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작집단 애열

[TTIS의 새로운 코너 궁금하다 이 사람입니다. 이 사람일 수도 있고 이 집단일 수도 있고 이 극단일 수도 있습니다. 선정 기준이 뭐냐고요? 없습니다. 그냥 제가 궁금한 사람 혹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남명렬입니다.

궁금하다 이 사람 세 번째 손님은 아니 손님들은 창작집단 애열입니다. 창작집단 애열? 생소한데? 네, 그렇습니다. 창단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젊은 극단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런데 왜 인터뷰를 했을까요? 내용을 보시면 압니다. 창작집단 애열 구성원들과 함께 연극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글_남명렬(배우)

 

끌리는 게 있다면 일단 부딪쳐 보는 거야

창작집단 애열

 

 

남명렬(이하 명렬) 지금 여기에 저 빼고 다섯 분이 계신데 각자 먼저 소개를 하죠.

해정 해정입니다. 창작 집단 애열의 대표이자 배우와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리은(이하 리은) 전 김리은입니다. 저는 창작집단 애열에서 작가 겸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가끔 배우가 부족하면 배우를 하기도 합니다.

김자은(이하 자은) 저는 김자은이고요? 조연출을 주로 합니다.

이도원(이하 도원) 네 저는 이도원이고요. 배우입니다.

김연주(이하 연주) 저는 김연주이구요. 저는 애열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명렬 다섯 분이 다 창작집단 애열 단원인가요?

해정 네, 다섯 명 전부 단원입니다. 이전에 함께했다가 떠난 친구들도 있지만, 지금 이 인원이 현재까지 저와 호흡을 맞추며 믿음직스럽게 활동해 주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명렬 애열이 2024년 3월에 창단했던데, 맞나요?

해정 3월에 창단하고 <욕조가 무엇이든> 연습 시작해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공연을 했습니다.

명렬 2024년 3월 창단이면 지금이 2025년에 9월이니까 딱 일 년 반 됐는데 그사이에 네 작품이나 공연했더라고요. 아주 작품을 열정적으로 올렸는데 제작비는 어떻게 구해요?

해정 저희는 회비를 기반으로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만들고, 이러한 운영 방식은 사전에 합의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수익이 발생하면 참여자 전원이 n분의 1로 나누어 갖는 구조입니다.

명렬 제작비를 극단 대표가 마련해서 공연하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들이 회비를 내서 연극을 만든다, 이런 건데 일반 극단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방식인 거 같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은 데 어떻나요?

리은 단점은 정말 명확하게 있는데요. 함께 만들어간다는 목표 의식은 있지만 연습할 때 연출의 말을 모두가 주의 깊게 듣고 움직여줘야 하는데 모두가 돈을 내고 하는 거니까 다 동등한 입장이라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의견을 조정하는 게 참 힘들어요. 하지만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모였기 때문에 그 단점조차 장점으로 승화될 때가 훨씬 많습니다.

명렬 지금 단원들의 나이는 어떻게 돼요?

리은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그러니까 스물둘에서 스물여섯까지 있습니다.

명렬 대단하네요. 아직 이십 대 초중반인데 극단을 창단하고 공연을 계속 올린다는 게. 1년 반 동안 네 작품을 했는데, 작품이 <욕조가 무엇이든> <The Circle> <Ink of Time> 그리고 <Hz>네요? 너무 달리는 거 아닌가? 작품을 선정하고 사람 모으고 극장 대관하고, 할 일이 너무 많잖아요? 해정 대표는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해정(작가, 배우/창작집단 애열 대표)

 

해정 우선 저는 하고자 하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성격이에요. 아이디어도 많고요.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추진하게 하는 힘은 옆에 있는 리은 연출입니다. 리은 연출에 대한 믿음이 아이디어 차원의 제 생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2025년에는 <The Circle>을 올릴 계획으로 준비했는데, 그 과정에서 리은 연출이 쓴 <Hz>라는 작품을 접하게 됐어요. 당연히 인상 깊었고요. 그래서 6월에 <The Circle>을 올리고 8월에 <Hz>을 올리자! 하고 있는 와중에 <Ink of Time>도 올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지만요. 하하.

리은 그건 제가 사고를 친 겁니다. <Ink of Time>은 전에 써놓은 작품인데요, 제가 공부한 심리학을 바탕으로 해서 극한에 빠진 인간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에요. 그런데 마침 소극장 혜화당에서 진행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전 공모가 뜬 걸 보고 해정 대표에게 <Ink of Time>이 미스터리 스릴러전에 딱인 작품 아니야? 정도만 얘기했어요. 그리고는 대표와 상의 없이 공모에 냈는데 덜컥 참여 작품에 선정됐지 뭐예요. 그렇게 급히 준비해서 공연했습니다. 조금 무리했지만 그게 저의 개성입니다. 기회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명렬 그래야죠. 기회는 잡아야죠. 그러면 극단이 어떻게 시작됐고 구성원들은 어떻게 모였는지 얘기해줄래요?

해정 저는 예고를 졸업한 후 줄곧 배우를 중심으로 활동했었어요. 스무 살부터 어린이 뮤지컬, 지역 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이런 인물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아쉬움 섞인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한 번 욕심이 생기니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점점 커지고요. “그래. 그럼 집단을 창단해서 작품을 만들어보자.” 라고 결심하면서 연극 <욕조가 무엇이든>의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창작 집단 애열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명렬 그러면 <욕조가 무엇이든>을 공연한 사람들이 지금 극단 단원인 거예요?

 

욕조가 무엇이든 (사진제공 창작집단 애열)

 

해정 <욕조가 무엇이든>을 할 때는 단원이라는 개념이 크게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였어요. 그럼에도 조연출인 김자은씨는 일면식도 없던 상황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먼저 다가와 첫 단원이 되어주었습니다. <The Circle> 연출 김리은씨는 그 당시 단원이 아니었고, 우연한 기회로 만나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동지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이렇게 모이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명렬 그러면 리은씨가 극단 상임 연출?

리은 저도 다른 극단을 하고 있었어요, 2019년부터, 조그맣게. 일 년에 한두 작품 올리고 있었는데 해정 대표를 작품에서 만났어요, 배우로. 그때 이 친구 참 좋다 느껴서 극단에서 계속 같이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그때는 극단 애열이 없었을 때거든요-자기도 극단을 만들 생각이라면서 극단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거예요. 그 후 창작집단 애열이 창단되고 두 번째 작품 <The Circle>을 제가 연출하게 됐는데 작업과 함께 제 극단이 애열에 흡수된 꼴이 되었죠. 제 극단 단원이었던 도원 배우도 애열 단원이 되었고요, 지금은 참석하지 못한 김정섭씨도 그렇고요.

명렬 먼저 생긴 극단을 애열이 흡수한 거네요.

리은 당시에 제 극단 주축 멤버들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던 시점이였어요. 그러던 차에 애열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고요.

명렬 그럼 도원 배우는 반대하지 않았어요. 극단이 흡수가 되는 셈인데?

도원 완전 찬성이었습니다. 제가 스무살 때인 4년 전쯤에 해정 대표님을 다른 현장에서 만났었는데요, 그때 참 좋은 사람이다 생각했어요. 그 후에도 우연히 여러 자리에서 연을 이어가다가 단원으로 같이하자고 했을 때 두말 안 하고 오케이 했어요. 사실 그때 여러 가지로 좀 불안정한 상황이었는데 내가 믿고 있는 해정 대표님이 제안해 주니 오히려 고마웠어요.

명렬 그럼 그래픽 디자이너는 연주씨는요?

연주 저는 고향이 제주도인데요, 스무 살 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서 2월에 해정 대표님이 올린 연극을 봤어요. 연극을 봤는데,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이런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반짝반짝 예쁜 거예요. 그때부터 해정 대표님이랑 간간이 서로 근황 공유 정도 하는 사이였는데, 졸업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하던 때에 마침 해정 대표님이 그래픽 디자이너를 구한다길래 제가 했던 작업물 작업물들 보여주고 해정 대표, 리은 연출이 오케이 해서 합류하게 됐어요.

해정 우리 해정 대표의 흡인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그 흡인력의 근원은 뭐죠?

연주 제가 생각했을 때 해정 대표의 흡인력은 연극에 대한 열정과 주변 구성원들에게 끼치는 책임감이라든지, 구성원들이 함께 연극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그런 역할이 대단한 거 같아요. 스무 살 때 이미 해정 대표를 처음 보고 그렇게 느꼈어요.

명렬 내가 지금까지 경험적으로 봤을 때, 극단 결성은 대체로 어떤 예술적 가치관을 가진 인물 주변에 그 가치관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극단을 구성한다든지 같은 학교 출신들이 마음을 모아서 극단을 만든다든지 하는데 창작집단 애열은 인간적 끌림이 우선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가요?

 

이도원(배우)

 

 

도원 저는 해정 대표님이랑 가치관이 맞는 부분들이 상당히 있어요. 그리고 생각해 보면 예술적 지향도 중요한 지점이지만 연극을 만든다는 건 직업 현장이기도 하잖아요. 연습을 한다는 건 배우, 스텝 모두 회사 업무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업무 현장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가가 저와 참 잘 맞았어요. 작품을 진지하게 대하고 함께하는 동료로서 협력해 나가는 모습들이 해정 대표에게 끌리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렬 지금 도원 배우의 얘기를 들어보면 서로 일을 하는 형태-연극이라는 매개는 있지만-이런 것들이 잘 맞았다라고 들리는데 그럼 같이 회사를 꾸리는 게 낫지 않나요?

도원 어쩌면 저의 편향적인, 약간 논리의 비약일 수도 있으니 적절히 브레이크를 걸어주세요. 하하.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가치지향이 확실한 친구들도 있지만 ‘내 생활이 안전했으면 좋겠어’ ‘내가 일을 하는 환경, 내 가족이 뿌리를 내리고 내가 친구를 만나고 하는 이 모든 게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안전하게 오래오래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이런 거를 더 중요시하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명렬 안전함을 지향한다면 이미 이름있고 인정받는 극단에 입단에서 활동하는 게 더 안전하지 않나요? 그런 곳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 극단보다는 안정적으로 극단이 꾸려질 테니까요.

도원 안정과 불안정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저는 마음이 편안해야 오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명망있는 극단에서라면 ‘내가 너무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다음에 나를 안 써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앞설 거 같아요. 하지만 여기는 신생극단이지만 사랑과 슬픔을 언제든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여서 제게 더 큰 안정감을 줍니다. 그래서 연극을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명렬 명망있는 큰 극단에 단원으로 들어가서 활동을 하면 개인으로서 주체적인 활동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군요. 그러니까 여기는 탄생한 지 얼마 안 됐고 아직은 젊지만 내가 이 사람들하고 같이하면 적어도 이 안에는 나의 주체적인 의견이나 이런 것들을 잘 제시할 수 있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기서 훨씬 더 안정적으로 느낀다는 거죠?

도원 맥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나 이런 거 불편해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아, 그게 불편했구나, 이런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굉장히 편안하게 느껴지고 저를 주체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명렬 그러면 연출 입장인 리은의 의견을 묻고 싶은데요. 연극을 만들다 보면 때때로는 배우에게 불편한 것도 요구할 수도 있잖아요. 배우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연극 전체를 위해 불편하지만 배우가 해주기를 바라기도 할 텐데 좀 전에 도원 배우가 한 얘기를 들어보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생길 텐데 이런 건 어떻게 해결하나요.

리은 사실 그게 여전히 고민이 되고, 매번 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고.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가 방금 도원 배우님이 말씀하신 거와 충돌하는 부분이거든요. 배우들이나 스탭들도 다 똑같은 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얘기할 수 있지 않나를 가지고 얘기를 하는 경우들이 되게 많아요. 그렇게 되면 이 사람은 이걸 원하고 저 사람은 저걸 원하고 또 이 사람은 이걸 원하는데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든다라는 건 불가능하고요. 그렇게 되면 저는 단호하게, 제가 워낙 단호하게 말을하는 편이라서 단호하게 말씀드려요. 우리는 좋은 공연을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연출은 컨트롤 타워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전부 경청하지만 수용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듣고 내 연출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참고할 수 있다. 의견 내줘서 고맙다. 그렇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는 편이고 이렇게 단호하게 나오면 보통 저희 착한 배우들과 스탭들은 받아들여 주십니다. 근데 아직도 힘든 것 같아요.

명렬 지금 리은 연출이 얘기하는 중에 똑같이 돈을 내서 하기 때문에 의견 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연극을 제작하는 방식이 내가 알고 있는 거하고는 좀 다른 방식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되게 생소한 방식이거든요.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일정한 돈을 내서 연극을 만든다는 얘기죠? 보통은 극단 대표가 제작비를 마련하든지 제작지원금을 받아서 제작하는데 애열은 공연참여자가 월 얼마의 회비를 내서 공연을 올리고 수익이 나면 공평하게 나누는 방식인데 이게 애열만의 방식인가요? 아니면 요즘 젊은 극단의 일반적인 방식인가요?

리은 요즘 새롭게 창단되는 창작 집단이나 프로젝트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 중에 이렇게 운영하지 않는 곳을 아직까지 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명렬 저는 이런 형식은 직장인 연극단체는 가끔 봤어요. 직장인연극단체는 정기공연에 어떤 공연을 한다고 공지를 내면 단원들이 참여의사를 표하고 배역 지원자가 중복되면 오디션도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캐스팅이 완료되면 배우들이 일정금액의 참가비를 내고 작품을 하게되더군요. 아마추어집단은 그렇다치고 애열은 프로극단이잖아요. 적어도 프로를 지향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공연참여자가 노동력을 제공한 보상을 받는 게 아니고 오히려 회비를 내고 참여하는 게 맞나? 그리고 그런 공연제작 시스템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 의문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1년 반을 꾸려 온 해정 대표의 대답을 듣고 싶네요.

해정 이러한 시스템은 모든 참여 인원에게 필수적으로 동의를 얻고 시작합니다. 회비를 내면서도 참여하는 이유는 모두가 저마다의 야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그걸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 20대 초중반 청년 예술가들한테는 많이 주어지지 않아요. 지원 사업의 문턱은 높고,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상황을 보았을 때는 예술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만 쌓여가는 거죠. 그래서 함께 모여 “우리끼리 힘내서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명렬 다른 단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연주(그래픽 디자이너)

 

연주 제가 생각했을 때 모든 단원이 회비를 내고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투자라고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그걸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그 과정에 있어서 정말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내고 싶다라는 욕심이 모두에게 있고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한다는 의미로 생각했어요.

명렬 그러니까 연주씨 입장에서는 이것이 미래를 위해 나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기 위한 투자다 이런 건가요?

연주 저의 포트폴리오를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을 해요. 꼭 그게 제 포트폴리오가 되지 않더라도 어쨌든 공연을 올린다는 건 그걸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 거고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정말 최선,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다 가지고 있고 그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명렬 다들 젊고 제작비 마련은 쉽지 않고 해정 대표 말처럼 지원금을 받는 것도 쉽지 않고 그러니 뜻 맞는 사람끼리 회비를 내서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는 거네요? 그런데 단기적으로는 그러한 열정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작업을 했지만 스스로에게 무형의 만족감 말고는 금전적 인컴이 거의 없을 텐데 말이지요. 지치지 않을까요?

도원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게 아까 직장인 극단과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도 동의를 하는 부분이지만 차이도 있습니다. 그 차이를 저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인 극단은 구성원들이 직장인임을 제1의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지만 저희는 ‘나는 배우야, 나는 연출이야, 나는 디자이너야’와 같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제1로 삼고 있습니다. 유형의 인컴은 거의 없고 무형의 인컴뿐인 상황이지만, 그런 상황에 대한 좌절감이 크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아직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공연이 끝나고나면 저의 무대를 알아봐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관객분들도 계시고 극단 안의 구성원들도 나의 가치를 인정해 줄 때 정말 만족감이 큽니다. 그게 제가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힘인 것 같아요. 연극해서 인컴이 없으면 다른 곳에서 벌면 되지요, 뭐. 하하.

명렬 도원 배우를 좋아하는 팬이 꽤 많은가 봐요?

리은 그렇습니다.

도원 아니, 한 분 계십니다!

명렬 혹시 아빠는 아니죠?

도원 하하. 아닙니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신 분 중에 한 분입니다.

명렬 극단 Instagram에 보면 커피나 도시락 서포트 받은 것을 피드로 올리기도 하던데 그 서포트를 도원 배우가 받은 거예요?

도원 아니요! 저는 서포트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공연 3일 내내 오셔서 매번 사인을 받아 가신 분도 계시고, 제 공연 회차가 아니어서 티켓 매니저를 보고 있을 때는 오늘은 아니지만 저번 공연은 도원 배우 무대를 봤다면서 편지를 주고 가시는 분도 계셔요. 이런 마음들 때문에 무대를 계속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명렬 애열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싶어서 지었어요?

해정 애열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하나는 사랑 애 기쁠 열, 사랑하며 기뻐한다라는 뜻이 있고, 또 하나는 슬플 애 목멜 열, 슬퍼하며 목이 메거나 그렇게 운다. 서로 상반된 의미이지만 이 두 가지 감정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결국 애열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깊게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에 집단의 하나의 정체성으로서 드러내고자 이름을 창작 집단 애열로 짓게 되었습니다.

명렬 공식적인 극단 소개에 이렇게 써있더라고요. 제가 읽어 볼게요.

[창작집단 애열은 순수 창작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생물의 사랑과 슬픔을 영화, 연극, 뮤지컬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고민하기 위해 창단되었습니다. 1.창작집단 애열은 단원의 다양한 정체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혐오를 지양합니다. 2.창작집단 애열은 단원의 작품에 대한 예술적 견해나 의사를 존중합니다. 3.창작집단 애열은 단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우선시합니다.] 이 글들을 보면 인간의 근원적인 감성, 삶의 모습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것 같아요. 큰 선언은 그렇고, 일, 이, 삼 번호 매긴 것은 세부적 운영지침 같은데 이런 운영지침을 따로 규정한 이유가 있나요?

해정 제가 창작 집단을 만들기 전에 배우로서 여러 극단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마다 느낀 것들을 곱씹어 보면서 나온 원칙이 이 세가지였습니다. 한 번은 소수자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혐오 표현을 사용하던 동료의 모습을 보았고, 저는 적어도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는 집단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저희는 함께 모여 예술적 성취를 지향하는 집단이고 싶어서 견해에 대한 존중을 명시했고요, 마지막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요. 건강해야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대표로서 단원들의 건강을 어느 정도 책임져야한다는 개인적인 다짐까지 담아서 선언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명렬 리은연출은 애열에 흡수(?)되서 활동해 보니까 어때요?

 

김리은(작가, 연출)

 

리은 저는 좀 단순한 편이어 연극을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해요. 뮤지컬을 하는 것, 영화에 출연 하는 것, 연극 연출을 하는 것, 이 모든 활동이 행복해요. 안 하면 너무 힘들어요. 안 하는 게 저한텐 불행이에요. 그렇기때문에 돈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애열에서 작품 활동하는 게 그냥 행복해서 하는 거예요. 해정 대표는 극단이 더 번창하고 돈도 많이 벌고 그러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요, 애열에서 활동하는 자체가 행복하고 계속 행복하고 싶어요.

명렬 사람에게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텐데 리은 연출은 왜 굳이 연극하는 게 행복할까요?

리은 그러게요. 굳이 왜 연극을 하는 게 행복한지 딱히 생각을 안 해봤는데… 연극을 처음 본 게 이른 나이는 아니었어요. 23살에 처음 연극이랑 뮤지컬이라는 걸 봤는데 그 속으로 토네이도에 쓸려가듯이 빨려 들어갔어요. 보는 게 행복했고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 저렇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더 나아가서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엔 배우로 시작했는데 저는 배우하고는 안 맞더라고요. 그 후 조명도하고 음향도하고 조연출을 거쳐 연출을 했는데 참 좋았어요. 그 성취감이 엄청났어요. 물론 배우들이 무대를 다 한 거지만 내가 생각한 것들이-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움직여! 이 대사는 이런 느낌으로 하면 좋겠어!-배우들을 통해 무대에서 구현되는 걸 보면서 너무나 좋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명렬 리은 연출은 인간을 조종하는 데서 성취감을 느끼는군요? 하하.

리은 마리오네뜨 좋아해요. 하하.

명렬 도원 배우는 어때요? 애열에서 작업이 다른 곳에서 작업보다 더 즐겁고 좋은 게 많은가요?

도원 애열에서의 작업은 주체적인 의견 발화가 가능하다는 게 좋아요. 아까 배우들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가 연출과 충돌하지 않겠느냐 말씀하셨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나의 의견 제시가 다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의견을 귀로 들어준다는 자체가 이미 작업의 편안함을 담보해주니까요. 작업을 할 때 연출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고 리은 연출은 연출과 배우 또는 배우와 배우의 의견충돌이 있을 때 그것들을 지혜롭게 조절해 주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명렬 제가 애열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게 6월에 올린 <더 서클>인데요. 이 작품은 해외 작품이지요? 미국작품인가요?

리은 아니요. 캐나다 작품입니다.

명렬 아, 캐나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극단에서 해외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이 작품은 어떻게 접했어요?

 

The Circle (사진제공 창작집단 애열)

 

해정 처음엔 <The Circle>이 아닌 다른 작품을 하고 싶어서 그 작품 에이전시와 메일로 접촉했어요. 그런데 그 작품은 이미 한국의 다른 제작사에 팔린 상태여서 포기했는데 그 에이전시에서 관리하는 다른 작품이 있는데 생각해 볼래? 하며 메일을 주더라고요. 그러면서 8작품을 보내왔어요. 저는 기회를 붙잡는 성격이잖아요. 그때부터 모자란 영어 실력이지만 다른 사람 도움도 받고 번역기도 돌려보기도 하면서 작품들을 읽어 봤어요. 그중에서 선택한 작품이 <The Circle>입니다.

명렬 <The Circle>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선택했나요?

해정 작가님과 메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보통 그러잖아요. 이 작품이 주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거요. 그런데 작가님 대답이,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없다. 이건 아이들의 리얼 일상이다. 그 일상을 보여주면 된다. 무엇을 느끼느냐는 연극을 본 관객의 몫이다.” 였고 이 대답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가출한 캐나다 십대들의 일탈의 현장을 보여주는 연극이에요. 음주, 흡연, 마약, 동성애 등등.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먼 얘기 같지만 어쩌면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어디에선가 이미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가까운 미래의 우리나라 십대에게서도 자주 볼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우리 사회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어요.

명렬 리은 연출도 이 작품이 매력이 있다고 느꼈으니까 연출을 했을텐데 간단한 작품 설명과 함께 이 작품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얘기해 줄래요?

리은 해정 대표가 처음부터 저를 연출로 마음에 두고 있지는 않았어요. “명확한 주제 의식도 없고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명확한 메시지도 없는, 거기에다 마약부터 퀴어 문제 등 예민한 소재가 널려있고 꽤 우울한 작품이 하나 있는데 잘 모르지만 왠지 끌려. 우리 나이에 이 작품을 연출할 수 있는 연출가가 있을까” 하며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그래서 읽어봤는데 아우! 아무리 생각해봐도 주변 내 나이 연출가들은 이 작품을 다루기가 어려울 거 같았어요. 그래서 없어! 없어! 했더니 해정 대표가 작가가 한 말을 해주면서 이 작품을 꼭 올리고 싶은데 자기도 열심히 도와줄테니 한 번 해보자고 설득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며 그래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소재와 잘 모르는 캐나다의 가출 청소년의 리얼한 모습을 소개해 보는 것만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싶어 그냥 질렀어요. 해보자고. 그런데 연습하는 과정이 더 어려웠어요. 그 아이들의 의식 세계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걸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명렬 출연했던 도원 배우는 어땠어요?

도원 처음 대본을 받아서 읽었을 때 ‘으아! 길다’였고요, 그 다음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여섯 명의 등장 인물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장면은 무슨 장면인 거야? 의문투성이였어요. 기대는 조금, 걱정은 많~이였어요.

명렬 공연을 하고 나서는요?

도원 하고 나서는 수용한 것 같아요. 이해를 했다라기보다는 여섯 캐릭터 모두를 수용했던 것 같아요.

명렬 공연을 보면 장소 이동도 꽤 많은 작품인데 대학로에서도 가장 작은 극장인 단막극장에서 했어요. 연극을 만들 때 극장이 작아서 겪은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리은 압도적으로 조명 디자이너의 공이 컸습니다. 무대가 커지면 대관하는 비용도 많이 들고 무대를 채워야 되는 세트 비용도 그렇고 여러 가지 요인으로 해서 단막극장 말고는 대안이 없었어요. 작은 극장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조명이나 대도구의 작은 변화 배우의 대사로 제시해 주는 장소 변화 힌트들, 모든 걸 이용해서 관객을 설득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명렬 젠더 프리? 젠더 체인지? 뭐가 됐든, 원래 남성/여성 캐릭터를 다른 성의 배우가 연기 했지요? 원작은 남성/여성이 몇 명씩이에요?

리은 원작은 남자 넷 여자 둘입니다. 작품에 퀴어 커플이 나오는데 원작에는 남남 커플인데 저희 작품은 여여 커플로 만들었습니다.

명렬 공연은 여섯 명 모두 여자 배우가 연기했는데 애초부터 그렇게 해야겠다 생각한 건가요? 아니면 다른 현실적 이유가 있어서인가요.

리은 둘 다 합쳐져있어요. 배우 캐스팅이나 애열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다소 과격한 장면에서, 예를들면 구타, 살인 장면이요. 남성과 남성, 여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조합에 따라 난이도가 다른 어려운 작업이였어요. 폭력성이나 과격함에 대한 관객분들의 수용 정도도 생각해야했고요. 최종적으로 올 여배우, 젠더 프리 캐스팅을 선택했는데 극의 융화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캐스팅 전 머릿속 상상만으로도 남성과 남성, 여성과 남성 조합은 많이 폭력적이었거든요.

명렬 그건 ‘남자는 난폭하고 과격하다’라는 편견일 수 있지 않을까요?

리은 그럴 수도 있죠. 그리고 현실적으로 저희와 비슷한 위치의 젊은 극단에서 하는 연극에 참여하려는 남자 배우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여성 서사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도 사실이거든요.

명렬 얻는 게 적지만 죽어도 연극을 하고 싶은 젊은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보다 훨씬 적은가 봐요?

리은 정말 그래요. 저희 극단에도 남자 배우는 한 명이에요. 하하.

명렬 작품에서 퀴어를 다룰 때 문제를 생각해 보죠. 원작에는 남남 커플을 애열 공연에서는 여여 커플로 구현했는데요. 세상에는 이성애자도 있고 동성애자도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고 자신의 성정체성에 관계 없이 다름을 인정해야 된다는 게 저의 입장인데요. 어찌됐든 남남 커플의 모습들은 영화, 드라마, 연극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나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 여여 커플의 모습 보다는 많이 노출 되는 것 같아요. 노출이 잦으면 그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도 보다 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여여 커플의 모습은 다소 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잖아요. <The Circle>을 만들며 그런 걱정은 안 했어요?

리은 놀랍게도 그 부분에 대해선 걱정을 해보진 않았어요. 작품에 대해 작가님과 대화하는 중에 우리는 올 캐스트를 여자로 하려한다고 얘기하니까 여여 커플 버전의 대본을 보내줬어요. 아, 이미 작가님도 여여 커플의 경우도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러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다행이 공연이 올라간 후에도 여여 커플의 모습에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그게 문제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명렬 다른 얘기 한 번 해볼까요? 요즘 연극 홍보는 인스타그램이 대세인 거 같은데 애열의 인스타 계정을 보면 꽤 수준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인터넷 홍보를 전적으로 맡아 하는 사람이 있어요?

리은 저와 해정 대표가 주로 하고 있어요. 공연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도 해정 대표도 홍보를 정말 신경 많이 써요. 저희가 부족한 면이 많으니 대학로 유명 제작사의 홍보방식을 많이 따라 하고 있어요. 작품 성격에 따른 색감이라든지 홍보 문구라든지 여러 가지 안내 방식이라든지 말이죠.

명렬 그럼 그래픽디자인을 맡고 있는 연주씨는요?

연주 저는 <The Circle>이랑 <Ink of Time> 이렇게 두 작품 디자인했는데요, 앞으로 계속 같이할 생각입니다.

명렬 <The Circle> 얘기는 이 정도 하고요 최근에 공연한 <Hz>는 Audio-driven play라고 써있더라고요. 개념이 생소한데 Audio-driven play가 뭔지 설명해 줄래요?

 

Hz (사진제공 창작집단 애열)

 

리은 <Hz>을 연습하면서 잘 닿지 않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이야기하는데 실제 배우가 대사를 하면서 연기를 하니까 뭔가 원하는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 중에 대사는 미리 녹음해서 들려주고 그 대사에 따라 배우들은 무대에서 동작으로 감정을 드러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리서치를 해보니까 그런 비슷한 방법이 Audio-driven play라고 하더라고요. 배우들이 대사를 하는데 매몰되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방식을 취했습니다. 나름 의미있는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명렬 이제 개인적인 질문들을 해볼게요. 도원 배우는 고향이 어디예요?

도원 태어난 곳은 충주고요 유년 시절은 삼척에서 보냈습니다.

명렬 연극은 처음 어떻게 접했어요?

도원 제가 초등학교 4,5학년 때 영어 시간을 참 좋아했어요. 영어 선생님들을 좋아하기도 했었고요. 영어 시간에 영어 연극을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영어 뮤지컬 캠프를 소개해 주셔서 참가를 했는데 거기에서 경험이 인상 깊었어요. 중학교 때도 연극반 활동을 했고요. 청소년극단 활동과 극단 작품도 해 보며 대학교를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못 갔고 대학교에서도 연극반 활동을 했습니다.

명렬 앞으로 계속 배우 활동을 할 텐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도원 너무 상투적일까요? 저는 또 만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명렬 관객에게나 연극 관계자에게나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도원 매력이라는 게 뭘까요. 저는 그냥 연극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나 과정, 결과를 통해 또 만나고 싶은 배우가 되었으면 합니다.

명렬 알겠습니다. 이번엔 그래픽 디자인을 맡고 있는 연주씨 고향은 제주라고 했지요?

연주 네.

명렬 아까 인터뷰 중에 해정 대표의 공연을 보고 이 사람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는데 해정 대표의 어떤 면이 그렇게 생각하게 했나요.

연주 그때는 해정 대표는 몰랐고 지인의 공연을 보러 갔는데 거기에 해정 대표가 있었어요. 그후에 프로를 지향하는 젊은 그룹에서 해정 대표와 같이 프로젝트를 하나 하게 됐는데 해정 대표를 보며 연기예술에 매우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이고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그럴 수 있도록 환경을 잘 만들어주는 사람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해정 대표에게 도움이 된다면 하고 싶었어요.

명렬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창작집단 애열과의 귀한 인연 행복하게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자, 이제 애열의 중요한 축의 한 분인 리은 연출 얘기를 들어보죠. 공통질문 같네요. 고향이 어디에요?

리은 부산입니다.

명렬 연극을 전공했나요?

리은 아니요. 저는 심리학과 나왔습니다.

명렬 아 심리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것이 연극을 만드는데 도움이라든지 영향이라든지 이런 게 있나요?

 

Ink of Time (사진제공 창작집단 애열)

 

리은 제가 처음으로 쓴 작품이 <Ink of Time>인데요, 범죄 심리에 관련된 내용이거든요. 그거 쓸 때 학과 서적이라든지 이런 것들 찾아보면서 도움받았던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한테도 자문도 좀 몇 번 구하기도 했고요.

명렬 앞으로 애열과 계속 같이 할 생각이죠?

리은 네, 맞습니다.

명렬 연출로서 극단 애열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돼 갔으면 좋겠다는 희망 같은 게 있나요?

리은 저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걸 좋아해서 인간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무대에 펼쳐 보이는 연극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시도가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고요.

명렬 인터뷰하는 동안 계속 같이 있었지만 사진 찍느라 얘기 제대로 못한 자은 조연출 얘기를 듣고 싶네요.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조연출로 소개했잖아요. 일반적으로 조연출은 하나의 작업을 조연출로 참여하겠지만 조연출만 하는 일은 드물잖아요? 그런데 자신을 조연출로 소개한 이유가 있나요?

자은 저는 일단 연출을 희망하고 있고요. 다만 제가 연출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애열에서 조연출을 하면서 연출로서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기에 스스로를 조연출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명렬 좀 전에 비전공자라고 했는데 전공은 뭐예요?

자은 공대나왔습니다. IT 관련학과 졸업했어요.

명렬 그렇다면 앞으로 삶의 조건으로 보면 아주 유리한 전공인데 앞날이 아주 불투명한 연극에 빠져든 건 왜일까요?

자은 사실 저는 영화에 관심이 많았었는데요, 졸업하고 진로 고민을 하던 중에 우연한 기회에 연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와 연극은 많이 닮아 있지만 연극이 주는 현장성에 매료되었어요. 졸업하고 진로 고민을 하는 중에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조건 따질 거 없이 지금 하고 싶은 걸 해보자 하고 애열에 들어왔어요.

명렬 그렇다면 이름있는 극단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은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경험이 부족해서 좌충우돌하더라도 젊고 도전적인 집단에서 처음부터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시행착오가 많겠지만 뭐 어쩌겠어요, 제가 선택한 것인데. 제가 신뢰하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함께 성장하고 싶고, 거기에서 오는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명렬 그러면 지금까지 애열과의 작업이 만족스러운가요?

자은 어느 작업은 끝난 후 아쉬움이 같이 남기도 하고, 어느 작업은 시원함만 남기도 합니다. 모든 과정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돌이켜 봤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서 오는 보람의 척도로 비추어 보면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명렬 그렇군요. 그럼 자은씨는 창작집단 애열이 어떤 모습로 발전해 갔으면 하나요.

자은 애열에는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기 때문에 저희는 끊임없이 창작할 겁니다. 그렇게 지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애열에서 올리는 작품은 봐야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더 많은 관객분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극단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명렬 알겠습니다. 이제 해정 대표 얘기도 들어보죠. 아까 예고를 나왔다고 했는데 졸업하고 바로 현장으로 진출한 거예요?

해정 네 맞아요. 졸업하고 어린이 뮤지컬도 간간이 하고 인천, 시흥에 있는 극단에 들어가서 배우 생활도 했었습니다.

명렬 지금까지 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정 대표에 대한 신뢰가 아주 큰 거 같은데 이유가 뭘까요?

해정 단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해 주어서 사실 감동이 큰데요, 저는 항상 꾸며내지 않고 진실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표로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잘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명렬 이제 남은 2025년, 그리고 2026년은 어떤 계획이 있나요?

해정 25년은 정말 열심히 달렸는데요, 년 말까지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을 완성하고 싶고요, 그 작품을 내년 이삼 월쯤 올려야겠다 계획하고 있습니다.

명렬 네. 긴 시간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고 앞으로도 수많은 고민 속에 휩싸이겠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잖아요? 지금의 열정 꺾이지 않고 멋지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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