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글_박정기(연극평론가)

 

원작: 신평
극작: 신성우
연출: 박장렬
제작: 극단 청산&지공연협동조합
장소: 드림아트센터 3관
일자: 2019년 4월 19일 ~ 5월 19일

 

신평은 시인, 수필가, 변호사다. 경북중고등학교, 서울대 법대 및 동 대학원 출신으로 서울, 인천, 대구, 경주 각 법원의 판사를 역임했고, 미국, 중국, 일본의 여러 대학에서 공부했다. 경북대 로스쿨 교수. 한국헌법학회장, 한국교육법학회장, 한일비교헌법연구회 한국회장. 아시아헌법포럼 창설. 2018년 대한민국법률대상 수상자다. 저서로는 <일본 땅 일본 바람>(1992) <한국의 사법개혁>(2007)  <한국의 언론법>(2008) <헌법재판법>(2011)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2016) 그리고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2018) 등이 있다.

 

신성우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 출신이다. 2008년 <씸퍼씨>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마켓 3/4분기 마켓 최우수작 선정, 2011년 <죽은 듯이 고요한>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마켓 2/4분기 심사위원 추천작 선정되었다. 공연작품으로는 <내 파란세이버> <귀먹은 베개> <사돈> <나의 더티 댄싱> <씸퍼씨 스나크 사냥> <극장속의 인생> <오페라 연극 멕베스> <배우할인> <창밖의 여자> <어메이징 그레이스> <새가 숨는 집> <극장 속의 인생> <공원벤치가 견뎌야 하는 상실의 무대> <꿈이 없어도 괜찮아> <뻔뻔한 클래식 뻔뻔 중창단(울산)>, <고향마을>, <뮤지컬 정크푸드 크리스마스>, <다만 사라질 뿐이다>,  <꿈이 없어도 괜찮아>, <폭설>,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연출가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동인,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3, 4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영상 대 출강,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 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 5대회장이다. 서울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현 극장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이고, 2017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2019 대한민국연극제 예술감독이다. 작품으로는 <엘렉트라> <원맨쇼>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 <레미제라블> 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는 3차 사법파동의 주역, 신평 변호사의 이야기다. 1993년부터 부패한 사법부의 현실을 질타하며 ‘사법부 정풍’을 주장했다. 그 후 가혹한 시련의 길을 걸었다. 법관 재임명 탈락 1호 판사가 됐다. 짧은 변호사 생활을 거쳐 로스쿨 교수를 하며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내고, 아시아 헌법포럼을 창설했다.     그는 “사법개혁은 사법부나 검찰을 위해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더해 대학사회의 병폐와 로스쿨 제도의 부조리한 현실도 함께 비판했다. 그럴 때마다 외부 압력이 심했지만, 가족의 힘으로 꿋꿋이 버텨냈다. 2018년 발표한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는 그의 생생하고 처절한 투쟁의 기록이다.

 

무대는 미술관, 법원 앞 도로, 신평호 변호사 사무실 등으로 사용된다. 탁자와 의자, 벤치가 이동배치되고, 변호사 사무실은 책장과 테이블 그리고 의자가 배치된다. 정장과 시위대 복장, 그리고 평상복이 사용된다. 라디오와 녹음기 카메라, 음식물 포장, 술병과 잔, 사과상자가 장면변화에 따라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미술관 큐레이터가 네덜란드의 화가 헤라르트 다비드(Gerard David, c.1460~1523)가 그린 ‘캄비세스 왕의 재판(The Judgment of Cambyses)을 그린 명화를 해설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캄비세스 왕이 재판>은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역사에 남긴 사건이다. 캄비세스 왕은 다른 사람들의 죄보다도 재판관의 죄에 대해서는 가장 가혹하다고 할 수 있는 산사람의 껍데기를 벗기는 형벌을 내렸다. 당시 재판관이었던 시삼네스(Sisamnes)가 뇌물을 받고 재판을 한 비리행위가 발각되자 캄비세스 왕은 다른 범죄보다도 재판관의 죄에 대해서는 가장 가혹하다고 할 수 있는 산사람의 껍데기를 벗기는 형벌을 내리고 그 껍데기를 재판관 의자에 깔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이 의자에 앉을 새 재판관으로 시삼네스의 아들인 오타네스를 임명했다. 아마 당시 재판관들이나 관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판결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장면이 바뀌면 법원 앞 거리풍경이 전개되고, 노파가 등장해 서민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거리 한복판에 불공정한 재판으로 기업에서 쫓겨난 남성이 시위 복을 입고 거리에 앉은 모습이 보이고 그의 모습을 여기자가 취재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공정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주인공인 판사가 고발을 하자, 내부고발자라는 이유로 판사재임용에서 탈락시킨다. 그래서 변호사가 된 신평호가 부당해고 된 남성을 도와주게 되면서 연극은 방향을 설정한다. 엄연히 입법 행정 사법이 분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집권세력의 입김이나, 금권세력에 의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유행어가 되고, 각종 명분과 청탁으로 양심적인 재판이 행해지지 않는 것 같은 현실이 극 속에 구현이 되면서, 주인공은 불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 고발하기에 이른다. 연극의 제목처럼 법원을 법정에 세우려고 고발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사무장과 여기자의 도움으로 사법부의 부정과 부패 그리고 증인을 찾아내고 비리를 언론에 발표하려드니 증인은 꼬리를 감춘다, 그 때 선배인 여판사가 찾아온다. 그리고 후배인 주인공 변호사를 설득시키려 든다. 직장에서 쫓겨난 시위노동자를 복직시키기로 했다며 술을 권하고 주인공의 의지를 꺾으려 들지만 주인공의 의지가 흔들림이 없자, 술잔의 술을 주인공의 얼굴에 끼얹고 되돌아간다. 주인공은 사무장과 여기자에게 자신들의 의지가 관철될 때까지 행동을 계속하기로 한다.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신평호 변호사가 헤라르트 다비드(Gerard David)가 그린 ‘캄비세스 왕의 재판(The Judgment of Cambyses) 앞에서 그림을 주시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맹봉학이 신평호 변호사, 김용선이 선배판사. 정종훈이 사무장, 김지은이 여기자, 문창완이 시위노동자, 김진영이 큐레이터와 증인, 김천이 형사, 최지환이 노동자의 아들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특히 여기자로 출연한 김지은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열연과 선배판사로 출연한 김용선의 탁월한 연기력, 그리고 시위노동자로 출연한 문창완의 발군의 연기력은 관객의 주목의 대상이 된다.

 

무대 엄진선, 조명 김철희, 의상 양재영, 음악감독 박진규, 무대감독 최지환, 조연출 김병수, 음향오퍼 김희애, 조명오퍼 차지예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극단 청산 & 지공연협동조합의 신평 원작, 신성우 극작, 박장렬 연출의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를 전국순회공연이 바람직한 한편의 걸작 현실고발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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