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여성연극협회 제3회 한국여성 극작가전/ 박정기

2015 한국여성연극협회 제3회 한국여성 극작가전

 

3회 한국여성 극작가전 낭독 극

1, 나혜석 작 백은아 각색 연출의 <독신여성의 정조 론과 원한>

2, 김명순 작 노승희 각색 연출의 두 애인

 

1, 극단 거울의 나혜석 작, 백은아 각색·연출의 <독신여성의 정조 론과 원한>

 

나혜석(羅蕙錫 1896~1948)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신풍동에서 태어났다. 진명여자보통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오빠 나경석(羅景錫)의 권유로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 유화과에 입학하여 화가로서의 길을 택했다. 나경석은 자신의 친구 최승구(崔承九)를 누이동생에게 소개하였다. 이미 본국에 조혼(早婚)한 아내가 있었으나 최승구와 나혜석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였고, 최승구가 결핵을 앓다가 사망하자, 나혜석은 모든 희망을 예술에 걸었다.

 

나혜석은 일본 유학시절 발발한 3.1운동에 적극 가담하여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으나, 교토제국대학생 김우영(金宇英)과 결혼식을 올렸다. 1921년 경성일보사 내청각(來靑閣)에서 조선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화 개인전을 열어 성공을 거두었다.

 

1926년 남편 김우영과 함께 3년간의 유럽 일주 여행 도중 천도교 지도자 최린(崔麟)을 만나 불륜을 맺게 되고, 남편과 이혼을 한다. 그 후 화가로서의 삶에 더욱 매진한 나혜석은 1931년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정원’으로 특선하고 이 작품으로 일본에서도 제국미술원전람회에서도 선정된다. 1935년 진고개(충무로) 조선관에서 개최된 소품전의 실패와 아들 선이 결핵으로 죽은 후 나혜석은 불교에 심취해, 수덕사 아래 환희대에 머물기도 했다. 그 후 귀경해 한때 청운양로원 신세를 지며 떠돌다가 1948년 시립 자제원(慈濟院)에서 사망했다.

 

1918년 <경희> <정순>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여 소설가로도 활약했고, 대표적인 회화작품으로는 <나부 1928>, <선죽교 1933>가 있으며, 자전적 희곡으로 <파리의 그 여자>를 집필했다.

 

2014년 성남아트센터 앙상블 시어터에서 공연된 극단 로얄씨어터의 최명희 작, 류근혜 연출의 <화가 나혜석(羅蕙錫>과 같은 해 수원소재 극단 城에서 정유진 작곡, 김성열 작사·연출의 음악극 <파리의 그 여자>가 기억에 남는다.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극단 로얄씨어터의 최명희 작, 류근혜 연출의 <화가 나혜석>은 나혜석(羅蕙錫 1896~1948)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무대는 화가 나혜석의 화실이다. 정면 왼쪽 출입구에 계단 대신 부드러운 곡선의 내려오는 길을 만들고, 출입구를 포함한 배경 막에 길게 가로 세워진 백색의 바탕 벽면에, 나혜석의 자화상이나, 회화작품, 또는 흩날리는 종이조각, 그리고 별무리 등의 영상을 투사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무대 중앙에는 이젤에 얹어놓은 캔버스와 팔레트, 유화물감, 그리고 붓 등 그림도구가 보이고, 좌우 벽에도 유화작품과 캔버스를 세워놓았다. 무대왼쪽에 의자와 탁자를 배치하고 오른쪽에도 책상과 의자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말년의 나혜석이 지팡이를 짚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등장해 출입문에 돌아서 있는 나혜석 소녀시절의 모습을 향해 언덕을 오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곧이어 여기자가 등장해 한창시절 나혜석이 화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그녀의 전시작품이 대량 팔려나갔던 시절의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젊은 시절 나혜석으로 변모해 다시 등장해 인터뷰에 응하면서 그녀의 극적인 삶이 하나하나 펼쳐진다.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동경유학생, 그리고 미모의 화가 나혜석은 만인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으로 출발한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인기를 한 몸에 집중시키게 되는 여성이면 남성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고, 그들의 유혹의 손길이 다가서게 된다.

 

남편과 함께 한 프랑스 빠리 여행에서 나혜석은 유혹의 달인에게 그만 걸려들게 되고, 그와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기에 이른다. 이 사실을 남편이 눈치 채고, 부부는 이혼을 하게 된다. 당시에는 남성들은 축첩을 하고 별의별 여성과 관계를 맺어도 여론은 잠잠했는데, 부인의 불륜은 뭇사람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용서치 못할 죄악으로 치부되던 시절이라, 나혜석은 작품이 아닌 그녀의 애정행각으로 해서 그림까지 평가절하 되고, 화 업도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나혜석의 마지막 전시회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 절망에 빠진 그녀의 인터뷰 모습이 극에 그려지고, 위자료로 받은 거액을 전시회 실패로 다 날려버리지만, 주저앉지 않고 그림을 그리러 파리로 가겠다는 의지와, 이미 몸이 의지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병약해진 나혜석의 모습이 비장 침울하게 연극에 그려진다. 게다가 오랫동안 그녀를 보살피던 친구이자 변호사 겸 후원자인 남성이 미술전 실패와, 나혜석이 한 점의 작품이라도 팔려고 고객에게 애걸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객석에 처연한 심정을 감돌게 만든다.

 

대단원에서 말년의 나혜석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출입문에 돌아서 있는 그녀의 소녀시절의 모습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고,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푸치니 오페라의 아리아는 이 극과 절묘하게 어울려 관객의 가슴과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놓는다. 나혜석이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소녀시절의 나혜석이 객석을 향해 돌아서 꿈과 희망을 표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2014년 수원소재 극단 城에서는 <파리의 그 여자>를 정유진 작곡, 김성열 작사·연출의 음악극으로 만들었다.

 

연극은 도입에 영상으로 시대적 배경과 나혜석의 그림을 소개한다. 막이 열리면 출연자들의 노래와 춤이 서장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나혜석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남편 김우영과의 여행 장면이라든가 김우영과 함께 부르는 듀엣은 일품으로 객석을 완전히 극에 심취하도록 몰아간다. 나혜석이 최린과 만나 사랑을 느낄 때에는 함께 사랑에 빠져들고, 남편과 갈라서 홀로 지낼 때에는 함께 고독을 느끼면서, 나혜석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신을 집중시키고, 그녀와 일희일비(一喜一悲)를 함께 한다. 게다가 극단 城 단원들의 쏠로나, 코러스는 물론, 군무 역시 출중하고 탁월해, 관객은 시종일관 그들에게 매혹되어 물아(物我)의 경지에 빠져들기도 한다. 나혜석의 마지막 전시회 장면에 천정에서 늘어뜨린 나혜석의 유화작품들은 무대를 완벽한 갤러리로 탈바꿈시켰으며, 요양원에서 병든 몸으로 한과 비탄에 젖은 그녀를 보면서 객석 여기저기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관객을 볼 수 있었다. 나혜석이 수전증으로 붓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도, 안간힘을 다해 그림을 그리려는 모습은 관객 모두의 안타까움으로 느껴지는 명장면이었고, 나혜석이 쓰러져 운명하자 객석은 소리 없는 울음으로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대단원에서 수원 실버합창단인 <금빛 합창단>이 전원 등장해 배우들과 함께 부르는 “꽃 한 송이 꽂아다오”는 장엄하고 장중한 엔딩 곡으로서 나혜석과 함께 기억에 영원히 남을 명곡으로 기억된다.

 

여우별 씨어터에서 공연된 제3회 한국여성 극작가전의 낭독 극, 극단 거울의 나혜석 작 백은아 각색 연출의 <독신여성의 정조 론과 원한(부제:파리의 그 여자)>은, 우리나라 일부일처제의 결혼규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개방결혼의 이슈를 최초로 제기한 나혜석의 <이혼고백장>(1934.8-9)과 개방결혼 모티프를 한국여성문학사에서 최초로 형상화시킨 희곡 <파리의 그 여자>(『삼천리』, 1935.11)를 최린을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소송>(1934.9) 등을 생각토록 한다. 이번 낭독 극은 1930년대 신여성의 성해방론이 어느 지점에까지 도달했는가, 성에 대한 억압과 여성의 정조를 절대시하는 유교적 가부장주의에 대한 나혜석의 저항과 거부감을 살필 수 있다.

나혜석은 <이혼 고백장>을 통해 자신의 최린과의 연애는 혼외정사가 아닌, 서구의 진보적인 사람들이 행하는 자유로운 성적행위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오히려 남편과의 정이 더 두터워지리라고 믿었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선사회의 후진성을 개탄하고, 남녀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성의 이중규범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파리의 그 여자>에서는 개방결혼을 실천하는 남녀를 등장시켜, 다시 한 번 혼외정사를 낭만적 사랑으로 재구성한다. 그들의 사랑은 과거 파리에서의 회고담으로 이어지지만 현실적 억압이 있는 조선사회에서의 지속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예고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물결이 참정권을 위시해서 남녀평등의 사회적 기틀을 세워놓았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여성의 경제적 독립의 필요성을 확고히 정립한 서구사회와는 달리, 일제 식민체제하의 가부장적인 조선사회를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나혜석의 비극적 종말이 노정되고는 있으나, 100년 후인 현재 성적 개방과 혼외정사가 간통죄를 폐지시킬 정도로 이어지고,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러브호텔이나 모텔의 증축을 볼 때, 나혜석의 선각자적 사고와 행각이 주목받고는 있으나, 결국 성적개방 풍조와 개방이 경제적 풍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혜석의 비극적 종말에서 깨닫게 된다.

 

이상구, 문형주, 이지혜, 강수진이 등 출연해 낭독공연에 열정을 다하고, 연출가 백은아가 해설자 역할을 원숙하게 맡아한다.

 

드라마투르크 최명희, 음악감독 제갈윤, 조연출 최성욱, 음향오퍼 박수진, 조명오퍼 감다정·김대환, 진행 이하미 등의 열정과 노력이 반영되어 극단 거울의 나혜석 작 백은아 각색·연출의 <독신여성의 정조 론과 원한(부제:파리의 그 여자)>를 성공적인 낭독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2, 극단 희즈의 김명순 작, 노승희 각색·연출의 <두 애인>

 

김명순(金明淳, 일명 金彈實, 1896~1951)은 시, 소설, 수필, 평론, 희곡, 번역 등 문학의 전 분야에 관심을 갖고 창작 활동을 한 한국 근대 최초의 여성 문인이다. 또한 그는 1925년도에 〈매일신보〉의 사회부 기자로 입사하여 활동함으로써 이각경, 최은희에 이어 한국 근대의 세 번째 여성 기자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점만을 보더라도 김명순은 여성의 언어를 사적 언어에서 공적 언어로, 주변부 담론에서 중심 담론으로 전위시키는 데 기여한 선구적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김명순에게는 두 권의 창작집이 있다. 그 하나는 <생명의 과실>(한성도서, 1925)이고, 다른 하나는 <애인의 선물>(회동서관, 1929년 전후로 추정)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권의 창작집 속에 여러 장르의 작품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는 점이다.

김명순이 시인으로서 처음 발표한 작품은 조선인 일본유학생들의 기관지였던 <학지광> 속의 〈월광(月光)〉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첫 소설인 〈의심의 소녀〉(1917년 <청춘>에 발표)보다 앞선 것이라 여겨지는바, 이 같은 사실로 볼 때 김명순은 1910년대 초기 시단 형성사에서 얼마간의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그의 시단에의 참여는 한국 근대문학사 최초의 동인지 <창조>와 1920년대 동인지 <폐허> 이후의 동인이 되는 일로 이어짐으로써, 남성 문인 일색의 초기 시단 형성 및 전개의 구도에 상당한 파격과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김명순은 1922년에서 1927년까지 <개벽> <신여성> 〈조선일보〉 〈동아일보〉 <조선문> 등 우리 문화계의 여러 주요 매체에 활발하게 시작품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그의 시 작품 발표는 그 정도와 모습을 달리하면서 1939년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김명순은 세 번에 걸쳐 일본 유학을 가게 된다. 이러한 지적 탐험과 견문의 확대를 통하여 그는 한 사람의 근대적 개인이자 지식인이며 문인으로서 뚜렷한 자기정체성을 구축한다.

 

김명순의 시 작품은 모두 100여 편 정도 된다. 그의 시는 질적, 미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소박하고 평범하다. 그러나 그의 시 작품이 지닌 시사적, 사회적, 여성사적 문맥을 고려하면서 보면 그는 한 인간이자 여성으로서 근대적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이라는 과제를 앞선 자리에서 탐구하고 풀어나간 선구적 시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김명순의 시는 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자연스럽게,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특히 그리움, 탄식, 고독, 쓸쓸함, 애수, 번민, 상실감 등등의 사적 감정들이 여성으로서의 자의식과 문화적, 사회적 강요에 연유하는 자기검열을 거치지 않은 채 공적 문면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표출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그런데 김명순의 시에서 보이는 이와 같은 사적 영역의 공적 표출은 단순한 개인적 감정의 노출로 그치지 않고 생명, 인간, 개인, 여성 등의 존재에 대한 자각적이며 지적인 천착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김명순은 생명, 인간, 개인, 여성 등의 성장과 해방을 꿈꾼 시인인 것이다.

 

김명순의 위와 같은 점은 그가 어린 나이에 여읜 어머니와 가톨릭 신자로서 종교성과 신성성을 말할 때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까지 이른다. 그는 투쟁과 대결의 현실 너머에 있는 화합과 승화와 용서와 평화를 사모한 자아초월적 세계의 시인이다. 이런 김명순을 가리켜 휴머니즘과 휴매니타리아니즘, 이 두 가지를 감성과 지성으로 구현하고자 애쓴 시인이라고 말하면 적절할 듯하다.

 

극단 희즈에서 낭독공연한 <두 애인>은 4장으로 구성된 단막극이다. 성적관계가 없는 남녀 부부가 주인공이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애인이 존재한다는 설정이다. 가정부와 그 외의 해설자가 등장하지만, 남편은 진정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죽기 전까지 그녀를 찾아와 보살핀다는 내용이지만, 아내가 사랑한다는 다른 남성은 정신적인 사랑상대지 불륜과는 관계가 전혀 없고, 남편은 다른 여자와 버젓이 살림을 차리고 있고, 그쪽에서 기거하며 그 여자가 여주인공을 방문해 남편의 사진틀을 떼어내 여주인공의 얼굴에 팽개쳐 상처를 입혀도 남편은 성격이 원만해 야단도 부드럽게 친다는 내용이다. 대단원에서 아내가 수건을 목에 동여매 자살을 하려하니, 남편이 거들어준다는 내용이다.

 

하경화, 정일균, 정윤경, 노현주가 출연해 낭독공연을 열정적으로 한다.

 

드라마투르기 김남석, 음악 이주희, 조명 강 민, 음향오퍼 김나래·박소연, 진행 정가예·진보라 등 스태프의 노력이 드러나, 극단 희즈의 김명순 작, 노승희 각색·연출의 <두 애인>을 성공적인 낭독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0월 6일

 

3, 극단 캔버스의 박경희 작 류근혜 연출의 트라이앵글

 

여우별 소극장에서 극단 캔버스의 박경희 작, 류근혜 연출의 <트라이앵글>을 관람했다.

 

박경희 작가는 방송예술교육진흥원에서 방송대본과 시나리오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다. 방송드라마 <기다리는 빛> <나의 부모님> <이것이 인생이다>외의 다수 작품을 집필했고, 영화로는 <2000 여고졸업반> <시집가는 날> <그날> <여보, 미안해> 외의 많은 시나리오를 썼다. 희곡으로는 <달님과 손뼉치기> <롤렉스 금장> <세 여자의 파티> <독도는 우리 땅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어린왕자> 외의 많은 희곡을 발표 공연한 미모의 중견여류작가다.

 

류근혜 상명대 연극학과 교수는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이자 (사)우리음악연구회 부이사장이고, 활발한 연출활동은 물론 화가이기도 하다.

 

연극 <화가 나혜석> <불편한 동거>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 <용팔이> <Why not?> <어둠의 힘> <갈매기> <인형의 집> <유령>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 <오중주>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고, 뮤지컬 <독도는 우리 땅이다> <사랑해 톤즈> <피아노 살인> 외의 많은 음악극을 연출하고, 전통연희작품으로는 <가인> <소리연가> <도깝대감지신놀이> <2013 서울 굿> <땅에 묻힌 옛소리> 등을 연출한 탁월한 연출가다.

 

<트라이앵글(TRIANGLE)>은 타악기의 일종이자 삼각형이라는 의미다. 부모와 자식 그리고 그들이 속한 사회를 트라이앵글로 묘사한 연극이다.

 

일류만 따지고 찾고 출세한다는 현실과 사회라는 상황설정에서 부모는 자연 자식을 일류병자로 만든다. 이 연극에서는 법대와 고시가 직결되고, 한창 나이에 자유로운 사고와 활동, 그리고 창의력을 뒷전으로 한 채 골방에 들어박혀 6법 전서를 딸딸 암기해야하는 주인공 청년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그의 형은 일찌감치 일류되기를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그런데 형 역시 정상적 궤도에서 일탈해 일종의 뻥튀기 사업계획을 세우고, 계속 실패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야 대부분 같겠지만, 이 연극에서처럼 1류 지향적으로 일관하면서 자연 자식과 갈등과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 극에서는 청년기의 성적욕구가 고시공부라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탈출구 구실이 되기도 한다. 자식교육과 성공에 혼신의 열정을 다하는 대다수의 어머니처럼 이 연극에서도 주인공 어머니의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그와는 달리 젊은 여성에게 한 눈을 팔고, 원조교제도 마다않는 우리의 흔하디흔한 아버지의 모습이 권위와 위선으로 덧붙여져 그려지기도 한다.

 

<트라이앵글>은 일종의 사실주의연극이면서도 상황묘사에서 추상성을 띄운다. 배경 가까이 천정에서 늘어뜨려져 있는 비닐 천을 이용한 조명효과라든가 배경음악에서의 극적분위기 상승효과, 초인종의 계속된 울림은 물론, 방안에 놓인 커다란 열대어의 어항, 여러 개의 양주병, 몰래 마시는 술과 어항 속 열대어 안주, 망치로 어항을 깨뜨리고 싶어 하는 욕구, 결국 그 망치로 부친을 살해하고 싶은 충동 등이 추상성을 띄워 연출된다.

 

박주원이 어머니, 김학재가 아버지, 유지원이 형과 주인공 군 시절 소대장, 이주화가 젊은 여인 역으로 출연해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탁월한 성격창출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명 송훈상 무대미술 유준기, 무대감독 박인환, 음향 안현준, 의상 이수진, 소품 박은영, 제작 극단 캔버스(TheatreK), 제작협조 극단 로얄씨어터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제3회 한국여성극작가전(집행위원장 최명희) 극단 캔버스의 박경희 작, 류근혜 연출의 <트라이앵글>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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