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ve] 마터/ 김창화

***이 글은 The Move 9월호에 게재된 원고를 재수록한 것입니다.

목적 없는 순교와 대안 없는 희생의 종교 : “마터”

 

김창화 (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 상임부회장)

 

오늘날 종교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극히 극단적인 선택과 태도에 몰두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종교의 본질보다는, 종교와 관련된 집단의 논리에 더 집중하는 듯하다. 현대 독일의 대표적인 젊은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 브루크의 희곡 “마터”는 성경을 바탕으로 현재의 속물적인 삶의 방식에 저항하는 청소년 벤야민 쥐델(문법준 역)의 학교와 집에서의 저항적인 태도와 행동에 관한 연극이며, 동시에 학교라는 공간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생 지도의 한계와 효과적인 교육의 방법에 관한 대안이 없음을 증명해 보이는 작품이다.

 

극단 ‘백수 광부’의 네 번째 젊은 연출가전에 참가한 “마터”의 연출은 현재 극단의 대표인 하동기가 맡았다.

 

“마터”는 얼핏 보면, 청소년 연극처럼 보인다. 중요한 사건이 학교에서 일어나며, 결국 생물을 가르치는 여선생 에리카 로트(김란희 역)와 벤야민의 대결로 귀결되어지는 공연의 방식도 그러하거니와 가장 핵심적인 벤야민의 질문과 의혹이 대부분 청소년 시기에 의례 그렇게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혼하고 혼자서 벤야민을 돌보고 있는 벤야민의 엄마 잉에 쥐델(서진 역)이 걱정하고 있는 벤야민의 문제가 마약복용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혹으로 일관되어 있다는 것은, 벤야민의 실질적인 문제와 엄마인 잉에 쥐델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즉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엄마와 학교와 집에서 소외된 청소년 벤야민이 자연스럽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게 되고, 그 혼자만의 세계에 성경이 개입하면서, 벤야민이 극단적인 종교주의자가 되어버린다는 “마터”의 희곡적 구조는 독일의 현대사회에서의 종교의 문제와 학교와 가정에서의 청소년 교육에 관한 문제의 제기로 바라보기에 매우 적합한 시각을 가졌다.

 

그러나 “마터”는 일반적인 청소년 연극의 달콤하고도 그럴듯한 구조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평범한 여선생 에리카 로트가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가르치고, 진화론에 관해 설명하면서, 벤야민에 의해 유대인으로 몰리게 되고, 벤야민과 벤야민의 추종자 게오르크 한센(이정현 역)은 스쿠터를 타고 출근하는 에리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여 버릴 계획을 세운다. 자신만의 종교 혹은 기독교에 대한 매우 자의적인 해석에 몰두해 있는 벤야민에게 종교수업을 하는 목사 디터 멘레스(홍상용 역)는 벤야민의 종교관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동조하기만 한다. 특히 벤야민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장인 빌리 바츨러(박찬서 역)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신교육’ 개념이 지니고 있는 무책임하고 무방비 상태의 혼돈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학생을 위한 학교의 정책이 학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속수무책인 상태에 도달한 것은 독일과 한국의 학교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문제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체육교사 마르쿠스 되플링어 (심재완 역)는 역시 같은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여선생 에리카와 동거하다가, 에리카가 벤야민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성경공부에 몰두하자 에리카를 버리고 혼자만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이슬람교도들의 극단 주의적 행동을 연상하게 하는 벤야민의 계획과 저항 혹은 무분별한 행동에 대해 벤야민과 같은, 학교를 다니는 여학생 리디아 베버(전주영 역)는 묘한 매력을 느끼며, 벤야민을 유혹한다. 결국 리디아와 입맞춤을 한 벤야민은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게오르크 한센과 벤야민이 동성애적인 관계처럼 보이는 장면을 목격한 리디아에 의해 벤야민의 정체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된다.

 

결국 궁지에 몰린 벤야민은 에리카 선생이 자신을 추행했다는 거짓 증언을 하고, 유대인 혐오를 드러낸 벤야민에 대한 처벌보다는 에리카선생의 학생에 대한 추행과 교장선생님과 모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벤야민을 폭행하려고 했다는 것을 빌미로 에리카를 학교에서 쫓아내려고 한다. 결국 에리카는 스스로 자신의 발에 대못을 박아,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목적 없는 순교와 대안 없는 희생의 종교에 대한 매듭을 짓는다.

 

배우들의 열정, 특히 에리카 역을 맡은 김란희의 연기가 아주 두드러졌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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