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새해를 맞는 연극인의 다짐 / 오세곤

(제51호 편집인의 글)

2015 새해를 맞는 연극인의 다짐

 

 

연극은 건강한 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연극이 죽으면 세상도 죽는다. 그러나 2014년 대한민국의 연극은 바람 앞에 등불마냥 위태롭기 짝이 없다. 최소한의 이성마저 잃은 금전만능주의는 거대한 배를 뒤집고 하늘을 무너뜨리고 땅을 꺼뜨리고 그렇게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연극 또한 그 도도한 광기의 파도 앞에 무참하게 부서져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천덕꾸러기가 되거나 연극의 탈을 쓴 채 돈만을 좇는 무서운 괴물 좀비가 되었다.

금전만능주의는 연극이 적응해야 할 환경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온난화와 오존층파괴가 반드시 막아야 할 재난이지, 방치한 채 적응해야 할 불가피한 변화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연극인들은 금전만능주의조차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사회 현상쯤으로 여기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냉철한 눈으로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올바른 길로 향하도록 인도해야 할 연극인들 스스로 본연의 길을 저버리고 만 것이다.

돈과 권력! 둘이면서 하나인 그것은 거대한 힘으로 때로 우리를 압박하고 때로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무서워서 받들든 달콤해서 마시든 그것은 분명 독이다. 더욱이 그것은 한 번 들이키면 당장 우리의 심신을 마비시켜 독이 독인지조차 모르거나 독이 아니라고 우기게 만든다. 수천 년을 이어오며 독을 독으로 경계케 하던 자랑스러운 우리의 예술혼은 어디로 갔는가? 근현대연극 100년을 지켜온 그 고집스러운 연극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이제 오랜 세월 우리를 망쳐온 그 무서운 독을 뱉어내야 한다. 우리 연극의 병증이 아직은 불가역 상태가 아님을 믿고 심기일전하여 나서야 한다. 오랜 무기력의 더께를 털고 연극을 살리기 위해, 연극을 지키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 우리 스스로 물과 공기와 숲과 바다와 같은 존재임을 자각하고 세상을 살리고 세상을 지켜야 한다.

이제 2015 새해를 맞는 연극인들은 이 위대한 사명의 완수를 위해 언제까지고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해야 한다.

연극이 진정 연극다운 모습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그 행복한 날을 기다리며.

2015년 1월 3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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