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영유아극 쇼케이스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 - 빙빙빙>

리뷰_황승경(연극평론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영유아극 쇼케이스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의 일환으로 <빙빙빙 Being Being Being>을 9월 2일, 3일 양일 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했다. 2018년부터 6년간 운영되는 국립극단의 ‘영유아를 위한 공연 프로젝트’는 국내외 공연예술 창작자들과의 공동작업으로 연극의 새로운 원천과 가치를 발견하는 생애 최초 공연이라는 점은 높이 사지만 공연은 관객에게 보이면서 비로소 완성이 된다. 바람과 비닐 오브제, 조명과 사운드를 매개로 하는 ‘관객 참여형’이라는 점에서는 참신했으나 영유아 시기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담론이 결여된 일부 활동은 상당 아쉽다.

쇼케이스는  새로운 작품을 관계자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갖는 특별 공연형식이라 정식공연이라 할 수는 없지만 시작 전 놀이시간 20분과 쇼케이스 시간 30분으로 본 공연 러닝타임과 동일한 시간이라 실제 공연의 구성과 동일하다고 고찰되었다.

 

 

사진 제공: 국립극단

 

 

쇼케이스 창작팀에서는 워킹그룹의 실제 영유아와 양육자 5그룹이 함께 워크숍 과정에서 쇼케이스까지 함께 했다. 본 쇼케이스는 참여 영유아의 연령이 지극히 광범위해 생후~36개월의 어느 지점에 집중해야 하는 프로그램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 영아기를 생후~12개월로 보다가 현재는 신체적 인지적 발달 수준을 감안하여 생후~24개월까지로 24개월 이후는 유아기로 규정한다. 그만큼 영아(嬰兒, 젖을 먹는 아이)와 유아(幼兒, 어린 아이)의 신체 발달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본 쇼케이스에 참가한 영유아는 2개월에서 45개월까지의 다양한 7명으로 평균연령은 27개월이지만 만2세~ 만3세의 유아는 3명(26개월, 30개월, 33개월)뿐이었다. 기술보다는 일상적으로 감각을 학습하고 도전한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일생에서 신체적 성장이 가장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시기인 영유아들이 해당 프로그램에서 함께 활동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사료된다.

시도교육청이 사업장 부설 평생교육시설의 만3세~만18세 연령대 교습을 제한하는 방침을 세운 이후부터 백화점 문화센터를 비롯한 많은 센터는 36개월 이하 영유아에 맞춘 오감발달, 인지발달, 신체놀이, 예술감각체험, 놀이체험 등의 강좌에 집중하고 있다. ‘생애 최초 공연’을 지향하는 쇼케이스는 문화센터의 프로그램들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론과 현장상황을 접목해 업그레이드된 프렌차이즈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각 유아발달, 성장, 성숙, 학습에 맞도록 비슷한 개월 수로 참여자를 제한해 강의를 설계한다. 12개월 미만 영아가 36개월의 유아와 함께 하지 않는다.

본 쇼케이스에 참가한 영유아들은 시작 전 하늘극장의 무대에서 20분 준비놀이시간을 보내며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었다. 만 2세 유아들에게 넓디넓은 하늘극장을 마음껏 누빈 시간 20분은 성인의 몇 시간에 해당한다. 반드시 휴식시간이 필요하고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자유놀이의 신체활동을 제한해야한다. 만 2세는 독립성과 의존성이라는 상반된 욕구가 동시에 분출되는 시기로 강한 자기주장과 변덕스런 감정변화, 격렬한 정서표현이 자주 나타난다. 이를 지켜보는 영아들은 불안할 수 있다. 준비 놀이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니 피로를 느낀 만 2세 유아들은 “내가 할래”, “내꺼야” 등의 유아반응과 “싫어”, “이제 그만해”, “나가고 싶어”의 교차된 반응을 보였다.

 

 

사진 제공: 국립극단

 

 

쇼케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7분간의 조명 활동 이후 3분간 드론이 하늘을 수놓아 유아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후 비닐 터널과 비닐 돔, 반짝이 끈을 이용한 놀이식 대근육위주의 상징놀이 활동이 지속된다. 바람과 비닐을 활용한 촉각, 조명을 응용한 시각, 타악과 동굴 음향을 통한 청각이 자극돼 오감을 탐색하는 감각놀이 과정이다.

보는, 보이지 않는 아이와 가족이 함께 한다는 의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빙빙빙 Being Being Being>은 시각장애영유아, 시각장애 양육자, 비장애영유아 중 한 대상에 포커스를 맞춘 쇼케이스에 전념해야했다고 본다. 장애아, 비장애아, 장애양육자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일례로 쇼케이스 시작 전 자유놀이 시간엔 시각장애인이 비상시에 비상구를 찾을 수 있도록 경보음을 음악과 함께 계속 틀어놓았다. 20분 동안 지속적으로 울려 되는 불협화음의 경보음은 비장애 영유아들에게는 다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만 2세 이상의 유아들은 경보음의 리듬에 맞추어 빠른 템포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성향을 보였다. 시각장애아를 위한 쇼케이스라면 시각, 시야, 광각, 색각, 시각을 보안한 감각활동에 집중했어야 하고 시각장애 양육자를 쇼케이스라면 안내보행이나 점자블록, 진로음향기기, 모와트 감각기, 레이저 지팡이 등을 활용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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