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로젝트 아일랜드 <두 코리아의 통일>

글_홍혜련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이자 연출가인 조엘 폼므라 원작의 <두 코리아의 통일>이 프로젝트 아일랜드 제작, 서지혜 연출로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무대에 올랐다. 폼므라의 작품은 모자이크식의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한국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 작품만 해도 2016년 극단 프랑코포니 제작으로 국내 첫 선을 보인 이후 벌써 여러 번 무대에 오른 데다, 그의 다른 작품 <이 아이>도 2015년 같은 극단의 초연 이후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며 얼마 전에는 엘지아트센터에서 작가의 최신작 <이야기와 전설>의 초청 공연이 올라가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는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한국 관객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는 증거겠다.

그의 작품은 일종의 퍼즐이다. 미술로 따지자면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전체의 인상이 드러나는 인상주의 작품이나, 점점이 모여 하나의 상을 만들어 내는 점묘화와도 비슷하다고 하겠다. 무대 위 한 편 한 편의 인상이 켜켜이 쌓여 마침내 거대한 주제가 무대 위에 뭉실뭉실 떠오르는 것이다.

 

사진 제공: 프로젝트 아일랜드 ©황선하

 

구성도 독특한 데 더해 이번 작품의 주제는 그야말로 예술의 영원한 주제라 할 수도 있는 거대 담론, ‘사랑’이다. 하나의 서사를 긴 호흡으로 전개하는 방식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꽤나 당혹스러울 수 있을 정도로, 옴니버스 극 치고도 꽤나 짧은 단편들을 묶어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사랑’의 모습은 무엇일까. 공연을 보면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맞히고 싶어 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도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번은 퍼즐이라 생각하고 맞혀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힌트는 제목에 있을지도? ‘두 코리아의 통일’이라니,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욱 심리적 거리감이 생기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인이 도대체 분단된 한국의 통일을 사랑의 주제로 한 공연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사진 제공: 프로젝트 아일랜드 ©황선하

 

공연에서 한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곳이 딱 한 곳 있다. <기억> 편,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내를 매일 찾아가는 남편의 대사에 바로 한국이 등장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가 남편에게 우리가 어떻게 사랑했느냐고 묻자 남편은 “우리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두 개의 반쪽 같았어. 멋졌지. 마치 북한과 남한이 국경을 열고 서로 통일하는 것 같았고, 오랫동안 서로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는 것 같았어. 축제였어, 우리가 다시 연결이 되어 아주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었어”라고 말한다.

사진 제공: 프로젝트 아일랜드 ©이강물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 말을 찬찬히 다시 음미해 보니 국내 공연의 인기가 원작의 그것을 웃돌 정도라는 유명 뮤지컬 <헤드윅>이 오마주한 플라톤의 《향연》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이들(인간)의 힘과 체력은 강력했으며, 신들을 공격할 만큼 야심도 대단했습니다. … 신들은 이들을 죽일 수도, 거인족에게 한 것처럼 벼락을 쳐 멸종시킬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방종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 제우스는 한참 고심한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이제 나는 인간을 둘로 쪼갤 것이오. … 따라서 우리들 각자는 한 인간의 반편(半偏)으로, 마치 넙치처럼 쪼개져 하나에서 둘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반편을 끝없이 찾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 제공: 프로젝트 아일랜드 ©이강물

 

 

과연 <두 코리아의 통일>에서 엿보이는 사랑의 모습도 그러하다. 서로 하나가 되려고 갈구하지만, 하나가 되기에는 너무 부대끼고, 그럼에도 떨어져서는 온전할 수 없는, 그 수많은 오해와 갈등을 뚫고 마침내 서로에게 가 닿았을 때는 마치 세상이 시작된 뿌리에 숨겨진 비밀의 문이 열리는 듯 환상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 역시 어쩌면 말 그대로 ‘환상’일지도 모르는 것이 바로 사랑, 사랑이라고. 이 메시지를 그것도, 조각조각을 내어 짧은 한 편 한 편의 단편에 심어 놓아 공연 마지막 배우들이 모두 모여 한데 춤을 출 때야 비로소 거대한 퍼즐의 그림을 완성하여 내보이는 것이다.

워낙 짧은 단편들의 옴니버스이다 보니 하나의 공연으로 꿰어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로 순간순간을 촘촘하게 채운 연출의 솜씨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공연을 열고 닫은 남기애 배우의 얼굴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그녀의 얼굴에 쌓인 베일들이 어쩌면 사랑의 여러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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