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민주화 / 오세곤

(제43호 편집인의 글)

연극 민주화

세월호가 침몰했다. 침몰을 경고해도 자각 못 하는 국가에 대한 최후의 경종이다. 그걸 위해 아이들이 희생됐다. 참으로 죄스럽고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경종에 정신을 차려 반성하고 새로운 회생의 길을 잡을지, 아니면 그러는 시늉만 하다 다시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는 더 빠져들고 말고 할 여분조차 없는 막바지인 것을!

세상이 돈에 미쳤다. 세월호 침몰도 따지고 보면 모두 돈에 눈이 먼 인간들의 탓이다. 아니, 침몰 뿐 아니라 그 이후 벌어지는 말 안 되는 상황들도 모두 돈밖에는 관심 없는 인간들의 짓거리다.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오로지 돈이 지배하는 돈 세상이다.

민주(民主)!

인간이 주인인 세상!

그렇다. 돈이 아닌 인간이 주인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민주화다.

연극도 침몰하고 있다. 바로 돈 때문이다. 돈 때문에 다투고, 돈 때문에 좌절하고, 돈 때문에 타락하고, 돈 때문에 떠난다. 돈에 치여 최소한의 연극 정신마저 실종됐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돈에게 빼앗긴 인간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연극도 민주화 운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극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건 비싼 땅에 화려한 건물로 덮여가는 대학로에서 육체적 영양실조와 정신적 황폐화로 헐떡이는 연극을 살려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돈에 마비돼 상실한 연극 정신의 회복 운동이 필요하다. 오로지 돈으로만 생각하는 지원 정책이라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한 쪽으로는 비대해지고 한 쪽으로는 메말라버린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우선 비대해진 쪽을 제거하는 것이 순서일 테니까 말이다.

“오늘까지만”, “이번 한 번만 더” 하면서 돈의 노예가 되어 있는 상황을 과감히 끊어버려야 한다. 돈 이전에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는, 오래 전에 망각한 진리를 다시 기억해 내야 한다. 왜 우리가 연극을 시작했고, 왜 지금껏 하고 있는지 깊이 새겨 보아야 한다. 연극다운 연극이란 과연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주인으로서 스스로 감당할 체구와 균형 잡힌 체형의 연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연극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하는 이건 보는 이건 인간이 주인으로서 행세하는 연극을 만들어야 한다. 돈의 연극이 아닌 인간의 연극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를 대신해 스러져간 너무도 귀하고 아름다운 영령들 앞에 꿇어 엎드린 채 한없이 미안하고 죄스럽고 슬픈 마음으로 통곡한다.

2014년 5월 1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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