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액터, 미래 직업의 꿈을 꾸다
글_이연심(무학여자고등학교 교사)
“연구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면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그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5년간 선진국에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세계의 7세 어린이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어떤 직업이 뜰까? 또 어떤 직업이 지고 있을까? 이런 질문은 시대가 바뀌어도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나 취업을 앞둔 취준생에게나 아주 민감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급변하는 지식기반 사회이기에 더욱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민감한 주제에 불씨를 당긴 것은 아마도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부터일 것이다. 매년 초 총회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려 다보스 포럼(Davos Forum)으로 더 유명한 이 포럼은 세계의 저명한 기업인·경제학자·저널리스트·정치인 등이 모여 범세계적 경제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국제적 실천과제를 모색한다고 한다. 이 포럼에서 연구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면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그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5년간 선진국에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 발표 후 4년이 지난 현재, 얼마만큼의 일자리가 없어졌는지 정확한 보고는 아직 찾을 수는 없었다.) 또한 세계의 7세 어린이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전 세계 일자리 65%(19억명)가 포진해 있는 미국, 중국 등의 주요 15개 국가, 세계적인 대기업의 최고 인적자원관리자 및 전략기획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근간으로 한 자료라서 더 힘이 실린다. 같은 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도 만들어 냈다. 미래기술 전문가들은 이제 일자리 경쟁은 더 이상 신구세대의 갈등이거나 인간끼리의 경쟁이 아닌 인간과 로봇, 또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미래기술 전문가는 그래도 인공지능 로봇의 침투가 덜 위험한 직업군은 있다고도 말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자리는 언제나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새롭게 생겨났었다. 그 옛날의 버스 안내원은 교통카드가 대신하고 열차 검표원은 열차운영시스템이 대신한다. 또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이미 하이패스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운영시스템이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없었던 시스템 개발자나 운영자와 같은 새로운 직종이 생겨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의 일을 모두 대신하지는 않을 것이며 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제아무리 인공지능이라도 일자리를 뺏지 못할 거라 낙관하기도 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뭘까? 따뜻한 위로와 돌봄을 제공하거나, 창의적인 발상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거나 환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의술을 베푸는 일 등이 아닐까? 또 일부 미래기술 전문가는 그래도 인공지능 로봇의 침투가 덜 위험한 직업군은 있다고도 말한다.
예컨대 첫째, 창의력과 기획력이 요구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군.
둘째, 사람간의 의사소통이 빈번해서 사회적 지능이나 정서적 교감능력이 필요한 직업군.
셋째, 고정된 업무가 아니고 고도의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직업군.
넷째, 통찰력, 전략적 사고, 직관력 등을 통해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직업군.
그나마 이 직업군들이 안전한(?) 직업군이라는 거다.
이쯤 되면 인간의 직종(職種)중 성역이 어디인가 싶다.
그러나 이마저도 든든한 위로가 되지 못한다. 인간형 로봇이자 화가인 ‘아이다(Ai-da)’가 전시회를 열고, 공항이나 백화점에는 안내 로봇이 – 모습마저 귀여운- 정보를 제공하고 길을 안내하며, ‘버거봇’(BurgerBot)은 몇 초 만에 햄버거를 만들어 포장까지 마칠 수 있고, ‘다솜이’라는 돌봄 로봇이 출시되었으며, ‘마이봄’이라는 치매 캐어 로봇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뿐인가? 이미 ‘닥터 왓슨’(Dr. Watson)은 전 세계의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활약하고 있고, 환자들은 인간의사와 왓슨의 처방이 엇갈리면 “왓슨을 따르겠다”고 하고, 의사들은 왓슨과 맞서보려고 집단지성의 방식으로 여러 과의 의사들이 모여 협동 진료로 왓슨과 맞서고 있다고 한다. 분명 엄청난 양의 의학 자료와 임상 데이터를 보유한 왓슨의 위력에 인간 의사에 대한 신뢰가 밀리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8월에는 AI변호사 ‘알파로(Alpha Law)’ 가 우리나라 ‘공부의 신’ 변호사들을 가볍게 이겨버렸다. 그것도 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알파로(Alpha Law)’를 활용하여 제시된 3종의 근로계약서에 오류가 있는지, 누락됐거나 위법한 요소가 있는지 단 6초 만에 분석해 냈다는 거다. 외국에서는 이미 AI판사 재판을 선언했다고 하니 그 상용화는 코앞인 듯하다.
이쯤 되면 인간의 직종(職種)중 성역이 어디인가 싶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도 앞으로 뭘 하면서 남은 삶을 살아갈 지 막막하고,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도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에 소질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미래 직업에 대하여 뭐라고 콕 집어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변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인간이 인공지능시대에서 직업인으로서 살아남는 방법은 로봇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거나, 자신의 일에 로봇을 잘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물론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읽고 그 변화를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만…. 곧 사라질 직종에 종사하더라도 그 안에서 조금씩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 그 시도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서 그 일이 여전히 즐겁다면 자신의 업(業)을 통해 삶의 질을 업(up)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변하는 거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라도 하면서 살면 그나마 삶이 덜 불안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어른이든 아이들이든 자기가 진짜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거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도 앞으로 뭘 하면서 남은 삶을 살아갈 지 막막하고,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도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에 소질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학생들의 경우 그저 부모가 정해주는 것이 자신의 소질인줄 아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부모인들 자식의 소질과 적성을 잘 알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 또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잘 나가는 직업, 뜨는 직업을 추천해 줄 뿐이다. 그것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직업의 범위 안에서.
우리나라 직업의 수는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은 몇 개나 될까?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직업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여 2018년 12월 기준 직업명 수는 16,442개나 된다. 이 숫자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빼앗긴 일자리수는 빠지고 새롭게 생겨나거나 세분화된 일자리수가 더해진 것일 테니 얼마나 또는 어떤 신생 직업이 생겼는지는 일일이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진로 선택과 관련하여 부모가 자녀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고작 자신이 알고 있는 몇 십 개에서 많으면 백여 개 정도이다. 그러니 콕 집어 ‘이거 해라!’라고 말할 용기는 없고 그저 ‘너 좋아하는 거 해라’, 또는 ‘뭘 하든 행복하면 그만이다’가 부모가 할 수 있는 만만한 대사이다. 여기서 또 걸린다. ‘좋아하는 거’, ‘행복한 거’ 바로 그게 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보통 어떤 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소질이며 적성이라고 말한다. 이 말의 전제는 ‘경험’이다. 해보지 않고는 적성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진로교육이 그래서 어려운 것이 아니겠나?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위험 부담 없이 진짜 직업인인 것처럼 경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핵심은 ‘진짜인 것 같은 경험’과 ‘진로’가 어떻게 만나는가인데, 여기에 ‘연극’이 해답이 되어 준다. 이와 관련한 새로운 직업이 있다.
“커리어 액터”는 “청소년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직업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진로’와 ‘연극’의 만남이다.
2016년 서울시와 SBA(서울산업진흥원)이 미래형 신직업군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미래형 신직업군 총서를 발간한 적이 있는데 이 총서는 총 9개 분야, 34종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직업군의 특징을 담은 헤드카피를 제공했었다. 이중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 “커리어 액터”(Career Actor)라는 직업을 소개했는데 단어의 조합으로 보면 경력이 많은 배우를 말하나 싶기도 하다. 총서에서는 “커리어 액터”를 “청소년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직업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진로’와 ‘연극’의 만남이다. ‘직업’을 의미하는 ‘career’와 ‘배우’를 의미하는 ‘actor’가 결합된 합성어로 진로교육을 연극 기법을 활용하여 청소년들이 자기주도적이고 활동적으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전문 인력인 것이다. 연극 및 공연활동 등의 퍼포먼스를 통해 진로교육을 하게 되는데 문화예술융합 진로교육 강사, 기존 방과 후 및 기타 교육기관의 강사, 기존 생각배움 강사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진로설계를 통한 진학연계 자기주도적 학습 컨설팅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양성 교육과정도 개설이 되어 진행한 바 있으며, 커리어 액터 자격증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민간 자격증으로 등록되어 있는 상태이다. 물론 연극관련학과 졸업생이나 교육연극 활동 경험자라면 교육을 받거나 활동을 하는데 더욱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직업 체험을 주제로 한 교육의 기회는 주변에서 찾아보면 다양한 형태가 있다. 테마파크가 그 한 종류일 터인데, 현실을 재현한 특별한 공간에서 각종 직업을 롤 플레이(role play)함으로써 체험형 진로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테마파크의 경우 각종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극적인 공간과 직업 체험을 보조하는 인력 등 상당한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멀리 찾아가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 커리어 액터와 함께하는 진로교육은 학교에서 특별한 시설이나 장비 투자없이 연극적 기법을 이용하여 직업에 대한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교수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연극적 요소를 활용하여 진로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직업의 지형이 급변하는 요즈음 학생들의 진로 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시대에서 인간의 예술적 감성을 대안으로 찾는 관점에서 보면 ‘연극’과 ‘진로 교육’의 만남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그 구체적인 실체 중의 하나가 “캐리어 액터”인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서두가 긴 글로 소개해 보았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많은 연극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