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연극 <나의 강변북로>
글_박정기(연극평론가)
작/연출 이지훈
단체 한국여성연극협회 & 극단 TNT 레퍼토리
장소 스카이씨어터
일시 2019년 10월 9일~14일
관람일시 2019년 10월 10일 오후 8시
스카이씨어터에서 2019 제5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극단 TNT 레퍼토리의 이지훈 작 연출 <나의 강변북로>를 관람했다.
이지훈은 연세대학교와 뉴욕주립대학에서 수학하였고 창원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역임한 문학박사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극단 TNT 레퍼토리의 대표이기도 하다. 극작으로는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었다> <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와 희곡집 <기우제>가 있다. 제6회 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천사 여자에게 말 걸다> <조카스타> <시간의 춤> 외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희곡집 <기우제>를 출간하였으며, 제6회 여성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14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을 수상했다. 그 외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지다>, <카릴 처칠 희곡집>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 출간하였다. 연출작으로는 <말레우스 말레피까룸> <빠뺑 자매는 왜?>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운전배우기> <장엄한 예식>을 번역 연출하고 <진흙>과 <방>을 연출하고 <세자매>를 낭독공연한 미녀 작가 겸 연출가다.
강변북로(江邊北路, 서울특별시도 제70호선)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 가양대교 북단 시계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지금삼거리를 연결하는 도로이다. 대부분의 구간이 서울특별시의 도시 고속화 도로이며,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80 km/h 이고, 경기도 구간은 일반도로로 고속화도로 구간이 아니다. 가양대교 북단 시계에서 자유로 (77번 국도)와 상호 직통된다. 서울특별시도로이지만, 종점이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있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마포대교 북단과 천호대교 북단 구간은 46번 국도와 중첩되어 있는 구간이며, 양화대교북단에서 가양대교 북단 구간은 77번 국도와 중첩된다.
무대는 네 귀퉁이에 자동차의 타이어를 배치하고 객석 가까운 타이어 양쪽에는 헤드라이트를 올려놓았다. 북, 장고, 꽹과리를 비롯한 타악기와 심벌즈 같지만 철 줄을 늘어뜨린 형태의 타악기도 등장하고, 피리를 분다. 남성출연자들은 광대탈을 쓰기도 하고, 출연자 모두 한복의상을 착용하고 출연한다.
연극은 출연자들이 아리랑을 부르다가 관객에게 다가가 대화를 건네고 추임새를 부탁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여인은 지방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정년퇴임을 한 후 강변북로로 드라이빙을 하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전개된다. 주인공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세 딸, 햄릿, 안톤 체호프의 세자매 속의 인물들을 이야기하며 관객이 잘 알지 못하는 작품의 배경과 셰익스피어의 아들 이름이 햄릿이었고, 요절했기에 아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햄릿을 집필한 이야기나 요절한 작가 안톤 체홉의 나이와 작품들을 소개한다. 강변북로마다 설치되어 있는 성수대교를 비롯한 제각각 명칭의 대교를 지나면서 남성배우들이 제한속도를 언급하고, 조명 색상의 변화로 극 분위기 상승과 함께 고수 역을 하는 여배우의 노래가 주인공 여배우의 춤사위에 흥을 북돋기도 한다. 다산 정약용의 20년 가까운 강진유배 생활, 추사 김정희의 제주도 대정과 함경도 북청에서의 유배생활을 소개하며, 정년퇴임을 하기까지의 여주인공의 청춘과 젊은 시절을 지방에서 보낸 것을 유배생활에 견주기도 하면서 유배지에서 다산의 업적, 추사의 서체탄생처럼 자신의 업적을 돌이켜본다. 그리고 예술가들을 비롯한 문학인들이 자신의 성공을 기대하지만, 남의 성공만을 쳐다보는 구경꾼 노릇을 하듯, 주인공 자신도 구경꾼 노릇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허탈한 심성에 빠지기도 하면서 한때 무용을 배운 회고담과 함께 뛰어난 춤사위를 펼쳐 관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기도 한다.
남성출연자가 햄릿을 하며 3막 1장에 나오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to die, to sleep; No more; and by a sleep, to say we end The heart-ache, and the thousand natural shocks That Flesh is heir to? ‘Tis a consummation Devoutly to be wished. To die, to sleep,”
를 읊조리고 역시 갈채를 받기도 한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강변북로를 빠져나오게 되고 기존의 여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면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하고 ‘수전 서랜던’과 ‘지나 데이비스’가 주연한 1991년작 미국 영화 영화 델마와 루이스(Thelma &Louise)의 내용을 언급한다. 가부장적인 남편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는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수전 서랜던가 여행을 떠났다가 강간미수범을 살해하게 되면서 현행범으로 몰리게 되고, 그들이 쫓아오는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신세가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성별과 인종, 계층의 구분을 넘어 다양한 범주의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영화다. “델마와 루이스”는 이전까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장르를 여성의 지속적인 반향을 보여줌으로써 여성화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영화를 본 수많은 관객들이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의 여정에서 표현되는 감정을 공감하며 느낄 수 있었다고들 했다.
연극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강변북로의 궤도를 벗어난 새 길을 쾌속으로 질주하며 새로운 인생과 사랑을 펼쳐보려는 여주인공의 활기차고 약동하는 모습에서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주제가와 함께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아미가 여주인공, 이슬비가 고수, 김선진과 김대환이 네비게이터를 비롯한 1인 다 역으로 출연한다. 출연자들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열연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우레보다 큰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정아미가 적역을 맡아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치고, 이슬비의 고수 역할과 김선진과 김대환의 열연도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터그 김미경, 안무 음악감독 박진원, 음악조감독 김대환, 조명감독 김용호, 조연출 유시연, 무대감독 차재훈, 진행 허 현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2019 제5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극단 TNT 레퍼토리의 이지훈 작 연출 <나의 강변북로>를 작가 겸 연출가의 창의력과 연출력이 출연자들의 기량과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공연형식의 창아기발(創雅奇拔)한 연극의 탄생이라 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