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할인이벤트, 과연 이익이 되나요?

지난 원고의 마지막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인터파크 티켓 예매에 이번 공연이 등록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합창한 이유가 있다. 다른 티켓처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든지(홍보와 마케팅 차원의 지원이 약속된다) 혹은 수수료 문제일 수 있다. 인터파크의 수수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높다, 아니 비싸다.

굵게 표시된 부분에 홍보와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본다. 기획팀으로 일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도 ‘홍보/언론홍보’를 주로 담당하는데 ‘홍보’는 넓게는 알린다는 뜻이지만 나 혹은 우리를 고용하는 사람들은 홍보를 곧 ‘관객이 많이 오게 하는‘이라는 뜻으로 쓰는 듯하다.

홍보는 널리 알린다는 뜻이지만 마케팅은 어떤 수단을 말한다. 쉽게 풀이하면 팔기 위해 동원하는 어떤 수단을 말하고 홍보와 관련된 이론에서 마케팅은 ‘상품 혹은 용역을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데 관련된 경영 활동’을 뜻하는데 공연을 기획할 때는 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제외한 팔기위한 대부분의 노력들이 마케팅일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을 객석에 앉히기 위해 기획팀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한 작품 당 한 사람의 기획팀이 받는 돈이 한 달 평균 몇 십만 원(이면 감사한 현실이고)으로 한 팀 혹은 한 사람이 기획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번에 여러 편의 작품을 진행하게 되는데 개별 공연의 특성에 맞춘 마케팅을 진행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어떠한 마케팅이든 예비 관객들에게 가 닿기 위해서는 극장과 관객을 연결할 채널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것이 페이스북이던 인터파크의 배너광고이건 각각의 이용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고 각각의 자료를 디자인하는 비용도 든다(이쯤에서 우리가 편집디자이너들에게 얼마나 박하게 지불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작은 비용에 이미 최선을 다해준 디자이너들에게 미안하지만 당신의 디자인을 내가 직접 배너로 변형시켜도 되는지 조심스럽게 묻고 동의를 구하는 것도 매번이다). 그래서 공연 단체에서, 극단에서, 기획팀들이 이것이 마케팅인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공연 티켓 금액의 할인율을 다양하게 책정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들은 어쩌면 이 글을 읽게 되는 대부분의 연극인들은 불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공연을 보는 것이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란 말인가?’ 연극인티켓 혹은 연극인 할인은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할인으로 인한 수익의 감소는 뒤집어 보면 일단 그만큼의 수익을 보존해준다는 것도 된다.

공연 제작을 시작할 때 정가를 기준으로 객석의 수, 공연 회차를 곱해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셈해본다. 일반적으로 소극장에서 연극의 정가는 3만원인 경우가 많다. 짧게 하는 공연의 경우 2주 대관을 하는데 셋업과 리허설을 짧게는 이틀을 잡으면 수요일에 개막을 하게 된다. 수요일부터 한 주가 지난 뒤 일요일까지 월요일 하루를 쉬면 하루 1회차 공연을 하면 총 11회의 공연을 할 수 있다. 소극장이니 객석을 150석으로 잡으면 11회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벌 수 있는 입장 수익은 4,950만원이 된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이런 셈법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가 3만원에 공연을 보는 사람은 발권담당자가 예매리스트에서 발견 하는 순간 기획팀 단톡방에 ‘정가에 예매한 사람이 있어요.’라고 글을 올릴 정도로 유니콘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아래의 표는 1회당 평균 할인율, 관객 수에 따른 수익을 셈해본 것이다.

  정가10%20%30%40%50%
30,00027,00024,00021,00018,00015,000
150명4,500,0004,050,0003,600,0003,150,0002,700,0002,250,000
100명3,000,0002,700,0002,400,0002,100,0001,800,0001,500,000
50명1,500,0001,350,0001,200,0001,050,000900,000750,000

다시 앞서 언급했던 마케팅으로서의 할인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인정책을 펼치는 것은 그나마 이것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공연을 보러 올 가능성이 높은 관객들을 우리 극장으로 유입시키는 좋은 미끼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극은 신규 관객보다는 기존 연극의 관객이나 매니아들이 주로 예매처를 통해 정보를 얻어 티켓을 구입한다. 이럴 때 비교 우위에 놓이기 위해서 다양한 할인율을 제공하는데 대략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구분종류
재관람유도n회차 할인, 단체회원할인, 지난 공연티켓 지참시 할인, 연애인 프리미엄 할인(연극열전) 등
작품별 특성모녀할인(잘자요 엄마 등), 청소년할인(빌리엘리어트 등), 서남권 할인(디큐브시티 공연), 서울시 중구민할인(충무아트홀)
시기별패밀리 할인(명절, 4인가족 할인 등), 커플할인(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새내기할인(학기초), 수험생할인(수능 이후)
정책문화가 있는 날 할인(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이밖에 연극인 할인과 단체할인이 있는데 연극인 할인을 일종의 단체 할인으로 봐도 좋다. 최근에는 대학교의 경우 단체 할인이어도 단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할인율을 사전에 협의해서 개별 학생들이 각자 예약을 해서 관람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 장애인 관람이 가능한 극장의 경우 장애인 할인(복지카드 지참)과 함께 동반자 할인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할인 외에도 좀 더 수고를 들인다면 상품과 함께 티켓을 묶어 팔거나,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의 서비스를 패키지로 하여 판매하는 마케팅도 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여기에 각종 신용카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할인도 있고, 제작사가 동의하는 경우 티켓 예매처의 적립금, 신용카드 포인트를 통한 할인과 중복 할인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할인율들이 등장하다보면 실제 결산서에 등장하는 티켓의 금액들은 예상보다 훨씬 다양해진다. 특히 중복할인이 등장하면 백 원 단위로 티켓 가격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의 다양한 혜택을 통해 예비관객에게 우리의 공연이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선택받을 가능성 역시 커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의외로 많은 관객들이 자신들이 실제 지급하는 금액이 극단이나 제작사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금액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당신은 정가 3만원을 고려해서 만든 공연을 만 얼마에 샀고, 할인받은 만 얼마는 마케팅 비용으로 쓰였다. 사실 억울해야 하는 것은 당신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현금을 쓰고 받은 카드 포인트가 티켓을 구입하는데 쓰인 것이 아니라 어쩌면 티켓 예매처가 당신과 연극단체가 자신 회사를 더 이용하게 쓰게 만든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결론이 비약이 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시대에 어찌 티켓을 팔겠느냐고 한다면 뭐라 반박하기도 어렵다. 그저 오늘은 연극이 만들어지고 관객이 돈을 지불하는 그 사이에 이런 과정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복기해보고 싶었다.

#마케팅인 듯 마케팅 이야기 아닌 것 같은 글이다. 그런데 마케팅이나 홍보비용인 인쇄비 외에는 별 것 없고 몇 만원 단위의 페이스북 마케팅 같은 것도 부담스럽다면 없는 돈을 만들어 쓰기보다 혹시나 벌 수 있는 돈을 미리 헐어 쓰는 마케팅 비용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젠가 공연 관련 어르신 한분이 나에게 본인이 제작하는 공연과 관련해서 ‘사이드 마케팅만 좀 해줘’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사이드 마케팅이 뭔지 모른다. ‘아웃사이드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있는데 그건 분명 아닐 듯.

#할인율과 초대권의 발행에 관련해서 가장 뼈아픈 말은 ‘비우는 것보다 좋지 않니?’

그런데 차라리 비우고 가자는 대표님, 제작자, 연출님들도 의외로 꽤 많다.

#예전에는 감가상각, 감가상각률 이런 단어들을 써가며 공연 초기 이런저런 표를 만들어서 제작자, 연출님들과 공유했었는데 수익이 나지 않아 사기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나서는 절대 쓰지 않는다.

#글을 전개시키다 보니 우울하다면 우울한 이야기라서 최대한 밝게 이야기해보았다.

#그래서 소극장 공연 11회에 얼마를 버냐면, 일주일 내내 회차당 십 만원 언저리를 번 때도 있었고 100석이 넘는 극장에서 한 회차에 70만원이 넘었단 이야기에 울컥하기도 했다. 15년 공연기획팀 생활 동안 딱 한번은 지폐계수기를 대여할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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