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8월 공연총평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8월 공연총평

 

 

1, 젊은 극단 늘 창단공연 박미란 예술감독 양수근 작 김정익 연출의 돼지사료

 

소나무길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에서 젊은 극단 늘의 창단공연 박미란 예술감독, 양수근 작, 김정익 연출의 <돼지사료>를 관람했다.

  

박미란 예술감독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수많은 연극 뮤지컬 오페라 창극의 무대디자인을 했고 현재 한국방송 예술진흥원 무대미술디자인 학과 교수다.

  

양수근(1970~)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출신이다.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전경이야기>로 등단하고, 2011년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무용극 <하늘이여, 사랑이여>로 당선했다.

  

2000 <보물찾기>, 2003 <홀인원>, 2007 <부부유별>, 2007 뮤지컬 <대학로는 파업 중>, 2007 <코리안드림> 각색, 2008 <딸들 자유연애를 구가하다> 드라마트루그, 2009 뮤지컬 <매직릴리>, 2009 <등대>, 2011 <전쟁터의 산책> 드라마트루그, 2010 뮤지컬 <월드 오브 다크나이트>, 2013 <욕>, 2014 <나도 전설이다>, 2015 <그들의 귀향> 등을 발표 공연했다.

  

2003년 극단 작은신화 우리 연극 만들기 <홀인원>, 2004년 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희곡부문 선정, 2013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대상 <오월의 석류>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보물찾기>, <부부유별>, <해방 전(1940~1945)공연희곡과 상영시나리오의 이해>, <용감한 꼬마 재봉사>, <매쿨부인과 쿠쿨린>, <로빈후드의 모험>, <온 백성의 힘으로 왜적을 물리치다> 등이 있다.

  

연출을 김정익은 한국방송예술진흥원 교수다. 2013년 양수근 작, 김정익 연출의 블랙코미디 ‘욕’을 연출한 적이 있는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돼지는 가축화된 멧돼지이며, 십이지의 마지막 동물일 만큼 인간과도 친근한 동물이다. 주로 사육되는 돼지의 품종은 랜드레이스·요크셔·버크셔·두록·햄프셔 등이고, 이 밖에도 스포티드·체스터화이트·폴란드차이나 등이 사육되고 있다. 종돈(씨돼지)은 혈통·체형 및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서 암컷은 유두수가 많고 품종의 특성을 가지며 털 색깔이 고르고, 몸이 길며 다리가 충실하고 발육이 양호한 것이라야 한다. 수컷은 생식기의 발육이 좋고 활기가 있는 것을 선택한다. 체형이 뛰어난 것을 고르기 위해 각 품종마다 심사표준이 지정되어 외양심사가 실시된다. 사료는 주로 곡물·쌀겨·맥류·감자·목초·식품찌꺼기 등이다. 새끼 때는 단백질·비타민이 많은 것을 주고 성장해감에 따라 탄수화물이 풍부한 먹이를 준다.

  

연극 <돼지사료>어서는 돼지 먹이인 사료를 인간이 먹는다. 그것도 30대의 청년이 신체를 단련한 후 돼지사료를 먹는다. 당연히 소화불량으로 설사를 하지만, 밥 대신 사료를 먹는다. 왜냐하면 백방으로 노력을 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마지막에 선택한 것이 조폭일당에 소속한 것이라, 기왕에 한가락 하는 조폭이 되기 위해 남다른 체력단련과 몸 관리를 위해 돼지사료를 섭취한다는 설정이다. 무대는 청년이 기거하는 집이다. 정면에 창문이 있고, 그 오른편에 거울이 걸렸다. 벽에는 긴 줄기에 꽃이 달려있는 문양이 있고, 상수 쪽 벽에 출입문이 있다. 하수 쪽 문은 화장실 출입문이고, 무대 좌우 객석 가까이로 벽돌문양의 담이 있다. 조명효과로 거울 밖으로 화상을 입고 온통 얼굴에 붕대를 두른 인물의 모습이 보이고, 벽돌 담장 밖으로 조폭두목의 모습과, 다방여주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상수 쪽 객석 가까운 벽 앞의 공간은 조폭두목과 일행의 행동이 연출된다. 하수 쪽 객석 가까운 공간은 농부의 아낙이 등장해 서울로간 남편에게 소식을 전한다. 방안에는 낮은 탁자에 YV 숙상기가 놓여있다. 장면이 바뀌면 정면 벽을 돌려놓아, 장미문양의 벽이 등장하고, 등받이가 없는 벤치가 놓여 바로 카페 장면으로 바뀐다. 절름발이로 설정된 카페 여급이 객석 가까이에 세워놓은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세 조폭 청년과 카페여급이 몸을 밀착시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행위도중 청년은 화장실행을 한다. 돼지사료를 먹고 설사를 한다는 설정이다. 이 때 한 중년남성이 등장한다. 짐 보따리를 들었다. 행위를 제대로 못한 청년은 중년을 당연히 박대한다. 걸려온 조폭두목의 전화로 해서 중년은 두목의 소시 적부터 친구라, 조폭청년처럼 이 방에 함께 있도록 두목이 배정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청년은 비로소 중년에게 고분고분해지고 술을 꺼내 함께 마신다. 중년은 농민시위도중 방화를 해 경찰의 수배를 받고 서울로 피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년은 비록 경찰의 수배대상이지만 청년에게 바른 길을 가도록 충고를 한다. 카페 여급에게도 딸을 대하듯 다

뜻하게 대한다. 카페 여급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청년은 조폭 두목의 명령에 따라 다른 조폭 일당 중 한명을 살해하고 피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다른 조폭 일당이 청년을 찾아 앙갚음을 한다는 설정이다. 중간 중간에 중년의 부인인 아낙과 카페 여사장이 등장해 조폭의 따귀를 때리는 강한 여인의 모습을 보인다. 대단원에 복수를 하러 들이닥친 다른 조폭 일당과 청년이 대결을 벌이고, 중년은 몸을 사리지 않고 청년을 구하기 위해 조폭과 대결을 벌이다가 칼에 찔린다.

중년은 목숨을 잃으면서도 청년과 카페여급에게 수중에 있던 돈 봉투를 주며, 멀리 떠나라고 이르고 숨을 거둔다.

  

김재천이 피신중인 중년 농부, 김창섭이 조폭청년, 강윤경, 박시우, 신민지가 카페 여급으로 트리플 캐스팅되어 번갈아 출연하고, 카페 여급을 아니 할 시에는 농부 아낙 역과 카페 여사장 역을 한다. 박종식, 김민수, 양승혁이 조폭과 일당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은 물론 기량을 다한 호연과 열연 그리고 방언사용으로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움직임 김종우, 음향 이재진, 조연출 양승혁, 프로듀서 염민정, 사진 박상혁, 기획총괄 공소영, 무대디자인 최은지, 디자인 신윤희, 조명디자인 김정익, 분장디자인 김나영 석은지, 무대어시스트 박새연 박준성 이예림, 음향오퍼 김진욱, 조명오퍼 강한별, 분장 석은지 김나영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젊은 극단 늘의 창단공연 박미란 예술감독, 양수근 작, 김정익 연출의 <돼지사료>를 성공적인 창단공연으로 탄생시켰다.

8월 1일

 

2, 극단 C VIRUS의 이현정 기획 제작 전지욱 작 연출의 가취지례 稼娶之禮

대학로 노을소극장에서 극단 C VIRUS의 이현정 기획 제작, 전지욱 작 연출의 <가취지례(稼娶之禮)>를 관람했다.

이현정은 현재 단국 대학교 공연영화학부 교수, 극단 C바이러스 상임연출이다. 현재

연극교육위원회 위원, 문화예술교육학회 위원, 전국 예술대학교수연합회 이사다.

연출작으로는 <아리랑> 이현정 구성/연출, 정진욱 안무, 문예회관 대극장 1995, <피의 맹세> (Blood Pact), 라몬 델 발예잉클란(Ramon Del Valle-Inclan) 원작, 셔피로극장 1998, <보보링크, 그녀의 영혼을 위하여> (Bobolink, for Her Spirit), 윌리엄 인지(William Inge) 원작, 셔피로극장 1998, <인간마이어>-일상생활 연극(Mensch Meier-a play of everyday life), 프란츠 자비에 크뢰츠 (Franz Xaver Kroetz)원작, 1999, <고양이 목에 피> (Blood on the Cat’s Neck), 라이너 워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 원작, 셔피로극장, 1999, 5년이 지난 후> (Once Five Years Pass),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Federico Garcia Lorca 원작, 셔피로극장, 2000,

<피아노 연극> (Piano Play), 프레드릭 로스Friedrike Roth 원작, 셔피로 극장 뉴욕, 2000, <한 여름 밤의 꿈> -비극(Midsummer Night’s Dream ? tragedy), 윌리엄 셰잌스피어 원작, 셔피로극장, 뉴욕, 2000, <어머니> (The Mother), 스타니슬라 이그나시 비케비치 Stanislaw Ignacy Witkiewicz 원작, 호레이스 만 극장, 뉴욕 2001, <카우보이 마우스> (Cowboy Mouth), 샘 쉐퍼드(Sam Shepard) 원작, 미국 리빙룸 페스티발 2001 참가작, 히어극장, 뉴욕 2001. <소음과 음성> (Noises and Voices), 마이클 슈발(Michael Schuval) 원작, <죽은자들 사이로의 여행> (Journeys among the Dead), 유진 이오네스코 원작, 이오네스코 페스티벌 (Ionesco Festival) 참가작, 코넬리 극장, 뉴욕 2001. 2002 링컨 센터 연출가랩 참가작, 히어 극장HERE, 뉴욕 2002. <스플릿> (Split), 모린 캠피우스 원작, 오스타다 극장 Ostadetheater, 암스텔담, <늦게피는 꽃> (Belated Flowers), 칼 로시(Carl A. Rossi) 각색, 안톤체홉 원작, 스튜디오 극장, 뉴욕 2003, <귀여운 여인> 안톤 체홉 원작소설 각색, 상명아트홀,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 2005, <라인> 이즈라엘 호로비츠 원작, 한양레퍼토리씨어터, 2007. <대머리 여가수> 유진 이오네스코 원작, 76 극장 2008. <독살미녀 윤정빈> 이문원 원작, 창작 팩토리 시범공연지원사업 선정 및 쇼케이스 공연, 대학로 예술극장 2009, 이즈라엘 호로비츠 원작, 이태리 Lamama Center에서 열린 이즈라엘호로비츠 3개 국전 Trilogia Horovitz Festival 참가작, Teatrino Delle Sei(Spoleto, Italy), 2009. <뷰티퀸> (Beauty Queen of Leenan),마틴 맥도나 원작, 두산아트센터 Space 111 2010. <아미시 프로젝트> 제시카 딕키 원작, 스테이지 극장, 신촌연극제 개막작, 2011. <공연으로 읽는 책 시리즈 1> 일리아드 호메로스 원작, 이문원 극작 청운예술극장 2012. <라롱드> 아서 슈니츨러 연우소극장,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 2012. <공연으로 읽는 책 시리즈 1> 일리아드 호메로스 원작, 이문원 극작 청운예술극장 OFF대학로 페스티벌 참가작 2012, 아나스포라 유시어터페스티벌 참가작 2016 등이 있다.

전지욱(1984~)은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출신의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2013년 연극 <넥타이들> 연출. 2014년 연극 <경성의 테러리스트> 극작&연출했다.

출연작으로는 갈매기, 말하는 고양이, 로미오와 줄리엣, 우리 동네 미쓰 리, 개인의 취향 등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가취지례(稼娶之禮)>는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 의식을 의미한다. 무대는 수많은 의자를 배경을 향해 놓고, 출연자들이 등장해 한두 개 의자를 객석을 향해 돌려놓고 앉거나 서서 연기를 한다. 상수 쪽에 등퇴장 로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남녀가 승용차를 타고 폭우 속을 달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남녀가 왼손을 움직여 마치 와이퍼가 움직이는 것처럼 연속 동작을 취한다. 곧 결혼할 사이라 다정한 듯 보이지만, 차츰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다가 고성까지 지르는 모습으로 연출되면서 굉음과 함께 차사고가 일으킨다. 장면이 바뀌면 사고를 당한 차에 타고 있던 남성은 죽지는 않았지만, 의식불명으로 설정이 되고, 그 남성은 여성과 동거를 하고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에 병원이나 변호사는 남성의 여동생을 보호자로 인정하고 동거중인 여성은 상대를 않고 모든 일을 의식불명 남성의 여동생과 상의한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도록 수술을 해야 하겠지만 여동생은 오라비가 깨어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 듯 자신의 의지대로 수술을 포기 치료까지 중단시킨다. 일종의 안락사를 시킨 것이다. 동거녀는 임신까지 한 상태라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가족법 자체가 그러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여성작가가 등장해 바로 이런 문제를 주제로 작품을 쓰고 취재도 한다. 사고를 일으킨 남성은 사고를 당한 남성의 누이를 찾아간다. 누이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처음에 누이는 사고를 일으킨 남성을 상대조차 않으려 하지만 남성이 무릎까지 꿇고 사과를 하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남성에게 마음을 살포시 기울이게 되고, 등까지 두드리며 따뜻하게 대한다. 여성작가의 취재를 돕던 카메라맨도 작가의 몇 마디 유혹에 이끌려 결혼을 승낙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민주, 김수연, 최구웅, 채명석, 한아름솔, 홍은정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은 물론 절제된 연기, 그리고 여성출연자들의 미모로 일찌감치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홍보 신주훈, 조명 송명인, 음향 명태희 등 스텝 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C VIRUS의 이현정 기획 제작, 전지욱 작 연출의 <가취지례(稼娶之禮)>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8월 2일

3, 속초 극단 파 람 불의 백하룡 작 변유정 연출의 전명출 평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속초 극단 파 람 불의 백하룡 작, 변유정 연출의 <전명출 평전>을 관람했다.

백하룡은 1974년 경북 금릉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출신으로 2001 예장문학상 희곡 수상, 2002 예술의 빛 창의상, 2002 제5회 신작희곡페스티발 당선, 2004 제7회 신작희곡페스티발 당선, 2004 서울연극제 희곡상, 2005 문예진흥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선정, 2006 대산창작기금선정, 2007 거창국제연극제 세계초연 희곡공모 우수상, 2013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문학부문 선정 (남산상주작가 선정) 되었다. 백하룡 희곡집1.2.3 이 있다.

작품으로는 <남산에서 길을 잃다>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 <전명출평전> <팔베개의 노래> <이날 이때 이즈음에> <춘부> <화장>;<제8요일 (원제:한중록)><파행> <이상한 동양화> <파란대문의 집> <여가수 진수린> <돈키호테-희망유랑극단>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변유정은 2015 속초 극단 파 람 불의 연극 <전명출 평전>으로 전국연극제 대상을 받은 연출가다. 2016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청주대회에서 이반 작 <카운터포인트>로 금상을 수상했다. 변유정은 2016년부터 속초 도문농요 전수관에 상주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1시·군 1문화행사의 속초 공연작품인 <꿈꾸는 사자, 속초를 거닐다>의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춘천교대부설초등학교 빙상부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효자동에서 태어나 이 학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연극인 변유정 때문이다. 빙상선수였던 변유정이 연극인으로 변신했다. 1993년에 최초로 들어간 곳이 나중에 ‘연극사회’로 바뀌는 극단 ‘태백무대’였다. 1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종로고양이〉에 출연했다. 1995년에는 에이콤에서 진행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오디션에 참가해 합격했다. 당시의 감독이 박칼린이었다. 〈명성황후〉에서 어린 민비역과 코러스를 담당했다. 3개월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명성황후〉와 뮤직컬 〈겨울나그네〉에 출연했다. 2년간의 에이콤 단원생활 동안 뮤지컬을 하면서 정극을 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다. 1998년에 대학로로 자리를 옮겼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대학로에서 <몸짓 굿>, <빳데리>, <천상시인의 노래>, 손숙의 〈어머니〉, 강부자의 〈오구〉,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 서울공연예술제 공식참가작 <우투리> 등 20여 편이 넘는 작품에서 공연했다. 이중 <우투리>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공연된 장기공연이다. 2007년까지 대학로를 무대로 수많은 공연에 참가하며 외국활동도 병행했다. 2008년 봄 춘천으로 내려왔다. 당시 ‘김유정 100주년 기념공연’에 출품될 〈금 따는 콩밭〉의 연출을 맡았다. 〈금 따는 콩밭〉이 연출가로서의 첫 작품인 셈이다. 원래는 희곡만 만들어진 상태에서 각색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대본을 완성한 뒤 연출자가 없어 연출까지 담당하게 됐다.

운명이었을까? 그해 여름 변유정은 잊지 못할 작품을 그야말로 운명처럼 만난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일본의 스스키 타다시 감독을 만난 것이다. “스즈키 타다시 선생이 〈엘렉트라〉를 준비하면서 2008년 한국배우를 공모했다. 16명을 선발해 일본 토가예술촌에서 ‘스즈키 메소드’라는 독특한 훈련을 하는 과정에 당당 〈엘렉트라〉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인간의 광기와 복수심을 격렬한 신체언어로 표현한 〈엘렉트라〉는 2008년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한국무대에서도 공연됐다. 〈엘렉트라〉는 연극의 본고장 에딘버러 음악 연극제의 메인무대에 초청되기도 했다. 스스키 타다시 감독을 만난 후 〈리어왕〉이나 <맥베스> 등 큰 규모의 뮤지컬도 하게 됐다.

변유정은 20여 년 동안 〈한씨연대기〉(2009)로 제26회 강원연극제 우수연기상, 〈선착장에서〉(2010)로 제27회 강원연극제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전명출 평전〉(2015) 연출로 제32회 강원연극제 대상, 제33회 전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수없이 많은 족적을 남겼다. 2015년에는 강원연극예술상 공로상도 수상했고, 카운터포인트(2016) 연출로 제33회 강원연극제 대상, 무대미술상, 2016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금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했다.

<전명출 평전>은 1979년 10월 26일부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자의건 타의건 시류에 맞춰 돈과 명예를 끌어안았던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 당시의 큼직한 사건 사고를 정치적 상황과 연결시키고, 주인공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전적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추악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일종의 정치풍자극이다.

무대는 배경을 향한 계단식의 다섯 개의 단을 설치하고, 그 단 상단 오를 쪽에 세 개의 작은 단을 만들어 의자를 가져다 놓고 고위직의 좌석으로 사용한다. 아래 계단 왼쪽에 글씨를 쓴 표지판이 긴 봉에 연결되어 세워져 있고, 계단 아래 무대 좌우에는 백색의 원형의 카펫이 깔려있다. 글씨를 쓴 표지판은 글자가 바뀔 때마다 이동 배치괴고, 후반부에는 계단 오른편에 긴 사다리를 들여다 걸쳐 놓기도 한다. 분무기로 무대를 백색연기로 채우고, 당시에 유행하던 가요를 라디오로 틀어놓거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출연자들이 부르기도 한다.

전명출은 고향 합천의 한 농촌부락에서 마늘 도적질을 하다가 들켜 뭇매를 맞고 도시로 쫓기듯 도망한다. 향후 공사장에서 잡역부로 막노동을 하던 중. 전두환 대통령과 같은 완산 전 씨이자 합천출신이라는 것이 현장소장에게 알려지면서 대뜸 인부십장 역을 맡게 되고, 차츰 남다른 대우를 받게 되면서, 종당에는 책임자로 발탁이 된다. 그와 동시에 시멘트의 양을 줄이거나, 철근 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현장에서의 각종비리와 부정에 눈을 뜨게 되고, 동성동본인 현장소장과 공조해 치부를 하게 된다. 헌데 건축자재를 빼돌린 것이 들통이 나고, 그 책임을 져서인지 전명출은 삼청교육대로 끌려간다. 고생 끝에 그가 석방이 되자 소장은 그를 교회로 데려가 신자로 만든다. 소장은 전명출을 예수를 믿는 인물로 설정을 해, 더 큰 부정과 부패를 바이블로 가리듯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헌데 부실공사의 여파가 삼풍백화점 참사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지자, 그 책임을 지고 공사당시의 현장소장이고, 현재 건설회사 사장이 교도소로 끌려가니, 전명출은 다시 고향 땅을 밟는다. 전명출의 처 이순임은, 운명에 순응하고 기회포착에 민감했던 남편과는 달리, 지고지순한 심성과 인간본연의 선한 품성을 지닌 여인으로 등장해, 남편과 대비가 된다.

고향으로 온 전명출은 개발제한지역이 4대강 개발로 일부 풀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처남 땅을 비롯해 친구와 친지들이 불모지로 버려둔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계약을 하자마자 당국의 토지수용방침이 발표되고, 땅 값은 10배로 껑충 뛰어오른다. 토지 주들이 계약을 해지하려고 덤벼들고, 전명출은 수용가격의 40%를 토지 주에게 지불하기로 약속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그리고 세시풍속도처럼 전명출이 치부를 하면서 조강지처를 외면하고 색을 탐하는 모습은 처남댁을 유혹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기도 한다.

그의 치부와 승승장구가 도덕심과 인간성 파괴로 이어지면서 그의 종말이 좋지만은 않으리라는 예측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건설회사주가 된 전명출은 어느 날 공사현장을 찾아간다. 저녁이라 모두 퇴근을 하고 현장에는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전명출은 공사장 잡역부 노릇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기대어 놓은 긴 사다리를타고, 건물 꼭대기로 높이 올라간다. 그러던 도중 발을 헛딛고 공중에 걸린 파이프를 가까스로 잡고 매달린다. 결국 전명출은 자신의 건물 공사현장에서 낙상사로 일생을 마친다.

대단원에서 무대 앞 객석방향으로 놓인 백색의 널판 위에서 소복한 모습의 처 이 씨가 전명출의 유골을 하염없이 뿌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연극은 장면 장면을 정치적 상황과 비교해 가며 적절한 묘사와 표지판의 사용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가요를 효과음악으로 삽입시키면서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고, 객석을 폭소와 갈채로 이끌어 간다.

김강석이 전명출, 전은주가 처, 석경환, 양흥주, 최문복, 민 경, 김영주, 고문선 등 출연자 전원의 제대로 된 경상도 방언사용과 독특하고 탁월한 성격창출과 연기력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감독 장태준, 조명 남궁진 이후림 문해준 문미란, 분장 정지호 오하나 이태영, 의상 박현주, 포스터디자인 박재현, 영상 문화프로덕션 이리, 조연출 손미애, 음향오퍼 김초에, 기획 플레이몽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하나를 이루어, 속초 극단 파 람 불의 백하룡 작, 변유정 연출의 <전명출 평전>을 전국순회공연을 해도 좋을 연극성과 시사성 그리고 대중성이 갖추어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월 3일

4, 극단 파수꾼의 오세혁 작 이은준 연출의 괴벨스 극장

30스튜디오에서 극단 파수꾼의 오세혁 작, 이은준 연출의 <괴벨스 극장>을 관람했다.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 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괴벨스 극장> <지상최후의 농담> <보도지침>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이은준은 이 연출은 2001년 국립극단 연출부 연수 단원으로 연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성적에 맞춰 진학한 학교에서 연극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거기에 전염됐다. 이후 박근형 연출의 극단 골목길에서 연극과 함께했고, 현재는 2014년 창단된 극단 파수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출작으로는 <페드라의 사랑> <레지스탕스> <마라,사드> <아침 드라마> <속살> <하늘은 위에둥둥 태양을 들고> <돌고 돌고> <화학작용2 오르다편 4주차> <새마을 만세> <택배왔어요> <도장 찍으세요> <괴벨스 극장>을 연출한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1897~1945)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선전 장관. 아돌프 히틀러의 열렬한 추종자로 각종 선전 전략을 만들어서 히틀러를 독재자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냉철하고 치밀한 선전 활동으로 유명하며 흔히 미디어를 통한 대중 선동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이다.

2004년에 개봉된 영화 <몰락(Untergang)>은 히틀러와 괴벨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감독은 올리버 히르비겔(Oliver Hirschbiegel, 1957~) 출연은 히틀러 역으로 브루노 간츠(Bruno Ganz, 1941~), 괴벨스 역으로 울리히 마트데스 (Ulrich Matthes, 1959~)가 출연해 광적인 연기로 두각을 나타냈다.

영화에서 베를린 방위를 위해 노인과 어린아이들까지 급히 징집하여 국민돌격대(Volkssturm)이라는 이름으로 전쟁터로 내몰지만 장비도, 무기도 빈약하고 변변한 훈련도 받지 못한 이들은 명령에 따라 무작정 돌격하다가 떼죽음을 당하거나 도망치다가 총살을 당한다. 현장에서 한 장군이 이를 보다 못해 직접 총통 벙커로 가서 괴벨스에게 “그들에게 무기도 주지 않고 개죽음을 지킬 것입니까? 모두 철수시키십시오.”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괴벨스는 냉소어린 표정으로 “나는 그들을 조금도 동정하지 않소.”라고 말한다. “동정할 이유가 없어! 그들이 직접 선택한 운명이니까. 받아들이기 싫어도 그게 현실이야. 누가 강요하든 않든 그게 선택이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된 거지” ​선전부 장관으로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독일 국민들을 세뇌하고 선동했던 괴벨스는 친위대와 게쉬타포를 지휘했던 히믈러와 함께 나치 제국을 지탱했던 양대 기둥이었다. 종말에 다가서서 조금의 반성도 없이 그동안의 모든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그의 언변은 실로 뻔뻔하고 무자비하기 짝이 없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며 권력을 양여 받은 정치가들은 그에 따르는 책임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이들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꾸준히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그것만이 민주주의는 올바르게 지속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당시 독일 국민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몇몇 사람에게 무한 권력을 떠 넘겼다. 나치는 최초부터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고 폭력을 휘둘러 강제로 빼앗지도 않았다. 단지 국민이 주는 걸 넘겨받았을 뿐이다. 물론 일부는 반대했고 일부에서는 우려했지만 대다수는 열광하거나 침묵했다. 그런 점에서 괴벨스의 말대로 히틀러는 독일 국민이 열광적으로 선택한 인물이고 그에 따르는 나치의 붕괴라는 대가를 국민이 치르게 된 것이다.

괴벨스는 제국선전부 장관으로 유대인 탄압과 언론 출판 방송 등 문화계를 통제하고 나치 정권의 악행에 앞장선 인물이다. 전쟁 중엔 침략 전쟁을 미화하면서 전쟁범죄에 크게 일조했고 패전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간의 악행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엉뚱한 부하 직원이 뉘른베르크 재판에 끌려나가 곤욕을 치러야 했다.

괴벨스는 북독일 라인란트 출신 노동자 계층 출신이란 점에서 프티부르주아 출신 고등학교 중퇴자 히틀러와 통하는 면이 있었으며, 둘 다 반자본주의적이고 반 권위적이며 현란한 선동가이며 연설가였다. 자신의 출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으로 생각했으며 그것이 또 인기의 비결이기도 했다.

희곡 신의 대리인(Der Stellvertreter)의 저자 롤프 호흐후트(Rolf Hochhuth, 1931~ )는 괴벨스에 대한 책에 ‘스스로 열광했기에 타인을 열광시켰던 신도’ 라고 썼고, 요아힘 페스트는 ‘최후까지 마키아벨리스트였던 자’ 라고 평했다. 괴벨스를 다룬 작가들은 ‘합리적인 선동가’ 라든가 ‘장애에 대한 보상을 총통신앙과 세계관으로 대리 충족’ 했다는 다양한 평가를 했다.

무대는 여러 개의 자동차 타이어를 매달거나 무대바닥에 여기저기 배치하고, 매단 타이어 가운데에는 나치의 상징인 기치(旗幟)가 들어있다. 무대 좌우에는 한때 초가지붕 대신 플라스틱 슬레이트 지붕으로 사용되던 판을 세우고 거기에 나치 독일의 기치(旗幟)를 늘어뜨려 놓았다. 양은 냄비나, 버킷을 거꾸로 차곡차곡 타이어 위에 쌓아놓은 조형물이 보이고, 타원형의 고무 양동이를 단처럼 엎어놓았다가 후반부에 중앙으로 옮겨 바로 놓고 괴벨스가 들어가 앉기도 한다. 2차 대전 영상과 히틀러와 괴벨스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영상이 군중장면과 함께 배경 막에 투사되고, 당시의 고전음악과 독일의 가장 유명한 행진곡이자 군가인 칼 타이케 (Carl Albert Hermann Teike, 1864~1922) 작곡의 옛 전우(Alte Kameraden)가 독일군의 영상과 함께 투사된 것은 기억할 만하다.

연극은 도입에 히틀러의 자살과 뒤 이은 괴벨스의 자살 장면에서 시작되고 장면이 바뀌면 괴벨스의 학창시절, 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동급생 뿐 아니라 선생에게 왕따를 당하던 모습이 소개가 된다. 지체장애를 공부로 극복을 하려는 괴벨스의 노력은 대학에 입학해 교수의 신임을 얻는다. 대학에를 다니면서 괴벨스는 집안 내력인 가톨릭 신앙을 버리지만 비참한 현실을 타개해줄 메시아 같은 존재를 갈망한다. 그러다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고 그를 추종하게 된다. 드디어 괴벨스가 히틀러와 상면하게 되면서 단짝 같은 동지가 되는 과정이 소개가 된다. 괴벨스의 선전, 선동기술과 히틀러의 카리스마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 최고의 효과를 발생시켜 원내 제1당으로 등극한다. 곧바로 히틀러가 집권자가 되자 괴벨스는 언론을 장악하기 시작하고, 유대인을 경제적 종교적 적대자로 몰아 유대인 대학살의 원인제공자가 되고, 프랑스나 그 외의 유럽 여러 나라를 침략하도록 히틀러를 부추긴다. 괴벨스의 책동으로 유럽 각국의 침략은 물로 소련까지 침략하게 된다. 1945년 독일패망의 이르기까지 히틀러와 괴벨스의 활약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대단원에서 괴벨스는 총통자리에 오르지만 독일의 패망으로 히틀러가 자살을 하니, 괴벨스 역시 자살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원래 괴벨스는 지체장애에 체구도 작은 모습이지만 이 연극에서는 훤칠한 미남인 박완규가 출연해 출중한 기량으로 명연을 해 보인다. 성노진이 괴벨스의 스승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은우가 동급생이자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의지 남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김병권과 신사랑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역시 갈채를 받는다. 홍수민이 히틀러로 출연해 탁월한 기량과 열연으로 발전적인 앞날을 예측케 한다.

조연출 박희민, 무대감독 나영범, 무대디자인 김혁민, 조명디자인 이현직, 홍보디자인 손청강, 영상디자인 이주현, 의상 이상숙, 소품 김동원, 분장 심재현, 음악 박민수, 오퍼레이터 남선우 이창하 최찬엽, 기획 안소영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파수꾼의 오세혁 작, 이은준 연출의 <괴벨스 극장>을 동양각국은 물론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월 6일

5, 극단 고리의 고광시황 高光施皇 작 임창빈 연출의 숨비소리

대학로 스카이시어터에서 리듬 母 극단 고리의 고광시황(高光施皇) 작 임창빈 연출의 <숨비소리>를 관람했다.

임창빈(1974~)은 고광시황(高光施皇)이라는 필명으로 극작과 연출을 하고 있다.

1993’ 개운사특별공연 연극 ‘버지니아 그레이 초상’ 출연, ‘조신의 꿈’ (지방순회공연) 출연, 극단 창무 뮤지컬 ‘아라아라’ 전국무용제 강원대표 대전 우송회관 공연 3위 입상, 1996’-1997’ EBS 방송국 ‘발명왕국’ F.D 1997′ 명지대학교 50주년 기념공연 ‘우리읍내’ 무대감독, 극단 에저또 ‘대머리 여가수’ 연출, 1998’ 극단 에저또 ‘대머리 여가수’(앵콜) 연출, 극단 에저또 ‘알마의 즉흥극’ 출연, 극단 에저또 뮤지컬 ‘러브 앤 러브’ 연출, 1999’ 극단 에저또 부산 연극제 출품작 ‘진짜 신파극’ 조연출, 가수 ‘이후’ 뮤직비디오 조감독, 극단 미학 스토리 씨어터 ‘뽕’ 조연출, 2000’ 극단 고리 창단공연 ‘텔레비전’연출, 2001’ 극단 고리 기획공연 ‘장정일의 긴여행’ 연출, 극단 고리 제 2회 정기공연 ‘나비!…..어머니’ 연출, 2002’ 극단 창파 2002 서울공연 예술제 공식참가작‘사물의 왕국’ 조연출, 극단 고리 제 3회 정기공연 ‘어!머니’ 출연, 극단 창파/협력극단 고리 일본 가나자와 초청공연 ‘햄릿머신’ 조연출, 전미례 째즈 무용단 국립극장 야외무대 공연 ‘우주열차 아리랑’ 출연, 2003’ 창작 ‘상이’, 극단 창파 수원 화성국제 연극제 ‘햄릿머신’ 조연출, 극단 창파 일본 동경/나고야 공연 ‘햄릿머신’ 조연출, 2004’ 2004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 무대감독, 2005’ 극단 창파 루마니아 시비유 국제연극제 초청작 ‘햄릿’,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식 조연출, 2006‘ 예술의 전당 국악당 국악한마당 무대감독, 2007’ 안산 국제 거리극 축제 개폐막식 연출, 극단 고리 제 7회 정기공연 ‘상이’ 작·연출, 2008’ 극단 고리 제 8회 정기공연 ‘진짜 신파극’ 연출, 극단 고리 초청공연 연기군, 보령군 ‘진짜신파극’ 연출, 2009 코알라 연출, 2010 도피의 기술 연출, 2012 괜찮냐 연출, 2013 저고리 시스터즈 연출 제작감독, 2014 괜찮냐 출연, 2015 빅터 예술감독, 2016 괜찮냐 연출, 2016 추풍령 극작 등을 한 배우 겸 작가 겸 연출가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잠수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다. 무대는 조그맣고 한적한 공원이다. 무대 좌우로 벤치로 사용할 수 있는 조형물이 배치되고, 수목 조경으로 공원분위기를 창출해 냈다. 상수 쪽 배경 가까이가 등퇴장 로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공원에서 이어폰을 낀 채 운동을 하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보이고, 여배우가 유기 견으로 분장을 하고 공원을 배회한다. 백발의 여인이 간편한 짐수레를 끌고 등장하고, 중년의 남성과 벤치 조형물에 담요를 깔고 화투놀이를 시작한다. 백발여인은 중년남성을 공원에서 가끔 만나 화투의 상대로만 여기는 모습이고, 경어를 깍듯이 사용하기에 남남인 것으로 관객은 알게 된다. 그런데 연극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은 모자관계이고 모친은 치매를 앓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두 사람을 자주 접하게 되는지 운동하는 젊은 여성은 별로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유기견이 오히려 두 사람을 반기고, 백발 여성에게 친근감을 표한다.

치매(癡呆, Dementia) 또는 인지증(認知症, 영어: dementia)은 성장기에는 정상적인 지적 수준을 유지하다가 후천적으로 인지기능의 손상 및 인격의 변화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매는 기억력 장애, 인지 장애, 판단력 장애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 걸친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임상증후군. 대부분 만성 경과, 비가역적 질환이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신경이 파괴됨으로써 기억력 장애, 언어능력 장애, 변뇨실금, 편집증적 사고, 실어증과 같은 정신기능의 전반적인 장애가 나타나며,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울증이나 인격장애, 공격성 등의 정신의학적 증세가 동반되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주원인으로 주로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노화에 의한 것과, 알콜 과다 섭취에 따른 알콜성 치매, 드물게 청소년기에 치매가 오는 경우에는 유전적인 열성인자 발현에 의한 것으로 주목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발병원인과 치료법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비슷한 말인 노망(老妄)은 늙어서 망령(妄靈)이 든다는 뜻으로, 병리학적 질환으로 규정되어 있는 치매와 구별하여 쓰인다. 노망은 신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반면에 치매는 의학적 관찰로 진단되는 병적인 노망을 뜻하는 말로 특정 원인을 가지는 치료의 대상이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내 치매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 꼴인 약 65만명이 치매 질환을 겪고 있다. 문제는 19만명에 달하는 치매환자가 요양보호시설에 거주하거나, 말기 암 등 복합질환을 겪는다는 이유로 관련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치매전문병동 운영, 요양보호사 치매가정 24시간 방문요양서비스 등을 골자로 하는 치매종합관리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급속도로 늘고 있는 치매인구에 비해서는 지원대책이 미미하고, 사전적 예방보다는 사후적인 치료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64만 8000명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662만 4000명임을 감안하면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 인구는 10년 후인 2025년에는 100만 명, 2050년에는 270만 명으로 늘어 중풍, 암에 이어 가장 무서운 사회적 질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작년에는 국립극단을 비롯해 치매 관련 창작극과 번역극이 20여 편이나 공연되었음을 볼 때 사태의 심각성을 예측하게 된다.

치매예방의 수단으로 화투를 하는 장면이 이 연극에서도 반복되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모가 배뇨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지만, 50세가 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하고 치매 노모를 간병하는 아들의 지극정성과 효성 심은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도록 만든다. 어쩌다가 노모는 상대 남성을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될 때가 있지만 그것도 순간적일 뿐 다시 치매상태로 돌아간다. 게다가 아들을 흠씬 두들겨 패기도 한다. 아들은 고통스럽고 억울하고 슬프지만 참고 견뎌낸다. 중간 중간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여인과 유기견이 극 전개에 따른 연기를 펼쳐 모자와 접근한다. 대단원에서 아들은 노모로 인한 온갖 어려움을 의지로 극복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노모와 포도주 잔을 높이 들어 마신 후 화투판을 다시 벌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갈채와 함께 끝이 난다.

전국향이 치매노모로 출연해 성격창출이나 연기력에서 탁월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김왕근이 아들로 출연해 모든 아들들의 효성심의 상징인 듯 출중한 기량으로 호연을 펼쳐 갈채를 받는다. 오정민이 유기견으로 출연을 해, 폭염 속에서 개털의상과 분장의 호연으로 역시 갈채를 받는다. 김윤정과 송민조가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여인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시종일관 운동동작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역시 연기력을 발휘한다.

제작 기획 리듬 母 박문정, 드라마투르기 황은화, 조연출 신민규, 무대디자인 제작 박재범, 무대 태극무대 박재범, 조명 곽두성, 음악 박문정, 의상 전선정, 분장 김린정, 홍보 장윤정, 포스터디자인 YDY, 포토그래퍼 정문범, 홍보 및 진행 장윤정, 기획대행 휴먼컴퍼니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고리의 고광시황(高光施皇) 작 임창빈 연출의 <숨비소리>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따뜻하고 건강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월 9일

6,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에우리피데스 작 이수인 재구성 연출의 트로이의 여인들

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에우리피데스(Euripides) 작, 이수인 재구성 연출의 <트로이의 여인들(The Trojan Women)>을 관람했다.

에우리피데스(Euripides,BC 484~ BC 406]의 비극은 신화적 영웅이 아닌, 이전에 주목받지 못한 패잔국의 여성 등, 중심에서 배제된 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그들이 처한 사회적 정치적 모순을 통해 제국주의의 지배적 이념이 야기 시키는 반(反) 인륜 성을 고발한다. 이것이 에우리피데스가 작가로서 또는 예술가로서 지니는 남다른 지위이며, 현재까지 그의 작품이 공연되는 이유이다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트로이의 여인들(The Trojan Women)>은 전쟁에 패한 자들의 이야기다. 전쟁은 결국 인간의 파멸이며, 패전국의 여인들이 당하는 참담한 신세와 고통을 통해 하나의 경고를 보낸다.

에우리피데스는 “현재와 과거 넘나들기”와 “신화와 역사 넘나들기”를 통하여 그 시대의 정치적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트로이 전쟁은 아테네 시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상징이었고, 에우리피데스는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에우리피데스는 당시 전쟁의 잔인성과 비인간성을 폭로하는 수단으로 과거의 트로이 전쟁을 작품을 통해 재창조 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트로이(현재 터키)의 10년 전쟁과 패망으로 인한 트로이 여인들의 비참한 운명을 다룬 이야기다. 그리스연합군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트로이의 여인들은 삶의 공포와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스러워한다. 한때 트로이의 왕비였던 헤카베는 모든 것을 잃고, 트로이를 정복한 장군 오디세우스의 노예로 전락한다. 그녀의 딸 카산드라는 신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가멤논의 첩으로 배정된다.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의 파멸과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며 스스로 조국을 떠난다.

정숙한 아내로의 명성이 높았던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그 명성 때문에 아킬레우스의 아들에게 선택되고, 그녀의 아들 아스티아낙스는 그리스장군들의 결정에 의해 성벽에서 던져져 죽음을 당한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던 전설적인 미녀 헬레네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헤카베와 논쟁을 펼친다. 그러나 그녀의 전 남편이었던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에서 그녀를 죽이지 않고, 그리스로 데려가겠다고 고집한다. 결국 헬레나는 살아남아 후에 메넬라오스와 재결합 한다.

결국 절망과 고통 속에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행복도 기약하지 못하는 트로이의 모든 여인들은 불타는 트로이를 등 뒤로한 채 그리스로 향하는 함대로 발길을 돌린다. 죽음보다는 비참한 삶이라도 삶을 선택했기에….

연출가 이수인은 경남 밀양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사회대 지리학과 출신(91학번)으로 극단 한강, 극단 오늘 대표 역임했고, 現 떼아뜨르 봄날 대표이자 작가 겸 영화감독, 연극연출가다.

2004년 장편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를 각본 감독하고, 2006년 <떼아뜨르 봄날> 명칭으로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을 맡는다.

​2006년 6월-8월, 창단공연으로 <그녀가 돌아왔다> 연출, 2008년 2월 – 4월, <페드라-오래된 염문> 2008년 10월-11월, <그녀가 돌아왔다>, 2008년 12월, 음악극 <클럽 명월관> 연출, 2009년 <페드라 스캔들> 각색, 2009년 12월, <맥베스> 연출, 2010년 4월, <발코니> 각색, 연출, 2010년 9월, <전에도 그랬어> 연출, 2011년 2월, <낭만비극 오이디푸스> 각색, 연출, 2011년 5월, <낭만비극 오이디푸스> 각색, 연출, 2011년 10월-11월, <노부인의 방문> 각색, 연출, 2012년 5월 <왕과 나> 작, 연출, 2013년 7월 <왕과 나> 작, 연출, 2013년 12월 <해피투게더> 작, 연출, 2015년 2월 <메데아>각색, 연출, 2015년 4,5월 <그리스의 연인들> 각색, 연출, 2015년 관악극회 <헤이그 1907> 작 연출, 2016년 <심청>과 그리스의 여인들 1 <안티고네> 연출로 성공을 거두었다.

2015년 제2회 윤영선 연극상, 제52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제4회 레드어워드 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여러 개의 휘장을 늘어뜨린 문이 있고,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다. 무대 상수 쪽에 연주석을 마련하고, 기타와 콘트라베이스 연주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해설자가 등장하고, 병사 2인이 소북을 두드리기며 등장한다. 백색의 긴 의상을 입은 13인의 여성이 줄을 지어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연극은 도입에 해설자가 등장해 10년 전쟁에서 패한 트로이의 전황과 함께 프리아모스 왕비와 공주들, 그리고 세 아들의 부인과 전쟁발발의 원인이 된 헬레네, 그리고 파리스 왕자가 신화 속 헤라, 아테나, 아플로디테 등 3인의 미녀 신 중 미의 여신 아폴로디테에게 사과를 주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와 결합하게 된 내력을 소개한다. 곧이어 트로이의 여인들 헤카베, 안드로마케, 카산드라, 그 외의 여인들이 헬레네와 등장해 각자의 신분과 장차 닥쳐올 운명에 관해 읊조리거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가 등장하고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의 전령인 탈티비오스도 등장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리스로 끌려가 아테네, 스파르타 그 외의 연합국의 장수 집에 소실이나 노예로 배정된다. 대단원에서 13인의 트로이의 여인들은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되더라도 죽음보다는 삶을 선택해 트로이를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강말금이 헬레네, 고애리 김무늬 김선미 김치몽 박창순 신나라가 코러스, 윤대홍이 탈티비오스, 이정은이 코러스, 이지현이 헤카베, 이지현이 안드로만케, 이현호기 메넬라오스, 장승연 코러스, 최두리 카산드라, 허은 홍정혜 코러스 등 출연자 전원의 오케스트라 단원 같은 호흡일치와 연기력의 조화는 관객을 도입부터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명 성미림, 의상 심형석, 소품 박현이, 분장 김근영, 음악감독 김은정, 음향 엄태훈, 안무 이한나, 움직임지도 이두성, 사진 김두영, 그래픽 김 솔, 무대감독 신해연, 조연출 최봉문, 조연출보 김윤아, 조명어시스트 홍은희, 소품 최소리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에우리피데스(Euripides) 작, 이수인 재구성 연출의 <트로이의 여인들(The Trojan Women)>을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8월 12일

7, 2017 權利長戰 시리즈 극단 씨어터백의 데아 로어 작 윤시향 역 조정화 윤색 백순원 연출의 문신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2017 權利長戰 시리즈 극단 씨어터백의 데아 로어 작, 윤시향 역, 조정화 윤색의 <문신>을 관람했다.

데아 로어(Dea Loher)는 1964년 바이에른주의 트라운슈타인(Traunstein)에서 태어나 현대 독일의 연극을 대표하는 여류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녀는 1998년에 <아담 정신 (Adam Geist)>이라는 작품을 써서 저명한 뮐하임의 연극상을 수상하였다. 여류작가로서 이 상을 수상한 사람은 1997년의 게를린트 라인스하겐(Gerlind Reinshagen)에 이어 그녀가 두 번째이다. 그녀는 원래 뮌헨에서 독문학을 공부하였고, 그 후 베를린의 예술대학(die Hochschule der Künste in Berlin)에서 “무대 글쓰기” 과정을 전공하였다. 당시 베를린 예술대학에서는 하이너 뮐러(Heiner Müller)와 탕크레트 도르스트(Tankred Dorst)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이 강의를 맡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1990년 처녀작인 <올가의 공간(Olgas Raum)>을 써서 함부르크 민중극단(Hamburger Volksbühne)이 수여하는 작가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에는 런던의 왕립 극단(Royal Court Theater)이 수여한 연극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몇 년 전부터 그녀는 연출가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Andreas Kriegenburg)와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데아 로어는 글쓰기 동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의 모든 작품을 관류하는 하나의 동기가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던 것은 젊은이들도 역시 자신들의 이상이나 이념 그리고 감정 따위를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제 모든 담들이 무너지고 경계가 터지는 듯하고, 우리는 더 이상 적에 관한 이미지들을 갖지 못하고,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우리가 그토록 싸워왔던 것들이 아무런 값어치도 없는 듯이 보이고 또 우리의 삶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듯이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이 빈약한 난쟁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나는 그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신념을 늘 갖고 있었지요. 나는 언제나 개개인 모두에게 중요한 뭔가가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파괴한다는 것은 가슴을 절단하는 듯한 체험이라고 믿어왔던 것이죠.

1992년 그녀는 두 번째의 작품을 썼다. <문신(Tätowierung)>이 그것인데, 이 작품은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다.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며, 사회가 근친상간이라는 문제를 감추려 들고 있는 현실을 고발할 언어적 표현을 찾아 나서고 있다. 데아 로어는 이 작품에서 한 소녀의 억압당하는 개인적인 운명을 중심으로 이 사건을 냉담하고 간결하게 묘사해 나가고 있다. 이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한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유와 사랑을 향한 동경이 억압과 폭력에 결부되어 있음을 경험한다. 그 결과 인물들은 엄청난 좌절을 겪는다. 이 좌절을 표현하기 위해서 온갖 단어와 묘사를 동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고통스런 외로움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한다. 피부를 찔러서 색채를 집어넣고 또 비록 모든 사람들이 다 이를 볼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평생 동안 지속된다는 점에서, 문신이라는 제목은 상처를 의미한다.

1991 함부르크 폴크스뷔네(Volksbühne) 희곡상, 1992 로얄 코트 극장 극작가 상, 1993 하임 극장 괴테 상, 프랑크푸르트 재단 작가상(Nachwuchsdramatikerin), 1995 쉴러 상, 1997 제이콥 마이클 라인홀트 렌즈 상, 게릿 엔젤크 상, 1998 하임 극작가 상, 2009 베를린 문학상, 플라이서(Fleißer)상, 2010 관객상, 2011 ITI 상, 2013 뮐하임스(Mülheims)상, 2014 엔크하임(Enkheim) 작가상, 2017 요셉 브라이트 바흐 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백순원은 극단 씨어터 백의 대표이자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햄릿> <인형의 집> <어멈> <개놈 프로젝트>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서바이벌 파라다이스> <소리 공감> <오션 블루> <난파> <고우 허 스토리 스톱 히 스토리> <대통령과 춤을> <소리로 나를 보다> <진흙> <고도 기다리기> <묘지클럽 세 여자> <하녀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12년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 수상, 2013년 2인극 페스티벌 연출 상 수상, 2014년 부산국제연극제 초우수작품상수상 등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무대에는 의자 네 개가 배치되고, 출연자들이 의자를 이동시켜 포개놓거나 거꾸로 놓고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부분조명으로 장면에 따른 분위기를 창출시키고, 고교생에서 성년으로 세월의 흐름은 의상변화로 연출된다.

연극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딸이 등장한다. 후에 큰 딸과 혼약을 맺는 청년이 등장한다. 큰 딸은 근친상간으로 아버지의 애를 잉태하게 된다. 어머니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의 위세와 억압 그리고 냉대에 짓눌려 죽어 사는 행세와 전신을 가려움증으로 긁어대는 모습만 보일 뿐이고, 막내딸은 어려 천방지축이나 천둥벌거숭이 노릇만 보일 뿐이다. 큰 딸은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을 사귀게 된다. 청년은 큰딸을 좋아하게 되고 청혼을 한다. 그러나 큰딸은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사실로 해서 청년의 청혼에 주저한다. 청년의 계속된 구애에 큰딸은 아버지와의 관계와 임신사실을 고백한다. 처음에는 경악하고 주저하던 청년이 그러한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큰딸을 데려간다. 큰딸은 행복을 잠시 맛보게 된다. 막내가 이 집에 나타난다. 놀랍게도 배가 불룩해 가지고, 그리고 이 집에 함께 있게 해달라고 조른다. 곧이어 아버지가 두 사람이 동거하는 집에 불쑥 나타난다. 그리고 큰딸의 임신사실과 자신의 씨라는 것을 알자, 다시 딸을 데려가려고 한다. 큰딸의 동거남에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하면서. 청년은 폭력에 대항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성질을 부리다가 제풀에 졸도한다. 얼마 후 푸시시 일어난 아버지는 큰딸을 잡아끌고 집으로 데려온다. 그 광경을 보는 어머니는 말 한마디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몸을 계속 긁적이는 모습과 이런 참담한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딸의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엘렉트라 컴플렉스 등 비윤리적 근친 관계를 다룬 영화들은 차별화와 다양성 예술로 분류된다. 국내외에 친족 성폭행 사례가 사회문제화 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근친 소재 작품으로는 영화 <하류1997, 감독 차이밍량>가 있다. 타이페이 중심가를 배회하는 백수 청년 이강생, 시내의 게이사우나를 기웃거리는 중년 남자 묘천, 포르노 테잎 제작자와 불륜에 빠진 중년 여자 육혁정이 등장한다. 사실 이들은 아들과 아버지, 어머니의 관계에 놓인 가족으로 세 사람은 같은 아파트,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간에 최소한의 관계조차 두지 않는 듯하다.

어느 날 게이 사우나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조우한 부자는 어둠 속에서 육체관계를 맺고 절망적인 국면을 맞는다. 영화는 한 가족이 왜 사이가 단절된 채 지내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충격적으로 드러냈으며, 그 파격 성을 인정받아 199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 상, 시카고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올드보이'(2004, 감독 박찬욱)>는 인간의 증오가 얼마나 끝없는지를 일깨운다. 영화는 하나의 복수극과 또 다른 복수극이 맞물리는 복잡한 구조로 전개된다. 주인공 오대수(최민식)는 15년간 작은 방에서 이유를 모른채 감금당한 채 지낸다. 그는 자신을 감금시킨 이우진(유지태)에 복수하기 위해 실마리를 따라 그를 쫓아가고,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결국 한 남자의 치밀한 복수극으로 판명된다.

유년시절 오대수에 의해 누이와의 근친이 발각된 이우진은 자신이 처했던 근친상간의 비극을 오대수에게도 똑같이 되갚아준다. 오이디푸스적 금기와 맹목의 숙명, 최면술과 파멸을 기둥으로 구성된 스릴러 영화 ‘올드보이’는 2003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영화 <세비지 그레이스(2007, 감독 톰 칼린)>는 7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베이클랜드가(家) 살인사건을 재조명한 작품으로, 2007년 칸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영화는 매혹적인 여성 바바라(줄리안 무어)가 베이크라이트 합성수지 상속인인 브룩스(스테펀 딜런)와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는 과정부터 다루고 있다.

모든 것을 누린 듯 보이지만 자신을 조롱거리로 여기는 상류층 사람들과 계속되는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해 바바라의 삶은 독한 술과 친아들과의 위험한 정사로 채워진다. 영화는 바바라의 불안정한 결혼생활, 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는 아들 안토니(에디 레드메인)와의 비정상적인 유대 관계까지 리얼하게 보여주며 베이클랜드가의 광기 어린 최후를 재연한다.

영화 <그을린 사랑'(2010, 감독 드니 빌뇌브)>은 비밀스런 여인 나왈 마르완(루브날 아자발)이 숨을 거두고 쌍둥이 자녀 잔느(멜리사 디소르미스-폴린)와 시몽(맥심 고데테)에게 유언장이 전해지며 시작된다. 유서는 자신의 무덤에 관도, 비석도, 비문도 필요 없다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으라는 내용이다. 캐나다에서 자란 남매는 옛날 여권과 흑백 사진 한 장 뿐인 조촐한 단서만으로 중동 출신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난다.

낯선 지형을 통과하고 알지 못했던 슬픈 역사와 조우한 그들은, 나왈이 아주 오랜 옛날에 낳았던 친아들에게 겁탈 당한 뒤 낳은 자식이 본인들임을 자각한다. 영화는 나왈이 친아들이자 남매의 아버지인 아부 타렉을 품에 감싸고 용서하면서 끝이 난다. 기형적인 인생이었음에도 남은 자들의 생을 배려한 어머니의 뜨거운 모성애가 스크린 가득 피어난다.

영화 <룸'(2015,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은 7년간의 감금으로 모든 것을 잃고 아들을 얻은 24살의 엄마 조이와 작은 방 한 칸이 세상의 전부였던 5살 아이 잭이 펼치는 진짜 세상을 향한 탈출을 그린 감동 드라마다. 원작 작가 에마 도노휴가 동명의 제목으로 발표한 소설이 큰 화제를 모은 이유는, 바로 근친상간으로 아이가 태어나고 오랜 시간 동안 감금을 당하면서 살아온 여성의 실화를 모티프 삼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런 자극적인 이야기를 결코 눈요기 감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영화 역시 소설과 마찬가지로 참혹한 현실에서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또한 아이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감금당했던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엄마 조이의 진한 모성애를 통해 감동을 전한다. 조이 역을 맡은 브리 라슨은 특별한 모성애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내며 제88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소설은 일본작가들이 가장 많다. 일본은 근친 간에도 결혼을 인정하는 나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 신문지상에 게재된 부녀지간의 성폭행 기사가 자주 눈에 띄는 걸 보면 기독신앙인들의 말처럼 인류종말이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미라, 이정국, 이승철, 송시우, 이윤주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연기력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드라마터그 이유라, 제작지원 이성일 박진희, 음향디자인 박민수, 음향오퍼 김종성, 조명디자인 김윤희, 조명오퍼 김진웅, 홍보 위드에이 오세민 정민규, 홍보디자인 송재민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2017 權利長戰 시리즈 극단 씨어터백의 데아 로어 작, 윤시향 역, 조정화 윤색의 <문신>을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문제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8월 12일

8, 2017 안톤체홉축전 참가작 극단 드라마팩토리 한걸음의 안톤 체홉 작 전 훈 번역 김세환 연출의 세 자매

소극장 혜화당에서 2017 안톤체홉축전 참가작, 극단 드라마팩토리 한걸음의 안톤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 1860~ 1904) 작, 전 훈 번역, 김세환 연출의 <세 자매>를 관람했다.

번역을 한 전 훈은 서울生으로, 보성고와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96년 러시아 모스크바 쉬옙낀 연극대 M.F.A.(연기실기석사)출신 연출가다. 1996년 희곡 [강택구]로 동서희곡문학 신인작가상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극단 애플씨어터 대표 겸 연출이고, 서울예대 연극과 출강중이다.

집필하거나 연출을 한 작품으로는 97 [결혼전야] (전훈/작) 아룽구지 소극장 외 다수, 97 [NANTA](Original version) 환 퍼포먼스, 호암아트홀, 98 [갈매기](체홉/작) 극단 떼아뜨르 노리-체홉 페스티발 참가작, ’98 [좋은?녀석들](이만희/작) 극단 연극세상, 아룽구지 소극장, 98 경주세계문화EXPO 메인이벤트 총연출 “인류화합음악축제” ”99 [벚꽃동산](체홉/작) 서울시립극단, 세종문화회관소극장 ’99-2000 [樂햄릿](조광화/작) 서울뮤지컬컴퍼니, 호암아트홀, 장충체육관 2001[유리가면]-episode1″기적의?사람”(전훈/각본)-열린극장, 인켈아트홀, 2001서울공연예술제”참가-바탕골소극장- 2002 [죽음의 토크쇼] (전훈/작) – 인켈아트홀, 2002 [월미도 살인사건] (스가 고헤이/원작, 전훈/번안) – 인켈아트홀, 2004 안똔 체홉 4대 장막전 [벚꽃동산]동국대극장,[바냐아저씨]국립극단,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수상) [갈매기] 정동극장, [세자매] 정미소, 2006 [유리가면]-episode5 “또 하나의 영혼” (전훈/각본) -인켈아트홀, 2008 [말괄량이 길들이기](셰익스피어/작) 서울시극단 – 세종M씨어터, 2010 [내일은 챔피온]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서울연극제 출품작, 무대미술상) 2010 [숲귀신] (안똔 체홉) 연출 게릴라 소극장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국내우수작 선정), 2011 <아마데우스>(피터 쉐퍼/작> – 국립명동예술극장

2014년 전훈은 안톤 체홉의 작품전체를 공연하기 시작했다. <숲귀신> <바냐 삼촌> <파더레스> <챠이카> <검은옷의 수도사> <벚꽃동산>을 비롯해 자작희곡인 <내일은 참피온> 그리고 피터 쉐퍼의 <아마데우스>를 연출하고 2017년 신년벽두부터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을 공연하고 있다.

김세환(1979~)는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 연출이자 연기스터디 한걸음 대표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2008년 극단 드라마팩토리를 만들고 그해 5월 <존경하는 옐레나 선생님>을 시작으로 쉴 새 없이 작품을 토해냈다. <몽타주>는 2009년 5월에 초연한 두 번째 작품. 김 대표는 연기학원을 운영하며 번 돈을 모두 작품에 쏟아 부었다. 그것도 모자라 혼자서 제작, 기획, 희곡, 연출 심지어 무대, 조명, 음향까지 도맡았다. 그렇게 해서 무대에 올린 작품이 <헛소동>, <몽타주>, <존레논을 위하여>,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다시 뛴다>, <거짓말>, <라디오 잠시 길을 잃다> 등 16개 작품에 이른다. 모두 창작극이다.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듯이 연극 작품을 만들어냈다. 한 작품을 공연하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쉬지 않고 작업을 해 1년에 300일 가까이 무대에 서는 초인적인 강행군을 계속했다.

2013년에는 연출가 이윤택 씨가 있는 밀양연극촌에 들어갔다. 폭주기관차처럼 창작극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김 대표 자신이 창작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이윤택 씨에게 다시 연극을 배웠다.

김 대표는 “연출가가 꽃을 피우는 것은 40대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작가적인 시선을 갖춰 나 자신만의 연극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헛소동>을 연출함으로써 장족의 발전된 모습을 공연에서 보여준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 <세 자매>는 총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900년 집필되어 이듬해 러시아의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 되었으며 아직도 극장의 주요 레퍼토리라고 한다. 체호프의 4대 희곡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근대 극작기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제목이 세 자매이기 때문에 세 자매만 있는 집안의 이야기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 집 식구는 네 남매다.

연극은 춥고 메마른 러시아의 외딴 소도시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군 여단장이었던 아버지가 죽자 소도시로 이주한 세 자매와 그들의 오빠가 살고 있다. 세 자매는 교사인 첫째 올가, 교사인 남편을 두고 있는 문학소녀 같은 둘째 마샤와 이제 갓 스물이 된 꿈 많고 귀여운 아가씨 이리나이다. 이야기는 막내 이리나의 생일 파티로부터 시작된다. 이날은 일년전 돌아가신 군 부대장 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하다. 그들은 아버지가 살아 계셨던 고향ㅡ모스크바의 행복했던 날들을 그리워하며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와 비교하여 현저하게 줄어 버린 군인들과 막내의 생일을 즐거움과 슬픔이 교차하는 속에서 보내며 11년 전 떠나온 고향 모스크바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들에게는 실제로 존재했던 시절이 부모와의 사별 후 꿈이 되어 버렸고 그때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썰렁하고 암울한 분위기의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체 세 자매는 일상의 일들에 부딪히고 힘들어한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군인들의 삶 역시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올가(맏딸)가 학교 선생으로 극 마지막에는 교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둘째 딸인 마샤는 학교선생인 꿀리진과 결혼한다. 그들이 결혼할 당시 마샤는 그의 똑똑함에 반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예전만큼 똑똑하진 않다고 여기며 조금 지루해진 생활을 이어간다. 막내딸인 이리나는 모스크바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꿈꾸고, 세 딸과 유일한 아들인 안드레이는 겉모습만 아름다운 나타샤에 홀딱 반해 그녀를 사랑한다.

1막은 그들의 아버지의 첫 기일이면서 이리나의 생일에 시작된다. 잔치가 이어지고 거기에서 안드레이는 나타샤에게 사랑 고백을 하게 된다.

2막은 약 21개월 후 안드레이와 나타샤는 결혼하여 첫 딸을 낳았지만, 나타샤는 안드레이의 상사인 프로토포포브(극중에 언급은 되지만 등장하지는 않는 인물)와 불륜 관계을 가진다. 마샤는 지루해진 결혼생활 속에서 유부남 대위인 베르시닌와의 불륜 관계를 시작한다. 뚜젠바흐와 솔료니는 동시에 이리나를 사랑하며 이리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리나는 그들에게 관심 없고 여전히 모스크바로 돌아가서 멋진 사랑을 하게 되기만을 꿈꾼다.

3막은 3년 후 올가와 이리나의 방에서 시작되는데, 이는 나타샤가 집안의 권력을 잡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드레이의 아내로서 프로조로프가의 안주인으로 자리잡은 나타샤는 아이에게 따뜻한 방을 양보하라고 하고 대신 두 자매(올가와 이리나)가 한 방에서 지내도록 만든다. 안드레이는 지방청장의 비서로 있으면서 도박으로 빚이 늘어가고 결국 집을 담보로 잡게 되어 세 자매의 원망을 산다.

베르시닌과 불륜 관계를 이어나가는 마샤의 마음은 남편에게서 점점 멀어져간다. 다소 고지식한 올가는 이리나에게 의무적으로 뚜젠바흐와 결혼할 것을 권유한다. 이리나는 진정한 사랑을 모스크바에서 찾을 수 있을거라 믿었지만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사랑하지 않는 뚜젠바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4막은 군인들이 지역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떠나기 전, 솔료니는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은 뚜젠바흐를 결투 중에 죽인다. 군인들이 떠나게 되자 마샤의 불륜상대였던 베르시닌도 떠나고, 마샤는 결국 남편에게 돌아간다. 올가는 마지못해 학교 교장 자리를 맡게 되면서 집을 나간다. 약혼자를 잃은 이리나의 운명은 불투명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한다. 세 자매의 오라비인 안드레이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속물스러운 부인 나따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윽고 마을에서 군대가 떠나고 세 자매는 사랑과 꿈을 잃지만 다시금 삶에 의지를 되새긴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긴 식탁이 가로 놓여있고 주위에 의자를 늘어놓았다. 상수 쪽에 흰 벽 두 개가 나란히 있어 내실로 통하고, 벽 뒤에 건반악기가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벽 앞으로도 식탁과 의자가 있고, 상수 쪽 벽면 가까이에 긴 벤치가 놓여있다. 하수 쪽에도 원형의 탁자와 의자가 있고, 바로 뒤쪽에 유성기를 올려놓은 낮은 탁자도 보인다. 출연자들이 건반악기를 연주하듯 건반을 두드리는 흉내를 낼 뿐 실제 건반악기 음악은 녹음으로 처리된다. 기타는 직접 연주를 한다. 특히 건반악기로 연주하는 쇼팽의 장송행진곡의 효과음악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연극은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2시간 30분간 계속된다.

정희영, 이지혜, 문동렬, 우지혜, 임호성, 장예영, 정주희, 김수현, 김동민, 박문민, 최상배, 김재석, 정한수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관객을 서정적인 분위기로 몰아갈 뿐아니라,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연출 정연주, 포스터 정주희, 오퍼&진행 정지은 강지현 백승민 등 스텝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2017 안톤체홉축전 참가작, 드라마팩토리 한걸음의 안톤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 작, 전 훈 번역, 김세환 연출의 <세 자매>를 연출가와 연기자 그리고 스텝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장할만한 건강하고 아름다운 한편의 서정적인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월 13일

9,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의 정형석 작 연출의 그놈을 잡아라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의 정형석 작 연출의 미스테리 추리 수사극 <그놈을 잡아라>를 관람했다.

연출을 한 정형석은 배우 겸 작가와 연출가로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자 현 ㈜GEP 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현 극단 ‘드림 시어터컴퍼니’ 대표다. 1988년 극단 현대극장에 배우로 입문했다.

KBS2 TV 주말시추에이션 드라마 <반쪽이네> 극본, 뮤지컬 <들풀의 노래> 각색, 영화 <친구 애인 뺏기> 각본, 영화 <여수 밤바다> 각본 감독, 애니메이션 <오락실이 있던 마을> 등을 집필했다. 영진공 시나리오 창작상 단편영화 각본부문 최우수상 수상했다.

출연작으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장보고의 꿈> <에비타> <화랑원술> <마의태자> <요셉 어메이징 드림코트> <장보고의 꿈> <들풀의 노래> <곰> <백조의 노래> <서울 에비타>, <연산군>, <유아독존>, <최강로맨스>, <용서는 없다> 등 30여 편의 영화와 뮤지컬 및 정극 출연한 연기파다.

연출작으로는 <어둠속의 햄릿> <사랑에 스치다> <뱅커맨>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우리 읍내> <굿닥터> <우린 당신이 필요해요> <포에버> <그놈을 잡아라> 그 외에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무대는 하수 쪽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경찰서, 상수 쪽에도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카페, 그리고 배경 가까이 1자 반 정도 높이의 긴 마루를 좌우로 깔고 카바레의 무대로 사용되고, 배경 오른 쪽에 공중전화기를 달아 통화를 하도록 만들었다.

수사과 형사 2인과 여순경 1인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와 무희와 그의 아버지 이외의 출연자는 1인 다 역으로 출연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연극은 도입에 1987년으로 되돌아 간다. 충주에서 전직 댄서이자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던 ‘엘리자’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현장에 있던 엘리자의 18개월 된 어린 아이는 실종된 것으로 설정되고, 엘리자의 신체의 일부는 훼손된 상태다. 당시 살인사건은 향후 20여 년간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살해된 10여명의 여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11명의 희생자들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 담당 형사 ‘조용두’와 최형사 그리고 여순경 1인이 수사를 벌인다.

그런데 경찰서에 시나리오 작가라는 ‘남지운’이 이번 사건을 소재로 작품을 쓰겠다며 불쑥 나타난다. 수사팀은 어리둥절하지만 그의 시나리오 작업을 돕기로 한다. 시나리오 작가는 형사를 사칭하고 탐문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수사과에 사건과 연관이 있는 40대 남성인 박진호가 구인되어 온다. 과거 엘리자가 살던 여관의 주인이다. 아내가 있지만 죽은 엘리자와는 불륜관계이고, 엘리자의 아기도 이 남성의 씨로 밝혀진다. 그러나 박진호는 엘리자의 죽음과는 실제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다. 그리고 서너 명의 관련자가 더 구인되어 오지만 모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가는 수사과에 몰래 들어와 책상을 뒤져 사건의 자료를 들춰보고 기록을 한다. 시나리오 작가는 그간 10여명의 살해된 여성들이 음력 3월 7일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당시에 살해된 엘리자의 생일 역시 음력 3월 7일임을 알린다. 그리고 시체에 써 붙인 亡자도 망자가 아닌 일곱 七자라는 설명을 한다. 그리고 홀로 있을 때에는 경상도에 있는 친모에게 아기가 잘 있느냐는 전화를 한다. 실은 남지운 작가의 부인 역시 연쇄 살인범에게 살해를 당한 한사람이었기에 노모에게 딸을 맡기고 진범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몰래 수사과에 홀로 들어와 서랍을 뒤지다가 형사들에게 들킨다. 그 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이 영화화되려고 했다는 것도 거짓이라는 것도 들통난다. 형사들이 대로하고 덤벼들자 시나리오 작가는 형사들의 무능 때문에 자신이 등장한 것이라며 오히려 호통을 친다.

20년 전 사건의 진범인 이중호는 죽은 댄서 엘리자의 아이를 데려다 키운 것으로 설정되고, 그 아이를 어머니처럼 대학의 무용과 학생으로 키우며 살인행각을 멈춘다. 주변사람들은 그의 잘생긴 모습과 딸을 대하는 자상한 태도에 연쇄살인범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를 않는다. 그런데 딸처럼 키운 여대생에게 남성이 접근을 하자 이중호는 그 남성을 죽이고 시체를 파묻는다. 수사과가 발칵 뒤집힌다. 죽은 남성의 체액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된다. 바로 그때 옛날 댄서 엘리자가 살던 여관집 주인인 박진호가 상습 마약 중독으로 난동을 부린다는 제보가 들어오자 수사팀은 급히 사건 현장으로 달려간다.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박진호를 찾아내 체포하려 하자 일발의 총성과 함께 무대는 암전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목발을 벽에 기대어 놓은 부상당한 조형사가 남지은 시나리오 작가와 막걸리를 들면서 조형사가 박진호에게 다리를 칼로 찔리고, 박진호는 총격으로 사망해 사건이 미궁 속에 빠진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 장면은 3737이라는 번호판을 단 택시 안에 남지운 작가가 택시기사노릇을 하는 이중호의 택시에 타고 각기 자신의 딸 이야기를 하며 어디론가 달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되고, 실제 흉악 범인이 우리들의 주위를 늘 상 배회를 해도 우리는 전혀 알 수도, 상상조차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 듯싶은 명장면이다.

정형석, 이윤선, 한동훈, 박기륭, 곽수정, 허병필, 이나율, 육민혜, 최민아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 면에서나 1인 다 역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호연을 펼쳐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홍광표, 이준영, 편준의, 이선영, 김현호, 유영준, 김은지, 정은주 등 출연진이 더블 또는 트리플 캐스팅되어 출연해 각자 호연을 보인다. 특히 박기륭과 곽수정의 1인 다 역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해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PD 임덕희, 협력 PD 이훈희, 작곡 음악 홍지연, 무대 오승임, 분장 의상 이문주, 진행 김현호, 이나율, 기획 정은주 유영준, 조연출 김은지 김유경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의 정형석 작 연출의 미스테리 추리 수사극 <그놈을 잡아라>를 이 폭염에 걸맞은 한편의 걸작 납량특집연극(納凉特輯演劇)으로 창출시켰다.

8월 15일

10, 주 쇼빌컴퍼니의 데이비드 그레고리 작 김도신 연출의 디너포유

예그린씨어터에서 극단 ㈜쇼빌컴퍼니의 데이비드 그레고리(David Gregory) 작, 김도신 연출의 <디너포유>를 관람했다. 이 연극의 원래 제목은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Dinner with a Perfect Stranger)>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데이비드 그레고리(David Gregory, 1951~)는 경영현장에서 활동하다가 돌연 하던 일을 그만두고, 노스 텍사스 대학교에 들어가 종교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댈러스 신학교에서는 신학을 공부한 후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이 책은 쎈세이션(sensation)을 불러일으키며 뉴욕에서 베스트셀러로 부상해 무명의 신학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그라자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가족 간의 종교 갈등 문제를 다룬 <예수와 함께한 가장 완벽한 하루>를 발표하고, 이 두 권의 소설로 독자를 확보한 그는 세 번째 소설인 (예수와 함께한 직장생활>을 통해 탁월한 창의력을 소유한 작가로 인정받는다.

저서로는 <놀라운 만남The Marvelous Exchange><복음서에 남은 이야기 The Rest of the Gospel> 등이 있고, 현재는 고향인 텍사스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김도신(1969~)은 세종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대학원 공연예술학 석사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카르멘>, <우리 동네>, <동물원>, <억수로 좋은날>, <키스 앤 메이크업>,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 <올 댓 재즈>, <완득이>, <아이 러브 쇼 보트>,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헬로 마마>, <루나 틱>, <디너 포 유> 등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고 <디너 포 유> 연출과 출연도 했다.

무대는 주택의 거실로 사용이 되고, 레스토랑으로도 설정된다. 정면 벽에는 르네상스시대와 인상파시대에 그린 미술작품의 복사본을 26개의 크고 작은 액자에 넣어 걸어놓고, 중앙에는 책장과 장서가 꽂혀있다. 무대 중앙에 원형의 식탁이 있고 고풍스런 의자가 양쪽에 놓여있다. 식탁을 상수 쪽으로 옮기고 중앙의 책장을 백색 판으로 가리면 레스토랑이 된다. 원형식탁에 마주앉아 음식을 들던 2인이 장면전환에 따라 반으로 나뉜 원형의 식탁에 서로 거리를 두고 각기 앉아 음식을 들기도 한다. 무대 좌우에 낮은 탁자를 배치하고 그 위에 꽃병을 올려놓았다. 무대 좌우로 등퇴장 로가 있다.

연극의 내용은 평범한 샐러리맨인 주인공이 어느 날 나사렛 예수 로부터 저녁식사 초대장을 받는다.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이라 생각 하고 있던 참에 마침 하찮은 일로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뾰루퉁 해진 판에 주인공은 핑계 낌에 초대장에 적힌 레스토랑으로 간다. 주인공은 레스토랑에서 자신을 예수라고 소개하는 낯선 남자와 대면을 한다. 줄친 감색 네오마이를 단정하게 차려 입고 닭 벼슬 같은 최신 유행머리를 한 잘생긴 신사다. 이 남자는 오늘 저녁식사 동안만 자신을 예수로 생각 해 달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제안을 한다. 처음부터 장난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은 상대의 제안을 농담처럼 받아들이지만, 한마디 두 마디 대화가 오고가고, 질의응답이 계속되면서 주인공은 초면의 남자의 대화에 차츰 빠져 들게 된다. 이 두 사람의 대화는 재치문답처럼 이어지기도 하고, 교회와 신에 관한 질문과 답변에서 남자의 대답은 정곡을 찌르고, 기상천외의 답변으로 주인공을 대화에 몰입시킨다. 하느님은 교회에 계시지 않고, 그를 믿는 자의 가슴속에 있으며, 마더 테레사나, 아돌프 히틀러나, 인간의 선악판단기준과는 관계없이 하느님에게는 똑같은 자식이고, 주인공이 자식을 사랑하듯 하느님은 모든 인류를 자식처럼 사랑하고, 또 주인공이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릴 수 있듯이, 하느님도 인류를 위해 목숨을 버리셨으며, 예수가 바로 인류를 위해 목숨을 버린 하느님 자신임을 천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열두 제자가 자신의 부활을 직접 대면하고, 확인하고 나서야, 복음으로 하느님의 부활을 전하게 된 것이라며 예수가 바로 하느님인 자신임을 알린다. 대단원에서 사람들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예수의 손바닥에 못을 박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손바닥으로는 몸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기에 손목에 못을 박았다며 손목에 박힌 못 자국을 보이기도 한다. 예수가 대화를 끝내고 사라지면, 주인공은 집으로 꽃과 와인을 들고 들어간다. 그리고 아내에게 꽃을 건네며 오전에 화를 내고 집을 나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아내를 꼬옥 껴안고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 연극은 시종일관 잔잔한 대화로 연극을 이끌어가고, 비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내용을 전개시키는가 하면, 간단한 설명과 정곡을 찌르는 답변으로 주인공 뿐만 아니라 관객을 납득시키고, 하느님의 뜻을 거의 완벽하게 객석에 전달시킨다는 점에서, 기독인이나 비기독인을 막론하고, 자신의 가슴속 깊은 곳에 하느님을 포용하도록 만드는 감동적이고 성스럽기까지 한 공연이다.

최성원 차용학 김보강이 예수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되어 각기 출연하고, 남편 역으로 김도신과 조춘호가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유 연 서유림 전재현이 아내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김 찬과 김보현이 식당지배인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장채은이 식당종업원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연기력은 물론이고 완벽한 대사 전달로 해서 작품의 내용은 물론 주제까지 명확하게 전달을 함으로 해서 관객에게 감동을 유발시킨다.

무대감독 조만호, 각색 조연출 김경태, 무대디자인 이은경, 조명디자인 임효섭, 의상디자인 김미정, 분장디자인 이승환, 사진 유승진, 디자인 이성희, 기획 이주원 주보라, 프로듀서 김현준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어우러져, 극단 ㈜쇼빌컴퍼니의 데이비드 그레고리(David Gregory) 작, 김도신 연출의 <디너포유(Dinner for You)>를 마음과 정신을 맑고 산뜻하게 해주는 건강하고 감동적인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월 16일

11, 극단 에이치프로젝트의 한윤섭 작 연출의 성호가든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극단 에이치 프로젝트의 한윤섭 작 연출의 <성호가든>을 관람했다.

한윤섭은 서울예술대학에서 극작을, 프랑스 헨느대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극작가와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 전국창작희곡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 <열린문>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을 창단한 후 2015년 극단 이름을 에이치프로젝트로 바꿨다 극단 대표인 한윤섭은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 발표한 희곡 작품으로 <굿모닝 파파>, <만적의 난>, <아! 바그다드>, <엄마! 지구랑 놀아요>, <후궁 박빈>, ‘<조용한 식탁> <오거리 사진관> 등이 있다. 제11회 문학 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봉주르, 뚜>는 그의 첫 장편동화다.

2017년 대한민국 연극제 본선에 이례적으로 <성호가든>, <오거리 사진관>, <굿모닝 씨어터>가 올렸으며 극단 파도소리의 한윤섭 작 강기호 연출의 <굿모닝 씨어터>로 희곡상과 대상을 수상하였다. 2013년 연극<하이옌>으로 거창 국제연극제 대상, 2015년에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오거리 사진관>으로 희곡상과 금상을 수상했다. 2015년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에서 금상 <수상한 궁녀> 수상, 2016년에는 극단‘아시랑’과 합동 공연하여 고마나루 연극제에서 대상 <절세가인 효녀 노아> 수상했다.

<성호가든>은 닭과 개를 의인화시키고, 닭 전문음식점인 <성호가든>을 배경으로 주인부부와 손님, 그리고 종업원 간의 얽힌 이야기를 충격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무대는 정면에서 비스듬히 양옥풍의 건물이 있고 그 옆에 <성호가든>이라고 세로로 쓴 간판을 높이 달아놓았다. 건물은 계단으로 오르게 되어 있다. 무대 하수 쪽에 닭장이 있고, 그 안에 수십 마리의 토종닭을 가둬놓고 기른다. 닭은 만든 닭이지만 실제 모습에 방불하다. 횃대 대신, 긴 널판을 닭장 주위에 계단식으로 연결시키고, 의인화 된 주인공 닭이 널판을 딛고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 닭 울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닭장 주변은 철망으로 가려져 닭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철망 뒤쪽에 닭 잡는 도구가 담긴 양동이가 있다. 상수 쪽에는 개집이 있고, 의인화 된 커다란 몸집의 개가 긴 줄에 매여 마당에 내려서, 닭장 가까이 오기도 한다. 배경 오른쪽은 등퇴장 로가 있고 닭장 뒤에도 샛길이 난 것으로 설정된다. 장면변화에 따라 배경에는 수많은 별빛이 명멸함을 볼 수 있다.

연극은 도입에 헝겊을 묘하게 짜깁기를 해 닭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힌 의인화 된 닭이 횃대를 오르내리며 펼치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찰스라는 이름을 가진 닭은, 6개월이면 성장을 마쳐 음식으로 제공되는 여느 닭과는 달리, 2년간 이 닭장에서 생존해 있었음을 알린다. 개장에서 메리라는 개가 다가와 으르렁대며 참견을 하면서 찰스라는 닭을 꼭 물어죽이겠다는 의사를 나타낸다. 그 때 중키에 탄탄해 보이는 몸집을 가진 음식점 주인이 등장해, 닭장을 열어 모이를 주고, 닭을 잡아 그 자리에서 목을 비트는 장면이 연출된다. 개장 앞으로 가서 개에게도 먹이를 주는데, 개 먹이는 닭의 내장이라는 것이 알려진다. 주인의 부인이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고, 부인은 미인인데, 앞을 잘 보지 못하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부인은 한 때 찰스라는 남자친구와 가까운 사이였는데, 찰스가 <성호가든>을 방문한 다음 급작스레 행방불명이 되었고, 부인은 늘 찰스생각을 하며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성호가든>에 직업소개소 사장이 조선족 여인을 데리고 등장한다. 사장은 음식점 주인에게 소개비를 두둑이 받고 여인을 맡기고 떠난다. 주인은 조선족 여인에게 다가가 몸을 여기저기 만져본다. 여인이 저항을 하자, 불법 체류자를 맡아줄 사람은 자신뿐이라며, 옷을 들추고 벗긴다. 이 광경을 보며 개 메리가 짖어대기 시작한다. 이 때 주인여자가 등장을 한다. 앞을 못 보는 부인은 당연히 남편과 여인의 행태를 보지 못한다. 남편은 여인을 닭장 뒤 샛길로 해서 어디론가 데려간다.

<성호가든>의 일상이 되풀이 되면서, 식당주가 메리를 데리고 등장한다. 메리는 성대수술을 해 짖지를 못하는 개가 된다. 찰스는 메리가 짖지 못하자 분노를 표한다.

<성호가든>의 정기휴일이 된다. 주인은 모이와 먹이를 주고, 낚시질을 하러 떠난다. 얼마 안 되어 직업소개소 사장이 엽총을 들고 샛길로 등장한다. 여주인이 집 밖으로 나오자, 그녀에게 다가간다. 놀라며 어떻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왔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샛길통로로 왔노라고 답하며, 그녀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욕망을 고백한다. 닭장 속 찰스가 꼬꼬댁거리며 울어대니, 사장은 엽총을 발사해 닭 몇 마리를 죽인다. 여주인은 사장에게 엽총을 하루만 빌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눈 때문에 먹는 약의 성분을 알아봐 달라고 하며, 사장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장면이 바뀌면, 여주인이 조선족 여인을 부른다. 여인이 지은 죄도 있어 서먹서먹해 하며 여주인에게 다가가니, 여주인은 오히려 여인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언니라고 부르라고 이른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광경이 연출된다.

총을 찾으러 온 직업소개소 사장이 총을 찾아들고, 약의 성분을 이야기한다. 눈이 점점 더 나빠지는 약이고, 그러면서 메리에게 방아쇠를 당겨본다. 총이 발사되고, 메리가 죽는다. 찰스가 꼬꼬댁거리자 닭장을 향해 총을 또 발사한다. 여주인과 직업소개소 사장의 이야기로 여주인의 남자친구 찰스가 죽게 된 까닭과 찰스의 시신이 닭의 모이가 되면서 영혼도 닭에게 옮겨져 찰스라는 닭이 생겨난 사연이 밝혀진다. 그러나 찰스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직업소개소 사장이 발사한 총에 맞아 쓰러진다. 여주인은 총을 뺏어 소개소 사장을 사살한다.

대단원에서 여주인은 조선족 여인과 힘을 합쳐 음식점 주인마저 사살한다. 음식점 주인의 영혼도 닭에게로 옮겨져, 주인은 닭장 속 한 마리의 수탉으로 남아 날개를 푸득거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태훈이 성호가든 주인, 고인배가 직업소개소 사장, 황순미가 여주인, 찰스 태준호, 조선족 여인 전지혜, 메리 권세봉, 그리고 김서년, 마정덕, 양소영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독특하고 탁월한한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장용석, 무대디자이너 민병구, 조명디자이너 이금철, 의상디자이너 이원영, 음악 이고운, 기획 김현중 등 스텝진의 기량도 돋보여 극단 에이치프로젝트의 한윤섭 작·연출의 <성호가든>을 세계시장에 내 보여도 좋을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8월 16일

12, 극단 바람처럼과 코르코르디움의 장 아누이 작, 황시백 김도영 번역, 전중용 각색 연출의 <유리디스>

성북동 여행자극장에서 극단 바람처럼과 코르코르디움 공동제작의 장 아누이 작, 황시백 김도영 번역, 전중용 연출의 <유리디스>를 관람했다.

장 아누이(Jean Anouilh, 1910∼1987)는 1910년 보르도 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덕분에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샹젤리제 극장에서 자주 공연을 관람했는데 1928년 공연된 장 지로두(Jean Giraudoux)의 <지그프리트(Sigfried)>에 완전히 매료되어 연극을 하기로 결심한다. 당시 샹젤리제 극장의 상임 연출가였던 루이 주베(Louis Juvet)의 비서로 취직하게 되면서 연극계에 몸담게 된다. 1932년에 발표된 첫 작품 <흰 담비(Hermine)>가 성공을 거두자 아누이는 극작가의 길에 전념하기로 한다. 이후 조르주 피토에프(George Pitoeff)의 연출로 1937년에 공연된 <짐 없는 여행자(Le Voyageur sans bagage)>의 대성공으로 아누이는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1937년에 만난 연출가 피토에프와 앙드레 바르자크는 장차 연출가로서도 활동하게 되는 아누이에게 무대 공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해 준다.

<짐 없는 여행자>, <안티고네>, <도둑들의 무도회(Le Bal des voleurs)>, <종달새(L´Alouette)>, <베케트 또는 신의 영광(Beckett ou l´Honneur de Dieu)> <투우사의 왈츠(La Valse des Toréadors)> 그 외에 50여 편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장 아누이의 작품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주제에 따라 ‘검은 희곡’, ‘화려한 희곡’, ‘장밋빛 희곡’, ‘익살스러운 희곡’으로 분류된다.

번역을 한 황시백은 195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교 불어교육과에서 공부했다. 속초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고, 또 한국글쓰기연구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불어선생을 하면서 희곡 <유리디스>를 번역했으나 아무도 공연을 하지 않았다. 시골 불어선생이라 얕잡아봤기 때문인가? 황시백은 농사를 짓는 농부였고 동무들 집을 짓는 목수였다. 그는 동무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살고 싶어 했다. 그런 그가 평생 기대고 싶어 했던 것은 아이들, 함께 나누는 밥상, 괭이로 곡식 일궈 먹는 산자락이었다. 그가 기대고 싶었던 것은 결국 그가 평생에 걸쳐 지켜 내고자 했던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 내면서 스스로 땅을 일궈 함께 나누는 밥을 먹고 싶어 했던 그는 세상을 지독히도 사랑했고, 세상은 그를 불편해했다. 그러했기에 그의 영혼은 세상과는 끝끝내 불화할 수밖에 없었다.

황시백이 쓴 <애쓴 사랑>은 세상을 사랑했던 한 영혼이 써 내려 간 아름다운 불화의 내면을 기록한 것이다.  세상과 싸웠던 사람. 그러나 그의 싸움은 이기는 일이 아니라, 언제나 지는 길을 택하였으며, 지는 것으로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진정을 지켜 낸 사람. 그이의 싸움은 가난과 밥상, 아이들에서 시작하였고, 밭고랑에 돌을 고르는 것으로 그 싸움의 맨 마지막 자리를 지켰다. 초라하고 헐벗은 것들 앞에서는 한없이 몸을 낮춰, 지독히도 세상을 사랑하였기에 끝끝내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한 영혼 황시백이다.

1951년 마산에서 태어나 2008년 사잇골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그이는 불어교사였고, 농사꾼이었고, 목수였고 떠오르지 않은 작가였다.

연출을 한 전중용은 중견배우다. <괴물이 산다> <빛의 연인들> <공장> <히에른 완전한 세상> <로드 시어터> <돌연히 멈춤> <두 코리아의 통일> <죽음과 소녀> <벨기에 물고기> 등에 출연해 호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1946년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 감독의 영화 오르페가 기억에 남는다. 장 마레(Jean Marais, 1913~1998)가 오르페, 마리 데아(Marie Dea, 1912~1992) 유리디스로 출연하고, 줄리엣 그레코(Juliette Greco)가 데뷔한 영화다.

<흑인 오르페(포르투갈어: Orfeu Negro)>는 1959년 브라질에서 제작된 마르셀 카뮈(Marcel Camus.1912~1982). 감독의 영화이다. 브라질의 시인 비니시우스 지모라에스가 극본을 쓴 연극 《Orfeu da Conceição》을 영화한 것으로,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스의 비극을 현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바축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옮겨놓은 것이다. 영화는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필자는 영화 <흑인 오르페>의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Antônio Carlos Jobim, 1927~1994)이 작곡한 주제가가 기억에 남고, 오르페가 유리디스의 시체를 안고 가면서 하는 마지막 대사 “밤은 새어가오, 내 마음은 잠들은 비둘기처럼 평화롭소, 유리디스 내게 새 날을 마련해 줘서 고맙소, 당신은 내 가슴 속에 있고 나는 잠자는 아이처럼 평화로운 당신 속에 있소.”라는 대사와 영화의 도입에 오르페가 어린이들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기타소리를 들어야 태양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떠오른다.” 라는 이야기를 하니, 동녘 하늘에 태양이 떠올랐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 어린이들이 죽은 오르페 대신 기타를 연주하니 태양이 떠오르고 태양이 뜨니 어린이들이 열광하며 춤을 추던 감격스러운 장면이 평생 기억에 남는다.

<흑인 오르페>는 195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1960년 아카데미 영화제와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1961년 BAFTA상 최우수외국어 영화상도 수상했다.

1999년에는 카를로스 디에구에스(Carlos Diegues) 감독에 의해 <오르페우>란 제목으로 리메이크 됐다.

장 아누이 작 <유리디스>를 1991년 프랑스 파리 공연에서는 조르쥬 윌슨 연출, 소피 마르소가 유리디스, 랑베르 윌슨이 오르페로 출연했고, 2000년 뉴욕 공연에서는 리처드 버튼이 오르페, 도로시 맥과이어가 유리디스로 출연했다. 2003년에는 사라 룰(Sarah Ruhl)의 <유리디스> 공연이 있었다.

무대는 객석이 양쪽으로 자리를 잡고 그 가운데가 무대다. 벤치, 의자, 침상이 배치되고, 대각선으로 세운 두 개의 철제 봉에 여러 방향의 표지판을 달았고, 그 옆에 화분을 올려놓은 대가 있다. 달리는 기관차의 정지음향이 연극의 도입과 장면전환에 따라 효과적으로 들려나오고, 출연자들의 동선은 무대 양쪽 객석 뒤를 돌기도하고 출입문을 사용하기도 한다.

악사 오르페와 아버지가 여행 가방을 들고 등장해 역에 대기하고, 거기에 이동극단 단원인 유리디스가 등장한다. 유리디스는 어머니와 잠시 헤어져 우연히 오르페와 대면한다.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처음 본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운명처럼 다가간다. 오르페는 함께 떠나려던 아버지와, 유리디스는 극단 단원들과 헤어진다. 단원 중에는 유리디스의 애인인 마티아스가 있어 그녀가 보이지를 않으니 찾아다닌다.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사랑을 맹세하고 숙박업소에서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두 사람이 일어나 함께 식당으로 가려고 하니, 유리디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데가 싫다며 자신이 혼자 나가서 음식을 사오겠다며 나간다. 그 사이 유리디스의 애인 마티아스가 등장하고 이동극단 단원들이 등장해 유리디스를 찾는다. 그 사이 유리디스는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 장면이 바뀌면 앙리라는 죽음의 사자가 등장한다. 오르페에게 다정하게 대하면서 조건을 달아 저승으로 간 유리디스와 해후하도록 만든다. 저승에서 유리디스를 만난 오르페는 그녀를 정면으로 보지를 못한다. 함께 이승으로 나오려고 해도 정면으로 보는 순간 다시 저승으로 가게 되는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반기고 사랑을 확인하지만, 어찌 쳐다보지 않을 수 있으랴?

결국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정면으로 서로 쳐다보게 되고, 영원한 이별로 향하게 된다.

대단원은 홀로 떠난 줄 알았던 아버지가 트렁크를 들고 등장해 오르페를 반기며 아들과 함께 순회연주를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강해진이 유리디스, 김태훈이 오르페, 전규일이 아버지, 김은희가 저승사자 앙리, 권택기가 벵상, 이서원이 유리디스의 어머니, 조찬희가 극단 단장, 정은성이 유리디스의 애인 마티아스, 김유남이 단원 겸 전령으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 유영봉, 조명 노명준, 음악 이경준, 의상 분장 전주영, 음향 정혜수, 드라마터그 양정현, 기획 코르코르디움, 음향오퍼 박아름, 조연출 조명오퍼 정인혜, 움직임지도 김지연, 아코디언지도 천정하, 탱고지도 강미선, 바이올린지도 변민지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바람처럼과 코르코르디움 공동제작의 장 아누이 작, 황시백 김도영 번역, 전중용 연출의 <유리디스>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8월 22일 박정기(朴精機)

13, 극단 신협 창단 70주년 기념공연 최치림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안치용 각색 연출의 <하믈레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신협의 최치림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안치용 각색 연출의 <하믈레트>를 관람했다.

극단 신협의 모태는 1947년 4월 경 창단된 극협(劇藝術協會)이다. 이 단체는 이미 1947년 1월30일 해체된 극단 전선의 김동원, 이해랑, 이화삼, 윤방일 등이 유치진과 함대훈을 고문으로 이진순과 함께 음악가 이안드레아의 재정적 후원으로 창단한 극예술원으로 출발하였으나, 1947년 2월 25일 유치진 작, 연출로 <조국(2막)>을 창립공연으로 올리고 재정난으로 해산하게 된다. 이후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동인제 극단 ‘극협’으로 재창단하게 되는데, 이 때 창단멤버에는 유치진, 이해랑, 김동원, 이화삼, 박상익, 장훈, 김선영, 윤방일, 조미령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후 1949년 1월 12일 대통령령 제47호로 공포된 국립극장 설치령에 따라 초대 국립극장장으로 선임된 유치진은 극단 극협을 전속극단으로 편입하면서 명칭을 ‘신극협의회(新劇協議會)’(약칭: 신협)으로 개칭하고 극작가 이광래를 간사장으로 하여, 1950년 1월19일 국립극장을 발족하게 된다. 국립극장 전속극단으로서 ‘신협’ 초기 멤버에는 이해랑, 김동원, 박상익, 오사량, 최삼, 전두영, 송재로, 이화삼, 주선태, 박제행, 박경주, 고설봉, 장훈 등 남자배우와 김선영, 유계선, 황정순, 유해초, 백성희 등 여자배우가 주축이 된다.

국립극단 전속극단으로서 신협은 1950년 6.25 동란의 피난시절에도 피난지 대구와 부산에서 민간 공연 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서울 환도 후에는 국립극장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극단으로서 명성과 인기를 누렸다. 극단신협의 창단 공연은 유치진이 쓰고 연출한 1947년 2월, 지금은 없어진 광화문에 위치하고 있었든 국제극장 무대에 올려진 <조국>이다. 이후 <자명고>를 비롯하여 국립극장 개관 당시에는 <원술랑>, <뇌우>, 피난지 대구에서의 셰익스피어 비극 <햄릿>, 환도 후, 미국의 현대극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세일즈맨의 죽음>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민간극단 신협으로 재출발한 1958년 ‘신협 재건 공연’으로 유치진 작 이해랑 연출로 <한강은 흐른다>, 국내 초연 <파우스트> 등 창단 이후 번역극과 창작극을 꾸준히 공연하며 오랜 기간 한국의 연극사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최근 2007년도에는 신협 창단 60주년을 기념하여 <더러운 손>, <타바코 로드>, <킹 앤 햄릿>, <스승과 제자의 꿈>이 릴레이 공연으로 올렸으며, 2011년에는 박정기 작, 전세권 연출의 <사진속의 젊은이>, 2014년 7월에는 루드비히 홀베르 작, 안치용 연출의 <변해버린 신랑> 공연으로 155회 공연을 기록하고 있다.

안치용은 셰익스피어 햄릿 한국공연사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번 공연을 각색 및 연출한 극단 신협 대표이자 연극배우 겸 연출가다. 안치용은 “이번 기념공연에서 작품의 핵심 콘셉트나 관점을 ‘하믈레트와 오필리어’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에 두고자 한다.”며 “이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의 문제를 ‘비극적 멜로’ 혹은 ‘비극 같은 멜로’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면서 동시에 진정한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비극적 사랑의 결말을 통해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의미를 생각하고자 한다.” 또한 “작금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속적 출세를 위해 금권과 권력을 이용하고 더 나아가 ‘순수한 사랑’이 아닌 철저히 ‘계산된 사랑’을 지향하는 세대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진실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묻고자 한다.” 고 연출의도를 조용히 밝힌다.

무대는 전체에 10개의 기둥형태의 조형물을 세우고, 그 사이사이가 등퇴장 로로 설정이 되고 출연자들의 동선으로 활용된다. 기둥 조형물 중에는 꺾이어 기둥을 받치고 있는 철제 봉들이 노출이 되기도 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햄릿>은 5막 19장으로 구성되었으나, 금번 극단 신협의 안치용이 각색 및 재구성한 <하믈레트>의 주요 장면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너는 누구냐! : 연극의 시작으로서 ‘하믈레트’의 꿈을 상징한다.

제1장: 약한 자여!: 어머니의 배신과 죽은 선왕을 위한 복수를 보여 준다.

제2장: 죽느냐! 사느냐! : 선왕을 위한 복수와 망설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책망을 그린다.

제3장: 아 오필리어! :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청초한 오필리어와의 사랑과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그려진다.

제4장: 산자를 위한 레퀴엠: 현왕 클로디어스와 어머니 거투르드와의 갈등 그리고 아버지 의 죽음에 대한 레어티스의 복수심을 이용하는 간교한 클로디어스를 부각시키는 내 용으로 구성된다.

제5장: 그대 가슴에 별을 묻어라! : 오필리어의 죽음과 하믈레와 레어티스의 결투로 이어지 면서 최후를 맞이하는 클로디어스와 거투르드 그리고 레어티스와 하믈레트의 죽음 이 그려진다.

에필로그: 꿈은 침묵의 소리인가? : 죽은 오필리어의 영혼이 되돌아온다. 그리고 죽은 이들 을 위로하는 애절한 몸짓으로 이들을 감싸 안아 함께 먼 길을 떠나는 것으로 연극은 마무리 된다.

연극은 원작의 내용을 따라 전개가 되지만 장면변화마다 여자 해설자가 등장해 각 장의 제목을 소개한다. 그리고 왕비 방에서 햄릿과의 대화를 몰래 엿듣다가 햄릿의 칼에 찔려 사망하는 폴로니어스를 극중극 장면에 햄릿의 부왕 역으로 출연도록 해 독약을 직접 귀에 넣어 사망하도록 변형시키고, 대단원에서 독배와 독이 묻은 검에 찔려 사망한 출연자들이 오필리어가 들고 등장한 꽃다발과 그 향기를 맡고 햄릿을 비롯해, 레어티스, 숙부왕 클로디어스,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등이 모두 소생해 다 함께 어깨를 껴안고 퇴장하는 아름다운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

거트루드 역 허윤정 탤런트 겸 연극배우(안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하믈레트 역에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연극 “날아라 박씨”, “화랑”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한 송태윤, 오필리아 역에는 연극 “경허 <Empty Mirror>”, “유리동물원” 등에 출연한 강민정, 클로디어스 역에 장보규, 폴로니어스 역에 이기열, 호레이쇼 역 진장우, 레어티스 역 권형준, 극중극 왕 이민규, 극중극 왕비 최새봄, 극중극 광대 박현준, 최수영 등이 출연해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연을 해 보인다. 다만 대사전달이 약한 것이 흠이다.

예술감독 최치림, 제작 총감독 김흥우, 공동안무 천소연 조한얼, 무대디자인 민병구, 음향디자인 한 철, 분장 김민지 김예진, 조명감독 정진철, 조명오퍼 허재용, 조명크루 김광민 유환태 류동화 정은이 최성민 최유나 최진주 추대현 여국군 김하림 백하림, 무대진행 윤병기, 스틸 홍보영상 김창수 이정은, 기획 김순국 등 제작진과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을 합하여, 극단 신협 창단 70주년 기념공연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안치용 각색 연출의 <하믈레트>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8월 24일 박정기(朴精機)

14, 연희단거리패의 에드워드 올비 원작, 이윤택 재창작 연출의 <노숙의 시>

30스튜디오에서 에드워드 올비 원작 이윤택 재창작 연출의 <노숙의 시>를 관람했다.

<노숙의 시>는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의 <동물원 이야기>를 시대와 배경을 한국으로 바꿔 재창작한 작품이다. 에드워드 올비는 미국 극작가 겸 연출가다. 워싱턴에서 출생해 어릴 때 부호 올비 집안의 양자가 되었는데, 가정생활은 유복했지만 애정이 결핍되어 뒤에 작품 주제의 방향이 가정불화, 부부의 갈등 등으로 기울어졌다. 대학 중퇴 뒤에는 뉴욕에서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창작을 시작했다. 1959년 현대생활의 폭력적인 인간관계를 그린 단막극 <동물원이야기>가 베를린에서 초연되어 주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를 벗어난 소극장에서 상연하는 극)에서도 <미국의 꿈>(1961)을 포함한 단막극이 차례로 공연되어, 미국 전위극의 기수로 등장하게 되었다. 1962년에는 처녀 장막극으로 황폐한 가정의 실체를 그린 대표작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하였다. 이후 철학적인 <작은 앨리스>(1964), 중년 남녀가 좌절감에 흔들리는 심리와 권태를 그린 퓰리처상 수상 작품 <델리키트 밸런스>(1966), <바다의 경치>(1975) 외에 사실주의적 장막극이나 실험적 단막극을 발표하여, 1960년대를 대표하는 극작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미국의 꿈에 대한 허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점에 있다. 특히 가정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잔혹함이나 고독이 가져오는 황폐를 파헤치는 등 예리한 필치로 문명비평을 했다.

<동물원 이야기>의 내용은 햇볕이 따뜻한 일요일 오후. 40대 초반의 출판사의 관리직에 있는 평범하고 전형적인 중산층인 피터는 센트럴 파크의 한적한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이때 초라한 모습의 제리가 다가와서 느닷없이 동물원에 갔다 왔다고 하면서 내켜 하지 않는 피터와 대화를 시작한다. 대화 중에 피터가 부인과 두 딸에, 잉꼬 2마리, 고양이 2마리가 있다는 걸 알아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정작 제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만남이고, 대화이다. 스스로 “영원한 방랑객”임을 자처하는 제리는 무슨 얘기를 해도 피터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려 하지 않자 드디어 개와의 접촉을 시도한 ‘제리와 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하려 했던, 그 어떤 것하고의 만남을 위한 노력을 이야기하지만, 피터에게 그의 얘기는 이해되지 않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피터와의 대화의 실패를 인식한 제리는 동물원에서 있었던 얘기를 빌미로 피터의 유일한 안식처인 공원벤치를 폭력으로 빼앗으려 한다. 이전까지 소극적이고 소심하게 반응하던 피터는 안식처를 빼앗길 위험에 처하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제리는 한 때 깡패였던 자신과 공평한 싸움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피터에게 칼을 준다. 이윽고 제리는 두려움에 떨면서 칼을 쥐고 있는 피터에게 돌진하여 스스로 칼에 찔리고,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마침내 소원하던 진정한 만남을 이룬다.

이윤택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서울연극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군대에 갔다. 부산 우체국, 한일합섬, 한국전력 등 열세 가지 직업을 거친 후 1979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일보 편집부 기자로 일했다. 연극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연극판에 뛰어든 것이 서른다섯 살이었다. <오구, 죽음의 형식>, <시민 K>, <문제적 인간 연산>, <느낌 극락 같은> 다양한 작품을 공연하면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한국 연극의 원류를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2005년에는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맡았고 2008년에는 석·박사 학위 없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돼 화제가 됐다. 1991년 서울연극제 대상,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등 2015년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이윤택의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7월 부산 가마골소극장 개관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민간 소극장 연극 정신과 방법론을 탐구하는 실험극단으로 출발했다. 이후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을 중심으로 지역과 경계를 넘나들었다. ‘오구’, ‘바보각시’, ‘느낌극락같은’, ‘시골선비 조남명’, ‘아름다운 남자’ 등 전통과 동시대를 만나게 하는 작품은 물론 ‘햄릿’, ‘허재비놀이’,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코마치후덴’, ‘피의 결혼’ 등 해외극을 한국의 독자적인 현대연극 양식으로 수용하는 작품들로 호평 받았다.

1990대 이윤택은 일본의 도야마 현 도가예술촌으로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다. 도가무라는 1973년 원래 다섯 채의 갓쇼즈쿠리(짚으로 지붕을 엮는 방식의 전통 가옥 형태)를 모모세강 유역에 모아 「도가 갓쇼문화마을」이라 이름지었다.

1976년에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領木忠志, 1939~)가 이끄는 와세다 소극장(현 극단 SCOT : Suzuki Company of Toga)이 이곳으로 거점을 옮기고 갓쇼즈쿠리의 민가를 개조하여 「도가산보」라 이름짓고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로부터 수많은 관객이 찾아올 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지혜가 서려 있는 산촌에서의 예술 활동으로서 각 계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1982년에는 그리스 식의 야외극장(이소자키 아라타 설계)을 신설, 스즈키 다다시는 그 동안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살려 일본 내 최초의 세계 연극제 「도가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또 1983년에는 스즈키가 창출한 배우 훈련법인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를 가르치는 「국제 연극 하계대학」을 열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시설이 도야마 현으로 이관되어, 갓쇼 문화마을은 도야마 현립 도가 예술공원이 되었다. 그 후로 도야마현 난토시 (도가마을은 2004년 행정구역 합병으로 난토시가 되었다.)에 의해 극장, 연습실, 숙소 등이 차례로 정비되어, 현재 주변의 「도가다이산보」,「리프트 씨어터」를 포함한 7개의 극장, 연습실, 200명 이상 숙박 가능한 숙소에 이르기까지 무대예술의 일대 거점이 되었다.

매년 여름에 이루어지는 「SCOT 썸머 시즌」, 다국적 배우에 의해 올려지는 무대공연, 전세계의 배우를 위한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 교실, 아시아 각국의 연출가들에 의한 「아시아 연출가 페스티벌」, 일본의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인 콩쿨」, 「고교생 하계 연극교실」등의 인재 육성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윤택은 일본 도야마현 도가예술촌을 방문한 후 1999년 1월 고향 밀양의 한 페교에 연극촌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창고극장, 숲의 극장, 우리동네극장, 가마골소극장, 스튜디오극장, 성벽극장이 차례로 건립되고, 자료관, 사무실, 편의점, 식당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윤대성 문학관이 들어서고, 해마다 7월과 8월이면 밀양연극제를 개최해 금년 2016년에는 제16회 밀영여름공연예술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로 인해 밀양시에는 2016년에 국립극장에 버금가는 밀양아리랑 아트센터를 개관하고, 12일간의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작품으로 전석매진이라는 대성황을 거두었다.

이윤택은 경남 김해시 생림면 낙동강 끝자락 마을 도요리 도요마을 중심에 있는 폐교에도 각종 발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마을 주변 빈집을 사들여 예술인 숙소, 연기 훈련장, 출판사, 카페, 방문객 숙소 등으로 수리해 도요 예술공동체를 형성했다. 거기에 도요출판사까지 차렸다. 2016년에는 20년 만에 시집과 시극<숲으로 간다>를 집필하고 출판했다. 2016년에는 30스튜디오를 개관하고, 2017년에는 부산 가마골소극장을 개관하고 부산 연극의 메카로써의 자리매김을 시작했다.

<노숙의 시>는 1959년의 사라호 태풍, 1960년의 4 19 혁명, 1961년의 5 16 군사 쿠데타, 1967년의 동백림 사건, 1980년의 5 18 광주민주화투쟁, 1987년 6 29선언, 2016 광화문 광장의 촛불시위 등이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되었다.

무대는 긴 벤치 하나로 공원이라는 설정과 거기에서 책을 읽는 중년남성, 그 옆에는 긴 대의 마포걸레와 청소도구가 담긴 버킷을 벽에 기대어 놓은 게 보일 뿐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노숙인이 가까이 다가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연극의 주인공이 인생의 특정한 시점에 자신의 과거를 회상할 경우, 그것은 반드시 어떤 서사의 형태로 재구성된다. 이것은 왜곡도 아니고 조작도 아니다. 인간 존재의 필연적 조건이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 그리고 내가 바라는 미래의 나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큰 서사 속에서 구성하고 파악한다. 주인공이 바라보던 자신의 모습을, 민족사의 비극을, 가족과 개인의 역사 안에 안고 있었던 실상을 상대역을 하는 배우에게 털어놓지만, 실제로는 관객에게 고백하는 것이다.

이 연극의 목적의식이 그러하기 때문에, 한적한 공원에서의 벌어진 사건과 전개 그리고 비록 죽음으로 결말을 맺게 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실은 단순한 사실을 넘어선 역사적 사실, 즉 완벽한 한편의 서사극으로써 우리는 받아들이게 되고, 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관록파 명계남의 중후한 연기와 오동식의 넘실대는 푸른 파도 같은 연기는 서로 대비를 이루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예술성을 상승시킨다.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음악 김한주, 무대감독 김한솔, 사진 김용주, 기획홍보 노심동, 홍보디자인 전소현 이아름, 조명오퍼 박정우, 음향오퍼 송성령, 무대소품 의상제작 월산프로젝트, 후원 서울문화재단 ㈜ 임펙 엔터프라이즈, 협찬 명배우연기학원 등 제작진과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에드워드 올비 원작 이윤택 재창작 연출의 <노숙의 시>를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서사극으로 탄생시켰다.

8월 25일 박정기(朴精機)

15, 극단 的의 제니퍼 헤일리 작, 마정화 번역 드라마터그, 이 곤 연출의 <네더>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극단 적(的)의 제니퍼 헤일리(Jennifer Haley) 작, 마정화 번역 드라마터그, 이 곤 연출의 <네더(The Nether)>를 관람했다.

제니퍼 헤일리(Jennifer Haley)는 미국의 유망한 여류작가로, 극작가 파울라 보겔(Paula Vogel)의 지도로 극작을 공부했다.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극작가들과 함께 LA 극작가 유니온을 창시했으며 연극, 필름, 텔레비전을 위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을 서로 독려한다.  대표작으로 “Neighborhood3: Requisition of Doom”, “Nether”, “Breadcrumbs” 등이 있으며 2012년 “네더”로 영어권의 대표적인 여성 극작가에게 수여하는 권위있는 ‘수잔 스미스 블랙번 상’을 수상했다. 인터넷 범죄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네더”는 2013년 캘리포니아 커크 더글라스 극장(Kirk Douglas Theatre)에서 초연된 뒤 7개의 오베이션 상(Ovation Awrads)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런던의 로열코트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개막한 뒤 웨스트엔드로 옮겨져, 그해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 창작극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무대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2015년 뉴욕의 MCC 극단에서 공연한 뒤, 현재 미국 전역에서 공연되며 계속해서 화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정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번역서로는 <오스카 와일드 단편집>이 있고, 공저로는 <오래된 예술, 새로운 무대: 한·중·일 공연예술 찾기>, <오래된 무대, 새 길을 찾다>, <예술과 과학, 서로 넘겨다 보다: 현대 과학과 예술>이 있고, 번역 작품은 <단편소설집> <러브> <퍼디미어스> <마리아와 함께 아 아 아 아 > <상처투상이 운동장> <네더> 등이 있다.

이 곤은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 학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전문사, 뉴욕 콜롬비아 대학교 연극 연출 MFA 출신 연출가다.

연출작으로는 <트루 러브> <알세스터스> <맨해탄 1번지> <맥베드> <당통의 죽음> <마리아와 함께 아 아 아 아> <퍼디미어스> <벚꽃동산> <단편소설집> <우주인> <밀크우드> <네더>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네더(Nether)는 황천(黃泉)이나 구천(九泉) 같은 저승이나, 사람의 아랫도리 즉 생식기를 의미한다. 또한 네더(Nether)는 불, 용암, 위험한 마피아들로 가득한 지옥 같은 환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터넷(Internet) 다음 단계인 네더(Nether)가 현실세계에 펼쳐지면서 인간의 욕망과 욕정의 대상도 네더(Nether)를 통해 구입 해결한다.

제니퍼 헤일리 (Jennifer Haley)의 연극 네더(Nether)는 일종의 범죄 스릴러물로 앞으로 다가올 네더 인터넷(The Nether Internet) 세계에서의 삶과 디스토피아 적 미래를 배경으로 극적 구성을 하고, 주제는 소녀만 골라 성추행을 하거나 관계를 맺는 행세께나 하는 남정네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리고 여수사관 모리스를 통해 이들의 범죄행위를 네더 인터넷을 통해 추적하고 범행사실을 밝혀내려 한다.

무대는 정면에 1m 높이의 단을 가로 설치하고 그 위쪽에 커다란 창이 있어 그 창에 영상으로 숲속과 버드나무 잎과 줄기가 투사되고, 단 앞쪽으로 커다란 망사막이 있어 조명효과로 배경에 정원이 펼쳐지고 단은 통로 구실을 한다. 단 오른쪽에 그 위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커튼을 돌아 정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단 왼쪽에는 유성기가 놓여있다. 무대중앙에는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예쁜 소녀가 등장하고 그를 대하는 젊은 남성과 중년의 남성이 각기 등장해 마치 친동생이나 딸을 대하듯 다정다감하게 대한다. 그런데 이들은 네더 인터넷을 통해 소녀와 성 접촉을 하거나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행위 후에는 소녀를 도끼로 살해한다는 설정이다. 여수사관은 이들의 범행을 밝히기 위해 네더 인터넷 노트북을 소지하고 그들의 범행을 추적하고 용의자를 심문한다. 연극에서는 소녀에게 다가가는 청년과 중년의 훤칠하고 잘생긴 남정네들의 모습이 마치 중세의 귀족을 연상케 하고, 소녀의 예쁘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소녀의 철부지 같은 행동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거기에 소녀와 접촉하는 장소로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된 최상급 환경 조성을 하고, 상대도 왕자 같은 인물만을 소개하기에 소녀는 동화나라의 공주처럼 자신을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 소녀성매매 성격을 띈 장소이기에 수사관은 이를 조사하고 지목된 용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그러나 용의자의 풍모와 언변에서 마치 고아소녀를 데려다 돌보는 친부 같은 느낌이 들어 수사는 오리무중에 빠진다. 수사관은 용의자와 연관된 제3의 사나이를 데려다 심문한다. 그 사나이 역시 용의자를 두고 하는 대답은 소녀의 친부로 알고 있었다는 대답뿐이다. 여수사관은 다시 용의자를 불러 네더 인터넷을 통한 범죄행각을 벌인 것을 하나하나 지적하지만 용의자는 넘겨짚었다며 태연자약한 모습에 변함이 없다. 여수사관은 분노를 터뜨리지만 수사를 더 이상 계속하지 못하고 포기하기에 이른다.

대단원에서 제3의 인물인 사나이가 용의자를 방문하고 그에게 다가가 꼭 껴안고 가슴에 기댐으로 해서, 제3의 인물은 용의자와 동성애를 하는 것으로 밝혀지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이대연이 남성 동성애자, 김종태가 소아성매매제공자, 김광덕이 여수사관, 이원호가 상습 소아 성접촉자, 정지안이 예쁜 소녀 성매매 상대역으로 등장해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 그리고 용의자들의 품위 있는 의상으로 극적분위기를 상승시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임건수, 무대제작 태극무대, 조명디자인 신재희, 영상소스 공동제작 손경빈, 음악감독 피정훈, 음악어시스트 이정연, 의상디자인 정민선, 의상제작감독 황수풀, 소품디자인 박현이, 분장디자인 김근영, 분장팀 남혜연 김기호, 시잔 김두영 조하린, 그래픽 김우연, 홍보영상 김지은(보통현상) 제작피디 권연순, 무대감독 이현진, 조연출 안미빈, 오펴레이터 한아름 이주환 저우용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적(的)의 제니퍼 헤일리(Jennifer Haley) 작, 마정화 번역 드라마터그, 이 곤 연출의 <네더(The Nether)>를 기억에 남을 문제작으로 만들어 냈다.

8월 25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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