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그 사이를 버티는 이들을 위하여

뮤지컬 <우주대스타>

정명문

작곡 : 박정아

대본/작사 : 한지안

밴드 : 박정아, 박찬혁, 이준, 정호윤, 송기하, 우혜원

출연 : 김순택, 영오, 정선기

제작 : 별들의 고향

일시 및 극장 : 2021.5.8.~5.10 (복합문화공간 에무 팡타개라지)

2021.5.25.~6.13(CJ 아지트 대학로)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방침은 뮤지컬 제작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관객 동원이 검증된 재공연 작품 혹은 대형 작품 위주로 공연되었다. 또한 공연이 끝난 뒤 유료 영상 송출 진행 작품이 늘어났다. 다양한 카메라 앵글로 배우의 감정선과 동선을 담아낸 공연들이 인기를 끌면서 공연의 영상화 방법들도 진화중이다.

위 사례는 물리적 한계로 인한 변화이다. 뿐만 아니라 소재도 바뀌는 중이다. 여전히 주인공의 죽음으로 관객들을 처절하게 울리는 ‘오열극’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고 관객들에게 힐링과 위안을 주는 일명 ‘착한 공연’ 및 관객과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들도 발견된다. 이런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힐링’과 ‘이머시브’ 두 키워드를 동시에 담은 <우주대스타>를 통해 확인해 보자.

꿈을 선택해서 살아온 당신에게

사진 출처 : 별들의 고향, cj문화재단

싱어송 라이터 노바(NoVA)는 3집까지 낸 뮤지션이다. 노래 부른지 13년이 됐지만 라이브 펍(Stardust)에서 알바를 한다. 그는 오너의 부탁으로 초대 가수가 펑크 낸 무대를 자기 노래로 채워보지만 환영받지 못한다. 게다가 어머니 병원비를 낼 형편도 못된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만두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무대에 오르려는 순간 노바 앞에 이상한 남자가 나타난다. 우주에서 온 요원 0126은 블랙 점퍼와 썬그라스, 초록장갑이란 다소 튀는 복장을 하고 있다. 0126은 노바에게 그의 노래를 온 우주가 좋아한다며 우주 콘서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노바는 망설이다 지구에 남아 노래하는 것을 선택한다.

작품의 큰 틀은 1인 콘서트이다. 마치 90년대 펍처럼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나눈다. 노바가 부르는 노래는 가요에 가깝다. 그래서 차후 앨범 콘셉트로 한 공연 OST도 어울린다. ‘그리움’, ‘달’, ‘어떤 노래’ ‘아직 태어나지 않은 노래’ 등의 가사들은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행복, 좌절, 희망 등이 노래하는 가수의 이야기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어떤 지점과 맞닿게 한다. 창작자들이 설정한 가이드는 있지만, 노바가 꿈을 포기한 세계와 포기하지 않은 세계, 혹은 다양한 평행우주도 상상하게 만든다.

누구나 하고픈 것을 꿈꾸거나 선택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노바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차곡차곡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유명해지진 못했지만 자기 이름으로 된 곡을 여럿 만들어 냈다. 정말 필요한 건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묵묵히 내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누군가와 어쨌든 버텨온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꿈을 꼭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서 노바의 노래는 꿈을 접고 다른 현실을 선택해야하는 이들에게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삶을 지켜나가는 이에게도 와 닿는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 필요한 것들을 이해하기, 이 작품은 노바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런 위로를 던진다.

이머시브, 신나는 참여 놀이

사진 출처 : 별들의 고향, cj문화재단

최근 이머시브는 관객들이 스스로 공연의 한 구성원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 작품의 경우 관객들은 스타더스트에 들어간 손님으로 설정하고 관객과 소통하려는 세세한 노력들이 담겨있다. 관객들은 극장에 들어서면 오너와 노바의 인사를 받는다. 펍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객석수를 과감히 줄이고, 음료 제조 바와 무대가 어디서든 잘 보이도록 위치시켰다. 그러다보니 시종일관 배우들과 아이 콘택이 된다.

관객들은 노래 중간에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병과 초를 켜달라는 요청도 수행 한다. 심지어 관객들은 어느 좌석에 앉아야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티켓팅하기도 한다. 설정된 역할에 몰입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시키면 열심히 하는 한국 관객들의 특성에 맞춰 조심스레 요청하는 이 방식들이야 말로 한국형 이머시브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백미는 노바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 벌어지는 우주 밴드 콘서트이다. 전반부에 선보였던 감성적인 멜로디는 후반 콘서트에서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솔로 넘버를 파트로 나누어 화음을 들려주고, 아이돌 그룹의 군무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배우 퍼포먼스도 있지만 관객 참여도 대단하다. 관객들은 짧은 시간 동안 준비된 야광팔찌와 파랑, 노랑, 초록, 핑크 야광봉을 꺼내 든다. 그리고 가수의 손짓대로 일률적인 물결을 만들어낸다. 사실 야광봉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댄스를 배울 수 있는 숏폼 콘텐츠를 제시하고, 아이 콘택으로 교류하는 방식을 일부러 넣었다. 이 콘서트를 경험한 이들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준다는 간단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창작과 제작 사이, 발상의 전환

사진 출처 : 별들의 고향, cj문화재단

<우주대스타>는 제작사 ‘별들의 고향’의 첫 작품이다. <넥스트 투 페이지>에 참여했던 박정아 작곡가와 한지안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제작사를 만들고 작품을 개발했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행보는 SNS부터 다르다. <우주대스타>는 뮤직 비디오 1~2편과 백 스테이지 위주의 홍보 방식 보다는 작품의 세계관을 펼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또한 신작임에도 유튜브 채널(박정아’s PREVIEW)에 과반수 이상의 넘버(7개의 음원)와 16개의 숏폼 콘텐츠를 공개했다.

노래와 스토리텔링 과정 공개는 관객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주 스토리는 외계인 팬클럽이 있는 싱어송 라이터 노바가 마주친 한 순간이다. 숏폼 콘텐츠는 외계인이 어떻게 왔고, 노바의 일상이 어떤지 시청자에게 일종의 지침을 준다. 그래서 미리 보면 공연에 몰입도를 높여주고, 공연 후에는 노래를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요즘 세대들에게 판타지는 세계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데, 이 부분을 공략한 것이다. 또한 공연의 라이브성과 일회성이 확산될 수 있는 물꼬를 튼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존과 다른 시도가 무대화 될 수 있었던 건 포르쉐 두드림<사이 채움>, 2021 스테이지 업 공간 지원과 같은 도움 덕분이기도 했다.

온라인 공개는 해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성과도 내었다. 그 결과 국내 개막과 동시에 상하이 전용 극장에서 오픈런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작품은 지금의 뮤지컬이 규정된 형식, 소재, 방식이 아니어도 괜찮음을 증빙한다. 어떤 상상력이든 창작자가 구축한 세계관과 스토리가 잘 연결된다면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 될 수 있고, 해외에서도 교감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마스크를 벗고 맥주를 마시며 보도록 구상했던 공연이란다. 10월 앵콜 공연에서는 기획했던 것이 실현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별들의 고향, 포커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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