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공연 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2년 12월 공연총평

 

박정기(朴精機)

 

1, 국립극단과 중국국가화극원의 셰익스피어 원작, 손진책 예술감독, 레이팅 각색, 고연옥 윤색, 티엔친신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는 1968년 문화혁명기의 중국의 한 도시다. 캐퓰릿과 몬테규 집안이 원수처럼 대립을 했던 원작의 베로나 시와는 이름만 같을 뿐, 붉은 벽돌과 전봇대와 전깃줄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400년 전의 셰익스피어극의 배경과는 달리 현대의 공장지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본가와 지주를 타도하는데 앞장서서 결정적인 기여를 한 노동자와 병사들이 노동복 차림의 젊은이들과 군복차림의 젊은이들로 설정이 되고, 양 진영의 경쟁의식이 상대를 적대시 하는 관계로 고착된다. 베로나의 지방관은 주둔군의 사령관격인 웨이 위원장으로 정하고, 대단원에서 위원장이 양측의 폭력대결을 법령으로 중단시킨다. 원작의 캐퓰릿 가의 파티장면 대신 무용콩쿨에서 아름답고 탁월한 무용수를 선발하는 것으로 설정해, 뽑힌 무용수는 장군가의 며느리가 되는 것으로 각색을 하고, 줄리엣의 약혼자 패리스 대신 무용콩쿨 담당관 판 참모관이 줄리엣에게 반해 장군가의 며느리 대신, 자신의 결혼상대로 점찍고, 줄리엣의 부모에게 그 뜻을 밝히고 약혼을 한다. 후에 판 참모관은 줄리엣의 무덤에서 로미오와의 결투로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독극물 복용 뒤 일정한 시각이 지나 깨어난 줄리엣에 의해 가위에 찔려 죽도록 내용을 바꿨다.

무대는 거대한 함석지붕이 무대바닥과 맞닿아 있고, 시멘트로 지은 건물과 벽돌건물이 을씨년스럽게 마주선 장소이고, 건물마다 위로 오르는 사다리가 벽 자체에 부착되어 있어 배우들이 그리로 기어오를 수가 있고, 옥상에서 지상으로 길게 연결된 로프에 고리를 걸어 배우들이 매달려 미끄러져 내려오기도 한다. 원작에서의 검으로의 대결도, 이 연극에서는 권총으로 설정을 하고, 베란다에서의 사랑고백 장면도 창가와 그 밑에 있는 함석지붕에서 이루어져 로맨틱한 것과는 다소 느낌이 다르다. 함석지붕이 들어 올려지면 가족 묘역이 되기도 하고, 건물의 벽면에서 대도구가 미끄러져 나와 침상과 의자가 마련되고, 줄리엣의 방과 뤼 선생의 방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배우들의 감정처리 역시 1960년대에 어울리게 열정적이고, 활달하고, 자제하지 않는 감정표현방법을 택했기에, 오랜만에 5, 60년대의 신파극을 관람하는 기분이 들고, 중국의 인민해방가나 행진곡, 그리고 합창곡이 불려지고 , 로맨틱한 장면에서는 기타와 소형악기를 연주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등 분위기 상승에 일조를 한다.

티엔친신의 착실하고 정성들인 연출이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국관객이 그동안 너무 셰익스피어 작품의 축약된 공연에 길들여져 있기에 그리 느껴지리라는 생각이다.

강필석, 전미도, 김세동, 고수희, 장성익, 서경화, 김정환, 박완규, 조원종, 이재호, 송의동, 김은우, 조정문, 최순진, 김성효, 임중혁, 우정원, 김지훈, 전우열, 홍아론, 초민우, 이소아, 주재희, 옥자연, 등 출연자 전원의 열정과 노력이 2시간 30분의 공연을 빈틈없이 채워나갔으며, 예술감독 손진책, 무대디자인 박동우,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지연, 음악감독 김철환, 안무 박경수, 소품디자인 정윤정, 분장디자인 최은주, 음향감독 김병진 이윤석, 통역 김태우 방혜옥 손동문 유금단 김란, 무대감독 신용수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레이팅 각색, 협력연출 왕팅팅, 번역 홍영림, 윤색 고연옥, 감수 이현지, 연출 티엔친신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독특하고 동양적이고, 중국의 시대상과 변혁기를 제대로 반영해, 한중수교 20주년기념연극에 걸맞은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2, 50대연기자그룹의 빅토르 위고 원작, 윤여성 예술감독, 국민성 각색, 박장렬 연출의 <레 미제라블>(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빠리의 노트르담(Notre Dame de Paris)>과 함께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 1885)의 걸작이다.1776년 미국의 독립 전쟁의 발발과 함께 프랑스에서도 대혁명이 일어나 부르봉 왕조가 폐지되고 민주적인 공화정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이때 나폴레옹이 등장해 유럽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자 프랑스는 부르봉 왕가의 후손인 루이 필립을 최고 통치권자로 옹립해 왕정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왕정에 불만을 품은 공화정 지지파들은 호시탐탐 제 2의 프랑스 혁명을 꾸미고 있었는데, <레 미제라블>은 바로 이러한 프랑스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치 소용돌이는 경제성장을 저해시키고, 대다수의 민중은 극심한 생활고로 고통을 겪게 되니,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의 <레 미제라블>은 장 발장 뿐 아니라, 당시 프랑스 민중전체에 붙인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레 미제라블>은 연극 뿐 아니라, 뮤지컬, 그리고 수많은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원작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1957년 장 폴 르 샤느와 감독의 영화로, 장 가뱅과 다니엘 다리유, 버나드 블리어가 출연해, 세계인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1982년에 개봉한 로베르 오센 감독의 <레 미제라블은 리노 벤추라, 루이스 사이그너, 미셀 부크, 장 카르메가 출연했으나, 장 가뱅 출연작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1995년 <남과 여>의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20세기 레미제라블>은 장 폴 벨몬도, 미셸 부예나, 알렉산드라 마티네스가 출연해 역시 호평을 받았다. <레 미제라블>의 첫 영화는 1934년 에 제작된 리처드 볼레라 위스키가 감독한 영화로, 명배우 프레드릭 마치(장발장)와 찰스 로톤(자베르)의 명연기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98년에는 빌 어거스트 감독과 리엄 니슨, 제프리 러시, 우마 셔먼이 출연한 영화가 대중의 흥미를 진작(振作)시켰고, 2000년대에는 조시 데얀 감독과 제라르 디 빠르디유,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존 말코비치, 비르지니 르도엥 주연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2011년에는 뮤지컬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한 캐머런 매킨토시가, 톰 후퍼를 감독으로 선정하고, 휴 잭맨을 장 발장으로, 러셀 크로우를 자베르로, 앤 헤서웨이, 헬레나 본 햄 카터, 제프리 러시 등이 출연한 최초의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을 만들어 세계에 선을 보였고, 2012년 12월에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미술작품 중 <레 미제라블>을 표현한 그림으로는 1888년 폴 고갱(Eugène Henri Paul Gauguin, 1848~1903)이 자화상에 <레 미제라블>이라는 제목을 붙여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에게 준 그림이 유명하다. 타히티에서 말년을 홀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비참한 사람”으로 묘사해,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레 미제라블> 연극은 <장 발장>이라는 제목으로 1958년,전남 고흥군 소록도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 병 환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당시 한센 병 환자들 중에는 한아운 시인처럼 문학과 예술에 출중한 기량을 가진 인물이 많았기에, 그들만의 힘으로 2시간 남짓한 공연이 이루어졌고,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어 천 여 명의 관객이 감탄과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출연자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영화인 김갑의 선생 자료제공>

2011년에 이어 2012년에 마련된 서울연극협회 50대연기자그룹의 <레 미제라블>은 도입에 배경 막 쪽의 벽면이 양쪽으로 열리면서 강렬한 역광을 등에 받으며, 출감(出監)하는 장 발장의 모습에서 연극이 시작된다. 그가 첫발을 내딛는 도시는 우중중하고 허름한 건물이 즐비하게 서있고, 빈곤한 모습의 민중만 길거리를 배회하는 곳이다.

장 발장은 군중 속에서 배고픔을 하소연하지만, 그의 호소를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다. 장 발장은 의외에 인물인 미리엘 주교의 구원으로 식사와 잠자리 제공을 받는다. 그 밤 장 발장은 주교관의 은제식기를 배낭에 꾸려 넣고 줄행랑을 친다. 하지만 경찰에게 붙잡히고, 주교에게 끌려온다. 주교는 은제식기를 자신이 선물한 것이라며, 장 발장의 손에 은제 촛대까지 쥐어준다.

주교관을 나서는 장 발장에게 주교의 선행이 하나의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타고난 도벽은 우연히 등장한 한 어린이가 떨어뜨린 동전까지 자신의 발로 밟고, 어린이의 애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울려 돌려보내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이성을 찾은 장 발장은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고, 개과천선(改過遷善)과 함께 바르게살기로 천지신명(天地神明)께 맹세한다. 그러나 어린이는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향후 장 발장은 그 어린이의 모습과 동전을 죽을 때까지 가슴에 품고 다닌다.

세월이 흐르고, 장 발장은 공장주로 성공하고 한 도시의 시장이 된다. 한편 자베르가 그 도시의 경찰서장으로 부임해 오고, 가석방된 장 발장이 자신의 감시를 피해 종적을 감춘 것에 책임감을 느꼈던 자베르는 시장인 장 발장과의 대면에서 그를 단번에 알아보고, 가석방 기간 중 보호감찰을 피해 도주한 인물로 검찰에 고발한다. 마침 장 발장이라는 의외에 인물이 나타나고, 법정에서 장 발장의 감옥동기들은 장 발장과 흡사한 모습의 인물을 진짜 장 발장으로 오인하고 수긍하는 증언한다. 그때 장 발장이 등장해 자신이 진짜 장 발장임을 고백하고, 3,4일의 여유를 달라고 부탁하고 기일이 경과한 후에는 스스로 찾아오겠노라 약속하고 법정에서 사라진다.

장발장은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던 한 병약한 미혼모의 죽음으로, 그녀의 딸 코제트를 대신 데려다 기르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기에, 장 발장은 코제트를 찾으려고 떠난 것이다.

코제트는, 건달이자 부량배인 테나르디에 부부의 손에 맡겨져, 혹사당하고 있고, 장 발장은 비싼 양육비를 지불하고, 코제트를 데리고 행방을 감춘다.

10년 뒤, 수도원에서 은거하고 있던 장발장과 코제트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들어낸다. 성년이 된 미모의 코제트는 귀족의 자제 마리우스라는 청년의 눈에 들게 되고 두 젊은이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마리우스의 할아버지인 질르노르망은 자신처럼 귀족가문이 아닌 평범한 집안의 여식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한편 테나르디에부부는 장 발장을 곧바로 알아보고 부량배들과 함께 그를 납치해 거액의 돈을 뜯어내려한다. 그 현장에 자베르가 부하들과 급습하고, 장 발장은 바로 행방을 감춘다. 자베르는 그가 장 발장임을 알아차린다.

한편 프랑스 민중은 왕당파와 공화당파로 나뉘어 싸우고, 마리우스는 귀족가문의 후예답지 않게 공화당파에 앞장서 싸운다. 자베르는 공화당파 진중 속에 잠입했다가 발각되어 사형에 처해질 운명에 놓인다. 그때 장 발장이 등장해 자베르를 석방시켜준다. 왕당파의 총공격으로 마리우스가 총탄에 쓰러진다.

장 발장은 마리우스를 등에 업고 빠리의 거대한 지하배수로를 통해 탈출을 시도한다. 배수로 속에서 장 발장은 테나르디에에게 돈을 주고 탈출지도를 구한다. 그러나 곧 경찰대에 붙잡혀 절대절명(絶代絶命)의 위기에에 빠진다. 그 때 자베르가 나타나 장 발장을 풀어준다. 장 발장은 마리우스를 업고 수로를 빠져나온다.

자베르는 경찰서장으로서의 곧이 곧 대로의 편협한 삶과 전과자인 장 발장의 사랑으로 베푸는 삶을 비교하고, 자존감의 상실과 수치심과 후회로 결국 자결하고 만다.

대단원에서 장 발장은 한 공원의 조그만 벤치에 앉아 있다. 장 발장의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으로 한 어린이가 다가오고, 자신에게 동전을 빼앗겼던 바로 그 어린이 손에 평생 간직했던 동전을 쥐어주고는,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깊은 꿈나라로 향한다.

합창곡인 “비참한 사람들”, “바리게이트 씬” 등의 노래는 극의 흐름과 적절하게 부합되어 장면 장면을 100% 살려낸 명곡으로 관객의 기억 속에 깊이 간직된다.

장 발장으로 강희영, 자베르로 고인배, 차재성, 주교로 박웅, 최병규, 테나르디에로 박팔영, 김춘기/ 테나르디에 부인으로 이명희, 노영화, 질르노르망으로 오현경, 문영수, 최상규, 질르노르망양으로 도영희, 국장으로 박기산, 박상규, 한근욱, 맹인집시 이재희/ 신부 한필수, 수녀 고경혜, 유진희, 노부인 창녀 권남희, 마글루아부인 조문경, 홍부향, 경위 김인득, 정슬기/ 여반장 이용녀, 정이주/ 바티스틴 유진희, 코스파유 김명중/ 바스크 송현석/ 마리우스 김윤태, 김명/ 코제트 박소정, 에포닌 박혜영, 팡틴 김정현, 앙졸라 원종철, 쿠르페라크 윤도훈, 장교 정종훈, 페이버릿 김진영, 리스톨리에 신주호, 제핀 송지나, 죄수 경찰 김휘연, 여직공 유진영, 톨로미에스 송현섭/ 파뫼유 임형섭, 가브로슈 정예찬, 이지훈, 집시여인 이가을, 한량 패거리 정종훈, 콩프헤르 장정학, 달리아 조예현/ 프티제르베 조성범, 어린 코제트 정예진, 민예닮/ 어린 에포닌 강혜린, 윤예진, 주교 홍창진신부, 아코디언 이선백 등이 출연해 탁월한 기량과 열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무대디자인 엄진선, 음악 박진규, 조명디자인 최형오, 의상디자인 손진숙, 안무 박호빈, 협력연출 무대감독 이성구, 연출부 김남영, 조명오퍼 김형수 박세준 천명환, 무대제작 백 스테이지 풀굿 대표 이상수, 소품제작 아트컴퍼니 날개 대표 강민숙, 분장디자인 오픈스테이지 대표 김종한, 박효정, 조은혜, 김은진, 박희경, 석필선, 사진 강현, 웹디자인 전성욱, 인쇄물제작 엠에이씨24, 광고제작 모티브,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예술감독 윤여성, 빅토르 위고 원작, 국민성 각색, 박장렬 연출의 <레미제라블>을 인간의 심성과 영혼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감동만점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명동예술극장의 카를로 골도니 작, 리 홀 각색, 정명주 역, 오경택 연출의 <한꺼번에 두 주인을>

이 연극은 1967년에 극단 자유극장에 의해 이병복 역, 김정옥 연출로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된바 있다. 고 함현진, 김무생, 문오장, 김기일, 이성웅을 비롯해 김수일, 김관수, 최불암, 김혜자, 박정자, 김용림, 박명희, 채희진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1999년에는 서울 연극제 초청으로 이탈리아의 피콜로 테아트로의 조르지오 스트릴로 연출로 <두 주인을 섬기는 하인>이라는 제목으로의 내한공연이 있었다.

카를로 골도니 (Carlo Goldoni 1707~ 1793) 는 베네치아 출생.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파도바대학교에서 법률을 배웠다. 1734년 베로나에서 비극 <벨리사리오>를 발표, 극작가로서 입지를 굳히고 이멜 극단과 메데박 극단의 전속작가로 활동하여 이 극단과 함께 1748년 베네치아로 돌아왔다. 당시 가면극과 즉흥적 대사에 익숙해 있던 배우와 관객에게 대본위주의 연극적 풍토를 마련한 개혁가 역할을 한 작가다.

초기에는 <커피점 Bottega del Caffé>(1750), <주막집의 안주인 La Locandier>(1753) 등의 걸작을 내놓았다. 1758∼1762년은 성숙기로서, <연인들>(1759), <촌놈 I rusteghi>(1760), <새 집>(1760) 등을 썼다. 1762년에 이탈리아 희극단장의 초청을 받아 파리로 가서 이탈리아연극을 유럽에 전파하는 한편, 루이 15세 왕녀의 이탈리아어 교사가 되었다. 이 시기에 <부채 Il ventaglio>(1735), <까다롭고도 친절한 사나이 Le Bourru bienfaisant>(1771) 등을 썼으며, 그뒤는 극작에서 손을 떼고 <회상록 Mémoires>(1784∼1787)을 써 남겼다.

 

<한꺼번에 두 주인을>의 줄거리는 하인 “트루팔디노”가 죽은 오빠를 대신하여 남장을 한 “베아트리체”를 주인으로 모시고, 기회만 있으면 새로운 일거리에 눈독을 드린다. 또 한 명의 주인 격인 “플로린도”를 만나 두 주인을 모시는 하인이 되었지만 어찌 실수가 없을 수 있으랴? 원래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다가 두 주인이 같은 여관에 유숙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니, “트루팔디노”의 역할은 곡예사를 능가하는 기지와 해학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베아트리체”의 오빠 “페데리고”를 본의 아니게 살해한 “플로린도”가 고향인 튜린에서 베니스로 도망치니, “베아트리체”는 사랑하는 “플로린도”를 살려내려고, 남장을 한 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죽은 오빠 행세를 하니, 두 연인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지만 하인 “트루팔디노”의 뜻하지 않았던 실수로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려고 하는데…

백원길, 유준원, 유연수, 황명희, 임은희, 오 용, 김병철, 양영미, 강지원, 하준호, 송영훈, 성수연, 등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발군의 기량으로 관객을 폭소로 이끈다,

미미-아코디언, 윤현종-퍼거션, 김미현-바이올린, 이준희-기타 연주는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연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정승호의 무대디자인은 원작의 무대를 100% 살렸고, 김광섭의 조명디자인 역시 분위기 상승의 일조를 했다. 이주희의 의상디자인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고, 백지영의 분장도 탁월했다. 최영은의 소품디자인, 최용석의 영상디자인, 최환석의 음향디자인, 천창훈의 안무, 김태근의 작곡, 김효진의 작사 등이 연극과 어우러져 200여년전의 작품을 현대에 걸 맞는 연극으로 탈바꿈시켰고, 명동예술극장(구자흥 극장장) 제작, 카를로 골도니 작, 리 홀 각색, 정명주 역, 오경택 연출의 <한꺼번에 두 주인을>의 공연은 2012년 대미를 장식하는 걸작 희극으로 창출시켰다.

 

4, 극단 후암&극단 솔마루의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역, 차현석 각색 연출의 <오셀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극단 후암의 <오셀로>는 2010년과 2011월 6월 장충동 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이후 2012년 연말에 재공연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는 오케스트라E&I 앙상블이 무대 왼쪽에서 연주를 함으로써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극의 진행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음악효과 100%의 공연이 되었다.

신정옥 교수는 영문학자로는 처음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을 완역해, 2012년 6월 제1회 셰익스피어 어워즈를 수상한 명지대 명예교수다. 신정옥 교수는 수많은 영미희곡을 번역해 우리나라에 소개한 연극계의 스승이시다.

 

연극은 도입에 로더비고의 전언으로 시작된다. 등장인물이 대거 출연해,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알리고, 이야고의 악마 같은 시기심, 자신보다 젊은 캐시오가 오셀로 장군의 부관이 되었다는 질투심이, 아직 신혼의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사랑에 의처증과 불륜이라는 흉심을 불러일으키도록 집요하게 부축여 파멸로 이끈다. 오셀로는 백인들만의 세계에서 검은 피부의 무어인이라는 일종의 소외감과 열등감이 사랑하는 아내를 부정한 여인으로 확신해 결국 살해하기에 이르지만, 대단원에서 모든 것이 이야고의 흉계임이 밝혀지면서 오셀로의 참회와 자살, 그리고 이야고의 처형으로 비극은 종말을 고한다.

1950년대 후반에 극단 신협의 초연으로부터 출발한 <오셀로>는 국공립극단과 경향각지의 수많은 극단에서 공연되었고, 지난 가을에는 인천시립극단에서 신정옥 교수 번역본과 이종훈 예술감독의 연출로 공연은 성공을 거두었고, 지난주 포항시립극단에서도 신정옥 교수 번역과 김삼일 연출로 공연해 성공작이 되었다.

윤동환이 오셀로로 출연해 내면연기와 탁월한 성격창출 율 브리너를 연상시키는 박박 깎은 머리와 검은 제복으로 그 자신만의 오셀로를 멋지게 창출시켰다. 이야고의 이용근은 2011년의 공연보다 진일보하고 활달한 동작과 박력 있는 모습으로 독특한 이야고를 만들어 냈다. 서지유의 데스데모나도 아름다운 모습과 참신한 연기로 제 몫을 다해냈고, 장설하….. 그녀가 무대에 서면 모든 장면이 안정적이고 중심이 잡힌다. 대사가 없이 한쪽 텅 빈 공간에서 그녀가 서성일 때에도 그녀의 감정은 객석전체에 전달된다. 박성준의 브라멘쇼 역시 그의 발군의 기량과 일치해, 그의 다른 작품출연에서처럼 성격창출에서 단연 돋보임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최지웅이 왕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김충근의 로드리고 역은 이 비극작품에서 유일한 폭소 매개체가 되었다. 캐시오 역의 윤치호는 그의 훤칠하고 매력적인 모습과 단정한 매너, 그리고 바른 대사 전달로 그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할 수 있었고, 몬타노 역의 조두현의 열연이 기억에 생생하고, 로더비코 역의 장윤호는 관객의 가슴에 깊은 상념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다. 박인지, 최종관, 김성진, 곽영웅, 이명범, 이진동, 안상완, 종용진, 정인지, 김민수 등이 출연해 연극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고 활력소 역할을 했다.

오케스트라 E&I 앙상블의 박진희, 고우리, 이보라, 이서영, 송지혜, 홍은지, 안정선, 노형규, 김복경, 노승연, 이경주의 연주는 관객의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연주로 갈채를 받았다.

배재원, 전승현, 조두현, 이명범, 이진동, 최종관의 펜싱이 돋보였고, 강민지, 김빛나, 유소현, 박수연, 임은정, 조연희의 무용이 관객의 가슴을 활짝 열도록 만들었다.

총제작감독 이 송, 드라마트루기 송현옥, 협력연출 송은주, 제작감독 황보연, 조연출 이승우, 무대디자인의 김태훈, 음악감독 임효빈, 무대감독 김진우, 조명감독 류백희, 의상 분장 배은수, 조명오퍼레이터 백하림, 음악오퍼레이터 기획진행 김영성, 기획진행 박귀혜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로 뭉쳐,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번역, 임경식 예술감독, 차현석 각색 연출의 <오셀로>를 2012년 12월을 마무리하는 우수작이자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5, 극단 풍경의 스트린드베리이 작, 이정애 역, 박정희 연출의 <죽음의 춤 2>(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죽음의 춤>은 1, 2부로 된 결혼 25주년이 얼마 남지 않은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 에드가르는 요새 포병대 대위, 여배우였던 아내 알리스와의 은혼식(銀婚式)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부는 전생(前生)에 원수지간(怨讐之間)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극에서의 부부 역시 애증과 혐오가 쌓이고, 외딴 섬에 이전에 감옥이었던 탑에 거주를 하면서도 이웃과 거리를 두고, 부부 역시 일상과 관련된 일 이외에는 마음을 닫아둔 채 서로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다. 남편 에드가르는 인색하기 짝이 없고, 부인은 여배우시절만 상기하고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어 곡식이 떨어진 사실조차 모르고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지 연주하는 피아노곡도 쇼팽의 장송행진곡이다. 견디다 못한 하녀는 이 집을 떠나버린다. 이러한 부부에게 아내의 사촌 오라비이자 남편의 옛 친구인 쿠르트가 이 섬에 신설된 검역소장이 되어 부임해 오면서 15년 만에 세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사촌 오라비 쿠르트는 소시적부터 알리스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으나, 그녀를 에드가르에게 빼앗긴데다가 뒤에 맞이한 아내와도 이혼한 후, 아들의 양육권마저 아내에게 빼앗긴다. 향후 쿠르트는 오랫동안 미국을 전전하면서 돈을 벌고, 15년 만에 귀국해 검역소장이 되어 이 섬으로 돌아온 것이다.

부부는 사촌 오라비를 환영하지만, 과거 쿠르트의 이혼과 양육권 상실에는 에드가르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기에 세 사람의 내심은 각기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심근경색을 앓고 있는 에드가르가 발작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려지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알리스는 점차 옛 연인인 쿠르트에게 매달리게 된다.

알리스는 에드가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질 때마다 남편이 죽은 줄 알고 기뻐하기까지 하지만 에드가르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다시 일어난다. 그러나 졸도가 되풀이 되니, 에드가르는 검진을 받으러 섬을 떠난다. 그 사이 알리스는 쿠르트를 유혹해 정분을 나눈다. 그리고 유산상속을 위한 차비도 한다. 곧 죽음을 곧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 에드가르는, 알리스에게는 검사결과 자신의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쿠르트에게는 “한번 죽음에 당면해 본 뒤로는 인생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이게 되었다”라며 과거의 모든 것을 용서해 달라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쿠르트도 에드가르와 화해하고, 알리스의 유혹에 응하지 않고 물러간다. 알리스는 쿠르트에게 “비겁한 자, 위선자” 라는 저주를 퍼 부으며 다시 남편에게 다가가는 데서 1부가 끝난다.

2부에서는 에드가르가 죽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2부의 무대는 백색으로 꾸며진 에드가르의 집 거실이다. 벽면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마루와 이어져 있고, 극의 지옥 같은 내용과는 달리 포근한 느낌이 든다. 극단 풍경의 공연에서는 작가를 영화감독으로 등장시켜, 객석과 나란히 자리잡은 벽면 화장실 변기위에 앉아 세면대 위에 팔을 걸치고, 감독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출연자들을 망령처럼 분장을 시켜 등장시키고, 시종일관 사자들의 대화처럼 연극을 이끌어 간다. 2부에서는 각기 아버지는 다르지만 한 가족으로 입양이 된, 쿠르트의 아들 알란과 에드가르의 딸 유디트의 정겨운 사랑장면에서 시작이 된다. 각기의 부모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는 두 사람에게는 문제가 아니다. 유디트의 끈질긴 유혹에 알란은 딸려가는 듯싶다. 그동안 검역소장이 되어 귀향한 구르트는 에드가르 대위의 책략으로 집을 포함한 모든 재산과 지위까지 빼앗기는 결과가 된다. 쿠르트는 어쩔 수 없이 에드가르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다만 알리스와의 관계는 이미 정도를 넘어선 단계라 계속 머무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드가르 대위는 검역소장 구르트의 의견을 도용하여 검역에 대한 논문을 쓰고, 훈장까지 받아서 곧 위생고문관의 지위를 얻게 되고, 상관인 대령에게 자기의 딸 유디트를 시집보낸 다음 탑 섬의 실권을 잡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 계획이 막 성공하려는 직전에, 자신의 딸 유디트와 구르트의 아들 알란의 사랑을 알아차리게 되고, 대령과의 딸의 결혼을 포기시키기에 이른다.

대령은 당연히 위생고문관의 지위를 에드가르에게 맡기지 않게 된다. 대령으로부터 버림받은 에드가르는 발작으로 쓰러진 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남편의 속박에서 해방된 것을 기뻐하는 알리스에게 “그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의 행할 바를 모르기 때문이외다”라고 하는 성서의 말을 남기고 죽는다. 사별하고 보니, 알리스 자신에게 에드가르라는 인물은 그리운 청춘 시절의 애인이며 엄숙한 인생의 반려자였기에, 그를 평생 증오하고는 있었지만 반면에 사랑하는 감정 역시 만만치 않았음을 깨닫는다. 결국 구르트의 포옹을 뿌리치고 그녀는 “죽은 남편에게 평화가 깃드소서”하고 기원하는 데서 2부가 끝이 난다.

정재진이 영화감독으로 출연해 날이 바짝 선 연극을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듯 이끌어 간다. 김정호가 에드가르로 출연해 독특하고 탁월한 성격창출로 개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김성미가 알리스로 출연해 마치 알리스를 위해 태어난듯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강동수가 쿠르트로 출연해, 역시 독특한 성격창출과 탁월한 기량으로 열연을 한다, 황정화가 유디트로 등장해 발랄하고 약동하는 연기로 남성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최재형 역시 알란 역으로 여선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킨다. 김준원의 해국중위 역은 아크로바틱한 걸음걸이와 독특한 동작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윤수의 무대, 성미림의 조명, 김동욱의 음악, 조상경의 의상, 김미애의 드라마트루그, 백지영의 분장, 장경숙의 소품, 편집과정 자문 김민지 임호경, 조연출 양종민, 음향오퍼 김예은, 조명오퍼 이지영, 일러스트 조철룡 그리픽디자인 김승준 등 스텝진의 기량이 합하여, 극단 풍경의 스트린드베리이 작, 이정애 역, 박정희 연출의 <죽음의 춤 2>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6, 극단 민예의 장 주네 원작, 김성환 번안 연출의 <하녀들의 위험한 게임>(대학로 이랑씨어터)

1947년 4월 19일 루이 주베(Louis Jouvet)라는 배우이자 연출가에 의해 파리 아테네극장에서 “하녀들”(les bonnes)이란 제목을 가진 연극이 초연 되었을 때, 이 작품을 쓴 사람은 당시 파리 교도소에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던 30대 중반의 “장 주네”였다. 장 주네는 악명 높은 외인부대에 들어갔다가 탈영을 감행하고, 26세 때, 파리고등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가 감옥에서 쓴 처녀장편소설 “꽃의 노트르담”과 “사형수”란 시가 당시

파리에서 간행되던 문예잡지 현대(Les Temps Modernes)와 원탁(La Table ronde)에 실린 것을 미셀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2) 그리고 장 콕토(Jean Cocteau, 1887-1963)가 읽고 그의 작품에 매료되어 결국 법원에 그의 사형선고를 종신형으로 감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희곡 <하녀들>에 등장하는 솔랑주(Solange)와 클레르(Craire) 두 자매는 하녀들이다. 그녀들은 대 부루조아인 마님(Madam)을 모시고 마치 종처럼 혹은 가축처럼 살고 있다. 검은 하녀 복장을 늘 착용하고, 냄새가 나는 부엌과 다락방이 생활공간이다.

마님은 하녀들을 인간이하로 취급한다. 마님 앞에서 두 자매는 순종의 자세를 취하지만, 내심으로는 마님과 자신들의 삶 자체를 증오하며 복수를 꿈꾼다.

두 자매는 마님이 외출한 틈을 타서 번갈아 마님과 하녀 역활을 하며 놀이를 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 있다. 막이 오르면, 마님 놀이가 시작되고, 하녀들은 마님을 살해하고픈 욕망과 마님에 대한 선망, 하녀들 사이의 변태적 욕정 등이 광기처럼 표현된다. 하녀들의 광기와 살의가 절정에 달했을 때, 마님의 귀가 시간을 알리는 자명종이 울린다. 정부의 투옥으로 상심해 있는 ‘마님’이 귀가하자, 하녀들은 수면제를 다량 투입한 보리수차를 가지고 와서 마님에게 마시도록 권한다. 그때 마님 정부의 석방소식이 전화로 알려지고, 보리수차를 마시려던 마님은 환성을 올리며 뛰어나간다. 실망한 두 하녀 사이에는 거의 발작적인 애증 관계가 펼쳐지고 그 동안 억눌러왔던 광기들이 새삼 폭발한다. 그리고 하녀 한사람은 다량의 수면제가 든 보리수차를 마시고 쓰러지면서 막이 내린다.

극단 민예의 공연에서는 하녀의 수를 4인으로 늘리고, 마님과 마님의 정부까지 등장시켜 출연자 수를 늘였기에, 무대는 연기의 경연장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우들의 열정과 열연이 대단하다. 게다가 무대 중앙에 관을 놓아 마치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으스스한데다가 마스크까지 쓰고 게임을 하듯 연기를 펼치니, 자연 관객은 연극의 도입장면에서부터 극에 몰입하게 된다. 게다가 마님의 정부가 박박 깎은 머리에, 아랫도리가 조이는 의상을 입고 등장을 하니, 여성관객의 시선이 마님의 정부에게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마님과 하녀들을 대하는 마님의 정부의 욕정의 화신 같은 모습이라니….

이윤숙, 정현기, 우진식, 박귀임, 이은로, 김시원 등이 출연해 연기의 화신 같은 모습으로 열연을 한다.

조명디자인 이재호, 조명오퍼 신슬기, 진행 장호길, 디자인 차혜영, 기획 바람 등 스텝진의 열정까지 합하여, 극단 민예의 장 주네 원작, 김성환 번안 연출의 <하녀들의 위험한 게임>을 2012년 연말을 마무리하는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7,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스트린드베리이 작, 이정애 역, 폴 캐슬즈 작곡, 이채경 대본 연출의 뮤지컬 <미스 쥴리>(게릴라극장)

무대는 와인 카페처럼 만들어졌다 왼쪽에 술병과 술잔을 진열한 장식장과 카운터가 있고, 중앙에 조화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한 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그 옆에 소파가 놓여있고, 정면이 출구이고 출구로 들어오는 복도가 배경 막과 나란히 있다.

뮤지컬이라 등장인물들의 성격에 맞는 노래 뿐 아니라, 배경음악으로 스웨덴 사람들이 흔히 겪는 백야를 표현하려 노력했다니, 그것이 관객에게 전달되건 아니 되건 간에 작곡자의 의도는 살만하다, 출연자들의 노래도 극의 진행에 따라 관객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노래마다 박수가 터져나오는 것으로 보아, 폴 캐슬즈의 작곡도 그만하면 성공한 편으로 간주된다.

극이 전개되면서 착실한 남자 하인 장은 천직인 듯싶게 백작의 차와 장화를 번쩍거리도록 빛이 나게 닦는다. 온순한 하녀 크리스틴 역시 가정부 일을 지성껏 철저히 한다. 두 사람은 약혼을 한 사이다. 백작의 딸 쥴리는 약혼자와 파혼을 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착하고 만만해 보이는 장에게 접근을 한다. 장도 쥴리에게 따뜻하게 대한다. 두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가까워져 정분을 나누게 된다. 그 다음이 문제다. 장은 쥴리와 정분을 나눈 뒤부터는 태도가 달라진다.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주종이 바뀐 정도로 행동한다. 쥴리는 장과 함께라면 먼 곳으로 여행하는 것도 마다 않는다. 그런 쥴리를 꼬득여 장은 함께 도망을 하자며, 도망가서 최고급 호텔을 지을 테니, 쥴리에게 거금을 가져오도록 부축인다. 급기야 쥴리는 거금가방을 들고와 장과 함께 떠나려고 한다. 그녀는 새장까지 들고 온다. 그러자 장은 새장은 아니 된다며, 단칼에 새를 죽인다. 아끼던 새를 죽이는 장을 보고, 쥴리는 분노를 터뜨리며, 장에게 덤벼든다, 그 때 크리스틴이 등장한다. 장은 크리스틴에게 다가가 약혼자로서의 행세를 다한다. 그 광경을 본 쥴리는 비로소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김소희가 쥴리로 출연해 파릇파릇한 작중인물 쥴리보다 더 파릇파릇하고 어여쁜 모습으로 열연을 한다. 그녀는 노래까지 어느 뮤지컬 배우 못지않게 열창을 해, 객석으로부터 갈채를 받는다. 강호석이 장으로 출연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이후 또 다시 호연을 보인다. 그의 노래도 일품이다. 박인화가 크리스틴으로 출연해, 김소희와 정 반대되는 성격창출과 노래로 조화를 이룬다.

김경수의 무대디자인, 조인곤의 조명디자인, 허 안의 음악감독, 이윤정의 의상디자인, 김승록의 안무, 김한솔의 무대감독, 손청강 황유진의 디자인, 노심동의 기획, 이승헌의 사진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돋보인,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스트린드베리이 원작, 이정애 역, 폴 캐슬즈 작곡, 이채경 대본 연출의 뮤지컬 <미스 쥴리>를 연말연시를 연결시키는 게릴라극장의 수준급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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