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작품 관람 시대를 대비하며

 

글_정윤희

 

작품명: 리틀 뮤지션

작: 파르하디라임 하키모비치

연출: 염용균

각색: 이승은

음악감독: 임주신, 피정훈

단체: 브러쉬씨어터

공연일시: 2020.5.31.(일) 14:00

공연장소: 극장 용 (인터넷 중계)

관극일시: 2020.5.31.(일) 14:00

출연: 정선경, 김승환, 서혜주, 김유정, 강아영, 김부원, 박소희

 

 

모호한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또렷한 감각적 인상

이 작품은 우즈베키스탄 작가 파르하디라임 하키모비치 동화를 모티브로 하였다. 작은 악사가 해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는 시놉시스는 다소 신비롭고 모호했다. 신비로운 요소들은 신비로움의 영역에 고스란히 놓아두고 모호하지만 단조로운 이야기는 다채로운 음악과 기발한 소품이 채워나갔다. 다채로운 사물들이 타악기로 변신하여 내는 소리들을 배경으로 샛노란 해님 조각들이 무대 위에서 둥둥 떠다녔다. 관람 후 한참 동안 또렷한 시각적 인상이 뒷맛으로 남았다.

 

 

화면으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모호함의 의미

본 작품은 극장 용에서 상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다중시설 이용 중단 조치로 인해 취소되었다. 대신 가정에서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면 TV로 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문화예술 콘텐츠의 유통이 점차 온라인화되어 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는 그러한 세태의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단체와 극장의 생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공연물의 온라인 유료 콘텐츠화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작품은 애초에 TV 방영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었으므로 공연장에서 작품을 보았다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하고 배우들의 동선도 무대 바깥쪽까지 확대시킴으로써 풀샷 영상의 단조로움을 피했던 것은 좋은 전략이었으나, 원작의 모호한 줄거리가 몰입되지 못하고 뜨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극장 안에서 배우와 관객의 생생한 소통이 이루어졌더라면 전혀 느낄 필요가 없는 아쉬움이다.

 

 

 

작품명: 초토 데쉬

안무/출연: 아크람 칸

공연일시: 2020.6.12.(금) 20:00

공연장소: LG아트센터 (온라인중계)

관극일시: 2020.6.12.(금) 20:00

 

 

현실적인 움직임, 그리고 환상적인 무대 효과

주인공은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파리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무대에는 1인의 무용수만이 등장하며 그는 화려한 조명, 빔프로젝터 영상, 약간의 소품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의 몸짓에는 화려함과 과장은 없었고, 단지 인물이 처한 상황과 인물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연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움직임이었다. 아버지의 고향인 방글라데시는 주인공에게 강압과 억압의 세계인 동시에 신화가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이다. 그 세계는 주인공의 연기와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애니메이션이 조응하며 펼쳐지고 있었다.

 

 

화면으로 극복한 무용수와의 거리

LG아트센터는 5~7월 간 저명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아크람 칸의 작품을 몇 년 만에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다분히 시각적이고 섬세한 무용 장르의 경우 브라운관을 통해서 연기자와 좋은 만남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번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극장 안에서는 연기자와 관객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관객들은 섬세한 연기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 작품을 감상하며 한 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표정을 거의 놓치지 않고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온라인 관람 문화가 확산되어 가고 있는 요즘, 극장의 생생함이 아닌 평면적인 화면으로 전하는 콘텐츠의 형식에 대하여 제작자들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도 자금력과 조직력이 되는 단체에 국한되는 고민이다. 영세한 문화예술 단체들이 온라인으로라도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공공에서 힘을 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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