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일부 #1 나는 기획자입니다.

안녕하세요. 공연을 기획하는 이지은입니다.

‘오늘의 서울연극(이하 TTIS)’이라는 무대에 첫 등장이고, 따로 인사를 할 기회도 없을 것 같아 인사와 소개를 겸하는 오늘의 이야기는 이 글을 읽어주실 독자여러분에게 존대를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저는 공연을 기획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극과 뮤지컬 때로는 오페라, 전시, 컨벤션에 이르기까지 기획팀에 소속되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최근 몇 년간은 기획 업무 중에서도 ‘홍보’를 주로 맡아 하지만 익히들 아시는 것처럼 극장에서 공연이 시작되면 로비와 객석 사이의 쓰레기를 줍는 것부터 관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까지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글을 쓰는 1월은 보통 지난해 겨울 시즌의 공연을 마무리하거나 봄 시즌의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이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은 11월 공연으로 마무리하였고 2021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는 2월에 시작된 뮤지컬 <날아라, 박씨!>와 연극 <무대게임>의 연습이 진행되었고 이후로도 매년 이 맘 때에는 극단 프랑코포니의 연극을 준비하며 연습실을 드나들었는데 작년과 올해는 겨울 연습실의 차가운 바닥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니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살짝 염려도 됩니다. 이미 40대에 들어선 저는 현장에서 뛰는 기획자로서는 나이가 적지 않은 편이라 이것으로 저의 기획자로서의 경력도 마감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좌로부터 뮤지컬 <날아라, 박씨!> 제공 창작집단동이주락, 연극 <무대게임> 포스터 제공 극단프랑코포니)

어쩌면 TTIS에 쓰는 이 이야기들이 연극과 관련한 제 경력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는 요즘입니다.

제가 참여했던 작품들은 저의 취향에서 볼 때 부족함과 낯설음,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거나 깊은 사유에서 비롯된 연극적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저의 첫 연극작품이었던 극단 죽죽의 <맥베드>, 극단 프랑코포니의 <두 코리아의 통일>,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심청전을 짓다>와 같은 작품이 그렇습니다. 또 저 개인과 어느 한 시대의 아픔을 위로해주거나 드러내 준 작품들도 있습니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들풀>,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2>와 극단 프랑코포니의 최근작 <쉬지 스톨크>가 그러하고 지난 9월 극단 76의 <앤드게임>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수 십 년전 만들어진 대사들이 마치 지금 우리의 귀에 대고 외치는 것 같아서 등골이 서늘하기도 했습니다.


(좌로부터 연극 <앤드게임> 제공 극단76, 연극 <쉬지스톨크> 포스터 제공 극단프랑코포니)

이런 작품들을 만나는 경험을, 과연 저는 올해도 할 수 있을까요?

TTIS에 합류한 저는 당분간 자잘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연극의 일부’에 대해, 또 극장 안에 있지만 무대의 주변인으로서, 15년 차에 접어든 다잡러 프리랜서 기획자의 시선으로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무척 주관적인 내용이 될 수도, TTIS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 저의 지분은 0.5%정도라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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