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이 중요한 이유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최승연(청강문화산업대학교 공연예술스쿨 교수, 뮤지컬 평론가)

 

 

프로듀서: 임병우 한경숙

연출: 김태형

작·작사: 한재은

작곡: 박현숙

단체: 아떼오드, 플레이더상상

공연일시: 2020/07/07-2020/09/20

공연장소: 대학로 트림아트센터 1관

관극일시: 2020/07/23 8pm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 <팬레터>의 창작진이 다시 모여 내놓은 신작 뮤지컬이다. 이번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검은 개와 검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2인극 뮤지컬로서 동물이 학대되고 유기되는 문제를 미스터리적 구성으로 다룬다. 얼핏 길에서 나고 자란 랩터(개)와 플루토(고양이)가 서로의 처지와 사연에 공감하며 인간 사회에 흡수되는 과정을 그리는 듯 보이지만, 작품의 문제의식은 사실 학대와 유기라는 불편한 지점에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고려와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품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반려동물 애호’라는 보편의 문제를 내밀하고 특수한 문제로 수용할 수 있는 관객에게 적합하다. 그렇지 않은 관객이라면 2시간 동안 일견 당연한 이야기를 참아내야 하는데, 공연은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에 새로움을 더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인간은 목소리 혹은 동물들의 반응에서만 감지되고, 사건은 온전히 랩터와 플루토의 시선으로만 전달되는데 이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무대 표현 방식에 적용되어 있다. 무대는 세션들과 계단 구조물 외에는 대체로 비어 있는 상태이며, 주로 천장에 매달린 4개의 영사기에서 송출되는 이미지가 무대 전면에 걸린 스크린에 투사됨으로써 세트를 대신한다. 각 장면의 배경을 잡아주는 미니어처 세트가 소형 카메라를 통해 무대에 확장되고, 배우가 직접 오버헤드 프로젝터를 통해 필요한 장면들의 이미지를 아날로그식으로 스크린에 펼쳐놓는 방법은 매우 모던하다. 랩터의 희망인 프리스비가 무대 전면을 가로지르며 은유적인 영상 이미지로 표현되는 것, 음악의 흐름과 섬세하게 맞아 떨어지는 조명도 정서적인 충만감을 고조시킨다. 또한 음향으로만 플레이백 되는 인간의 이야기를 뭉개놓아서 동물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지 못한 상황을 보여주고, 공연이 끝난 후 전체를 제대로 플레이백 하여 사건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게 만든 점은 미스터리를 강화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들이 서사와 제대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 특히 이 작품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간략하게 축소된 느낌은 내내 아쉽다. ‘동물은 인간에게 반려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가 평범하게 제시되는 작품에서 어떠한 예술적 충동을 느낄 수 있을까. <개와 고양이의 시간>의 랩터와 플루토가 각자 인간에 대해 갖고 있는 경험과 관계를 확장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평이하게 제시되는 반면, 유기와 학대의 사건이 후반부에 갑자기 흐름을 깨고 들어와 두 인물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상당부분 축소시켜 버린 점은 <개와 고양이의 시간>을 대학로 힐링 뮤지컬들과 비슷한 정서로 기억하게 만든다. 같은 맥락에서 작품을 더 평이하게 만드는 것은, 마이너 음계를 주로 써서 극적인 강조점을 만드는 <팬레터>의 음악이 <개와 고양이의 시간>에도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연은 내용과 형식이 균형점을 이뤘을 때, 그리고 극의 주요 사건이 구조적으로 잘 배치될 때 최적화된다는 진리가 재확인된다. 게다가 힐링은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테마지만, 뮤지컬이 반드시 당위적인 태도로 힐링만을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이 존재하는 방식과 향유되는 방식에 모색과 변화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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