~5명의 납치범들이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결과 범인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출신의 조종사들로 알려졌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국제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과 그의 추종 조직인 알 카에다(Al-Qaeda)를 주요 용의자로 보고 있으며, 그 밖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산하의 무장조직인 하마스(HAMAS), 이슬람원리주의 기구인 지하드,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다른 이슬람 테러조직들도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과 충돌한 직후인 09시 31분, 부시(George W. Bush) 미국 대통령은 이 테러사건을 ‘미국에 대한 명백한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어 전국의 정부 건물에 대피령을 내리는 한편, 국제연합·시어스 타워 등 주요 건물을 폐쇄하였다. 같은 날 금융시장 폐장 결정을 내린 뒤, 뉴욕과 워싱턴에 해군의 구축함 등 장비를 파견하였다.

9월 12일 테러 개입자들에 대해 사전 경고 없이 보복할 것을 천명하고, 이튿날 부시 대통령은 ‘이 테러를 21세기 첫 전쟁’으로 규정하였다. 9월 15일 빈 라덴이 숨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상군 투입 결정을 내리는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인접국인 파키스탄을 설득해 영공 개방 등의 약속을 받아내고, 작전명을 ‘무한정의 작전’으로 명명한 뒤 보복전쟁에 들어갔다.

같은 해 10월 7일,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영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공항과 탈레반 국방부, 잘랄라바드 공항, 칸다하르 탈레반 지휘사령부, 헤라트공항 유류저장고, 마자르 이샤리프 탈레반 군장비 집결지, 콘두즈 탈레반 지역군사작전 지휘소 등에 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 알 카에다의 훈련 캠프와 탈레반 정부의 군사시설 등에 엄격히 제한된 선별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제한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영국 연합군은 2001년 10월 9일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350여 기의 항공 전력을 배치하고, 아프가니스탄 영토에서 자유로운 전·폭격기를 이용한 공습과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군을 앞세워 같은 해 11월 20일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함락하였다. 이어 다음달 22일 연합군은 반 탈레반 정권인 과도정부를 수립함으로써 탈레반과의 전쟁을 종결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전쟁의 목표로 삼았던 빈 라덴과 그의 조직 알 카에다를 뿌리뽑는 데는 실패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지 않고 이후 중동으로 눈을 돌려 2003년 3월 20일에는 이라크전쟁을 일으켜 20일 만에 완전 함락시키고 새로운 과도정부를 출범시키는 등 대 테러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아랍국가와의 적대관계 속에서, 이라크에서 일을 하던 한 미국인 청년을 알카에다 무장병사들이 칼로 목을 자르는 영상이 전 세계에 방영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죽은 청년의 아버지가 영국 전쟁저지연합에 편지를 발송한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이슬람 국가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 부시를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백악관과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평화를 요구한다. 장차가 아니라, 지금 당장 평화를.

<미국 아버지>는 위의 역사적 실화를 연극으로 구성했다. <미국 아버지>는 과거 연극인이었으나, 현재는 마약중독자로 아들과 살고 있다. 아들은 이슬람 여인과 결혼을 해서 막 아기가 태어날 판이다. 아버지는 마약환각 때문인지,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과 사랑했던 여인, 그리고 자신의 연인이 연극인 동료와 몰래 성 접촉을 하는 장면을 본 후, 여인이건 친구건 불신을 하게 되고, 자포자기 겸 마약에 빠져 여생을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아버지는 결혼을 했지만 아내와는 일찍 사별을 했다. 그런데 아들이 중동으로 일을 하러 떠난다. 갓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을 했어도, 돈을 벌어야 하기에….

아버지는 애써 말렸지만, 소용이 없다. 그런 그 아들이 중동에서 알카에다 무장병사에게 목이 잘린다. 아버지는 뉴욕 무역센터가 붕궤되는 모습을 보고 고소하다고 웃기까지 한 인물이다. 그런 그의 아들을 알카에다가 무참하게 참수한 것이다.

그 후 아버지는 갓난아기를 자신이 기르겠노라 결심을 하고, 며느리나 사돈 영감내외가 아기를 데려다 기르겠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돈 내외나, 며느리나, 자신들은 이슬람국가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슬람사람이 아니라, 현재는 미국사람이라며, 자신들이 아기를 데려다 잘 기르겠다고 애원한다. 그러나 그런 말이 아버지에게는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기다.

​결국 사돈 내외와 며느리는 울면서 돌아간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아기가 앓기 시작한다. 아버지로서는 병든 아기까지 돌보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고집대로 며느리나 사돈을 부르지 않고, 경황 중에도 상용하던 마약을 가까이 한다. 환각상태 속에서 과거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모습과 연인, 그리고 연극인 동료,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들의 모습과 마주한다. 모두가 아버지에게 이른다. 며느리와 사돈내외에게 아기를 맡기라고…. 아버지는 자신의 고집과 마약의 환각상태 속에서 엽총으로 자살을 하고 만다.

무대는 정면에 커다란 창이 배경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창 양쪽에 회색의 기둥과 벽이 연결되어 있고, 무대 좌우에 실내로 들어가는 방문이 각기 두 개씩 있다. 이 집의 출입문은 커다란 창문이 난 정면 왼쪽에 있다. 창 앞으로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그 주위에 술병이 잔뜩 놓여있다. 출입문과 탁자와 의자가 놓인 좌우로 연결된 두자 높이의 단을 내려서면, 거실의 마루가 되고, 마루 오른쪽에 긴 안락의자와 등받이의자, 그리고 탁자가 있고, 장면이 바뀌면 이 안락의자의 위치가 변한다. 객석 전면은 이집의 통로 역할을 하고, 집의 외곽도 통행로가 된다. 총소리로 장면이 마무리되고, 커다란 창 쪽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맨해튼 무역센터 붕괴영상이 반복되어 투사되고, 갓난아기는 인형으로 대체해 등장시킨다.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장밋빛 인생( La Vie En Rose)이 효과음악으로 들려나온다.

윤상화가 아버지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일생일대의 명연을 보인다. 김동규, 이동혁, 정태화, 구자승, 박유밀, 마두영, 조연희, 강선애, 황설하, 조홍우, 최세훈, 라소영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 면에서 또 연기 면에서 기량을 발휘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크 조만수, 조명 이동진, 의상 오수현, 음악 조선형, 영상 윤민철, 분장 장경숙, 주최 (재)국립극단 극단 이와삼, 제작 극단 이와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장우재 작 연출의 <미국 아버지>를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걸작 서사극(epic drama)으로 만들어 냈다.

9월 10일

7,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예술감독, 알베르 카뮈 작, 임수현 번역 각색 연출의 <이방인>

산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예술감독, 알베르 카뮈 작, 임수현 번역 각색 연출의 <이방인>을 관람했다.

임수현(1965~)은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 학부, 대학원, 파리4대학 불어불문학과 박사학위(사뮈엘 베케트 연구) 출신으로 서울여자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이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수수께끼 변주곡>, <방문자>,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에릭-엠마뉴엘 슈미트)>, <대학살의 신(야스미나 레자)>, <연기속의 그녀(엠마뉴엘 로베르-에스빠리유)>를 번역하거나 번역 연출했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출생했다. 대학시절에는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 출연한 적도 있었다. 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에는 진보적 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카뮈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했던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초기의 작품 <표리>(1937), <결혼>(1938)은 아름다운 산문으로 그의 시인적 자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문제작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주목 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방인(L’Étranger)>은 알베르 카뮈가 1942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영역명은<The Stranger>, <The Outsider>, <Foreigner>. 프랑스어인 <L’Étranger>를 영어로 옮기다 보니 다양한 제목이 나왔다. 실제로 다 존재하는 판본들. 주로 <The Stranger>로 알려져 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라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프랑스 치하의 북아프리카 알제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프랑스인 뫼르소라는 남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장례 때 어머니의 시신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장례를 치른 직후엔 여자친구인 마리와 노닥거리고 코미디 영화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음날엔 이웃집 사람 레몽이 저녁에 초대해서는 자기와 친구가 되자고 한다. 그런데, 이 사람, 불량배다… 그런데 뫼르소는 그냥 신경 안 쓰고 그러자고 한다. 그리곤 레몽이 뫼르소에게 자길 도와달라고 부탁하는데, 도와달라는 일인즉슨 레몽이 자기에게서 돈만 뜯어가고 자기를 성의 없이 대하는 정부(情婦)를 좀 두들겨 패려고 하니 자기 정부를 속일 만한 편지를 써 달라는 것. 뫼르소는 ‘그를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해 그를 돕게 되고, 그러다 그 정부의 남자 형제랑 엮이게 된다.

며칠 후인 일요일에 레몽이 뫼르소와 마리를 해변가로 초대한다. 이 때 뫼르소는 레몽이 사람을 쏠까 봐 레몽의 권총을 대신 가지고 있었는데 레몽에게 보복하러 몰래 뒤따라 온 정부의 남자형제 패거리 중 한 명인 아랍인을 권총으로 사살하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법정 등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로 끝날 것이라는 결과를 들었고, 국선변호사나 예심판사도 ‘당신의 사건은 별 볼 일 없는 정도로 취급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 당시의 알제리는 프랑스 식민지였던지라 프랑스인이 알제리인을 죽였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쌀 수 있었으니. 하지만 어이없게도 법정의 주요 화제는 아랍인 살해건이 아니라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에 그다지 슬퍼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보였고 놀러 다니기까지 했다는 것이 된다. 이 이야기는 마리가 법정에서 무심코 증언한 것이었는데, 증언하는 도중에 이 증언 때문에 뫼르소가 불리해지는 것을 깨닫고 운다.

또한 뫼르소가 아랍인을 살해한 이유를 설명해야 했을 때, 그 스스로가 상황의 모든 맥락을 생략하고는 ‘햇빛이 눈부셔서 그랬다’라는 말만 하는 바람에 배심원들이 뫼르소를 별 것 아닌 일로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로 오해한 것도 재판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무난하게 풀려나거나 가벼운 형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 건과 불충분한 자기변호로 인해 계획 살해범과 무자비한 인간으로 부풀려지며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종국에는 신부가 찾아와 그에게 죄를 털어놓을 것을 권하지만, 뫼르소는 신부의 허위적인 면을 꾸짖고 자신의 죽음이야말로 진실 되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증명한다며 거부한다.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처형되는 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증오를 퍼붓는 것이라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영화로는 1967년에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 1906~1976)가 감독하고,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Marcello Mastroianni)가 뫼르소, 아나 카리나(Anna Karina)가 마리, 베르나르 블리에(Bernard Blier)가 변호사, 브뤼노 크레메르(Bruno Cremer)가 신부로 출연한 영화 <이방인(L’Étrange>이 기억에 남는다. 오페라감독과 연극 연출로도 유명했던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는 무대예술과 미술의 미학을 영화에 옮겨 놓았으며, 연극과 오페라 같은 전통예술은 비스콘티의 손을 거쳐 신생 매체인 영화에서 빛을 발했다

임수현 번역 각색 연출의 <이방인>은 원작을 최대한 살려 내고 거기에 극적인 구성과 변형을 가해 원작을 능가하는 수준의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배경에 달동네를 연상시키는 산꼭대기의 마을의 영상과 올빼미의 눈동자를 확대한 영상, 밀려오는 파도 등의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높이고 주인공의 심정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고풍스런 기타연주가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고, 무대전체를 1m 높이와 두자(60cm) 폭의 원형무대로 만들고, 그 안쪽으로 원형의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거나 걸터앉을 수 있게 했고, 원형의 단 좌우에 통로가 있어 밖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대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원형무대 안에는 시신이 들어있는 관 조형물이 있고, 관 대신 침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침상을 치우면 장면변화에 따라 주인공 뫼르소의 방이 되는가 하면, 여행지, 또는 구치소 안, 그리고 법정장면으로 사용된다. 주인공은 1인 1역이지만, 다른 배역은 1인 다 역으로 연기를 펼치고, 의상과 모자에 변화를 주어 다른 배역으로 설정한다. 권총이 등장하고 총성은 녹음으로 처리된다.

전박찬이 뫼르소, 박상종이 검사, 승의열이 신부, 박윤석이 변호사, 김효중이 친구 레이몽, 박하영이 마리, 이세준이 기자로 출연해, 성격설정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물론 적절한 의상착용과 완벽한 대사 전달로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총괄기획 오증자, 극장장 임수진, 무대 이인애, 음악 김정용, 영상 김세훈, 분장 이윤아, 의상자문 이신우, 영문자막 김슬기, 기획 김보연 박세희, 조연출 이세준 이윤주, 무대감독 이인애 김동훈, 홍보물디자인 사진 김 솔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예술감독, 알베르 카뮈 작, 임수현 번역 각색 연출의 <이방인>을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9월 12일

8, 극단 민예의 김성환 극작 연출의 <작은집 Casula-어디에도 닿지 않는 다리>

소극장 공유(옛 키 작은 소나무 극장)에서 극단 민예의 김성환 극작 연출의 <작은집 Casula-어디에도 닿지 않는 다리>를 관람했다.

김성환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연극학과 출신으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안양예술고등학교, 국립국악고등학교, 퍼포먼스 연기학원 입시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 극단 민예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하녀들의 위험한 게임> <지금, 식민지를 살다> <햄릿왕 피살사건> <구몰라 대통령> <연꽃 속의 불> <템프파일> <누가 살던 방> <사람을 찾습니다> <지옥도> <장화홍련 실종사건> <고수부지를 떠나는 사람들> <천태만상: 절대사절/대가> <바람의 딸> <퍼포먼스 –1, 0, 1>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수상작으로는 2013년 <2인극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지금, 식민지를 살다”(김성환 작/연출), 2009년 D-FESTA 금상수상(“템프파일” 통영연극축제 공식 초청작)을 했다.

카술라(Casula)는 포르투칼어로 제의(祭衣: 사제(司祭)가 성찬⋅미사 때 alb(흰 베로 만든 긴 승복(僧服)) 위에다 걸치는 소매 없는 타원형의 제복)를 의미하고, 작은집이라는 뜻과 무덤이라고도 번역된다.

  

1, 이 연극은 길 위에서다(Stand on thr road)-잃어버린 풍경, 2,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슬프고 우울한 표정, 3,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지혜로운 전화기, 4, 머릿니“인간의 피만 먹고사는 이(Human Lice)”-권태, 불안 등의 주제를 내용으로 3인의 청소년을 등장시켜 펼쳐간다.

무대는 마치 작은집의 정원 같은 풍경이다. 흰색의 낮은 울타리가 정 사각으로 둘러 져 있고, 가운데에는 흰색의 여러 개의 가지가 있는 나무 한그루와 역시 흰색의 벤치하나가 놓여있다. 상수 쪽에는 타악 연주석이 있어 대북과 소북을 출연자가 연주하고, 대사도 한다. 여성 출연자 2인과 남성출연자 1인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학업에만 몰두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면서 공부에만 열중한다. 부모나 친구의 걱정하는 마음도 여성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 격이다. 입시지옥에서부터 취업문제에 이르기까지 젊은이들의 현실을 그려냈다. 두 번째는 남성의 이야기다, 남성은 작가지망생이다. 창작에 골몰해 몸이 망가져 혼수상태에 이르러 죽음을 맛본다. 작가지망생 뿐 아니라, 미술, 음악, 무용, 연극부문에 입문하려는 젊은이들의 혼신의 열정을 묘사했다. 세 번째는 인터넷의 열풍과 인터넷 방송을 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2017년 현재 인터넷 방송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일반 인터넷 방송국으로 컨텐츠가 지상파나 케이블과 비슷하지만 방송을 인터넷으로만 송출하는 방송국이다. 따라서 지상파 케이블 쪽에서 다루기 민감하거나 비주류로 취급되는 컨텐츠들을 방송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개인 인터넷 방송국으로 아마추어들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여 방송을 송출하는 것 혹은 개인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송국을 말한다. 따라서 2017년 현재는 후자인 개인 방송이 가능한 곳을 인터넷 방송국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일반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자유로움. 인터넷 방송국에 의한 회사 방송이 대개 지상파 공중파에서 여러 가지 어른의 사정으로 다룰 수 없는 민감한 사안들을 주제를 다루기 쉬우며, 방송 대상이 명확하기 때문에 처음 정한 테마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며 구성 진행에 제약이 덜한지라 전반적으로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아마추어들의 개인 방송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지며, 그 때문에 너무 막나가는 막장 진행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비책과 금제를 걸어두기도 한다.

개인 인터넷 방송을 송출하는 사람들을 아프리카TV에서는 BJ, 카카오TV에서는 PD, 트위치TV에서는 스트리머, 유튜브에서는 크리에이터, 이외에도 다양하게 불리며 포괄적인 보통명사로는 브로드캐스터가 있다. 이 문서에서는 이들을 편의상 ‘인터넷 방송인’이라고 칭한다.

2017년 현재 개인 인터넷 방송의 절반가량은 게임 방송이고 나머지는 토크 방이나 캠 방, 음악 방, 먹 방 등이다. 2017년 발표된 교육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인터넷 방송인은 약 60,000명가량 이라고 한다.

3인의 남녀가 각자 연기를 펼 때에는 다른 2인은 타 악을 연주하며 부모나 친지등 상대역을 해가며 연극을 이끌어 간다.

신슬기가 작가지망생, 김시원이 취업준비생, 박인아가 인터넷방송을 하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3인의 혼신을 다한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움직임지도 천창훈, 타악지도 송정아, 조명 이재호, 조연출 조혜인, 오퍼 심민희, 포스터디자인 장연주, 사진 김유정, 홍보 루비컴퍼니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민예(대표 이혜연)의 김성환 극작 연출의 <작은집 Casula, 어디에도 닿지 않는 다리>를 관객의 기억에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9월 14일

9,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헝가리안 씨어터 클루지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안드라스 비스키 드라마트루기, 실비우 푸카레트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헝가리안 씨어터 클루지(Hungarian Theatre of Cluj) 의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원작, 안드라 비스키(Andras Visky) 드라마트루기, 실비우 푸카레트(Silviu Purcarete)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를 관람했다.

실비우 푸카레트(Silviu Purcarete, 1950~)는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에서 무대 연출을 공부했다. 그는 루마니아를 비롯해 유럽 유수의 극단에서 20여 년이 넘게 활동해오며 유럽의 전설적인 연출가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그의 작품들은 루마니아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비평을 얻고 수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특히 영국에서 많이 공연되었으며 현재 자신의 개인 극단이 있는 파리에서 거주하고 있다.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1991) 비평가 상 및 하마다 재단 우수상, 몬트리올 의 아메리카 대륙 축제 (1993)에서 최고의 외국 공연 상, 최고의 연극 연출을 위한 골든 글로브 피터 브룩 상(1995), Dublin Theatre Festival의 비평가 상(1996), 그단스크 세익스피어 국제 영화제 심사 위원 특별상(2006), 영화배우 윤정희가 2011년에 받은 적이 있는 “프랑스 문학과 예술 슈발리에 훈장(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 그리고 루마니아 별 훈장(l’Ordre roumain de l’Etoile) 등을 받았다.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에 발생한 시저의 암살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 극에서 고대 로마의 공화정과 왕정의 두 다른 정치체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로마의 역사를 통하여 영국의 엘리자베스 조 시대의 현실정치를 조명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당시에 시저를 왕정주의자로, 브루투스를 반 왕정주의자로 보는 시각이 있었는가 하면, 로마의 원로원을 영국의 왕실로, 시저를 왕정의 반역자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시저를 왕정주의자로 보건 반왕정주의자로 보건 셰익스피어는 시저와 브루투스의 죽음을 통하여 한편으로는 왕정수호의 정당성과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왕정의 위험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의 백미는 이러한 정치적 주제가 시저, 브루투스, 안토니, 캐시우스 등의 연설과 행동을 통하여 독자에게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는 지난 4세기 동안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도 계속 읽혀지고 공연되어질 것이다.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에서는 시저의 죽음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있다. 극의 전반부에서는 브루투스와 캐시우스를 위시한 반시저주의자들이 독재정치에 항거하기 위하여 분연히 일어나 시저의 암살을 모의한다. 캐시우스는 브루투스에게 시저가 왕이 될 경우 로마인들이 일인 전제정치로 얼마나 신음할 것인가를 웅변적으로 이야기하고 브루투스는 로마의 정의를 위하여 시저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캐시우스는 캐스카, 트레보니우스, 리가리우스, 메텔루스 심버, 시나 등의 인물들을 규합하여 구체적인 암살계획을 추진하다. 브루투스는 부인 포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위가 개인적인 원한이 아닌 로마의 자유를 위한 행동임을 강조한다.

시저는 부인 캘퍼니아, 예언자, 아르테미도루스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로원에 출근을 한다. 때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이었다. 메텔루스 심버가 동생의 시민권을 복권해 달라고 간청을 하는 척하는 사이 시저를 둘러싼 암살자들은 캐스카의 구호에 따라 일제히 시저에 달려들어 그를 난도질한다. 브루투스의 마지막 일격을 받은 시저는 “브루투스 너 마저도”(Et tu, Brute?)라는 말을 남기며 쓰러진다. 시저의 죽음 이후 브루투스 일당이 로마를 잠시 장악하나 시저의 장례식 때 안토니는 “저는 시저를 장사하러 왔지, 칭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로 시작되는 명연설을 통하여 로마시민들을 선동한다. 결국 그는 암살자들을 로마에서 축출하고 정세를 반전시킨다.

4막에서는 3막까지의 긴박감과 생동감이 반감이 된다. 제1차 삼두정치의 주인공이 될 안토니, 옥타비우스, 레피두스가 모여 시저의 암살에 가담한 자 중 처형자 명단을 작성한다. 한편으로는 시저 암살의 주역인 브루투스와 캐시우스가 군자금과 관련하여 감정대립을 하나 곧 화해를 한다. 이어서 브루투스와 캐시우스는 안토니와 옥타비우스의 연합군과의 전투를 준비한다. 홀로 진영에서 밤새 책을 읽고 있는 브루투스에게 시저의 망령이 나타나 그의 죽음을 암시한다. 5막에서는 브루투스와 캐시우스의 군대가 안토니 옥타비우스의 군대와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브루투스는 옥타비우스의 군대에 승리를 거두나 캐시우스는 안토니의 군대에 패배한다. 캐시우스는 절망한 나머지 노예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고 후에 브루투스도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결한다. 안토니와 등장하여 브루투스가 진정한 로마인이었음을 칭찬하고 시저 암살 후 2년 동안 계속된 로마의 내전이 종식되었음을 선포한다.

무대는 배경에 긴 식탁 두 개를 가로 연결시켜 출연자들이 오를 수 있게 했고, 무대 하수 쪽에 십 여 개의 의자를 줄줄이 가로 놓아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시킨다. 상수 쪽에도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중앙에는 바퀴가 달린 침대, 환자이동의자, 여행용 가방, 혈액 색깔의 염료가 들은 동이 등을 들여오고 내 가고 한다. 커다란 종이 곽 속에 출연자가 들어가 일어섰다 앉았다 하며 뚜껑을 열고 닫는다. 배경에 긴 막을 늘어뜨려 조명으로 색의 변화를 주고, 무대전체를 차단할 수 있는 중간 비닐 막을 내리는가 하면, 대단원에서는 프로시니엄 아치 꼭대기에서 분수처럼 물이 아래로 쏟아져 내리도록 설치해 마치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을 했다.

검은 색 코트에 검은색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짚는 여성 예언자를 제외한 출연자들은 모두 백색의 실내복 같은 의상 차림을 했고, 후반부에는 백색 천으로 음부만을 가린 채 등장해 긴 식탁 위에 한꺼번에 올라가 집단 연기를 벌인다. 유일한 흑인 연기자가 하인으로 출연한다. 특히 연극의 도입에는 객석 2층에서 출연배우의 부르짖음에서부터 연극이 시작되고 1층 객석 복도에서 많은 장면이 연출된다.

루마니아는 헝가리어를 사용하는 관계로 배우들은 헝가리어로 대사를 하고, 프로시니엄 좌우 벽과 상단에 한글자막영상이 투사된다.

졸트 보그단(Zsolt Bogdan)이 줄리어스 시저, 미클로스 바츠(Miklos Bacs)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가보르 비올라(Gabor Viola)가 부루투스, 사볼츠 발라(Szabolcs Balla)가 카시우스, 에모케 카토(Emoke Kato)가 칼푸르니아, 에니코 기요르기야카브(Enio Gyorgyjakab)가 포셔, 칠라 알베르트(Csilla Albert)가 예언자, 발라즈 보돌라이(Balazs Bodolai)가 하인 그 외에 다수 연기자가 출연해 제대로 된 발성과 정확한 대사 그리고 감정표현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세트 및 의상디자인 드라고스 부하지어(Dragos Buhagjar), 작곡 바실레 실리(Vasile Sirli), 조연출 이쉬트반 알부(Istvan Albu), 드라마트루기 보조 레카 비로(Reka Biro), 음악감독 졸탄 호르바스(Zoltan Horvath), 무대감독 팔 부이테(Pal Bojthe) 졸트 기료르피(Zsolt Gyorffy) 등 스텝진의 기량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헝가리안 씨어터 클루지(Hungarian Theatre of Cluj) 의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원작, 안드라 비스키(Andras Visky) 드라마트루기, 실비우 푸카레트(Silviu Purcarete)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를 연출가와 출연자 그리고 스텝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루마니아 연극이 대한민국연극과 마찬가지로 세계 정상급 수준임을 천명하는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9월 15일

10, 극단 앙상블의 김진만 작 연출 <보석보다 찬란한>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극단 앙상블의 김진만 작 연출의 <보석보다 찬란한>을 관람했다.

김진만(1969~)은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국문학과 출신으로 예술의전당 공연예술아카데미 극작 평론 수료, 세종대학교 문화콘텐츠 대학원 졸업, 서울예전 교수, 성균관대,국민대 강사, 제35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배우공모 대상 수상, 제4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특별상 수상, 제37회 서울연극제 2관왕 수상, 2인극 페스티벌 총감독, 딴짓축제 총감독, ITI세계극예술협회 한국ITI국제페스티벌위원장, 2인극 페스티벌 집행위원장, 현재 극단 앙상블 대표다.

<시집가는 날> <산타가 된 눈사람> <춘향전> <우중산책> <닐리리 맘보> <회심곡> <패러디 판타지아> <큐빅스 대모험> <집으로> <판도라의 날씨상자> <뮤지컬 국내성>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다목리 미상번지> <HOLE> 등을 발표 연출한 배우 겸 작가이자 연출가다.

무대는 건축용 널빤지인 패널(panel)을 제조하거나 재생시키는 작업장이다. 패널(panel)은 순수한 우리말로는 거푸집이라 부른다. 거푸집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일정한 형태나 크기로 만들기 위하여,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원하는 강도에 도달할 때까지 양생 및 지지하는 가설 구조물을 일컫는다. 배경의 흑색 커튼 사이로 등퇴장 로가 있고, 그 앞 커튼은 조명효과에 따라 안쪽의 풍경이나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커튼 좌우로도 등퇴장 로가 있고 커튼외곽을 돌아 들어가거나 나올 수도 있다. 무대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탁자와 의자 그리고 확성기가 있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방송을 한다. 상수 쪽에는 건축자재나 폐기물을 쌓아놓고, 못뽑이와 망치로 재생작업을 한다. 배경 상수 쪽에는 계단식으로 패널(panel)을 쌓아 후에 그 위로 올라가 건설사무소의 사무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마라톤 경기가 펼쳐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친구들이 응원을 하고 그 중 한명이 우승을 한다. 친구들이 기뻐하며 장끼자랑을 하듯 노래를 부르면서 잔치마당이 벌어진다.

장면이 바뀌면 친구 한명이 새로운 건축소재를 개발해 건설회사와 거액의 계약을 했노라고 알리면 함께 개발에 참여한 친구들이 축하하고 기쁨을 함께 나눈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 그중 한 친구가 그 신건축소재를 계약금을 세배나 주는 건설회사에 이중으로 팔아, 먼저 계약을 한 친구는 이중계약자로 고소되어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세배의 이익금을 챙긴 친구는 건설회사의 사장이 되어 떵떵거리며 지내고 승승장구한다. 그 뿐 아니라 소시 적부터 사귀던 처녀에게 아기를 배도록 하고는 그녀 곁을 떠난다.

세월이 흐르면 건축용 널빤지 거푸집을 제조 재생시키는 작업장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청년이 등장한다. 청년은 이 작업장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듯싶다. 그런데 이 집의 자재로 건물을 짓는 건설회사 사장이 바로 이중계약을 해 친구를 곤경에 빠뜨린 인물이고, 배신한 친구와 보조를 함께한 친구가 건설감독관으로 등장을 하는가 하면, 배신자에게 버림받은 처녀는 실성한 상태가 되어 등장을 한다. 물론 출소한 친구는 처녀를 가엾게 여기고 끌어 안아주지만, 처녀는 배신자의 이름만을 부르고 찾을 뿐이다.

여기에 복선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명목으로 땅장사를 하려는 마을 회장이 등장을 하고, 방송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 마을사람들이 궐기할 것을 독려한다. 건설감독관이 그와 함께 일을 벌인다. 교도소에서 출감한 친구와 마을회장은 첫 대면부터 충돌을 일으킨다. 그러나 회장은 충돌을 매끄럽게 피하면서 건설회사 사장과 결탁한 일을 벌여나간다.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노인들과 출감한 청년의 인간적인 대화와 술자리가 펼쳐지고, 실성한 처녀의 행태가 점점 발광하듯 변해 출감청년의 마음을 더욱 아프고 안타깝게 만들지만, 정작 배신자인 건설회사 사장은 과거 동료나 처녀를 의식조차하지 안하는 듯싶다.

한편 밤이 되면 출감한 청년은 작업장에 남모르게 등장해 건설회사 건물 사무실 가까이 널판을 층층이 쌓아 올린다. 사무실 가까이까지 높게 쌓아올리고 돌아가면, 잠시 후 작업장의 노인 한사람이 등장해 청년이 쌓은 걸 모두 다시 내려놓는다. 다음날 다시 내려진 널판을 보고 출감한 청년은 아연실색을 한다. 청년은 그날 밤 다시 쌓아올리고, 잠시 후 노인은 다시 나타나 그걸 다시 내려놓고, 그러기를 되풀이 하다가 청년은 결국 쌓아올리기를 성공시킨다. 이중계약을 한 서류를 찾아내어 진실을 밝히려는 의도인 듯싶다. 그런데 마을회장과 건설감독관이 널판을 딛고 올라가 사무실에 침입을 한다. 물론 그 전에 방해가 될까봐 실성한 처녀를 결박해 방에 가두어 놓고 일을 벌인다. 건설감독관도 바로 옛 친구 중 한사람이라 그런 건설회사 사장의 배신과 비행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이중계약서류를 찾아내어 공개를 하겠다는 협박으로 금품수수를 하려는 목적인 듯싶다. 침입한 두 사람이 서류를 찾아냈는지 출구로 나오려는 순간, 감금당한 방에서 뛰어나온 처녀의 부르짖음이 폭발하듯 크게 들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모여들 기미를 보이니, 두 사람은 황급히 출구에서 나와 사라져버린다. 출소한 청년은 자신이 공개하지 않아도 건설사 자장의 비행을 두 사람이 공개할 것으로 믿는지, 두 사람을 쫓아가지 않고 부르짖던 처녀가 거리에 나둥그러진 곳으로 다가가 처녀를 일으켜 안아 조심스레 등에 업는다. 그리고 아빠나 엄마가 아기를 업듯 처녀를 업고 달래며, 어둠속을 한 발자국 한발자국 튼튼한 모습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장용석이 출감한 청년, 김미란이 실성한 처녀, 박정순이 박씨 아저씨, 김효배가 윤씨 아저씨, 맹봉학이 마을회장, 이계영, 이동준, 이영민, 윤차연, 김연진, 김희경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물론 정확한 대사와 감정전달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감동을 창출해 낸다.

협력프로듀서 이훈희, 슈퍼바이저 조정민, 조연출 김효신, 조명 오택조, 디자인 안미령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앙상블의 김진만 작 연출의 <보석보다 찬란한>을 장기공연을 해도 좋을 친 대중적인 감성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9월 16일

11, 극단 애인의 강희철 김지수 백우림 작, 강예슬 김지수 연출 <3인 3색 이야기>

아르코 대극장 앞 이음센터 5층 이음홀에서 극단 애인의 <3인 3색 이야기> 강희철 작, 강예슬 연출의 <조건만남>, 백우람 작, 김지수 연출의 <소리전쟁>, 김지수 작 연출의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관람했다.

극단 애인은 창단 10주년이 된 장애인 극단이다. 장애인들의 불규칙한 호흡, 경직과 이완의 연속적인 움직임, 시차가 다른 언어 등의 ‘장애’가 장애인 극단만의 극적인 효과로 바ㄹ현 될 수 있는 수단이자 소통의 방법이라는 것에 의견을 함께하며 공연을 10년째 이어가고 있다. <함께 부르는 노래>를 시작으로 <장애인의 몸짓으로 풀어낸 고도를 기다리며> <장애, 제3의 언어로 마ㄹ하다> <고도를 기다리며> <손님> <너는 나다> <제물포별곡> <무무> <들판에서> 등을 공연해 왔다. 10년 전 극단 애인을 창단한 김지수는 장애인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했던 배우였다. 그녀는 장애인극단의 정체성을,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단원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연극의 모든 과정 즉 대본, 연출, 연기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완벽한 장애인극단 애인으로 탄생시켰다.

첫 번째 연극 백우람 작 김지수 연출의 <소리전쟁>은 서로 마주보는 위치에 자리한 건물의 옥탑방에 거주하는 척수마비장애 남성과 청각장애 여성이 소리를 두고 벌이는 전쟁이다. 아침 아홉시면 맞은편 옥탑방 여인이 벌이는 타악기 두드리는 소리에 이쪽 옥탑방 남성은 고성으로 노래로 맞대응을 한다. 결국 상대가 청각장애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두 사람은 소리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강희철 작, 강예슬 연출의 <조건만남>이다. 환자이동의자를 타고 성매매업소를 찾은 남성이 성매매여성의 동침거부를 두고 벌이는 내용이다. 장애인과는 몸을 밀착시키지 않겠다는 여성과 남성이 돈을 몇 곱절 뿌리고 달려들어도 여성은 계속 피하기만 한다.

세 번째는 김지수 작 연출의 <기억이란 사랑보다>는 장애인 어머니와 어려서 헤어진 인물이 결혼적령기를 맞아 장애인과 결혼을 하게 됨으로 해서 다시 어머니를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홀로 도장 새기는 일을 하며 사는 어머니를 남인 것처럼 찾아와 이름을 대고 도장을 새기면서 어머니에게 자식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면서 두 사람사이의 혈육의 따뜻한 정이 솟아나는 정경을 묘사했다.

강보람, 강예슬, 강희철, 백우람, 어선미, 이현주, 하지성 등 출연자 전원의 혼신의 열정으로 창출된 연기는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극장이 터져나가는 듯싶은 박수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터그 이양구, 무대 서울무대, 무대디자인 김민지, 조명 김종석, 조명오퍼 정다운, 음향오퍼 이상희,전화수 김정환 이종섭, 수화통역사 김미경, 그래픽 황가림, 사진촬영 권기호, 기획 홍보 홍민진 박윤영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어우러져, 극단 애인의 <3인 3색 이야기> 강희철 작, 강예슬 연출의 <조건만남>, 백우람 작, 김지수 연출의 <소리전쟁>, 김지수 작 연출의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9월 20일

12,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백수광부 제작, 고영범 작, 이성열 연출의 <에어콘 없는 방>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극단 백수광부의 고영범 작, 이성열 연출의 <에어콘 없는 방>을 관람했다.

고영범은 1962년 서울생.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공과 대학 대학원에서 영상 제작을 전공했다. 민중문화운동연합에서 대본 구성 및 연출을 했으며, 닐 사이먼이 쓴 「lost in yonkers」를 번역했다. (인천 시립 극단 1997년 공연) 1990년 이후 뉴욕에 거주하면서 다큐멘터리, 교육물 등의 영상물을 제작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겸임교수다.

<태수는 왜?> <방문> <에어콘 없는 방>을 집필하고,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용비어천가> <예술하는 습관>을 번역했다.

이성열은 연세대 사학과에 입학해 연희극예술연구회에 들어가며 연극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에서 연기와 연출을 배우고, 제대를 해서는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에서 연출을 익히며 산울림 소극장의 극장장을 맡기도 했다.

연극으로는 <아버지와 아들> <햄릿아비> <벚꽃동산> <과부들> <봄날> <여행> <그린 벤치> <자객열전> <미친극> <키스> <야메의사> <굿모닝? 체홉>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무용극은 <비천사신무> <두 도시 이야기> <유랑> <운수좋은 날>, 음악으로는 <톨스토이 IN Music> <드라마가 있는 음악회> <파가니니&리스트> ‘,죠르쥬>, 오페라는 <손탁호텔>(협력연출) 등을 연출했다.

1998 한국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굿모닝? 체홉>, 2005 서울연극제 “연출상” <Green Bench>, 2007 김상열 연극상 <물고기의 축제>,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 <봄날>, 작품상으로는 199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키스>·

200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자객열전>· 2005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 <Green Bench> 서울연극제 “우수상” <Green Bench>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여행>, 2006 서울연극제 “우수상” <여행>, 2009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봄날> 2013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의 몸과 영혼에는 그 시대의 흔적이 인장처럼 새겨진다. 격동의 시대일수록 흔적은 난폭해진다. 일제 침략과 분단이라는 잔혹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 땅에서 무자비한 시대의 폭력을 비켜간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마는, <에어콘 없는 방>은 독립운동가 현순 목사의 자녀 앨리스 현과 피터 현의 기구한 가족의 운명을 연극으로 그려냈다.

3·1운동의 숨은 주역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설립의 산파였던 현순(玄栒·1880∼1968) 목사는 임정의 주미 전권대사로 미국 정부로부터 독립승인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옛 소련으로 건너가 레닌과도 담판을 벌였다. 그러나 광복 후 미군정을 거부하고 한국의 즉각적 독립을 요구했던 그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미국에서 숨을 거뒀다.

현 목사의 맏딸 앨리스 현(1903∼1955)은 1924년 미국으로 건너가 재미교포 의사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뒤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미군 장교(중위)로 복무한다. 그러다가 광복 후 미군정 장교로 다시 한국 땅을 밟지만 아버지 때문에 미군정에 의해 강제 전역당한 뒤 1948년 북한행을 택한다. 그는 훗날 간첩 혐의로 박헌영과 함께 북에서 처형된다. 맏아들 피터 현(1906∼1993)은 1946년 미군정 소속 미 육군 소령으로 모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인으로선 최고위급 장교였다. 그러나 그 역시 누나와 함께 강제 전역당한 뒤 미국 연극계에 투신한다.

한국현대사와 맞물려 파란만장하게 살았지만 그 역할이 잊혀 진 미주 한인 1세대 독립운동가 현 목사와 그 가족들. 최근 한국을 찾은 현 목사의 막내아들 데이비드 현(87·미국 로스앤젤레스)이 20일 아버지가 남긴 1만5000쪽 분량의 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료들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 한국 정부와 학계가 독립운동사의 가려진 부분을 밝혀내고 아버지 현 목사의 공을 정당하게 평가해 달라는 것.

“아버지는 광복 직후 건국준비위원회의 초청을 받고 귀국수속을 밟다가 미군정을 지지하겠다는 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로부터 출국비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비자를 받고 귀국해 대통령이 됐습니다.”

현 목사가 남긴 대표적 기록인 ‘현순자사(自史)’는 90년대 후반 이후 국내에 입수돼 독립운동 연구자들 사이에서 상하이 임정과 미국 내 독립운동의 전모를 밝혀주는 실물자료로 주목받아 왔다. 그리고 국내외의 소설가들에 의해 소설화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 ‘리틀 도쿄’를 설계한 유명 건축가이기도 한 데이비드씨는

“아버지는 임정의 주미 전권대사로 1921년 미국 정부의 임정승인을 거의 성사시키는 단계에까지 갔죠. 그러나 임정 내에서 이승만이 미국 정부에 위임통치를 청원했다는 사실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갑자기 아버지인 현순 목사를 해임시킴으로써 그 사실이 들어나지 않도록 했죠.”

무대는 에어컨 없는 방이다. 드라마센터의 바닥을 1m 정도로 높인 직사각의 무대를 만들어 에어컨 없는 방으로 설정했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배치하고, 상수 쪽에 창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을 하고, 하수 쪽에는 출입문과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방안에는 침대가 있고, TV수상기도 있다. 냉장고에는 음료수와 술병이 들어있고, 원형의 탁자와 의자가 있어 출연자들이 이동 배치시키며 사용한다. 장면전환에 따라 정면의 벽과 침대를 무대 뒤쪽으로 이동시키거나 다시 원상회복을 시키고, 무대 뒤쪽과 앞쪽에 바닥으로 내려설 수 있는 공간과 뚜껑이 덮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에어컨 없는 방으로 백발의 피터 현이 부친인 현순 목사와 어머니의 유골함을 들고 등장한다. 보훈처 직원이 따라 들어오고, 피터 현은 몇 십 년 만에 다시 찾은 고국에서 상념에 젖는다. 상념은 한 발 더 나아가 현실과 비현실 속을 배회하게 된다. 그런 비몽사몽 같은 행태는 직원과의 음주이후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 누이 앨리스 현이 등장하고, 함께 연극연습을 하던 동료들이 모두 등장을 한다. 동시에 몇 십 년 전의 시대상황과 좌우익이 대립하던 시절이 부각이 되고, 공연직전에 유색인 연출가를 은폐시키려던 백인 기획자와 극 단원들의 행태에 연극을 포기하려던 자신의 모습이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물론 피터현은 자신의 착란증세를 의식하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평생 쌓였던 억울한 가족사와 개인사가 바위덩이처럼 무겁게 하나하나 내리눌러 비명까지 지르게 된다. 누이와 행동을 함께 했던 박헌영이 등장을 하고 박헌영이 총격으로 사망했지만 다시 일어나 피터 현 앞에 용기를 잃지 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국립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부모님의 유골을 안장하려고 고국을 찾은 피터 현은 부모님을 정중히 모셔야 한다는 사명감과 동시에 자신이 포기하려 했고 실패한 것으로 생각해, 다시는 되돌아보지 않으려 했던 연극이 사실은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한명구가 피터 현, 홍원기가 박헌영, 민병욱이 보훈처 직원, 김동완이 기획, 김현중이 젊은 시절의 피터, 최원정이 앨리스 현, 김경희가 무대감독, 주예선, 심재완, 윤상원, 전주영, 이영재, 신주호, 박정현, 유승민 등 출연자 전원의 혼신의 열정으로 펼치는 연기는 관객을 완전히 압도시키고, 관객자신이 직접 겪는 듯 한 느낌으로 관람을 하게 된다.

무대 박상봉, 조명 김성구, 음악 김동욱, 의상 이수원, 의상팀 박인선 신나라 최은영, 분장 이동민, 분장팀 이수연 안소연, 영상 윤형철, 모션그래픽 김희정, 인형제작 문창혁, 무대감독 김은선, 무대조감독 안수민 노희국, 조연출 김세홍, 기획 코르코르디움, 사진 윤헌태, 인쇄물디자인 ㈜디자인컴퍼니 등 스텝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백수광부 공동제작, 고영범 작, 이성열 연출의 <에어콘 없는 방>을 작가, 연출가, 연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24일

13,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명작단편소설 우상욱 연출의 뮤지컬 <쿵짝>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에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김영선 작, 박지만 작곡, 우상욱 연출의 뮤지컬 쿵짝 “주요섭 작 <사랑 손님과 어머니>, 김유정 작 <동백꽃>, 현진건 작,<운수 좋은 날>”을 관람했다.

주요섭(朱耀燮, 1902–1972)의 호는 여심(餘心). 평양에서 태어났다. 1927년 상해 호강대학 교육학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유학했다. 1921년 <매일신보> 에 <깨어진 항아리>를 발표하여 등단. 초기에는 <인력거꾼>(1925), <살인>(1925) 등 신경향파에 속하는 ‘빈궁문학(貧窮文學)’을 주로 썼으며 하층 계급의 생활상과 그 반항 의식을 즐겨 그렸고, 중기에는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기점으로 하여 1930년대에는 짙은 서정성이 있는 작품을 발표했다. 후기에는 주로 현실적인 문제를 그림. 한때 <신동아>의 주간을 지내기도 하였고, 1934년부터 북경 보인대학 교수 역임. 광복 후 귀국하여 <대학 교수와 모리배>(1946) 등 당시의 세태를 풍자하는 소설을 발표하고 국제 펜클럽 한국 본부 위원장 역임했다.

1935년 <조광(朝光)>에 발표된 단편 소설. 여섯 살 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과부인 젊은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과의 미묘하 애정 심리가 전달된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이 성공적으로 사용된 작품으로서 시점이 소설의 다른 요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문학적 장치임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어머니와 아저씨 사이의 연정과 갈등을 섬세하게 나타낸 소설로, 통속적인 내용을 어린아이의 맑고 깨끗한 눈으로 순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천진난만한 ‘나’의 행동이 두 어른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어른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어렴풋한 그리움과 망설임을 어린아이다운 감각과 직관으로 선명하게 포착하는 등 아이의 시선을 절묘하게 활용한 소설이다. 물론, 화자가 어린 여자애이기 때문에 서술과 묘사가 표면적이고 즉물적(卽物的)인 선에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불충분함이 이 소설의 예술성을 극대화한다.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은 일제 강점기의 소설가이다. 강원도 춘천 출생이며 1937년 3월 29일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동백꽃>은 1936년 5월 <조광>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17살인 ‘나’는 소작농의 아들이다. 그런대 마름의 딸인 ‘점순’이 나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다. 점순이는 성격도 쾌활하고 야무지기로도 동네에서 유명한데 유독히 나를 못살게 군다. 얼마 전 점순이 나에게 사람들 몰래 삶은 감자를 쥐어주는데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거절을 한다. 그 후로 심술을 피우더니 자기네 수탉과 주인공의 수탉을 싸움을 붙인다. 점순이네 수탉은 살이 찌고 힘이 좋아 주인공의 수탉은 늘 쪼이고 다쳐서 피나고 매번 닭싸움에서 진다. 나는 번번이 닭싸움에 져서 화가나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기도 하지만 번번이 지고만다. 어느 날 나는 산을 내려오다 점순이 또 닭싸움을 시키는 것을 보게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점순이네 수탉을 때려죽인다. 정신이 돌아온 나는 점순이 마름 집 딸이라 피해가 올까 두려워 울고 만다. 점순은 자기 말을 잘 들으면 일르지 않겠다고 하여 나는 엉겁결에 약속을 한다. 그리고 뭐에 떠밀렸는지 점순과 껴안은 채 노란 동백꽃 사이로 넘어져 파묻히게 된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남쪽 해안에 피는 상록교목의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의 꽃이다. 강원도 사람들은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 혹은 산동백이라고 불러왔다. 「정선아리랑」의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의 올동박이 바로 생강나무 노란 꽃이나 까만 열매를 의미한다. 대중가요「소양강처녀」의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에 나오는 동백꽃도 생강나무 꽃이다. 김유정은 소설에서, 붉은 동백꽃과 구별이라도 하려는 듯이 ‘노란 동백꽃’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라고 꽃 냄새를 절묘하게 그려냈다.

현진건(玄鎭健, 1900~1943)은 대한제국과 일제 강점기 조선(朝鮮)의 작가, 소설가 겸 언론인, 독립운동가이다. 본관은 연주 현씨(延州 玄氏)이고 호는 빙허(憑虛)이다.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등 20편의 단편소설과 7편의 중·장편소설을 남겼다. 일제 지배하의 민족의 수난적 운명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지향한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꼽힌다.

<운수 좋은 날>의 줄거리다. 인력거꾼인 김 첨지는 오랜만의 인력거를 타는 손님이 많아, 평소보다 큰돈을 벌게 되자 앓아누워 있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줄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아침에 나올 때 앓아누운 아내가 오늘은 제발 나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던 생각이 떠올라 김 첨지는 계속되는 행운에도 불안해한다. 선술집에서 친구 치삼이와 술을 마시면서 김 첨지는 아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쉽사리 집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이상한 언행을 한다. 취중이지만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 김 첨지는 불길한 침묵에 맞서 아내에게 욕설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 결국 아내의 죽음을 확인한 김 첨지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린다.

연출을 한 우상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배우다. 연극 <아버지> <보니 앤 클라이드> <올모스트 메인> <유도소년> <두결한장> <늘근 도둑이야기>와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그런 day>, <전야제>, <침>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했다. 뮤지컬 <쿵짝>은 우상욱의 첫 연출작이다.

무대는 야전침대 크기의 직사각의 조형물 여러 개를 이동배치 시켜 새 작품에 대비한다. <꿈에 본 내 고향>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 <꽃마차> 같은 친근한 옛 가요를 출연자들이 부르면서 놀라운 기량으로 연기력을 발휘한다. 세 작품에 겹치기 출연을 하지만 성격창출에서나 감정변화는 물론 무용에 이르기까지 관객을 완전히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 작품을 해설자의 해설로 진행을 하고 마무리를 맺는다.

강현정, 은채원, 박한들, 김은영, 윤차영, 조현식, 이상택, 임혜란, 최혜진, 김리, 박정민, 김상두, 오우석, 김대웅, 신혜지, 송나영, 김지혜, 윤여진, 권태진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마치 <사랑 손님과 어머니> <동백꽃> <운수 좋은 날>에 출연하기 위해 배우가 된 듯 혼신의 열정을 보이고, 개개인의 탁월한 기량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고문 민경식, 대포 민준호, PD 조한성 안혁원, 예술감독 이주은, 음악감독 김여우리, 안무 이세승 박수연, 무대디자인 정이든, 조명디자인 최상식, 조명보조 박유진, 조명작업 이예지 김재원 박성훈 고은비 남수정, 조명작동 표상아, 음향디자인 이채욱, 음양보조 김나연, 음향기술 알파미디어그룹, 음향작동 김현주, 의상디자인 이지혜, 소품디자인 이 본 유태희, 분장디자인 임영희, 조연출 이인애, 컴퍼니매니저 김훈일, 하우스매니저 강경철, 티켓매니저 이주원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김영선 작, 박지만 작곡, 우상욱 연출의 뮤지컬 <쿵짝>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장할만한 음악성, 연극성, 대중성을 고루 갖춘 우수걸작 음악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27일

14, 극단 그린피크의 박상현 작 연출의 <고발자들>

혜화동 나온씨어터에서 극단 그린피크의 박상현 작 연출의 <고발자들>을 관람했다.

박상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극작가 겸 연출가다. <자객열전> <진과 준> <사이코패스> <모든 것을 가진 여자>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등을 쓰고 연출하고, <그림 같은 시절> <자객열전> <난 새에게 커피를 주었다> <추적>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추적> <임차인> <연변엄마> <데스데모나-웬 손수건에 관한 연극> <공포> <죽음의 집> <철수연대기> <조치원 해문이> 등을 연출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로 2004 김상열 연극상, 2011 두산연강예술상, 2012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2013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얼마 전까지 ‘고발’보다 ‘고자질’이란 말을 써왔다. ‘고자질쟁이’라는 말까지 있다.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드러내 알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단어다. 한국인은 남이 하는 고발에는 긍정적이고 고자질에는 부정적인 듯하다. 고자질이란 이음동의어를 가진 고발은 여전히 응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내부고발은 “진실을 말함으로써 사회를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하는 행위. 특히 공직자에게는 타협해선 안 될 본분이다. 보호받고 당연시돼야 함에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은 전인격적 파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모험이자 선택사항이다.

육군 중위로 복무 중이던 한 장교는 1992년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고발했다가 구속돼, 이등병으로 파면 조처 등을 겪고 전역했다. 2004~2006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재직 중 출장비와 연구비 횡령을 제보했다가 해직된 인물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제재와 해직을 당한 33명의 내부 고발자가 경험한 책도 출판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제보는 2013년 기준 2876건으로 2년 새 985%나 증가했다. 그러나 대부분 ‘금전 피해, 가족 고통, 사회관계망 붕괴, 건강 상실 등 악재를 받았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보상 제도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긴 하지만, 고발 건이 규정된 사례에 해당하는지 꼭 확인한 뒤 신고해야 할 만큼 보호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게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보복에 대한 법의 대처는 전무한 형편이고, 보복을 당했을 때 고발자가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데까지 법적 안전조처가 보완되어야 하겠다.

보도 지침(報道指針)은 제5공화국 당시 문화공보부가 신문사와 방송사에 은밀히 하달한 보도에 대한 지시 사항이다. 1985년 《한국일보》 기자가 잡지 《말》에 폭로하면서 이것의 존재가 알려졌다. 또 거대한 비자금 관리 장부를 발견한 대기업 임원, 목사의 부정축재와 성범죄를 알게 된 교회 집사, 혈액관리 부실로 희생자의 발생을 알게 된 적십자사 직원…. 그러나 고발자들에 대한 보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연극을 관람하면서 과연 고발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대는 정면에 여섯 개의 아치형의 통로가 있고 무대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등받이 의자 여러 개를 배치하고 장면전환마다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사용한다. 정면 통로 위벽 오른쪽에 원형의 벽시계를 달아놓았고, 현재 시각과 일치해 움직인다. 1인 다 역을 하는 남녀출연자들의 의상도 흡사한 의상으로 통일된다. 두 개의 마이크를 무대 전면에 세우고, 무대 좌우 객석 가까운 벽에 의자를 배치해 남녀 출연자가 묵직하게 자리를 잡는다.

정나진, 최지연, 양동탁, 이동영, 김태훈, 황미영, 정양아, 김철진, 이장환, 박근영, 박하늘, 김청순, 최지연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마치 아귀지옥이나 한편의 지옥도를 창출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제작 윤한솔, 드라마터그 손원정, 무대 조명 남경식, 무대제작팀장 정우상 조환준 이종민, 조명팀 안미란 이건혁 강상민 정상훈, 영상 음향 윤민철, 영상팀디자인 임유정, 음악 민경현, 의상 박윤혜, 움직임지도 홍예원, 사진 박정근, 홍보영상 박영민, 그래픽 김우연, 무대감독 최문석, 조연출 구자윤, 조명오퍼 신예정, 영상음향오퍼 황지우, 티켓마스터 오진화 등 제작진과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그린피크의 박상현 작 연출의 <고발자들>을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서사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27

15, 극단 비행술의 윤성희 원작, 김지은 각본 연출의 <하다 만 말>

소극장 혜화당에서 극단 비행술의 윤성희 원작, 김지은 각본 연출의 <하다 만 말>을 관람했다.

윤성희는 1973년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청주대 철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서른세 개의 단추가 달린 코트>가 실렸다. 2001년 <계단>이 연이어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01’에 실렸으며, <모자>는 ‘2001년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그림자들>은 ‘2001년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되었다.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거기 당신?> <감기> <구경꾼들> <웃는 동안> 그리고 <하다 만 말>은 2007년 제14회 이수문학상 수상작이다. 2011년 제11회 황순원문학상, 2013년 제14회 이효석문학상, 2015년 제23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부문, 2016년 제49회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지은 작가 겸 연출가는 수리고등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출신이다. 2015년에 윤성희 소설가의 단편소설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의 낭독공연을 계기로 작가의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며 이번 연극 <하다 만 말>도 낭독공연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낭독공연에서 관객의 반응이 좋은 모습을 보고 본 공연을 시도해보고자 했던 연출가는 윤성희 작가의 동의를 구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연극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2010~2011 <안개여관> 2013 <덤 웨이터> 2014 <안아줘>, 2015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놓다> <하멜린> 등을 집필 또는 번역, 연출을 한 미녀 연출가다.

무대는 폐 가구 처리장처럼 어수선하다. 나무로 만든 접는 사다리가 있고, TV수상기와 쓰러뜨려 놓은 장 위로 오르는 사다리가 보인다. 정사각의 입체 조형물 여러 개를 배치해 승용차로 사용하고, 식당의 식탁으로도 사용한다. 천정에 스크린을 달아 거기에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연극은 교복을 입은 딸의 해설에서 시작된다. 별의별 고생을 다 해 가정을 꾸려왔지만 결국 집을 팔아버릴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인 아버지를 보고, 어머니는 꼭꼭 숨겨놓은 돈다발을 꺼내 보태 쓰라고 한다. 돈을 본 할아버지는 결혼상담소 이야기를 꺼내고, 장남인 아들은 7년째 공부를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으니 별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 할아버지도 저금통을 들고 나와 꽃게 철이니 우선 맛있는 음식이나 먹으러 가자고 부추긴다. 가족이 승용차를 타고 인천 바닷가로 향한다. 가족들의 꽃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흥미롭게 연출된다. 당연히 음주를 하게 되고,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되니까 가족은 숙박업소에 묵게 된다. 유럽 각국의 정취가 깃들인 방 중 가족은 인도 풍 방에 투숙한다. 다시 음식순례가 시작되고,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의 젊은 시절의 회상, 아버지의 젊은 시절에 좋아하던 여인과의 이별하는 모습, 할아버지의 식탐모습 등이 펼쳐진다. 아들은 주장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모를 따라다닌다. 대단원에서 음식내기 가족탁구대회가 열린다. 어머니는 그동안 가족들 모르게 탁구연습장에를 다닌 것으로 설정이 되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 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팀이 되어 대결을 벌인다.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의 팀이 단연 우세하다. 그러자 딸이 공기가 되어 탁구공을 조정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일찍 죽은 딸의 유령이 가족을 따라다니고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결국 할아버지와 손자 팀이 승리하며 기뻐하는 장면과 딸의 해설을 마무리로 연극은 끝이 난다.

정종훈이 아버지, 한혜수가 어머니, 정현기가 할아버지, 진명선이 장남, 박선혜가 딸, 선승수가 주방장과 친구 등 1인 다 역을 한다.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에서부터 연기력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무대 위에 완연히 드러나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제작 이상수, 조명디자인 박민한, 조연출 이미영, 기획 김효준 임숙균 AR 아트리버, 아트디렉터 김 솔, 사진 전진아, 오퍼레이터 권동섭 김관식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어우러져, 극단 비행술의 윤성희 원작, 김지은 각본 연출의 <하다 만 말>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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