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탄압에 대한 성명서 모음 1-6 / 서울연극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에 대한 성명서 1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에 대한 성명서

2015년 제36회 서울연극제 개최를 위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의 대관심의에서 탈락되었다. 대관심의처는 다름아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다. 이에 서울연극협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관 심의과정 공개와 심의위원명단 공개, 그리고 서울연극제 대관심의 탈락사유에 대하여 밝혀줄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고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연극제는 아르코예술극장 대/소극장과 최근 대학로예술극장 대/소극장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1977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36년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연극제의 정통성을 잇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장, 최대 규모의 연극제이다. 이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예술인과 예술행정가 등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물론 연극에 관심 있는 대다수의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에게 아르코예술극장 (구, 문예회관)은 영원한 고향 같은 연극인의 가장 대표적인 극장이다. 그런데도 그 어떠한 협의절차 없이, 심의과정과 탈락사유도 없이 단지 대관심사에서 탈락되었다는 게시판 공지글 하나로 내년에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서울연극제 개최를 포기해야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연극제로 시작한 서울연극제의 35년의 전통을 순식간에 말살하는 처사이며, 연극계와 문화시민들을 우롱하는 직권남용임에 다르지 않다. 또한, 이번 사태는 문화예술진흥의 국가적 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심의과정이야말로 반 예술적 행정이며, 연극예술을 탄압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전무후무한 대사건이다. 그리고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문화융성이라는 단어가 완전 무색해지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서울연극협회의 해명요구에 한국공연예술센터 유인화 센터장 및 김의숙 공연운영부장 등 센터 직원들은 본인의 책임이 아님을 피력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영빈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면서 방관하고 있다.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담당 행정가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예술에 대한 국가권력기관이 자행할 수 있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행이며 불행했던 지난 과거로 역행하는 사건임에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즉각 대관 심의절차와 심의위원, 서울연극제 대관신청의 탈락 사유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재심의를 요구한다!

하나. 문화체육관광부와 감사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반 문화융성적 행정을 즉각 조사하라!

2014. 11. 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김태수, 박장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에 대한 성명서 2

<“예술위원회의 수퍼갑질에 35회 역사의 서울연극제가 삶의 터전인 대학로에서 쫒겨나다”>

2014년 11월 19일 비대위와 연극인들은 한국공연예술센터를 항의 방문하여

공개질의서를 전달하였다.

유인화 센터장과 김의숙 공연운영부장을 통해 서울연극제의 대관탈락 사유에 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입장을 들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을 지원하고 서비스하는 예술행정기관으로서 대관 탈락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며 모든 결정은 심의위원들의 엄중하고 공정한 심의로 결정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영빈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특별히 엄중한 잣대’로 심의하라는 특별지시를 심의위원에게 제시하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는 대관 심의위원에게 외압을 행사하고 서울연극제만을 표적 심의하였음을 자인한 꼴이다.

비대위와 문화예술계는 이번 답변을 통해 국가행정기관이 예술을 검열하고, 일반 기업에서나 자행하고 있는 “수퍼갑”의 입장에서 예술단체와 예술가를 “을”로 취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비대위와 문화예술계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이러한 국가행정기관의 예술탄압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분연히 궐기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이번 대관심의는 원천무효이며 직권남용에 의한 “부당한 거래거절”과 불공정하고 비정상적인 행정임에 재심의를 요구한다.

더불어 문화예술계와 대국민 연대를 통해 위 사실을 알려나갈 것이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관리 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 바이며, 국가권력이 예술을 탄압했던 과거로 회귀하지 않도록 국회도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히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한다.

2014년 11월 2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서울연극협회. 한국연출가협회. 한국희곡작가협회. 한국연극배우협회.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강동연극협회. 강북연극협회. 금천연극협회. 구로연극협회. 서대문연극협회. 동작연극협회. 노원연극협회. 성북연극협회. 성동연극협회. 서초연극협회. 마포연극협회

가극단미래. 극장나무협동조합. 경기민예총. 서울민예총. 문화연대. 민족미술인협회. 예술인소셜유니온.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작가모임. 한국민족극운동협회.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국작가회의 아동청소년 문학분과

서울연극제지키기-성 명 서3 /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이 땅의 연극인들과 예술인들을 모독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무지한 몇 명의 잘못된 생각에 한국연극의 큰 맥을 이어온 “서울연극제”가 2015년 제36회를 맞이하여 갑자기 그 뿌리가 되는 아르코극장에서 쫓겨 나는 정말 다른 나라에서 들으면 문화 후진국의 오명을 뒤집어 쓸 만한 일이 우리 현실 앞에서 일어났다. 이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은 새 정부가 가장 주력하는 핵심 과제 중에 하나가 문화 융성이라는 말조차도 그들이 과연 이해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처럼 무지몽매한 이들이 문화예술인들의 예술 표현을 헌신적으로 도와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마치 그 자리가 예술인들 위에 군림하는 자리인양 착각하며 자신들의 연봉 올린 사실을 제외하고는 우리 현장 연극인들이 피부로 공감 할 수 있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연극인들이 힘들게 지켜온 35년의 거대한 역사를 부정하고 정당한 이유조차 설명 못하면서 단지 위원장이 결정했다, 센터장이 결정했다, 일개 담당 부장이 결정했다, 심의위원이 결정했다 하며 횡설수설하며 시간을 끌며 보기에도 안쓰럽고 한심한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 땅의 연극인들과 예술인들을 모독하는 실수를 하지 말고

빠른 원상 복귀,

서울 시민과 연극인에 대한 사과,

책임자의 문책

등을 통하여 많은 연극인들이 이룩해 놓은 예술의 혼에 동참하길 바란다.

2014.12.8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서울연극제 지키기 성명서4 / 원로연극인 일동 (김정옥, 오현경, 김의경, 장미자, 노경식, 권성덕, 문고헌, 이상일, 박웅 서연호, 이태주, 유민영, 김길호, 김도훈, 김영무, 박정기, 이승옥 )

<서울연극제 2015 무산 가능성과 원로 연극인들의 입장>

1) “서울연극제 2015“가 대관서류가 미비했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대관 일체가 거부되었다. 이를 주관하는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센터장 유인화)는 대관을 거부할 권리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35년이나 계속되어 온 한국연극의 대표적 연례행사가 아무런 사전협의나 조처 없이 대관이 거부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관업무는 한팩의 권리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서 연극제가 무산된다면 이 책임을 어떻게, 누가 질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연극제의 개최”는 연극협회의 책임이다,“ 이렇게 한팩은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일개 대관기관이 연극제의 개최를 무산시킬 권리가 과연 있는 것인가, 묻고 싶다.

한팩은 그들의 권한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 “서울연극제”의 개최여부에까지 간여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연극계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2) 한팩은, 이러한 결정은 한국예술위원회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명한다. 그런데 한국예술위원회는, 이 사건을 두고 한팩과 연극계의 문제일 뿐 그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위원회”는 한팩에서 처리할 문제로서 “위원회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반응만 보여주고 있다.

3) 어떤 모종의 작전 상 이러한 사태를 낳게 한 권영빈 위원장의 책임은 무엇인가? 그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언론인이요, 예술인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사태를 정확하게 검토하고 정직하게 판단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 일을 계속 ‘모르쇠’ 일관으로 나간다면, 세간에서 떠드는 “연극계 길들이기” 작전을 수긍하는 것이 될 것이다.

권 위원장은 우리들의 진심을 이해해줄 것으로 우리들은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

가)한팩은 그들의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할 것이다.

나) 한팩의 주장, 곧 상부로부터 “연극제에 대관해주지 말아야한다“를 받아들인 심사위원들이 이 사태의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까가 이제 문제된다. 심사위원 가운데는 3명의 연극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연극인들은 이 시점에서 그들의 생각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일개 대관심사위원들이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서울연극제“를 없애도 좋다고 동의하였을까? 무심히, 협회가 다른 극장을 빌려 개최하겠지 하고 생각했단 말인가? 3명의 위원 중 한 사람이라도 ”이것은 권한밖에 일“임을 주장하였을까? 그들 모두가 이 결정이 대관심사위원회의 권한에 속하므로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고, 연극제 개최여부는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고 단순히 생각하였던 것일까?

연극인 출신 심사위원은 연극계에 그 전말을 상세히 알려줄 것을 요청하고 싶다.

다) 만약 권 위원장마저도 이 사태를 그대로 넘겨 버린다면, 우리들은 이제 정부를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다. 정부를 향해 거친 말들을 내뱉는 행위를 우리들은 싫어한다. 우리들 모두는 이를 두려워한다. 우리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이다. 많은 예술인 가운데는 때로 실수도 한다. 아비는 실수하는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채찍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한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아들의 목을 조를 것인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지금은 70년대가 아니다.

지금은 새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목청 높여 외친 시대이다.

우리들은 “문화융성”을 공허한 정치공약으로 믿고 싶지 않다. “문화융성”을 외쳤을 때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만세를 불렀다. 우리민족의 문화적 융성을 우리들이 얼마나 갈구했던가? 권영빈 위원장은 희망을 안고 떠나는 “한국 列車”에서 내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예술은 인류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도구이다. 예술을 통해서 우리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무엇이 인간을 깨우쳐 올바른 길에 들어서게 하는 지를 가르친다.

이번 사건은 아주 작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시위를 떠난 화살은 멈추지 않는다. 화살은 자칫 우리들이 소중히 아끼던 것들을 깨뜨리고, 무너뜨릴 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바로 이 점을 염려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피하자.

2014년 12월 4일

“서울연극제 2015“의 무산 가능성을 걱정하는 한국의 원로연극인 일동

(김정옥, 오현경, 김의경, 장미자, 노경식, 권성덕, 문고헌, 이상일, 박웅 서연호, 이태주, 유민영, 김길호, 김도훈, 김영무, 박정기, 이승옥 )

한국희곡작가협회 성명서5

서울 연극 죽음의 날에 부쳐

2014년 11월 14일은 한국 연극계의 심장부인 서울 연극의 상징적인 죽음을 알리는 참담한 날이다. 한국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기관인 문화예술위원회의 산하에 있는 한국공연예술센터(약칭 한팩)가 ‘서류 미비’를 내세워 ‘2015년 정기대관 공모 선정 결과’ 명단에서 서울연극제를 탈락시킨 날이다. 왜 이 날이 참담한 역사적인 날이고 상징적인 죽음의 날인가?

서울연극제와 아르코예술극장의 역사적 가치

1977년 출범한 서울연극제는 한국 연극계 최대 행사로서 지금까지 존속해오고 있다. 연극계 일각에서는 과거에 비해 권위와 명성이 약화되었다고 보기도 하나, 서울연극제는 아직도 건재하다. 작품 선정의 다양한 방식과 절차 등 연극제의 운영이 한층 더 진보하였고, 동시대 현실 문제를 담은 작품들이 공연되어 이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서울연극제는 단순히 특정 지역의 연극제들처럼 해마다 치르는 ‘서울’만의 연극제가 아니다. 서울연극제는 한국 현대 연극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전통이다. 동시에 명실 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극의 산실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 한국 연극계의 심장 역할을 해온 서울연극제의 뿌리가 뒤흔들리는 판인데 어찌 참담한 날이 아니며 상징적인 죽음의 날이 아니란 말인가?

특히 제5회부터 연극제가 열렸던 아르코예술극장(구 문예회관대극장)은 한국 현대 연극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원로와 중견 연극인에겐 연극 정신과 예술혼을 불태운 터전이다. 젊은 연극인에겐 한번쯤 밟아보고 싶은 희망과 꿈의 무대다. 엄혹하고 살벌했던 1970년대와 80년대 군부 정권 시절에도 이 극장에서 연극은 계속 올려졌다. 무용 등 다른 공연예술에도 열려 있긴 하나, 우리 연극인에게 아르코예술극장은 특히 과거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역사적인 공간이며 극작과 연극 정신을 발현하는 예술의 창조 공간이다. 또한 이 공간은 무대를 밟고 싶은 희망과 꿈을 키워주는 미래의 열린 공간이자 서울 대학로의 상징적인 핵심 극장이자 연극 예술의 건축 문화재다.

한팩 심사의 자기모순과 저의

서울연극제와 아르코예술극장 각각의 역사적 가치와 이 둘의 불가분리의 관계가 이러할진대, 문화예술위원회의 한팩이 얼마나 대단한 권력을 지녔기에 사소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서울연극제 대관 신청을 탈락시킨단 말인가? 한팩이 공식적으로 서울연극협회에 전달한 공문에서 탈락시킨 이유를 살펴보면,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한팩이 지적한 서류 미비는 똑같이 서류가 미비했던 한국연극연출가협회측의 대관 통과와 상충되어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리고 서울연극제는 예년과 준비 과정이 동일하기에 올해와 마찬가지로 작년에도 서류 준비가 동일하였다. 그런데 작년에는 통과된 데 반해 올해는 탈락되었다. 한팩은 상황이 이런 데도 ‘엄정한 잣대’ 운운하며 심사의 적절성을 주장하고 있다. ‘표적 심의’의 비난과, 탈락시킨 다른 저의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이밖에도 한팩이 지적한 공연 작품의 참신성과, 레미제라블 특별 공연 관련 문제가 심사 기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백번 양보하여 받아들인다 해도, 그 점들 때문에 서울연극제가 대관 탈락되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한팩에 대한 불신은 높아만 간다. 작년에는 심사위원 명단을 떳떳이 공개했으나 올해는 규정에 없다며 공개하고 있지 않다. 급기야 한팩에 대한 불신은 서울연극제 같은 중요한 행사를 대관 탈락시키면서 상업성이 강한, 극단이나 ‘연극열전’에게 대관해준 것을 문제 삼는 것으로 비화된다. 한팩의 권위와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하고 있다.

공연예술을 지원하여 공연 문화 발전에 기여해야 할 한팩이 왜 대관 탈락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을까? 한팩의 입장을 두 가지로 요약해서 추측해볼 수 있다. 첫째, 한팩은 서울연극협회나 이 협회가 주관하는 서울연극제를 너무 하찮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팩은 서울연극협회를 ‘하나의 단체’로 언급한 적이 있다. 이 협회에 소속된 극단이 몇 백 개인데 단순히 하나의 단체로 보다니! 몇 명이 모인 극단이 대관 신청하는 것과 똑같이 취급한단 말인가. 서울연극협회의 존재를 폄하하는 오만함을 지닌 한팩이 서울연극제 정도를 하찮게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둘째, 한팩이 보낸 공문을 읽으면, 행간을 통해 한팩과 서울연극협회의 갈등이 읽힌다. 한팩이 작년 서울연극제에서의 레미제라블 공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올해의 심의 이전에 한팩은 서울연극협회와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설령 양측의 갈등이 있었다고 해도, 또는 한팩의 입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었다고 해도, 갈등의 해결 방식으로 한팩이 갑의 위치에서 서울연극제와 협회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공연예술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한팩의 입장에서 서울연극제나 협회에 문제가 있다면, 좀더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갈등이 있다면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갈등의 관계를 상호 발전적인 관계로 전환시킬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것들을 예술 현장 일선에서 유연하게 처리하라고 설립한 것이 한팩의 존재 이유들 중 하나 아닌가.

예술 행정의 문화권력

그런데 한팩은 어떻게 했는가? ‘엄정한 잣대’라는 심사 기준을 내세워 서울연극제를 단칼에 날려버렸다. ‘단칼에 날려버린다’는 표현이 과격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전 예고도 없이 마른 날에 날벼락을 맞은 자의 심정을 생각해보라. 한팩이 서울연극제의 역사적 가치를 알았더라면, 서울연극협회에게 좀더 배려심이 있었더라면, 사전에 협회에게 심사 요건을 갖추도록 권유하거나 경고라도 주어 협회가 심사 요건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왔어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한팩은 왜 이번 대관 탈락 결정을 ‘보복성 심사’라고 하는지 경청해야 한다.

한팩이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봉사하는 단체가 아니라, 갑의 위치에서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공공기관이라는 걸 한국 연극계에 보여주어 우리 연극인들을 벌벌 떨게 하고 싶었던가? 이걸 예술 행정이라고 하고 있는가? 행정을 배우는 초자도 이렇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오직 행정의 문화권력자만이 이렇게 한다. 이번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을 주도했던 담당 실무자들은 한팩을 책임지고 운영할 만한 자격이나 실력도 없는 인물들이다. 한팩은 서울연극제를 말살 위기로 몰아넣은 사태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한팩은 공연 예술을 발전시키고 융성하게 돕는 공공 예술 센터지, 침대의 크기(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팔다리를 잘라 문화예술의 역사와 숨통을 끊어버리는 신화적 존재 프로크루스테스가 아님을 명심하라.

꼭두각시 연극 전문가

흔히 하는 말에 “아는 놈이 더 무섭다”는 표현이 있다. 실상을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보다 더 가혹하고 무섭다는 뜻으로서 아는 사람한테 당한 피해자가 부정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지경이 되도록 연극을 아는 한팩 담당 실무자와 연극을 전공하는 심사위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연극에 무지한 실무자들이나 심사위원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다. 전혀 무지하니까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가정은 해당 전공 분야의 심사위원을 두지 않고 심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근본 문제가 발생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절대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것이 바로 연극계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소위 ‘연극 전문가’라는 심사위원들도 대관 탈락 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너무 충격적이다. 우리가 연극계에서 연극 전문가를 신뢰하지 못 한다면, 연극계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수많은 연극인들은 어떤 전문가의 말과 비평을 경청하며 활동해야 한단 말인가. 연극을 전공하니까 연극과 관련된 서울연극제 행사를 무조건 옹호하고 비호하라는 말이 아니다. 서울연극제든, 그것을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든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개선하고 발전할 수 있게 돕는 위치에 있어야 전문가다운 전문가다. 서울연극제 대관 심사에서 대관탈락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의식있는 바른 소리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가. 아니면 역사적 사건이 될 대관탈락을 막지 못할 바에야 사직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없었단 말인가. 연극 전문가들이 한팩의 말대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엄정한 잣대’에 따라 심의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거야말로 권력 기관의 말대로 따라하는 ‘어용’ 전문가이고, ‘꼭두각시’ 전문가가 아닌가.

불신이 점차 쌓여간다. 한국 연극계에서 이런 전문가들이 자기 소신도 없이 공공기관의 지시대로 얼마나 많은 심사를 수행할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심사들이 이렇게 진행되었을까. 우리 연극인들이 이런 사람들을 전문가로 모시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분발하고 활동해야 하다니! 이런 연극 전문가들이 정리하고 제시하는 대로 한국연극계의 역사와 지도가 그려져야 하는가! 나랏돈을 먹고 심사했으면서도, 심사위원 명단 공개를 하지 못하는 한팩의 궁색한 변명 속에 숨어 있는 연극 전문가들이여! 전문가답게 소신껏 심사했다면, 역사 앞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밝혀라!

한팩은 이번 사태를 더 이상 변명으로 지연하거나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 힘의 남용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태를 원점으로 돌려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팩은 스스로 문화 권력 기관임을 자인하게 되어 역사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도 이번 기회에 자성할 것이 없나 살펴야 한다. 서울연극제 대관이 탈락되었다고 공분할 수 있지만, 한팩으로부터 사소한 지적도 받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한팩의 심사 기준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극제의 운영 방식이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공공 예술 기관의 방침을 준수하려는 태도의 전환이 요구된다.

실무자들의 소통 절실

행정에서 시스템과 제도가 문서화되고 엄격한 기준이 마련된다 해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정치한 시스템과 제도라 해도, 예술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과 제도는 없다. 시스템과 현상 사이에는 틈과 균열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틈과 균열 때문에 마찰이 생기고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이 틈을 메우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게 바로 사람이다. 한팩과 서울연극협회는 단체 대 단체로 관계를 맺고 만나겠지만, 실무자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만나는 게 중요하다.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은 만남과 소통의 계기를 부여한다. 그래서 분열하고 대립하는 가운데도 희망이 있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서울 연극에 대한 희망의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2014.11.29.

(사) 한국희곡작가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탄압에 대한 성명서 6

<한국연극협회 성명서>

지난 2014년 11월 14일, 한국공연예술센터 2015년도 대관 심의에서 서울연극제를 탈락시킨 일에 대하여 한국연극협회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서울연극제는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축제이며, 아르코예술극장은 서울연극제의 터전이자 서울연극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이다. 연극인이라면 누구나 아르코예술극장이 서울연극제의 뿌리가 자라는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토양을 무시하고 대관에서 탈락시킨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이번 조치에 대하여 연극계를 대표하는 협회로써 다시 한 번 더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또한 아르코예술극장은 단순히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의 의미를 넘어선 연극인들의 자랑이자 연극인들의 얼이 살아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대학로라는 상징성과 문화벨트를 구축하는 구심점으로써 연극인들은 아르코예술극장을 선택했고, 또 이를 실현시키고자 무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척박한 연극계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연극인들은 지하 차가운 연습실에서 눈물과 땀으로 연습하며 아르코예술극장에 서는 그 무대의 기쁨을 생각하며 견뎌왔다. 그런데 이제 그 무대에 서울연극제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수많은 연극인들의 눈물과 땀을 무시하는 처사로 생각된다.

이번 사태를 (사)한국연극협회와 서울지회, 그리고 전국의 연극인들이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이유이다. 연극인들은 어떤 특별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의 고향인 대학로에서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려 시민과 함께 예술의 아름다움을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연극협회는 전 연극인들의 이름으로 2015년 서울연극제가 연극인들의 메카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여 줄 것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 한국공연예술센터에 강력히 촉구한다.

(사)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윤봉구, 서울연극협회 지회장 박장렬, 경기연극협회 지회장 권고섭,부산연극협회 지회장 고인범, 인천연극협회 지회장 이재상, 울산연극협회 지회장 김영삼,광주연극협회 지회장 정순기, 대전연극협회 지회장 유치벽, 대구연극협회 지회장 성석배,경남연극협회 지회장 문종근, 경북연극협회 지회장 노하룡, 전남연극협회 지회장 강기호, 전북연극협회 지회장 조민철, 충남연극협회 지회장 전인섭, 충북연극협회 지회장 진운성,강원연극협회 지회장 이해규, 제주연극협회 지회장 부재호, 등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