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의 비극

글_채승훈(연극연출가)

  1. 예술 강사사업비 지원 삭감

2025년도 예술 강사 사업 지원비가 전년도에 비해 다시 대폭 삭감되었다. 2023년도의 574억 원에서 2024년도 287억 원, 2025년도엔 81억 원으로 대폭 삭감된 것이다.

삭감한 대신 부족한 비용은 지자체에서 알아서 충당하라고 하였다. 사실상 문체부는 사업을 포기하고 지자체에 떠넘긴 셈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럴까? 중앙에서 관리하기가 복잡하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하는데, 단지 복잡하다고 해서 그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국가가 관리하는 다른 영역의 것 중에 복잡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 문화예술진흥법 3조 1항에 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 진흥에 관한 시책(施策)을 강구하고, 국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권장·보호·육성하며, 이에 필요한 재원을 적극 마련하여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여 문화예술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또 이런 조항도 있다.

<제1항에 따른 문화예술 진흥시책은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건전한 생활 문화의 개발·보급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여야 한다.>

 

예술 강사 제도는 바로 이 조항에 완전히 부합하는 사업이다. 그러니 예술 강사 정부지원금을 대폭 삭감한 것은 완전히 법령의 정신을 무시한 것이다.

 

또 다음과 같은 조항도 이어져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시책을 수립하려면 미리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예술 강사사업비를 축소하면서 예술 강사들이나 여러 관련 단체들에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일방적으로 강행한다. 당장 교육기회를 박탈당할 예술 강사들은 지금 머리를 삭발하고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문체부가 나서서 그들과 대화했다는 소식은 들은 바도 없다. 예술가들을 매우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블랙리스트 문제같이 예술인들을 탄압하는 일도 쉽게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1. 정부 시책의 불합리 – 직접지원 간접지원?

 

현 정부는 문화지원정책의 기조를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즉,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 지원시스템을 이원화해 중앙정부는 주요 축제 등 행사, 유통, 해외 교류 같은 간접지원에 머물고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활동비 등 직접지원은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기로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그럴듯하다. 그런데 역시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지원한다는 문화예술진흥법의 기본정신을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지자체마다 정치인들의 입장에 따라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이 각기 다를 수 있다. 또 각종 사업에 대해서도 그 인식에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중앙정부의 정책이 전체 지자체에도 기본이 되게끔 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경비를 출자해야 지자체에서도 경비조달의 책임감이 생긴다. 또, 출자를 해야 구체적인 지원시책에도 관여할 수 있다. 그래야 만이 어느 지자체나 기본은 같이 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다들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고 던져버리면 문화예술이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하는가? 아예 사업을 폐지하는 일이 속출할 것이다. 또 한다 하더라도 전시용 문화에만 사업을 집중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그렇게 여기저기서 두서없이 진행하던 사업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잘하자 해서 만든 것이 문화예술교육진흥원 같은 정부 산하 집행기관이고, 기본정신은 모든 지자체가 같아야 한다 해서 만든 법이 문화예술진흥법이다.

 

이렇게 중앙과 지방을 분리하는 정책은, 마치 중앙정부는 대기업만 지원하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은 지자체에서 알아서 지원하라는 태도나 다를 게 없다.

문체부의 정체성이 무언가? 문체부인지 산업부인지 모를 일이다.

해외 진출, 축제를 통한 국민 향유를 내세우는데, 결국 열매만을 중시하겠다는 것 아닌가? 예술가의 개인 역량을 육성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마치 농부의 일에는 관심이 없고, 중간도매상에나 관심이 있는 농업정책과 다른 바가 없다.

예술강사 사업은 한편으론 미래의 예술 관련 인재들을 조기 발견하고 교육을 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미래에 한류 문화를 세계에 떨치는 인재가 육성되는 것이다. 씨 뿌리고 거름 주는 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홀대하면서 어떻게 세계진출을 할 수 있는지 한번 말해주길 바란다.

예술강사제도 같은 기본은 홀대하면서, 세계니 한류니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예산을 이리저리 이동시키고 삭감하는 것이, 한편으론 정부의 세수 부족으로 인한 예산의 부족 현상을 감추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급조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리고 간접지원과 직접지원을 구분하려 하는데 그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예술가를 지원하면 직접지원이고 축제 지원을 하면 간접지원이기에 간접지원에 치중하겠다 하는데,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게 왜 직접지원인가? 예술가들이 가져다가 개인적으로 쓰는 것인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도 엄연히 간접지원이다. 그러므로 예술지원에는 직접지원이라는 개념이 없다. 모두 간접지원인 것이다. 개념부터 다시 정리하길 바란다.

자꾸 그렇게 구분하고, 직접지원이란 말로 호도하면서 예술가들이나 단체들을 홀대하는 것은, 도리어 예술가들에게 편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의심받기 좋은 것이다.

 

 

  1.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1.05

 

2025년도 문체부 예산이 정부안 기준으로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5년도 문체부의 전체예산은 7조 1,200억 원으로 국가 전체예산 677조 원의 1.05%이다. 이것은 역대 문체부 예산 중 최저수준이다.

예술인들은 문화예산 2% 이상 배정을 항상 염원해왔다. 하지만 결론은 1.05%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거의 가 다 문화예산이 전체 대비 약 2% 이상이다.

국가가 문화예술진흥법을 제정하고 문화예술을 최대한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지가 수십 년이 되었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대하는 태도만 보자면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 미개국 수준이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억지로 고생해서 한류 문화를 만들어놓으면 거기에 숟가락 얹기만 바쁘다.

그것도 미래는 밝지가 않다. 지원 없는 문화는 언젠가는 뒤처지게 마련이다.

 

문화예산이 도대체 왜 이렇게 답보, 아니 도리어 후퇴하는 것일까?

매년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 핑계로 긴축재정을 할라치면 제일 먼저 타겟이 되는 것이 문화예술인 것 같다. 정책입안자들의 시각에서는 문화예술은 그 긴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원하지 않아도 다들 자기들이 알아서 헤쳐나가리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편으론 예술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었기 때문이라 본다.

그럼 아예 공언이나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선거 때만 되면 너도나도 문화강국이니, 문화국가니, 문화융성이니 공약들을 던져놓고는 막상 정권을 잡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못 본 체하기 일쑤이다.

아마도 정부의 입안자들은 예술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블랙리스트 문제로 저항하고 관료들을 공격해대고 하니까 속으로 혹시 미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해석은 나의 기우이길 바라지만.

 

문화예산 2% 달성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다, 기존에 좋은 사업들을 폐지할 이유가 없다. 예산이 답보 상태에 있으니 여러 가지 핑계로 그것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좋은 사업, 필요한 사업들을 없애고, 반쪽짜리 정책으로 국민이나 예술인들을 호도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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