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3년 2월 20일 까지의 공연총평

박정기(朴精機)

필자가 1월25일부터 2월20까지 관람한 공연은 극단 회화&극단 전설의 최일화 예술감독, 안치선 작/연출의 <장미 빛 인생>,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폴 벤젤 원작 이선형 역, 하일호 연출의 <남아있는 나날들>,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공동창작, 백남영 연출의 <소라별 이야기>,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작, 권호성 연출의 <숙영낭자전을 읽다>, SH아트홀에서 최은이 작, 노선락 작사/작곡, 구지선 연출의 뮤지컬<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주)연극열전의 황재헌 작/연출 <그와 그녀의 목요일>, 극단 목화레퍼토리의 셰익스피어 작, 오태석 재구성 연출의 <템페스트>, 손숙 연기인생 50주년기념공연 이윤택 작/연출의 <어머니>, 극단 위드프로덕션의 곤도 히로미츠 작, 이왕구 각색/연출의 <사랑을 하고도>, 윤당아트홀에서 이미나 원작, 이주영 각본/연출의 <그 남자 그 여자>, 산울림 고전극장 “소설 연극으로 읽다” 극단 작은신화<카프카의 변신>, 게릴라극장 젊은 연출가전 에이솔 후가드 작, 김정호 역, 서지혜 각색/연출의 <아일랜드>, 극단 청우의 김민정 작, 연출의 <싸움꾼들>, 남산국악당 문화예술 감성단체 “여민”의 화통콘서트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 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명작 옥수수 밭의 이시원 작, 최원종 연출의 <좋은 하루>, 제1회 여성극작가전 박현숙 작, 문삼화 연출의 <그 때 그 사람들>, 명동예술극장에서 데이비드 헤어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에이미>, 극단 전망&극단 사개탐사의 이난영 작, 박혜선 연출의 <그 집 여자> 등이다. 위의 공연작 중 특기할 만한 작품을 골라 평하겠다.

1,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재구성/연출의 템페스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필자가 템페스트를 처음 본 것은 1968년 연세대학교의 연희극예회에서 표재순 연출로 공연한 것인데, 원작을 최대한 살려서 공연을 했고, 이광민, 서승현, 이승호, 정하연, 김종결, 최형인을 비롯한 연희극예회 멤버들이 출연해 호연을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로는 1956년에 제작된 프레드 M. 윌콕스 감독의 SF영화 <금지된 행성(Forbidden Planet)>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소재를 따왔고, 1991년 피터 그린어웨이(Peter Greenaway) 감독의 <프로스페로의 서재(Prospero’s Books)>에서는 87세의 존 길거드 경이 누드로 출연해 프로스페로역을 열연했는데, 역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원작이다.

그림으로는 라파엘이 <템페스트>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렸고,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는 <에리얼에게 유혹당하는 퍼디난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는 <미란다>를 그렸다.

음악으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 17번의 제목이 <템페스트>다. 베토벤이 제자인 신들러로부터 이 곡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셰익스피어의<템페스트>를 읽으면 이해할 수 있다”라고 대답해 곡의 제목이 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3곡의「환상 서곡」중 한 곡도 <템페스트>다. 시벨리우스는 <템페스트> 서곡과 2개의 연주곡을 작곡했다.

아데스의 동명 오페라<템페스트>도 2004년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어 찬사를 받았다.

뮤지컬 <템페스트>는 1999년 11월에 이윤택 연출로 귀천무, 불교무술인 선무도, 검도를 응용한 동양적인 집단무와 공중곡예 장면, 실전를 연상시키는 총격전, 태풍에 휩쓸리는 무대로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음악은 국악 작곡가 김대성과 체코 작곡가인 제네크 바르타크(Zdenek Bartak)가 가곡과 범패·정가·태평가를 응용한 음악 등 모두 16곡을 만들어 동서양의 음악을 한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성공적인 공연이 되었다.

연극으로는 2009년 극단 미추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 <템페스트>가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로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 <템페스트>의 무대를 어느 요양원으로 설정했고, 인생의 막바지에 와 있는 무연고 노숙자들이 요양원 후원행사의 하나로 준비하는 연극이 <템페스트>였다. 돌발 상황도 일어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연은 성공을 거두지만 주인공을 하려던 인물은 죽음을 맞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객석에 전하고 마무리를 한다. 정태화와 서이숙, 김동영, 그리고 조원종의 열연이 필자의 기억에 남는다.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는 2011년 8월 13일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발(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서 헤랄드 엔젤스(Herald Angels)상을 수상해 기염을 토한 작품이다. 오태석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서양적 마법을 고대 신라시대의 도술로 바꾸면서 이탈리아 밀라노와 나폴리라는 도시국가를 고대 가락국과 신라국으로 바꾸고. 서양식 사고와 철학, 그리고 풍습을 동양적인 사고와 철학, 그리고 도덕으로 대체하고, 연극이 타악기의 굉음 속에 차례로 펼쳐져 유폐된 자의 설음과 그로 인한 복수심이 절치부심으로 떠오르지만, 대단원에서 용서와 화해로 감동적인 마무리를 한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수많은 대나무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 마치 억새풀밭을 연상시키고, 중앙에 엎드려야 들어갈 수 있는 동굴 같은 출입구와 무대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을 뿐 다른 장치는 없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대북을 놓고, 도입에 지지왕(프로스페로)이 북을 두드리면 뿌연 농무상태에서 파도가 일고, 흰 광목천을 든 백색의상의 출연자들이 무대를 구르며 흰 천을 공중으로 던져 올리며 바다의 격랑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장면이 바뀌면 바로 절해고도에 유폐된 지지왕이 도술로 격랑을 일으킨 것임을 알게 되고, 섬의 한 몸에 남녀 두 얼굴을 가진 괴물(캘리번)과 각종 허재비, 바닷물고기 등이 지지왕의 명령에 따른 일거수일투족을 한다. 하지만 쌍두괴물 비롯해 지지왕의 폭압에 12년을 견뎌온 고도의 생물들에게는 반항심만 높아진다. 자비마립간을 위시한 신라의 왕과 신하들은 태풍 속에서 생명을 부지하지만, 왕세자의 실종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지지왕의 딸 아지(미랜더)와 왕세자의 운명 같은 만남이 이루어지고,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 사랑에 빠진다. 지지왕의 마술과 수하의 역할이 눈부신 속도로 강해지고, 자비마립간 일행은 고도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차츰 왕세자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왕세자와의 해후는 결국 자비마립간과 지지왕이라는 불구대천의 원수끼리의 상봉이라, 관객은 충만한 긴장감으로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를 못하고, 원수의 대면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러나 세자와 아지의 결합으로 사돈 간이 된 두 왕실이 어찌 적대감을 지속할 수 있으리오? 두 왕가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지지왕은 고도에 머무는 동안 억압했던 생물들의 족쇄를 풀어준다. 대단원에서 평생 한 몸으로 지냈던 쌍두괴물이, 각자 독립된 몸이 되도록 지지왕이 몸을 분리시켜주자 “이젠 자유다!”하며 기뻐하는 쌍두아의 외침과 그동안 지지왕의 도술로 지배되던 바닷물고기들을 풀어줌으로써 그들 모두가 “자유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다.

정진각(알론조), 송영광(프로스페로), 김성언(세자), 김태환(주방장), 정연주(미랜더), 김준범, 김용범, 양예지, 아승배, 김성혜, 한지용, 강의모, 정주현(쌍두괴물 남), 김별하나(쌍두괴물 여), 부혜정, 윤승인, 김륜이, 정지영, 백승광, 윤민영, 허 진 등 극단 목화의 연기자 전원의 오케스트라 단원의 화음 같은, 호흡이 서로 어우러진 호연과 아이까와 마사아끼와 이경천의 조명, 이승무의 의상, 문근성의 타악과 안무, 조은아의 무대디자인, 이도희의 사진프로그래머, 폴 매튜스의 영어자막번역, 김성언과 오준현의 기획이 조화를 이루어 명장 오태석의 <템페스트>를 한국고유의 색깔과 박진감 넘치는 타악과 분장은 물론 배우들 전원의 열연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템페스트>와는 전혀 다른 경쾌하고 역동적인 흥미만점의 <템페스트>로 창출시켰다.

2, 극단 혜화&극단 전설의 삼선교의 최일화 예술감독, 안치선 작.연출의 <장미 빛 인생>(대학로 스타시티 IM 스테이지)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슬레이트 지붕을 한 조그만 집의 여닫이문이 정면에 있고, 지붕 위에는 장미넝쿨이 뻗어있는데, 잎도 보이지 않고, 꽃은 물론 꽃망울조차 보이지 않는다. 넝쿨은 집의 오른쪽에서 뻗어 올라 그 뿌리 부분을 흙으로 북돋아 준 게 보인다. 그 옆으로 스티로폼 상자가 두 개 있다. 집의 창문으로 실내가 조금 보이고 문 옆에는 오래된 거울이 걸려있다. 집 오른편으로 WC라고 쓴 조그만 변소가 있고, 그 앞쪽에 자전거 페달처럼 생긴 운동기구와 벤치위에는 역기가 올려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아령이 놓여있다. 집 앞에는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는 니은 자처럼 생긴 사람 키 정도의 나무판에 광고용지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배경 막 가까이로 무대좌우에 골목길 겸 등퇴장 로가 있다.

등장인물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를 하는 여고생과 자매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같은 또래이면서도 성인처럼 차리고 알바를 하는 여학생, 그리고 주인공인 여고생의 엄마와 아빠, 엄마는 과거 연극배우였고, 기회만 주어지면 다시 연극을 다시 하고픈 꿈에 젖어있고, 아버지는 발명가지만 사업에 실패해 역시 재기를 꿈꾸지만 여의치가 않다. 집 아래쪽에는 생활형편이 괜찮은 자칭 시인이라는 중년남성이 살고 있다. 이 중년남성은 어쩌다 엄마와 정분이 난 바람둥이로 설정이 된다. 주인공 여고생과 아주 가까운 남학생이 자주 여고생을 찾아오고, 그 남학생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의 일상과 생활의 어려움, 각자의 고뇌와 고통이 연극 속에 살포시 형태를 들어낸다. 그리고 번민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소박한 꿈을 꾸고, 비록 도덕적으로는 용납이 아니 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미성년 알바 생을 비롯해, 선량한 마음으로 빌려준 돈조차 갚지 않는 친구나 동료 때문에 재기를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선량하면 걸인이 되고, 악인처럼 되어야 치부를 하고 버젓이 얼굴을 들어내고 행세를 하는 세상을 보는 듯싶어 씁쓸한 심정이 되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어머니는 짐을 싸들고 가출을 하고, 아빠가 만든 자전거에 주인공 여고생이 남학생이 핸들을 잡은 자전거 뒤에 올라타고, 남학생의 힘차게 밟는 페달과 함께 무대를 회전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출연자 대부분이 무대에 처음 서는 배우들이라, 때가 묻지 않은 순박하고 맑은 연기로 진정성이 느껴지도록 호연을 하는 모습이 관객의 가슴에 전달이 되어, 관객과의 색다른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장밋빛 인생이라는 샹송과 몇 개의 노래가 연극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어우러져 연극은 성공을 거두었다.

김성빈, 김영성, 김진규, 민동식, 전지혜, 고봉주 등 출연자 전원의 오염되지 않은 연기와 열정이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켰고, 류동민의 제작감독, 김동현의 조연출, 박유진의 조명디자인, 김소하의 무대디자인, 오강률의 홍보.섭외, 김대준의 진행, 김예원의 음향오퍼, 김효진의 조명오퍼, 김재진의 기획 등 단원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일치되어, 극단 혜화&극단 전설의 삼선교의 최일화 예술감독, 안치선 작.연출의 <장미 빛 인생>을 수준급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3,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작, 권호성 연출의 <숙영낭자전을 읽다>(설치극장 정미소)

이 연극은 대가 집 규수의 혼례직전 규수의 모친인 마님과 가솔들이 예복을 비롯한 옷가지들을 만드느라 침모를 비롯한 식솔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느질과 다듬이질, 다림이질 등을 하느라 애쓰는 중에, 밤이 이슥해지고 등불이 차츰 졸음을 불러오니, 일꾼 아녀자들이 잠을 쫓기 위해, 익살스러운 행동도 벌이고, 잠에 못 이겨 졸음으로 꾸벅이는 인물을 쥐어박는 등의 행동을 벌이지만, 그래도 계속 잠이 쏟아져 오니, 신부가 될 규수에게 <숙영낭자전>을 읽어 달라고 청한다. 규수가 그 청을 들어 책을 낭독하면서 차츰 책의 내용과 동화되는 일꾼 아녀자들과 아녀자들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숙영낭자전>의 현신이라고 일컬을 만한 연극이 만들어진다.

<숙영낭자전>의 내용은 이조 세종대왕 때, 경상도에 안동에 사는 백산 군과 아내 정씨 사이에는 이십여 년 동안 아이가 태어나지를 않아, 부처님께 빌어 선군이라는 아들을 얻게 된다, 선군은 용모가 준수하고 성품이 온유하기까지 하다.

선군이 약관일 때, 책을 읽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에 한 선녀가 나타나, 자신을 숙영이라 소개하고, 그대는 본시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선관이었는데 비를 잘못 내려 그 벌로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얘기하며, “인간세상 에서 나와 만나 결혼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때부터 선군은 그 선녀를 못 잊어 병이 나 자리에 눕는다, 그때 선녀가 다시 나타나 자신의 화상과 금 동자 한 쌍을 주고 떠나가며, 옥련동에 와서 자기를 찾으라 한다. 선군이 옥련동에 가서 그 선녀를 찾아내고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니, 선군은 인간이므로 선녀 숙영에게 범접할 수 없다면서, 삼 년이 지난 후에야 함께 할 수 있음을 밝히니, 선군의 넘치는 애정과 설득으로 두 사람은 몸을 합치게 되고, 남자의 사랑을 체험한 선녀는 결국 선군을 따라가 살림을 차리게 된다.

두 사람은 팔년을 함께 살고 딸과 아들을 낳는다. 선녀 숙영은, 시부모와 의논하여 선군이 과거를 보러 가도록 설득한다. 선군은 과거를 치르러 길을 떠났으나 숙영이 보고 싶어 하룻밤을 넘기지 못 하고 밤에 몰래 부인 방으로 돌아온다. 시아버지 백상군은 이것을 외간 남자로 오해하고 의심한다. 이틀을 계속 그러하자, 시부는 선군과 먼저 통정을 해, 선군의 동정을 빼앗은 하녀 매월을 시켜 감시하게 한다. 매월은 숙영에게 질투를 느끼던 터라, 이 기회에 불량배를 매수하여 숙영 방에 침입하게 하고는 시부에게 알려 숙영은 누명을 쓰고 문초를 당하게 된다. 숙영이 문초를 당한 뒤 억울함을 이기지 못 하여 스스로 칼로 자결하였으나, 몸에서 칼이 빠지지 아니하여 염습을 못 한 채 숙영을 방치하게 된다.

선군이 과거에 급제하여 돌아온다는 연락이 오자 백상군은, 아들이 숙영이 죽은 것을 알고 상심할까 걱정하여, 임 진사의 미모의 딸을 두 번째 부인으로 맞도록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 안동 본가로 금의환향하는 길에 선군은 꿈속에서 숙영의 죽음을 알게 된다. 풍산에 도착해 아버지가 임 낭자를 새신부로 권하자 선군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집으로 와 숙영의 시신을 본다. 부모는 외간 남자의 침입으로 죽음을 당했다고 하니, 선군은 하인들을 문초하고, 파랑새가 매월이 범인임을 알려 준다. 매월을 처형하고 제사하니, 숙영이 다시 살아나 옥황상제께서 숙영을 다시 살게 해 주었음을 선군에게 알린다. 그 뿐 아니라 숙영의 청으로 임 낭자를 선군의 후처로 맞아들이게 하여 임 낭자의 몸에서 아들 하나를 더 낳고, 팔십 세에 선녀가 내려와 세 사람은 함께 승천하는 것으로 <숙영낭자전>은 마무리가 된다.

연극은 낭독공연처럼 진행이 되다가도 출연자들이 각자 <숙영낭자전>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슬픔과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 극의 흐름에 맞춰 배경 막에는 영상으로 선군의 그림자가 부채를 들고 등장해 대사를 읊조리면서 극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그러면서 못내 졸음을 이기지 못해 쓰러져 잠이든 식솔도 있지만 대부분 끝까지 낭독을 경청한다.

대단원에서 낭독이 끝나고 잠든 여인은 내버려 둔 채 여인네들이 주섬주섬 일감을 정리하고 퇴장하면, 후원에는 조명이 환히 밝혀지고, 대나무가 무성한 아름다운 풍경이 한 폭의 명화처럼 펼쳐진다. 그 명화 속에서 신선을 연상시키는 선군의 일품 부채춤이 비상하는 한 마리의 학춤처럼 한 동안 펼쳐지고 <숙영낭자전>에서의 꿈같고 환상 같은 세계를 관객은 저마다의 가슴에 깊이 간직한 채 극장 문을 나서게 된다.

정연심, 문상희, 박지아, 박옥출, 송효주, 이재민, 서늘볕 등이 출연해 각자 호연과 탁월한 기량으로 창을 부르며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타악 이유진, 대금 이예진, 조연출 김기정, 무대디자인 정수미, 무대제작 김영호, 의상 손진숙, 영상 김장연, 조명 우수정, 디자인 구범준, 사진 영상촬영 영상작업공간 틀어, 소품 추은경, 기획자문 김민정, 기획 강현하 정혜원 김용문, 진행 김한결 등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일치되어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작, 권호성 연출, 진남수 연기감독의 <숙영낭자전을 읽다>를 독특하고 인상 깊은 공연으로 창출해 냈다.

4,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공동창작, 백남영 연출의 마스크 연극 <소라별 이야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가면극(假面劇)은 연기자의 다수 또는 일부가 가면으로 등장,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면서 연극을 한다. 그 유래는 가면의 출현과 더불어 이를 사용하여 행하던 종교적 의식이나 무용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의 가면극은 문헌상으로는 <삼국사기 三國史記>에 전하는 최치원(崔致遠)의 향악잡영(鄕樂雜詠) 5수에 나타나 있는 5기(伎-금환 金丸·월전 月顚·대면 大面·속독 束毒·산예 狻猊)가 처음이다. 이 5기 이전에 신라에는 분명하지는 않으나 극적 요소를 다분히 지니고 있는 무검희(舞劍戱-황창랑무 黃倡郞舞)·처용무(處容舞)·무애무(無舞) 등 가면희(假面戱)가 있어, 이미 신라 시대에 가면극이 상당히 발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에 와서는 1236년(고종 23)에 연희(演戱)한 기록이 보이고, 그 밖에도 <고려사> <악학궤범>등에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위에서 말한 신라 시대의 가면극을 포함하는 가면극이 발달하고, 특히 처용무는 고려를 거쳐 조선에까지 전승된다. 조선 시대에는 중국 사신이 왔을 때 산대극(山臺劇)을 관람시켰고, 1634년(인조 12)에는 산대도감 (山臺都監)을 두어 관장한다.

이 산대극 외에 황해도 지방의 가면무극(假面舞劇)과 영남(嶺南) 해안지방에도 5광대 가면극이 있다. 산대극은 12막(幕-과장 科場), 가면 수가 22개이고, 황해도 가면무극은 7막, 가면 수 28개, 영남 해안 지방의 5광대가면극은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가면수는 13~23개이다. 또 약 500년 전부터 전승되어 오는 영남 산간(山間) 지방의 신사(神事) 가면극은 5막, 가면 수 10개로 그 전부가 목제(木製)인 것이 특징이다.

이들 가면극의 내용에 있어 그 주류 사상은 신사 가면극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특수 계급(양반 兩班)에 대한 모욕(侮辱), 승려의 파계(破戒)에 대한 조소(嘲笑), 가정 비극인 처첩(妻妾)의 3각 관계, 늙은이의 상식 부족 등을 나타내고 있다. 가면극은 원래가 야외극이므로 무대는 최근 30년 전까지는 없었고, 다만 광대들의 개복청(改服廳-분장실 扮裝室)이 있었을 뿐이다. 이는 현재와 같이 흥행 시에 입장료를 받지 않았으므로 막(幕)·가옥(假屋) 따위가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해학극(諧謔劇)으로 음악 반주에 의한 무용이 주가 되며, 상연 시간이 길고(대개의 경우 하룻밤을 요함) 여자 광대가 없는 것이 특색이다. 우리나라 가면극을 산대가면극(山臺假面劇)·서선(西鮮-탈춤)가면극·5광대가면극·서낭제(성황제 城隍祭)가면극으로 4대별한다.

이번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가면극 <소라별 이야기는> 2011년 9월 중앙대학교 공연예술원 스튜디오 시어터에서에 공연 이후 2012년에는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 독일과 중국에서의 공연에서도 절찬을 받은 공연으로 금번 아르코예술극장에서의 재공연은 지난번 공연보다 더욱 발전적인 공연이 되었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초가집과 돌담길을 만들어놓았고, 그 앞에 커다란 메주를 다져놓은 것 같은 네모난 조형물을 여러 개 쌓아놓았다. 마치 바위덩이 같이 보이지만, 연기자들이 그 덩이를 가볍게 들고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스티로폼으로 제작한 게 분명하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도 바위덩이를 놓아두어 노인이 걸터앉아 음식을 들거나 하모니카를 꺼내 불기도 한다. 배경 막 뒤쪽은 반원형의 나무다리가 있어 조명이 비추면 다리를 건너는 소년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출연자들의 마스크는 등장인물의 성격에 어울리게 제작되었고, 의상과 소품 또한 고무줄 새총처럼 옛 시절을 떠올리게끔 장만을 했고. 음악도 귀에 익은 동요라서 친근감이 배가한다.

연극은 한 노인이 바위에 주저앉아 음식을 드는데서 시작된다. 동네를 배회하는 개 한 마리가 다가와 동무 노릇을 하고, 노인의 회상장면이 시작되면, 나이 든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놀았던 옛날 장난감을 들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는 소년소녀들의 모습과 그들이 부르는 동요는 나이든 관객에게는 불현듯 아득한 옛 날을 떠오르게끔 하는 장면이 되었다.

한 마을의 이장이자 욕쟁이 할아버지인 노인이 서울에서 온 손녀를 데리고 등장하자, 시골소년들은 말끔하고 세련된 서울소녀의 외모에 저마다 예쁘다는 소리를 지르고, 이 마을 토박이 소녀는 시기와 질투심을 나타내 보인다. 그런데 서울소녀는 말 못하는 벙어리다. 소녀는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마을에서 가장 어수룩하고 순진무구해 뵈는 한 소년과 가까워진다. 소년과 벙어리소녀는 노인이 현재 앉아서 옛 추억에 잠긴 바로 그 네모난 바위덩이를 배경으로 뛰어놀고 술래잡기도 하며, 동리소년소녀들과 장난을 하고, 때로는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마을소년과 벙어리소녀의 사랑이 초롱초롱 명멸하는 별무리 아래에서 살포시 싹트기 시작하고, 그 싹이 아름답게 꽃필 무렵 돌연 욕쟁이 할아버지가 한 장의 편지를 들고 등장한다. 그 편지는 벙어리 소녀의 아버지로부터 상경하라는 내용이다.

그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차츰 가까워졌던 마을소년소녀들은 벙어리 소녀의 귀가를 아쉬워한다. 사랑이 싹텄던 소년의 마음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헤어지면서 바위덩이 옆에서 벙어리소녀는 마을소년에게 하모니카를 주고 떠난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세월이 한없이 흐르고, 백발의 노인이 된 마을소년은 벙어리소녀가 주고 떠난 하모니카를 꺼내든다. 그리고 옛 동요를 조용히 불기 시작한다. 하모니카의 음률을 타고, 옛 소년소녀들이 차례로 실로폰, 멜로디언 등 소형악기를 들고 모습을 드러낸다. 예쁜 벙어리 소녀도 욕쟁이 할아버지와 함께 등장한다. 그들은 함께 동요를 연주한다. 개가 멍멍대며 소년소녀 주위를 뛰어 돌면서 반가워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백남영, 구기환, 장 원, 박정원, 홍상표, 이준호, 박지수, 엄윤재 등이 출연해 열연과 열띤 랩 동작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최정일, 마스크 제작 이수은, 제작 이혜정, 무대디자인 김정훈, 조명디자인 김광섭, 작곡 김태근, 커튼콜음악작곡 이한밀, 의상디자인 김장현, 의상진행 장종환, 조명오퍼 조승우, 무대지자인진행 김진학, 인쇄물디자인 디자인 봄, 무대감독 이경은, 프로듀서 마창훈, 홍보팀장 조민아, 홍보팀원 강민정, 이지호, 강지영, 윤지은, 마케팅팀장 이해인, 팀원 김유리, 박혁, 이정배, 이건희 운영팀장 박창민, 팀원 강동석, 김예다, 이혜수, 김한재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진일보한,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공동창작, 이수은 마스크제작, 백남영 연출의 <소라별 이야기>를 걸작 마스크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 손숙 연기 인생 50주년 기념공연 이윤택 작/연출의 <어머니>(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1960년대 후반 명동국립극장시절 극단 동인극장에서 공연한 유진 오닐 작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에서 박근형, 김금지, 백일섭 등과 공연한 손숙의 연기를 처음 보았고, 그 후 역시 명동국립극장에서 극단 동인극장의 테네시 윌리암즈 작 <유리동물원>에서 정혜선, 오지명, 최지민 등과 과 공연하는 모습, 그리고 김기팔 작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에서의 호연을 눈여겨보았다. 당시 손숙은 미모와 연기력을 갖춘 신인여배우였고, 그녀의 대학 선배인 남편은 출중한 연기력을 발휘하던 중견 탤런트로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을 펼친 명배우였다.

그녀가 어느새 연기생활 50주년 기념공연을 하게 되었다니,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근래 <셜리 발렌타인> <신의 아그네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네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 등에서의 그녀의 연기를 관람하고, 평을 쓰면서 그녀의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에 감탄을 하곤 했다.

<어머니>는 20세기 중반부터의 한국의 역사와 그 맥을 이룬다. 한국의 생활과 풍습, 남존여비사상, 해방과 6 25사변, 서민들의 생활이 그 바탕과 배경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나이든 관객에게는 장면 하나하나와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손숙 만이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연륜과 방언과 구성진 대사는 물론, 공연하는 배우들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포용력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탁월한 기량과 체취를 이 연극에서 감지할 수가 있다.

무대장치는 무대 좌우에 창이 있고 그 옆으로 등퇴장 로가 만들어져 있다. 오른편 벽에 책장이 있고, 정면에는 시원스레 베란다의 창문처럼, 유리창 밖으로 맑은 호수와 아담한 동산이 풍경으로 펼쳐진다. 중간에 이동시켜 들어오는 고목형태의 조형물은 마치 등장인물처럼 느껴지는 친근감이 드는 장치다.

내용은 경상도의 한 조그만 마을에서 첫사랑의 남성이 아닌 다른 남성에게 시집을 간 여인이, 소리꾼인지 무녀인지, 여하튼 출중한 재주를 가진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하게 되고, 6 25 사변이 발발하자 남편과 헤어지게 되고, 피란길에서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첫사랑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장남마저 저세상으로 보내며 그 유골을 신주단지에 담아 평생 간직한다. 실제로 많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전쟁으로 남편을 잃었듯이 이 연극에서도 남편 없는 여인의 삶이 장면마다 모든 어머니의 삶처럼 느껴지고, 말년에 요양원 장면은 근래 부쩍 늘어나고 있는 노인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생각나게 한다. 어머니는 남편에게서 태어난 방송작가인 둘째 아들과 살며 나이가 들어간다. 나이가 들어 던지는 어머니의 말은 차츰 잔소리처럼 가족들이 여기게 되고, 문맹인 어머니가 손자에게 한글을 배워 이름자를 쓸 수 있게 되기까지 이 연극의 어머니는 20세기를 살아온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의 인생사로 여겨진다,

대단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쓰고 저승으로 향하며, 거실의 문을 닫고 어머니가 돌아서서 객석을 바라보면, 어머니 주위로 모여선 출연자들의 정지된 모습은 한 장의 가족사진이나, 한 폭의 명화처럼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손숙, 하용부, 윤정섭, 김미숙, 김철영, 박정무, 김해선, 박혜린, 손청강, 홍민수, 배보람, 조영근, 김영학, 이민아, 이예선, 변정원, 황인택, 이혜민 등 출연자 전원의 일치된 호흡과 호연은 연희단거리패의 자세와 정신을 보여주는 연극인 듯싶었고, 기획제작 김소희, 무대디자인 장해근, 무대제작 김경수, 조명디자인 조인곤, 분장 김미정, 연습감독 이은주, 음악 이태원, 의상 김미숙, 소품 박혜린, 음향오퍼 민혜림, 홍보 마케팅 이채경, 노심동, 디자인 손청강 황유진 등 스텝진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작/연출의 손숙 연기인생 50주년 기념공연 <어머니>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을 해도 좋을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 문화예술감성단체 여민(與民)의 화통(畵通) 콘서트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 (남산국악당)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문화예술감성단체 여민(與民)의 화통(畵通) 콘서트 <봄날의 상사(相思)는 말려도 핀다>를 관람했다.

문화예술감성단체(대표 김영옥) 여민(與民)과 Ethnic pop group 프로젝트 락(樂)을 합하면 여민락(與民樂)이 된다. 여민락은 세종(世宗) 때 지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중 승평만세지곡(昇平萬歲之曲)을 여민락(與民樂)이라 부르기도 한다.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 한다.> 라는 뜻의 곡(曲)이니, 문화예술감성단체의 이름인 여민(與民)이나 연주단체 Ethnic pop group 프로젝트 락(樂)의 이름이 의미심중하기가 다시 이를 데가 없다.

손철주 미술평론가이자 학고재 출판사 주간의 해설로 조선중기의 화가 유성업(柳成業)의 해맞이 그림을 시작으로,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그리고 작자미상의 미인도나 세시풍속화, 남녀상사지화, 춘의도 등을 영상으로 투사해, 오언절구의 한시를 곁들여 그림해설을 하고, Ethnic pop group 프로젝트 락(樂)의 연주와 함께 춤과 노래, 해금독주, 생황독주 기타 송 등이 펼쳐지고, 스크린에는 아름다운 미디어 아트 영상을 투사해 관객을 꿈과 환상의 춘정의 세계로 몰아간다.

새해와 Valentine Day를 맞아 새로운 국악창작곡에 아름답고 현란한 춤과 노래, 판소리, 악기연주 등에 품격 높은 해설이 곁들여지니, 관객은 문화예술단체 여민(與民)의 화통(畵通) 콘서트 <봄날의 상사(相思)는 말려도 핀다> 공연에 몰입해 심취하게 되고 그들의 열정과 기량에 갈채를 퍼붓는다.

“우리 그림들에 대한 이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우리 국악과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공연을 만들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문화예술감성단체 여민(與民)의 김영옥 대표와 “눈이 뜨이면 귀가 뚫리고, 귀가 뚫리면 입이 열립니다. 옛사람의 정으로 그림을 즐기고, 타고난 신명으로 음악에 젖어드는 무대가 화통 콘서트입니다”라고 한 손철주 해설자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이번 공연은 봄날의 풍류가 품격 높고 멋들어지게 펼쳐진 무대로, 이영후 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의 격려와 기대를 충족시킨 <화통 콘서트>가 되었고, 필자 역시 감동을 만끽한 공연이었다.

해설 손철주, 생황 김효영, 피아노 박경훈, 춤 이민주, 보컬 이신예, 피리 천성대, 해금 최태영, 대금/소금 유호식, 가야금 김민영. 퍼커션/작사가 이충우, 기타/작곡가 김창환, 건반/작곡가 유태환 등의 탁월한 기량과 기획/홍보 조승현, 김지애, 음악감독 유태환, 김창환, 조연출 강봉좌, 무대감독 이기훈, 음향감독 채소영, 조명감독 설정식, 영상편집 성지환, 진경환, 사진/영상촬영 박상철, 인쇄물디자인 수푸트닉/제유컴, 웹디자인 안정호, 홍보 아담스페이스, 진행스텝 장민아, 강민구 등 전원일치의 노력이 김영옥 연출의 화통(畵通)콘서트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를 걸작공연으로 창출시켰다.

7,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이시원 작, 최원종 연출의 <좋은 하루> (예술공간 서울)

무대는 무대좌우와 배경 막 가까이에 각가지 나무로 조경을 한 것으로 보아 유원지나, 박물관, 또는 전시장 같은 느낌이 든다. 무대중앙은 비어있으나, 장면변화에 따라 벤치를 배치하기도 한다. 무대 좌우와 정면에 등퇴장 로가 있어 출연자들이 그리로 등장한다.

연극은 도입에 키가 크고 안경을 쓴 남성 한 사람이 얼굴을 가린 여성 관람객을 안내하며 서툰 일본어로 설명을 한다. 여성 관람객은 따발총을 쏘듯 빠른 일본말로 질문을 퍼붓는다. 남성은 더듬거리며 일본어로 답변을 하지만 신통치가 않다. 한동안 그런 장면이 계속되다가 여성은 얼굴가리개를 치운다. 여인의 얼굴을 본 남성은 상대를 알아보고, 놀라움 반, 반가움 반이 된다. 여인의 이름은 유키, 남성은 현우라는 게 객석에 알려진다. 이 두 사람은 청년시절에 만났다가, 10여년 만에 재회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두 사람은 상대에게 마음이 이끌렸던 과거를 되새겨보며, 재회를 기뻐한다. 두 사람은 40대가 되었고, 여직 것 독신이라는 것도 밝혀진다. 유키는 한국말을 제법 할 줄 알게 되었고, 현우는 현재 귀신의 집에 안내원 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래서 그런지 머리를 산발한 남녀 귀신들이 등장을 하고,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귀신들의 동작에 개의치 않는다.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심적 변화를 객석에서는 감지할 수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는 정경이 안타깝게 전개된다.

장면 변화에 따라 귀신이 등장해 클라리넷 연주를 하고 섹스폰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특히 두 사람의 사랑이 익어가는 과정에서의 귀신의 연주곡 중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의 주제곡이자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가 전 세계에 히트시킨 “She”가 흘러나올 때에는 객석은 두 사람의 사랑이 자신들의 사랑인양 깊은 감상의 세계로 흘러들어가기까지 한다.

대단원에서 현우가 귀신의 집을 개관하게 되고, 그때 귀신의 집에서 일을 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등장한 유키와의 대면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는 극의 마무리와 노래 “She”는 명장면이 되어 관객의 가슴과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현우 역으로 송재룡과 박성현이 더블캐스트로 호연을 보이고, 유키 역으로 강유미가 출연해 그녀만의 맛깔스런 기량을 발휘한다. 귀신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이 소개가 되지를 않아 기록하지 못함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어로 대사를 할 때에는 영상이나 자막으로 번역문을 싣는 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이리라.

예술감독 차근호, 조연출 최기쁨, 무대 김현진, 조명 박성진, 의상 한복희, 사진 하정아, 무대진행 안수정, 박성진, 서혜영, 김윤희, 김정태, 내부기획 이보람, 최수정, 윤수진, 그래픽디자인 전진아 등의 노력과 열정이 곁들여,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이시원 작, 최원종 연출의 <좋은 하루>를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 제1회 여성극작가전 박현숙 작, 문삼화 연출의 <그때 그 사람들>(알과핵 소극장)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1회 여성극작가전 박현숙 작, 문삼화 연출의 <그때 그 사람들>을 관람했다.

박현숙 극작가는 1926년 황해도 재령 태생으로 중앙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교내 연극부에서 최무룡, 주동운 등과 활동하였으며, 1956년에 『제작극회(製作劇會)』의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1960년 「항변」이 입선된 후, 1961년에 「사랑을 찾아서」가 가작, 다시 1962년에 「땅 위에 서다」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69년부터 1973년까지 제작극회의 대표를 맡았으며, 1979년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장, 1976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상임위원을 역임하였다. 1976년 한국문학상, 1986년 한국희곡작가협회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희곡집으로는 『여인』(1965), 『가면 무도회』(1976), 『그 찬란한 유산』(1986), 『여자의 성(城)』(1996) 등이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은 해방직전 일제말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다. 무대는 중앙에 조그만 마루가 있고 오른쪽이 안방, 왼쪽이 식솔들 방으로 조금 돌출되어 있다. 마루아래에는 디딤돌이 놓여있다. 무대왼쪽이 대문으로 설정이 되어 외부인의 등퇴장 로가 된다. 집의 지붕과 방문을 치우면, 공원의 정자 구실을 하고, 마을사람들 회합장소의 건물로도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마을회관에서 3.1절 91주년기념 노인들을 위한 장기자랑이 펼쳐진다. 여러 노인들 중, 맹인 노인 한 사람이 흰 지팡이를 짚고 다가와 흘러간 옛 노래를 구성지게 부른다. 모두 박수갈채를 하고 흥겨워할 때 휠체어를 탄 여자노인이 등장해, 소월 시 한 편을 낭독한다. 여느 낭송가보다 더 절실한 노파의 시낭송은 좌중을 압도한다. 그녀의 시낭송이 끝날 무렵 맹인노인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간다. 이름을 불린 노인과 부른 노인이 다가가 서로 상대를 확인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 얼싸안고 통곡하는데서 장면전환이 된다. 이 극에서의 장면전환은 눈부신 속도가 된다.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번개가 뒤따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삽시간에 해방직전의 일제치하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무대는 조그만 마루와 방 두 개가 달린 집이 된다. 마님이라 불리는 여인이 가장이고, 할아버지 대부터 이집 일을 돕는 일꾼 식구들이 등장하고, 일꾼의 미모의 여식은 유치원 선생이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종군위안부 문제가 이 여식에 의해 대두되고, 형사들은 일본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되는 것이라고 동원된 여인들을 속인다. 마님의 아들이 독립운동을 하는 것을 빌미로, 조선인 형사와 일본인 형사는 마님 댁을 자주 들락거리고, 일꾼의 미모의 여식에게 치근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여식이 바로 마님의 아들인 독립운동을 하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청년이 피신을 하다가집에 잠시 들르면서, 열정적인 키스로 여식에게 입을 맞추는 광경을 보고, 관객은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일경에 의해 여식은 일본으로 끌려가고, 청년은 체포되어 감옥으로 가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두 사람이 서로 떨어져 있던 세월, 우리 모두가 겪어야 했던 역사적 암흑기와 여명기, 그리고 개발도상과정과 경제성장, 88올림픽, 월드컵 등을 숨 가쁘게 지나보내며, 여자 대통령을 탄생시킨 바로 현재 이 순간에 이르러, 오랫동안 헤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으스러지도록 포옹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우진, 김시영, 한상훈, 손승범, 강보라, 이석현, 이현균, 정정숙, 노준영 등이 출연해, 각자 기량을 다해 열연함으로써 객석으로부터 갈채를 받는다.

협력연출 황이선, 드라마트루크 이주영, 조연출 나하연, 무대디자인 김혜지, 조명디자인 박성희, 분장 송영옥, 안무 하미희, 의상 이수왕, 음악 레인보우99 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공상집단 뚱딴지 제작, 박현숙 작 문삼화 연출의 <그때 그 사람들>을 제1회 한국연성극작가전의 서막을 우렁차게 여는 힘찬 개막작으로 창출시켰다.

9, 극단 전망&극단 사개탐사 제작, 이난영 작, 박혜선 연출 <그 집 여자>(바탕골소극장)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극단 전망&극단 사개탐사 제작, 이난영 작, 박혜선 연출의 <그 집 여자>를 관람했다.

무대는 오래된 아파트의 거실이다. 정면 벽에는 이집 어린이의 사진이 그림처럼 걸려있고, 그 밑에도 가는 선에 연결해 어린이 사진을 수십 장 걸어놓았다. 그 아래에 문이 네 개 달린 작은 장과 장위에는 장난감이 잔뜩 놓여있다. 벽 오른쪽은 내실로 통하고, 기둥에 바퀴달린 플라스틱 장난감도 보인다. 무대 왼쪽에는 여느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싱크대와 그 위로 그릇 장, 아래쪽에도 식기를 넣어두는 서랍과 장이 있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쓰레기통이 보인다. 무대 중앙에는 식탁과 의자가 있고, 무대 오른쪽에는 붉은 꽃을 가는 실로 엮은 문양의 커튼이 내려져 있고, 그 앞에 소파와 탁자가 놓여있다. 그 좌우로 내실과 현관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내실통로와 옆에는 전화기를 올려놓은 전화대도 보인다.

연극은 도입에 믹서 기의 소음과 함께 조명이 들어오면 주부가 붉은 색의 음식물을 믹서에서 갈아 내려놓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곧이어 초로의 여인이 무대 오른쪽에서 등장하고, 두 사람의 대화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어머니는 손자와 함께 2박3일 수련회를 다녀 올 예정으로 여행가방과 륙색, 그리고 옷가지를 잔뜩 들고 등장하고, 며느리는 채소를 꺼내 다듬으며 시어머니와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어쩌면 저리 다정할까 할 정도로 대화가 이어지고, 위층의 공사소리 소음만 없다면,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전화로 여행지로 출발하는 버스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파에 잔뜩 쌓인 옷가지를 챙겨 트렁크에 차곡차곡 챙기는 시어머니의 손길이 빨라지고, 며느리의 도마 위의 칼질도 바빠지면서, 시어머니는 웬 음식을 갑자기 마련하느냐고 묻는다. 며느리는 친구가 온다고 대답한다. 좀처럼 없던 친구방문 소리에 시어머니는 옷가지를 챙기던 손을 멈추고, 며느리 쪽으로 다가간다. 식탁에 놓인 그릇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홍어까지 준비한 것에 시어머니는 친구가 누구냐고 뭇는다. 다그쳐 묻는 시어머니의 질문에 이 집 아들이자, 며느리의 남편, 그리고 아이의 아빠인 인물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나기 시작한다. 사업실패로 폭음을 하고, 가정폭력으로 유치장까지 들어간 내력이 객석에 전해진다. 어미를 두들겨 패는 아버지를 보다 못해 경찰에 고발한 어린 아들, 이제는 그 아들까지 아비의 폭력의 대상이 된 가족상황과 이를 제지하기 위한 어미의 노력이 결국 목숨을 건 승부로 마무리를 짓겠다는 심정으로 굳어진다. 숙성을 시키려 담아놓은 홍어 병을 꺼내 손에 들고 결심을 다지는 며느리의 모습과 며느리가 물건을 찾으려 잠시 주방을 빈 사이에, 시어머니가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농약병은 시어머니 뿐 아니라 관객의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만든다. 아들이 홍어라면 환장하는 것을 안 시어머니는 홍어에 농약을 섞은 것을 알아차리고, 홍어를 숙성시키려고 담아둔 병을 열어 마룻바닥에 쏟아버린다. 며느리가 달려 나오고, 처음으로 시어머니에게 발악하듯 대드는 며느리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며느리는 살의를 고백하며, 자신의 몸의 상처를 내보인다. 폭력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처를… 자신뿐만 아니라, 어린 아들을 죽이겠다고 벼르는 아비, 그리고 자신의 어미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른 정신 이상자 같은 남편의 실체를…. 시어머니도 아들에게 맞은 몸의 상처를 들어내 보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식이기에 며느리가 결심을 바꾸도록 권하고 사정도 한다. 그러나 며느리의 의지는 요지부동이다. 그간에 며느리는 들어둔 보험내역과 어린이가 가야할 각종 행사와 약속일자등을 시어머니에게 유언하듯 자세히 알린다. 그리고 어린자식과 시어머니가 여행을 떠나고 없을 때 결단을 내리려하는 의도임이 밝혀진다. 결국 시어머니도 며느리의 결심에 동조를 하고, 아비 어미 없는 손자와 살아갈 생각을 하는 듯싶다. 출발시각이 다가오고,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여행가방과 륙색을 나눠들고 현관으로 간다. 그러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울린다. 파래진 얼굴로 되돌아오는 시어머니의 손에는 피 묻은 커다란 열매가 들려있고, 시어머니는 열매를 던지듯 바닥에 떨어뜨린다. 며느리를 잠시 졸도시킨 후, 시어머니 자신이 며느리 대신 아들을 죽이고 함께 목숨을 끊겠다는 의지와 행동인 것이 객석에 전해지고, 며느리와 손자가 함께 평화롭고 평안하게 살도록 하려는 시어머니의 배려와 결단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드디어 현관의 벨이 울리는 소리와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계속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박혜진이 시어머니로, 이지하가 며느리로 출연해 열연을 한다. 두 여배우의 연기는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극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바탕골소극장에 꽉 들어찬 관객이 숨소리 하나 없이 1시간 30분 도안 연극을 지켜보는 모습으로 알 수가 있다. 이 극은 롱런을 해도 좋으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무대디자인 하성옥, 조명디자인 황종량, 음악 김철환, 소품디자인 서정인, 분장디자인 백지영, 의상디자인 김미나, 조연출 김현진, 그래픽 웹디자인 김혜경, 사진 정해원 등 모두의 기량이 돋보인, 극단 전망과 극단 사개탐사 공동제작, 이난영 작, 박혜선 연출의 <그 집 여자>를 보기 드문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10, 명동예술극장&극단 컬티즌의 데이비드 헤어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에이미> (명동예술극장)

명동예술극장에서 데이비드 헤어(David Hare)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에이미(Amy’s View)>를 관람했다.

데이비드 헤어(David Hare)는 영국작가(1947~)로 희곡 <불순물 Slag (1970)>, <만국박람회 The Great Exhibition (1972)>, <철면피 Brassneck (1973)>, <관절 Knuckle (1974)>, <미소Teeth ‘n’ Smiles (1975)>, <풍요 Plenty (1978)>, <세계지도 A Map of the World (1982)>, <프라우다 Pravda (1985)>, <엉망진창 The Bay at Nice, and Wrecked Eggs (1986)>, <남모르는 환희The Secret Rapture (1988)>, <경마귀신 Racing Demon (1990)>, <속삭이는 판사 Murmuring Judges (1991)>, <전쟁의 부재 The Absence of War (1993)>, <채광창 Skylight (1995)>, <에이미의 견해 Amy`s View (1997)>, <푸른 방 The Blue Room (1998)>. <유다의 입맞춤 The Judas Kiss (1998)>. <고난의 길 Via Dolorosa (1998)>. <내 아연침대 My Zinc Bed (2000)>. <삶의 귀중함 The Breath of Life (2002)>, <철로 The Permanent Way (2004)>. <어리둥절한 사태 Stuff Happens (2004)>. <곧바른 시간 The Vertical Hour (2006)>. <게세마네 Gethsemane (2008)>. <강조된 답변 The Power of Yes (2009)>. <사우스 다운스 South Downs (2011)> 등을 발표했고. 시나리오도 많이 썼다.

1998년에 영국왕실에서 기사작위를 받아 데이비드 헤어 경 (Sir David Hare)으로 존칭된다.

성수정(成壽貞)은 ‘희곡 전문 번역가’다. 2002년부터 <거기>, 2003년 <달의 저편> 등 주목받는 작품을 번역해 올렸고, <맘마미아>도 번역했다. <레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철로> <33개의 변주곡>과 그 외 많은 작품을 번역했다. 그녀는 대학(연세대 사학과)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와 영자신문(코리아 헤럴드)에 입사해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고, 2002년부터 희곡 번역가가 됐다. 우리나라 젊은 작가의 희곡도 영어로 옮겨 외국에 소개하는 번역계의 보석 같은 존재다.

무대는 한적한 교외의 저택이다. 전면에 확 트인 여닫이창과 함께 현관이 있고,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식탁과 의자 소파, 책장 등이 배치되어 있고, 벽에는 후기인상파 화가의 작품으로 보이는 꽃그림이 여러 점 걸려있다. 아름다운 문양의 접시 여러 개도 벽에 걸어놓아 이채롭기 그지없다. 오른쪽 벽 창문의 커튼을 열면 들어오는 햇볕의 변화도 일품이고, 대단원에서 소극장 분장실로 설정된 장치와 마지막 장면에서의 조명은 극적감동을 배가시킨다.

1998년 영국에서 초연된 <에이미>에서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에 출연한 여우 “주디 덴치”가 당시 76세의 고령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낡은 방식만 고집하는 “에이미”의 어머니인 연극배우 “에스메”와 새로운 미디어만 믿는 영화감독인 사위 “도미닉”과의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두 인물의 가치관 충돌을 바라보는 “에스메”의 딸 <에이미의 시선(Amy’s View)>이 극의 내용이다.

남자친구 “도미닉”의 아기를 임신했으면서도 임신한 여인을 버린 전력이 있는 그 남자친구에게 차마 고백을 못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도미닉”이 딸에게 다가오자, 침실로 향하며 “에이미”가 아이를 배었다고 내뱉는 소리는 장면전환과 함께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된다.

두 번째 장에서는 결혼을 한 딸 내외와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되고, 장모와 사위가 서로 다른 시각과 견해로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갈등을 해소시켜보려는 딸의 노력이 극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장모와 사위의 화합보다는 “에이미”와 “도미닉”의 사이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확대된다. 다음 장면에서는 “에스메”도 남자친구 “프랭크”와 가까워지고, “프랭크”의 권유로 가입한 계약회사의 적자가 늘어나고, 그 회사의 파산으로 인해 “에스메”는 평생 갚아도 모자랄 부채를 안게 된다. 오랜 만에 “에스메”를 찾은 “에이미”는 이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에이미” 역시 “도미닉”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겨 심적 갈등으로 나날을 보내는 형편임을 알게 되고, 어머니가 사위를 한 번도 이해하려 하거나 긍정적으로 대해준적이 없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울부짖고, 밖으로 뛰어 나간다. “에스메”가 딸의 이름을 부르며 뒤따라가는 장면에서 전환이 이루어진다.

마지막 장면은 백발의 “에스메”가 조그만 소극장 분장실에 앉아 젊은 출연배우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딸 “에이미”가 저세상으로 갔다는 사실과 딸의 죽음으로 연기에 변화된 모습을 보인 “에스메”의 호연과 호평으로 관객이 밀어닥치는 극장현황이 소개가 된다. 젊은 배우는 존경심으로 “에스메”를 대한다. 이때 영화감독이 되어 성공작을 낸 사위 “도미닉”이 찾아온다. 젊은 배우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며,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피해준다. 장모와 사위의 진솔한 대화가 잠시 이어지고, 화해의 기운이 봄꽃망울처럼 살포시 피어오른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런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지 않는다. 사위 “도미닉”은 선물상자를 놓고 떠난다. “에스메”는 다가가 상자의 뚜껑을 연다. 오! 거기에는……

윤소정이 “에스메”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서은경이 “에이미”로 출연해 윤소정과 듀엣으로 열연을 하고, 원작의 “에이미”를 넘어서는 연기를 보인다. 백수련이 시어머니 “이블린”으로 모처럼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 극의 무게가 가중된다. “도미닉”으로 출연한 정승길의 호연은 그의 발전적인 앞날을 예측하기에 충분하고, 어머니의 남자친구 “프랭크”로 출연한 이호재는 그의 중후한 기량과 함께 작품의 버팀목이 된다. 젊은 배우 “토비”로 출연한 김병희는 순발력과 함께 절제된 연기로 그의 기량을 감지할 수 있고, 창창한 그의 앞날이 기대되기도 한다.

정혜영의 제작, 하성옥의 무대, 신 호의 조명, 이승무의 의상, 백지영의 분장, 이형주의 음악, 서정인의 소품 전유경과 임지민의 조연출 등 스텝진의 기량이 돋보인,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의 데이비드 헤어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에이미>를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월 20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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