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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돋을양지 <그래도 가족>

글_김건표(연극평론가)   ‘그래도’의 접속부사처럼 <그래도 가족>(극단 돋을양지, 작 서린 연출 김성진 씨어터 쿰)은 한 가족의 상처로 분열된 가정사를 무대에 올려놓고 가족의 통증과 아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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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13)

글_임야비(tristan-1@daum.net) 소설가, 연출가(총체극단 ‘여집합’), 클래식 연주회 기획가      요절복통 코미디 파우스트에 이어 인형극 파우스트를 알아보자.   체코 인형극의 아버지인 마테이 코페츠키와 체코 음악의 아버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를 간단히 소개하고, 두 체코의 아버지가 마리오네트의 실과 오선지의 음으로 영혼을 불어넣은 목각 인형 파우스트에 관해 알아보자.       마테이 코페츠키(Matěj Kopecký)는 옛 체코의 마리오네트 조종사 겸 제작자 그리고 인형극 극작가다. 공식적으로 1775년 출생으로 되어있긴 하지만 사실 정확한 출생 연도는 알 수 없다. 코페츠키가(家)는 대대로 마리오네트 인형극 유랑 극단이었다. 마테이 코페츠키의 부모도 인형극 관련 일을 했고 이들은 마차에 가족과 인형을 모두 싣고 보헤미아의 장터와 귀족의 성을 떠돌며 인형극을 올리며 생계를 유지했다. 떠돌이 생활이니 당연히 자식의 정확한 생년월일을 기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내 수공업 극단에서 인형과 함께 태어나 인형과 함께 자란 마테이 코페츠키는 자연스럽게 마리오네트 인형 조종사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형을 더 크고 정교하게 발전시켰고, 인형극의 대본을 직접 썼다. 1818년 인형극단 면허를 취득하고 극단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나, 보헤미아의 유랑 극단에 관한 기록이 온전히 남아 있을 리 없다. 초상화 하나 남아 있는 게 없다. 위의 사진도 그의 아들인 바츨라프 코페츠키 때에 그려진 캐리커처다. 마테이 코페츠키에 관한 마지막 기록은 교회가 작성한 사망 명부다. 거기에는 ‘마테이 코페츠키 – 홀아비, 거지’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마테이 코페츠키가 극작한 61편의 희곡은 가업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출판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4막의 인형극 드라마 ‘파우스트 박사’다. 24페이지 분량의 짧은 인형극 대본으로 대사는 매우 쉽고 일상적인 체코어다. 유랑 극단의 인형술사 마테이 코페츠키가 정규 교육을 받았을 리 만무하고, 인형극을 보러 시장에 모인 평민들 역시 교육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극은 문학적인 면보다는 풍자와 유머가 주를 이룬다. 극에서 지체 높으신 분이 교양을 뽐낼 때 체코어가 아닌 독일어가 튀어나오는데 이는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려는 극작가의 절묘한 장치다. 옛 조선의 양반들이 한자로 된 시조를 지으며 풍류를 읊는 걸 보는 백성, 러시아 소설에서 귀족들이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는 걸 듣는 하인. 이런 언어의 계급 차는 여러 문학과 예술에 등장하는데, 마테이 코페츠키는 민초의 모국어인 체코어와 지배층의 외국어인 독일어의 고도차를 멋지게 꼬아 인형에 삽입했다.       체코 국민 음악의 아버지인 스메타나는 애국 교향시 ‘나의 조국’(1874~9)으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다.   19세기, 각 국가의 민속 선율을 전면으로 내세운 ‘국민 음악파’가 유럽 음악계에 굵직한 유행을 일으켰다. 스메타나는 이 음악 올림픽의 체코 국가대표였다. 그래서 그의 모든 작품에는 국가대표 마크처럼 체코의 전통과 선율이 단단히 박음질 되어있다. 체코 민요에 의한 환상곡(1862), 보헤미아 민요 환상곡(1843), 체코 모음곡(1877~9), 프라하 사육제(1883) 등 작품의 제목만 보아도 애국심이 넘쳐난다. 스메타나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팔려간 신부’(1863~70)는 보헤미아 전통 결혼식에 민속 음악을 버무린 향토 오페라로 초연 직후부터 지금까지 체코의 ‘국민 오페라’ 타이틀을 무난히 지키고 있다.     1862년, 애국심 넘치는 작곡가 스메타나는 코페츠키의 대표 인형극 ‘파우스트 박사’의 서곡을 작곡한다.   악단 구성은 유랑 극단의 인형극처럼 단출하다. 현악기에 호른과 트롬본이 두 대, 트라이앵글과 큰 북 그리고 피아노다. 피아노가 포함되어 있는 게 특이한데, 극장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모든 악기를 생략하고 피아노 혼자 연주가 가능하게 한 일종의 배려다.   다단조 도입부는 줄로 연결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시작한다. 경쾌하게 질주하는 선율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걸음이 슬쩍 끼어든다. 이어 음산한 첼로 독주에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올라타고 금관 악기가 터지면서 무시무시한 진혼곡 분위기를 낸다. 이어서 피아노가 알록달록한 젊음의 주제를 연주하면서 앞선 죽음의 주제와 대비를 이룬다. 이어 두 주제가 교대하며 상승하는 음악에 민속 춤곡이 삽입되고 관객석의 설렘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런데 별안간 오케스트라 총주와 금관의 팡파르가 폭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망나니 칼에 목이 떨어지는 것처럼 음악이 끝난다. 스메타나는 5분짜리 서곡에 저잣거리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막이 오르기 전 설렘을 그릇으로 삼고 파우스트의 주요 내용을 쉽고 투박하게 요리해 담았다. 오페라도, 연극도 아닌 작은 인형극에 서곡을 쓴 작곡가는 스메타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줄여서 ‘파우스트 박사 서곡’으로 부르지만, 스메타나가 붙인 곡의 정식 명칭은 ‘파우스트 박사, 마테이 코페츠키 인형극의 서곡’이다. 이 긴 제목에서 스메타나의 의도가 드러난다. 국가대표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적 결실보다는 마테이 코페츠키가 대를 이어 전승한 체코 인형극의 전통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문화이자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상호 존중이 아닐 수 없다. 민족 문화를 지키려는 작은 노력이 모여 체코 인형극은 예술성까지 겸비한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다. 끈질기게 이어온 전통도 눈물겹지만, 이를 지키려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국민적 관심과 자긍심이 더 대단하다.   스메타나는 체코 국민 음악의 아버지로서 책무를 다하고 1884년 영면한다. 변방 골짜기의 작은 수원(水源)에서 시작한 스메타나의 음악은 시내를 이루어 드보르작, 수크, 야나체크, 마르티누처럼 위대한 작곡가를 길러냈고, 보헤미아의 젖줄인 블타바 강이 되어 유유히 흐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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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강훈구 <클뤼타임네스트라>

글_하형주(연극평론가, 청운대학교)   강훈구 작, 연출인 <클뤼타임네스트라>(연희예술극장, 01.02~01.12)는 그리스 비극의 아버지 아이스퀼로스(Aischylos, B.C.525/4 ~ B.C.456/5)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하나인 『아가멤논』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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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1회 드림 단막극장

글_김충일(연극평론가)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온다. 늘 그러하듯이 올해는 좀 나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2025년을 시작했지만 연일 어둡고 혼란스러운 일들이 겹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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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쇼노트 <테베랜드>

글_홍혜련     저명한 한 극장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S’의 독백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그는 존속 살인을 주제로 삼아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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