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

 

글_박정기(연극평론가)

 

작/연출  김예기
예술감독  이대영
단체  얘기씨어터컴퍼니
일시  2019년 8월 16일~9월 1일
장소  공간 아울
관람일시  2019년8월 28일 오후 8시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얘기씨어터컴퍼니의 이대영 예술감독, 김예기 작 연출의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를 관람했다.

이대영 예술감독은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 행사감독, 건군 65주년 국군의 날 행사 총감독을 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문창과와 디지털문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 사무국장, 국제극예술협회 이사, 현대 문예창작학회 희곡 분과 장,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을 역임했다. <객-부천> <죽기 살기>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의 예술감독, <굿 닥터> <신의 아그네스> <프러포즈 못하는 남자>를 연출했다.

김예기는 배우 겸 연출이다. <AD2066야수시대> <이구아나>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에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죽기 살기> <오해> <객>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를 집필하거나 연출했다. 2010 [제28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 최우수연기상 /언론문화예술협의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연출부문 수상], 2015 [제33회 전국연극제(경기도예선 대상, 연출상/본선 금상수상), 2016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제34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 우수연기상(경기도연극협회장상)]을 수상한 현재 얘기씨어터컴퍼니의 대표다.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는 자살과 관련된 연극이다. 2017년 한국에선 1만246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 산업재해 사망자의 6배 규모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24.3명으로 일본(16.8명), 미국(14명), 독일(13.6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는 `자살 대국` 한국의 현주소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인데,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자살률)는 25.6명에 달한다.

자살은 주요사망원인 5위인 교통사고사망률(10.1명)의 2.5배에 이른다. 특히 10대와 20대, 30대 청소년, 청년층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다.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의 10∼40배(청소년은 50∼150배)로 약 52만4천명이나 될 정도로 많다. 자살률은 연령에 비례해서 증가해 특히 노인 자살률은 53.3명으로 전체 자살률의 2배 이상이다.

 

 

우리나라 자살 원인으로는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주로 꼽히지만,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소득 불평등 등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도 자살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경찰청의 자살 주요동기 자료를 보면, 자살 동기의 36.2%는 정신적 문제이지만, 경제생활 문제도 23.4%를 차지했다. 신체질병은 21.3%로 3번째로 많고, 이어 가정문제(8.9%), 업무상의 문제(3.9%) 등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실업률과 상대적 빈곤율 등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면 자살률도 높아져 1997년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자살률은 수직으로 상승하고서 원상회복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성별과 나이, 빈부에 따라 차별받고, 사회 제도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은데서 기인하기도 한다. 나아가 시민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개인이 교육을 통해 사회·경제적 성취를 이루기 어려우며, 사회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도 자살문제 악화에 한몫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는 이러한 자살에 대한 하나의 방지책을 제시한다. 작중 등장인물들이 자살을 하려고 고층 건물 옥상에 모여든다. 투자실패로 자살을 결심한 중년남성, 이혼을 한 엄마가 다른 남성과 재혼을 하면서 엄마가 직장에 나간 사이 여고생인 딸을 성폭행한 새 아빠 때문에 자살을 하려는 여고생, 곧이어 30대 부부가 다투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와 싸움을 벌이다 결국 자살을 하려고 하는 등 옥상이 자살자들의 집결장소로 설정된다. 이들이 각자 실행에 옮기려 하면서 벌이는 행태가 이 옥상에 숨어사는 노숙자… 인형을 수집하고 인형을 자식처럼 사랑하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 노숙자에 의해 저지되면서 자살을 하려 모여든 사람들은 노숙자의 달빛 같이 화사하고 따사로운 설득에 따라 각자 자신의 삶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결국 자살을 포기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고층건물의 옥상이다. 멀리 높고 낮은 고층건물이 보이고, 허공에 별빛이 비추고, 커다란 달 모양의 조형물을 달아 놓았다. 정면과 상 하수 쪽에 건물 난간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기둥과 난간 벽면이 연결되어 있다. 정면 난간 앞에는 인형을 진열한 장이 있고 꼭대기 칸에 라디오가 놓여있다. 장 뒤 상수 쪽으로 통로가 있고, 하수 쪽 난간을 따라 통로가 있다. 상수 쪽에 옥상으로 오르는 문이 있으나 잘 열리지 않는 것으로 설정된다. 하수 쪽 벽에 의자 다섯개가 있어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가며 사용한다. 우레 소리와 라디오를 켜면 들려나오는 치고이네르 바이젠 연주소리가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임성주가 노숙자, 하성민이 중년남성, 시민지가 여고생, 이혜민이 젊은 부인, 신락훈이 젊은 남편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작중인물 성격에 적합한 설정과 연기력이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 내고 갈채를 받는다. 양창완이 노숙자, 김승현이 젊은 남편, 오정연이 젊은 부인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무대감독 김만중, 조명감독 이재호, 음악감독 조성현, 기획홍보총괄 최혜주, 무대미술 김예기, 진행 최솔지 김지훈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얘기씨어터컴퍼니의 이대영 예술감독, 김예기 작 연출의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를 자살방지용 친 대중적인 폭소희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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