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연극교육

 

이연심(무학여자고등학교 교사)

 

앞으로 전 세계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강의가 보편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처:픽사베이)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우리의 일상이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관과 경기장은 텅 비었고, 식당에서는 한 줄로 앉아 식사를 하며, 학교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하였고, 70여일 만에 등교한 학생들은 칸막이 수업을 하고, 그리웠던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어렵다. 화장실을 갈 때마저도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가던 습관은 이젠 위험한 행동으로 경계되고, 몸은 멀리, 마음만 가깝게 하라고 반복해서 교육을 받는다.

 

참 불편하다.

그러나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코로나19가 가라앉아도 우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이전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슬프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코로나 이전의 시대와 같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앤드류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도, 우리나라 정세균 국무총리도 공통적으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언급했으며, 미래학자이며 역사가이고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작가로 더욱 유명한 유발 하라리 역시 이와 비슷한 예측을 한 바 있다.

그는 “오래된 규칙은 산산조각이 나고, 새로운 규칙은 아직 쓰여 가고 있다”며 “앞으로 한두달 동안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는 실제 조건에서 대규모 사회실험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몇 십 년의 세계의 형태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라리는 앞으로 전 세계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강의가 보편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난리(亂離)도 그런 난리가 없다.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도 교육의 효과는 신통치 않다.

 

(출처: 픽사베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분명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강의가 대세가 될 전망인가 보다. 대면교육에 익숙한 기성 교육자들은 온라인 강의를 처음 시작할 시점에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교사교육기간동안에 한 번도 훈련받지 않은 온라인 강의를 속성으로 배워, 그것도 연습도 없이 실제 학생들에게 적용하라고 하니 밤을 새워 준비하고, 다시 녹음하고, 영상을 편집하고, 학습 자료를 온라인용으로 다시 제작하고….. 난리(亂離)도 그런 난리가 없다.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도 교육의 효과는 신통치 않다. 그것은 익숙하지 않음도 이유가 되겠지만, 교육내용을 온라인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게 변환하는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으니 효과적인 교수와 학습이 되지 않는 것이다. 효과적인 교수법이 하루아침에 터득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한다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것은 교육내용에 정통한 일반 교사들도 이러한데, 학교에 출강하기로 한 예술강사들은 어떠할까?

 

오프라인에서 학생들과 마주보며 부딪히고 함께 만들고 표현하는 수업에 익숙한 강사의 입장에서는

직접 만나지 않고 학생들과 연극 수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픽사베이)

 

어느 날 한 예술강사가 전화를 해 왔다. 학교에 배치를 받았는데 온라인 개학이라 강의를 못할 줄 알고 난감해 하고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온라인 수업용 콘텐츠를 제출하면 온라인 클래스에 탑재해주고 출강을 인정해 주겠다고 하였다는 거다. 반가운 마음에 그러겠노라 수락을 하였는데 연극놀이나 연극 만들기 수업 중심으로 해 왔던 본인은 온라인 수업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학생들과 마주보며 부딪히고 함께 만들고 표현하는 수업에 익숙한 강사의 입장에서는 직접 만나지 않고 학생들과 연극 수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 예술강사에게는 학교의 배려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연극교육을 준비해야 한다는 경고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되돌아보자.

우리는 연극수업이라고 하면 연극놀이로 대표되는 ‘표현 활동’이나 연극 만들기 ‘체험 활동’만을 생각했었던 것은 아닌지? 연극수업은 꼭 만나서 함께 만들고, 서로 부딪히고 함께 표현하고 느끼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서로의 호흡을 느껴야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온라인 강의 같은 수업은 불가하다고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교육 자료를 개발할 필요를 절감하지조차 못한 것은 아닌지?

 

교육과정에 따르면,  

처음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표현 활동이나 체험활동이외에

감상활동이나 연극의 생활화를 학습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http://ncic.re.kr)에 가면 “예술계열 고등학교 전문교과 교육과정”에서 <연극> 교육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고등학교 보통교과 일반 선택 <연극> 과목의 교육과정은 전국의 일반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연극 교육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 고등학생이 배워야 할 내용이므로 초, 중학교의 학생은 이를 기준으로 난이도를 조정하여 가르치면 되는 것이고 대학생이나 성인 역시 이를 기준으로 교육내용을 정하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연극교육을 실현한 적이 없으므로 대상이 중학생이든 성인이든 연극교육을 한다고 하면 그것이 첫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 <연극> 교육과정이 그러한 연극교육의 현실을 고려하여 마련된 것이니, 어느 대상에게 적용하여도 무리가 없을 만큼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극> 과목의 ‘영역’ 구성

 

그 교육과정에 따르면, 처음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표현 활동’이나 ‘체험 활동’ 이외에 ‘감상 활동’이나 ‘연극의 생활화’를 학습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연극을 어떻게 볼 것인가, 즉 연극을 관람하는 바람직한 태도에서부터 자신의 관점을 갖고 연극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고 나누는 활동을 할 수도 있으며, 연극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 연극과 관련한 직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직업에서 연극을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또 연극이 다른 장르와 어떻게 융합하고 새로운 공연 양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등을 학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내용은 온라인 강의로도 얼마든지 연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연극의 생활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표현이나 체험위주의 교육과정에서

전방위 연극교육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한다.

교육내용에 정통해야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논할 수 있음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많은 연극교육인들이 이러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교수학습에 활용할 자료가 매우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영상도 충분하지 않고, 수업사례의 축적이나 공유의 경험도 거의 없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내용을 강의해 본 ‘경험이 없음’으로 인해 현재 코로나 시대의 연극교육을 위축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다양한 온라인 연극교육이 가능하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토론하며, 만들고, 검증하고, 적용하고 수정하여 한 개 한 개 교수학습자료와 수업사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연극은 온라인 강의에 취약하니까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전제조건으로 연극교육자들의 연극교육내용에 대한 편애(偏愛)나 편식(偏食)은 금물이다. 표현이나 체험위주의 교육과정에서 전방위 연극교육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한다. 교육내용에 정통해야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논할 수 있음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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