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과 대학로 3-서울연극제의 바람직한 위상과 역할 / 이동준

행사명 : 공개토론회 <문화융성과 대학로>

일시 : 2014년 12월 19일 (금) 14:00~16:00

장소 : 예술공간 SM

발제자 : 오세곤(순천향대 연극무용과 교수), 김성노(한국연극연출가협회 협회장), 이동준(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장)

주최 :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한국연극배우협회, 서울연극협회, 대학로 포럼

서울연극제의 바람직한 위상과 역할

 

이동준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장)

서울연극제는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로 출범하여 36회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연극축제이다. 매번 서울연극제가 준비되고 진행되면서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다. 분명한 것은 서울연극제가 아직까지 한국 연극계의 최대, 최장의 축제이라는 것이며, 현재는 250여 서울연극협회의 극단의 3천여 연극인이 함께 준비하고 있는 연극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연극제의 변모를 시기와 운영방식을 구분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 1977~1986년: ‘대한민국연극제’라는 공식행사명을 시작

10년간 문예회관대극장과 세실극장을 중심으로 진행

관주도형이고 창작극 발굴을 목표로 진행됨

* 1987~1990년: ‘서울연극제’로 명칭 변경, 민간주도형으로 공연심사 작 포함

* 1991~1996년: 축제성격 강화, 자유참가작 및 관객 지원제도 신설

* 1997~2000년: 국제연극제, 축제방식, 해외 초청공연과 자유 참가작들로 인해

행사의 규모와 질적 수준 향상 목표

* 2001~2003년: 서울연극제가 무용연극제와 통합하여 ‘서울공연예술제’ 진행

서울연극제 공백기

* 2004~2005년: 서울연극제가 서울공연예술제와 분리 독립

순수 연극제로 ‘서울연극제’다시 부활

* 2006~2013년: 서울연극협회 주최 서울시 후원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로 목표를 세움

* 2014년 : 서울연극협회, 서울시 공동주최

* 발췌: 우리나라 연극공연예술 축제의 비교 분석 -서울연극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중심으로-

연극계 일각에서 서울연극제가 과거에 비해 권위와 명성이 약화되었고 작품의 질적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고, 또 일부는 협회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철학도 없이 연극제의 성격과 운영이 바뀌는 행정을 우리 연극인들은 언제까지 고수하고 방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서울연극제가 이제 확실하게 철학과 성격과 정책을 확정해서 안정되게 연극제를 발전시켜야 할 때가 됐다고 한다. 중요한 지적이고 마땅히 서울연극제의 주최자인 서울연극협회와 소속회원단체는 연극계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연극제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이며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연극계의 담론과 현상은 무엇이고 현실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그동안 서울연극제는 한국 연극계에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가. 많은 연극계 인사들은 1977년 제 1회 대한민국연극제의 가장 큰 목표는 창작극 개발이었다고 한다. 매회 연극제를 중심으로 10편 정도의 창작극을 개발, 발전시킨 것은 한국 연극의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서울연극제를 통해서 번역극의 답습과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 작품을 무대화하는 무기력한 한국연극계에 서울연극제가 획기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현재의 기성작가들이 연극적인 위상을 가질 수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36회를 맞이하는 서울연극제에 창작극 개발이라는 명제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시절에 비해 창작공연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음에도 작품에 대한 질적인 담보에 부담을 가지면서까지 서울연극제가 창작극을 고수해야 하는지 하는 것이다.

둘째, 공연예술축제는 공연의 생산과 소비가 일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서로 만나야 하는데 소비자의 향유라는 입장에서 볼 때 과연 서울연극제는 그동안 어떠한 위상을 가지고 관객들을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성찰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지원을 받는 서울연극제가 예술생산의 핵심적 가치를 지향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관객중심의 축제가 되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연예술은 우리들에게 동시대성과 통시성을 이해시키며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하게 된다. 물론 창작자들의 예술적인 영감도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음에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축제적인 기능도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셋째, 항상 축제가 마무리 되면서 회자되는 작품의 질적 제고에 대한 문제는 서울연극제가 분명한 가치를 만들어 내지 않는 한 지속되는 논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작품의 수준에 대한 평가는 매우 탄력적일 수 있다. 완성도의 문제야 심사위원이나 지금의 수준 높은 관객의 평가는 지금도 그리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작품의 지향점이나 가치에 대한 문제는 항상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연극계의 현실과 환경이 변화해왔고, 지금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립극단, 명동극장, 남산예술센터 등의 공공제작극장과, 두산아트센터, LG아트센터 등의 민간 제작극장의 환경이 서울연극협회 소속극단과 비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함에도 불구하고 연극계는 서울연극제의 작품수준을 요구한다. 그리고 전국의 연극학과 졸업생들이 매년 수 천 명씩 배출되어 신생극단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연극제의 작품 평가를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서울연극제의 집행에 대한 시스템 방식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최초의 대한민국연극제 출범 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관주도의 행사에서 10여년 후 한국연극협회로 주최가 이관 되어 민간 주도 축제로 지속되다가 한동안 서울공연예술제로 통합되면서 서울연극제가 끊기는 아픔도 겪었다. 현재는 서울연극협회의 집행부가 축제의 집행위원회 기능을 가지고 운영하는 체제로 연극제가 운영되고 있다. 35년 지속된 축제로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예술감독을 선임하여 운영을 고려해 보는 것이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그리고 연극제가 협회와 일정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체계의 설립도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다섯째, 지난 서울연극제에 비해 축제의 재원조성에 대한 방안의 강구이다. 현재의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되는 재원확보 만으로는 시대에 맞는 연극제가 되기에 말뿐인 결과만 있을 것이다. 실제로 10여 년간 서울연극제는 예산의 증액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되는 현실에서 연극계의 사회적 위상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할 것이다.

그동안 서울연극제는 한국 연극계 발전의 중추적 계기를 만들었다. 그것은 창작극의 발굴과 신인작가, 연출가, 연기자, 무대미술가 등 지금의 연극계를 끌고 가는 인재들을 등장 시킨 성과이다. 또한 열악한 연극계를 서울연극제를 통해서 그나마 여유 있는 제작여건을 만들었고 그런 작업 속에 많은 우수작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속에서도 문제점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35회의 서울연극제를 통해서 860여 극단, 21,000여 명의 참여 연극인이 8,700여 회의 공연을 백만 명이 넘는 관객들과 함께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연극제가 이제는 서울연극협회 회원극단이나 연극인만의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공공재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연극제는 일부에 의해서 폄훼되거나 일부에 의해서 흔들릴 수 없는 우리의 예술사에 기록될 소중한 국민 모두의 자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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