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연극 <리어 누와르>

 

글_박정기 (연극평론가)

원작 : 윌리엄 셰익스피어
재창작 연출 : 류성
단체 : 극단 경험과 상상
일시 :  2019년 7월 9일~14일
장소 : 창작플랫폼 경험과 상상
관람일시 : 7월 10일 오후 8시

 

 

당산동 창작플랫폼 경험과 상상에서 극단 경험과 상상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류성 재창작 연출의 <리어 누아르(The King Lear Noir)>를 관람했다.

류성(1975~)은 극단 경험과상상의 대표인 작가 겸 연출가다. <화순1946>, <리어 누아르>, <어떤 사랑> <투명인간> 뮤지컬 <화순>,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 <체홉의 단편선>그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생활연극협회 충북 영동 심천공연에도 참가했다.

<리어왕>은 연극은 물론, 수많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앤드루 맥컬로우(Andrew McCullough)가 연출하고 오손 웰스(Orson Wells)가 주연한 1953년 영화<리어왕>, 코진체프(Grigory Kozintsev)가 연출하고 유리 야벳(Yuri Jarvet)이 주연을 맡은 1970년 러시아판<리어왕>,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연출, 일본풍으로 각색된 1985년 <란>Ran), 장 뤽 고다르(Jan-Luc Gordard)가 연출 버지스 메레디스(Burges Meredith)가 주연을 맡은 1987년<리어왕>등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역작들이다. 그 외에도<리어왕>은 텔레비전 방송용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가 연출하고 마이클 호던(Michael Hordern)이 주연한 1982년 BBC TV<리어왕>, 마이클 엘리엇(Michael Elliot) 연출로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가 주연을 맡은 TV<리어왕>이 대표작이다.

 

 

<리어왕>은 연극은 물론, 수많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앤드루 맥컬로우(Andrew McCullough)가 연출하고 오손 웰스(Orson Wells)가 주연한 1953년 영화<리어왕>, 코진체프(Grigory Kozintsev)가 연출하고 유리 야벳(Yuri Jarvet)이 주연을 맡은 1970년 러시아판<리어왕>,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연출, 일본풍으로 각색된 1985년 <란>Ran), 장 뤽 고다르(Jan-Luc Gordard)가 연출 버지스 메레디스(Burges Meredith)가 주연을 맡은 1987년<리어왕>등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역작들이다. 그 외에도<리어왕>은 텔레비전 방송용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가 연출하고 마이클 호던(Michael Hordern)이 주연한 1982년 BBC TV<리어왕>, 마이클 엘리엇(Michael Elliot) 연출로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가 주연을 맡은 TV<리어왕>이 대표작이다. 그 중 특히 주목할 영상 텍스트는 피터 브룩이 연출한 1971년도 영화<리어왕>이다. 여타 영화는 대체로 원작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에 입각하여 시각적 가능성들을 실험했으나, 피터 브룩의1971년<리어왕>은 전통적 해석을 넘어선 새로운 창작의 시도로, 원작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 단계 뛰어넘는 연출을 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실험극장 허규 연출의 리어왕, 동랑레퍼토리의 안민수 연출의 리어왕, 극단 76 기국서 연출의 리어왕, 고대극예술동우회 고금석 연출의 리어왕,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의 리어왕, 인천시립극단 김철리 연출의 리어왕, 극단 미추의 이병훈 연출의 리어왕, 극단 숲의 임경식 연출의 리어왕, 국립극단의 윤광진 연출의 리어왕, 극단 진 선 미의 최영환 연출의 리어왕, (주)도토리컴퍼니 강민재 연출의 리어왕, 그리고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남육현 연출의 리어왕 등의 공연에서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며 이낙훈, 이호재, 기주봉, 주진모, 전성환, 서국현, 정태화, 이문수, 장두이, 양형호, 강희영, 고인배, 안석환, 손병호 등이 리어를 맡아 탁월한 기량으로 열연을 펼쳤다. <리어왕(king lear>)에 나타난 가치관의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1550년대에서 1600년대 초까지의 영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1601년 에섹스(Essex)백작은 반역죄로 사형에 처해지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직 후계자를 두지 못한 상황에서 전통귀족과 신흥귀족 그리고 중산계급은 1610년대에 이르러 상호간의 대립을 드러냈다. 특히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Spanish Invincible Armada)를 격퇴하는데 중산계급의 주도적 역할과 세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의회에서의 중산계급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타협과 균형이 깨지게 되었고, 이는 엘리자베스 사후 제임스 I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더욱 심해졌다. <리어왕>이 집필된 시기로 추정되는 1604-5년경은 이런 정치적 갈등이 가치관의 분열과 결부됨으로써 영국과 전 세계에 대 혼란이 닥쳐올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작품 속엔 정치적 질서체계는 물론 인간과 세계를 연관시켜주는 종교적, 철학적 혼란까지 나타나고 있다. 역사란 끊임없이 경직된 기존질서체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고통과 회생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면 ,<리어왕>은 그런 역사적 전환기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혼돈과 그것의 극복과정을 냉철하게 탐색하는 극이라고 할 수 있다.

 

 

<리어 누아르(The King Lear Noir)>는 원작을 재창작해 “까무잡잡한 리어왕”이라는 의미로 변형시킨 연극이다.

배경에는 미디어 아트와 다름없는 영상투사로 극 분위기 창출을 돕고, 새로운 극음악 작곡과 작곡자의 전자 건반악기 연주로 관객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객석 가까운 거리에 30cm 높이의 긴 단을 무대좌우로 설치하고 거기에 마이크 세 개를 나란히 배치했다. 단 뒤의 무대 공간 좌우에도 마이크를 배치하고, 출연자들이 마이크에 대고 대사와 노래를 하며 극을 이끌어 간다. 긴 벤치형의 조형물을 무대 가운데에 배치하고, 상수 쪽에 마치 화장터의 시체를 집어넣은 공간처럼 보이는 구멍과 거기에 연결된 벤치형태의 조형물이 구멍 속에 반쯤 들어간 채 있고, 출연자가 그 벤치에서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사선으로 비추는 조명과 무대 위에 위치한 기존의 조명을 최대한 작동시켜 극 분위기 창출에 기여하고, 의상은 현대의상을 착용하고 출연한다. 영상투사로 나타나는 추상화 같은 미디어 아트, 날씨의 변화와 폭우, 까마귀의 영상 등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연극은 10장으로 구성 연출되고, 리어가 두 딸에게 버림받고 광야에서 포효하듯 탄식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리어가 왕국을 분할하고 왕권을 이양하는 것은 신으로부터 받은 왕권을 방기하는 것이며, 신으로부터 위임받은 의무를 저버리는 질서파괴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리어가 왕관을 벗는 순간 위계질서는 무너져버린다. 그가 왕관을 벗고도 왕으로서의 권위를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계질서의 체계가 갖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인정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그는 광인이 되어 누더기를 걸치고 폭풍우 속을 헤매고 난 후에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이 연극에서는 마치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처럼 휠체어에 몸을 싣고 등장한다. 원작에서 막내 딸 코딜리어는 이 극에서 기존 질서체계를 지탱해주는 경직된 형식의 한계를 제일먼저 깨달은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진심을 경직된 형식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니들의 말을 흉내 내지 않고, 리어왕의 요구에 ‘아무 말씀도 드릴 것이 없다’라고 대답한다. 그녀의 ‘없다’라는 대답은 리어왕을 정점으로 하는 질서체계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붕괴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극적으로 보면 그녀는 불란서 왕과 결혼하여 영국을 떠남으로써 기존의 질서가 붕괴되고 혼돈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질서체계가 대두 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이상적 관념으로 존재하게 된다.

 

 

인간의 사회적 존재양식이 내용과 형식의 조화라고 하는 이상을 지향하고 있다면, 리어왕의 세계에서의 합당한 인간관계는 거너릴과 리건으로 대변되는 형식과 코딜리어로 대변되는 내용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가능한 것이 된다. 코딜리어가 영국을 떠나게 된 후, 거너릴과 리건은 통치권을, 에드먼드는 상속권을 위해 기존의 가치와 규범과 인륜을 파괴하는 행동을 보인다. 재창작과정에서 류성은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을 에드거와 올버니를 통해 이루어 나간다. 특수한 것은 에드거를 여인으로 설정했다는 것에 있다. 에드거가 극한적 고통을 경험함으로써 삶에 대한 깨달음에 도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해 나가는가 하면, 올버니는 그와 같은 인간관계를 근거로 하여 새로운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올버니는 일종의 해설자나 예언자 같은 인물로 그려져 있다. 그는 혼돈 속에 방황하고 있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분명한 판단기준과 공평한 안목을 갖춘 인물로 바뀌어 혼란된 질서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단원에서 코딜리어를 알아본 리어가 화해하지만, 이미 두 사람은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하고 생을 마무리한다. 역사란 끊임없이 경직된 기존질서체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고통과 회생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면, <리어 누아르>는 그런 역사적 전환기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혼돈과 그것의 극복과정을 냉철하게 탐색하고 나아가 우리의 현실까지 비교 생각하도록 한 극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고건령이 만고충신 글로스터, 이종승이 리어왕, 류성이 올버니, 김효진이 큰 딸 거너릴, 김지선이 에드거, 강인성이 에드먼드, 이영매가 둘째 딸 리건, 유윤주가 막내 딸 코딜리어로 출연한다. 출연자전원의 성격창출은 물론 발군의 기량으로 연극을 이끌어 가, 관객은 모처럼 창의적이고 수준급 연극을 감상하는 행운을 맛보게 된다.

음악감독 연주와 노래 손승희, 조명 유아람, 음향 이원재 박성석(유니콘사운드), 영상 설도희 이상희 등 스텝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경험과 상상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류성 재창작 연출의 <리어 누아르(The King Lear Noir)>를 본고장 에든버러에서의 공연이 바람직한 고수준 고품격 신표현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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