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슬픔, 그 역사성
<AUMMA, 애-하늘언덕, 엄마>
이주영(연극평론가)
연출 : 오성완
출연 : 박양희, 박선욱, 이당금
장소 : 강북문화예술회관
일시 : 2014년 12월 2일 8시
전라도 광주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여성 공연예술인 박양희, 박선욱, 이당금이 지난 12월 2일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AUMMA, 애>이란 제목의 작품을 서울 관객 앞에 선보였다. 흔히 타 지역의 공연팀이 서울에서 공연한다면, 쉬이 예상되는 무대는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공연일 것이다. 이번 공연 또한 지역색을 살리고 있다. 하지만 본 공연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작품에 동시대의 상흔과 그 지역의 상흔을 중첩시킴으로써 광주란 한정된 지역성을 넘어 동시대 연극장에서의 유효한 공연으로서 그 의미를 확장한다.
역사적으로 광주는 상흔의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는 피의 토포필리아이다. 사건이 역사로 기록될 때에 그 장소는 사건을 은유하고, 그 사건이 폭력과 공포로 점철되었다면, 이로 인해 장소가 본래의 지명에서 피의 기의들로 채워져 공론의 영역으로 호출되었다면, 장소에 대한 은유는 지속성을 갖고 공간과 시간을 확장하며 작동한다(이주영, “장소의 역사성/일상성”, ⟪공연과 이론⟫ 54호.) 대한민국 사회에서 광주는 역사적 상흔의 공간을 은유한다. 아직 치유되지 못한 그 망자들의 피. 사건 발생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본 공연팀은 5.18 추모기간에 망월동에서 자정 12시에 귀신을 대상으로 공연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치유를 기다리는 사건은 광주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이 기다림은 장소에 한정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다.
폭력적인 역사적 사건에서 여성은 타자로서, 늘 희생을 강요당했다. 그 희생은 정신과 육체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다. <AUMMA, 애>는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굵직굵직한 시대와 사건을 무대에 직조하고 그 질곡의 역사적 현장 한 가운데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망자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한 여성의 수난사를 노래와 춤, 그리고 연극으로 무대화한다. 단, 다양한 공연적 요소들이 무대를 채우는 가운데 무대에 오른 역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관극 중간 중간 작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이러한 무대 위의 혼란적 상황은 역사적 사건의 발발과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어떤 시간조차 주어지 않은, 무방비 상태로 그 폭력을 당하고, 이후 인내와 희생을 필연으로 받아야 했던 여성의 숙명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연 전체의 콘셉트는 굿의 마당을 이야기 구조로 구성하여 진행하는 한판의 씻김굿이다(프로그램 중에서). <AUMMA, 애>는 생전에 풀지 못한 망자의 한을 씻겨 내고, 저승으로 보내는 이 행위를 지금/여기로 끌고 온다. 앞서 무대화한 한국사의 혼란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그것이다. 작품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자식들을 부조리하고 폭력적 사건의 희생자로 보내야 했던 어미의 슬픔을, 그 지속되는 슬픔을 말한다. 폭력적인 역사의 순간에 늘 자리한 어머니의 슬픔, 씻김 밖에 해줄 수 없는 그 고통, 하지만 이것만이라도 꼭 해주고 싶은 어미의 절박함이 <AUMMA, 애>의 무대를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