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 산책
연극 <구름 한 가운데>
글_박정기(연극평론가)
원작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번역/연출 손원정
단체 극단 코끼리만보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일시 2020년 1월 10일~19일
관람일시 2020년 1월 19일 오후 3시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에서 극단 코끼리만보의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작, 손원정 번역 연출의 <구름 한 가운데>를 관극했다.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이란의 작가 겸 연출가다. 극단 Mehr Theatre Group 예술감독이다. 1999년 첫 번째 희곡 And the Day Never Came을 썼으나 무대화되지는 못했다. 이듬해 The Murmuring Tales를 쓰고 직접 연출해 제 18회 테헤란 국제연극제에서 희곡상 2등상을 비롯한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쿠헤스타니는 2002년 세 번째 작품 Dance on Glasses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테헤란에 거주하는 유럽 프로듀서들의 눈에 띄어 2002년 독일 본의 Theater Der Welt에서 성공적인 초연을 시작으로 이후 4년 간 국제 투어를 했고, 이를 계기로 쿠헤스타니는 유럽의 여러 예술감독들과 연극제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게 되었다. Amid the Clouds (2005)는 벨기에 Kunstenfestivaldesarts와 오스트리아 Wiener Festwochen가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이란인들의 유럽 이민 문제를 다루고 있다. 2006년에는 독일 Schauspielhaus의 의뢰를 받아서 Einzelzimmer라는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이 작품은 <안티고네>에서 영감을 받은 블랙 코미디인데 젊은 채식주의자가 형이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는 내용을 담았다. 2007년 이후의 작품에는 영상매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연극을 많이 만들고 있다. 2007년 11월에는 Kunstenfestivaldesarts의 전임 예술감독 Frie Leysen의 초청으로 제 5회 Meeting Point Festival에서 20분짜리 공연 Dry Blood and Fresh Vegetables를 선보였다. 2009년에는 일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 프랑스 연출가 실벵 모리스(Sylvain Maurice)와 함께 Des Utopies?를 공동 연출했다. 총 3부작인 이 작품은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공연되었다.
손원정은 <썬샤인의 전사들> <그 샘에 고인 말> <용비어천가> <고발자들>의 드라마투르기, <망각의 방법> <애들러와 깁> <어제의 당신이 나를 가로지를 때> <맨 끝줄 소년>을 번역과 연출을 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연출가다.
<구름 한 가운데>은 쿠헤스타니의 신작이다. 중동전쟁이후 난민이 많듯 이란에서 영국으로 각각 불법 입국하려는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나 동행하는 동안의 이야기다. 남자의 어머니는 가라가이 강에서 그녀의 사촌 이무르를 기다리다가 그를 임신한 것으로 소개가 되고, 가라가이 강에서 태어난 남자는 그 고장에서 성장을 하고 청년이 된 어느 날, 자신이 살던 곳이 홍수로 인해 물에 잠기자, 어머니의 젖을 빨던 기억을 간직한 채 유럽 대륙을 건너 영국 해협으로 향한다. 청년과 만난 여인은 임신 중이다. 그녀는 영국에서 아이를 낳아 그곳에서 아이와 자신의 영주권을 얻을 생각으로 홀로 차례차례 국경을 넘다가 청년과 만난다. 그녀는 깊은 산 속 신전에서 기도를 하다가 마리아처럼 동정녀의 몸으로 임신을 했다는 설정이다. 신이 그녀에게 아이를 주었다고나 할까…. 프랑스 깔게 해협에 이르러 그들은 외국인 난민 수용소에서 잠시 머물고, 여자는 아이를 유산한다. 유산된 아이는 얼굴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미숙아인 것으로 밝혀지고, 청년이 애석해 하는 모습을 보이자 여인은 청년에게 청한다. 지신과 동침해 임신을 하도록 해 달라고… 이스람 계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청년은 결국….대단원은 해협에서 청년과 여인이 손을 흔들며 이별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메리홀 소극장의 발코니도 동선으로 사용된다. 무대에는 의자와 탁자가 배치되고 입체로 된 사각의 의자 조형물도 사용된다. 널판으로 언덕처럼 만든 조형물을 언덕처럼 사용하며 연기를 하고, 손잡이가 달린 깔개에 여인을 태우고 끌고 다니기도 한다.
작품은 남녀가 만나 영국해협을 향해 서쪽으로 가는 여정을 사실주의적 기법과 사실주의적 대사를 통해 드러낸다. 이 서사는 또 다른 서사와 평행을 이루는데, 그것은 여인과 잉태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한 신화적이고 시적인 느낌이 강한 독백들이다. 영국 초연 당시 작품의 소재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것에 비해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비정치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길고 아름다운 대사는 비연극적이라는 평을 듣기고 했다. 다른 한편 동서양의 연극 미학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로 지목받기도 하는 등 영국에서는 극단적은 반응을 보였다.
전박찬이 청년, 김은정이 여인, 임호영이 남성으로 출연해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으로 마치 낭독극을 하는 듯싶은 정경을 펼치며 관객의 감성을 극으로 이끌어 들이고 심취토록 만든다.
무대 손호성, 조명 김형연, 의상 이명아, 음악 음향 임호영, 조연출 이 은, 기획 홍보 코르코르디움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코끼리만보의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작, 손원정 번역 연출의 <구름 한 가운데>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