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한국여성극작가전/ 박정기

2015 한국여성연극인회의 제3회 한국여성극작가전 1, 김정숙 작·연출의 <심청전을 짓다>, 2, 김수미 작, 서지혜 연출의 <현장검증>

 

1, 김정숙 작·연출의 <심청전을 짓다>

 

알과핵 소극장에서 한국여성연극인회(회장 류근혜)의 제3회 한국여성극작가전, 최명희 집행위원장, 김정숙 작·연출의 <심청전을 짓다>를 관람했다.

 

김정숙(1960~)은 서울출생으로 1982년 극단 에저또에 입단 <농녀> 진행을 담당하고, 1984년 <마지막 키스를 당신께> 윌리엄인지 작으로 연출로 데뷔한 후 1989년 5월 모시는 사람들 <반쪽이전> 김정숙 작으로 극단창단을 주도했다. 창작뮤지컬 <우리로 서는 소리,1990> <꿈꾸는 기차,1992> <들풀,1994> <뮤지컬 블루 사이공,1996> <바리> <7인의 천사, 2004> 외 作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 <아빠의 청춘, 2001> <과거를 묻지 마세요>등 作 드라마 <병국이 아저씨, 1993> <몽연>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2003> 외 作 <몽실언니, 2004> 각색 및 연출을 하고, 어린이 연극 <반쪽이전, 1989> <불효자 꺼꿀이전, 1990> <사랑의 선물 방정환, 1999> <쌀밥에 고깃국, 1997> <콩쥐랑, 팥쥐랑, 2001> <나 어렸을적에> <신데룰라이야기> 외 作, <강아지똥, 2001> <박물관은 살아있다, 2009>재구성 연출했다. 뮤지컬 <블루사이공>으로 스포츠조선 뮤지컬 희곡부문 대상, 1996, 서울연극제 현대소나타상,1996, 백상예술상 대상·작품상·희곡상, 1996, 한국기독교 문화대상 뮤지컬 부문 대상, 2000, 국회문화대상 뮤지컬 부문 대상, 2002, 희곡작가협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 2003 <쌀밥의 고기국>, 97 서울국제어린이공연예술제 작품상·극본상·연기상 <뒷동산에 할미꽃>, 98 서울국제어린이공연예술제 우수상 <오아이스 세탁소 습격사건>, 연극협회 선정 베스트 연극 7, 2003, 동아연극상 희곡작가상, 2003 <사랑의 선물 방정환> 서울 어린이 연극제 작품상· 제작상·희곡상·연기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연극인이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나무토막 형상의 말뚝을 여러 개 박아 서낭당의 흙 사태를 방비하고, 상수 쪽에 제단, 하수 쪽이 출입구다. 천정에는 새끼줄을 2중으로 늘어뜨려 지화를 달아놓았다. 투명 막을 서낭당의 객석을 향한 벽으로 설정을 하고, 투명 막과 객석 가까이의 무대는 산길이다.

 

서낭당은 한국의 무속신앙에서 신을 모시는 사당이다. 중국의 성황당(城隍堂)에서 유래하였으며, 다른 이름으로는 선왕당(仙王堂)이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에는 성을 수호한다는 성지(城池) 신앙이 있었는데 이것이 남북조 시대 이래로 ‘성황’으로 변하여 일반화되었고 송나라 때에 크게 유행하였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성황신앙이 유입되었는데, 문헌 기록에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사》에, 고려 문종 때에 선덕진(宣德鎭)에 쌓은 새로운 성 안에 성황사를 지어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인데, 고려 때에는 국가에서 공적으로 제사를 올리던 사당으로서 고려 고종이 몽골의 침공을 막은 공을 서낭신에게 돌려, 서낭신에게 신호(神號)를 더하기도 하였다.

 

서낭당은 주로 국가에서 설립하고 운영하였으나 지방의 유력한 호족들이 독자적으로 설치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호족 집안의 시조 및 그 땅에 연고가 있는 위인들이 서낭신(城隍神)으로 모셔졌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것을 보면 곡성성황신 신숭겸, 순천부성황신 김총, 의성부성황신 김홍술 등이 있다. 또한 유금필을 가림성황신으로 모신 사례도 있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산천이니 성황이니, 풍운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던 단들을 하나의 성황당으로 통합하여 재배치하고, 군현마다 사직단과 여단을 일괄적으로 설치하여 봄과 가을로 국가가 주도하여 정기적으로 수령이 제사를 지내게 하는 한편, 국난이나 가뭄이 닥쳤을 때 임시로 서낭제를 지내기도 했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 서낭당을 지방 유력자들, 특히 성리학만을 정도로 받들며 그 외의 가르침을 사도(邪道)로 몰았던 사림파 세력이 장악하게 되면서 서낭당에 대해서도 음사(淫祀)로 취급했다. 조정에서 서낭당에서의 관 차원에서의 제사를 금지하게 되면서 서낭제의 성격도 관헌적인 것에서 민간적인 것으로 바뀌었음을 《영가지》나 《임영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서낭당을 성황당으로 부르는 잘못은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연극의 내용은 심청전과 같은 시대적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한다. 심청전의 모태가 된 전설은 신라시대의 거타지 설화와 연권녀 설화로 알려진 효녀 지은 설화에서 유래한다. 또한 작품화되는 과정에서 조선 전기 한성부에 거주하던 심씨 성을 가진 맹인 전승도 삽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심청이 나서 자란 ‘황주’는 중국의 황주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의 황해도 황주로 보는 설이 더 우세하다. 심청이 빠져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하는 ‘인당수’는 어디일까? 황해도 서쪽 해안의 북위 38도 조금 위쪽에 서쪽으로 길게 뻗은 곶이 있는데, 이곳이 장산곶이다. 장산곶에서 남쪽으로 약 17km 떨어진 곳에 백령도가 있다. 장산곶과 백령도 중간쯤 되는 바다는 물살이 세기로 이름난 곳인데, 여기가 인당수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기 이전에 이곳을 오가며 물고기를 잡던 어부들이나 뱃사람들은 예전부터 물살이 세기로 이름난 이곳을 인당수라고 불렀다.

 

백령도를 비롯한 대청도와 소청도 주민들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효녀 심청이 인당수에 빠졌다가 연꽃을 타고 물 위로 떠올랐는데, 그 연꽃이 남쪽으로 떠내려 오다가 백령도 남쪽에 있는 바위섬인 연봉바위에 와서 걸려 있었다. 이를 뱃사람들이 보고 임금님께 바쳤는데, 연꽃에서 나온 심청이 왕비가 되었다”는 내용의 <심청 전설>이 전해온다. 6·25 전쟁이 시작된 뒤에 월남한 사람들 말에 의하면, 이 전설은 지금은 북의 황해도 옹진, 장연 지역에서도 전해왔다고 한다.

 

백령도는 행정구역상으로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으로 되어 있다. 인천 옹진군에서는 백령도가 심청전의 배경이 된 곳임을 기리고, 효행을 권장하는 뜻에서 진촌리 뒷산에 ‘심청각’을 세우고, 심청전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북쪽을 보면, 바닷물이 유난히 넘실거리는 인당수가 보이고, 남쪽에는 연봉바위가 보인다. 그리고 서쪽에는 심청을 태운 연꽃이 떠내려 와서 바닷가에 연밥을 떨어뜨렸는데, 그 연밥이 싹이 터서 지금도 연꽃이 핀다는 연화리가 보인다. 심청각은 이곳 주민은 물론,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백령도가 심청전의 배경이 된 곳임을 알려주는 한편, 심청의 지극한 효성을 본받을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연극은 도입에 노비청년이 어미의 시신을 등에 업고 산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서낭당에 들어가 어미시신을 제단 아래 감추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노비신분이니, 부모를 묻을 땅이 없는 처지이고 보니, 산 속 아무 곳에나 매장하려 업고 나온 것이리라. 그런데 그 서낭당에 심청이 죽은 것을 애절하게 생각하는 이웃사람들이 서낭당에 제사를 지내러 온다. 그들은 당연히 제단 밑에 시신이 있는 것을 모르고 제수를 제단에 올려놓고 제사를 치를 차비를 한다. 그 때 하녀신분의 여인이 양반 댁 젊은 부인을 업고 등장을 해, 비를 피해 역시 서낭당으로 들어온다. 젊은 부인의 실성한 듯 한 모습과 발광이, 멸문지화를 당할 위기에 처한 양반 댁의 부인이라는 것과 임신 중의 아기를 살리려는 하녀의 지극정성이 객석에 전달된다. 바로 그 때 이 지역의 감찰관인 듯싶은 남성도 비를 피해 무장을 대동하고 서낭당으로 들어온다. 무장은 장검까지 차고 서슬이 시퍼렇다. 후에 무장은 감찰관의 조카인 것으로 알려진다. 극의 내용은 멸문지화를 당할 양반집 부인과 노비의 어미의 시신을 바꿔치기 하여, 양반집 여식이 죽은 것으로 해, 화를 피하고, 대신 노비의 어미를 제대로 무덤에 안장시킨다는 줄거리다. 물론 등장인물들이 감찰관의 심중과 눈치를 살피며 사정을 하고, 그의 동의하에 이루어진다는 설정이다. 시체를 업고 등장하고, 젊은 부인의 실성장면이라든가, 뇌성벽력의 효과음, 서슬 퍼런 무장의 행동 등에서 한 편의 납양특집(納陽特輯) 연극을 보는 느낌이고, 대단원에서 폭우가 끝난 새벽하늘의 명멸하는 별빛 속에서 각자 제 갈 길을 가며 그 공을 심청이에게 돌리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김현, 정래석, 신문성, 박옥출, 홍수현, 밪재홍, 최상민, 오유라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감독 김기정, 조연출 허정진, 무대미술 정수미, 무대제작 김영호, 음악 봄눈별, 음향 이유석, 조명 김윤희, 조명오퍼 안지현, 분장 장은정, 의상 송효주 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제3회 한국여성극작가전 최명희 집행위원장, 김정숙 작·연출의 <심청이를 짓다>를 대중친화적인 연출력이 감지되는 한편의 납양특집(納陽特輯)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18일

 

2, 김수미 작, 서지혜 연출의 <현장검증>

 

알과핵 소극장에서 한국여성극작가전 김수미 작, 서지혜 연출의 <현장검증>을 관람했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을 수상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서지혜는 청주대학교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수료했다. 현재 프로젝트 아일랜드 대표 겸 연출가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1999 연극 <또또의 호기심일기>로 경기도 초중연극제 특별대상수상, 2004 <개미와 베짱이> 춘천국제연극제 공식참가작, 2010 <더옐로우라인-100만원연극페스티벌>, 2011 연극 <더라인>, 2012 연극 <아일랜드>, 2014 <아일랜드>, 2014 TGR 삿포로 극장제 대상수상, 2015 제3회 한국여성극작가전 <현장검증>, 이 밖에 [신문], [대머리여가수],[트로이의 여인들], [The play] 외 다수다.

 
무대는 장면전환에 따라, 살인현장, 골방, 식당, 골목길, 하수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으로 바뀌고, 장치를 출연자들이 회전을 시키거나, 이동해 배치한다.

 

내용은 살인현장의 <현장검증>을 위해 피의자, 수사관, 검사, 검시관이 등장한다. 물론 가족이나, 이웃도 등장한다. 그러나 피의자의 재판과정에서나 등장하는 변호사를 이 극에서는 함께 동행시킨다. 황색 띠로 접근불가라고 표시를 해 놓은 장소는 피해자의 방이다. 벽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고, 작은 세간과 잡동사니, 그리고 의류가 흩어져 있다. 마네킹을 피해자 대신 들여다 놓고, 용의자 겸 피의자에게 범행을 재현시킨다. 범행 장소에서 피의자가 재연을 하는 동안, 수사담당관들이 지켜보는 현장 부근에는 초라하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여인의 딸이 나타나,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는 곳에 서서 묵묵히 지켜본다. 어떤 때에는 방안의 옷걸이에 걸린 옷으로 몸을 가리고, 숨어있기도 한다. 범행자백을 한 청년은 <현장검증>에 임해 식칼로 살인을 했노라고 살인귀처럼 마네킹의 가슴부위를 마구 찌르는 시늉을 한다. 잠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반이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식칼이 아니라, 검사결과 가위라고 하니, 수사관은 청년에게 폭력을 가하고, 가위를 어디에 숨겼느냐고 묻는다. 청년의 횡설수설이 계속되고, 주변의 하수도 덮개를 들어 올리고 그 속으로 들어가 뒤지는 수사관의 모습이 한동안 펼쳐진다. 청년은 수사관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을 큰 소리로 반복하지만, 자신이 사용한 흉기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청년을 보면서 관객은 비로소 살인자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단원에서 범행자백과 <현장검증>을 통해 범인으로 확인된 청년이 수사관에게 끌려가고 난 후, 시종일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처녀가 통곡을 하며 주저앉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장호, 성경선, 정종훈, 남동진, 박정훈, 지남혁, 이승현, 이지영, 장면진, 김나영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과 열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한국여성연극인회가 주관한 제3회 한국여성극작가전, 최명희 집행위원장, 김수미 작, 서지혜 연출의 <현장검증>을, 이 무덥고 지루한 여름날, 한편의 추리극(推理劇납)이자 납양특집(納陽特輯)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월 25일 박정기(朴精機)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