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연극 기획자가 되고 싶나요?

지난 1월 공연기획자를 목표로 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멘토링에 참여했다. 이전 같았으면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참가자 개개인에 대한 특성도 파악해가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텅 빈 강의실에서 줌을 통해 진행했다.

출처 : 픽사베이

며칠 전에는 대면으로 진행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또 다른 공연기획자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 중 2명과 함께 진행하였다. 내가 멘토로 선정된 이유는 이들이 문화재단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었다.

연극 혹은 공연기획자라는 직업이 실생활에서 가지는 험난함과 다르게 ‘기획자’라는 직업은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다. 지난 10년 동안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지분을 많이 빼앗기기는 했지만 공연기획자라면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무대를 기획해나가는 모습이다.

여러 직업군에서 먼저 발 디딘 사람들이 이제 막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주 그러는 것처럼 나 역시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일이 얼마나 어렵고, 경제적으로 힘든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기획자’의 모습이 얼마나 매체와 나의 상상력속에서 미화되고 부풀려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아직 사회에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나 관객으로서의 공연경험조차 많지 않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기획자’의 모습은 자주 ‘PD’라고 불리며 무대를 배경으로 무전기 혹은 인이어를 끼고 손에는 두꺼운 수첩 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인 경우가 많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이들에게 내가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모습은 주로 무대감독이고, 기획팀으로 분류될 여러분들의 업무는 주로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획자가 된 이후에 극장에 갈 수는 있겠지만 큰 프로덕션이라면 극장에 기획자의 업무는 별달리 없을 확률이 높고(여기의 ‘내’가 할 일이 한 작품만은 아닐 확률이 높거나 이미 다른 작품의 준비도 하고 있을 확률도 높다. 직급이 낮다면 그럴만한 여력이 아직 없고, 직급이 높다고 한다면 그만큼 일도 많다), 프로덕션의 규모가 작다면 공연 전에는 로비를 정리하고 매표와 수표를 담당하거나 하우스 업무를 봐야 해서 슬픈 경우 내가 기획한 공연을 처음부터(하우스 마감을 하고나면 앞부분은 주로 놓친다) 끝까지(내가 문을 열어야 관객이 퇴장할 수 있고, 이쯤 되면 하우스에는 ‘나’ 이외에 다른 인력은 없을 확률이 높다) 보기란 쉽지 않다. 마음먹고 공연을 본다고 해서 언제 중요한 전화나 메시지가 올지 몰라 예민해져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이상은 나와 내 주변의 기획자들을 모습을 근거로 서술한 것이다. 그렇다. 나는 기획자 되는 법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기획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예비 기획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래도 몇 년 새 그저 선망으로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은 많이 줄어들었고 생활권 안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문화예술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다 보니 보다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기획자를 꿈꾸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경제적 안정을 꾀하다 보니 문화재단 또는 지역의 공립극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대학생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는 무척 마음이 무거워졌다. 코로나19는 해당 프로그램만 ZOOM으로 방식을 바꿔야 했던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계 지형도 바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스러웠지만 언제나 고사 직전이었던 문화예술계는 더욱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연계에서 그나마 발전적이었던 뮤지컬 시장마저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 안타깝다. 그렇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주장을 하자니 나 자신도 극장에서 수도 없이 위태로운 상황을 겪었기에 섣불리 공연산업과 관련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언제나 공급에 비해 수요가 한없이 부족한 인력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인력들이 진입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작년 초 입사한 인력들이 한 해 동안 무엇으로 버텼는가에 대해 생각하면 올해는 그 영향까지 안고 가야한다.

2021년, 15년차에 접어든 나에게 기획자가 되기에 필요한 자질이나 역량에 대해 묻는다면 장르에 상관없이 더욱 세상을, 트랜드를, 정책을 최소한 흐름에는 맞게 읽어내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연극을 비롯해 장르에 대한 애정과 지식은 기본이지만 ‘기획자’는 연극을 만드는 사람 중 가장 많은 부분 ‘공연산업’, ‘예술시장’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출처 : 픽사베이

#최근 10년 사이 대학 학부에서도 예술경영과 관련한 학과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서는 문화콘텐츠학, 예술경영을 비롯한 문화예술기획자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자가 꼭 전공을 해야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예술과 함께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는 ‘만들고 유통시켜야’하는 역할을 가진 기획자에게 분명 필요하다.

#이전에 대학원이 먼저 예술경영관련 전공들을 설립했었다. 예술관련 학과가 발달한 학교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일부대학에서는 박사과정도 운영 중이다. 연극, 무용, 축제, 클래식 등 유독 해당 장르에 특화된 경우가 있으니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앞서 알아보는 것도 좋다. 현직에 있는 기획자들도 대학원을 많이 가는데 역량강화와 기관의 경우 진급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기획자간 네트워크과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때로 업무에 대해서는 학업 연구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대학로에 위치한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공연기획자과정과 문화기획자 과정이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학부나 석서 과정과는 달리 ‘취업’을 우선 목표로 하는 과정으로 정책, 회계, 기획서 작성 등 현장에서 바로 요구되는 업무역량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진행되는 동안 실제로 여러 기업에 응시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여성인력개발센터이지만 개설 과정의 재원 출처에 따라 남성들도 참여가 가능하며 취업준비 중인 경우, 경력단절인 경우에도 전액 또는 일부 국비지원을 통해 수강을 할 수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