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인대상]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

 

원작: 샤를로테 키틀리Charlotte Keatley
번역: 최영주
연출: 김국희
단체명: 극단 76
공연일시: 2013/09/04 ~ 2013/09/15
공연장소: 설치극장 정미소

 

***전문가평가단 총평

 

나는 여자다. 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이 ‘나와 동일한 여자’라는 것은 일부만 느낄 수 있었다. ‘동양과 서양은 결코 만나지 못하리.’ 라고 얘기했던 어떤 연극 평론가의 말처럼 샬롯데 키틀리의 작품은 국내산 연극이 아니라는 단점을 듬뿍 안고 있었다.

그것은 도리스, 마가렛, 재키, 로지와 같은 등장인물들의 이국적 이름 때문에도 그러했겠지만, 194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펼쳐져 있는 영국과 미국의 역사적 배경이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게다가 영국남자, 미국남자, 솔리테리 게임, 섹스 피스톨즈 등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이국적 여성들의 취향을 듬뿍 토해냈다.

시간도 너무 길다. 연출은 번역본에 대한 시간적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 덕분에 뒷부분으로 갈수록 관객들에게 어둠속에서 시계를 들여다보고픈 마음을 만들어 냈다. 좀 더 핵심만 추려서 네 여자의 이야기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이든 네 여자가 소꿉놀이 하는 장면이 초반부터 나오는데, 이러한 장면은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성’을 대변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장면은 자주 등장하고 역시 마지막 장면까지 늙은 할머니가 아기처럼 웃으며 젊은 여성의 감성상태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닫힌다.

하지만 농익은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어색했다. 보기 부담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연출의 요구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여자’의 삶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열연은 높이 살만하지만, 지극히 동양적 몸매와 얼굴 그리고 정서를 가진 배우들이 영국의 의상과 이름과 정서를 표현한 것은 확실히 불편했다.

나는 공연을 보는 내내 6.25 동란을 겪고 몸빼와 고쟁이를 즐겨 입는 우리네 할머니와 새마을 운동을 실천했던 엄마와 버릇없는 요즘 딸년들이 보고 싶었다.

미혼모들이 딸을 키우는 억척스런 상황은 보편적일 수 있었고, 자식을 낳은 정과 기른 정을 고민하게 만드는 설정, 낙태와 일하는 여자들의 고민 등은 보편적 정서가 많이 안고 있었다.

따라서 원작이 무척 좋을 것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역사적 배경과 여성문제를 4대에 걸쳐서 같은 주제로 관통하고 있는 맥락의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대에 옮길 때는 연출이 좀 더 고민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더불어 시간도…

어떤 이는 ‘이런 종류의 번역 작품을 소화하지 못하면 연극 애호가가 아니다.’라고 말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 세계 그 어떤 작가가 쓴 작품이든,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저해되는 문화적 정서가 존재한다면, 더 깊이 고민하고 처리하는 것이 맞다.

정확히 보고는 싶었는데 일그러진 프리즘을 보여주는 유리병 속에 갇힌 작품 같았다.

송경옥

 

작품은 영국의 작가 샤롯테 키틀리의 희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공연되는 연극이다. 극은 나라에 상관없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4대에 걸친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었다.

다소 어수선하게 시작되는 연극은, 극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구별할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지나치게 잦은 암전과 배우들의 번역극 특유의 대사는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기대감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최영인

 

*** 시민평가단 총평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딸 이라는 가족 안에서의 여성의 모습, 관계를 보여주는 무대. 전쟁이라는 상황을 함께 넣었지만 한국의 여성과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느껴지는 작품.

두 시간 반이라는 긴 공연시간을 견뎌내기에는 여성 배우들의 에너지만으로는 공연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작품.

– 김승원

 

무대도, 조명도 너무 좋았다. 무대가 좁았지만 무대를 이리저리 옮겨가면서 연출을 한 것은 훌륭했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너무 길었다. 공연 시작 전에 원작이 4시간이여서 줄여도 2시간 20분이었다고 말해주었지만 그래도 너무 길었다. 그리고 번역투가 많아서 편하게 듣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여배우 4명이 2시간 20분이라는 긴 공연을 이끌고 간 것에 대해선 박수를 쳐주고 싶다.

홍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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