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백수광부의 라오서 老舍 작 신진호 옮김 윤성호 번안 하동기 연출의 다방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극단 백수광부의 라오서(老舍) 작, 신진호 옮김, 윤성호 번안, 하동기 연출의 <다방>을 관람했다.
라오서(1898~1966)는 중국의 유명한 현대 작가로, 본명은 수칭춘(舒庆春)이고, 라오서는
그의 필명이다. 그는 베이징 만주 무인의 집안 출신으로,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난하고 힘든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1916년 베이징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가 되었으며, 1924년 영국으로 유학을
가 1930년까지 런던대학에서 문학을 연구했다.
그는 영국에서 공부하던
도중, 서양인들이 중국인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음을 깨닫고 여러 작품활동을 통해 서양에 중국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그 시절 서양인들의 눈에 중국인들은 더럽고 불결한 사람들로 비춰졌으니, 그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는 유학 도중 여러 작품을
출판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37년에 출판한
‘낙타샹즈’이다. 말 그대로 낙타상자 라는 뜻의 이 작품은, 많은
인기를 얻고 1945년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어 세상에 ‘라오서’라는 사람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낙타상즈’는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번역본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낙타샹즈의 소개를 잠깐 하자면, 이 책은 베이징에 사는 인력거꾼 샹즈의 비참한 일생을 다루고 있다. 성실하고
선했던 이 청년의 삶이 퇴행적 개인주의에 인해서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그린 이 작품은 20세기 초
북경 사람들의 일상과 부패한 권력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형상화했다. 당대 하층민의 절박한 삶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이 책은 단연 라오서의 대표작이라 불릴만 하다.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의 목숨까지도 팔아야 하는 샹즈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강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영국에서 돌아온 라오서는 1947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했고, 이후 정부에서
그의 귀국을 원하자 1949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문학작품
활동에 전념하던 그는 1966년 문화대혁명때 홍위병들에게 ‘반동적인 학술 권위자’라고 몰리며 수난을
당한 후 북경의 타이핑호에서 자살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정말로 자살인지, 아니면 타살인지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서민들의 작가, 풍자와 유머의 작가라고 불리는 라오서는 당대 중국의 유명한 문학평론가 후펑에게 인정을 받은 뛰어난 작가이다. 당시 중국인들의 삶과 그들이 사상을 엿보고 싶다면, 라오서의 작품들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찻집>은 1890년대 말부터 시작해서 약 50여 년간의 중국 근현대사에서, 청나라 말기와 중화민국 초기 및 중일 전쟁 승리 이후의 중요한 세 역사 시기를 배경으로 하여 조정의 부패함과 제국주의의 침략, 군벌 혼전, 중국 국민당의 부패한 통치와 이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벼슬아치, 자본가, 상인, 농민, 경찰 등 찻집을 출입하는 온갖 부류의 인간들의 운명과 그들 상호 간의 관계를 통해 시대와 역사 발전의 추세가 가감 없이 묘사된다. 라오서는 이 작품을 통해 찻집이라는 사회를 분석해 세 시대의 죄악상을 장사 지내고 구시대를 매장함으로써 광명의 도래를 암시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작가는 한 막에 하나의 시대를 담아 50여 년에 걸친 사회의 모습과 인물의 운명을 펼쳐 보인다.
<찻집>은 1958년 베이징 인민예술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공연되었다. 1980년에는 프랑스와 독일 및 스위스 등지에서도 공연되었는데, 당시 공연은 중국의 희곡이 외국에서 공연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찻집>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었고,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을 정도로 중국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매번 희극적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희극적 상황 속에 있는 주인공들의 표정은 밝을 수가 없다. 우스꽝스러운 관리의 엉뚱한 행동은 웃음을 자아낼 만하지만, 전혀 우습지가 않다.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희극적 상황과 똑같기 때문이다. 희극적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렸을 때, 우리는 비극을 알게 된다. 나라를 사랑하지만, 사랑받지 못한다는 외침이 우리 서민들의 외침과 다르지 않다.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하오. 하지만 나는 누가 사랑해 준단 말이오?”
윤성호(1983~)는 작가 겸 연출가다. 故 윤영선 작가의 아드님이고 훤칠한 미남이다. <화학작용 선돌 편 1주차> <외계인들> <이방인>을 연출하고 <이런 꿈을 꾸었다> <안티고네>를 각색했다. 희곡으로는 <옥상 위 카우보이> <해맞이> <누수공사>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를 발표 공연한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하동기는 한예종출신으로 마터, 헨젤과 그레텔, 이도메네우스, 똑똑똑, 한가운데서 등을 연출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에는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무대 양쪽에 객석이 있다. 중국의 역사적 이야기를 우리 나라로 바꿔 1938년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과 4 19 혁명 후인 1961년, 군사정권과 10 26 사태 이후 대통렬 선거를 직선제로 바꾸고, 올림픽을 앞둔 1988년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지켜오는 한 <다방>의 이야기다. 외세의 침략, 전쟁, 혁명, 쿠데타, 직선제 쟁취 등 급격한 청치 사회 변화 속에서, 자신의 삶과 공간을 지키기 위해, 생활방식의 변화도 마다하지 않는 민중들이 권력에게 착취당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현재 우리시대를 지배하는 권력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의 의문을 던지며…..
김경희, 이민애, 유성진, 민병욱, 박정민, 홍상용, 박찬서, 최한결, 김경희, 조재원, 김효중, 심재완, 권다솔, 구송이, 김혜영, 신주호, 신대철, 김신혜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설정에서도 뚜렷한 기량을 보인다.
무대 박찬호, 무대디자인 보 감은하, 무대제작 박병희, 조명 김성구, 의상 박인선, 분장 이수연, 분장팀 김다혜 정주희 박하늘 이호창, 음악 윤 중, 사진 윤헌태, 영상 플레이슈터, 프로듀서 박정민, 기획 김원진, 홍보 이하늘, 무대감독 조연출 장일수, 조명오퍼 한정후, 음향오퍼 이유정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백수광부의 라오서(老舍) 작, 신진호 옮김, 윤성호 번안, 하동기 연출의 <다방>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월 18일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