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3년 1월 공연총평

 

박정기(朴精機)

 

필자가 2013년 1월에 관람한 공연은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고래 공동제작, 이해성 작 연출의 <사라지다>, 우석레퍼토리극장에서 극단 노을의 오세곤 예술감독, 강재림 작 연출의 <니르바나>, 혜화동 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진일보의 이윤택 김경익 작, 김경익 연출의 <아리랑 랩소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전망의 욘 포세 작, 정민영 역, 윤혜진 연출, 강량원 멘토의 <어느 여름날>, 신촌 산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여행자의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심술궂은 어린 악마, 모렐라>의 낭독공연, 선돌극장에서 극단 이루의 박완서 작, 최명숙 연출의 <해산 바가지> 낭독공연, 대학로 아트센터 K세모극장에서 PY 프로덕션의 윤혜영 작, 유덕권 각색/연출의 <1월40일>, 대학로스타시티 TM 스테이지에서 극단 자유공간의 배 이 작, 진이자 연출의 <꼴까닭 호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4관객 프로덕션의 패트리스 파비스 작, 이혜경 역, 이준희 연출, 오경숙 멘토의 <바냐와 그녀>, 서울문예대 대학로 극장에서 창작집단 36.5의 오세곤 예술감독, 박상준 작.연출의 <제목이 긴 공연>,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거미의 카렐 차펙(Karel Čapek) 작, 김제민 연출, 김석만 멘토의 <알유알(R.U.R)>,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극단 적도의 아베 야로 원작 정 영 극본/각색 김혜성 작곡, 김동연 연출의 뮤지컬 <심야식당> 등이다. 이 공연작 중 특기할만한 작품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 새로 개관한 서울대 미술관의 2013년 첫 전시작 <No comment展>을 소개한다.

1, 남산예술센터에서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 연출의 <사라지다>

이해성은 <고래> <살> <빨간 시> <치유> <전하의 봄>그리고 <사라지다>에서 그 자신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펼쳐 보일 수 없는 세계를 무대 위에 그려내고 있다. 독창적일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은 현실적이지만 신화적 바탕에 큰 줄기를 세우기도 하고, 만만치 않은 철학적 사유가 내재해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에는 죽은 자와 산자가 함께 등장하고, 시적언어로 대사를 읊조리고, 노래도 부르며, 연극을 몽환처럼 이끌어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대 작가들이 애써 외면하고, 거부하는 인물까지 작품 속에 주인공으로 설정을 해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 그렇기에 관객은 그의 작품공연이 시작되면서 도입부부터 극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되어 대단원까지 주시를 하게 된다.

<사라지다>는 죽은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가 사고사였는지 자살을 했는지는 후에 알려지지만, 연말이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에 죽은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의 이모 댁에 모여 그녀의 제사를 앞두고 벌이는 내용이다. 연말에 눈이 내렸듯이 이 연극에서도 배경 막 영상을 통해 함박눈이 쏟아지는 광경에서 내래이션과 함께 극이 출발한다. 죽은 여인의 친구들이 미인클럽멤버인지, 각자 하나같이 어여쁜 모습이니, 관객이 여인들 각자에게 부지런히 시선을 돌리는 정경이 다채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이모의 등장에서 관객은 잠시 숨을 멈춘다. 분명 남자인데, 여장을 하고 화장에서 걸음걸이나 몸짓, 어투까지 영락없이 여자행세를 하는 트랜스젠더….. 그러나 자신의 의견개진이라든가 인생을 보는 눈, 식견, 의지, 그리고 의사전달에서 그의 부자연스러움을 완전히 상쇄시킨다. 그렇기에 네 명의 친구들은 비록 이모가 남성이기는 하지만, 진짜 자신들의 참 이모처럼 여기고 신뢰를 하고, 동료들에게는 차마 고백하지 못한 문제를 이모에게는 이야기를 하고, 일기까지 읽도록 한다. 다만 죽은 여인의 친구 중 한명은 친구의 죽음을 이모와 연결시켜, 후반부에 증오감을 이모에게 피력하기도 하지만, 세간의 트랜스젠더를 보는 야릇한 시선을 이 연극을 통해 정상인보다 더 정상인으로 의식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의사, 작가, 주부 등 젊은 여인들의 종사하는 일들이 각기 다르지만 바로 우리 젊은 여성들의 당면한 현실과 삶, 그들의 사랑. 비록 사랑이 인륜을 벗어난 것일지라도, 현실 속에 엄연히, 게다가 무수히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 점을 정곡을 찔러 접근하는 수법은 냉정하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포근함이 깔려있다. 그것은 이모가 남성이었던 과거, 이모의 아내였던 여인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결혼식 문제를 두고, 예식장에 모습을 보이지 말아달라고 이모에게 부탁처럼 못을 박아놓는 장면은, 관객의 공감대를 100% 형성시키면서도, 가슴에 스며드는 애틋함과 슬픈 감정을 떨치지는 못한다. 젊은 여인들의 구구절절 나름대로의 사정이 이어지고, 대단원에서 죽은 여인이 등장하고 죽은 여인을 사랑하던 장애인 남성이 꽃을 들고 등장하는 장면과 커튼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눈송이와 도입에서처럼 펑펑 쏟아지던 눈이 화면 속으로 되돌아가 사라지는 장면은 연말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극 <사라지다>의 명장면으로 또한 한 편의 명화로 기억에 남도록 만든 장면이었다.

트랜스젠더로 박용수가 출연해 명연을 펼친다. 그의 부인으로 출연한 강애심역시 국민배우로서의 기량을 발휘한다. 황세원, 박윤정, 우수정, 김원정, 황은후, 김동완이 출연해 각자 나름대로의 성격창출과 열연으로 관객을 2시간 가까이 연극에 몰입시켰다.

최학균의 무대, 김성구의 조명, 윤형철의 영상, 김동욱의 음악, 장주영의 의상, 장경숙의 분장, 장성익의 참견, 이지락의 사진, 김유인의 그래픽디자인,박현덕의 무대감독, 손은지의 기획, 이송이의 홍보, 남기현의 조연출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되어, 남산예술센터(극장장 이규석)와 극단 고래 공동제작 이해성 작 연출의 <사라지다>를 2013년 새해를 여는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2, 극단 노을의 오세곤 예술감독, 강재림 작 연출의 <니르바나>(우석레퍼토리극장)

본래 ‘열반(涅槃)’은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nirvana)>를 음역한 말로서 불이 꺼진 상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열반은 꺼진 상태, 욕망이 꺼진 것을 의미하고, 깨달음의 경지를 말하기도 한다.

보통은 죽음에 당도한 때를 이르는 말이다. 몸이 있고서 깨달음에 이른 것이나 몸이 소멸하는 경우를 모두 열반이라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육신이 멸하는 상태를 보통 열반이라고 부르고 있다.

‘입적(入寂)’은 입열반이라고도 하는데 이생의 고통을 벗어나서 열반의 증과를 얻음을 말한다. 적멸(寂滅)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고통과 번뇌의 세계를 떠나 고요한 적정의 세계로 들어갔다는 것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도 부처의 10대제자 중 한 사람인 가섭(迦葉)이다.

부처께서 영취산에서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부처가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모인 사람들에게 보이니, 마하가섭(摩訶迦葉)이란 제자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를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라고도 한다.

그럼 부처는 왜 꽃을 들어 보였고, 마하가섭은 무엇을 깨달았을까?

연꽃은 탁한 연못에서 피어나는데 꽃은 아름답고 깨끗하기 그지없다. 즉 부처는 이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오히려 인간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는 진리를 나타내 보였고, 마하가섭은 그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마하가섭(摩訶迦葉)은 어느 날 사위국(舍衛國)의 고요한 숲 속에 오랫동안 머물다가 길게 자란 수염과 머리, 헌옷을 입은 채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찾아갔을 때, 사람들은 그를 속으로 경멸하였다. 그러나 석가는 여러 비구(比丘)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잘 왔다. 가섭이여, 여기 내 자리에 앉아라.” 하고는, 가섭존자가 얻은 훌륭한 공덕이 자기 자신이 얻은 공덕과 다를 바 없다고 칭찬하면서, 석가는 모든 무상(無上)의 정법(正法)을 가섭에게 부촉(咐囑)하며 자신이 죽은 뒤 모든 수행자의 의지처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그래서 그를 십대 제자 중‘두타제일(頭陀第一)’이라 하였다.

한때 가섭이 바사성(婆娑城)에 머물다가 돌아오는 도중에 석가가 열반(涅槃)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쿠시나가라의 천관사(天觀寺)로 달려가 스승의 발에 예배한 후 다비(茶毘)의식을 집행하였다. 이어 그는 500명의 아라한들을 모아 스스로 그 우두머리가 되어, 아난(阿難)과 우바리(優婆離)로 하여금 경(經)과 율(律)을 결집(結集)하도록 하였다. 석가가 죽은 뒤 제자들의 집단을 이끌어 가는 영도자가 되었는데, 선가(禪家)에서는 그를 부법장(付法藏) 제1조(祖)로 높이 받들고 있다.

연극 <니르바나> 현대판 가섭(迦葉)의 이야기다. 그러나 종교극은 아니다. 종교적 색채도 없다. 가섭이 지극지난(至極至難)의 곤경에 빠졌을 때 그의 부친이 꿈에 현신해, 가섭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여, 잘못을 깨닫고 해결책을 강구케 하는 도입부만 가섭존자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원래 가섭은 인도 왕사성(王舍城) 마하바드라의 거부였던 브란만 미그루다칼파의 아들로서 비팔라 나무 밑에서 출생하였다.

그러나 이 연극에서 가섭의 부친은 음주벽이 있고 가섭에게는 비정하고 엄격했던 아버지로 소개가 된다. 가섭이 성장을 하고, 여느 젊은이들처럼 사업을 하고 성공적이었을 때는 어려운 친구들을 비웃고, 여보란 듯 뻐기면서 방탕한 생활까지 하게 된다. 그 뿐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 대신 부자 집 규수와 결혼을 하는 인물로 설정이 된다. 그러나 점차 운영하던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빚더미에 올라가게 되자, 친지와 동료의 외면과 냉대가 당연히 늘어나고, 가섭의 곤경은 극에 달한다. 가섭이 겨우 지난날을 회개하고 깨달음을 얻고. 모든 욕망의 불을 끄려했을 때……

무대는 중앙에 통로와 무대 오른쪽 벽면을 마치 책장처럼 열고 닫음으로써 장면변화를 꾀한다.

프랭크 씨나트라의 불멸의 히트곡 My Way가 도입과 대단원에 흘러나오는 것도 절묘하게 어울렸다.

임재명의 가섭 역은 그가 얼마나 가섭 역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그의 출중한 연기표현으로 감지할 수 있다.

조지은, 조윤경, 김용태, 이우진, 김남수, 황진우, 이용규, 임정하, 조장미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각자의 성격창출은 연극전체와 조화를 이루었고, 그들 모두의 호흡일치가 연극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무대디자인 박재현, 영상디자인 한명진, 조명디자인 이다슬, 조연출 한명진, 기획 김승호, 이아라, 인쇄디자인 허효진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돋보여, 극단 노을의 오세곤 예술감독, 강재림 작 연출의 <니르바나>를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3, 극단 진일보의 이윤택 김경익 작, 김경익 연출의 <아리랑 랩소디>(혜화동 예술공간 서울)

연극 <아리랑 랩소디>는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과 나운규의 <아리랑>을 접목시켜 재창작한 작품이다.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은 1975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치독일 휘하의 세르비아의 우쥐쩨라는 작은 도시에서 그곳 시민들과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 단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희곡이다. 공연을 위해 전쟁지역을 마다않고 순회하며 공연해야 했던 극단 사람들의 역경과 시련 속에서, 사람들에게 연극이라고 하는 꿈과 이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절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단 진일보의 공연에서는 나치 휘하의 세르비아를 일제치하의 조선으로 바꾸고, 유랑극단의 대표도 토월회의 박승희로 정하고, 많은 동포들이 일제의 핍박을 견디다 못해 북간도로 떠났듯이 대단원에서 유랑극단도 북간도로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했다.

원래 <아리랑>은 박승희와 박진(朴珍)의 재기공연작품으로 <아리랑고개>라는 이름으로 막을 올리고, 최승희(崔承喜)의 무용과 함께 1929년 11월초에 막을 올렸다.

내용은 일제의 식민통치로 토지를 잃고 북간도로 가는 한 실향민가족의 참담한 이야기다. 식민지수탈로 인한 민족의 궁핍과 수난을 반영했기에, 연극 이 공연이 되자 <아리랑 고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때부터 우리의 전통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일제에 의해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아리랑 랩소디>에서는 박승희와 단원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공연활동을 펴는 대목이 단연 볼거리다. 현실과 연극을 구별하지 못하는 남자배우 희준 역도 탁월하게 떠오르고, 백정의 아들이자 고문기술자에다가 피에 굶주린 야수 같은 모습의 박살제가 미모의 여배우 춘심에게 사랑을 느끼고 피범벅이 된 채찍을 버리고, 짐승 같은 모습에서 이성적으로 변모하는 모습과 아름답게 변해가는 눈동자는 이 연극의 백미로 감동적일 뿐 아니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최명경, 김민정, 김병철, 최희진, 장재호, 손경원, 윤효식, 김수찬, 최성필, 김현정, 최서연, 민윤영, 김현우, 박창민, 이진호, 안소영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 같은 앙상블이 돋보였고, 최우정 작곡의 <아리랑 랩소디> 주제가의 합창 역시 일품이었다.

음악 작곡 최우정, 무대미술 유지예, 조명 박선교, 분장 박윤희, 무대제작 메트웍스, 안무 오재익, 의상 이민희, 음악선곡 김경익, 최성필, 움직임지도 장재호, 조연출 이진호 등 모두의 힘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진일보의 이윤택 김경익 작, 김경익 연출의 <아리랑 랩소디>를 우수작이자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4, 극단 전망의 욘 포세 작, 정민영 역, 윤혜진 연출, 강량원 멘토의 <어느 여름날>(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욘 포세(Jon Fosse)는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Haugesund)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냈다. 그는 1975년 베르겐(Bergen)으로 가 그곳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했으며 호르달란(Hordaland) 문예창작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무대는 바닷가의 별장 같은 저택이다. 벽면도 창문도 원형으로 돌출되고, 마루도 원형이다. 가로로 된 긴 창을 통해 바다가 보인다. 실내에는 소파와 탁자가 잘 정돈되어 있고, 무대 오른쪽이 현관 겸 외부로 통하고, 무대 왼쪽이 화자(話者) 겸 주인공의 등퇴장 로다. 부드러운 백색바탕의 실내라 아늑하고 포근해 뵌다.

초가을, 파도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중년의 여인이 죽은 남편을 회상한다.

여인의 절친한 친구가 찾아와 회상속의 한 부분을 재현한다. 물론 주인공이나 친구나 회상장면에서는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주인공은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관객을 향해 남편이 비바람 속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실종되었던 당시의 상황과 자신의 심정을 독백처럼 읊조린다. 독백은 감정의 상승이나 폭발이 없이 잔잔한 파도처럼 또는 미풍처럼 부드럽고, 평온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세월이 어지간히 흘렀음에도 그녀는 남편의 실종을 바로 엊그제 생겼던 일처럼 여전히 생각을 계속하고, 그녀의 내심은 다른 곳에 마음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오직 그 일과 그에 관한 생각에 잠겨,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과 회상을 하며 지내는 모습이 일상처럼 되어있다. 이제는 그녀의 친구마저도 그러는 그녀를 자연스럽게 대하는데 익숙해 있다.

원래 남편은 바다를 좋아했다. 날씨에 관계치 않고, 혼자 보트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기를 즐겨했다. 부인도 그러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 부인의 친구나 친지, 또는 부모가 올 때에도 남편은 늘 자리를 피해주고, 바다로 향했다. 부인은 물론 친지들도 남편의 그러한 행동을 성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던 중부인의 절친한 친구 부부가 방문하는 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저녁임에도 남편은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밤이 늦도록 남편은 돌아오지를 않았다. 실종신고를 하고, 해경 수색대가 바다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종당에는 빈 배만 발견된 것이다.

바닷가… 실종된 남편을 생각하며, 물론 남편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돌아오리라는 아련한 기대를 품은 세월만도 십 여 년이 흐른 뒤, 부인의 회상 속에서 남편과 바다와 세월은 언제나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해풍처럼 그녀의 가슴에 영원토록 스며드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정미가 중년의 부인 역을 내래이션과 함께 깊고 푸른 바다 같은 내면연기로 일관해 관객을 극 속에 집중시킨다. 중년의 친구 역으로 이선주가 출연해 진정한 우정으로 친구를 위로한다. 젊은 시절의 부인 역으로 신윤숙, 친구 역으로 임정선이 출연해 그 기량을 다한다. 남편 역으로 김수현, 친구의 남편 역으로 김진태가 출연해, 극의 흐름에 분위기까지 창출하는 연기력으로 관객을 시종일관 흐트러지지 않고 관극을 하도록 만드는 핵심역할을 한다.

무대 송아름, 조명 최보윤, 음악 백인성 김영경, 의상 김미나, 분장 한원경, 조연출 정현, 기획 임하라, 음향오퍼 김영아, 진행 강현우, 아트 콜레보레이션 김보라 등 스텝진의 기량이 돋보인 극단 전망의 욘 포세 작, 정민영 역, 윤혜진 연출, 강량원 멘토의 <어느 여름날>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5, PY 프로덕션의 윤혜영 작, 유덕권 각색/연출의 <1월40일>(대학로 아트센터 K세모극장)

이 연극은 도입에 자막으로 함형수(咸亨洙 1916~1946)시인의 <해바라기의 비명>이 소개된다.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ᄉ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 같이 태양 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텅 빈 무대는 거실과 교도소로, 그리고 거리로 사용되고,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어 오른쪽 등퇴장 로는 벽과 같은 문양의 문으로 외부로 통한다.

벽면에 영상을 투사하여, 주인공의 독백과 사건의 배경과 발생, 가족의 실종과 살인사건여부, 그리고 가족과 연관된 인물들의 신상명세까지 상세히 소개가 된다.

연극의 전개는 주인공 청년이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빨간색 코트를 입은 여인의 뒤를 쫓아 그 여인의 집안까지 몰래 따라 들어가고, 놀라 저항하는 여인을 교살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장면이 바뀌면 첫 장면과는 관계없이 20년 경력의 중견형사가 등장해 주인공 청년을 자신의 가족 4인을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하고, 미모의 여검사에게 범인으로 고발한다. 그러나 가족들은 실종된 상태고 시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첫 장면에서 빨간 코트의 여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관객은 주인공을 형사와 마찬가지로 범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향후, 죽은 가족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과 연루가 되면서 중견형사는 주인공을 정신이상자로 취급하기도 한다. 관객도 당연히 형사와 같은 마음을 갖게 된다. 여검사만 주인공을 범인이라고 확신을 하지 못한다. 형사는 이웃 여인, 집의 도우미, 아버지의 사업상 친구, 아버지의 정부이자 학교선생, 어머니의 친구 등 관계자들과 주인공이 만나는 현장을 여검사와 함께 숨어 관찰한다. 그 결과 등장인물 모두가 범인으로 보이기도 하다가 결백함이 들어나고, 결국 주인공이 범인이로구나 하는 예상을 관객이 할 때 쯤 뜻밖의 결과가……

대단원에서 흩날리는 나뭇잎의 영상과 함께 31세로 요절한 함형수 시인의 시가 다시 한 번 자막으로 투사되면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김동현이 범인으로 지목을 받고 정신이상자로도 보일 수도 있는 이중인격 역을 확실하게 해낸다. 송영재가 중견형사로 출연해 관객의 긴장감을 쥐었다 풀었다 하며 발군의 기량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김동준과 신담수가 더블캐스트로 출연한다. 박다안과 서유림이 여검사로 출연해 나름대로의 호연을 보이고, 미모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김경미, 박일룡, 박정림, 윤성원, 배보경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이 돋보이고,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정숙희의 무대디자인, 한국무대의 무대, 안윤미의 조명, 최종찬의 영상감독, 김영웅의 조연출, 박철희의 사진, 고승희의 그래픽디자인, PY production의 제작/기획/홍보 등의 역량이 돋보여, 대학로 아트센터 K 세모극장에서 공연하는 유록식 예술감독, 윤혜영 작. 유덕권 각색/연출의 <1월40일)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관람을 해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 극단 자유공간의 배 이 작, 진이자 연출의 <꼴까닭 호프>(대학로스타시티 TM 스테이지)

무대는 조그만 호프집으로 무대 왼쪽 배경 막 가까이에 출입구가 있고, 오른쪽 정면에 내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무대 오른쪽 벽면과 나란히 카운터가 있고, 식탁과 의자가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다.

호프집을 운영하게 되는 미모의 젊은 여인이 객석에서 등장해 중앙 테이블에서 휴대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연극이 시작된다. 내용은 친구인 듯싶은 여인의 빚 독촉 전화인데, 닦달하는 듯 하는 내용이 정도를 넘어선다. 여인이 들으며 참다못해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는데서 장면전환이 된다.

조명이 들어오면, 출입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영감이 등장해, 자신의 소개로 장소를 얻고, 호프집을 개장하게 되었다며, 젊은 여인에게 다가가 치근대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다. 영감은 여인에게 음심을 들어내 보이며, 여인의 내실까지 들여다보려다 제지를 받자 실랑이를 벌이는데, 안경을 쓴 남성 손님이 들어오려다 멈칫하니, 중개인은 평상심을 되찾고, 손님을 맞아들이도록 한다. 곧이어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들어오는 인상이 차가운 벙어리 남성이 들어와 손짓으로 맥주를 청한다, 여인이 내용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니, 부동산 중개업자가 설명을 해준다. 안경을 쓴 인상이 부드러운 남성이 술을 청하고, 부동산 업자는 안경을 쓴 남성에게 낯이 익다며 아는 체를 하고 급기야 합석까지 한다. 잠시 후 벙어리 남성이 휴대전화를 받고, 손짓으로 여인에게 무언가를 알리고 술값을 지불하지 않고 급히 퇴장한다. 부동산 중개인이 역정을 내며 벙어리 남성에게 소리를 지르고, 안경 쓴 남성도 퇴장을 하면, 부동산 중개인은 머뭇거리다가 외상이라며 여인에게 말하고, 도망하듯 퇴장을 하는 장면에서 전환이 된다.

둘째 날엔 역시 부동산 중개인이 들어와 여인에게 치근거림이 징그러울 정도이고, 곧이어 벙어리 남이 역시 트렁크를 들고 들어와 어제 술값을 계산하고 어제 앉았던 자리에서 다시 술을 청한다. 안경을 쓴 남성도 들어오고, 부동산 중개인에게 문자를 쓰면서 대화를 하는 모습이 지식이 풍부한 인물인 듯싶다.

극이 무르익어가면서 중개인은 노래방 기기까지 가져다 호프집에서 한바탕 노래잔치를 벌인다. 중개인의 노래와 안경 쓴 남성의 노래가 이어지고, 호프집 여인의 노래가 이어지면서 객석의 분위기는 한 단계 상승한다. 중개인은 과거에 바람을 피우다 제3자에게 들켜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소문을 잠재운 전력이 있는데, 제 버릇 못 고치고 여전히 미모의 여인만 보면 집적거리고, 안경 쓴 남성은 결혼과 더불어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는데, 역시 외도를 한 현장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 강의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소개가 된다. 중개인이 호프집 여인을 반강제로 끌어안고 춤을 추는 장면이 시작되고, 벙어리 남성은 이 모습을 휴대폰으로 부지런히 촬영을 한다.

극이 후반에 이르면, 중개인과 호프집 여인의 정사장면 사진이 논란거리가 된다. 동침도 안 했는데 정사장면사진이 떠도는 것만으로도, 만일 중개인의 부인이 알았다가는 당장에 길거리로 쫓겨나게 될 판국이라는 사실이, 중개인의 과거 불륜 경력으로 보아, 불을 보듯 뻔 하고, 합성사진이건 아니건 정사사진을 없애야만 하겠기에 사진제작자를 찾아내는데 중개인은 힘을 쏟는다. 안경을 쓴 남성도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떠도는 불륜현장사진 때문에 복직을 할 수가 없어 이제는 생마저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소개가 된다.

벙어리 남성이 등장하고 뒤따라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벙어리 남성은 그 여인에게서 돈뭉치를 받고, 자살방법을 알려준다. 처음으로 입을 연 그는 벙어리가 아니고,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과 기구를 판매하는 인물임이 밝혀진다. 또 한 사람의 남성이 그에게 자살문제로 매달리는 장면이 소개가 되면서, 부동산 중개인 역시 정사사진 제작자인 벙어리 남성이 아닌, 자살기구판매자에게 가짜 외도현장 합성사진으로 거금 협박을 받게 되고, 대책이 없자,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르게 되고, 안경을 쓴 남성 역시 자살기구를 그에게 의뢰하고, 그 기구와 그 성능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자살기구판매업자가 꺼내놓은 피스톨을 두고, 중개인과 자살기구를 사러온 남자가 서로 자살을 하겠다느니, 못하겠다느니, 실랑이를 벌이는데, 호프집 여인이 그 피스톨을 집어 들고……

마지막 장면은 처음 장면과 마찬가지로 호프집 여인이 휴대폰을 받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첫 장면과는 달리 친구의 음성이 빚을 독촉하며 닦달하는 내용이 아니라, 자신의 남편에게 이야기를 잘 해 놨으니 걱정하지 말고, 호프집을 잘 운영해보라는 격려의 말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송정희가 호프집 여인으로 출연해 미모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열연을 한다. 부동산 중개인으로 서진원이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펼치고, 김충효가 안경을 쓴 남성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박상민이 자살기구를 사러온 남성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을 보이고, 이국화가 역시 자살기구를 사러온 여인으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벙어리 남성으로 전동민이 출연해 독특하고 탁월한 성경창출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조연호와 정승배가 부동산 중개인으로 트리플 캐스팅되었고, 차현도와 음석종, 박재승, 강동균, 권문정, 김영란, 홍해선, 주상현 등이 트리플, 또는 더블 캐스트로 출연하고, 서혜정, 최혜수, 유명동이 전화음성을 객석에 전한다.

음악감독 이인욱, 무대/조명디자인 용선중, 분장디자인 이정수, 포스터디자인 박효선, 무대감독 최우형, 음향오퍼 김우성, 조명오퍼 윤지태 등이 기량을 다해, 극단 자유공간의 배 이 작, 진이자 연출의 <꼴까닭 호프>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끌었다.

7, 4관객 프로덕션의 패트리스 파비스 작, 이혜경 역, 이준희 연출, 오경숙 멘토의 <바냐와 그녀>(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파트리스 파비스(Patrice Pavis)는 1976년부터 2007년까지 파리 3대학과 8대학에서 연극학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캔터버리 (Canterbury)에 있는 켄트(Kent) 대학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1년 3월부터 2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초청교수로 강의를 맡고 있다. 대표 저서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 출판된 『연극학 사전』, 『퍼포먼스 분석: 연극, 무용, 영화』, 『문화 교차로에서의 연극』 등이 있고, 그밖에 동시대 연극, 동시대 연출, 동시대 프랑스 작가들에 대한 책들을 출간했다.

파트리스 파비스(Patrice Pavis)는 문화상호주의(interculturlism)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통해 한국 무용공연을 예로 들어 1960년대 미국식 현대무용과 1973년 초연된 현대무용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그리고 2005년의 비 보이 댄스 퍼포먼스 <비 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문화상호성을 작품이 제작되고 수용된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해 발표했다. 파비스는 ‘문화의 모래시계(the Hourglass of Culture) 모형을 적용하여 문화상호성에 접근하고, 한국사회가 외국 무용공연형식을 수용하는 과정과 무용공연의 문화상호성 분석에서 문화의 지구지역화(glocalization)를 지적하기도 했다.

무대는 텅 빈 공간이고 벽면과 바닥에 무수한 낙서와 그림, 그리고 선과 칸이 그어져 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무대에는 한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한 중년남성이 등장해 무대바닥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그리고 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극이 정시에 시작되면, 한 젊은 여인이 등장한다. 미모에다가 체격도 미인대회에 나가면 상위권에 입상할 정도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데 상대를 알아차리는 시각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고 반가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여인은 곧 결혼을 하게 된 듯싶고, 남자는 곧바로 축하를 해 준다. 그런데 여인의 이야기가 결혼 상대남성으로 바로 중년남성을 지적한다. 남성은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은 마흔 한 살이라고 그러고 여성은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 설명으로 보아, 관객이 보기에도 나이 차이가 현격하게 느껴지는 두 사람이다. 남성은 그의 행동으로 보아 작가임이 분명하고, 여인은 이제 막 성년이 된 철부지이라, 남성의 거부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여인은 자리를 떠난다. 잠시 후 여인이 다시 등장을 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전한다. 여러 해가 지난 것으로.

그렇다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 완강하던 모습과는 차이와 변화가 있다. 여성의 등퇴장이 계속되고 세월이 경과되면서, 두 사람은 어느새 나이라는 간격이 없어진 듯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한사람의 남성과 여성으로 객석에도 전달되기도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상대에 대한 정감도 처음보다는 상승되어 있고, 어느 정도 숙성된 듯 보이기까지 한다. 그와 비례해서 남성의 고뇌가 표출되기 시작한다. 남성은 정직하고 올바른 의식을 갖은 인물이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여성에게 밝힌다. 그는 자신을 발가벗겨 나신을 그녀에게 들어내 보이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의 고뇌를 여성에게 피력한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남성자신이 여성에게 향한 정감의 발로라고 객석에 전달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극복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제부터는 여성이 연장자처럼, 또는 모성애의 발현으로 보이는 행동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다고 남성의 따귀를 여러 차례 힘껏 때리는가 하면, 등을 두들겨 패기까지 한다. 남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여성을 향해 들어 올리지만 차마 여성을 때리지는 못한다. 이러한 돌출된 행동에서 관객은 두 사람이 열애상태에 이른 것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관객이 의식하지 못했던 흐르는 세월동안,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결혼생활과 자녀가 있다는 사실이 극의 말미에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밝혀진다. 대단원에서 여인은 절뚝거리며, 쓰러지기도 하면서 자신의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남성은 다시 무대바닥에 처음장면처럼 열심히 그적거리다가 죽은 모습처럼 정지하는데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손성호가 중년남성으로 출연해 열연을 한다. 그의 나신은 어느 예술적 퍼포먼스보다 숙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관객의 가슴 속 깊이 전달된다. 김광덕이 손성호와 호흡을 맞추며 여느 연극이나 희곡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여성상을 창출시키고, 관객의 가슴과 뇌리에 그녀만의 여인상을 심어놓는다.

신언엽의 미술 역시 관객의 기억에 깊숙이 아로 삭여지고, 이준희의 독특한 연출력이 감지되는 패트리스 파비스 작, 이혜경 역, 이준희 연출, 오경숙 멘토의 <바냐와 그녀>를, 2013년 “요람을 흔들다” 중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8, 창작집단 36.5의 오세곤 예술감독, 박상준 작.연출의 <제목이 긴 공연>(서울문예대 대학로 극장)

무대는 청·백·회색의 직사각형과 정사각형의 입체조형물을 출연자들이 움직여 거실이나, 식당, 주점, 연습장의 의자와 식탁으로 설정을 함으로써 장면전환에 대신한다, 작은 벽걸이 메뉴판 같은 소품으로도 장소변화를 알린다, 배경 막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어 주방으로도 통하고 건물이나 주거의 출입구가 된다.

연극은 도입에 한 택배기사의 자살시도 현장부터 시작된다. 음주 후 독약을 마시려는 순간 걸려온 한 텔레컴회사의 홍보 벨이 울리면서 자살시도는 잠시 연기된다. 휴대폰으로의 대화를 통해 택배기사가 이름과 나이를 밝히게 되면서 두 사람은 고교동창임이 들어난다. 그것도 같은 연극반 출신이라는 것도…. 그런 연유로 두 사람은 재회를 하게 되고, 그 장소가 역시 같은 연극 반원이었던 친구의 조그마한 주점에서 만나게 된다.

주점을 하는 친구는 신혼의 꿈에 젖어 있고, 부부가 열심히 일을 해 희망찬 앞날을 설계하며 밝게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동료이자 연극 연출을 하는 또 한 사람의 멤버가 있는데, 이 친구는 얼마 전 교통사고로 상처를 했기에, 아직 아픈 가슴을 떨치지 못하고 술과 번민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네 사람이 모두 삼십대 초반이라 앞길이 창창한 연령인데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객석에 전달된다.

네 친구의 재회가 이루어지고, 그 중 한 친구의 발설로 아픈 가슴을 떨쳐버리고, 우정을 다지는 방법으로 십 여 년 만에 연극을 다시 하기로 작정을 한다. 연습장까지 마련을 하고, 각자 작품을 한 편씩 선정해 오는 것으로 약속을 한다. 그중 친구들 다수의 추천작을 공연을 하는 것으로 정하고.

그래서 골라온 작품들이 셰익스피어의 <햄릿>,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리어왕>인데, 어느 작품으로 정할지 친구들은 난감해 한다. 결국 네 작품 중 한 장면씩 골라서 공연하기로 한다. 그런데 공연제목을 정하자니, 네 작품 모두를 집어넣어야 하겠기에, 한 친구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 타이틀이 <제목이 긴 공연>이다.

여자배역을 연기할 사람도 없으므로 주점을 하는 친구의 부인을 연극에 동참시키려 한다. 그러나 부인은 완강히 거절한다. 친구들은 가발을 마련해 각자 쓰기도 하면서 여인 역을 해보려고 하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결국 티격태격하다가 싸움이 벌어진다, 친구부인이 보다 못해 자신이 여인 역을 하겠노라고 승낙한다. 친구들은 함성을 지른다.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가게 되면서,<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 <리어왕>이 두 딸을 차례로 방문하는 장면,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오샤가 법정에 등장하는 장면, <햄릿>의 3막1장의 독백장면 등이 연습의 내용이지만, 연기력을 운운할 형편은 아니고, 대사를 읽는 과정부터 신통한 구석이라고는 없지만 관객의 분위기와 흥미가 차츰 높아지지 시작한다, 연출을 맡은 친구는 객석에 앉은 관객까지 무대로 끌어올려 연습에 동참을 시킨다. 관객은 차츰 열기를 띠기 시작하고 모두 연습에 임하는 느낌으로 관극을 하게 된다.

어느 날, 택배기사를 하는 친구가 연습실에 늦게 등장을 하고, 급작스레 약을 꺼내 먹으며 버둥거리다가 친구들 앞에 쓰러진다. 친구들이 그에게 달려들러 병원으로 옮긴다.

연극의 도입에 택배기사의 음독하려던 장면은 그가 자신의 온몸에 암세포가 전이된 것을 알고 자살하려던 것이었음을 관객은 알게 된다.

대단원에서 친구들은 친구부부의 주점에 모여 앞서간 친구를 추모한다. 그리고 주점을 하는 친구부인의 임신사실에 축하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상처를 하고 연출을 맡은 친구로 김동민 출연해 탁월한 연기력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문병주가 택배기사로 출연, 독특한 성격창출로 호연을 보인다. 이신실이 주점을 하는 친구로 출연해 극의 분위기를 밝고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활력소 역할을 한다. 이준호가 텔레컴회사 직원으로 출연해 세련된 모습과 깔끔한 매너로 새로운 이미지 창출을 한다. 홍혜지는 주점을 하는 친구의 부인 역과 상처를 한 친구의 부인 역을 미모와 호연으로 해내며, 남성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최병훈의 무대(소품)디자인, 김현철 한종엽의 조명디자인, 정현정의 의상디자인, 김유미의 음향디자인, 윤수연의 기획, 이예원의 음향오퍼, 박현수의 사진, 이정현의 조연출 등 극단 노을과 동북아 평화연대 후원의 공연, 창작집단 36.5의 오세곤 예술감독, 박상준 작.연출의 <제목이 긴 공연>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을 해도 좋을 새해를 여는 우수한 공연작으로 탄생시켰다.

9,극단 거미의 카렐 차펙(Karel Čapek) 작, 김제민 연출, 김석만 멘토의 <알유알(R.U.R)>(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로봇'(robot)이라는 말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펙이 발표한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RUR.,Rossum’s Universal Robot)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로봇이라는 말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자동인형(automata)’ 살아 움직이는 인형’ 등의 말로 로봇의 개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카렐 차페크는 1890년 당시 오스트리아의 일부였던 보헤미아에서 태어났으며 프라하의 캐롤라인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졸업 이후 극장에서 무대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유명 여배우와 결혼하게 된다. 저널리스트, 민주주의의 옹호자로 알려져 있는 카렐 차페크는 희곡 『R.U.R』과 소설 『War With the Newts』을 통해 작가로서의 명성도 함께 얻게 된다. 특히 『R.U.R』은 산업사회와 기계시대의 도래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예언적인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카렐 차페크의 형인 요제프 차페크(Joseph Capek)에 의해 주창되기는 했으나, 카렐 차페크에 의해서 비로소 로봇으로 명명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게 되었다.

1921년 초연 당시 카렐 차페크는 실제 로봇, 그러니까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모형을 직접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작품 속 로봇은 순전히 그의 상상력에 따라 구체적인 형상을 갖추게 되었으며 로봇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실제 로봇을 대신하여 무대에서 연기했다.

연극 <R.U.R>의 내용은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에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이라는 로봇 공장이 들어선다. 이곳에서 대량 생산되는 로봇들은 내륙에 사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생산되고 있다. 이곳에 공장을 둘러보기 헬레나(Helena)라는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의 딸이 방문한다.

헬레나는 일일이 과학자들과 로봇을 대면한다. 그리고 로봇들의 모습이나 형태가 인간을 닮았음에도, 비인간적인 기계자체로서만 취급을 당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녀는 개선책으로 로봇도 사람처럼 영혼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로봇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겠지만, 현재보다는 나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헬레나는 그의 의지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한편,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버린 로봇들은 자신들이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고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심한다. 반란에 성공한 로봇들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한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일찍이 로봇을 탄생시킨 로섬(Rossum) 박사의 로봇 생산 비법이 적힌 문서를 가지고 로봇 폭도들과 협상하려 한다. 하지만 그 문서는 이미 헬레나에 의해 불에 타고 사라진 후다.

대단원에서 인간과 로봇의 대결에 의해 인간과 로봇은 마치 핵전쟁의 여파처럼 느껴지는 엄청난 살상과 파괴로 인해 멸망하고 마는 충격적인 마무리로 연극은 끝이 난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기계와 살상무기에 대해 고민했던 수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 중에서도 카렐 차페크의 『R.U.R』에 주목한 이유는 그가 최초로 무대 위에서 로봇의 형상을 구체화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골렘』(1915) 등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에 관한 작품은 있었지만 『R.U.R』은 100년 전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명시한 희곡이다.

극단 거미의 공연에서는 이 연극을 현대로 이끌어 와 현재 일본에서 제작된 꽃을 건네는 로봇의 영상을 포함해, 인간처럼 감성까지 갖출 미래형 로봇의 등장을 예고하며, 동시에 로봇의 발달이야말로 첨단무기의 발달과 정비례시켜, 첨단과학무기가 인류를 멸망으로 이끄는 대량살상무기가 될 것임을 핵폭발의 영상과 함께 하나의 경고로 제시했다.

김강현, 정원태, 황도연, 민정희, 이준규, 김보라, 김동민, 심우섭 등 출연자 전원의 새롭고 독특하고 기계동작 같은 연기는 관객을 흥미로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했으며, 봉하일의 무대, 김병제의 음악, 박정원의 의상, 양은숙의 안무, 조이의 포스터는 무대를 돋보이는 역할을 했으며, 오민아의 드라마투르크, 이수인의 조연출, 송희경의 기획 등 모두의 열정과 힘이 하나가 되어, 극단 거미의 카렐 차펙 작, 김제민 연출, 김석만 멘토의 <알유알(R.U.R)>을 “요람을 흔들다” 중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10,극단 적도의 홍기유 프로듀서, 정 영 극본/작사, 김혜성 작곡, 김동연 연출의 뮤지컬 <심야식당>(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일본만화가협회대상 수상작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방송드라마로 제작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도 제작이 되어 2012년 1월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이 이루어졌고, 이번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재 공연된 작품이다.

무대는 일본 신주쿠 뒷골목의 간판도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식당이다. 식당 양쪽에 좁은 골목이 있고, 골목 양쪽에도 술집 간판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오른쪽 골목 벽에는 일본여배우의 포스터가 눈에 띈다.

심야식당내부는 주방과 카운터 그리고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입구와 내부와 주방에 불을 켤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옥상은 편편하게 되어있어, 통기타를 든 여가수의 독무대가 된다.

이 심야식당은 밤 12부터 새벽 7시까지 영업을 한다. 손님의 주문에 따른 간편한 음식을 마스터라 불리는 주인 겸 주방장이 만들어 제공을 한다. 한번 음식을 맛본 사람은 대부분 단골손님이 될 정도로 손님 입맛에 맞게 음식을 조리해 대접을 하는 10명도 채 못 들어가는 비좁은 식당이다.

단골손님도 늙은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40대 후반의 노동자, 게이 바를 운영하는 50대의 게이, 나이트클럽의 스트리퍼, 조직 폭력배의 간부와 그의 부하, 안마사, 대머리 남자, 여성3인조 단짝친구, 그리고 통기타 가수지망 여인 등이다.

도입에 <심야식당>의 불이 주인에 의해 밝혀지면 위의 전출연자가 등장해 심야식당의 주제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길 잃은 바람은 눈을 감고 찾아와

달빛의 어깨 위에 잠시 쉬어가네

텅 빈 바람은 따스한 달빛 한 잔에

살며시 잠이 드네 잠이 드네

마음이 허전해지는 밤

누구든 그리워지는 밤

술 취한 밤거리가 내겐 쓸쓸해

하루가 저물어가는 밤

오늘 하루 어떻게 갔는지 몰라

나를 위해 한 잔 당신 위해 한 잔 살까

얘기를 들어주는 오래된 친구처럼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당신처럼

날 위로해주는 밤하늘 저 별처럼

어두운 밤 좁은 골목 심야식당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모두 노래를 부르고 퇴장하면, 이윽고 단골손님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메뉴라고는 돼지고기 된장국 밥, 맥주, 소주, 정종뿐이지만, 빨간 비엔나소시지, 고양이 맘마, 달걀 들어간 어묵, 구운 김, 구운 명란젓, 카츠 돈, 감자 샐러드, 라면, 달걀 샌드위치, 고기감자복음, 푸딩, 버터 라이스, 죽순, 크로켓, 채소 스틱, 고기두부조림… 등 손님이 청하는 음식을 주인은 곧바로 조리해 대접한다.

음식을 들며 개개인의 일상과 사연이 따사롭게 펼쳐지고, 각자 나름대로의 성격, 경력, 직업, 그리고 삶의 고뇌와 사랑과 미움 등이 정감 있게 그려진다.

마스터라 불리는 심야식당의 주인은 장년의 미남이지만 얼굴 한쪽에는 깊은 칼자국이 있다. 그러나 그 상처의 원인은 아무도 밝혀내지를 못한다. 밤12시에 문을 열고 아침 7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왜 그 시간에 여느냐고 물으면, 마스터는 “당신같이 늘 이 시간에 찾는 손님이 있으니까”라고 대답을 한다.

일상 심야식당을 찾는 사람들 외에 어쩌다 조직 폭력배의 두목이 우연히 들어와 음식주문을 하고 맛을 본 다음 그 역시 단골이 되어버리고, 게이 바를 운영하는 50대 게이가 단골손님이고, 이 게이와 조폭 두목이 종당에는 가까워지기까지 한다. 시집을 못간 노처녀 3인방이나, 골목 터주 대감 격인 노총각 노동자도 역시 단골이다. 노동자는 그의 노모와 함께 힘든 삶을 엮어가지만 성격이 낙천적이라 웃음을 잃지 않는다. 단골손님인 마릴린이라는 스트리퍼도 애인 바꾸기로 소문이 나 있지만, 골목에 새로 개업을 한 안마사와의 연애가 여느 때와는 다른 것도 관객의 흥미를 집중시키고, 통기타 가수 지망생인 치도리 미유키가 <심야식당>의 단골손님들 요청으로 콘서트를 연 후 인기 엔카 가수로 떠오르는 장면이라든가, 그녀가 결국 요절하는 사연은 관객의 가슴을 적시기도 한다. 특히 문을 닫는 시간이면,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고양이를 먹이려고, 고양이 맘마를 준비해 마스터가 식당 밖에 내어놓는 장면이라든가, 우연히 식당문밖에 마스터가 떨어뜨린 지갑을 비록 허름한 걸인행색의 인물이지만 주워서 보관했다가 마스터에게 돌려주는 장면은 일본인의 국민성을 보여주는 듯싶어 머리가 숙여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삶과 고통과 사랑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단골손님들이 가져온 소형 트리의 점화로 성탄분위기가 고조되고, 대단원에 함박눈이 퍼붓는 지붕위에서 치도리 미유키의 통기타에 맞춰 단골손님 모두와 마스터가 부르는 심야식당의 주제가는 불멸의 명곡처럼 관객의 가슴과 뇌리에 깊이 스며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송영창이 마스터로 출연해 중후한 연기로 공연을 이끌어 나간다. 박지일이 더블캐스트로 출연한다. 노모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노동자로 정수한이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서현철이 더블캐스트로 출연한다. 게이로 임기홍이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역시 더블캐스트로 김늘메가 출연한다. 스트리퍼 마릴린 역으로 박혜나가 출연해 미모와 기량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조직 폭력단 간부로 정의욱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최호중과 박정표가 부하로 출연하고, 안마사와 대머리 역을 펼쳐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여성 삼인방으로 배문주, 김아영, 차정화가 출연해 분위기 상승과 활력소 역할을 하면서 관객의 가슴을 꼬집기도 하고 다독여주기도 한다. 통기타 가수로 한채윤이 역시 백은혜와 함께 더블캐스트로 출연해 그녀의 머리위로 보이는 명멸하는 별빛과 함께 관객의 가슴과 뇌리에 청아한 바람 같은 아름다운 노래를 스며들도록 이끈다.

이토 마사코의 무대디자인, 김윤형의 음악감독, 박세현의 편곡, 송희진의 안무, 박말순의 무대감독, 나한수의 조명디자인, 김성익의 음향디자인, 김상희의 소품디자인, 오수현의 의상디자인, 김숙희의 분장디자인 등 스탭 모두의 기량이 일치가 되어, 극단 적도의 홍기유 프로듀서, 아베 야로 원작, 정 영 극본/작사, 김혜성 작곡, 김동연 연출의 뮤지컬 <심야식당>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명작 뮤지컬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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