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연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

 

글_박정기(연극평론가)

 

원작   박완서 <자전거 도둑>
각색   김연주
연출   윤한솔
제작   국립극단
장소   국립극단 소극장 판
일시   2019년 11월 21일 ~ 12월 15일
관람일시   11월 25일 오후 7시 30분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국립극단(이성열 예술감독)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박완서 원작, 김연주 각색, 윤한솔 연출의 <자전거도둑 헬멧을 쓴 소년>을 관극했다.

세계 10대 명화로 기록된 1948년에 제작된 <자전거 도둑(Ladri di biciclette)>은 전후 사회의 빈곤과 모순을 리얼한 영상으로 묘사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신사실주의)을 대표하는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Vittorio De Sica, 1901~ 1974) 감독의 명작영화로 오늘날에도 그 역작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은 네오리얼리즘의 이론을 가장 훌륭하게 대변하고 있는 영화중의 하나이다. 흑백 영상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네오리얼리즘 영화 가운데 비토리오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만큼 널리 성공한 작품도 드물다. 영화사의 10대 걸작을 꼽을 때면 으레 뽑히곤 한다. 네오리얼리즘의 이론적 기수인 세자레 자바티니(Cesare Zavattini, 1902∼1989)가 루이지 바르톨리니(Luigi Bartolini)의 원작을 시나리오로 각색했다.

 

 

 

이 연극은 소설가 박완서가 1970년대에 쓴 동화다.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 중 어느 것이 더 귀중한 것인지를 생각토록 집필 했다. 돈만 아는 어른들에 비해 성실하고 양심을 갖고 있는 수남이를 통하여 우리가 가슴속에 지니고 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사소한 것이지만 도둑질 아닌 도둑질을 하면서 자신이 나아가야 하는 것을 배우는 수남의 마음가짐은 1970년대의 젊은이들이 생활고에서 탈출하려고 공돌이와 공순이 소리를 들으며 가발공장을 비롯해 조악한 일터에서 일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김연주 작가는 2019년 현대로 시대를 옮겨 각색을 했고 유튜버를 새 인물로 등장시켰다, 윤한솔 연출은 늘 하던 방식대로 신표현주의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무대는 육상 경기장처럼 무대 주변에 릴레이 선수들이 달리는 반원형의 트랙을 만들고, 트랙 안쪽에 오토바이, 뻥튀기 비닐봉투와 의자, 통닭 봉투, 헬멧, 등받이가 있는 벤치와 없는 벤치, 컴퓨터가 놓인 사각의 탁자와 원형의 탁자 그리고 의자들, 음식점의 철제 조리대와 조리 기구를 배치하고 네 귀퉁이에 마이크를 세워놓았다. 오토바이를 달리는 모습은 영상을 투사하고, 객석 입구에서 바라본 배경에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배달 소년이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모습을 배경에 팔다리를 벌린 채 고정 상태로 매달려 있도록 연출된다.

 

 

시골에서 상경한 소년 수남이는 통닭 음식점 배달원 노릇을 하고 있다. 주인은 항상 그를 아껴준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던 날에 그의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바람에 옆에 세워진 한 승용차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차 임자는 수남이에게 거액의 수리비를 요구한다. 승강이가 벌어지고 수남이는 기회를 보다가 뺑소니를 친다. 승용차 주인은 빈둥거리며 사는 인물이고 그의 딸은 유튜버를 하며 상품선전을 한다. 아버지가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니 자주 부녀간에 충돌이 욕설과 함께 벌어진다. 배달 소년이 되돌아오자 주인은 잘 했다며 오히려 칭찬을 한다. 극 중간에 조리대에서 음식을 만드는 광경이 강의식으로 펼쳐지고, 소년의 형과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현재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며 고난을 당하는 청소년의 모습이 부분적으로 펼쳐진다. 유튜버 소녀가 수남이와 조우를 하게 되고, 승용차 흠집 배상금과 연관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수남이로써는 남득하기가 어렵다. 출연자들이 육상경기장 형태의 트랙을 수없이 회전하는 광경이 연출되고, 그러던 중 또 한명의 배달 소년이 교통사고로 쓰러져 배경에 헬멧을 쓴 채 팔다리를 벌리고 죽은 듯 고정된 모습으로 부착되면서 소년들의 전전긍긍하는 모습과 함께 배경전체에 묘한 문양의 영상이 투사되면서 연극은 종말로 향한다.

 

 

김용희, 김청순, 박은경, 이세준, 이주형, 이지원, 김원태 등 출연자 전원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창출에서도 기량을 발휘한 후 커튼콜 없이 조용히 퇴장한다.

무대 신승렬, 조명 김형연, 의상 이은경, 분장 소품 장경숙, 음악감독 옴브레, 영상 윤민철, 음향 심태형, 조연출 정유진, 무대감독 신승훈 그 외 스텝진의 노력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국립극단(이성열 예술감독)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박완서 원작, 김연주 각색, 윤한솔 연출의 <자전거도둑 헬멧을 쓴 소년>을 연출가와 출연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