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복지재단을 아시나요? / 오세곤

(제28호 편집인의 글)

연극인복지재단을 아시나요?

작년 예술인복지법이 통과되고 그에 의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했다. 몇 년 전부터 연극인복지재단이 추진했던 일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연극인복지재단은 설립 당시 문화부가 일부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이후 국가의 지원 없이 거의 민간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재단법인이다. 그래도 연극인들의 건강 검진 사업도 벌이고 어린이집도 운영한다. 그리고 아주 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주는 SOSS 기금도 있다. 매년 PMC 송승환 대표가 기부하는 1,000만원과 연극인복지재단이 부담하는 1,000만원, 그리고 서울연극제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받아 운영하는 이 기금은 비록 적은 규모이지만 우리 연극인들이 아주 외로운 존재만은 아니라는 최소한의 표지판이다. 그러나 이런 자체 노력만으로는 복지라는 엄청난 단어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예술인복지법의 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세미나 등을 통하여 정부와 국회를 움직이고, 법학 교수를 초빙하여 법안 초안을 마련하고,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반대하는 부서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그것의 종합판인 국회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나서고 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일부에서는 그렇게 법이 통과되고 그래서 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면 우리 연극인복지재단은 갈 곳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자는 자세가 더욱 강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실제로 연극인복지재단의 부이사장이 신설 예술인복지재단의 대표가 되고 연극인복지재단의 사무국장은 예술인복지재단의 핵심 인력으로 옮겨 갔다. 물론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연극인복지재단이 예술인복지재단 설립의 일등 공신으로서 얻을 혜택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역차별의 손해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괜히 나서서 자기 발등을 찍은 거 아니냐는 후회의 목소리가 또 다시 나온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대의에서 한 일을 후회하기보다는 달라진 환경으로 인정하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맞다. 우선 우리 연극계가 연극인복지재단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애초 출범할 때 일었던 기부 운동이 흐지부지 주저앉고 만 것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일으켜야 한다. 당시 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월 1만원씩 기부하는 CMS 가입은 불과 20여명에서 그쳐 버렸고 극단들의 입장 수입 1% 기부 운동도 실천까지 간 예는 극히 드물다. 또 온갖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집을 개원했지만 정작 연극인들의 자녀는 그 비율이 지극히 낮다. 물론 여러 여건상 자녀를 보내기에 어려운 점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제도를 우리가 갈고 닦아 우리 것으로 만드는 데에 인색했던 것도 커다란 이유일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예술인복지재단이 하지 못 하는 일들을 많이 개발하는 것은 연극인복지재단의 임원진과 실무진의 일이다. 그들은 연극인의 진정한 행복인 창작활동을 보장해 주는 방법도 연구하고 최소한의 가족 부양과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창작활동에 임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연극인복지재단이 우리 연극계의 공동 자신임을 인식하고 그 역할의 정립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은 모든 연극인들의 일이다. CMS 기부 참여자가 늘어야 한다. 물론 1% 기부 운동은 상당한 부담이다. 더욱이 대부분 적자가 나는 단체들에게는 정서적으로 무척 어려운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약간의 어려움을 감수하여 우리 동료 중 누군가가 최악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설만한 일이 아닐까? 그러려면 우선 연극인복지재단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그런 우리의 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오늘 바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자. 조금 여유가 있으면 객석 빌딩 3층의 사무실을 방문해서 안내 책자를 받아 읽어보자. 아예 CMS 기부 약정을 하자. 아예 공연입장수입 1% 기부 약정을 하자. 그래서 이제 막 탄생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항상 보고 배울 예술인 복지계의 큰 형님이 되도록 하자. 그래서 연극인들이 모두 즐겁게 연극에 전념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

2013년 2월 1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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