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단 앙상블 <위대한 동행 – 마리 퀴리>

글_김충일(연극평론가)

 

위인전 속의 ‘위대한 여인 마리 퀴리’란 사실을 드러내는 과학연극에서 ‘창조적 젠더 이퀄리티’를 구현하며 ’인간, 마리 퀴리‘를 우려낸 계몽·음악극, 청소년을 위한 뮤지컬 <위대한 동행 – 마리 퀴리>(극단 앙상블, 도완석 작, 송전 각색·연출)가 지난 7월 7일부터 7월 14일까지 한남대학교 서의필홀에서 공연되었다.

이 공연은 ‘왜, 퀴리 부인이지?…마리 퀴리라는 이름이 있는데’라는 의심에서 시작된다. 이 뮤지컬은 ‘라듐을 발견한 위대한 노벨상 수상 여성과학자’라는 위인전 속의 역사적 재현과 단순한 사실적 인과성이란 측면의 이해를 넘어서고 있다. 노벨과학상 공동 수상자 결정문제로 인한 여성 차별, 여성 과학 연구자로서의 연구 투쟁, 자기희생을 통한 연구 실현 의지,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이 가져온 아픔, 라듐의 발견이 가져온 성과에 대한 과학권력과의 투쟁에서 이겨낸 평화적 이용 활동은 지금까지 역사적 결과물로 각인 된 ‘퀴리 부인’이 ‘인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무대화하여 보여 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사진 제공: 극단 앙상블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의 열정을 담고 있는 뮤지컬로 그의 배우자 피에르 퀴리와의 인간적인 사랑과 동행을 형상화한 작품 속에서 연출을 맡은 송 전(한남대 명예교수)은“마리퀴리는 남녀 차별을 넘어선 남녀 협력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순수한 과학 정신이 과연 인류를 행복하게 해주는지, 과학자의 도덕성은 어디에 있는지”를 질문한다. 그는 ‘마리 퀴리의 과거 삶의 단순한 재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마리 퀴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현존적 관객의 느낌 속에서 살아가도록 작용할 수 있는 음악(뮤지컬)이란 역동적 상징물을 무대 위에 올린다. 또 작품은 서사극들의 요소인 ‘영상투사’를 통해 관극을 위한 정보의 습득과 극의 전개에 대한 예측을 가져다주고 있다.

공연 중 불리는 12곡의 노래들은 여러 가지 감성을 두드린다. 특히 첫 만남 후 마리와 피에르가 부르는 이중창 “우리 잘 해봐요!”는 서로의 편견을 넘어 협력을 이룰 것을 예감케 하고, 피치블랜드 광석을 수없이 깨부수고 거르고 분석하며 힘든 연구 끝에 라듐을 발견하고 부르는 피에르와 마리의 노래는 자못 동화적이다 : “아무도 몰랐던 보물이야기/ 맑고 멋진 소년과 함께 / 돌 속에 갇힌 보물을 찾아/ 새로운 세상 꿈꾸었네/[…]/ 마법의 돌을 깨뜨려 우린 해냈어/ 새로운 세상 펴쳐질 거야/ 세상을 변화 시킬 라듐, 라듐.”.

이어 라듐 발견 기쁨을 소박하게 누리고 싶어 아내 마리에게 줄 목걸이 선물을 산 후 부르는 노래 “늘 내 곁에 있어 줘!”는 애틋한 부부애를 따뜻이 드러내고, 선물을 산 직후 귀가 길에 마차에 치여 사망한 남편 피에르의 죽음을 슬픔 속에 부르는 마리의 노래에는 애통, 그간의 삶의 우산이 되어 준 피에르에 대한 감사 그리고 그가 남긴 유지를 견지하겠다는 과학자로서의 각오가 담긴다:“처음 만난 순간 시간은 멈춰버렸지/ 외로운 길 걷는 내 마음 포근히 덮어준 우산/ 이렇게 문득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 버린 당신 /함께 가는 길 언제나 따뜻했어요/[…]/과학이 만들 밝은 세상 꿈꾸며 갈께요/[..]/ 고마웠어요 내 사랑, 피에르/다시 만나요 내 사랑,피에르”

 

사진 제공: 극단 앙상블

 

에필로그 겸 커튼콜로 모든 출연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간단한 선율과 리듬으로 청소년 관객의 박수와 동참을 유도하며 과학정신을 환기한다:“두려워, 자연의 비밀 캐는 과학자의 마음/ 우주 비밀 아는 게 인류에 도움이 될까/ 과학 비밀 사용할 인류, 충분히 성숙한가/ 우주 비밀 발견, 인류에게 행복 줄까?/[…]/진리의 빛을 봐요. 가지 않은 길 가세요/ 열정의 꿈을 꿔요. 지식의 횃불 함께 들어요./ 함께 비춰요, 우주 속 깊은 어둠/ 함께 열어요, 미래 과학의 문을!”

뮤지컬 배우를 구하기 쉽지 않은 지역 연극계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연기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기쁨이었다. 각색자가 창작·삽입한 가사에 곡을 붙이고 창발적 노래와 연기까지 해낸 신서현(블랑쉬 역), 간결하고 차분한 의상과 감각적이고 따뜻한 목소리로 극을 주도한 강승리(마리 퀴리 역), 신세대적인 깔끔힌 외모에 부드럽고 로맨틱한 목소리의 노현수(피레르 퀴리 역), 터프가이적인 용모와 강인한 목소리의 노래와 대사를 선보인 신인(?) 노배우 조원용(학술원회원, 로저 교수, 아이슈타인 등 역)과 이미 여러 뮤지컬에서 든든한 테너 역할과 코믹한 연기를 구사해온 이상혁(데이빗 역 등)의 활약은 대전 연극계에서 보기 드믄 앙상블이었다. 또한 보이지 않고 타들어 가는 불길 같은 목소리로 극의 중심을 잡아준 대전 연극계의 원로 이종국·한수정(베크벨 박사·노년의 마리퀴리 역)이 만들어 낸 호소력 짙은 대사의 연기는 극중 관객들과의 박수소리가 함께 빚어낸 삶의 울림판이 되었다.

“간결이 아름다움이다 The Simple is Beauty.” 이 공연에서 전체적으로 단순함이 강조됨에 따라 배우의 존재감이 부각 되고 무대가 상상의 시공간으로 확대된다. 마리 퀴리의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우러나게 한 담담한 연출,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 윤진영의 단순한 조명, 자연스러운 무대전환은, 확실한 방향성을 가진 교육적인 작품을 의미심장한 아름다운 예술극으로 형상화 되었다. 다만 뮤지컬이라는 음악극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양적·질적 탐색은 좀 더 긴장감 있게 발전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바람과 관객의 연령층에 따라 공감의 울림판이 제한을 받지 않을까 하는 점은 작은 염려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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